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모두가 목놓아 부르는 아픈 역사…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윤여옥 역의 김지현(사진=브릿지경제 DB)“무대나 운영이 달라졌지만 감정선이나 생각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후반부에 추가된 대치와의 신에서 여옥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좀 더 보여지는 정도죠.”여옥으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지현은 지난해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1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지현은 “이 작품이 저에게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며 “이 작품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생각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초연 당시 제작비 투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나비석’이라는 무대 위 객석으로 해결하며 호평받았던 작품이다.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장하림 역의 이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초연은 힘들게 올렸는데 이번엔 좋은 환경에서 정식으로 잘 올라가게 돼 좋아요. 제 마음에 처음부터 훅 들어와서 운명처럼 거절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이렇게 전한 김지현과 더불어 초연부터 장하림으로 분하고 있는 이경수는 “초연에는 없던 대치와 맨 마지막 장면이 추가됐을 뿐 감정선은 큰 변화가 없다”며 “무대, 잘 드러난 인물관계 등으로 도움을 더 많이 받기는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초연 당시 노우성 연출님께서 ‘무조건 음악이 살아야한다’고 하셔서 사명감 아닌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 음악이 좀 더 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연기도, 노래도 더 잘하고 싶어요.”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故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최민수·채시라·박상원·고현정 등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1943년 겨울부터 한국전쟁 직후 겨울까지 10년의 격동기를 관통했던 위안부 윤여옥(김지현·박정아·최우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조선인 학도병으로 끌려가 빨치산이 된 최대치(테이·오창석·온주완), 군의관 장하림(이경수·마이클리) 등의 이야기다. 위안부, 제주 4.3 항쟁, 한국전쟁, 빨치산 등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아우른다.노우성 연출 역시 “큰 구조적 부분이나 콘셉트가 달라진 건 없다”며 “초연 때는 특별한 상황에서 스태프들과 선택해서 특별 형태로 올렸다. 초연에서 관객들과 소통했던 방법들을 이번 공연에 어떻게 녹여낼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왼쪽부터 작곡가 J.ACO, 최대치 역의 오창석·온주완(사진=브릿지경제 DB)“초연에서는 객석을 무대에 올려서 대극장임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배우들이 구현해내는 역사 현장을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만들었어요.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극장에서 초연의 장점을 다시 가져오려다 보니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죠. 콘셉트가 달라지기 보다는 초연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관객 소통’ 설정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잘 녹여내는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이어 “무대가 깊은 것을 이용해 대부분 배우들이 실감나는 전달을 위해 짧은 시간에 많이 움직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곡가 J.ACO는 “초연에서는 넘버의 멜로디를 중시했었다”며 “1년 간 재정비를 하면서 연출, 안무가, 작가, 음악감독과 규모가 큰 극장에서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대해 상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초연에서 장하림으로 분했던 테이는 재연에서 최대치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사진=브릿지경제 DB)“큰 울림을 전달하고자 오케스트라적인 편곡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들, 앙상블들에 의한 메시지, 가사 전달에 집중했죠.”◇역할 바꾼 테이, 뮤지컬 데뷔 오창석·한상혁“초연 때도 역사, 인물 간의 관계 등을 공부하면서 대치는 이해받기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외롭겠다 싶어서 정이 많이 갔어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이 ‘대치’ 역할 제의를 주셨고 제 마음 속 욕구들도 잘 맞아서 그 외로워 보이던 대치를 선택했죠.”초연에서 하림으로 분했던 테이는 재연에서 대치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그래서 외롭다”고 토로했다.“대치의 선택이 이상하게 보이실 수도,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거라는 추측과 확신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면 알수록 확고하게 선택하고 흘러가는 중이라는 걸 인지할 만큼 대치가 보였죠. 제가 보고 만나온 대치를 좀 굳건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대치에 대해 이렇게 전한 테이는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짜 대치 삶처럼 굳건히 걷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로 익숙한 오창석과 아이돌그룹 빅스의 멤버 한상혁은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와 권동진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드라마와 매체만 계속 하다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평소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3, 4년 전부터 뮤지컬 출연제의가 들어오긴 했어요. 그때는 자신이 없어서 고사했는데 이번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참고할 게 없었고 이번 재연본이 저에겐 처음 보는 대본이었죠.”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 역의 오창석(사진=브릿지경제 DB)그리곤 “순수하게 이 대본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재연 대본으로 연출님과 얘기하면서 만들어 갔고 (온)주완이나 테이처럼 뮤지컬을 많이 했던 분들을 참고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뮤지컬 배우에게도 영예로운 극장이라는 세종문화회관을 보고 선택하기도 했는데 뮤지컬이 굉장히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작품을 계속 할 수 있게 된다면 잘 도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권동진 역의 한상혁(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정의제, 장하림 마이클리, 윤여옥 최우리(사진=브릿지경제 DB)한상혁은 지난해 9월 공연됐던 연극 ‘잃어버린 마을 : 동혁이네 포차’에 이어 ‘여명의 눈동자’에서도 제주 4.3사건을 접한다. 한상혁은 “우연이지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연극에 이어 또 다시 제주 4.3사건을 만났다”며 “역사적 아픔을 가진 제주도가 저를 통해 어린 연령대의 팬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제 본분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뮤지컬 데뷔작으로 ‘여명의 눈동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노우성 연출과의 인연을 꼽았다. 노우성 연출은 빅스 멤버 켄과 ‘드라큘라’ ‘메피스토’ ‘아이언마스크’ 등을 함께 했다.“‘여명의 눈동자’가 저희 멤버 형들과 인연이 깊은 노우성 연출님 작품이었고 작품성 자체도 좋았어요. 첫 뮤지컬로 도전하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세 사람이 모인 마지막 지리산 장면에 주목!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 역의 온주완(왼쪽부터), 윤여옥 박정아, 장하림 이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이 작품은 1944년부터 한국전쟁까지 근현대사 중 아팠던 시기를 다루고 있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였죠. 그 메시지를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 공산당 옷을 입은 청년 대치, 국군복을 입은 청년 하림 그리고 그 가운데서 누가 발사했는지 모를 총에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여옥이에요. 지리산에 모인 이 장면에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죠.”이렇게 전한 노우성 연출은 “이념의 대립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 그 전단계인 일제강점기부터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이념의 역사도 함께 조명해서 살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일제강점기 사건을 중심으로 정확히 다루려고 노력했죠. 일제가 침략하고 지배했던 한국, 중국, 베트남 등 모든 나라에서 독립 후 내전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전쟁을 꼭 다루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조건이었죠. 그래서 축소판인 제주 4.3 이야기를 배치했습니다.”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사진=브릿지경제 DB)그리곤 “어제까지 친구, 형제였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죽창과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시대에 벌어진 이야기들이 과거가 아닌 지금의 관객들을 만나면서 전하고 싶었던 건 딱 하나”라고 말을 보탰다.“아무 선택도 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50여명의 배우들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목놓아 부르짖고 있죠. 그 시대의 이념적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요. 똑같이, 사실 그대로 현실을, 역사를 두려움 없이 직시하는 것, 그것이 예술 하는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2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빅 피쉬’ 박호산 “세상 제일 나쁜 보스로 돌아올게요!”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7살짜리 막내가 제일 잘 본 것 같아요. 나이 때문에 극장 내 입장이 안돼서 엄마랑 분장실 피아노 위 모니터로 봤어요. 끝나고 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절 보더니 ‘이제 아빠는 친구도 못만나는 거잖아요’라면서 울더라고요.”박호산은 가족들의 뮤지컬 ‘빅 피쉬’(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평을 전하며 “장례식 장면을 집중해서 보더니 ‘칼이에요’하는 장면에서 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첫째, 둘째는 쿨하게 ‘잘 봤어요’ ‘아빠가 좋은 작품 한두번 하는 거 아니잖아요’라고 했다”며 “재혼 전까지 연습실, 공연장에서 셋이 지내는 데 익숙하다”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빅 피쉬’는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박호산·남경주·손준호,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과 ‘팩트’를 쫓는 기자인 아들 윌(이창용·김성철)의 화해와 갈등, 부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김지우·구원영)의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다니엘 월러스(Daniel Wallace)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존 어거스트(John August)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기도 했다.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배우는 그 어떤 얘기든 공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빅 피쉬’의 에드워드 뿐 아니라 악역도 그렇죠. 배우는 이해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고 연기력은 표현하는 힘이 아닌 이해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에 따라 아무 표현 없이도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거든요.”◇무대 인생작 ‘빅 피쉬’, 드라마 엄마·아빠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무대는 수혈이에요. 교정센터 같은 느낌이랄까…무대를 하면서 사람이 돼서 나가죠.”그리곤 “방송을 하면서는 작품 외적으로 치열한 게 많다. 외국에 나가 사는 기분이다. 외국의 도시에 살다가 고향에 와서 새롭게 다짐하고 갈 수 있는 것처럼”이라며 “작년 4월 연극 ‘인형의 집 파트2’를 할 때도 그랬다. 공연 무대가 아직은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부연했다.“TV나 영화에서도 저는 배우죠. 하지만 무대에선 예술가일 수 있고 매일 편집권자예요. 공연의 가장 좋은 점은 내일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거죠.”이렇게 밝힌 박호산은 작품선택 기준에 대해 “착한 이야기가 1순위, 2순위는 먼저 얘기한 사람, 선착순”이라고 털어놓았다.“공연의 대표작은 많지만 인생작은 ‘빅 피쉬’예요. 이 작품이 너무 좋거든요. 드라마 인생작은 ‘나의 아저씨’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죠.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엄마라면 ‘나의 아저씨’는 아빠예요. 얼마 전엔 후계동 조기축구회 멤버 몇 명이 ‘빅 피쉬’를 보고 가기도 했죠.”◇ 연극배우로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드라마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사진제공=CJ ENM)“너무 좋아하는 웹툰이었어요. 게다가 저한테는 드라마에는 없는 장르로 느껴졌고 연극배우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표정도, 소리도 가공할 수 있었죠. (그 가공이) 좀 과하고 색달라도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장르였어요.”박호산은 최근작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대해 “배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며 “캐릭터를 만들 때 제 안의 것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제 안의 인격 여러 개를 꺼내 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박호산은 DM그룹의 만년 2인자 권영구 전무로 분했다. 이 작품의 백승룡 연출은 박호산을 두고 “남 주기 싫은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입봉작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많이 열어주셨어요. 연극처럼 만들어갈 수 있었죠. (라이벌 정복동이 금고에 숨겨둔 서류를 몰래 빼돌리는, 영화 ‘메트릭스’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선만 긋고 해보면서 다 만든 거예요. 웃기는 데 주목했죠. 조명 감독님한테 ‘선 하나 더 주세요’라고 보태가면서 만들었어요. 너무 재밌었죠.”◇차기작 영화 ‘낙원의 밤’에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보스로 돌아옵니다!”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이후에는 영화 두편으로 뵙게 될 것 같아요. 그 중 ‘낙원의 밤’은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느와르고 저는 악역 보스로 나와요. 세상 제일 나쁜 놈이죠.”차기작에 대해 전한 박호산은 “하반기 영화들이 개봉할 때쯤 소극장에서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짧게라도 공연으로 수혈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소극장에 가야 제대로 수혈을 할 수 있어요. 머리가 쭈뼛 쭈뼛 서거든요. 되게 디테일해서 손 하나 까딱거리는 것, 눈빛 하나 하나가 기호가 되거든요. 얼마 전부터 갑자기 소극장 코미디가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같은 작품이요.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작품이기도 하고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정말 유쾌하고 훌륭한 작품이죠.”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풍자사극으로 식탐의 소유자이자 욕쟁이 이순신, 그를 생포한 왜군 사스케, 그들과 동행하게 된 고아처녀 막딸의 이야기로 진정한 영웅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이현규 작·연출, 장소영 작곡가·음악감독, 서정선 안무가가 의기투합한 이 작품에서 박호산은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영웅 이순신으로 분했다.“제 어려서 꿈은 배우였어요. 배우가 되고 나서는 작품이 안 끊기고 계속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렇게 됐죠. 그 후로는 연기로 먹고 살면 좋겠다 했더니 집을 사고 먹고 살 만해졌어요.”그렇게 “늘 꿈을 이뤄왔다”는 박호산은 “지금은 ‘빅 피쉬’를 사고나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꿈”이라며 “좋은 작품들을 지금처럼만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정의롭고 올바르게 살면 소원이 없겠다”고 털어놓았다.“전 배우생활이 너무 좋아요. 아무도 절 안찾는 순간까지는 배우만 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선후배, 동료배우들이 ‘다음 시즌 언제야? 나도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최고의 극찬 같아요. 배우들은 다른 배우의 연기를 부러워하거나 ‘연기 좋다’ ‘잘한다’고 하지 않거든요. ‘내가 저 역할을 연기하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하죠. 제가 하는 역할이 하고 싶어졌다는 건 그만큼 잘했다는 거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1 17:3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뮤지컬 ‘마리 퀴리’ 김태형 연출 “여성 서사극, 필요한 이유가 필요한가요?”

뮤지컬 ‘마리 퀴리’ 김태형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필요한 이유를 굳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뮤지컬 ‘마리 퀴리’(2월 7~3월 29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김태형 연출은 최근 몇 년 동안 주목받고 있는 여성 중심 서사, 눈에 띄는 여성 캐릭터, 젠더프리(성별에 상관없는) 캐스팅 등에 대해 필요한 이유가 필요한지를 지적했다.뮤지컬 ‘마리 퀴리’는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마리 퀴리(김소향·리사·정인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남편 피에르(김지휘·임별), 폴란드 출신의 라듐시계공장 언다크 직공 안느(김히어라·이봄소리), 언다크의 사장인 루벤(김찬호·양승리) 등이 라듐 발견의 명과 암, 위대한 업적과 이면 등 경계에서 갈등하고 공감하고 고뇌하는 여정을 따른다.뮤지컬 ‘마리 퀴리’(사진제공=라이브)“여성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도 남들의 이야기를 이제 들려주는 것뿐이다’ ‘괜찮다. 나아가라’ 얘기해 주는 것이 공연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그리곤 “지상파에서 예전에는 어렵지 않게 흡연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 과거 영상들은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한다”며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예를 들었다.“세상은 그렇게 하나씩 변해가고 있어요. 여성 서사극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게 없어요. 그게 사람들이, 세상이 더 나아지는 길이기 때문이죠. 전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잘 몰라요. 그저 알려고 노력할 뿐이지만 아주 자주 여전히 모르는 남자가 되거든요. 방법은 공부하고 공감하려 노력하고 애쓰는 거예요. 다만 더 근원적인 해결책은 여성 창작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어 ‘여성 서사’ ‘젠더프리’가 마케팅 요소로 변질되거나 무분별하게 젠더프리 캐스팅을 하거나 다소 성근 만듦새로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무분별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민주화가 진행되고 그것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던 시기에 ‘왜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가?’에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 얼마나 될지 싶습니다.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히어로물 영화들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가치있을까요? 좀 무분별하고 성근 모양새면 어떤가요. 젠더프리, 여성캐릭터 부각을 시키지도 않으면서 성근 모양새로 만든 공연들이 훨씬 더 많잖아요.”그리곤 “이런 테마로 정말 좋은 공연들이 만들어져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러려면 성글고 그저 실험에 그치고 뭔가 아쉽더라도 일단 많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스튜디오 A에서 진행한 뮤지컬 ‘마리 퀴리’ 시츠프로브에서 새 넘버 ’그낸 내게 별’을 부르고 있는 마리 퀴리 정인지(왼쪽)와 안느 이봄소리(사진=허미선 기자)“마케팅 요소로만 쓰이면 또 어떤가요. 그저 유명한 누구, 유명한 소재가 쓰인다는 것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공연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요. 그간 의식하지 못하고 행해왔던 수많은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마케팅이 얼마나 많았는데 여성서사, 젠더프리만 마케팅이라고 폄훼돼야 할까요?”이렇게 반문한 김태형 연출은 “그동안 해왔던 관습적인 것들,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위기와 걱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나도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며 “언제든 아주 쉽게 그동안 해왔던 저의 일들이 사그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그러나 그동안 그런 일들을 수많은 여성들이 겪어 왔어요. 자주 성근 공연을 만들어 버려 실패하지만 창작자로서 저는 그저 (마케팅 요소로만 쓰이거나 성근 만듦새로 인한 비판)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여성 중심 서사, 젠더프리 공연들을 할 때는 더 힘을 ‘빡’ 주고 긴장해서 하려고 노력할 뿐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31 21: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연극 ‘나, 혜석’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 “나, 너 그리고 우리…평등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연극 ‘나, 혜석’의 한송희 작가(사진제공=창작집단 LAS)“지금 시대 관객들이 좀 더 많은 여성 이야기를 원하고 창작자 역시 이에 목말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작가이자 배우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고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9월 11~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한송희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서사극, 젠더프리(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이 주목받는 데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연극 ‘나, 혜석’은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에서 작가·배우, 연출로 호흡을 맞춘 한송희·이기쁨 콤비작이다. 나혜석은 화가이자 작가,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인권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지금 여성 서사극, 주목 받는 여성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한송희 작가는 다양성을 언급했다. 한송희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와는 다른 인물이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렇고 나와 같은 존재가 있다는 발견을 하기 위해 그렇다”며 “여성 서사뿐 아니라 더 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나와야하는 이유도 같다”고 설명했다.“하나의 이야기를 두고 관객들은 저마다의 각도로 작품을 이해하고 또 세상을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껏 너무 비슷한 이야기만 봐왔어요. 그러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비슷해서 인류 보편의 당연한 것이니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협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죠. 작품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문을 가지는 것이 이상하다 여겨질 만큼요.”그리곤 모성에 대해 예를 들었다. 한송희 작가는 “모성은 거룩하고 신성하며 그것은 여성의 본능이라고 말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반문하며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적이게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덧붙였다.연극 ‘나, 혜석’의 이기쁨 연출(사진제공=창작집단 LAS)“그런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아이를 사랑하지만 육아는 너무 힘들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 견디지 못하게 괴로운 여성의 이야기는 무책임하고 매정한 여자의 유별난 소리가 돼버리곤 해요. 현실의 인물이 내는 목소리가 묵살당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신화가 정답이 돼버리는 거죠.”이어 “이 이상한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당사자의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다”고 덧붙였다. 이기쁨 연출은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물량’ 공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여성 서사’ ‘젠더프리’라는 점 자체가 마케팅 요소로 변질되거나 무분별하게 젠더프리 캐스팅을 하거나 다소 성근 만듦새로 실망을 안기기도 하는 ‘도전’과 ‘실험’에 대한 지적에 이기쁨 연출은 “10개의 작품이 나왔을 때 10개가 모두 좋을 확률을 0%에 가깝다”며 “그 중 두, 세 작품이 좋다면 성공이다. 그렇게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질적으로 성장한 것들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고 말을 보탰다.더불어 “분명한 것은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어떤 고민과 성찰, 반성이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무한의 고민을 동반한 작품은 비교적 탄탄한 서사를 가지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하지만 하나 짚어보고 싶은 것이라면 ‘다소 성근 만듦새를 가진 여성 서사극이 남성 서사극보다 현저하게 많은가?’ 또는 ‘남성 서사극은 모두 다 좋은 만듦새를 가지고 실험과 흥행에 좋은 결과를 이뤄내고 있는가?’예요. 그걸 물리적, 확률적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양적 차이가 난다는 것이 지금 공연계의 현실이거든요. 서로 비교할 만큼은 해보고 얘길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시작인데, 지금은 비교 분석할 것조차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이기쁨 연출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은 없어야 한다. 차별금지는 헌법에서 정하는 민주주의의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세월이 지나며 차별이라고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그 차별은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성별을 떠나 서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우리 사회를 그려본다면 ‘내’가 누군지, ‘너’는 누군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떠올려본다면, 바로 지금이 여성 서사극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내 주변의 아주 많은, 연기 잘하는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자주 서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31 20:00 허미선 기자

[즐금]여성 ‘파우스트’부터 록뮤지컬, 치열했던 예술가와 ‘만세’를 불렀던 기생들까지

2020년 공연계는 여성 서사극, 젠더프리 등의 경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전가’, ‘잃어버린 얼굴 1895’ ‘리지’ ‘마리 퀴리’, 내년 초 서울예술단이 첫선을 보일 ‘향화’(가제)의 실존 인물 김향화, 서울시극단이 9월 무대에 올릴 ‘나, 혜석’의 실존 인물 나혜석(사진제공=국립극단, 서울예술단, 라이브, 쇼노트, 수원시)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국공립 극장 및 단체, 민간제작사, 공연장 등이 발표한 2020년 연극·뮤지컬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경향은 여성 서사 혹은 캐릭터의 부각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 무대 위 여자들은 소유물, 지켜야할 존재였으며 남자들의 각성, 정의구현, 성장, 역사적 기여 등을 위한 ‘기능적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최근에도 쉴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징징거리거나 결혼을 통해 반드시 남자에 속해야만 하고 보호받거나 전통적인 팜므 파탈 형 여자 캐릭터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럼에도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등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이 함께 작업해온 연극들과 2018년 여배우 10명을 한 무대에 올렸던 ‘베르나르다 알바’, 2019년 절망 속에서도 연대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연극 ‘메리 제인’ 등 매년 남다른 의미의 여성 서사극이 등장하거나 젠더프리로 다양성을 시도하는 극들이 늘고 있다.2020년에도 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 펑크록뮤지컬 ‘리지’, 서울시뮤지컬단의 ‘작은 아씨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마리 퀴리’ 그리고 국립극단의 ‘화전가’ ‘파우스트’와 한강 원작의 ‘채식주의자’, 성 역할을 뒤집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과 신작 ‘향화’(가제) 등이 관객을 만난다.◇아홉 여자의 ‘화전가’부터 치열했던 예술가 이야기 ‘나, 혜석’까지span style="font-weight: normal;"배삼식 작가의 신작 ‘화전가’(사진제공=국립극단)“사회적으로 젠더이슈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특성이 공연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전한 이성열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극단은 ‘동시대성’에 방점을 찍고 배삼식 작가가 꾸린 여성들의 이야기 ‘화전가’(2월 28~3월 22일 명동예술극장), 여성 파우스트를 내세운 ‘파우스트’(4월 3~5월 3일 명동예술극장)와 한강 원작의 ‘채식주의자’(5월 6~7일 소극장 판), 성 역할이 바뀐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 명동예술극장)를 연달아 선보인다.배삼식 작가, 이성열 연출, 예수정·전국향 출연의 ‘화전가’는 창단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 2020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제목 ‘화전가’는 여인들이 꽃잎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봄놀이에 대한 노래로 연극은 1950년 전쟁 직전을 배경으로 한 9명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룻밤 수다로 풀어낸다.괴테의 동명소설을 조광화 각색·연출로 변주 중인 ‘파우스트’는 여성 파우스트 김성녀를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셰익스피어 원작의 ‘말괄량이 글들이기’는 성 역할 뒤집기와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으로 남성중심적 사고, 편견 등을 비튼다.쇼노트가 선보일 여성 펑크록 뮤지컬 ‘리지’(4월 2~6월 21일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는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 폴 리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도끼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미국 범죄사상 역대급 미제사건으로 남은 이야기를 다루는 ‘리지’에 대해 임양혁 이사는 “리지를 포함한 네명의 인물들이 모두 주인공으로 팀워크가 핵심적인 동력”이라며 “라이브 록밴드가 함께 하는 음악, 빅토리안 시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스타일링 등이 매력적”이라고 귀띔했다.이어 “선과 악의 구분이나 어떤 교훈, 가르침, 정치적인 맥락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다양한 면에서 규범을 따르지 않아 통쾌하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2020년 공연될 펑크록뮤지컬 ‘리지’(왼쪽)와 연극 ‘나, 혜석’(사진제공=쇼노트, 세종문화회관)한송희 작가, 이기쁨 연출의 ‘나, 혜석’(9월 11~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은 화가이자 작가,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인권의 선두에 섰던 나혜석에 대한 이야기다. 한송희 작가는 “매정한 어머니며 불륜을 저지른 방탕한 여성으로 평가받는 나혜석, 만날 수 없는 자식을 그리워하고 가세가 기우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 애를 쓰고 가정이 깨지지 않게 남편에게서 수많은 다짐을 받아냈던 나혜석…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 혜석’을 소개했다.“한송희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며 했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것이 첫 마디였죠.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나혜석은 신여성의 표본 같은 존재죠. 하지만 한송희 작가는 나혜석이 남긴 작품들과 그의 인생에서 오는 간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싫어하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그리곤 “하지만 전 오히려 더욱 흥미가 생겼다. 그 간극에서 생겨난 갈등으로 고민하는 하나의 인간, 나혜석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우리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말 그대로 정직하게 ‘나’를 찾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명성황후 ‘잃어버린 얼굴 1895’, 만세를 불렀던 기생들 이야기 ‘향화’ 그리고 ‘마리 퀴리’ 명성황후를 재조명한 ‘잃어버린 얼굴 1895’. 사진은 2013년 초연 장면(사진제공=서울예술단)서울예술단은 명성황후를 재조명한 레퍼토리 ‘잃어버린 얼굴 1895’(7월 8~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와 일제강점기 ‘만세’를 불렀던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향화’(2021년 1월 8~10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를 선보인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명성황후를 악녀 혹은 영웅이 아닌 비극적인 죽음에도 응어리진 여성으로서의 아픔과 슬픔,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욕망 등을 풀어낸다. 2013년 초연된 후 2015년, 2016년에 공연된 후 4년만에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권호성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네 번째 시즌에서 변화되거나 강조되는 것으로 “실존했던 등장인물들의 기록과 사실에 의거해 좀 더 객관적으로 다가선 캐스팅”을 꼽으며 “개혁의 주체였던 김옥균과 비운의 군주 고종 역에 서울예술단 젊은 신예들이 출격한다”고 귀띔했다.김향화2020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내년 초에 선보일 ‘향화’는 1919년 3월 29일 수원경찰서 정문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수원 권번 소속 일패기생 김향화(순이)와 33인의 기생 이야기다. 권 감독은 “기생들로 촉발된 만세 시위는 더욱 커지고 거대해졌고 이를 진압하려는 일본 역시 잔악해져 4월의 제암리 학살로 그 절정을 맞는다”며 “김향화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지만 그녀가 감옥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징역 선고 기사 후 그녀의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본명이 순이였던 김향화가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혹은 감옥에서 시들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100년 전에 여성들의 인권이 어디에 있었겠어요? 역사의 실존인물인 김향화와 33명 수원 기생들의 이야기는 기록으로 찾기가 매우 어렵고 제한적이에요. ‘조선미인도감’이라는 책 역시 여성을 호기심과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보고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의도가 보이죠. 남자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종교가 있어 종단에서 후사를 발굴해 보존하고 널리 알린 것도 아니었어요.”이렇게 전한 권호성 예술감독은 “단지 천한 기생으로 치부되던 세상에 살았으니 자료가 남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가무극 ‘향화’는 여성서사를 미리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차별과 억압의 시대를 살았던 김향화(본명 김순이)를 우리가 사는 이 시대로 소환해 실종되고 굴절된 여인들의 역사를 조명하려 했다”고 덧붙였다.“1919년 3월 29일 수원의 기생 33명은 왜 만세를 불렀을까? 무엇이 그녀들을 이끌어서 만세를 부르게 했을까? 이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겁니다. 한국적 전통의 원형에 보다 충실하며 깊고 묵직한 울림을 주고자 합니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2018년 공연 장면(사진제공=알앤디웍스)이들과 더불어 서울시뮤지컬단의 ‘작은 아씨들’(11월 24~2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11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과학자 이야기를 다룬 ‘마리 퀴리’(2월 7~3월 29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등도 공연된다.뮤지컬 ‘마리 퀴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이자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마리 퀴리(김소향·리사·정인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남편 피에르(김지휘·임별), 폴란드 출신의 라듐시계공장 언다크 직공 안느(김히어라·이봄소리), 언다크의 사장인 루벤(김찬호·양승리) 등이 라듐 발견의 명과 암, 위대한 업적과 이면을 두고 갈등하고 공감하고 고뇌하는 여정을 따른다.  여성 간 서사를 강화한 뮤지컬 ‘마리 퀴리’사진제공=라이브)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더뮤지컬이 참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인 2017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 선정작이자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기도 했다. 재연에 새로 합류한 김태형 연출은 ‘마리 퀴리’에 대해 “위대한 과학자인 마리퀴리의 삶을 들여다 보는 공연이다. 그 삶 중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큰 테마”라며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해내는 인물의 이야기인데 이 고난과 역경이 대부분 여성, 이민자이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소개했다.“당연히 여성 중심 서사이고 여성의 성장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리 퀴리는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위인이지만 그 삶을 더 들여다보면 더 극적인 부분이 있어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마어마하게 붙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 수식어를 떼더라도 그의 노력과 인류애는 물론 엄청난 비난과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고 살아간 사람으로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어떻게 견뎌냈을까, 이겨냈을까를 고민했어요. 전 공연에 비해 여성간의 연대가 여성의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도록 했죠.”이어 “주인공인 마리 퀴리의 주체적인 행동들이 부족했다는 평을 수용해 마리 퀴리의 고민과 선택, 행동들이 더 주동적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수정했다”며 “사실 기존공연의 큰 소재와 틀만 남기고 처음부터 작가, 작곡가님과 새로 시작했다”고 귀띔했다.‘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알코트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꾸린 뮤지컬로 ‘윤동주, 달을 쏘다’ ‘오이디푸스’ ‘영웅’ ‘신과함께-이승편’ 등의 한아름 작가와 ‘다윈영의 악의 기원’ ‘트레인스포팅’ 박천휘 작곡가가 의기투합한다.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 여우주연상(김선영) 등 주요상을 휩쓴 ‘호프’는 카프카의 미발표 유작을 둘러싼 실제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현대 문학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30년 간 이어진 재판을 통해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에 대한 가치를 전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31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기울어진 운동장 다지기 나선 무대 위 여자들 ① 늦었지만 시도돼야 할!

2020년 공연계는 여성 서사극, 젠더프리 등의 경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화전가’, ‘잃어버린 얼굴 1895’ ‘리지’ ‘마리 퀴리’, 내년 초 서울예술단이 첫선을 보일 ‘향화’(가제)의 실존 인물 김향화, 서울시극단이 9월 무대에 올릴 ‘나, 혜석’의 실존 인물 나혜석(사진제공=국립극단, 서울예술단, 라이브, 쇼노트, 수원시)“단순히 ‘마케팅 요소’라고 할지라도, 다소 부족하더라도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젠더프리 같은 ‘다양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시도들이 더 많아져야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요?”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국공립 극장 및 단체, 민간제작사, 공연장 등이 발표한 2020년 연극·뮤지컬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경향은 여성 서사 혹은 캐릭터의 부각이다. 2018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이 경향에 대해 서울시극단과 연극 ‘나, 혜석’(9월 11~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을 작업 중인 배우이자 작가 한송희는 “늦었지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뮤지컬 '마리 퀴리'(사진제공=라이브)뮤지컬 ‘마리 퀴리’(2월 7~3월 29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김태형 연출은 “연극, 뮤지컬이 시대에 앞서가서 목소리를 내던 시기가 언제였나 싶다”며 “기껏해야 간신히 시대의 거울로 기능해서 당대의 목소리를 담을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시대의 흐름이 조금 느린 박자로 공연에 담기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죠. 공연계에서 여성서사 혹은 여성 캐릭터의 부각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리고 너무 늦었죠. 다른 장르, 문화, 다른 서브컬처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자연스런 현상이거든요.”◇사회 진화의 반영, 그럼으로 늦더라도 시도돼야 할!  배삼식 작가, 이성열 연출의 ‘화전가’(사진제공=국립극단)“이전까지 공연계에는 여성 입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이 현저히 적었어요. 이에 출중한 실력을 가진 여성 배우들이 주인공의 여자친구 또는 엄마 말고는 제대로 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죠.”한송희 작가와 ‘나, 혜석’을 함께 준비 중인 이기쁨 연출의 말처럼 불과 몇년 전까지 무대 위 여자들은 소유물, 지켜야할 존재였으며 남자들의 각성, 정의구현, 성장, 역사적 기여 등을 위한 ‘기능적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다.사실 최근에도 쉴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징징거리거나 결혼을 통해 반드시 남자에 속해야만 하고 보호받거나 성적 매력으로 무장한 전통적인 팜므 파탈 형 여자 캐릭터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그럼에도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이 함께 작업해온 연극들과 2018년 여배우 10명을 한 무대에 올렸던 ‘베르나르다 알바’, 2019년 절망 속에서도 연대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 연극 ‘메리 제인’ 등 매년 남다른 의미의 여성 서사극이 등장하거나 젠더프리로 다양성을 시도하는 극들도 늘고 있다.2020년에도 연극 ‘나, 혜석’을 비롯해 네 여자의 이야기를 펑크록 뮤지컬로 풀어낸 ‘리지’(4월 2~6월 21일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서울시뮤지컬단의 ‘작은 아씨들’(11월 24~2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11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마리 퀴리’(2월 7~3월 29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등이 공연된다.국립극단은 배삼식 작가·이성열 연출이 꾸린 여성들의 이야기 ‘화전가’(2월 28~3월 22일 명동예술극장), 여성 파우스트를 내세운 ‘파우스트’(4월 3~5월 3일 명동예술극장)와 한강 원작의 ‘채식주의자’(5월 6~7일 소극장 판), 성 역할이 바뀐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 명동예술극장)를 연달아 선보인다.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2016년 공연장면(사진제공=서울예술단)서울예술단도 명성황후를 재조명한 레퍼토리 ‘잃어버린 얼굴 1895’(7월 8~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와 일제강점기 ‘만세’를 불렀던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향화’(가제, 2021년 1월 8~10일 경기도문화의전당)를 무대에 올린다. 이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변화와 흐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우리가 알고 있는 책에 기술된 역사가 있고 우리가 모르는 책에 기술되지 못한 역사가 있습니다. 기술된 역사의 대부분은 남자가 주역이고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이다 보니 역사에서 여성 대부분은 실종됐죠.” 쇼노트에서 준비 중인 펑크록뮤지컬 '리지'(사진제공=쇼노트)이렇게 전한 서울예술단의 권호성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스토리 작가나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 모두 남성 중심의 서사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혹 여성에 대한 서사를 풀어 갈 때도 남성 중심의 시선이었다”며 “다행히 최근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르는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록 뮤지컬 ‘리지’를 준비 중인 쇼노트의 임양혁 이사는 “여성 서사 혹은 역할의 부각은 공연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며 “남성 중심의 세계관(Patriarchy)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관으로의 변화라는 큰 맥락 안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 큰 맥락에서 공연 분야에서도 그러한 움직임(脫-patriarchy)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한송희 작가는 “연극계 뿐 아니라 문화계, 사회 전반의 흐름”이라며 “그간 여성들의 이야기는 ‘안 팔린다’고 판단했던 제작자들도 많았지만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여성 서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시장의 선택도 움직인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여성 작가이자 배우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며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이기쁨 연출은 “성별을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 존재하며 인간답게 대우받는 것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면서 공연계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실제로 이런 흐름은 여성 창작자들에게서 우선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여성 관객들 중심으로 이런 작품들에 대한 요청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 “이런 흐름이 생겨났을 때 조금은 의도적일지라도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여성 서사’라는 말이 사라질 그날까지! 연극 ‘나, 혜석’을 준비 중인 한송희 작가. 사진은 2019년 산울림 고전극장으로 앙코르된 ‘헤카베’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SB/산울림소극장 제공)“어떤 소재든 높은 작품성과 대중의 호응을 함께 가져가는 작품은 많지 않아요. 비단 여성서사극이나 젠더프리 극만의 특성이 아니죠. 가짓수가 늘어난다면 수준 높은 만듦새의 작품들이 더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여성들만의 이야기’ ‘젠더프리’라는 점 자체가 마케팅 요소로 변질되거나 무분별하게 젠더프리 캐스팅을 하거나 다소 성근 만듦새로 실망을 안기기도 하는 ‘도전’과 ‘실험’이라는 평에 대해 한송희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이성열 예술감독 역시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좀더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시작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으나 앞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 우리 사회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남성 캐릭터, 남성 중심 서사에 비해 여성 중심 이야기들이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소외됐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예술의 역할이죠. 다양한 시도, 새로운 실험과 더불어 작품 자체의 예술성과 완성도에도 변함없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권호성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그나마 양성평등 교육은 실시하고 있지만 남성·여성으로만 분류되지 않는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젠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보여줬던 젠더에 대한 편견은 어찌 보면 이런 무지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연히 문화 예술계도 그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쇼노트의 임양혁 이사는 “관객들이 ‘여성 서사’ ‘젠더프리’ 자체만을 보고 공연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작품이든 중요한 건 작품의 만듦새와 여러 요소들 간의 시너지다. 여성 캐릭터나 서사는 그 여러 요소 중 하나”라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특정 의도 혹은 맥락이 강요되기 보다 관객들이 스스로 해석할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여성 서사’라는 말도 없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길.”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3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공연·전시계 “메르스 악몽이 재연되지 않기를…”

3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매회 많은 인원이 밀집되는 특성상 공연 관람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고 관객과 배우, 스태프들의 보호를 위해 마스크 증정을 결정했습니다.” 설연휴가 끝나고 첫 막이 올랐던 28일 뮤지컬 ‘팬레터’(2월 2일까지)가 공연 중이던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티켓박스에는 자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마스크가 준비됐고 곳곳에 손 소독제가 배치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발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가 마련한 조치다.이에 대해 ‘팬레터’ 관계자는 “배우, 스태프, 극장 내 컴퍼니 등 모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독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29일에는 제작사 뿐 아니라 공연이 진행 중인 두산아트센터도 자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비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블루스퀘어도 관객 동선에 손소독제(설치형, 펌프형), 마스크 등을 확보해 배치하고 공연장 내부 및 콜센터 등에 고객 공지용 안내문 및 안내멘트를 통일하고 기침 에티켓 등의 예방수칙 안내 배너를 설치했다.더불어 “기존에는 공연이 있는 날에 한해 1일 1회 객석시트 중심으로 진행했던 방역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후부터는 공연 유무와 상관없이 매일, 공연장 전체에 걸쳐 방역전문업체를 불러 진행하고 있다”며 “실시간 뉴스 및 타공연장과 공연단체 등의 대응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관할보건소와 비상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공연장 및 전시장 입구, 안내데스크 등 주요장소에 열화상 카메라, 손소독제 자동세척분사기, 펌프형 손 세정제, 마스크 등을 비치하고 연간 26회 정기 방역작업 외 관내 특별 바이러스 방역 자체 작업을 추가로 실시한다. 그 일환으로 30일 오전 7시부터 실시한 바이러스 방역작업에 대해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인체에 무해한 염화 알킬벨질다이멜틸 암모늄 외 쿼트플러스 알파액을 초미립자 살포 방식으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며 “세종문화회관 안전관리팀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추후 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대형극장 및 전시장 뿐 아니라 대학로에 몰려 있는 중소형 극장도 고객 응대 근로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다만 공연 취소에 따른 환불 및 수수료 정책에 대해 대부분 제작사는 “급속하게 확산되는 분위기가 아닌데다 잠복기가 2주 정도 된다고 하니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티켓 예매사이트를 비롯해 블루스퀘어 극장을 운영 중인 인터파크도 “심각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을 고려해 공연팀과 예매취소 및 환불 등에 관한 대책이나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취소·환불 정책은 각 기획사들과 협의해야 되는 부분이어서 상황을 주시하며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2월 7~9일과 2월 21~23일 예정됐던 고양과 안산 공연을 전면 취소한 군뮤지컬 '귀환'(사진=브릿지경제DB/육군, 인사이트먼트 제공)관람이나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28일 세종문화회관은 29~30일 계획됐던 가족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500~600명 규모 단체관람이 취소됐다고 알렸다.군 뮤지컬 ‘귀환’은 2월 7~9일과 2월 21~23일 예정됐던 고양과 안산 공연을 전면 취소했다. 해당지역의 주관사인 라이브컬처는 “최근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확진 사례가 수도권 및 경기 일부지역에 있었던 바,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공지했다.31일에는 2월 6, 7일 계획됐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oston Symphony Orchestra) 내한공연이 전격 취소됐고 퀸 노래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위윌락유’도 공연 잠정 중단을 알렸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홍콩, 상하이 등 6번의 공연이 예정된 아시아투어 자체가 취소됐다. 이번 내한공연은 1881년 창단이래 139년만이다. 1960년 예정됐던 내한공연이 4.19 발발로 취소되더니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한 발목을 잡았다. 31일 보스톤 심포니 내한 공연(왼쪽)과 '위윌락유'가 공연 취소 및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사진제공=빈체로, 엠에스콘텐츠그룹)‘위윌락유’의 제작사 엠에스콘텐츠그룹은 “수도권 및 경기 일부지역에 비상경보가 발동되면서 높은 예매 취소율로 인해 현실적인 공연 진행이 어려울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공연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추후 상황 경과 후 재정비를 하여 공연 재오픈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상설 공연장이다 보니 방역에 취약할 것이라는 예매 취소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재오픈 시에는 방역과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서초문화원도 “서초구 보건소 지침에 따라 추가 피해확산을 방지하는 데 동참하고자 1월 29일 공연예정이던 2020 서초문화원 신년음악회 ‘러시아 하바롭스크 음악극장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신년음악회로 마련된 각종 해외 오케스트라 초청 클래식 공연들은 해당 단체와 협의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전언들이다.“메르스 당시처럼은 안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직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공연, 전시 관계자들은 “메르스의 악몽이 거듭될까 두렵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2015년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해 삽시간에 확산됐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당시 객석과 전시장이 비다시피 하는 등 공연, 전시 분야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은 바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31 17:00 허미선 기자

[문화공작소] 사랑과 불멸에 고뇌하는 무대 위 뱀파이어…뮤지컬 ‘드라큘라’ ‘마마돈크라이’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왼쪽부터), 류정한, 전동석(사진제공=오디컴퍼니)괴기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결하다. 죽음으로 내몰 위험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제 목을 내어놓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수많은 영화에 이어 최근 넷플릭스의 짧은 시리즈로 다시 만들어져 사랑받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이 무대 위에서도 변주된다.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1897년작 ‘드라큘라’ 속 백작은 인간 심리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어쩌면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분명 도사리고 있는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과 나약함, 이기심과 사악한 마음 등을 간파해 영혼을 잠식하는 캐릭터다. 인간의 이기와 공포, 나약함, 질투 등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 드라큘라 백작은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와 그의 약혼자 미나, 미나의 친구 루시, 아서 고다밍 경, 수어드 박사, 퀸시 모리스 등 극 중 인물들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을 지켜보는 이들마저 매혹시킨다.뮤지컬 ‘드라큘라’ 포스터(사진제공=오디컴퍼니)100세를 사는 시대, 누구나 불로불생을 꿈꾸지만 그 꿈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반문을 던지는 드라큘라 백작을 변주한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뮤지컬 두편이 2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2월 11~6월 7일 샤롯데씨어터)는 드라큘라 백작(김준수·류정한·전동석,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가 400년을 한결같이 사랑한 여인 미나(조정은·임혜영·린지)가 엮어가는 불멸의 로맨스에 집중한다.‘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작곡가와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 연출·안무가의 콤비작으로 2001년 샌디에이고의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초연된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이후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공연됐고 한국에서는 2014년 초연에 이어 2016년 2주간 재연됐다.4년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드라큘라’에는 초연에서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로 호흡을 맞췄던 김준수·류정한과 조정은을 비롯해 재연에서 미나·루시로 함께 했던 임혜영·이예은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헤드윅’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한 전동석과 린지가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로, 강태을·손준호가 반헬싱, 이충주가 조나단, 김수연이 루시로 새로 합류했다.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지난해 뮤지컬 ‘엑스칼리버’ 초연 당시 인터뷰에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드라큘라’를 탄생시켰다”고 표현한 김준수는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2020년의 첫 작품으로 ‘드라큘라’를 선택했다.프랭크 와일드혼의 전언처럼 김준수는 ‘드라큘라’ 한국 초연 작업 당시 세상을 알아가던 갓 스무살에 뱀파이어가 된 캐릭터를 제안했고 그에 맞게 모든 설정과 스토리가 바뀌었다. 한국 초연 후 40대를 웃돌던 뮤지컬 ‘드라큘라’의 백작 캐릭터는 전세계 프로덕션에서 어려졌다. 뮤지컬 ‘드라큘라’ 2016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오디컴퍼니 제공)김준수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라큘라 같은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대 위 움직임, 걸음걸이, 눈빛,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순간 집중하며 신비로운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뮤지컬 ‘드라큘라’ 관계자는 “초연, 재연과 눈에 띄게 크게 변하는 부분은 없다”며 “다만 두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을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령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한 대사, 디테일 등에 대한 수정·보완작업을 하고 있다”며 “샤롯데씨어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스크린이나 무대 세트들을 보강하고 있다. 특히 샤롯데씨어터는 무대와 객석이 가깝기 때문에 소품의 디테일도 더욱 신경써서 제작 중”이라고 덧붙였다.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백작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영빈, 고훈정, 장지후, 김찬호. 아래 왼쪽부터 박영수, 이승헌(가운데 위), 노윤, 이충주(사진제공=알앤디웍스, 페이지원)‘사춘기’ ‘최후진술’ ‘해적’ 등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김운기 연출로 2010년 초연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2월 28~5월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드라큘라 백작(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은 달의 폭력, 엄마의 불행을 바탕으로 태어난 존재다. 그 대가로 불멸의 삶을 얻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드라큘라 백작과 그에게 사로잡힌 프로페서 브이(허규·송용진·송유택·조형균·백형훈·최민우)가 엮어가는 이야기다. 타고난 천재성, 병적인 수줍음으로 사회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프로페서 브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치명적인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탄탄한 서사나 의미심장한 메시지 보다는 기괴하지만 빠져 드는 넘버와 B급 정서들로 무장했다.올해로 10주년을 맞아 여섯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마마돈크라이’는 재관람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매시즌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콘서트형 모노 뮤지컬로 선보였던 초연부터 프로페서 브이로 분하며 10년을 함께 한 허규를 비롯해 현재의 2인극 형태가 시작된 2013년 재연부터 프로페서 브이와 백작으로 무대에 올랐던 송용진과 고영빈이 다시 돌아온다.뮤지컬 ‘마마돈크라이’ 프로페서 브이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규, 송용진, 백형훈. 송유택, 최민우, 조형균(사진제공=알앤디웍스, 페이지원)더불어 2015년 3연에 백작으로 합류해 프로페서 브이도 소화했던 박영수, 2016년부터 백작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충주, 2018년 다섯 번째 시즌부터 함께 하는 백작 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와 프로페서 브이 송유택·조형균 그리고 새로 합류한 백작 노윤과 프로페서 브이 백형훈·최민우가 10주년을 기념한다.대부분 소극장에서 진행되던 ‘마마돈크라이’는 10주년을 맞아 600여석 규모의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마마돈크라이’ 관계자는 “음악이나 대본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무대 디자인이 바뀔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바뀐 무대에 따라 동선이 달라지는 정도의 변화”라고 덧붙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9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그댄 내게 별’ ‘또 다른 이름’…새 넘버 선보인 뮤지컬 ‘마리 퀴리’

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스튜디오 A에서 뮤지컬 ‘마리 퀴리’가 시츠프로브를 진행했다.(사진=허미선 기자)150분의 러닝타임, 마리와 안느가 처음 만나는 소르본行 기차 안, 폴란드 출신의 자매였던 안느와 아멜리에의 관계 변화 그리고 새 넘버 ‘그댄 내게 별’과 ‘또 다른 이름’….뮤지컬 ‘마리 퀴리’(2월 7~3월 29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가 확 달라져 돌아온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이자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루는 ‘마리 퀴리’는 라듐 발견의 명과 암, 위대한 업적과 이면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에 집중한다.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더뮤지컬이 참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인 2017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 선정작이자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기도 했다.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스튜디오 A에서 진행한 뮤지컬 ‘마리 퀴리’ 시츠프로브에서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을 부르고 있는 마리 퀴리 김소향(오른쪽)과 피에르 임별(사진=허미선 기자)마리 퀴리(김소향·리사·정인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남편 피에르(김지휘·임별), 폴란드 출신의 라듐시계공장 언다크 직공 안느(김히어라·이봄소리), 언다크의 사장인 루벤(김찬호·양승리) 등이 라듐 발견의 유익성과 유해성을 두고 갈등하고 고뇌하는 여정을 따른다.28일 ‘마리 퀴리’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스튜디오 A에서 진행된 시츠프로브(Sitz Probe,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와 합을 맞춰보는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희망을 노래하는 ‘라듐 파라다이스’(이봄소리·김찬호·이예지·장민수·주다온·조훈), 라듐 발견에 대한 설렘과 의지를 전하는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김소향·임별), 안느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라듐으로 인해 사라진 작업대를 둘러보며 부르는 ‘죽음의 라인’(김히어라), 라듐의 유해성을 밝히려는 피에르와 감추려는 루벤의 갈등을 드러낸 ‘어둠 속에서’(양승리·김지휘), 마리를 보며 꿈을 키워가는 직공들의 ‘잘 지내요’(김히어라·김아영·장민수·주다온·조훈) 그리고 새로운 넘버인 ‘그댄 내게 별’(정인지·이봄소리), ‘또 다른 이름’(리사)을 선보였다.28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스튜디오 A에서 진행한 뮤지컬 ‘마리 퀴리’ 시츠프로브에서 새 넘버 ’그낸 내게 별’을 부르고 있는 마리 퀴리 정인지(왼쪽)와 안느 이봄소리(사진=허미선 기자)‘그댄 내게 별’은 동료 직공들 죽음의 원인을 밝혀 달라 높은 탑에 오른 안느와 투신을 만류하는 마리가 함께 부르는 듀엣곡이다. 숱한 편견 속에서도 과학적 성취와 인류를 위해 애쓰는 마리에게 “폴란드의 별이자 우리들의 별”이라고 칭하는 안느의 이야기다.마리가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라듐의 위해성을 목도하고도 포기할 수 있어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쓰려는 마리와 이를 만류하는 피에르의 고뇌가 담긴 곡이다.과학고, 카이스트 출신의 김태형 연출과 최종윤 작곡가가 새로 꾸리는 ‘마리 퀴리’에는 초연의 마리 퀴리 김소향, 안느 김히어라, 안느의 공장 동료인 조쉬 김아영, 폴 장민수가 다시 한번 함께 하며 리사·정인지, 이봄소리, 김지휘·임별, 김찬호·양승리, 이예지, 주다온, 조훈이 마리 퀴리, 안느, 피에르, 루벤, 조쉬, 아멜리에, 마르친으로 새로 합류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8 20: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엘리펀트송’ ‘마마돈크라이’ 고영빈 “앞으로 30년, 영혼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제 안에 서늘함과 악(惡)이란 것이 독하게 많지 않나 봐요. 제가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에는 인간의 나약함이 항상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무대에서도 제대로 된 악역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의 12회차 공연을 마치고 연극 ‘엘리펀트송’(2월 1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 ‘마마돈크라이’(2월 28~5월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0주년을 준비 중인 고영빈은 이렇게 말했다.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친구 앨빈 켈비(이석준·정동화·이창용·정원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를 잃고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토마스 위버(고영빈·김다현·조성윤·강필석·송원근) 뿐 아니다.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실종된 의사 로렌스를 찾기 위해 그의 환자 마이클(곽동연·강승호·정일우)을 예민하게 다그치는 ‘엘리펀트송’의 그린버그 원장(고영빈·이석준·양승리)도, 영원히 사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프로페서 브이(허규·송용진·송유택·조형균·백형훈·양지원·최민우)를 사로잡는 드라큘라 백작(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도 그렇다.연극 ‘엘리펀트송’에서 고영빈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마이클들. 위부터 곽동연, 강승호, 정일우(사진제공=나인스토리)“인간은 누구나 나약하잖아요. 겁나고 실패가 두렵고…‘세종, 1446’의 태종마저도 여린 부분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냉철함과 강인함 속에 그런 면이 있죠.”◇연극 ‘엘리펀트송’의 대견한 후배들, 곽동연·정일우·강승호“(곽)동연이를 아주 많이 칭찬하고 싶어요. 사실 저랑 같은 띠예요. (12간지를) 두번이나 돌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대를 더 많이 해도 좋을 아이 같아요. 무섭게 잘하죠. 연기에 대한 감을 타고난 부분들이 있어요.”고영빈은 로렌스 박사를 찾기 위해 소년 마이클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성장하는 그린버그 원장으로 무대에 함께 오르는 곽동연에 대해 극찬을 털어놓았다. 이어 “즉흥적이기도 한데 너무 좋다”며 “상대를 무대에서 자극해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주는 배우”라고 표현했다.연극 ‘엘리펀트송’은 저명한 정신과 의사 그린버그 원장이 돌연 사라진 로렌스를 찾기 위해 그의 환자 마이클와 벌이는 심리전을 담고 있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사건의 실마리를 쥔 마이클과의 불편하고도 위험한 게임에 휘말리며 충격적인 반전을 맞는 작품으로 2004년 캐나다 초연 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공연돼 사랑받았다.2014년 자비에 돌란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사랑받았으며 2015년 한국에서 초연된 후 2016년, 2017년에 이어 4번째 시즌이 공연 중이다. 고영빈은 2016년 재연부터 그린버그 원장으로 합류해 매 시즌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실 세 배우가 다 너무 잘 해요. (정)일우는 매우 진지한 배우예요. 진정성 있게 다가서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게 무대에서 표현돼 대견스럽죠. (강)승호는 워낙 데뷔 때부터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후배였어요. 어리지만 같이하면서 편안하고 믿음이 가죠.”◇10주년 ‘마마돈크라이’ 걱정은 태산이지만…10주년을 맞은 ‘마마돈크라이’에서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할 고영빈(사진제공=알앤디웍스)“제가 밑도 끝도 없이 뻔뻔스럽게 멋있음을 깔고 가야하는 작품이어서 자꾸만 덜컥 덜컥 걸려요. ‘스토리’는 7살부터 앨빈과 호흡을 맞추면서 어린 아이의 정서만 표현해주면 되거든요. 어린 아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말투나 행동이에요. 뚝뚝 끊어지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차이죠. 하지만 백작은 늙지 않는 아름다운 인물이다 보니 제 스스로 마인드콘트롤이 엄청 필요한 캐릭터죠.”‘사춘기’ ‘최후진술’ ‘해적’ 등으로 마니아를 형성한 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김운기 연출로 초연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타고난 천재성, 병적인 수줍음 등으로 사회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프로페서 브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치명적인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10주년을 맞아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으로 12회차에 걸쳐 무대에 오를 고영빈은 “10주년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작품”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좀 미안할 정도예요. 사실 지금 제가 하기에는 저 스스로도 많이 부끄러운 작품이거든요. 프로페서 브이가 백작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답다’ 등의 대사들을 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하지 싶어요. 서사는 없고 멋있어야 하고 늙지도 않아야하고…살짝 후회하고 있어요.”그럼에도 고영빈이 ‘마마돈크라이’ 10주년 공연 출연 제의를 아무 말 않고 받아들인 이유는 그에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마마돈크라이’는 “10주년 무대에 안오를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영빈의 전언처럼 “처음엔 다섯 번만 한다고 했다가 열두 번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그래도 ‘스토리’는 이석준 배우와만 호흡을 맞추면 됐는데 ‘마마돈크라이’는 허규·송용진과 송유택·최민우, 네 배우를 만나요. 허규와 송용진 배우는 프로페서 브이로 오래 호흡을 맞춘 배우지만 송유택·최민우 배우는 한번도 같이 한 적도, 공연을 본 적도 없어서 두렵고 걱정스러워요. 제(백작)가 20여분 있다가 등장하는데 프로페서 브이에 따라 객석 공기가 다르거든요.”그리곤 “처음 합류해 만들 때부터 ‘마마돈크라이’는 많이 괴로웠던 작품”이라며 “기승전결 없이 배우들이 끊임없이 스토리를 찾아가고 그 안에 자기 정서를 담아내는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덧붙였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발상의 전환 같아요. 처음엔 재밌는 B급 코미디 내지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자 했어요. 저희끼리는 되게 재밌게 만들었고 말도 안되는 멋도 많이 부렸던 작품이죠. 제 출연작 중 몸을 먼저 만들어야하는 유일한 작품이어서 일단은 복부에 쌓인 지방들을 빨리 빼야해요.”이어 “예전에는 백작이 가진 사연들을 정말 많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머리를 비워내고 있다”며 “10주년이라 출연을 결정했지만 오래 기다려준 분들이 계시고 12회차만 무대에 오르니 한회 한회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한 천재 물리학자가 어느 날 밤에 꿨던 재밌는 꿈 얘기를 하나 듣는다는 마음으로 보시면 좋겠어요. 평생 살 수밖에 없는 백작의 슬픔,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이용하는 브이, 하지만 죽지 못하는 복잡난해한 이야기죠. 실생활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는 재밌는 꿈같은 뮤지컬이네, 백작 멋있다, 프로페서 브이들 잘한다…하면서 보시면 좋겠어요. 게다가 배우들에 따라서 전혀 다른 정서들이 충실하게 쌓이면서 각자 다른 이야기와 재미들이 생겨나거든요.”◇톰과 그린버그 그리고 백작, 그 후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분명 다들 성장했을 거예요. 특히 ‘스토리’의 톰은 분명 행복해졌을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엘리펀트송’의 그린버그나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은….”고영빈은 친구를 잃고서야 소중함을 깨달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를 비롯해 충격적 반전으로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하는 ‘엘리펀트송’ 그린버그 원장, 결국 영원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의 엔딩 그 후에 대한 상상을 털어놓기도 했다.“제가 그린버그라면 미치거나 귀농했을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해나오지 못할 충격이죠. 하지만 간절히 바라요. 그린버그 같은 사회적 유명인사,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둘러싸인 이들이 마이클처럼 순수하지만 닫힌 영혼과의 일들을 계기로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갔기를요.”그리곤 “제발 그러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저라면 못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이 내려간 후 ‘마마돈크라이’ 백작의 모습에 대해서는 “만화책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 갈릴레이로 분했던 고영빈(사진제공=랑)“공연이 끝나면 거대한 만화책이 펴지면서 장면이 그림으로 바뀌는 거죠.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만화 주인공처럼요.”◇심폐소생극 ‘세종, 1446’ ‘시데레우스’, 그 10주년을 기다리며“그냥 살면서 너무 복잡했던 것 같아요.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막막했고 뭐가 행복한건지도 모르겠고…사람들과 늘 만나고 생활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랬어요.”고영빈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내내 이어졌던 슬럼프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캐스팅 제의에 유독 바빴고 상도 받았으며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특별한 계기도 없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한 가지만 오래 하는 데서 오는 무의미함 같았요. 제일 컸던 건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평가절하였어요. 여기까지가 끝이고 더는 뭔가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이어 “뭔가에 가려졌었는지 더 이상 노력도 안하면서 ‘나는 이 정도까지인가 보다’에 빠져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곤 “그때의 저는 지금까지 했는데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포기해 버렸다”며 “안됐으면 뭐가, 왜 안됐는지 시간을 가지고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예전에는 노래하고 싶지 않았고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제 삶이 되게 복잡했어요. 토마스처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연기도 안 되고 너무 뜬구름 잡는 거 같고…그런 시기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졌죠. 스스로 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안되는 건 빨리 포기하곤 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가로 막고 있었던 거죠. 사람에 따라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뮤지컬 ‘세종, 1446’ 중 태종 역의 고영빈(왼쪽)과 세종 정상윤(사진제공=HJ컬쳐)그런 그를 일으킨 건 “감사하게도 끊이지 않은 일”이었다. 고영빈은 “일이 없었다면 귀농을 했을 수도 있다. TV는 꺼버리고 영화든 공연이든 극장 극처에도 안갔을 것”이라며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일으켜준 ‘심폐소생극’(?)으로 뮤지컬 ‘세종, 1446’과 ‘시데레우스’를 꼽았다. “두 작품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커요. 거의 죽어가는 저의 세포를 살려준 작품들이죠. ‘세종, 1446’은 저를 전혀 모르는데도 믿고 맡겨줬던 감사한 작품이고 ‘시데레우스’는 ‘그리스’ 초연(2003년) 때 오디컴퍼니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랑의 신동은 제작프로듀서, 안영수 대표와 함께 해 의미가 컸죠.”‘시데레우스’ 공연 당시에는 2015년 ‘마마돈크라이’ 연습 도중 터진 디스크가 재발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상황에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그렇게 재밌었다”고 털어놓았다.“두 작품 때문에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든, ‘엘리펀트송’이든, ‘마마돈크라이’든 했던 작품들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심폐소생해준 ‘세종, 1446’ ‘시데레우스’의 10주년을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어요.”◇30년 동안의 사춘기 “앞으로 30년, 영혼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올해는 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예요. 4년 동안 침체돼 있다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이제는 뭔가를 많이 하고 싶은 상태죠. 한번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음악적 훈련, 보컬 레슨도 시작했어요.”이어 “올해도 신작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고영빈은 올해 11월에 한국 초연되는 뮤지컬 ‘더 그레이트 코맷’(Natasha, Pierrethe Great Comet of 1812)의 피에르 역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더 그레이트 코맷’은 러시아 문학거장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모티프로 한 이머시브 뮤지컬로 19세기 러시아 귀족의 살롱을 연상시키는 무대와 일레트로-팝 오페라 넘버로 무장했다.전쟁에 나간 약혼자를 기다리는 러시아 백작의 스무 살짜리 딸 나타샤와 불행한 결혼생활, 삶에 대한 회의로 겉도는 귀족 피에르,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 등이 꾸려가는 이야기다. ‘헤드윅’ ‘알앤제이’ 등의 뮤지컬제작사 쇼노트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 투자했던 작품으로 피에르는 유명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이 연기하기도 했다.“흘러가는 대로 맡겼던 것 같아요. 의욕이 없는데 의욕을 가지겠다고 뭔가를 판단하고 시도하면 가지 말아야할, 엉둥한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거예요. 죽었다 생각하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서 오라는 데 가고 하라는 걸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죠. 그 과정에서 심폐소생을 해준 작품들, 인간관계들, 자그마한 행운들, 가족의 기쁜 일들을 만났고 어느 순간엔가 에너지와 의지로 충만한 채 환한 빛에 서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좌절하고 힘든 시간을 극복한 데 대해 이렇게 전한 고영빈은 “안좋은 시간이 왔다면 분명 돌아서 또 다시 좋은 시간으로 간다고 믿는다”며 “견디기 힘들면 그냥 맡기면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시간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면 힘든 시기도 결국 견뎌내야 할 시간이더라고요. 저는 내적 갈등, 많은 고민들로 오랜 세월을 보냈어요. 티 안나는 사춘기가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사춘기가 온 게 아니라 30년 정도 계속된 느낌이랄까요. 겉으로는 고요해보이지만 내적갈등은 거의 백조 수준이죠.”이제야 그 오랜 사춘기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고영빈은 “앞으로는 매해 매순간 배우로서 많이 발전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싶다”며 “더 좋은 모습, 오래 오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사춘기를 겪는 30년 동안은 고민만 했어요. 한두 번인가는 벗어나 보려고 도망도 갔었죠. 하지만 부질없더라고요.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이 죽으려고 기를 쓰는데 뜻대로 안되는 것처럼요. 어쩔 수 없는 뮤지컬 배우인가봐요. 다 내려놓고 ‘이제 끝인가 보다’ 하면서도 끄집어내는 게 또 뮤지컬인 걸 보면.”그리곤 ‘시데레우스’ ‘세종, 1446’의 10주년을 비롯해 “‘프리실라’ ‘라카지’ ‘조지엠코핸 투나잇!’ ‘벽을 뚫는 남자’ ‘컴퍼니’ 등 출연했던 작품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하라면 진짜 잘할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제 모습을 돌아보기 보다 앞으로 더 잘 살고 싶어요. 인간답고 착하게요. 제 이면의 지질하고 못나고 악마 같은 모습은 돌아보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을 뮤지컬 배우답게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이제야 철이 좀 드나 봐요. 2020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30년의 사춘기를 발판 삼아 정반대의 30년을 살아야죠. 진짜 뮤지컬 장인으로, 영혼이 죽지 않은 뱀파이어로.”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6 15: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뮤지컬 ‘빅 피쉬’ 박호산 “나를, 배우를, 내 아버지를 닮은 에드워드의 슬프지만 찬란한!”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저는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다름이 없어요. 계속 찡한 장면이 찡하고…. 지금은 앙상블들의 힘으로 가는 것 같아요.”뮤지컬 ‘빅 피쉬’(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박호산·남경주·손준호,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으로 분하고 있는 박호산은 베테랑 배우들로 구성된 앙상블 배우들을 극찬했다.“앙상블 배우들이 친구들이 돼주고 마을 사람이 돼주고 고등학교 동창들이 돼주고 정말 낯선 사람들이 돼 주는 느낌들이 점점 더 좋아지고 깊어지고 있거든요. 우리 앙상블 배우들의 평균 나이가 35세예요. 발레, 현대무용, 연기 등 특기로나, 실력으로나, 경력으로나 베테랑인 이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주고 있죠.”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은 베테랑 앙상블 배우들을 극찬했다(사진제공=CJ ENM)뮤지컬 ‘빅 피쉬’는 다니엘 월러스(Daniel Wallace)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존 어거스트(John August)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작품이다.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았던 작품으로 이야기꾼 에드워드와 ‘팩트’를 쫓는 기자인 아들 윌(이창용·김성철)의 갈등, 부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김지우·구원영)가 풀어가는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 CJ ENM 글로벌 프로젝트로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에 이어 지난해 12월 4일 한국에서 초연됐다. 한국 프로덕션은 스캇 슈왈츠(Scott Schwartz) 연출, ‘록키호러쇼’ ‘베르나르다 알바’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힘을 보탰다.“재작년에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는 ‘이걸 뮤지컬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 버튼 영화인 줄만 알았더니 원작소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원작을 읽어보고 너무 좋았어요. 부자지간이 반목하다가 사랑을 깨달아가는 따뜻한 과정에 끌렸고 욕심이 났어요. ‘형제는 용감했다’처럼 형제가 엄마, 아빠의 뜻을 알아가는 그 느낌이었죠. 가족극으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뜻하지만 힘들겠구나 싶었어요.”◇“나를, 배우를, 내 아버지를 닮은” 에드워드 블룸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에드워드는 복잡한 사람이 아니에요. 가부장적이지만 꼰대는 아닌 아버지죠. 단정이 빠른 가부장적인 아버지지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꼰대는 아니거든요.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내 삶은 이렇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죠.”그리곤 “그걸 과장해서 얘기하긴 한다”며 “내 얘기를 듣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배우와 닮아 있다. 그래선지 연기하는 배우와 비슷해지는 캐릭터“라고 덧붙였다.“에드워드는 사실에 기초해서 과장된 이야기를 만들어요. 바닷가 마을에서 첫사랑을 만나 한눈에 반해버렸고 키스까지 하게 된 사실은 상상이 더해져 인어이야기가 되죠.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는 상상을 아들에게 얘기해주는 거예요. 아들 윌은 그 이야기가 신기하고 재밌다가 어느 순간 실망감을 가지게 되겠죠. 아이가 자라 산타클로스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처럼요.”사실만을 전해야 하는 기자가 된 윌에게 아버지는 실망스러운 허풍쟁이일 수도, 박호산의 표현처럼 “창피하거나 주책처럼 보일지도 모를” 존재다.“아버지의 진짜 의도, 이유를 이해 못하고 부닥치죠. 그러다 죽기 직전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는 아버지의 소원으로 이야기를 꾸며보면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이야기를 만들어주죠. 사실에 기초해 과장하는 아버지스럽게.”에드워드와 윌의 관계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다. 배우이자 아들이며 아버지인 박호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뮤지컬 ‘빅 피쉬’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6, 70대 노년의 모습은 제 아버지에게서 많이 가져왔어요. 에드워드 블룸이랑 비슷한 면이 있거든요. 말투도 아버지한테서 차용했어요. 아버지가 (‘빅 피쉬’를) 보시고는 아무 말씀도 안하셨는데 잘 보신 것 같아요. 눈이 벌게지셔서는 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가셨죠.”그렇게 박호산은 에드워드를 닮은, 윌처럼 어려서는 믿었고 나이가 들면서는 분명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이었던 아버지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저희 아버지가 키나 덩치가 크지도 않은데 중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주먹으로 유명하셨다는 거예요. 큰 아버지가 맞고 오면 가서 정리해주고 친구들이 서로 가방을 들겠다고 난리였다고. 어려선 믿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년을 맞은 아버지 친구분들이 집에 놀러 오셔서는 ‘우리가 네 아버지 가방을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 하시는데 과장은 있지만 거짓말은 아니구나 싶었죠.”◇관계에 주목하는 박호산의 에드워드, 안쓰러워하는 이창용, 냉정한 김성철의 윌 뮤지컬 ‘빅 피쉬’ 중 에드워드 역의 박호산(가운데), 아내 산드라 김지우(왼쪽), 아들 윌 이창용(사진제공=CJ ENM)“사람마다 인격이 다른 것처럼 세 에드워드의 강조점이 달라요. 저는 관계에 주목하고 있죠. 이 작품은 어쩌면 아들인 윌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같아요. 무대 위 에드워드는 아들 윌이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상상하는 모습이거든요.”이어 박호산은 “그래서 (윌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아들 윌을 연기하는 배우와의 호흡에 따라 전혀 다른 극이 되기도 한다.“배우마다 기술방법이 달라요. 배우 100명이면 연기법이 100가지나 마찬가지일 정도죠. (이)창용이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고 안쓰러워 하는 윌이에요. (김)성철이는 좀더 냉정해요. 아버지 꼭대기에서 자신이 인정해줘야하는 윌이죠. 그래선지 (시작과 끝의) 낙차는 성철이가 크고 창용이는 감동이 차곡차곡 쌓여요.”그리곤 아내 산드라 역의 김지우, 구원영에 대해서는 “둘 다 따뜻하고 개구쟁이에 노래 엄청 잘하는, 기복이 없는 배우들”이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박호산은 ‘빅 피쉬’를 “윌의 머릿속 이야기”라며 “윌의 머릿속에서 아버지 에드워드는 항상 당당하고 발랄하며 재치 있고 말을 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뮤지컬 ‘빅 피쉬’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윌이 생각하는 아버지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하고 있어요. 침대 위 노년의 아버지가 그럴만한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픈데도 농담을 던지고 주책없이 앞에 나서고 미안한 건 미안하다 인정하고 화를 낼 때는 화를 내는 그런 사람이요.”◇행복해지는 대사 “칼이에요. 많이 닮았네요.”“칼이에요. 많이 닮았네요.”박호산은 “꿈과 상상의 연속인 이야기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현실”이라며 장신의 칼과 윌이 조우하는 마지막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이 작품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가장 행복해지는 대사가 ‘칼이에요. 많이 닮았네’거든요. 윌이 실제 아버지의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이죠. 10미터 거인은 아니지만 거대증을 앓는 칼이라는 친구가 실제한다는 걸 눈치 채요.”그리곤 “곱게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지만 장난스러울 것 같은 형제들 등의 배웅을 받으며 에드워드가 커다란 물고기가 돼 사라지는 장례식 장면이 너무 좋다”며 “마지막 그 장면이 밖에서 보면 그렇게 찡하다”고 덧붙였다.“왜 굳이 마지막이 ‘빅 피쉬’였을까를 생각해보곤 해요. 상상 속에서의 자유로움을 상징하고 싶었으면 훨훨 날 수 있는 빅 버드(새)도 있고 동물 중 최강자인 호랑이도 있는데…. 가족의 장소인 ‘강’을 떠올렸죠. (에드워드의) 농부 아버지 얘기는 틀만 있고 나머지는 다 애드리브였어요. 말이 없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아버지가 그 강가에 서 있다는 상상을 해요. 그래서 그 강이 가족에게는 중요한 장소죠.”◇아들 윌의 상상, 그 마지막 강가에서 함께 울어주던 사람들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에드워드가 아버지에게 처음 낚시를 배운 곳이고 산드라에게 청혼하고 결혼식을 하고 윌에게 낚시를 가르쳐준 곳이기도 하죠. 에드워드는 윌의 이야기에 의해 그 강에 상주하는 큰 물고기가 된 거예요. 아버지가 물고기가 되는 자리를 봐주는 아들 윌의 상상이라니…너무 멋진 상상이죠.”이어 “평생을 만나온 내 친구들이 한곳에 모여서 제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장면은 연습할 때부터 울지 않은 날이 없다”며 “연습실에서도 같이 울어주던 사람들이 있으니 전 에드워드만큼 행복한 배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정말 힘들기는 해요. 연습실부터 그랬어요. 계속 움직이다 보니 하루에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연습) 두 번도 힘들더라고요.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고통이 아닌 행복함, 미안함,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지는 시간들이었어요. 감동의 눈물이자 감정적으로 후련하게 터뜨리는 희열이죠.”이렇게 전한 박호산은 “사실 넘버는 어렵다. 연대 성악과를 나온 (손)준호, 30년 뮤지컬 경력의 (남)경주 형에 비하면 진짜 힘들게 하고 있다”며 “다행인 건 뮤지컬은 음악적인 부분 뿐 아니라 대사와 연기력도 중요한 장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안되는 걸 되게 하지 말고 되는 걸 극대화하자 생각했어요. 솔직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기죽지 않기로 했죠. 노래를 잘하는 준호가 많이 도와줬어요. 박자도, 음정도 어려웠는데 준호가 녹음을 해서 파일을 보내줬죠. 동선은 제가 주로 짜고 움직였어요. 제가 앞에서 움직이면 경주 형이 심판(?)을 봐주고 살을 붙이고…세 에드워드가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했어요.”◇인생작 ‘빅 피쉬’, 내 마지막엔… “제 인생작 같아요. ‘빅 피쉬’는 저랑, 제 아버지랑 많이 닮았고 크게 뭘 하기 보다 땀을 많이 흘리면 되는 작품이거든요. 캐릭터 분석 보다는 동선, 감정 연기 등 디테일에 더 신경 쓰면서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죠.”이어 “그런 과정에서 사랑스러워지는 작품”이라고 표현한 박호산은 ‘빅 피쉬’를 “인생작”이라고 꼽았다. 그리곤 “슬프지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그 매력을 “찬란한 슬픔”이라고 표현했다.“살아오면서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중 속에서 마지막을 맞는 에드워드를 통해 잊고 있던 친구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시길 바라요. 저 역시 마지막에는 저 나름의 강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강가에는 제가 그 동안 했던 배역들이 나와 있었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5 23: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이 전하는 규현·박강현·수호의 그윈플렌 그리고 ‘좋은 사람’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분장만 1시간 정도 걸려요. 굉장히 괴롭죠. 하지만 변해 있는 저를 보는 희열이 더 커요. 피스를 붙이는 순간 변신하는 기분이거든요.”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석훈은 분장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변신의 희열에 대해 이야기했다.‘웃는 남자’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이다.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채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성장과정을 따른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그윈플렌으로 분하고 있는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버림받은 그윈플렌을 거둔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여공작이지만 깊은 결핍을 가진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뮤지컬은 저와 잘 맞는 장르 같아요. 하지만 훅 지나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요. 그냥 안넘어가지거든요. 거기서 오는 힘듦과 예민함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재밌는 걸 보면서 저도 희한해요.”◇사랑스러운 수호, 기댈 수 있는 박강현, 좋은 사람 규현  “수호는 ‘웃는 남자’로 처음 알게 돼 친해졌는데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런 모습들이 그윈플렌에 반영돼서 잘 어울려요. 제가 표현하지 못하는 어리고 순수한, 그 나이 또래가 표현하는 그윈플렌이죠.”이석훈은 엑소(EXO) 수호의 그윈플렌에 대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꼽았다. 더불어 초연부터 그윈플렌으로 분했고 ‘킹키부츠’ 찰리로 이석훈과 처음 만났던 박강현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저와 ‘킹키부츠’를 할 때와는 완전 다른 (박)강현이가 돼있었어요. 소리는 깊어지고 극을 보는 시선은 넓어졌죠. 기댈 수 있는 동생이자 배우예요. 주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객관적인 피드백을 잘해주는 동생이죠. 올해 보다 내년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들. 왼쪽부터 규현, 박강현, 수호(사진제공=EMK뮤지컬)그리곤 “저는 늘 조언을 구하고 묻고 또 묻는 스타일”이라며 “강현이 뿐 아니라 규현, 수호에게도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여기서 그윈플렌이 왜 그랬을까 등을 묻고 조언을 구한다”고 말을 보탰다.“규현이는 사람 자체가 착하고 재밌어요. 같이 있으면 유쾌하죠.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내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굉장히 좋은 사람이에요. 유연하고 습득이 굉장히 빠르죠. 뮤지컬 10년 경력이 괜한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잘 외우고 익혀서 부러워요.”◇힙합부터 알앤비, ‘킹키부츠’부터 ‘웃는 남자’까지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저는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이유기도 하죠. 목표를 세우기 보다 어디까지 가는지 가보자 식으로 힘든 걸 즐긴다고 할까요.”스스로를 혹사시키며 무언가를 이뤄내는 이석훈의 성향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로 자리매김하기까지도 어김없이 발휘됐다.“처음 시작은 힙합이었어요. 힙합으로 음악에 눈을 떴고 록 밴드도 했어요. RATM(Rage Against The Machine, 잭 드 라 로차·톰 모렐로··팀 커머퍼드·브래드 윌크)에 빠져서 랩코어, 핌프록을 하기도 했었죠.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다 누나 추천으로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가수가 됐어요. 알앤비(RB) 목소리를 어떻게 낼지 정말 열띠게 연습하기도 했죠.”그런 그를 뮤지컬로 이끈 이는 같은 야구단 소속의 절친 민우혁이었다. 첫 뮤지컬 출연작인 ‘킹키부츠’ 캐스팅 제의를 받고 고민하고 있는 이석훈에게 “네가 왜 못해”라고 등을 떠민 이 역시 민우혁이었다.“늘 힘을 주는 친구예요. ‘네가 왜 못해’ ‘이번에도 잘할 거면서!’라고 제 멘탈을 정리해주는 친구죠. 사실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광화문연가’였어요. 뮤지컬을 두 번째 하는 저에게 월하의 코믹한 신은 정말 어려웠어요. 굉장히 예민했죠.”이어 “그렇게 작품을 하면서 얻는 게 굉장히 많다. ‘광화문연가’를 하면서 다짐하고 다짐한 건 ‘이 작품에서 큰 걸 얻어가겠다’였다”며 “그런 마음으로 버티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얻었다”고 덧붙였다.“저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에요. 후회할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렇죠. ‘웃는 남자’를 하면서 ‘정말 바른 사람, 좋은 사람이 돼야 겠다’고 다시 또 생각했어요. 늘 감사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사람이 귀한 줄 알고…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런 사람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4 15: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신재훈 연출 #젠더프리 #경종수정실록 #오셀로와이아고 #시간의난극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젠더프리(남녀 구분 없는) 캐스팅의 좋은 점은 감각이 새로워질 수 있다는 거예요. 여자, 남자의 관습적 표현을 깰 수 있거든요.”4년 만에 다시 돌아온 가족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새로 합류한 신재훈 연출은 그간 남자배우들이 연기했던 나폴리의 왕 알론소를 최나라가, 요리사 스테파노를 이지연이, 충신 곤잘로를 김민혜가 연기하는 데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일부러 젠더프리 캐스팅을 고집한 것도, 콘셉트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굳이 관습적인 남녀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오디션 자체를 성별 구분 없이 봤고 연습 때는 캐스팅을 바꿔서 읽어 보기도 했어요. 한 남자배우는 마지막까지 미란다로 오디션을 볼까 고민했다고 하시더라고요.”가족음악극 ‘템페스트’(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인 가족 음악극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동명작을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밀라노의 공작이었지만 추방당해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프로스페로(김신기), 그의 복수 대상인 동생 안토니오(정홍구)와 나폴리 왕 알론소(최나라)를 중심으로 요리사 스테파노(이지연), 사랑에 빠진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김주희)와 알론소의 아들 페르디난드(이상승) 등이 풀어가는 복수와 화해의 이야기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남녀를 구분 짓는 관습적인 표현이 진짜 많아요. 사실 어린이극이나 이전 작업에서도 젠더프리가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기마다 던져지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젠더프리가 중요한 시대죠. 텍스트를 바꿀 수 없다면 감각이라도 바꿔보는 게 방법이지 않을 생각합니다.”뮤지컬 ‘경종수정실록’(사진제공=뉴프로덕션)◇주제의 가치,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최근 본 뮤지컬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경종수정실록’이었어요. 두 인물의 구도가 좀 약하긴 했지만 내용적인 주제가 너무 좋았어요.”4년 만에 공연 중인 가족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새로 합류한 신재훈 연출은 이번에 음악작업을 함께 한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사가·음악감독 콤비작 ‘경종수정실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은 ‘오시에 오시게’ ‘날아라 박씨’ 등을 함께 한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가가 호흡을 맞춘 성종완 연출작이다.  장희빈(목소리 최연우)의 아들 경종(정동화·성두섭·에녹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과 훗날 영조인 연잉군(홍승안·박정원·신성민),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자 충신이며 경종의 벗인 홍수찬(김종구·정민·주민진)의 이야기다. 세 사람이 왕권을 놓고 난무하는 음모, 극단으로 치닫는 당쟁 속에서 저마다의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경종수정실록’에 대해 신재훈 연출은 “작가가 짚고 가는 주제에 감동 받았다”고 털어놓았다.◇‘오셀로와 이아고’ 그리고 차기작 ‘시간의 난극’ ‘오셀로와 이아고’(사진제공=정동극장)“관객 입장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요소, 감각을 느끼는 기준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에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죠.”신재훈 연출의 전작 ‘오셀로와 이아고’ 역시 음악에 모든 요소를 맞춘 작품으로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한국 전통 탈춤 형식을 접목해 주목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2017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18년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됐으면 2018년 정동극장에서 ‘창작 ing 시리즈’로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신재훈 연출은 ‘오셀로와 이아고’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활용하는 작품”이라며 “무대, 미술, 의상 등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음악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대에서 현대악기를 쓰는 식으로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죠. 감각을 느끼는 기준은 음악이거든요. 감각을 맞추는 시도를 하면서 서너번이나 이런저런 변화를 줘봤지만 ‘오셀로와 이아고’는 결국 음악에 맞춰 조율했죠.”‘시간의 난극’(사진=극단 작은방 공식 페이스북)차기작 ‘시간의 난극’(2월 1일까지 천장산우화극장) 역시 새로운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 봄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후 그해 인천의 떼아뜨르 다락 소극장 무대에 다시 올렸던 신재훈 작·연출작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에 담긴 시간을 달걀에 빗대 의미가 되지 못하는 시간, 사건이 되지 못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을 달걀에 비유해 깨면서 하는 연극이에요. 달걀은 부화해 병아리가 되기도 하고 프라이로 밥상에 오르기도 하잖아요. 이를 비유해 우리의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에피소드로 풀어가는 방식의 연극이죠. 날달걀 10판이 깨져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3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웃는 남자’ 이석훈의 행복한 반문 “이 작품 저한테 왜 이러죠?”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하루라도 쉬면 다시 영(Zero)이 되는 기분이에요. 자연스레 입밖으로 나오게 그윈플렌에 빠져있어야 해서 머릿속으로 계속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하는 연습)를 하고 있죠. 제 일상마다 늘 하는 구간이 있어요. 10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으로 가면서는 상원의원회의(우린 상위 일프로)를, 운동하면서는 1막을 돌죠. 그리고 지금은 ‘모두의 세상’을 부르고 있어요.”이석훈은 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와 그윈플렌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SG워너비 멤버로 수없이 무대에 올랐지만 그의 표현을 빌자면 “무대공포증으로 5분짜리 제 노래를 할 때도 엄청 떠는 편”이다.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트라우마 때문에 제 노래는 지금도 가사를 봐야 해요. 그런데 ‘웃는 남자는 전혀 떨리질 않아요. 대사량도 많고 노래도 많이 불러야하는데도…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신기해요.” ‘킹키부츠’ ‘광화문연가’에 이은 이석훈의 세 번째 뮤지컬 ‘웃는 남자’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성장과정을 따른다.그윈플렌을 비롯해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휘청이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 기괴하고 매혹적인 캐리릭터들이 끌어가는 이야기다.‘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으로 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왔다. ◇꿈같은 그윈플렌이 내게로 왔다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제가 초연은 보질 못했지만 ‘킹키부츠’를 함께 했던 박강현 배우가 하는 프레스콜을 지켜봤어요. 정말 좋아하는 동생, 배우 팬으로서 강현이가 프레스콜하는 걸 계속 돌려보면서 ‘너무 하고 싶다’ ‘기회가 온다면 잘 하리라’는 마음으로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꿈처럼 기회가 찾아왔어요. 갑자기, 너무 빨리.”2018년 초연 당시의 프레스콜 무대를 본 후부터 빠져 들었던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 캐스팅 소식을 듣고 이석훈은 “너무 행복해 소리를 질렀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꿈을 이뤘어요. 첫 작품은 ‘킹키부츠’라는 너무 훌륭한 작품이었고 ‘광화문연가’는 너무 다른 이석훈이 있어서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제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두 작품을 했기 때문에 그윈플렌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광화문연가’ 월하의 코믹하고 재밌는 모습을, ‘킹키부츠’ 찰리의 어리숙하고 순수한 면을 그윈플렌에 녹일 수 있었거든요.”이석훈은 “부담 보다는 설렘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며 “이미 익숙해져 있는 그윈플렌을 어떻게 관객에게 스며들게 할까를 고민하며 연구도 많이 했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고 털어놓았다.“저에겐 3개의 자아가 있어요. 안경을 쓰면 가수, 벗으면 우리 엄마 아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특수분장을 하면 그윈플렌이 되죠. 요즘 너무 재밌어요. 그윈플렌으로 살다 보니까 안경을 쓰는 게 더 어색해 졌죠. 편안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노래를 하는 가수 이석훈, 실상의 이석훈 등 모든 것들을 공식적으로 무대에서 다 보여줄 수 있으니까 ‘제 성격에 플러스된’ 또다른 제가 더 나오는 느낌도 들어요. 하지만 제가 다 아는 자아예요.”그리곤 “연예인은 감정노동자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5분 안에 슬펐다가 평범하다가 가수가 됐다가 2시간 콘서트에 빠져있다가 끝나면 공허하고…처음에는 부대끼기도 했던 그런 작은 감정들이 배우로서 살고 있는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에 위, 아래는 없다’를 느끼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그럴 수 없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있죠. ‘웃는 남자’는 현재 사회 분위기랑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잘못, 보이지 않는 계급 등으로 생기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윈플렌이 아닌 30대 후반인 이석훈으로서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에요. 선한 영향력까지는 아니지만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평생 남을 넘버‘웃는 남자’와 ‘2막 피날레’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한 작품 안에 주인공의 희로애락, 기승전결을 다 보여주고 그 여정을 찾아간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넘버들도 너무 좋아요. 버릴 넘버가 하나도 없죠. 연습도 그랬어요. 지금까지 가수를 하면서는 안되면 속상하고 화나고 부족한 재능을 원망하고 그랬는데 ’웃는 남자‘는 연습하면서 단 하루도 안즐거운 적이 없거든요.”이석훈이 ‘웃는 남자’를 준비하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그윈플렌의 과정’이었다. 그는 “공작이 된 그윈플렌이 왜 마지막에서 미쳐서 ‘웃는 남자’를 부르는지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그윈플렌은 극 중 극을 하는 배우예요. 감수성이 여리고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죠. 무대에 서는 저를 생각해 보면 그윈플렌 몸 안에 모든 성향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귀엽고 재밌고 진지하고 화내고…그런 모습을 잘 보이고 들리게 쌓아줘야 하죠. 왜 미쳐서 ‘웃는 남자’를 부르는 지경까지 가는지 그 과정이 1막부터 보일 수 있도록 과정에 집중하고 있죠.”이어 ‘웃는 남자’ 넘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석훈이 안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관객들 뒷통수를 때리겠다는 마음을 하고 있다”고 웃었다. “처음 대본을 보면서 이입이 잘 되질 않았던 저를 펑펑 울게 한 넘버가 데아를 잃고 부르는 맨 마지막 넘버였어요. 이 감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고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습 때 단 한번도 안운 적이 없어요. ‘웃는 남자’와 ‘2막 피날레’가 저한테는 평생 남을 것 같아요.”◇자타공인 연습벌레 “아직은…”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저는 느려요. 다른 배우들 보다 2, 3배는 연습을 해야 하죠. 하지만 저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게 싫어요. 프로잖아요. 실력이 안되면 체력, 체력이 안되면 기술로라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자타공인 ‘연습벌레’ 이석훈은 공식적으로 쉬는 단 하루도 연습실을 찾을 정도로 ‘웃는 남자’와 그윈플렌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의 그윈플렌을 두고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색다른 접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인정”이다.“연습량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많지만 아직은 제가 인정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선에 맞추려고 지금도 연습 중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제가 인정하고 박수쳐 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이석훈(사진제공=EMK뮤지컬)이어 “스스로 만족해야지 다른 사람이 좋다는 건 그렇게 와닿질 않는다”며 “뮤지컬을 하면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걸 느낀다. 노래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아직 제가 인정하는 선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무던히 연습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석훈’이 캐스트에 포함돼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보러가야지 하는 그런 배우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타이틀이죠. 게다가 가수에서 온 저는 잘해도 반신반의할 거예요. 그걸 빨리 깨는 게 숙제같아요.”그리곤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이라며 웃는 이석훈은 ‘웃는 남자’를 “제 뮤지컬배우의 작은 역사에 큰 복선이자 계기”라고 표현했다.“목표를 세우기보다 어디까지 가는지 가보고 싶어졌거든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의 희열이 좋아요. 내가 행복한지에 대해 곱씹어보면 지금 너무 행복해요. 무대공포증도 있고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왜 재밌는지,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너무 행복해요. 일상 보다 미쳐있는 제가 매력적일 때가 있는데 ‘웃는 남자’를 할 때 그런 것 같아요. 2월 29일이 제 막공인데 벌써부터 묘할 것 같아요. 이렇게 애착을 가진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웃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어요. 이 작품 저한테 왜 이러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21 17: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태풍’은 사라지고 모두가 식탁에 앉았다…‘템페스트’ 신재훈 연출 “다 같이 밥 한번 먹죠!”

가족음악극 ‘템페스트’의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싸움이든, 사랑이든 만나 밥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함으로서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인 가족 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신재훈 연출은 ‘함께 밥을 먹는 것’에 대해 “대화 그리고 변화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가족음악극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동명작을 쉽게 풀어낸 작품으로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돌아왔다. 밀라노의 공작이었지만 마법에 빠져 제 할 일을 등한시하면서 추방당한 프로스페로(김신기)는 무인도에서 딸 미란다(김주희)를 키우며 복수할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딸을 비롯해 오랑우탄 칼리반(이강민), 바람의 정령 에어리얼(김수지) 등과 살아가지만 마법으로 위협하곤 한다. 복수심에 휩싸여 딸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프로스페로는 늘 혼밥(혼자 밥먹기)하기 일쑤다.가족음악극 ‘템페스트’의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나폴리의 왕 알론소(최나라)와 공모해 자신을 추방한 동생 안토니오(정홍구), 나폴리의 왕자 페르디난드(이상승)가 탄 배가 무인도 앞을 지난다는 소식에 에어리얼을 시켜 태풍을 일으키게 한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대본을 처음 받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밥과 배고픔이었어요. 오세혁 작가님이 ‘각자의 태풍에 휘말리는 사람들이여. 일단 각자의 밥상에 모여 밥을 먹자’는 주제를 대본 첫장에 써두셨거든요. 동료의식이 들어서 방긋 했죠.”이어 신재훈 연출은 “밥을 먹자는 주제에는 ‘템페스트’가 초·재연됐던 2015, 2016년 당시 세월호 피해자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고 확고히 믿는다”고 덧붙였다.“(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부모 13명을 인터뷰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나 (유가족 및 잠수부 심리상담 및 치유에 나섰던) 정혜신 박사님 전언의 공통점이 밥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안산을 거점으로 활동하시던 오세혁 작가님이 ‘내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 ‘내가 어떻게 밥을 먹어’라는 당시 피해자들의 반문을 담아 썼다고 생각해요.”그리곤 “저에겐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은 배우나 스태프들과는 한번도 나누지 못한 얘기”라며 “싸움 속 대화의 과정으로 설명드렸다”고 덧붙였다. 신 연출의 말처럼 ‘템페스트’에서는 온나라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대사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난파된 배에서도 요리재료를 사수하려는 요리사 스테파노(이지연)와 그의 조수 트린굴로(김솔빈), “왕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승선한 이들 모두를 살리려는 선장(신근호), 스스로는 물론 백성을 지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 여왕 알론소 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 역할에 열심이다. 더불어 배 난파 후 아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도 허기를 느낀 알론소는 “아들을 잃어버렸는데 배가 고프다니 미쳤나봐”라고 좌절하기도 한다.가족음악극 ‘템페스트’ 공연사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그 말 후에 ‘다행입니다. 배가 고파야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꿈을 꾸고 꿈을 꾸면 노력하게 되고…’라는 곤잘로(김민혜)의 말이 바로 따라 와요. 큰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안된다는 죄책감이 있어요. 하지만 큰 일을 앞두고 배가 고픈 건 창피하거나 미안한 일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싸움이 한창일 때 태풍이 다시 불어닥치며 화해로 마무리되던 엔딩 역시 등장인물들이 자발적으로 밥상에 앉는 것으로 바뀌면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재연까지는 태풍이 하룻밤의 꿈처럼 싸움과 갈등을 사라지게 했죠. 하지만 대화와 스스로의 의지로 끝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습을 중단하고 바꿨어요. 마지막 태풍신을 없애고 등장인물들이 음식을 먹겠다는 스스로의 의지로 한 밥상에 앉는 것으로 끝내보자 했죠.”◇리듬과 템포, 음향효과들…주제를 강조하는 음악  마지막 ‘케이크송’을 비롯한 새로 만들어진 음악적 요소들로 꾸린 ‘템페스트’(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사실 태풍신을 없애고 함께 밥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도약이 좀 심하긴 해요. 하지만 음악의 가장 큰 힘이 도약이잖아요. 노래의 힘을 빌어 ‘밥상의 힘’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 지점에서 새로 추가된 곡이 ‘케이크송’이죠.”신재훈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한국 전통 탈춤 형식을 접목한 ‘오셀로와 이아고’로 주목받았다. 그는 “제 습성 자체가 내용 뿐 아니라 리듬과 템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흘러가는 내용들은 배우들이 잘 잡아주고 있으니 그 위에 음악적 구성을 가미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그의 습성(?)은 가족을 위한 ‘음악극’이라는 형식의 ‘템페스트’에도 어김없이 스며들었다.“관객들의 감각이 음악에 가장 민감하다고 생각해요. 셰익스피어의 운율 역시 결국은 음악성이죠. 연극의 어법, 셰익스피어의 재해석은 당시대 음악성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내용의 도약에 음악의 힘을 빌렸고 타악 라이브 연주로 효과음을 중요하게 쓰고 있죠. ‘템페스트’의 관객들도 음악을 따라갈 거라고 생각해요.”그가 의도한 ‘템페스트’의 음악적 구성은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의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사가·음악감독 그리고 유재성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가족음악극 ‘템페스트’의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중간 중간 내용 설명을 위한 신은 어쩔 수 없지만 음악적 구성과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음악 전체가 바뀌었고 새로 만든 곡들도 있죠. 뮤지컬단이 아닌 시극단이다 보니 배우들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어요.”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음악적 요소들에 타악 연주자들은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함께 했다. 더불어 개막 직전에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음향효과를 맞추기 위한 음악연습 시간을 따로 가지기도 했다.“음악적 요소가 중요하지만 배우들이 가장 잘하는 건 연기예요. 마지막까지 음악적 연습을 하긴 했지만 무대에 오를 때는 연기에 집중해야하죠. 그래서 틀려도 되니 마음껏 노래하라고 말씀드렸어요. 좀 못하다 싶은 간극은 연기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동시대성과 젠더프리 그리고 나를 닮은 요리사 스테파노 스스로의 의지로 한 밥상에 앉는 엔딩을 선택한 ‘템페스트’(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오세혁 작가의 힘은 농담에 깊은 시대성, 통찰력이 담겼다는 거예요. 그 특유의 코믹스러운 템포와 언어유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템페스트’에 세월호 유족들이 가진 죄책감을 가지고 왔고 코믹하지만 깊이 있는, 가벼운 말장난이 아니라는 데서 반가웠어요.”신 연출은 ‘템페스트’의 ‘동시대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저는 늘 창작자들의 느낌이 ‘동시대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에서 동시대의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한 말들은 평민 출신의 곤잘로의 대사에 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이번 ‘템페스트’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최근 열풍인 젠더프리(남녀구분없는) 캐스팅이다. 나폴리의 왕이던 알론소는 재연에서 바람의 정령이던 최나라가 연기하면서 여왕으로 등장하고 요리사 스테파노 역시 재연 당시 미란다였던 이지연이 연기한다. 신 연출이 ‘세상이 응축된 대사들을 한다’고 표현한 곤잘로 역시 김민혜가 연기한다.가족음악극 ‘템페스트’의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의도적인 젠더프리는 아니었어요. 아예 오디션을 역할마다 남녀 구분 없이 봤거든요. 오롯이 배우들의 선택이었어요. 알론소도 처음엔 왕으로 연기해달라고 했다가 연습 2, 3일만에 여왕으로 바꿨죠. 관객들이 가진 모성에 대한 감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캐스팅인 것 같아요.”그리곤 페르난디드가 엄마 알론소를 알아보는 말 ‘난 몰라’가 만들어진 연습실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처음엔 (최)나라 배우님이 ‘난 몰라’라고 하셨어요. 그에 이어 정령의 리더이신 (신) 근호 배우가 또 ‘난 몰라’ 하셨죠. 여기저기서 쓰니까 나라 배우님이 또 강조해서 쓰시고…그렇게 배우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말이에요. 관객들에게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저도 궁금해요.”그리곤 “그 말은 배고파와 연장선상”이라며 “배고픔과 아들을 잃은 슬픔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알론소의 마음과 죄책감이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결국 ‘템페스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밥 한번 같이 먹자’예요. 그래선지 전 요리사 스테파노나 그의 조수 트린굴로에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은 등장인물들이 싸우는 중에도 음식을 주제로 얘기를 하죠. 복수로 얽힌 프로스페로나 안토니오, 알론소 등과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저 역시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이어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제 영역과는 직접적으로 맞닿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결국 만나지는 경우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파노가 갈등하고 반목하는 이들에게 음식으로 화해를 이끄는 것처럼 신재철 연출도, ‘템페스트’도 극과 극으로 내달리는 세상에 제안한다. “밥 한번 같이 먹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9 14: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10주년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고영빈 “내 삶의 톰 같은 순간들! 행복해졌을 거고…”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총 12번 중 이제 한번 남았어요. 자꾸 뭔가 불길해요. 지금 생각만 해도 울 것 같은 느낌이어서….”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 중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고영빈·김다현·조성윤·강필석·송원근,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를 연기 중인 고영빈은 마지막 공연을 앞운 심정을 “불길하다”고 표현했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와 ‘헌책과 새책’이라는 작은 시골마을 책방 주인 앨빈 켈비(이석준·정동화·이창용·정원영)의 성장극이다. 2010년 초연된 작품으로 고영빈은 2011년 재연부터 토마스로 합류해 꾸준히 함께 하며 10주년을 맞았다.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마지막 공연은…이번 시즌을 하면서 딱 한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진 날이 있어요. 공연에 스톱이 걸릴 정도로 눈물이 터져서…이건 아니잖아요.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집에 우환이 있는 것처럼.”◇내 안의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여전히 좋다!“10주년이라니까 기분이 오묘했어요. ‘스토리’는 특히나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 중 하나거든요. 끝없이 행복했던 순간도 많지만 그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도 ‘스토리’ 안에 있는 것 같아요.”18일 19시 이번 시즌의 고정 파트너 이석준과의 마지막 공연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고영빈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배우로서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거나 관객과의 교감이 100% 안이뤄졌을 때 유독 속상하고 힘든 작품이 ‘스토리’죠. 그래서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은데 늘 그렇게 돼요. 늘 아쉽고 속상하거나 너무 행복하거나 극과 극을 달리는 공연이어서 ‘애증’이죠. 그래서 잠깐 놨었는데 10주년이라고 해서, 돌아와야 한다고 해서 하니까…여전히 좋네요.”그리곤 “10주년은 저도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자부심도 생기고 뿌듯하고 그렇다”며 웃었다. 고영빈은 처음 합류한 재연 이후 2018년에서 2019년까지 공연된 네 번째 시즌만을 제외하고는 토마스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함께 했다.“이런 작품을 어느 한순간에는 싫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해져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더 위대해 보이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어요. 그 ‘10주년’은. 이번 시즌이 더 마음을 비우고 와서 그런지 더 좋은 것 같아요.”동시에 여러 작품을 잘 하지 않는 고영빈은 최근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연극 ‘엘리펀트송’(2월 1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2월 개막을 앞둔 10주년 뮤지컬 ‘마마돈크라이’(2월 28~5월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습에도 돌입해야한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특히 ‘스토리’를 하고 있어서 부담이 좀 돼야하는데…그 어떤 것보다도 ‘스토리’는 겹치기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에요. 저는. 정서적으로 편안하지 않으면 다 끌고 가기 힘들 날이 올 수도 있는 작품이어서…그럼에도 이번엔 기본적으로 되게 기뻤나 봐요.” 12월 중순부터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엘리펀트송’ 공연 스케줄로 꽉 차더니 1월 1일부터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움직임도, 대사도, 노래도 많잖아요. 그래서 ‘스토리’는 정서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관리를 좀 많이 해야하는 작품이에요. 흐트러지면 절대 안되는 작품이죠. 게다가 알러지성 비염도 심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목이 붓고 꽉 막혀버려요.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아예 없어요. 공연하러 가는 게 너무 재밌고 아까운 지경이죠. ‘오늘 하고 나면 몇회 안남네’ 싶고…기대감이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내 믿보배 이석준, 톰 그 자체 신춘수 대표, 고마운 후배 정동화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같은 페어라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면 또 달라요. 사람은 변하잖아요 배우 감성도 변하고 그때 그때 다가오는 감정도 다르고…‘스토리’는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연기하는 당시 배우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그리곤 “그래서 공연이 좋아요, 재밌어요”를 연달아 되뇌었다. 10주년에 12회차를 참여하면서 이석준과의 고정페어를 제안한 이도 고영빈이었다. 고영빈은 “10주년이어서 밀도 있게 가고 싶기도 했다”며 이석준에 대해 “믿는 배우”라고 표현했다.“사실 (이)석준 형이랑은 한살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제가 늘 의지를 많이 해요. 저도 그렇지만 형이 또 되게 동생처럼 대해주거든요. 15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요.”이어 “최근엔 후배들과 더 자주 무대에 서다 보니 편안함 보다는 긴장감이 돌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며 “형이어선지 석준 배우랑 할 때는 편안하다”고 털어놓았다.“석준 형이랑 공연을 하면서 우리 둘이 무대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그 어떤 껄끄러움도 없이 공연이 진행이 됐던 것 같아요. 지금 ‘엘리펀트송’도 같이 하고 있지만 같은 역할이라 같은 무대에 서는 작품은 ‘스토리’가 거의 유일해요. 오랜만이어서 더 편한 것 같기도 해요.”그리곤 “신춘수 대표님하고 (정)동화 배우가 ‘제 마지막 공연날 인사를 못할 것 같다’면서 보고 간 세미막공(마지막 공연 전 회차, 15일)이 특히 그랬다”며 “이제 ‘스토리’를 할 때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관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거나 ‘기대감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들을 어느 순간 내려놨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앨빈 역의 이석준(왼쪽)과 토마스 고영빈(사진제공=오디컴퍼니)“동화 배우는 바쁜 친구인데 보러 왔더라고요. 너무 고맙죠. 마지막에 커튼이 다시 닫히고 앨빈을 생각하면서 ‘제 친구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가 크게 다가왔나 봐요. 진심으로 너무 좋았다고 얘기해 줬어요.”그리고 신춘수 대표에 대해서는 “한 시간 반을 할 수는 있는 거야, 노래는 할 수 있는 거야…석준 배우랑 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첫 리허설 때 정말 우왕좌왕했었다”고 웃었다.“그 때는 걱정의 눈빛이셨는데 15일 공연을 보시고는 크게 말씀은 안하시는데 좋으셨던 것 같아요. ‘스토리’는 대표님이 거의 본인 얘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연출을 하시면서도 같이 연기를 하시죠. 조만간 토마스를 하지 않으실까 싶어요.”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4년여의 슬럼프, 삶의 톰 같은 순간들“톰 같은 순간들이 저에게도 너무 많아요. 특히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제 삶이 되게 복잡했어요. 너무 토마스처럼. 일도 손에 안잡히고 연기도 안되고….”그리곤 처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대본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고영빈은 “미국에 있을 때 처음 ‘스토리’ 대본을 받았다”며 “당시 역시 과도기였다. 7, 8년 정도 너무 열심히 무대를 하다가 무기력해졌던 때”라고 회상했다.“저는 톰이 그냥 너무 이해가 됐어요. 정서적인 부분들이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 안에 있는 건 200% 토마스예요. 성격이 그러질 못해서 단지 바깥으로 표현을 못하고 안으로 삭일 뿐이죠. 밖으로 표현하고 좀 더 자신감이 있는, 토마스처럼 ‘오지마’ 소리를 할 수 있는 성격이었다면 토마스랑 똑같을 거예요.”그리곤 “그런데 결국 안좋은 게 상대가 ‘얘가 좀 불편하구나’를 느끼게 한다”며 “톰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늘 제 인생에 있어왔다”고 덧붙였다.“이번 시즌은 대사를 하면서도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오지마’ 훨씬 전부터요. 그 미안함은 ‘톰 소여의 모험’을 받았을 때 너무 행복한 나(톰)를 보면서 시작돼요. 갑자기 제3자가 되서 이렇게 행복했었는데, 지금 쟤(앨빈)한테 이러는 게 너무 미안하다…그때부터 울컥울컥 쌓이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펑’ 눈물이 터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너 왜 그랬니, 앨빈?” 그리고 “제 친구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매순간이 와닿아요. 이번엔. 미안해, 내가 좀 심했네, 그러지 말걸, 내가 너한테 왜 그랬을까, 넌 나한테 양보하지 못했을까…과거 발자취들이 다 쌓이다보니 마지막에 터지는 거예요. 사실 바로 전 시즌에는 몰랐거든요.”그리곤 이번 시즌의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에 대해 “추억의 앨범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한순간 한순간이 앨범을 보면서 우는 사람같다. 마치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앨범을 펼쳐든 사람처럼”이라고 말을 보탰다.“앨범을 보다가 ‘그땐 그랬지’ 하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도, 눈물 터질 때도 있잖아요. 요즘의 ‘스토리’가 저에게 딱 그래요. 톰이 삶의 이유이고 존재이유인 앨빈 같은 존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앨빈을 너무 크게 생각하나봐요. 분명 제 주변에 앨빈 같은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모든 부분의 앨빈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에 각각의 앨빈이죠.”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이어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고 일적인 부분에서 용기를 북돋워주는 앨빈이 있다”며 “하지만 ‘스토리’의 앨빈처럼 모든 걸 다하는 앨빈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어쩌면 토마스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모습일지도 모를 앨빈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대사 “너 도대체 왜 그래?”와 “너 왜 그랬니, 앨빈?”에 대한 의미를 짚기도 했다.“제가 연기하는 토마스가 생각하는 앨빈은 나를 괴롭히는 대상, 나를 다그치고 힘들게 하는 존재 혹은 악마로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원망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너 도대체 왜그래?’는 진짜 생각을 오래 했어요. 단순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이러면 안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제(톰)가 어떻게 해줄 수도 없는데…너무 속상한 거예요.”그 속상함은 “왜 내가 이렇게 행동하게 만들고 다그쳐!” “왜 평범하질 않고 사람들 앞에서는 이상한 아이여야 해” “나는 최선을 다해서 네 옆에 있어줬어” 등 원망으로 생각의 가지를 쳐가기도 한다.고영빈은 “심지어 마지막에는 신경을 막 건드리는 악마, 마귀 같은 존재로 다가올 때가 있다”며 “그래서 ‘왜 내가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고 생각해’라는 앨빈에게 던지는 ‘너 왜 그랬니, 앨빈?’도 저는 원망”이라고 털어놓았다.“저(톰)는 (앨빈이) 뛰어내렸을 거라고 믿고 있거든요. 한두번 보여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극에서는 ‘날아오르고 싶다’는 앨빈을 딱 한번 보여주지만 늘 그랬을 것 같거든요. 어려서부터. 그 어린 나이에 다리에 오른 앨빈을 보며 ‘위험해, 내려와’를 반복하다가 (극 중 장면으로 등장하는) 고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본 걸 거예요. 그러다 떨어진 거니까…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했니? 왜 그랬니? 그런 원망이죠.”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그렇게 토마스는 자신을 삶의 전부이자 존재 이유로 여겼던 친구의 부재를 인정하며 성장하고 “제 친구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라는 마지막 말로 앨빈의 송덕문과 더불어 오롯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저는 영혼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에 톰이 앨빈을 따라가도 상관없고 살아 있어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톰의 영혼은 행복해졌을 거고 늘 앨빈과 함께 할 거거든요. 그래서 행복했을 거예요. 톰은 분명.”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8 15: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글로컬 쇼케이스 ‘아몬드’ 김태형 연출과 ‘뱅크시’ 추정화 연출 “음악에 집중!”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쇼케이스 선정작 ‘아몬드’(왼쪽)와 ‘뱅크시’(사진제공=라이브)“캐릭터를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습니다.”-뮤지컬 ‘아몬드’ 김태형 연출“이번 쇼케이스는 신나고 박진감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을 위주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뮤지컬 ‘뱅크시’ 추정화 연출지난 13일 이음아트홀에서 진행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 4 쇼케이스 선정작 ‘아몬드’의 김태형 연출과 ‘뱅크시’의 추정화 연출은 한목소리로 음악을 이야기했다.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해외 진출에 방점을 찍는 뮤지컬 공모전으로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더뮤지컬이 참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15년 시작돼 네 번째 시즌을 맞은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그간 ‘팬레터’ ‘더 캐슬’ ‘마리 퀴리’ ‘더 캐슬’ 등을 배출했다.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쇼케이스 선정작 ‘아몬드’(사진제공=라이브)13일 쇼케이스를 진행한 ‘아몬드’는 손원평의 동명베스트셀러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이왕혁 작가의 대본에 ‘라흐마니노프’ ‘살리에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존 도우’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의 이진욱 음악감독과 ‘팬레터’ ‘히스토리 보이즈’ ‘마리 퀴리’ ‘오펀스’ 등의 김태형 연출이 힘을 보탰다.감정 조절과 공포·기억 형성 등을 관장하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 기형으로 무감정 상태인 윤재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부대끼며 성장하는 과정을 따른다.윤재는 ‘니진스키’ ‘경종수정실록’ ‘알앤제이’ 등의 홍승안, 윤재에 신경쓰며 자극하는 곤이는 문성일, 도라는 임찬민이 연기했고 허순미, 윤석원, 이한밀, 김효성, 김문학 등이 함께 했다.김태형 연출은 “윤재는 뇌 속 아몬드 정도 크기의 편도체 문제로 감정표현 불능상태”라며 “표현 뿐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윤재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일종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실험 같습니다.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비교해 감정이 없는 상태의 인간을 들여다 보는 것이죠. 그를 통해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비롯한 사랑과 공감, 교감 등이 없는 삶은 어떤지를 들여다 보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이어 “이런 캐릭터를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주인공과 대조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 상태를 들여다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종종 감정표현 불능상태인 윤재보다 더 비정하거나 감정이 배재된 혹은 지나치게 감정이 과잉된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쇼케이스 선정작 ‘뱅크시’(사진제공=라이브)또 다른 뮤지컬 ‘뱅크시’는 이름, 나이 등 그 어떤 것도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실존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소재로 한다. 부조리한 사회와 허영심 가득한 미술계를 향한 발차기와 비판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인간군상에 대해 다룬다. 김홍기 작가에 의해 쓰여진 대본이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 공모됐고 ‘인터뷰’ ‘스모크’ ‘루드윅: 더 피아노’ ‘블루레인’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으로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추정화 연출·허수현 작곡가가 힘을 보탰다.뱅크시 역에는 가수 출신의 테이가 캐스팅됐고 클라인은 김주호, 타일러는 조환지, 작가 김영한, 젊은 갑부 가람, 니콜은 이동수가 연기했다. 쇼케이스는 음악 위주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추정화 연출은 “하지만 ‘뱅크시’의 최종 목적지이자 하고 싶었던 말은 절대 권력과 싸우는 힘 없는 시민, 현대판 영웅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쇼케이스 작은 최종 선정 없이 두 편 모두 본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7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과거 70년을 회고하고 미래 30년을 준비하다”

국립극장이 15일 JW매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창설 70주년 기념사업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국립극장)“창설 70주년의 의미가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70주년을 회고하고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1950년 4월 29일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재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에 창설돼 다음날 유치진 작·허석 연출의 연극 ‘원술랑’으로 개관을 알린 국립극장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15일 JW매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철호 극장장은 이렇게 발표했다.그리곤 “그 어려운 1950년에 아시아 최초로 국립극장을 개관해 70여년 후 이런 위상을 굳혀오면서 공연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 선배들의 노력과 열정을 기리기 위한 헌정의 의미”로 창설 7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1950년 4월 30일 개막공연된 연극 ‘원술랑’(사진제공=국립극장)“민생이나 삶 자체가 힘들고 팍팍한 시절에 문화를 국가 미래 경쟁력으로 삼겠다고 전세계적으로 선언하고 국립극장과 예술단을 창립·유지한 문화의식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설 당시의 선언문을 보면 전세계를 상대로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렬한 마음을 읽을 수 있죠. 그런 마음에 답하기 위해 향후 100년까지 하나의 희망으로 엮고자 합니다.”이에 꼭 창설 70주년이 되는 4월 29일 달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국립극장·국립극단 70주년 기념식’을 치른다. 1부 기념식에 이어 2부에서는 국립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오페라단·합창단 등 국립예술단체가 함께 하는 통합 작품이 공연된다.김철호 극장장(사진제공=국립극장)이 공연에 대해 김철호 극장장은 “국립극장의 과거 공연과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공연예술의 위상, 미래 우리 공연예술의 진취적인 내용 중심으로 준비 중”이라며 “기조와 방향만 정해두고 통일성과 독창성을 어떻게 융합할지는 차후 논의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이 외에도 국립오페라단의 ‘빨간 바지’(3월 27, 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와 국립창극단의 ‘춘향’(5월 14~24일 달오름극장) 초연, 국립무용단 신작 ‘산조’(4월 18,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가 무대에 오른다.‘춘향’을 준비 중인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70년의 무게만큼 제대로 된 공연을 고민하다가 1962년 창극단 창단공연이었던 ‘춘향전’을 떠올렸다”며 “이번 ‘춘향전’은 제대로 꾸려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배우) 김명곤 연출을 모신 이유는 박초월 명창에게 몇 년 동안 소리를 배웠고 ‘서편제’ 각색, 출연도 했던 분으로 소리의 속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모성제, 마천제 등 판소리 제 중 가장 아름다운 운구와 소리 등 엑기스를 뽑아 12월에 김명곤 연출이 초고를 완성했어요. 1월 중 김명곤 연출, 김선국 작곡가와 논의 예정입니다.”국립무용단의 손인영 예술감독은 신작 ‘산조’에 대해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최진욱 안무가, 정구호 연출작으로 전통 산조의 다양한 장단에 현대적 감각 불어넣어 한국적 춤사위로 표현한다”고 소개했다.그리고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국립발레단의 ‘베스트 컬렉션’(5월 8, 9일), 국립합창단의 ‘베스트 컬렉션’(5월 15, 16일),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5월 22, 23일)이 이어지며 국립극단의 ‘만선’(4월 16~5월 2일 달오름극장), 국립국악 관현악단의 ‘시조 칸타타’(3월 26일 롯데콘서트홀), ‘2020 겨례의 노래뎐’(6월 17일 롯데콘서트홀) 등도 공연된다.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빨간 바지’에 대해 “1970, 8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로 인해 생긴 빈부격차 등을 익살스럽게 해학과 풍자로 버무린 신작”이라고 소개했다. ‘베스트 컬렉션’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받은 ‘원효’ ‘순교자’ ‘천생연분’ ‘처용’ 네 작품을 선별해 간단한 연출이 가미되며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오르고 가수들이 노래하는 갈라 형식으로 선보인다”고 전했다.국립극장이 15일 JW매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창설 70주년 기념사업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국립극장)6월에는 해외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플레이어스’ ‘마오 II’ ‘이름들’을 연달아 선보인다. 9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작품들에 대해 김철호 극장장은 “세계적인 평가와 국내 수요조사 등을 검토해 결정했다”며 “편편이 나뉘어 있어서 출입이 자유로운 열린 공연으로 관객의 선택에 의해 관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1997년 발레리나로서 활동하면서 가장 좋은 추억은 스튜디오”라며 “발레단 연습실이 한국무용단 연습실 코앞이었다. 발레 리허설을 하다 쉬는 시간에 한국 무용단 연습을 보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70주년을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극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많은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국립극장이 항상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계속 발전하고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극장이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7 14: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즐거움과 지금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의 공존…뮤지컬 ‘웃는 남자’

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왼쪽부터 우르수스 역의 민영기, 조시아나 김소형, 그윈플렌 규현·수호, 데아 강혜인·이수빈(사진=허미선 기자)“신의 위치가 좀 바뀐 부분이 있어요. 그로 인해 그윈플렌의 전체 여정이 잘 이어지는 것 같아요.”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초연에 이어 그윈플렌으로 다시 돌아온 박강현은 두 번째 시즌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뮤지컬 ‘웃는 남자’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서 ‘그 눈을 떠’를 시연 중인 그윈플렌 박강현(사진=허미선 기자)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휘청이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이 엮어가는 기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다.‘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으로 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왔다.박강현의 설명대로 재연에서는 그윈플렌이 자신의 실제 신분을 되찾고 상원회의에 참석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주장하는 ‘모두의 세상’에 이어 조시아나가 그윈플렌을 유혹하는 ‘아무 말도’ 등이 재배치되고 프롤로그 등의 속도가 조절됐다.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 참석한 엑소(EXO)의 수호 역시 “초연에 비해 극의 서사가 잘 정리돼 그 서사에 맞춰 집중하려고 했다”며 “인물의 서사나 표현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연습벌레 이석훈, 재밌는 에너지 규현, 무서운 성장세 수호, 거의 그윈플렌 박강현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전혀 다른 매력의 그윈플렌을 연기하는 박강현(왼쪽부터), 규현, 수호(연합)프레스콜에서는 ‘일단 와’ ‘대혼란을 무찌르다’ ‘나무 위의 천사’ ‘결투/웃는 남자’(규현·민영기·이수빈·신영숙·최성원·이상준·허재연 외), ‘내 안의 괴물’(신영숙), ‘캔 잇 비?’(Can it Be? 박강현), ‘눈물은 강물에’(강혜인·김경선·고예일 외), ‘모두의 세상’(규현), ‘그 눈을 떠’(박강현·김소향·최성원·이상준·김경선 외), ‘웃는 남자’(수호·김소향·이상준), ‘내 삶을 살아가’(김소향)를 하이라이트 시연했다.초연부터 조시아나와 데아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영숙과 이수빈은 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이 표현하는 그윈플렌의 전혀 다른 매력과 호흡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신영숙은 “딱 하루 쉬는 날도 연습할 정도로 이석훈은 연습벌레이자 안정적인 그윈플렌”이라며 “규현은 순간적인 재치와 순발력이 엄청나다. 순간순간 재밌는 에너지가 매력적”이라고 전했다.초연부터 함께 했던 수호에 대해서는 “이렇게까지 늘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성장했다. 사랑스러운 얼굴과 상남자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박강현은 “그윈플렌에 거의 빙의됐다. 박강현이 거의 그윈플렌”이라고 표현했다.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서 ‘나무 위의 천사’를 시연 중인 그윈플렌 규현과 데아 이수빈(연합)이수빈은 “초연부터 함께 했던 분들(박강현·수호)과는 좀더 디테일하고 따뜻해졌고 규현, 이석훈 배우 등과는 새로운 느낌을 더 받아서 좋은 연습과정이었다”며 “그만큼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조시아나로 새로 합류한 김소향은 규현, 수호, 이석훈 등 가수활동과 공연을 겸하고 있는 배우들에데 “운 좋게도 좋은 동생들과 공연을 해왔다. ‘웃는 남자’ 역시 연습실에 들어오면 이름표를 잊고 한 사람의 배우로서 임한다. 공연보다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 중 하나”라며 “연습실이 이 친구들 덕분에 활기차고 더 많은 것을 찾아가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 뿐 아니라 이수빈, 강혜인 등 신인배우들과 뮤지컬 배우들이 모든 사생활 접고 올인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솔로 바이올린의 활약과 묵직한 메시지 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 프레스콜에서 ‘일단 와’ ‘대혼란을 무찌르다’를 연달아 선보인 우르수스 역의 민영기(가운데)와 풀컴퍼니(연합)“우리 작품의 특별한 매력이자 감동적인 부분은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징적인 인물로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며 심리와 극의 흐름을 환벽하게 표현하고 있죠.”초연부터 페드로 역을 원캐스트로 소화하고 있는 이상준은 ‘웃는 남자’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하며 “음악을 극에 녹이는 훌륭한 방법”이라며 “관람하시면서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르수스 역으로 새로 합류한 민영기는 “이 작품의 주제가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다. 요즘 시대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설명했다.“많은 관객분들이 재밌게 보려고 오셨다가 가슴 한켠에 정의감과 따뜻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 같아요. 초연에서도 그랬지만 재연에서 전개를 좀 더 매끄럽게 했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즐거운 요소도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잘 전달되는, 요즘 잘 어울리는 작품 아닌가 싶어요.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에 경이를 표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5 14: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웃음 포인트’와 ‘귀여움’으로 무장한 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 규현·수호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규현(왼쪽)과 수호(연합)“부담감이랄 게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높으신 선배님이라 존경하면서 작품 잘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프레스콜에서 그윈플렌으로 새로 합류한 슈퍼주니어의 규현은 “초연의 박효신과의 비교에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곤 “박효신 선배님, 수호, 박강현 등 초연 배우들에게 장면마다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조언을 많이 얻었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웃는 남자’는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휘청이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이 엮어가는 기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다.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규현(연합)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왔다.‘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으로 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2016년 ‘모차르트!’ 이후) 4년 반만에 무대에 올라 지난주에 첫 공연을 했어요. 시작 전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리허설부터 함께 해주시는 배우들, 연출, 음악감독님 등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칭찬을 계속 들으니까 잘하고 있는 건가 싶었죠. 그분들 말을 믿고 했더니 만족할만한 무대를 한 것 같아요. 만족하면 안되는데 저는 첫 공연에 만족을 해버렸네요.”이렇게 전한 규현은 소집해제 후 첫 뮤지컬로 ‘웃는 남자’에 대해 “군 복무 중 재밌게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이돌그룹의 멤버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입이 찢어진 그윈플렌 분장에 대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신서유기)에서 하도 심한 분장을 많이 해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입을 찢든 파란 칠을 하든 감흥 없이 분장했다”고 털어놓았다.재연에서 우스수스로 합류한 민영기는 “저 나이에 나도 저렇게 열심히 했던가 반성했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칭찬했다.“규현이나 준면(수호)이나 아이돌 활동만으로도 바쁠 텐데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호흡할 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미리미리 연습해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이 자리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사랑스러운 수호, 감미로운 규현의 그윈플렌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의 수호(연합)“준면이를 고등학교 때부터 15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 뭘 하든 사랑스러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많이 하게 돼요. 연습할 대도, 사적으로도, 무대하는 걸 볼 때도요.”수호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전한 규현은 “왜 ‘면윈플렌’(김준면+그윈플렌)을 사랑하는지 알 것 같다”고 평했다. 더불어 자신의 그윈플렌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밝혔다.“개인적으로 즐거운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극 흐름에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관객들을 기쁘게 만들고 싶어요. 흐름에 괜찮은지 연출게 여쭙고 재밌는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 중이죠. 좀 더 웃음포인트가 있을 않을까 생각해요.”이렇게 전하는 규현에 대해 수호는 “좋은 뮤지컬 배우, 가수들이 많지만 제가 직접 들어본 목소리 중 가장 감미롭다”고 장점을 짚었다.“15년을 듣다보니 익숙해졌었는데 (‘웃는 남자’를 같이 하면서) 최근 가까이서 들으니 한국에서 손꼽히는 목소리가 아닌가 싶어요. 설득력 있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만의 그윈플렌 차별점은 막내다 보니 제일 귀여운 것 같아요. 형들이 귀여워 해줘서 그런 것 같고 그래서 연민이 더 느껴지지 않나 싶어요.”이어 수호는 바쁜 중에도 뮤지컬을 포기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수로 활동하고 배우로서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고 있는데 두 가지를 제가 사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노래와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컬은 저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에요.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죠. 더불어 뮤지컬은 콘서트에 비해 관객들이 가까이 있잖아요. 가까이서 많은 분들과 제가 하고 싶은 걸 표현한 후에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고 교감할 수 있는 건 특별하고 행복한 일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4 21:1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