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또 임금체불,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배우들도 모르게 8일 조기 폐막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사진제공=메이커스프러덕션)4월 19일까지로 계획됐던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이 8일 돌연 조기 폐막한 사실이 알려졌다. 8일 제작사 메이커스프러덕션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배우, 스태프, 관객 등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알렸다. 하지만 8일 공연 후 팬들을 만난 안재욱은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며 “갑자기 결정됐다”고 알리며 투자 문제를 언급했다. 하물며 8일이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홈즈 역의 안재욱을 제외한 배우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사진제공=메이커스프러덕션)안재욱에 따르면 자신을 빼고는 배우들 누구도 모르는 상태였으며 투자자 대부분이 빠져버린 상태에서 임금지불도, 신규 투자도 어려워졌다.공연계 임금체불은 기형적인 제작시스템에서 기인한다. 극이 흥행을 하든 그렇지 않든 투자원금 상환이 필수이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후의 수익도 배분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말 뿐인 ‘투자방식’으로 흥행부진, 투자 취소 등은 고스란히 빚으로 축적되고 배우, 스태프 등에 대한 임금체불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공연을 올려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최근의 ‘위윌락유’ ‘영웅본색’을 비롯해 ‘록키’ ‘두도시 이야기’ ‘완득이’ 등 공연계 임금체불, 공연 취소·중단 등의 흑역사는 꽤 길다.천정부지로 치솟는 출연료, 선불돼야만 하는 억대의 대극장 대관료, 원금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방식 등으로 인해 공연계 임금체불은 오랜 고질병이 돼버렸다.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으로 2014년 부제 ‘블러디 게임’으로 초연됐다. 미제사건으로 남은 ‘잭 더 리퍼’를 모티프로 자취를 감춘 연쇄살인마 잭을 불러내기 위해 심리전을 시작하는 셜록 홈즈(송용진·김준현·안재욱,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과 제인 왓슨(이영미·여은·최우리) 그리고 런던 경시청 클라이브 형사(산들·이지훈·켄) 등이 풀어가는 범죄 수사물이다.‘셜록 홈즈’ 시리즈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에드거 앨런 포’ ‘아이언마스크’ ‘드라큘라’ ‘메피스토’ 등의 노우성 연출, ‘마리 퀴리’ ‘곤 투모로우’ ‘서울의 달’ 등의 최종윤 작곡가 등이 함께 한 작품으로 2011년 ‘앤더슨가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초연되면서 뮤지컬 최초로 시즌제를 도입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9 22:12 허미선 기자

[Culture Box] 창작뮤지컬 ‘알렉산더’, 신인등용문 ‘베어 더 뮤지컬’

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알렉산더’ ‘베어 더 뮤지컬’(사진제공=MJStarfish, 쇼플레이)뮤지컬 ‘알렉산더’(4월 5~6월 14일 드림아트센터 2관)‘알렉산더’는 대학로에서 사랑받고 있는 ‘최후진술’ ‘해적’ ‘마마돈크라이’ ‘사춘기’ 등으로 호흡을 맞춘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 콤비의 다섯 번째 창작뮤지컬.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일등 조교사(경주마를 훈련시키고 마필의 경주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육·관리하는 전문가) 빌리와 천재 경주마 알렉산더의 운명적 만남과 끊어지지 않은 인연을 따른다.직업에 대한 회의로 마사에서 도망친 빌리가 마차를 끌던 알렉산더를 만나 다시 경마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타고난 경주마 알렉산더의 몸짓들과 경주 신들을 춤과 은유로 풀어낼 ‘알렉산더’의 음악은 재즈와 록이 가미될 것으로 알려진다. 뮤지컬 ‘알렉산더’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빌리 역의 강정우·t손지애·노윤, 알렉산더 김이후·김준영·박규원(사진제공=MJStarfish)연일 매진을 기록하던 전작 ‘해적’에서처럼 세 창작진은 ‘알렉산더’에서도 젠더프리(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일등 조교사 빌리 역에는 ‘더 헬멧’ ‘이블데드’ ‘이선동 클린센터’ 등의 강정우, ‘베어 더 뮤지컬’ ‘트레이스 유’ ‘해적’ ‘쓰릴 미’ 등의 노윤, ‘오디션’ ‘정글라이프’ 등의 손지애가 번갈아 연기한다. 천재 경주마 알렉산더에는 ‘최후진술’ ‘더 픽션’ ‘미아 파밀리아’ ‘리틀잭’ ‘환상동화’ ‘라흐마니노프’ 등의 박규원, ‘사랑은 비를 타고’ ‘세종, 1446’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의 김준영, ‘그리스’의 김이후가 트리플캐스팅됐다.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5월 28~8월 2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출연진. 상단 왼쪽부터 피터 역의 기세중·오승훈·정휘·김리현, 중 왼쪽부터 제이슨 역의 문성일·임준혁·홍승안·김진욱, 하단 왼쪽부터 아이비 역의 허혜진·임예진(사진제공=쇼플레이)‘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엘리자베스’ ‘마리 앙투아네트’ ‘킹키부츠’ 등의 박강현, ‘지킬앤하이드’ ‘레베카’ 인터뷰‘ ’더 라스트 키스‘ 등의 민경아 등 걸출한 신인을 탄생시킨 작품으로 2015년 초연돼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보수적인 가톨릭 고등학교의 동성연인 피터와 제이슨이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에 상처받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두 소년이 커밍아웃을 두고 벌이는 갈등과 방황, 그로 인해 상처 받는 또 다른 소년과 소녀의 비극적인 성장기가 록 넘버와 극 중 극 형태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실린다.지난 시즌에 함께 했던 정휘와 임준혁, 허혜진, 이동환이 각각 소심하고 평범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단단해지는 피터와 교내 킹카로 자신의 정체성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될까 두려워 방황하는 제이슨, 제이슨을 사랑하는 아이비, 그 아이비를 짝사랑하는 맷으로 다시 돌아온다.더불어 ‘배니싱’ ‘알앤제이’ ‘보도지침’ ‘그리스’ ‘환상동화’ ‘프리스트’ 등의 기세중과 연극 ‘렛미인’ ‘나쁜 자석‘ ’엠 버터플라이‘ ’에쿠우스‘를 비롯해 영화 ’메소드‘, 드라마 ’피고인‘ 등에 출연했던 오승훈이 피터로, ‘언체인’ ‘경종수정실록‘ ‘알앤제이’ ‘니진스키’ ‘나쁜 자석’ ‘미드나잇’ 등의 홍승안과 ‘팬레터’ ‘차미’ ‘트레이스유’ ‘어나더어스’ 등의 문성일이 제이슨으로 새로 합류했다.신인등용문 역할을 해온 작품답게 오디션에서 발탁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1500 대 1의 오디션으로 발탁된 김리현, 김진욱, 임예진, 유희지·정다예가 각각 피터, 제이슨, 아이비, 나디아로 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9 19:00 허미선 기자

[‘다’리뷰] 연극 ‘대신목자’…‘인간다움’에 대한 사색, 그에서 확장된 죄의식에 대하여

연극 ‘대신목자’(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인간다움’이란 생물학적 ‘종’(種)으로서의 인간이라고 해서 당연하게 갖추게 되는 미덕이 아니다. 어쩌면 ‘미덕’이 아닐 수도 아니다. ‘인간다움’이 ‘미덕’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중 으뜸은 ‘인간’이며 모든 것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오만’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레이디 맥베스’ ‘엄마 이야기’ ‘하나코’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인간의 심연을 탐구했던 한태숙 연출이 5년만에 대본까지 쓴 신작 ‘대신목자’(3월 16~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는 그 인간다움 그리고 그에 대한 사색과 고찰에서 확장된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연극 ‘대신목자’(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극 전체를 짓누르는 상실감과 죄의식, 현실의 잔인함과 이기심은 인간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다. 인간과 늑대의 교감으로 발현되는 극의 심연은 변함없이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을씨년스럽고 기괴하다. 여기 ‘컹수’(김도완)라 불리는 늑대가 있다. 그 늑대는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인간들에 의해 동물원 우리에 갇혔다. 그 늑대가 자신을 조롱하는 어린아이의 팔을 물어뜯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컹수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컹수를 “얘”라고 부르며 긴밀하게 교감했던 사육사 유재(전박찬)와 수사관(서이숙)이 심리를 진행하는 동안 종으로서의 늑대가 가진 본성과 폭력성, 이종간의 교감을 두고 설전이 벌어진다.“늑대를 죽여야 한다” 들끓는 여론, 그 여론에 동물원 관계자들은 “사살로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 “그래도 오래 함께 했는데 사살은 너무 하다” 등 저마다의 주장을 펼친다.유난히 긴밀했던 유재의 실수로 컹수가 탈출하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풀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지고 또 다시 수사관과의 대면. 또 다시 종으로서의 인간과 늑대의 교감에 대한 설전이 이어지고 다시 한번 여론이 들끓는다.그 여론은 이제 컹수를 일부러 풀어줬다고 의심받는 유재를 향한다. 유재를 중심으로 또 다시 펼쳐지는 갑론을박. 유재의 고의성을 밝혀내려는 수사는 그의 가족과 동료, 주변인물로 확대된다. 아이를 산에 내다 버렸던 유재의 모친(성여진),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남겨진 한진부(김은석), 유재의 고의성과 컹수에 대한 감정, 그들의 처리에 대한 의견들이 또다시 얽히고설킨다.연극 ‘대신목자’(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그 과정에는 저마다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버린 데 대한 자책과 버림받은 존재들 간의 유대가 스민다. 이혼으로 꽤 오래 만나지 못했던 딸아이가 함께 찾은 동물원에서 팔을 물어뜯긴 데 대한 아버지의 미안함은 분노의 형태를 띤다. 산에 아이를 내다 버린 기억으로 넋을 잃은 모친은 강박적으로 애완견 ‘목자’의 안전과 울음소리를 살피고 가족을 잃은 한진부에 추파를 던지며 또 다른 관계를 갈구한다. 한진부는 그런 모친에 과거와 현실의 경계를 어정쩡하게 서성인다. 여론에 귀 기울여 컹수를 사살해야한다던 사육사 귀옥(박수진)은 여자라는 이유로 컹수 사살 작전에서 배제되면서 입장을 전환한다.컹수에게서 유재로, 또 다시 유재에서 주변인들로 ‘갑론을박’의 대상이 확대되는 일련의 과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누구나 그 ‘갑론을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어쩌면 극 중 인물들은 때로는 버리고 버림 받는가 하면 때로는 관계맺기에 나서거나 혼자 남겨지는 누구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연극 ‘대신목자’(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앙상한 나뭇가지들로 뒤덮인 숲, 우리에 갇힌 듯한 취조실 등 분리된 듯 보이던 공간은 극이 진행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컹수의 민가 습격 소식에 목매 ‘목자’를 부르는 모친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유재, 그의 모습에 “진짜 내 아들”이라고 안도하는 모친. 모친이 그토록 안위를 걱정하던 목자와 버림받은 기억을 안고 척박하게도 살아가는 유재의 경계 역시 모호해진다. 극 시작 종의 분류에 따라 명확하게 달리 취급되는 듯하던 짐승 컹수와 인간 유재는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컹수처럼 사라진 유재와 컹수의 교감, 컹수의 죽음, 그 유재가 컹수와 다르지 않게 취급되는 과정을 따르는 극은 ‘한태숙다운’ 방식으로 묻는다.인간과 인간의 교류가 반드시 ‘인간답다’ 할 수 있을까.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긴밀한 교감이 인간답지 않다 단언할 수 있을까. ‘종’으로서의 인간과 존재론적인 ‘인간’의 경계는 무엇으로 명확해지는가. 그 모호해진 경계,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나로 존재하는가. 생각의 가지들은 그 물음들로 끊임없이 또 다른 가지를 치고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한다. ‘종의 기원’처럼 늑대 컹수에서 시작해 유재로, 주변인들로, 또 그들과 관계한 이들에게로, 그 확장과 변이, 진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통해 더 많고 깊은 사색으로 가지를 뻗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7 15: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에스프레소’ 누나 김수하, ‘아이돌’ 동생 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처음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는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뮤지컬이라는 자체가 낯설었고 동화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 출연을 고민하는 이준영을 무대 위에 오르게 한 이는 소속사 NH EMG의 김남희 대표였다. 이준영은 “저희 대표님이 누나(김수하) 팬이셨다.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 누나의 영상, 뮤직비디오 등을 다 볼 정도”라며 “저는 고민을 엄청 하고 있는데 저희 대표님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털어놓았다.‘스웨그에이지’는 조선시대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으로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멤버이자 ‘부암동복수자들’ ‘이별이 떠났다’ ‘미스터 기간제’ 등의 이준영이 처음 무대에 오른 뮤지컬 데뷔작이자 2015년 한국 배우 최초로 런던 웨스트엔드 ‘미스사이공’ 여주인공 킴으로 활약한 김수하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유키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저에겐 싫어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하는,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요. 그 꼬리표에 따라오는 편견, 선입견 등이 무서웠고 싫었죠. (아이돌그룹 멤버였다가) 드라마를 처음 할 때도 그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 꼬리표를 이제야 간신히 뗐는데…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또 시작해야한다는 게 힘에 부쳤죠.”수많은 고민 끝에 오른 뮤지컬 무대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준영은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고 제 팬이 되셨다고 팬사인회에 오신 분들도 계시다”며 “너무 신기했고 감사했다”고 전했다.“저 역시 (이)준영이랑 다르면서도 비슷해요. 준영이는 ‘아이돌’이라는 꼬리표가 있다면 저는 ‘웨스트엔드에 처음 진출한 여배우’라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수식어가 있죠. 심지어 첫 연습 때 누군가는 ‘수하, 칼국수 먹어 봤어?’라고 묻기도 하셨어요. 하지만 제 외국생활은 4, 5년 정도고 한국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았거든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이렇게 전한 김수하는 “외국 생활이 어땠는지 정말 궁금해서, 긍정적으로 물어보는 분들도 있지만 실력이 아닌 동양적인 외모 때문에 웨스트엔드에 갔다는 편견의 시선도 있었다”고 전했다.“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하면 그 편견을 깰 수 있을까, 한국 관객들에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엄청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준영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동질감을 느꼈죠. 얘기도 많이 했고 도와주고 싶었어요. 준영이가 뮤지컬에 왔다가 후회하거나 ‘별로’라는 마음이 들지 않게, ‘좋은 데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자못 진지하게 “성공했다”며 웃었다. 그리곤 “뮤지컬이 싫기 보다는 저 역시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 같다”며 “뮤지컬 쪽에서 아이돌 캐스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고민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반성했어요. 그 역시 제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도, 연기도, 춤도 좋아해서 도전했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을 얻게 됐어요. 뮤지컬로 저를 알게 되고 사랑해주시는 분들,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준 우리 배우들…그 사람들 덕분에 제 인생 일부가 바뀌기 시작하기도 했죠. 전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도 해봤거든요.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음식을 시켜 먹는, 그런 것들요.”소소한 일상의 변화, 인식 전환 등의 가치를 전한 이준영은 “그간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같이 해보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즐겁고 감사하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전 진짜 아무 것도 한 게 없어요. 제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창작진들, 배우들이 저를 너무 잘 이끌어주셔서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에 편해질 수 있었죠.”◇‘아이돌’ 그리고 ‘웨스트엔드 출신’이라는 꼬리표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처음엔 누나가 너무 조심스러웠습니다. 누나가 연습 때 목도리를 칭칭 두르고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거예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저러는구나 싶었죠.”이준영의 귀띔에 김수하는 “그 에스프레소에는 오해가 있다. 2년 동안 영국투어를 하면서 매일의 패턴이었다”며 “사실 저는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아예 마시지도 않을 정도”라고 토로했다.“그때는 아침에 잠을 깨야 해서 에스프레소를 마셨어요. 공연 전에는 화장실 문제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가 없어서 에스프레소를 마셨죠. 킴이라는 역할이 무대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거든요. 그렇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습관이 돼 버렸죠. 투어는 한달에 한번씩 장소가 바뀌다 보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마셨던 게 에스프레소 같아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김수하의 에스프레소는 낯선 영국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제대로 공연을 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었고 그의 표현대로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이준영은 “누나가 영국에서 왔다고 하니 에스프레소가 보였다. 이 역시 편견이었다”며 “되게 멋있어 보여서 우리도 마셔볼까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처음엔 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건지 물어보는 게 실례일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지금 물어봐도 되나, 더 친해져야하나…저희끼리는 회의도 했죠. 좀 친해진 후에 (이)휘종이 형이랑 같이 가서 물어봤어요. 이유를 듣고 나니 되게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리곤 “한국인 여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면서 길을 개척했으니 대단하고 멋있지만 그 만큼 외롭고 상처도 많았겠다 싶었다”며 “저도 연습생 생활을 거쳐 18세에 데뷔해 활동하면서 많이 외로웠다”고 동질감을 표했다.“그런데 누나는 되게 밝아요. 처음엔 상처를 가리려고 밝은 척을 하는 건가 했는데…본체 자체가 순수하고 밝죠. 공연을 할 때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맞춰줄게’라고 해요. 저 역시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라고 하죠.”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도 “TV에서만 아이돌그룹들을 봤을 때부터 늘 느꼈던 건 ‘불쌍하다’였다”며 “근데 그 ‘불쌍하다’는 표현은 아이돌들 중 아는 사람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이 역시 편견”이라고 털어놓았다.“초연 준비 당시 두 번째 모인 연습실에서 준영이 혼자 춤추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저는 투어 당시 한회 공연을 위해 하루를 보냈어요. 매일의 루틴이 있었고 공연을 위해 운동하고 먹고 쉬고 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돌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외에 인터뷰, 예능 및 쇼 프로그램 출연 등 다른 스케줄들이 너무 많잖아요. 게다가 대중들은 늘 완벽한 무대를 원하잖아요. 그래서 준영이한테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어봤죠.”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질문에 이은 “고생이 많겠다”는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말을 잇지 못했단다. 이준영은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드물었다. 모두가 아이돌들은 예민하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런데 저는 왜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고 전했다.“저는 좋아서 하는 일이거든요.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죠. 하지만 처음엔 당당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이 판이 내 판이 아니니까요. 밉보이고 싶지 않았고 당장은 이 사람들이랑 친해져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얘기 안하고 지내다가 친해지고 나서 누나한텐 얘기했죠. ‘난 내 직업 되게 좋아’ ‘남들이 불쌍하게 보는 건 솔직히 속상해’라고요. 원래는 그런 말들이 되게 속상한데 누나랑은 다 얘기하게 돼요. ‘이런 건 힘든데 또 이런 건 되게 좋아’라고요.”그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 두 사람은 이준영의 말처럼 “틀린 게 아닌 다른”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맞춰가면서 ‘절친’이 돼 있었다.◇김수하, ‘레미제라블’ 에포닌과 ‘해밀턴’을 향해! 주어진 일에 감사를…이준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국내든, 영국이든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어요. 언어, 인종 등 장벽이 있어서 어렵겠지만 벽에 닿는 순간까지는 해보고 싶어요.”그리곤 김수하는 하고 싶은 캐릭터로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을, 작품으로는“준영이도 좋아할 게 분명한” 랩뮤지컬 ‘해밀턴’을 꼽았다. 이준영은 4월 방송예정인 SBS ‘굿캐스팅’에 이어 태권도를 소재로 한 ‘나래, 박차 오르다’, 밴드 이야기를 다룬 ‘아이돌 주치의’ 등의 드라마 촬영에 돌입한다.“작년까지는 목표를 엄청 세웠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목표를 안세우기로 다짐했죠.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은 너무 좋고 행복한데 못이뤘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원인은 너야’ ‘너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 성격이다 보니 저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해요. 그 목표 때문에 저를 너무 힘들게 하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주어진 일에 감사하면서 살기로 했죠.”이어 “하지만 후회는 안하고 싶다”며 “남은 공연도, 방영되고 촬영에 들어갈 드라마들도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면서 건강하게만 보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올해는 그거면 충분한 것 같아요. ‘굿캐스팅’은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 누나가 국정원 요원인데 저는 인영 누나 상대역이에요. 진짜 한류 대스타 역을 맡았죠. 제가 너무 싫어하는, 저랑 결이 너무 다른 부류라 힘들었어요. 그렇게 살아본 적도, 대우를 받아본 적도 없지만 저 진짜 다짐했어요. 나중에 인기가 많아지더라고 이 인간처럼은 절대로 안살겠다고.”뮤지컬 무대 경험만을 가진 김수하는 TV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제가 영화를 찍은 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해본 작업이 전부”라고 토로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위)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준영이가 뮤지컬에 처음 왔을 때 그랬을 것 같아요. 저는 영화도, 드라마도, TV 프로그램도 안해 봤으니까요.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겠지만 저에 대한 의심이 있습니다.”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또 시작이다. 만날 이래요. 잘 할 거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래요”라고 퉁바리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면 누나랑 같이 가고 싶어요. 잘 할 것 같거든요. 끼가 넘쳐, 그대는!”◇좀 놀았으면 좋겠는 동생 이준영,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는 누나 김수하“사람 냄새 나는,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길 바라죠. 인위적인 건 별로거든요. 제가 사실적이고 솔직했으면 좋겠어요.”사람 냄새나는,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준영에 김수하는 “할머니가 되도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를 꿈꾼다”며 “나잇대에 맞는 역할을 차근차근 많이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이준영에게는 “좀 놀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그 동안 이 얘기를 얘(이준영)한테 안한 건 분명 그러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준영이가 좀 놀았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가고 생각 없이 바닷가에 누워 책도 읽고 쉬면서요.”진심어린 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저에겐 드물게, 최단기간에 친해진 누나”라며 “그럼에도 내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많이 털어놓는 사람이라서 누나한테 정말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그러니까 누나도 힘든 게 있으면 저한테 얘기를 했줬으면 좋겠어요. 누나랑 이번 작품을 또 같이 하게 된 걸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 중 누나가 노래를 제일 잘 하거든요. 제가 누나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소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대성하라! 김수하, 여배우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6 20: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준영과 김수하 “서로 앞에서만 단이 되고 진이 되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전 단이랑 정말 달라요. 평소 성격은 굉장히 차분하고 진지하고 고민도 되게 많은 사람이거든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4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에서 단으로 출연 중인 이준영은 “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에 진 역의 김수하 역시 “고민이 너무 많다”고 동의를 표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림을 그리고 작곡도 하다 보니 혼자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혼자 책 보는 시간도 많고 노트북을 들고 혼자 카페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잘 사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괜히 좋고 설레죠.”그리곤 “제가 고민들을 얘기하는 사람은 누나밖에 없다”며 “진짜 진지하게 잘 듣고 얘기를 해줄 때도 있고 쓴소리를 해줄 때도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김수하가 “(이준영이) 곡 작업한 걸 들려주기도 한다”고 귀띔하자 이준영은 “누나랑 단이들(양희준·이휘종), 호로쇠 (장)재웅이 형이랑 얘기를 많이 했다. 다들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 하지만 15년 전 역모 사건으로 시조는 세도가들의 전유물이 됐다. 자모의 아들로 이리저리 혼자 떠돌던 단(이준영·양희준·이휘종,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이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을 돕는 국봉관 주인 진(김수하·정재은)과 십주(이창용·이경수),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 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흥겨운 세태풍자극이다. 15년만에 조선시조사랑이 열리면서 유약하고 무능한 왕(주민우) 앞에서 현재의 시조대판서로 조정의 실권자인 홍국(임현수·최민철)과 단을 필두로 한 골빈당의 진지하지만 흥겨운 한판승부가 펼쳐진다.◇진 같은 단과 단 같은 진 “서로 앞에서만 단이 되고 진이 되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만취해서 까부는 단 연기도 진짜 힘들어요. 전 술에 취하면 조용해지거든요. 그나마도 작년에 끊었지만요. 묵묵히 계속 마시다가 취하면 집으로 사라지죠.”이준영의 말에 “그런 건 또 몰랐네요. 제 앞에서는 장난도 잘 치고 그래서”라며 신기해하는 김수하. 이에 이준영은 “단 같지 않은 때를 누나가 좀 많이 봤다”고 대꾸했다.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저는 무대에서 하나도 풀리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평소 흥과 장난기가 넘치는 김수하에 대해 이준영은 “분장실에서 30분 동안 혼자 상황극을 하고 무대에 올라간다”고 귀띔했다.“그냥 노는 거예요. 한번은 너무 놀아서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님이 진짜 진지하게 말씀을 해주신 적도 있어요. ‘진이가 너무 논다. 진이는 백성들을 놀게 해줘야 한다’고. 저도 모르게 안풀린 것들이 있다 보니 백성들과 ‘놀아보세’를 하면서 너무 놀았나 봐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그리곤 “내가 단이를 했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묻는 김수하에 이준영은 “완벽해요. ‘조선스웨그’가 진짜 잘 어울릴 걸요. 장난기가 진짜 많고 잘 놀아요!”라고 감탄했다.“반대로 전 완전 진이 성격이에요. 걱정 많고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하고 서포트 해주고…. 저 초연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술 마시고 (같은 단 역의 이)휘종이 형한테 전화해서 ‘진짜 못하겠다’고.”이준영의 토로에 김수하 역시 “저는 감정이입을 되게 빠르게 잘하는 편”이라며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너무 힘들다. 감정 이입해서 같이 오열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특히 진이는 마지막에 ‘역적의 딸로 살겠다’며 아빠 홍국을 따라 나갈 때가 클라이맥스예요. 그래서 그 전까지 진이는 울면 안되거든요. 그런데 십주 삼촌이 끌려 나갈 때, 아버지가 독선적일 때 등 순간순간 너무 이입을 하니까 계속 눈물이 나요. 연출님도, 대표님도 ‘진이의 눈물은 피눈물’이라며 ‘진이의 눈물은 그런 의미라 계속 참다가 마지막에 터뜨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죠.”그렇게 잘 노는 게 힘든 단 이준영과 차분한 게 힘든 진 김수하는 서로 앞에서만 “장난꾸러기 단이 되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진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시조란…이준영의 소망, 김수하의 자유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장면(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저에게 시조는 ‘자유’ 같아요. 그냥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모든 걸 억압하는 느낌, 내 마음대로 옷도 못입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진이나 단이의 감정이 너무 이해돼요.”‘스웨그에이지’ 중 ‘시조’는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자 백성들을 탄압하는 수단이며 상징이다. 그 상징적 의미를 지금에 빗댄다면 ‘시조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김수하는 “자유”, 이준영은 “소망”이라고 답했다. “노래 가사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너무 예쁜 사랑을 보면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잖아요. 그 ‘해보고 싶다’는 건 사람마다 다르죠. 누나한테 ‘노래하지 마’, 저한테 ‘춤 추지마’랑 같은 거예요. 너무 억울하고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죠.”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위)와 단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이어 이준영은 “조선시조자랑 후에 ‘난 말이야’에서 너른 대궐, 꽉 찬 곡간, 논 열 마지기, 소 열두 마리…백성들도 술술 다 얘기한다. 시조를 못하게 한다는 건 그런 소망, 바라는 것들을 다 뺏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가 바라고 원했던 것들을 15년 동안 못하게 해버린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느낌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시조를 ‘소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자유’와 ‘소망’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김수하는 2년을 꼬박 ‘미스사이공’의 킴으로 영국투어를 다니면서 느꼈던 답답함과 불행했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딱 1년이 되는 순간 너무 하기가 싫은 거예요. 투어 전에 1년을 더 했었으니 웨스트엔드에서 2년차가 되던 시점이었죠. 그 순간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인데 그게 너무 하기 싫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서 울면서 했거든요. 매일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위해 먹고 운동하고 잠자고 쉬는, 모든 것이 돌아가던 때였어요. 일주일에 하루 쉬는 그 일상이 아직도 1년이 남았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죠.”당시를 김수하는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왜 여기서 이걸 해야하는 걸까…그런 마음들이 자꾸 들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숨이 막힌다”고 회고했다. 그런 김수하에 이준영이 “얻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건넨다.“맞아요. 그것도 어느 순간 지나가더라고요. 계속 하다 보니 극복이 됐어요. 어쩌면 언제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스스로 잊은 것도 같아요. 그냥 극복해야 하니까 극복했던 것도 같아요.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지나가고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왔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6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가벼운 수다’로 시작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무게를 더하고 의미를 재탄생시키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허미선 기자)“처음 시작은 무대 위에서 수다를 떨면서 재밌게 놀자고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의미가 더해지는 느낌이에요.”2년만에 대학로 무대로 돌아온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3월 29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의 이기쁨 연출은 극의 변화에 대해 “의미의 재탄생”이라고 답했다. 4일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이기쁨 연출은 2016년 산울림고전극장으로 초연된 이래 변화점에 대해 “그간 대본을 조금씩 수정했고 결말도, 디테일이나 대사도 바뀌었지만 이번 시즌은 큰 수정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다만 저도, 배우들도 대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똑같은 텍스트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새롭게 재탄생시킨다는 데서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허미선 기자)이기쁨 연출의 전언처럼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사랑과 질투의 여신이자 결혼의 수호신 헤라(한송희),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이주희), 사냥·숲·달·처녀성의 여신 아르테미스(김희연)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헤라를 연기하는 배우이자 작가 한송희는 “초연 당시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가 그리스로마신화였다. (이기쁨) 연출님과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면 어떨까에 대해 꾸준히 얘기해오던 때였다”고 털어놓았다.“먼 옛날 얘기라고 생각하면 안와닿지만 지금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황당한 일들, 신화를 보는 제 반응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여신이지만 현재를 사는 여자들을 닮은 이들이 사랑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죠.”이렇게 전한 한송희 작가에 이어 아르테미스 역의 김희연은 변화점에 대해 “초연 당시 작가의 의도는 신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나누는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당시 각자 인물 특성을 다르게 찾으려는 배우의 본능이 아르테미스를 좀 낮게 위치하는 식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공연이 반복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게 되면서 비등한 관계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그렇게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고대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시간의 흐름, 각종 사건, 그로 한한 시대와 사회의 변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 등이 켜켜이 쌓여 지금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했다.한송희 작가는 “시작할 때부터 페미니즘적인 작품을 쓰자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간 남자들 얘기가 너무 많았다”며 “알던 얘기지만 여성 시각으로 신화를 풀면 늘 똑같던 이야기도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지난 4년 사이 미투(나도 고발한다)도 있었고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불거지고 공론화됐어요. 미투든 페미니즘이든 갑자기 터진 게 아니라 여성들 마음 속에 늘 있던 불평등과 불합리 등이 터져나온 거죠. 그런 과정에 동시대 사람들이 같이 느낀 것 같아요. 저한테도 언어로서, 개념으로서의 지식은 없었지만 사회를 바라보면서 불합리, 모순 등에 대한 의식은 있었거든요. 이 작품 역시 여러 가지 생명력으로 다시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창작진과 출연진. (사진=허미선 기자)꼭 지켜져야 할 약속 ‘결혼’, 욕정과의 구분이 어려운 ‘사랑’,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모두와 관계를 끊어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관’, 헤라·아프로디테·아르테미스 세 여신이 자신의 진짜 모습과 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하지만 저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의 무게와 의미, 어떻게 그것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다르지 않다. 이는 비단 극 중 여신들의 고민만도 아니다. 이기쁨 연출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아직도 그 무게를 느끼기에는 먼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 관계 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털어놓았다.“공연을 만드는 저희도 그 의미와 보편성을 찾아가는 것처럼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5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문학작품’ 뮤지컬로 변주되다! ‘데미안’ ‘비아 에어 메일’

뮤지컬 ‘데미안’과 ‘비아 에어 메일’(사진제공=컨텐츠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방탄소년단의 2016년 앨범 ‘WINGS’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그 유명한 소설 ‘데미안’과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두 번째 작품 ‘야간비행’이 뮤지컬로 변주된다. ‘데미안-폐허에서 빛나는 별’(3월 7~4월 26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이하 데미안)과 ‘비아 에어 메일’(Air Via Mail, 3월 7~1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급격한 발전으로 변화 속도 또한 빠른 세상에서 존재론적 측면에서의 자아를 찾고 자신의 꿈에 다가서려는 이들의 이야기다.뮤지컬 ‘데미안’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인지, 김바다, 전성민, 유승현, 김주연, 김현진(사진제공=컨텐츠원)‘데미안’은 고정된 배역 없이 두 명의 배우가 싱클레어도 되고 데미안도 되는가 하면 불량한 친구 크로머,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싱클레어의 아버지 등도 되는 독특한 형식의 2인 뮤지컬이다. 캐릭터들은 남녀 구분도 없다. 남다른 감수성과 예민함의 소유자인 소년 싱클레어, 그의 성장 길잡이가 돼주는 데미안은 선과 악을 넘어 오롯이 나로서 성장하는 여정을 함께 한다.대학 동기로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으로 호흡을 맞춘 오세혁 작가와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의 콤비작으로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쓰릴미’ ‘아랑가’ 등의 이대웅 연출이 힘을 보탠다.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난설’ ‘마리 퀴리’ ‘언체인’ 등의 정인지, 최근 드라마 ‘본대로 말하라’의 ‘그놈’으로 눈길을 끌었던 ‘오펀스’ ‘나쁜 자석’ ‘벙커트릴로지’ 등의 김바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브라다스 까라마조프’ ‘리틀잭’ ‘달과 6펜스’ 등으로 오세혁 작가·다미로 음악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유승현, ‘베르나르다 알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의 전성민, ‘쓰릴미’ ‘영웅’ ‘마이 버킷리스트’ 등의 김현진, ‘낙랑긔생’ ‘줄리앤폴’ ‘시련’ ‘인터뷰’ 등의 김주연이 출연한다.‘비아 에어 메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지원사업인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다. 항공 우편 조종사였고 아르헨티나 항공 우편 회사(Aeroposta Argentina Company)의 관리자로 일하기도 했던 작가 생텍쥐페리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야간비행’과 1920년대 항공 기록, 비행사들의 운항 일지 등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예상치 못한 태풍에 휩쓸려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되는 항공우편기 파일럿 파비앙과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노래로 풀어내고자 하는 작곡가이자 파비앙의 아내 로즈, 기술발전과 고도화된 문명사회에서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 메일 보이 그리고 파비앙의 든든한 지원군인 리베르 항공우편국 리비에르 국장의 이야기가 5인즈 라이브밴드 사운드에 실린다.뮤지컬 ‘비아 에어 메일’(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자, 일상을 지키고자, 꿈에 닿고자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소멸과정을 통해 과당경쟁으로 발전하는 사회, 최첨단화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 ‘환상동화’ ‘귀환’ ‘알앤제이’ ‘프라이드’ 등의 김동연 연출작으로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쓰릴미’ ‘시라노’ ‘키다리아저씨’ 등의 송원근, ‘리지’ ‘시라노’ ‘시데레우스’ 등의 나하나, ‘톡톡’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의 황만익, ‘빨래’ 등의 김유정이 출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4 17:00 허미선 기자

[‘다’리뷰] 웨버의 명불허전 록 넘버들, 제대로 임자를 만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공연사진(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김성수 음악감독의 지휘로 무대 위에 배치된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핏빛 ‘오버추어’(Overture). 곧바로 “죽음보다 위대한 인간의 길”에 대해 노래하는 유다(차지연·한지상·박강현·윤형렬, 이하 관람배우·공연일 순)의 첫곡 ‘마음 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부터 길고도 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성스러운 신의 아들과 ‘인간’으로서의 발 딛은 지저스, 그를 경배하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제자 유다, 지저스에게 유일하게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매춘부 마리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무기력한 지도자 빌라도, 유흥과 욕망을 탐닉하는 척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유대의 왕 헤롯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과 극한의 록 넘버들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팀 라이스(Timothy Miles Bindon Rice)의 이름값으로 무장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5년만에 콘서트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났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공연사진(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캣츠’ ‘오페라의 유령’ ‘요셉 어메이징’ ‘에비타’ 등의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브로드웨이 첫 진출작으로 한국에서는 1980년 초연돼 2015년까지 공연됐다. 이상과 현실을 상징하며 갈등하고 고민하는 지저스와 유다, 매춘부 마리아와 겟세마네 동산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가치관들, 예수를 향한 음모 그리고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그의 최후 등이 극단적이지만 매력적이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록 넘버들에 어우러진다.오케스트라와 10개 안팎의 스탠드 마이크, 드라마의 일부를 덜어내고 ‘마음 속의 천국’을 시작으로 그 유명한 ‘겟세마네’(Gethsemane), ‘수퍼스타’(Supestar), ‘모두 잘될거야’(Everything’s Alright), ‘마지막 만찬’(The Last Supper) 등 주옥같은 넘버 전곡을 선사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2월 28~3월 1일 LG아트센터)는 시작부터 좌중을 압도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중 ‘오버추어’(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앙상블 배우들 중 다소 아쉬운 이들도 없진 않다. 극적 요소 대부분이 배제된 채 넘버로만 꾸리면서 극 구성 역시 다소 밋밋해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위험요소들은 안정과 파격의 영리한 조화로 상쇄한다. 그 조화의 핵심은 오케스트라가 표현하는 클래식하면서도 록적인 사운드, 화려한 조명 그리고 안정감과 파격을 넘나드는 배우들이다.2013년부터 지저스와 유다로 분한 마이클리와 한지상·윤형렬, 마리아 정선아·장은아, 빌라도 지현준·김태한, 헤롯 김영주가 극을 단단히 한다면 유다로 새로 합류한 차지연·박강현 그리고 헤롯 유승엽은 ‘파격’을 책임진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의 파격적인 유다 차지연(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광화문연가’의 시간여행 가이드 월하, ‘더 데빌’의 선악을 상징하는 X화이트와 X블랙으로 무대 위 ‘젠더프리’(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앞장섰던 차지연은 이번에도 ‘파격’의 주인공이다. ‘마음 속의 천국’ 단 한곡으로 지저스와 유다의 찻잔 속 폭풍과도 같은 갈등과 동지애를 섬세하게 표현한 차지연이나 최근 ‘웃는 남자’ ‘엘리자베스’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은 박강현의 유다가 파격이라면 한지상·윤형렬, 마리아 정선아·장은아 등은 안정성을 확보한다.특히 원캐스트로 무대에 선 마이클리는 지저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우팅과 속살거림을 극단적으로 넘나드는 넘버 소화력은 물론 믿었던 제자의 배신, 군중의 환호와 힐난 사이에서 고뇌하는 신의 아들로서의 성스러움과 인간다움을 섬세하게도 풀어낸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지저스 역의 마이클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지저스 역의 마이클리와 유다 역의 차지연 뿐 아니다.마리아 정선아는 군중들의 죄를 짊어진 채 번뇌하는 지저스의 유일한 안식처로서의 성스러움과 위안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혼란에 휘청거리기도 한다.‘콘서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빌라도, 헤롯 등을 연기하는 지현준, 유승엽 역시 갈등을 겪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혹은 극저음의 목소리로 표현한다. 극한의 록 스피릿을 담아낸 앤드류 로이드 웨버·팀 라이스 콤비의 명불허전 넘버들은 그렇게 제대로 임자들을 만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3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그리스로마 신화 속 여자들의 재해석? 지금 우리 이야기!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아르테미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왼쪽부터 아르테미스 김희연, 헤라 한송희, 아프로디테 이주희(사진제공=창작집단 LAS)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들은 현재까지 해온 이야기, 상상력, 창의력 등의 근간이었고 영감의 원천이었다. 고대 희랍극(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발달한 고대 그리스극의 대표적 형태) 역시 두고두고 변주되곤 한다.그 그리스로마 신화 속 여자들이 다시 한번 변주되고 재해석된다. 창작집단 LAS(라스)의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3월 29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는 사랑과 질투의 여신이자 결혼의 수호신 헤라,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냥·숲·달·처녀성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야기다.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등 고전명작이나 고대 신화 속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이기쁨 연출과 배우이기도 한 한송희 작가의 콤비작으로 2016년 산울림고전극장으로 초연돼 해마다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제공=창작집단 LAS)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헤카베’ ‘비클래스’ ‘올모스트메인’ 등과 영화 ‘도리화가’ ‘마돈나’ ‘허삼관’ 등의 한송희, ‘손’ ‘인터뷰’ 등의 이주희, ‘대한민국 난투극’ ‘손’ 등의 김희연이 초연에 이어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로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초연부터 제우스를 비롯한 아폴론, 헤르메스, 아도니스, 오리온 등을 연기했던 장세환·조용경, 2017년부터 합류한 이강우가 함께 한다제우스의 소집으로 12신이 모이던 날 신전에서 만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내숭 없는 속내를 풀어낸다.아름답고 도도했던 헤라는 제우스의 끈질긴 구애로 결혼했지만 여전한 바람기를 숨기지 않고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아나는 남편에 ‘질투의 화신’이라는 오명을 덮어썼다. 남편의 외도에 집착하느라 스스로가 가진 큰 리더십, 의지, 합리적 사고, 행동력, 권력 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무가치하게 만들어버린다.미와 사랑의 여신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아프로디테는 추남 헤파이토스와 부부였지만 여러 남자를 전전하다보니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욕정의 여신으로 전락했다. 아프로디테와는 반대로 아르테미스는 처녀성에 집착한다. 오리온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그 처녀성을 지키겠다고 ‘사냥의 여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남자들을 해치고 살해까지 저지른다.그런 이들에게도 세상의 편견과 스스로의 선택으로 비틀리고 왜곡된 속사정이 있다. 남편에 대한 불신, ‘걸레’ 취급을 해대는 세상의 힐난,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실망에 의한 상처를 털어놓는 세 여신의 대화는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한다.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제공=창작집단 LAS)하지만 이내 사랑과 욕정의 차이, 남자의 본능과 권력의 문제,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저지르는 폭력의 정당성 그리고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나와 특정한 관계 속에 위치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대화에서 만져지는 일상성, 적절하게 배치된 위트와 유머, 현대 가정의 거실을 연상시키는 단출한 무대 등으로 무장하고 진짜 자신을 대면하는 여정을 따르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편견, 부조리, 불평등 등의 뿌리를 파고든다.마음은 없고 욕정만으로 가득한 섹스와 마음만 있는 금욕적 사랑, 질투와 집착, 인내로 점철돼 지켜지고 있는 결혼…주체와 시대를 빼버리고 나면 고스란히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희생과 감내를 강요하고 편견과 차별의 잣대를 들이댄다. 여혐과 성폭력 등도 여전하다. 여자 뿐 아니다. 빈부, 권력의 유무 등에 다른 사회 부조리와 불균형, 차별과 폭력 등은 시대와 성별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제공=창작집단 LAS)‘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속 여신들 역시 표면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극적인 각성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각자의 길로 떠나는 여신들의 마음 속에는 치열한 토론과 연대를 통해 얻은 작은 변화의 씨앗을 품었다. 그 변화의 씨앗은 여신들에게도,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저마다 다르다. 그 꽃의 모양새, 종류 등도 역시 저마다 다르다. 변화의 씨앗이 싹을 틔워 꽃을 피울 때까지의 속도, 방법, 마음가짐 등 역시 저마다 다르다.결국 변화의 씨앗은 저마다의 종착역이 아닌 출발점인 셈이다. 그렇게 고전의 변주는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거나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자고 ‘지금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3 17:00 허미선 기자

국립발레단 강수진 감독, 코로나19 자가격리 중 일본여행 발레리노에 “엄중 조치”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사진제공=국립발레단)국립발레단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자가격리 중 일본 여행을 다녀온 소속단원에 대해 공식사과하며 엄중 조치를 약속했다. 해당 발레리노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 군무 무용수) 나대한으로 알려졌다. 2018년 방송된 Mnet ‘썸바디’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달 14, 15일 국립발레단은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다. 이후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예술감독을 비롯한 전 단원이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더불어 대구에 이어 계획됐던 여수(2월 20~21일), 전주(2월 25~26일) ‘백조의 호수’ 공연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나대한이 자가격리 기간 중 일본여행을 다녀온 사실은 자신의 SNS에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한국 뿐 아니라 태국, 대만 등의 확진자들이 여행을 다녀온 곳으로 자국 언론에서도 인정한 부실한 코로나19 검사체계 및 대처 시스템 문제로 감염 위험이 큰 나라이기도 하다.이에 국립발레단의 강수진 예술감독은 2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소속 단원이 자체 자가격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일본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인정하며 “내부 절차를 거쳐 해당 단원에 대한 징계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2일 오후 국립발레단은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예방을 위해 3월 공연 예정이던 ‘백조의 호수’(3월 20~22일), ‘호이랑’(3월 27~29일)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2 22:58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This is Moment] 뮤지컬 ‘페드라’ 리딩 쇼케이스, 아쉽지만 이제 시작일 뿐!

리딩 쇼케이스 뮤지컬 ‘페드라’(사진제공=신스웨이브)한중일 삼국을 아우르며 양조위·유덕화 주연의 홍콩 느와르 ‘무간도’의 뮤지컬화를 진행 중인 신스웨이브의 첫 창작뮤지컬 개발지원작 ‘페드라’가 리딩 쇼케이스(22, 23일 콘텐츠그라운드)를 진행했다. 창작진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신스웨이브 개발 프로젝트 GPS(Global Performing arts Studio) 당선작으로 그리스 신화 중 사랑에 빠진 어머니와 양아들 ‘페드라와 히폴리투스’, 티탄족에게 불을 훔쳐다 주면서 인간에게는 영웅이 됐지만 신 제우스에게는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상자’를 근미래인 2045년을 배경으로 풀어낸 작품이다.리딩 쇼케이스 뮤지컬 ‘페드라’(사진제공=신스웨이브)10년 전 사건으로 가족 모두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채 그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간 페드라(김려원), 인류의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그를 창조한 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공지능 과학자 테세우스(박유덕)가 만들어낸 완벽에 가까운 AI 히폴리투스(김우석)가 함께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성 록지컬 ‘리지’ ‘미스트’ ‘블루레인’ ‘더 캐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려원이 페드라, 드라마 ‘보이스’ 시리즈, 뮤지컬 ‘쓰릴미’ 등의 김우석이 AI 히폴리투스를 연기했다. 히폴리투스로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과학자 테세우스로는 ‘빈센트 반 고흐’ ‘세종, 1446’ ‘더 픽션’ ‘아랑가’ ‘라흐마니노프’ 등의 박유덕, 판도라의 상자 개봉을 두고 고뇌하는 에피로는 ‘어나더컨트리’ ‘무한동력’ ‘비너스 인 퍼’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명동로망스’ 등의 김태한이 분했다.뮤지컬 ‘아랑가’ ‘432 헤르츠’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6시 퇴근’ 등의 김가람 작가, ‘팬레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판’ ‘미드나잇’ ‘러브레터’ 등의 김길려 작곡가·음악감독, ‘쓰릴미’ ‘생쥐와 인간’ ‘난쟁이들’ 등의 박지혜 연출이 의기투합했다.인간 페드라와 AI 히폴리투스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자 판도라의 남편인 에피메테우스를 극화한 페드라의 삼촌 에피(김태한)가 인간의 감정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를 두고 벌이는 번뇌가 교차되며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넘버에 실린다.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최첨단 미래 기술인 AI(인공지능)을 버무린 아이디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최근 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주목되기도 했다.리딩 쇼케이스 뮤지컬 ‘페드라’(사진제공=신스웨이브)하지만 10년 전 전사(前事, 앞서 있었던 또는 이미 지나간 일)는 페드라의 침잠과 권태를 설명하기에 불충분하고 그 반전 또한 예측이 가능한 정도다. 게다가 ‘여성 서사’라고 하기에 페드라는 히폴리투스의 각성을 위해 존재하며 테세우스의 비틀린 욕망 혹은 사명감의 희생양에 그치고 만다.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8년까지 공연되는 동안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사랑받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 선정작 ‘유앤잇’(YouIt), 최근 김영하가 전자책 기반의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손잡고 발표한 7년만의 신작 ‘작별인사’ 등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며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페드라’ 역시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다만 소재와 아이디어의 독특함에 비해 만듦새나 완성도, 서사 등이 아쉽긴 하다. 아직 작품엔 ‘지금 이 순간’(This is Moment)이라고 느껴질 만한 포인트도, 넘버도 없다. 그럼에도 아이디어와 소재는 위대한 창작의 시작이다. 창작뮤지컬 ‘페드라’에 대한 기대를 접기에는 이제 막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3-02 19:00 허미선 기자

[Culture Box]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뮤지컬 ‘샤이닝’, 전시 ‘영원의 숲’ 외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2월 29~3월 29일 콘텐츠그라운드)그리스로마신화 속 사랑과 질투의 여신이자 결혼의 수호신 헤라,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냥·숲·달·처녀성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세 여자가 풀어놓는 내숭 없는 사랑과 세상, 강박과 엇갈림 등의 속내가 암전이나 인물들의 퇴장 없는 극 구성, 각 인물에게 주어진 소파 하나, 조명 하나로 단출하게 꾸린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서로에게 비난을 퍼붓던 세 여자들이 진짜 자신을 대면하는 여정에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편견, 부조리, 불평등 등이 민낯을 드러낸다.‘줄리엣과 줄리엣’ ‘왕복서간’ ‘헤카베’ 등을 함께 했던 서울시극단의 ‘나, 혜석’을 준비 중인 이기쁨 연출·한송희 작가 콤비작이다. 2016년 3월 산울림고전 극장으로 초연돼 매년 공연되는 작품이다.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사진제공=창작집단LAS)초연부터 함께 해온 헤라·아프로디테·아르테미스 역의 한송희·이주희·김희연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초연부터 제우스를 비롯한 아폴론, 헤르메스, 아도니스, 오리온 등 다양한 남자 신으로 분했던 장세환·조용경, 2017년부터 합류한 이강우가 함께 한다.뮤지컬 ‘샤이닝’(2월 24~5월 10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정신분석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실존인물들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이야기를 다룬 2인극. 뮤지컬 ‘샤이닝’은 실제로 1년간 편지를 주고받다 대면해 정신분석학에 대한 의견을 치열하고 활발하게 교류했던 1910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서로의 꿈을 분석하며 때로는 스승과 제자, 때론 친구, 또 때론 동지처럼 지내던 두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쉐도우’의 등장으로 균열의 길로 들어선다. 프로이트와 융이 실제로 사적 교류를 그만 두기로 합의했던 1913년의 과정 중 하나인 셈이다.뮤지컬 ‘사의찬미’ ‘로미오와 줄리엣’ 작·연출이자 ‘햄릿: 얼라이브’ 작사·각색, ‘아트’ ‘배니싱’ ‘랭보’ ‘더 캐슬’ ‘경종수정실록’ 등의 성종완 연출작이다.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역에는 송용진·에녹·김승대가 트리플캐스팅됐고 젊은 학자 융은 이준혁·오종혁·성두섭이 번갈아 연기한다. 그 정체가 모호한 쉐도우는 여섯 배우 모두가 연기하며 프로이트와 융, 두 과학자 간의 질투, 자격지심, 경외 등 다양한 심리를 대변한다.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3월 4일까지 공연 후 22일까지는 잠정중단한다.버스크 음악극 ‘432Hz’(2월 21~5월 31일 대학로 TOM 2관)버스크 음악극 ‘432HZ’(사진제공=고스트컴퍼니)버스킹을 통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며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을 전하는 성장극.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물을 가장 아름답게 진동시키는 ‘치유의 주파수’ 432Hz를 제목으로 내세워 평온을 전하는 음악을 선사한다.기타 버스커 한지오와 탭 댄서 주민혁, 가타리스트 하늘, 스트리트 드러머 홍두홍 등 상처받고 좌절하는가 하면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노래하는 한지오 역에 강찬·김용석·김찬종·박웅(이하 가나다 순), 과거의 사건으로 세상과의 통로를 막아버린 주민혁 역에 문경초·이동수·조현우·한선천, 손목 사고로 힘겨운 삶을 영위하는 하늘 역에 금조·윤진솔·은가은·허윤혜, 하늘을 짝사랑하는 홍두홍 역에 정인지·조원석·최유찬·최호승이 캐스팅됐다.전시 ‘영원의 숲’展(Eternal Forest, 2월 27~5월 10일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제2회 공연사진전 ‘드라마amp;다큐멘터리’전(사진제공=보통현상)웅장한 생명체인 숲을 테마로 기획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2020년 상반기 기획전시. 앤디 워홀(Andy Warhol),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조지 콘도(George Condo), 헤르난 바스(Hernan Bas), 리우 웨이(Liu Wei), 백남준,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등 개성 9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그려낸 숲이 상상의 세계를 선사한다.고용한 늦겨울부터 봄, 여름, 강으로 살아 움직이는, 혹은 낙원으로서의 상징적 공간인 숲의 다양한 모습이 펼쳐진다. 따로 존재하는 전시가 아닌, 숲을 거니는 콘셉트로 생명력 넘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제2회 공연사진전 ‘드라마다큐멘터리’(2월 24~3월 24일 방송통신대학교 열린관2층 동숭갤러리)뮤지컬,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진들을 별도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공연사진전 ‘드라마 다큐멘터리’(DramaDocumentary) 두 번째 전시. 13명의 사진작가들이 선사하는 ‘극적인 상황, 순간의 기록’이 펼쳐진다. 연극 ‘인형의 집’ ‘환도열차’ ‘햇빛샤워’ 등의 김솔, 뮤지컬 ‘얼쑤’ ‘유앤아이’ ‘랭보’ ‘환상동화’ 등의 서정준, ‘노트르담 드 파리’ ‘위대한 캐츠비’ 등의 신귀만 등을 비롯해 최근우, 전진아, 전민규, 임다윤, 이지수, 이동훈, 신재환, 박태양, 김용주, 권애진 등 13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9 15: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좀더 깊어진 단과 진, 이준영과 김수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저는 못올 뻔 했는데 다시 오게 돼서 행복했고 감사했던 것만 기억나요. ‘같이 하게 됐다’고 결정되는 순간 감사했어요. 너무 너무 너무.”지난해 시작을 함께 했지만 드라마 ‘굿캐스팅’ 촬영 문제로 6개월만에 앙코르로 다시 돌아오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4월 26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에 합류하지 못할 뻔 했던 이준영은 “너무”를 반복적으로 되뇌며 “다시 올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홍광호, 김선영, 윤공주, 조정은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첫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이다.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멤버로 ‘부암동복수자들’ ‘이별이 떠났다’ ‘미스터 기간제’ 등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던 이준영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이준영과 더불어 ‘스웨그에이지’로 처음 국내 뮤지컬 무대에 올랐던 김수하, 배우로 데뷔한 양희준 등 신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최진철·이경수·이창용·김승용 등 베테랑 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품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지난 2015년 한국 배우 최초로 런던 웨스트엔드 ‘미스사이공’ 여주인공 킴으로 활약하다 ‘스웨그에이지’로 처음 국내 무대에 선 김수하는 “선배들께 진짜 많이 배우고 있다”며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이 극이 굴러갈 수 있는 건 선배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죠. 선배들이 ‘연기는 이런 거야’라고 하지는 않으세요. 그저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서서 대사와 눈빛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엄청 많이 배우죠. 저도 모르게, 아이가 엄마를 보고 걷고 말하 듯 무대 매너는 저런 거구나, 무대에서는 저렇게 서 있고 얘기하는 거구나 등을 배운 것 같아요.”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장난을 안칠 수 없는 현장”이라며 “우리 ‘스웨그에이지’ 배우들 중엔 제 정신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무대 뒤 분위기를 전했다.“선배들까지 다 그래요. (십주 역의 이)창용이 형은 ‘각기 춤’에 정말 열심이에요. 매 무대를 오르기 전 분장실에서 진짜 열심히 연습하죠. 게다가 저희 앙상블 배우들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하잖아요.”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 역적 자모의 아들이며 천둥벌거숭이로 이리저리 혼자 떠돌며 살아가던 단(이준영·양희준·이휘종, 이하 관람배우 순)이 자모의 의형제이자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 십주(이창용·이경수), 현재의 시조대판서로 조정의 실권자인 홍국(임현수·최민철), 그의 딸로 암암리에 골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진(김수하·정재은) 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흥겹지만 날카로운 세태풍자극이다.15년만에 재개되는 조선시조자랑 경연장에서 펼치는 신명나는 풍자마당과 이를 통해 진실을 알리려는 단과 진의 여정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골빈당에 몸담은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가 함께 한다.◇점점 더 단과 진에 빠져드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단은 어쩌면 뻔한 캐릭터예요. 한국 드라마에서 두세번쯤은 본 적이 있죠. 그런 캐릭터를 어떻게 재밌고 생동감있게 구현할까는 배우들의 숙제기도 했어요.”이렇게 전한 이준영은 “지난해 첫 공연부터 자부할 수 있었던 건 ‘단’이라는 캐릭터를 세명이 했는데 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그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준영의 전언에 진 역의 김수하는 “(이)준영이는 친구 같으면서도 동생 같고 아가 같으면서도 오빠처럼 할 때도 있는 단”이라며 “(이)휘종 오빠는 진짜 오빠 같고 (양)희준 오빠는 정말 동생 같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하는 단”이라고 부연했다.“너무 어렵지 않게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단과 형들(양희준·이휘종)이 생각하는 단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누군가 ‘나는 단이 강단 있고 남성적인 캐릭터 같아’라고 하면 ‘그게 형이 생각한 단이면 그게 단이지’라고 받아들이곤 했어요. 그 다른 것들을 너무 잘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죠.”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중 아버지 무담 앞 그네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단 역의 이준영(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이어 “배우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캐럭터”라며 앙코르로 돌아온 ‘이준영의 단’에 대해 “감성적인 면에 집중했다”고 털어놓았다.“초연 때는 (힘들면서도 무슨 일을 당할까 단과 골빈당을 외면하고 돌을 던지는) 백성들한테만 너무 화가 났어요. 반면 이번엔 그런 백성들과 그걸 이해시키려는 진이도 답답하고 화가 났죠. 중간에서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건 아니잖아’라고 꾸짖는 십주 삼촌이 밉기도 하면서 서운하기도 해요. 정말 여러 가지 감정들이 생겨났어요. 신 하나하나에서 감정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하는 게 더 쉬워졌어요. 사실 초연 때는 좀 어려웠거든요. 대본상으로는 화를 내야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야하는지 궁금증이 좀 남았었거든요. 이번엔 그런 것들을 모아서 바꿔봐야겠다 했어요. 캐릭터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그리곤 무능한 왕, 독선으로 백성들을 억압하는 홍국, 그들로 인해 죽음까지 내몰린 십주 삼촌과 백성들, 그 홍국의 딸임을 숨기고 있었던 진 등으로 절망한 단이 아버지의 무덤가 그네에 앉아 “무서워요”라고 읊조리는 디테일을 예로 들었다.“겉으로는 걱정 없고 정의감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이가 그때 느끼는 감정은 이래요. 삼촌도, 백성들도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잖아요. 결국 돌아온 곳은 죽은 아버지 무덤이죠.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그리곤 “그걸 솔직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솔직하게 표현을 해야 보시는 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 대사 후에 등장하는 진이의 대사와도 너무 잘 맞는다”고 전했다. 김수하 역시 불과 6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진 ‘진’으로 돌아왔다. 김수하는 “생각도 많아지고 절제하는 것도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진이가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거의 처음으로 느꼈을 정도예요. 지난 시즌은 늘 재밌기만 했죠. 이 사람들과 지내는 게 현실의 김수하로서 좋았고 진이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늘 행복하기만 했거든요. 이번 시즌에는 진이가 너무 너무 외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이는 누군가 계속 도와주고 사람들이 늘 주변에 있지만 진이는 늘 혼자거든요.”  그리곤 아버지 홍국의 죄가 드러나고 부르는 솔로 넘버 ‘나의 길’을 예로 들었다. 김수하는 “아버지도, (진에 의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길을 찾겠다던 홍국의 호위무사) 조노(심수영)도 가 버리고 진은 혼자 남겨진다”며 “왜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조선시조자랑으로 다들 신나게 놀 때도 진이는 혼자예요. 골빈당의 조력자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진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싶어요. 그래서 진이는 ‘외유내강’ 같으면서도 ‘외강내유’ 같은, 엄청 복잡한 사람 같아요. 지난 시즌은 쉽게 쉽게 재밌게 했다면 이번엔 한회 한회 해나가는 게 어렵고 외로움이 자꾸만 느껴져요.”◇죽을 각오로 임하는 ‘운명’, 김수하 진만을 향한 이준영 단만의 “미안해”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그런 감정들을 누나(김수하)랑 공유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서사를 쌓아가고 있죠. 누나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진이의 외로움을 잘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그렇게 바뀐 장면이 극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운명’이다. 골빈당과 함께 진실을 전하는 이준영의 단은 떠나는 김수하의 진에게 “미안해”라고 속삭인다.“원래 ‘고마워, 미안해’를 했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고민이 많았어요. 외롭게 시간들을 보내는 진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얼마나 제가 모질게 했는지가 떠올랐죠. 김수하 배우의 진은 이준영 배우의 단을 좀 더 이해하려고 하고 친구처럼 다가와주거든요. 그런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운명’에서 헤어지는 잠깐의 눈맞춤에서 ‘미안해’라고 하는 게 진짜 슬퍼요.”‘운명’에서 이준영 단이 김수하 진에게 전하는 “미안해”는 “무서워요”를 읊조리는 무덤 신에서 이어지는 디테일이기도 하다. 이준영은 “(정)재은 배우랑 하면 전혀 다른데, 특히 무덤 신이 다르다”며 “그러다 보니 재은 누나한테는 ‘운명’에서 ‘미안해’라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죽을 각오로 ‘운명’을 해요. (관군 역의 심)수영 형한테 다른 단들 보다 칼을 좀 더 가까이 대 달라고 부탁했죠.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요. 최대한 흥분을 안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홍국이랑 같이 부르면서 계속 무너져요. 마지막 ‘이게 내 운명입니까’ 하면서는 화가 주체가 안되죠. 백성들, 임금 등이 또 홍국의 꾀에 넘어갈까봐 두렵고 나는 혼자고…다 포기해버리면서 망가져갈 때쯤 골빈당 호로쇠 형이 들어와요. 그 순간 눈물이 머금어지면서 스스로 강해지는 걸 느끼죠.”그리곤 이준영은 “8분여 간 이어지는 ‘운명’에서 단 한번도 감정이 깨지거나 다른 생각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죽을 각오로 자신의 아버지 홍국에게 덤비는 단과 골빈당을 보면서 김수하는 “진이는 무대 뒤에서 ‘운명’을 노래하는 단과 골빈당, 백성들을 지켜보고 있다. 저 사람들을 보는 게 마지막임을 직감하면서 ‘이제 정말 내가 나서야할 때’임을 느낀다”며 “그 키를 가진 사람이 진이고 저 하나만 희생하면 다 살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마지막까지 나를 이해하는 진, 단에게 보내는 ‘토닥토닥’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수하 누나는 저한테 끝까지 따끔하게 충고하고 올곧게 잡아주는 누나 같고 친구 같은 진이에요. ‘운명’을 할 때면 정말 힘들고 할 것도 많고 바쁘고…그 ‘운명’에서 제가 수하 누나한테 부탁한 게 있어요.”맨 앞의 단을 중심으로 진과 십주, 골빈당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는 이 넘버에서 김수하의 진은 이준영 단의 등을 토닥인다. 이는 연습실에서 감정을 교류하며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만들어내 둘만 공유한 ‘디테일’이다.“연습 때 ‘운명’을 하면서 제가 준영이의 등에 손을 한번 대봤어요. 그랬더니 자리를 잘못 잡은 줄 알았는지 자꾸 앞으로 가는 거예요. 힘을 주고자 했던 제 감정이 깨져버렸죠. 그래서 준영이에게 ‘앞으로 가라는 게 아니고 너 힘주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해줬어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왼쪽)과 진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진이가 단이를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그래서 제가 누나한테 토닥토닥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지난 시즌엔 안 그랬는데 이번 공연에서 누나의 진이는 백성들 한명씩에 눈을 맞춰요. 그게 너무 와닿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저와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면서 나가죠. 그런 진에게 토닥토닥을 받으면 끝까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으로 남을 것 같았어요.”이준영의 설명에 김수하는 “저는 그것마저도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라며 “지금까지 내가 끌어온 걸 단이한테 두고 역적의 딸로 살러가는 마음이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이래서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고 토로했다.“실체가 드러난 아빠(홍국)는 무너져 있고 저(진)는 역적의 딸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단의 등을 토닥토닥해 줄 수가 없는 감정선이죠. 그런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진이는 단을 위해 ‘토닥토닥’해요. 그런 진이가 너무 처참하고 불쌍해요.”김수하의 설명에 이준영은 “십주 삼촌이 저에게 ‘진이가 줬다’고 하면서 부채를 준다. 그 부채에 시조가 있는데 진이가 밤새 피눈물을 흘리면서 썼을 거라는 게 느껴진다”며 “그래서 저의 단에게서 ‘미안해’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렇게 김수하의 진과 호흡을 맞추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이 이준영은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한회 한회가 너무 소중해요. 전에는 정신없이 했거든요. 이번엔 신경 쓸 것도 없고 공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정 하나하나가 너무 납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선지 연기가 훨씬 편해졌고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동질감으로 뭉친 단과 진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단에게 진은 무덤 신 전까지는 그렇게 달가운 애가 아니에요. 초연 때는 진이가 그냥 싫었어요. 저(단)도 어느 정도는 계획이 있는데 항상 ‘아니야’라고 태클을 거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짜증이 났죠.”단에게 ‘진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이준영은 “그런데 이번에는 긴가민가했다”며 “저 스스로도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얘(진)한테 설득이 될 것 같으니까 짜증이 난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짜증의 결이 달라졌죠. 처음부터 저를 무시하듯 얘기하고 별 것도 아닌 시조를 읊으면서 ‘나으리’라고 비웃고…게다가 골빈당 형들은 진이만 예뻐하고 저한테는 화만 내잖아요. 그런 것들이 초연 때는 그냥 짜증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진이를 나(단)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의지하죠. 그런 상태에서 진이 홍국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죠.”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던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시점은 아버지 자모의 무덤에 있는 단을 찾아온 진이 어머니의 사연을 전하면서다.“궁궐로 가겠다”는 진에 이준영의 단은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라고 다짐하며 “진이 얼굴을 본다”고 전했다.“초연 때는 진이의 얼굴을 못봤어요. 잃어버렸던 아버지(자모)의 붓을 건네는 진의 팔에서 시선이 끝났었죠. 하지만 이번엔 진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어요.”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저(진)는 단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며 “단이는 진이를 몰랐지만 진이는 단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십주가 ‘너 혹시 단이 아니냐’라고 했을 때 저는 이미 ‘놀아보세’에서 단의 탁월한 시조 실력을 본 후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찾는 그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죠. 그런 단이가 진이에겐 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 같아요. 골빈당과 더 오랜 시간을 지냈고 동질감도 있지만 단이한테 느끼는 게 더 컸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조를 금지시킨) 조선시대가 아닌, 운명을 거스르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서로 좋아하고 행복하게 지냈을 것도 같아요. 어쩌면 좋은 친구가 되거나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그런 복잡한 마음도 들어요.”◇아버지와 나…김수하의 ‘나의 길’, 이준영의 ‘새로운 세상’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초연 때는 자모가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도 안믿겼어요. 그래도 아빠니까 ‘그가 하고자 했던 일을 이어서 해보자’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엄청 많은 질문을 던져요.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연습)를 하다가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집중해서 ‘새로운 세상’을 부르다 보니 아빠한테 계속 질문을 하고 있더라고요.”“원하는 걸 가질 수 없다면서요?” “운명도 바꿀 수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아빠는 그런 일을 하다가 죽었어요?”…그렇게 혼란을 느끼고 질문을 반복하면서 이준영은 “홍국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신분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우리 아빠까지 죽이고 백성들이 아무 것도 못하게 시조를 금지시켰는지 엄청 화가 났어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단 역의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죽음을 맞은 단의 아버지 ‘자모’, 단과 진 그리고 골빈당이 바꿔야할 세상의 일부인 진의 아버지 ‘홍국’. 그렇게 진과 단은 홍국과 자모라는 양극단에 선 ‘아버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다짐과 사명감을 공통분모로 가진 인물들이다.  단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자모에게 ‘새로운 세상’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면 진은 아버지 홍국과 다른 길을 걷기로 다짐하며 ‘나의 길’을 부른다.“‘나의 길’을 부르기 전 ‘지금 네가 하는 일이 백성들을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아빠 홍국의 말을 들을 때 실제로 저라면 순간 고민하지 않을까 싶어요. ‘놀아보세’로 신나게 놀았던 순간들, 백성들 얼굴 하나하나가 다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그만 하는 게 백성들을 위한 길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죠.”이렇게 전한 김수하는 “그런 감정들이 ‘나의 길’을 시작하기에 좋다”며 “아빠의 말 한마디로 흔들리다가 선택을 하고 다짐을 하듯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내가 지금 멈춰서 모두가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도 같아요. 실제 저라면. 하지만 진이는 더 멀리 봐요. 지금 나서서 바꿔야 미래가 더 행복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죠. 그래서 진이는 똑똑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 같아요. 멀리 내다 보면서 모든 걸 품고 갈 수 있는 사람이죠.”김수하는 ‘나의 길’에 대해 “제 얘기 같기도 하다”며 “진이보다 용기는 없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시간, 마침내 이뤘던 순간들 등에 이어 현재진행형인 배우로서 걷는 저의 길”이라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사진=강시열 작가)“진이랑 똑같아요. 저 역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혼란스럽고 두렵거든요. 그래선지 순간 순간 김수하로서 울컥할 때도 있죠. 마지막에 ‘난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를 부를 때는 꼭 김수하가 관객들께 저라는 배우는 이렇게 하겠다고 얘기는 것 같아요.”김수하의 말에 이준영 역시 “가사가 참 예쁜 곡”이라며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고민들을 담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살면서 고민은 누구나, 언제나, 당연히 하게 돼요. 저 뿐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죠. 해답이 거기 있는 느낌이거든요. 그 결정을 본인이 한다는 게, ‘간절했던 고민은 끝났어’라는 말이 너무 크게 다가왔어요.”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중 '나의 길'을 부르고 있는 진 역의 김수하(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그리곤 “삶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곡”이라며 “저 역시 진이 만큼의 용기는 없지만 ‘나의 길’을 들을 때면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준영의 말에 김수하는 ‘나의 길’에 얽힌 관객과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전했다.“어떤 학생한테서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왔어요. 대학 입시를 포기했다가 ‘나의 길’을 듣고 다시 도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도 잊고 있었나 봐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꿈을 꿨던 걸, 그 때의 저 같은 마음으로 저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요. 잊었던 걸 다시 깨닫는 순간 책임감이 더 생겼죠. 음악, 글, 예술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골빈당과 ‘양반놀음’을 만든다면? 환경문제!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진 역의 김수하(왼쪽)와 단 이준영(사진=강시열 작가)세상을 바꾸려는 골빈당, 그들이 세상을 풍자하는 ‘양반놀음’에는 ‘스웨그에이지’의 메시지가 응축돼 있다. “지금 골빈당 같은 모임과 ‘양반놀음’ 같은 노래를 만든다면”이라는 질문에 김수하도, 이준영도 “환경문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텀블러, 개인 빨대 등 쓰기를 하고 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거나 알고 계신 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모임과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김수하의 말에 이준영은 ‘정크 아트’(Junk Art,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미술활동)를 언급했다. “제가 그림을 그려선가 예술적 활동에 관심이 많다”며 “길을 걷다 보면 라이터, 담뱃갑, 껌 종이, 플라스틱 컵 등이 자꾸만 눈에 띈다”고 말했다.“버려진 것들, 쓰레기 등으로 뭐든 다 만들 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랑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작품마다 어떤 종류, 몇 개의 쓰레기가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서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자각할 수 있게요. 정크 아트는 꼭 예술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8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잇단 취소·연기·잠정중단·휴관 등으로 휘청이는 공연·전시계…'코로나 쇼크'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취소, 연기, 잠정 중단하는 공연들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극 ‘나와 아버지와 홍매와’, 정동극장 ‘적벽’,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국립극단 ‘화전가’, 뮤지컬 갈라 콘서트 ‘Beyond The Best’,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사진제공=신시컴퍼니, 정동극장, 페이지원, 알앤디웍스, 국립극단, 밀레니엄오케스트라, 마스트엔터테인먼트)“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때문에 공연장이 썰렁해졌어요.”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구의 우려에 이어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손숙의 말처럼 “공연장은 거의 초토화” 상태다. 그들의 우려대로 3월 22일까지로 예정됐던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월 29일 조기폐막을 결정했다.이 작품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뿐 아니라 3월 8일로 예정됐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개막일도 4월 7일로 미뤘고 오리지널 제작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 모든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를 선언함으로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을 맞은 뮤지컬 ‘아이다’의 부산 공연을 취소했다. 부산 공연을 취소한 뮤지컬 ‘아이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들 뿐 아니다. 대구 신천지와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해 서울·수도권, 부산, 경북·경남 등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경보가 ‘위기’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됨으로서 공연 및 전시 등이 잇달아 취소, 연기, 잠정중단, 축소 공연, 조기폐막 등을 발표했다.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도 3월 8일에서 2월 28일로 조기폐막을 결정했고 KBS교향악단의 2월 정기연주회(2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3월 6, 7일 예정이던 ‘앤솔러지 시리즈 II’ 취소, 2020 레퍼토리 시즌제 첫 작품인 ‘브라보 엄사장’ 축소 공연을 잠정했다.취소나 조기폐막과 더불어 잠정 중단 혹은 개막 연기 등을 발표한 공연들도 있다. 3월 4일 카이·강홍석·이지혜·민경아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뮤지컬 갈라 콘서트 ‘Beyond the Best’, 3월 6일 김선욱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공연을 연기했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의 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취소가 아닌 연기로 가닥을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연기된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Photo by Marco Borggreve(사진제공=빈체로)국공립·시립단체,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문화재단이나 극장 등도 취소, 연기, 축소 편성, 잠정 휴관 및 중단 등을 발표했다. 28일 개막 예정이던 국립극단의 ‘화전가’, 4월 5일까지 공연예정이던 정동극장의 ‘적벽’(3얼 8일까지) 등이 잠정 중단했고 10주년을 맞아 28일 시작 예정이던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이미 예매가 진행된 3월 22일까지의 공연을 취소하며 개막을 연기했다. ‘마마돈크라이’ 관계자는 “사태를 지켜보며 공연 재개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마지막 공연일은 애초 계획된 5월 17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막 일정이 미정인 상태에서 회차에 대한 부분도 배우들과 논의 중이다. 배우들 대부분이 이미 차기작이 확정된 상태라 저희 공연에만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렵게 어렵게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성남문화재단 역시 ‘2020 연극만원 시리즈-옥탑방 고양이’(3월 13~15일), ‘2020마티네콘서트’(3월 19일)를 취소하고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3월 29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은 3월 9일까지 임시 휴관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등도 25일을 전후로 전면 휴관에 돌입했다.예술의전당도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계획됐던 ‘아티스트 라운지’ ‘오케스트라앙상블 서울OES의 베토벤시리즈IV’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교향곡 10번’ 등의 클래식 공연과 기획전시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조선·근대 서화전’을 취소 혹은 잠정 중단했다. 외부 기획사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공연 및 전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산 및 예방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예술의전당은 “대관 공연, 전시 행사 취소 혹은 중단시 대관료를 전액 환불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27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직원이 15~16일, 20~21일 대구 방문 후 22일 유럽 출장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27일 귀국해 1시경 공항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이후 본관 근처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았고 오늘(28일) 오전 음성판정을 받았다” 전하며 사전보고를 하지 않고 유럽출장에 나선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1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콜에서 손숙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나 위축 등에 대해서는 관심들을 많이 가지는데 문화예술 쪽엔 아무도 관심을 안가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연이나 전시 취소, 장점 중단 혹은 연기 등에 따른 배우 및 아티스트 출연료, 극장 및 전시장 대관료 등의 처리는 천차만별이다. 시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극장들은 대부분 전액환불로 가닥을 잡았지만 민간극장은 환불이나 감면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런티나 출연료 역시 배우나 아티스트들과 제작·기획사 간 협의에 따라 다르게 처리된다. 전시를 계획하던 중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한 사진작가는 “취소나 연기를 하고자 했지만 전시장 측에서 ‘어떤 편의도 봐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강행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수의 공연계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공연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3개월 안팎의 장기공연에 대한 대관료 및 일정 부분의 출연료 등을 선지급하는 연극·뮤지컬 쪽은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곤 한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예술의전당은 취소되는 공연, 전시 등 행사의 대관료를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사진제공=예술의전당)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선지급됐지만 공연 중단 및 취소로 인해 극장을 사용하지 않은 회차의 대관료는 유례 없는 사태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환불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획사 및 제작사는 홍보마케팅과 사전 제작비, 극장은 대관료, 배우나 아티스트는 개런티 등의 손해를 감수하며 고통을 분담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공연 중단과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한 범위와 정의, 귀책 및 배상 기준은 법 혹은 정책 등 어디에도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천재지변에 따른 환불 여부는 각 약관 조항에 따른다. 하지만 환불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약관 규정의 유효성은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후적으로 판단될 것”이라며 “다만 천재지변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이나 전염병 등에 대한 대처는 사건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염병 등에 관한 판례는 거의 없다. 2016년 대법원 판례 중 ‘불가항력 등 당사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계약 불이행, 계약해지, 계약종료 시에는 면책돼 귀책사유가 없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전례가 있지만 모든 전염병 사례에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전례 없을 정도로 막대하고 사실상 그 예방이나 사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원에서 이를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판시할 가능성도 높다”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8 1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여전한 록 스피릿! 파격적인 유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장면(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성스러운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예수, 그를 경배하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제자, 예수에게 편안함과 위안을 안겨주는 매춘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무기력한 지도자, 유흥과 욕망을 탐닉하는 유대의 왕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과 극한의 록 넘버들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팀 라이스(Timothy Miles Bindon Rice)의 이름값.‘캣츠’ ‘오페라의 유령’ ‘요셉 어메이징’ ‘에비타’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아이다’ ‘라이언 킹’ 등의 작사가 팀 라이스의 초기 콤비작 ‘지저스 크라이스타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 2월 28~3월 1일 LG아트센터)가 ‘콘서트’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2018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 이은 ‘스테이지 콘서트’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다. ‘스테이지 콘서트’는 마이클리, 브래드 리틀(Brad Little), JTBC 크로스오버 오디션 ‘팬텀싱어’ 시즌2 우승팀 포레스텔라 멤버 배두훈 등의 소속사 블루스테이지가 기획한 뮤지컬 콘서트 시리즈다. 이후로는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아윌 서바이브’(I’ll Survive) 등 히트팝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프리실라’ 콘서트(4월 9~11일 LG아트센터)가 라인업돼 있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는 예수와 유다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브로드웨이 첫 진출작으로 한국에서는 1980년 초연돼 2015년까지 공연됐다. 이상과 현실을 상징하며 그 경계에 선 예수와 유다, 매춘부 마리아와 겟세마네 동산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둘러싸고 엇갈린 포용과 분노, 예수를 향한 음모 그리고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그의 최후 등의 서사에 극단적이지만 매력적이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넘버들이 어우러진다. ‘스테이지 콘서트’ 관계자가 브릿지경제에 “연기 없이 노래로만 이뤄질 예정”이라고 귀띔한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맞춰 첫곡인 ‘헤븐 인 데어 마인즈’(Heaven in their minds)를 시작으로 그 유명한 ‘겟세마네’(Gethsemane)와 ‘수퍼스타’(Supestar)를 비롯한 ‘에브리싱 올라이트’(Everything’s Alright), ‘더 라스트 수퍼’(The Last Supper) 등 주옥같은 넘버 전곡을 선보인다.이 콘서트를 위해 대한민국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2013, 2015년 시즌을 함께 했던 이지나 연출, ‘기생충’ ‘옥자’ ‘해무’ ‘바람’ 등의 영화와 ‘트로이의 여인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연하는 뮤지션 정재일, ‘빅피쉬’ ‘록키호러쇼’ ‘베르나르다 알바’ ‘에드거 앨런 포’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 ‘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벳’ ‘명성황후’ ‘애니’ 등의 서병구 안무가 등이 의기투합했다.차지연(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2013, 2015년에 함께 했던 마이클리와 한지상·윤형렬(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장은아·정선아, 김태한·지현준, 김영주가 지저스, 유다, 마리아, 빌라도, 헤롯으로 함께 한다. 더불어 지난해 봄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공연 중 갑상선암 진단으로 하차해 치료에 전념하다 tvN ‘더블캐스팅’ 멘토로 복귀한 차지연과 ‘웃는 남자’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박강현이 유다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두 사람이 브릿지경제에 콘서트 형식으로나마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를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전해왔다.최초의 여성 ‘유다’로 무대에 오르며 ‘파격’을 예고한 차지연은 “많은 관객분들이 기다려왔듯 저 또한 관객으로서 사랑했던 작품”이라며 “짧게나마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박강현(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연습을 하면서도 역시 좋은 작품이라는 걸 또 한번 느끼고 있어요. 이런 작품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더 좋은 무대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저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장 하고 싶은 작품과 역할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유다를 꼽던 박강현도 “좋은 기회로 정말 좋아하던 작품의 콘서트 무대에 오르게 되어 설레고 긴장도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정식 공연) 작품에 참여했던 선배님들도 함께 하시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기다리신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7 1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명탐정 홈즈, ‘잭 더 리퍼’를 만나다…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전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저희 ‘셜록 홈즈’는 창작뮤지컬이에요. 음악 퀄리티가 이 정도로 나올 수 있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셜록의 수사 과정, 살인과 잔인함 등의 묘사가 음악 안에서 이뤄지죠. 훌륭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자랑하고 싶어요.”2014년 초연부터 셜록(송용진·김준현·안재욱,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의 파트너 제인 왓슨(이영미·여은·최우리)으로 분하고 있는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4월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의 이영미는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초연부터 셜록 홈즈로 함께 했던 송용진 역시 “연극도, 책도 아닌 뮤지컬이다 보니 사건 해결이 넘버나 음악 안에서 이뤄진다”며 “그러다 보니 가사 전달이 정말 중요했다. 말은 빠르고 내용도 많아서 그걸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가장 어렵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포스터(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더불어 이영미는 일찌감치 젠더프리(성별에 상관없는) 캐스팅됐던 왓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왓슨은 남자지만 저희 작품에선 시작부터 여자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영미의 말처럼 ‘셜록 홈즈’ 시리즈는 2011년 시작부터 셜록 홈즈의 파트너 왓슨을 여성 캐릭터로 변주해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왓슨은 의사이기도 하고 작가이자 탐정이기도 하죠. 여자인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똑똑한 캐릭터가 사실 거의 없어요. 대형 뮤지컬은 더더욱 그렇죠. 그런 면에서 시대에 부합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어요. 남자 왓슨도 매력적이겠지만 여자가 하면서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충분히 똑똑하고 현명한 캐릭터를 자랑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죠.”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으로 2011년 ‘앤더슨가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초연되면서 뮤지컬 최초로 시즌제를 도입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에드거 앨런 포’ ‘아이언마스크’ ‘드라큘라’ ‘메피스토’ 등의 노우성 연출이 대표로 있는 창작공작소 레히(LEHI) 작품으로 ‘마리 퀴리’ ‘곤 투모로우’ ‘서울의 달’ 등의 최종윤 작곡가 등이 힘을 보탰다.이영미는 “초연 때는 거의 대부분 주조연이 원캐스트였다. 서로 맞붙어 연습할 시간이 충분해서 탄탄하게 가지고 갈 시간이 많았다면 이번 재연은 캐스트가 풍성해졌다”며 “잘 차린 만찬처럼 골라 드실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셜록 홈즈’라는 작품 자체가 탐정물이다 보니 사건 발생, 범인의 행적 등 사건 수위가 잔인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저희 작품이 가진 특징이자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죠. 초연 당시 너무 잔인하다는 평들을 수렴해 수위를 조절하면서 초연과는 달라진 점들이 생겼어요.”이렇게 전한 이영미의 말에 2011년 ‘셜록 홈즈’ 시리즈를 함께 시작한 송용진은 “잔인한 부분을 순화시켰고 엔딩을 살짝 바꾼 정도의 변화”라며 “보다 편하게 추리의 즐거움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명탐정 셜록 홈즈, ‘잭 더 리퍼’를 만나다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셜록 역의 김준현(왼쪽부터), 송용진, 안재욱(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감사 보다는 죄송한 마음이 더 큽니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하겠습니다.”뮤지컬 ‘광화문연가’ 지방 공연과 ‘영웅’ 10주년을 준비하던 중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안재욱은 20일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프레스콜에서 사과를 먼저 전했다.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2014년 부제 ‘블러디 게임’으로 첫선을 보인 작품으로 미제사건으로 남은 ‘잭 더 리퍼’를 모티프로 한다. 자취를 감춘 연쇄살인마 잭을 불러내기 위해 심리전을 시작하는 셜록과 왓슨 그리고 런던 경시청 클라이브 형사(산들·이지훈·켄) 등이 풀어가는 범죄 수사물이다.“2010년 초연부터 ‘잭 더 리퍼’를 10년 가까이 해왔어요.‘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그 ‘잭 더 리퍼’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죠. 더불어 ‘잭 더 리퍼’를 잡는 셜록 홈즈 역할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재밌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죠. ‘잭 더 리퍼’는 미제 사건으로 남은 실화예요. 그를 명탐정으로 잘 알려진 셜록 홈즈가 못잡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어떻게 셜록 홈즈만의 방법으로 해결할까 궁금했는데 연출의 노력이 돋보였죠.”이렇게 전한 안재욱은 “(탐정 소설 셜록 시리즈나 실제 사건과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라며 “풀어가는 과정을 책이나 자료에서 따온 게 아니라 연출 스스로가 수많은 아이디어로 만들어냈다”고 전했다.“관념의 차이 뿐 아니라 스타일도 완전 다르죠. 저 역시 저만의 독특한 셜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저의 셜록은)늘 심각한 사람도, 늘 밝은 사람 같지도 않아요. 명석한 두뇌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셜록답게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유쾌함을 보여주고자 했죠. 사건을 대할 때의 진중함과 유쾌함의 대비를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에요.”◇에너지가 필요한 캐릭터들의 향연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출연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인 왓슨 역의 이영미·최우리·여은, 클라이브 이지훈·산들·켄(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클라이브는 셜록 홈즈와 맞상대할 정도로 능력을 갖춘 형사라고 생각해요. 패기와 야망이 있는 버밍엄 최고 형사로서 능수능란하고 노련한 모습이 매력 아닐까 생각해요.”이지훈은 자신이 연기하는 클라이브 형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정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해서 건강, 체력 등에 많은 투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같은 역할의 산들은 “전작인 ‘아이언 마스크’에서 루이와 필립을 연기하면서 정말 어렵다 했는데 매 작품 쉬운 게 없다”며 “언제나 지금 하는 게 제일 어렵다. 열심히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빅스의 켄은 클라이브에 대해 “기대에 차 있는 캐릭터”라며 “지난해 10주년 ‘잭 더 리퍼’에서 다니엘을 연기했었는데 이번엔 잭을 잡는 형사여서 신기하다”고 털어놓았다.“(지금까지와는 달리)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 굉장히 많은 작품은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이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어요. 연기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열심히 배우고 있죠. 너무 죄송하게 선배들, 동갑내기인 산들 등에 기생충처럼 달라붙어서 많이 여쭙고 있습니다.”에드거 역으로 새로 합류한 김찬호는 “에드거의 사연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아프다”고 토로했다.“등장하는 신이 많지 않다 보니 신마다 밀도있게 드라마의 전사에 이어서 하려다 보니 에너지를 많이 쏟아내야 하죠. 극 상황 자체가 격정적이고 슬퍼서 공연이 끝나고 나면 눈이 아플 지경이에요.”◇세 번째 시즌은 셜록과 루팡의 대결!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의 셜록 홈즈와 제인 왓슨. 왼쪽부터 송용진, 이영미·여은, 안재욱(사진=허미선 기자)“뮤지컬 배우로만 20년이 넘다 보니 ‘헤드윅’ ‘록키호러쇼’ 등 대표작이 꽤 있어요. 그 중 ‘셜록 홈즈’ 역시 초연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은 작품이죠. 애정이 각별한, 저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이렇게 전한 송용진은 “초연 첫 공연날 무대 세트 문제로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이튿날부터는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면서 공연을 했다. 그걸 보곤 노우성 연출이 늙어서 지팡이 짚고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며 “같이 늙어가고 싶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캐스팅을 할 때부터 ‘셜록 홈즈’는 전세계 최초로 시즌제 뮤지컬로 가겠다고 했어요. 1, 2, 3편까지 기획하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 ‘설마 2편까지 가겠어’ 했는데 진짜 왔죠. 3편은 괴도 루팡과의 대결이에요. 듣기로는 기본 구조는 이미 짜여있고 어떤 형식의 뮤지컬인지도 나왔어요. 1, 2시즌 보다 훨씬 규모가 큰 공연으로 준비 중이고 가족뮤지컬이죠. 개인적인 바람은 이번 공연이 잘 돼서 ‘잭 더 리퍼’에 이어 루팡과도 만나고 싶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2 20:47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최재림 “기대치를 채우는 동시에 깨는…도전에 후회는 없다”

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사적인 생활과 직업인 배우로서의 선은 나눠지는 것 같아요. 연기나 연습에 임할 때 등 무대 위 삶의 순간에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그 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오리지널 제작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이 모든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를 선언함으로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를 맞은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라다메스로 분하고 있는 최재림은 이렇게 전했다.“하고 싶은대로 한다기 보다 사회적인 기본 예절만 지키면 된다 정도랄까요. 상대방의 기분을 많이 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원하지 않는데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 ‘아이다’는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망국 누비아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킨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정선아·아이비) 그리고 두 여자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최재림·김우형)의 가슴 아픈 로맨스이자 성장담이다. 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망국민으로서 고통받는 누비아 사람들의 희망으로 중심을 잡아야할 할 아이다와 이집트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라다메스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물들이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무대 위 배우로서와 일상을 사는 인간으로서 다른 모습에 대해 “선이 잘 나눠져 있다”는 라다메스 최재림의 말에 아이다 윤공주도 “잘 구분해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고 있죠.”◇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그 경계에서“그런 상황은 별로 없어요. 늘 하고 싶은 걸 했던 것 같거든요.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아요. 대부분 ‘네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 싫은 데는 욱 하거든요. 하고 싶어 하는 쪽을 주로 택해선지 갈등한 경험이 별로 없어요.”아이다와 라다메스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혼란을 겪는다. 아이다는 나라를 빼앗긴 누비아 백성들의 읍소를 외면할 수 없고 원수지간인 라다메스와의 사랑도 포기할 수 없을만큼 소중하다.라다메스 역시 이집트 파라오의 명과 사랑하는 아이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이는 배우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늘 하고 싶은 걸 했다”고 답한 윤공주는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어도 하면 재밌으니 그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사실 딱히 하고 싶지 않았던 작품도 별로 없지만 어차피 놀 거라면 작품을 하면서 노는 게 훨씬 재밌어요. 일을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거든요. 뭐든 도전하고 싶었어요. 저랑 안 어울리는 캐릭터라면 더더욱.”그리곤 “대본도 안보고 저를 필요로 하셔서 의리로 하는 작품들도 있다”며 “출연료를 못 받을 것도 알고 큰 역할이 아닌 걸 알면서도 도움이 된다면, 그리고 제 일정에 짬이 난다면 한다”고 덧붙였다.“작품을 하면 분명 얻는 게 있거든요. 금전적이든 배우로서의 역량이든…무대에 서면 무조건 배우는 게 있어요. 그런 게 너무 재밌어요.”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최재림은 “저는 개인적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논리적·합리적으로 맞으면 감정적으로 다가가게 된다”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과 의무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하기보다 그 상황 자체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해야 하는 걸 뛰어넘을 만큼의 감정적인 것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인 걸 주로 선택하죠.” 이같은 최재림의 성향은 라다메스 캐릭터 구축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최재림은 “어떤 공연이든 제가 하고 싶은 연기와 해야만 하는 디렉션이 부딪힌다”며 “라다메스 캐릭터를 만들 때도 그랬다”고 예를 들었다.“창작진이 바라는 방향도 이해는 하려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내가 연기하는 내 인물인데 왜 하고 싶은 걸 못해’라는 반발심도 생기죠. 그럴 땐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을 해요. 제 감정은 이걸 하고 싶다는데 창작진은 왜 이렇게 해야한다고 하는지를. 분석을 하다보면 결국 해야하는 것이 맞더라고요.”그리곤 “그 장면, 순간 자체로는 저의 감정이 맞을지 모르지만 극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창작진이 해야한다고 하는 게 맞다”며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한다”고 덧붙였다.“되게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 같지만 좀 깊이 생각을 하는 정도예요. 이 장면이 생뚱맞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앞의 흐름을 보면 맞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거든요.”◇다양함을 꿈꾸는 도전의식…후회는 없다! 모든 것이 행복했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로 분한 윤공주(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최)재림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와 그랭구와르로 처음 만났어요.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죠. 어쩜 저렇게 장르를 뛰어넘으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제 나름대로는 분석도 했어요.”최재림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너의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한다”며 “노래하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최재림 역시 윤공주에 대해 “(윤)공주 누나를 생각하면 4개의 캐릭터가 떠오른다”며 뮤지컬 ‘렌트’의 미미, ‘틱틱붐’의 수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그리고 ‘아이다’의 아이다를 꼽았다.“캐릭터마다 너무 달라요. 연기를 정말 잘하는, 다양한 색을 가진 배우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다’를 이번에 같이 한다고 해서 정말 든든했죠. 경험도 많고 원체 분석도 잘하는데다 그 캐릭터와 작품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거든요. ‘그것만 잘 따라가면 나도 잘 하게 되겠구나’ 싶었죠.”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최재림의 극찬에 윤공주도 “재림 배우도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전하자 최재림은 “전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대꾸했다. 최재림은 최근 ‘시티오브엔젤’의 작가 스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마틸다’의 교장 미스 트런치불, ‘킹키부츠’의 드래그퀸 롤라 등 다양한 캐릭터로 무대에 올랐다.“로맨스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때까지 로맨스 연기가 전무하다시피했거든요. 데뷔작 ‘렌트’에서 (콜린스로 분하며) 엔젤(드래그 퀸이자 동성애자)을 상대로 로맨스를 한번 해보고는 못해봤거든요.”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초연 당시부터 불거진 “로맨스 연기가 불편한 혹은 어색한 최재림”이라는 평가에 최재림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했다.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그때는 가벼운 터치도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적극적으로 뭘 할 수 없는 지경이었죠. 너무 조심스러워서 (로맨스 연기를) 못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저 잘합니다.”최재림의 항변(?)에 윤공주가 “지금은 너무 잘하는데…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무슨 일이 있이 있었다기 보다는 재능을 늦게 발견했을 뿐”이라고 눙쳤다.“안해봐서 몰랐을 뿐이에요. 로맨스 연기를 경험하면서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하면 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기술적이기 보다 몸이 느끼는대로, 상배배우를 내가 얼마만큼 사랑하는가에 달린 것 같아요.”◇윤공주의 ‘타이타닉’, 최재림의 ‘에드거 앨런 포’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사진제공=SMG)“제가 웃기는 걸 너무 좋아해요. 코미디 욕심이 좀 있죠. 노래를 못하는 것도 속상하지만 웃겨야하는 데 못 웃기면 그게 그렇게 속상해요.”그런 윤공주의 코믹 본능을 가장 잘 드러냈던 캐릭터가 ‘타이타닉’의 앨리스 빈이다. 실재했던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사건을 다룬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윤공주는 일등실로의 진입을 꿈꾸는 2등실 손님 앨리스 빈으로 분했다.윤공주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속사포 랩 수준”의 대사와 가사를 능청스럽고 사랑스럽게도 소화해내며 변신했다.“사실 ‘아이다’에서도 그래요. 제가 웃기는 건 아니지만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아요. 암네리스나 라다메스가 웃기는 장면을 잘하면 지켜보면서도 ‘앗싸’를 외치게 되거든요.”최재림은 윤공주의 표현대로 “워낙 노래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배우”다. 그런 그도 “배우 생활 3년을 포기하고 해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넘버가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매의 날개’다.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애너벨리’ ‘어셔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검은고양이’ 등 독창적이고 기발했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으며 비평가였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다.뮤지컬 ‘겜블러’, 한국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의 작곡가이자 ‘아이 인 더 스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멤버였던 에릭 울프슨의 유작으로 록을 바탕으로 한 난이도 최상급의 극한 넘버가 매력적이다. 그 중 ‘매의 날개’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포를 대표하는 넘버다.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에릭 울프슨의 원곡 보다 반키를 낮춘 건데도 ‘매의 날개’는 인간의 ‘생목’으로는 부를 수 없는 넘버였죠. 에릭 울프슨이 남자들의 평균 음역대를 고려하지 않고 쓴 곡들이 아닌가 싶어요. ‘에드거 앨런 포’ 공연을 하는 내내 ‘매의 날개’를 제 마음에 들게 노래한 적이 별로 없을 정도였죠.”그럼에도 최재림은 물론 윤공주도 “어떤 작품도 후회는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공주는 “전 항상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주의”라며 “잘하진 못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선지 후회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최재림 역시 “저 역시 후회한 작품은 없다”고 동의를 표했다.“작품을 선택할 때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고 선택한 이상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선지 ‘하지 말 걸’ ‘힘들다’ 등의 후회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죠.”◇삶의 전환점! 윤공주의 가랑비에 옷 젖듯, 최재림의 군대 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딱히 전환점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항상, 매 작품이 전환점인 것 같기도 해요.”아이다가 라다메스를 만나면서, 라다메스가 아이다를 만나면서 인생 전체가 뒤바뀐 것처럼 두 사람에게도 있을 ‘삶의 전환점’에 대한 질문에 윤공주는 상반되지만 일맥상통하는 답을 내놓았다.“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겼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성장을 하든 단단해지든 차츰차츰요. 저 스스로는 바뀌었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 달라지고 있거든요.”최재림은 ‘삶의 전환점’으로 군대를 꼽았다. 그는 “아마도 태어나 10살 때까지는 원래 제가 가진 성격대로 살다가 그 뒤로는 그러질 못했다”며 “그러다 군대에 다녀와서야 다시 제가 가진 원래 성격대로 살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저는 군인 집안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군인이셨고 제가 아는 어른들은 직업이 군인인 게 당연했죠.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랬어요. 두살 터울의 형과 함께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죠. 바르게 행동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안되고…대학 때까지 주입받았죠.”그는 스스로의 타고난 성격을 “장난도 많이 치고 사람들을 편하고 허물없이 대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대하게 만든다”고 털어놓았다. 9살까지 원래 타고난 성격대로 살았다는 최재림이 엄격한 군인집안 교육에 순응한 건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우리 가족에게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나이 10살 때의 깨달음(?)이었다 . 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왼쪽)와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되게 어른스러운 깨달음 같지만 쉽게 말하면 친구랑 싸우면 안되고 화나도 참아야하는 정도의 것들이었죠. 그렇게 스물한살까지 살다 보니 남에게 맞춰주는 걸 굉장히 잘해요.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지, 어른들에게 해야 하는 바른 행동 등의 정석이 뭔지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군대 가서야 깨달았어요.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는 걸.”이어 최재림은 “세상엔 수만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뭘 해도 좋아할 사람이 있고 뭘 해도 싫어할 사람 있고 뭘 하든 신경 안쓰는 사람들이 있더라”며 “그 모든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 행동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정말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왜 돼요? 굳이.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고 깨달은 후부터는 오히려 제 맘대로 하는 게 어색해서 애를 먹었어요.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아’ ‘미움 받으면 어때’ ‘관심 좀 못 받으면 또 어때’ ‘좋은 사람이 아니면 어때’라고 단련하면서 애를 좀 썼죠. 그러면서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게 바로 제 삶의 전환점이죠.”◇한없이 순수하고픈 윤공주, 기대치를 채움과 동시에 깨는 배우를 꿈꾸는 최재림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열심히 안하는 배우는 없어요.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보여지는 이유는 발전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스스로의 말처럼 윤공주는 ‘노력하는 배우’로 평가받곤 한다. 그 평가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작품을 할 때마다 발전하는, 그게 저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무대 위에서만큼은 한없이 순수하고 싶어요. 순수하게 역할에 빠져들고 사람 자체도 순수하게요. 그래서 얼마나 발전돼 있고 완성도를 높였을지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겠거든요. 그래서 저도 항상 제가 궁금해져요.”그리곤 “그렇게 계속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발전할 것”이라며 “끝은 없을테지만 할 수 있는 한 발전하면서 무대 위에서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막 배우를 시작했을 때는 “기왕 발을 들였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자는 목표가 있었다”는 최재림은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는 목표가 아닌 것 같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민가 싶었다”라고 털어놓았다.“배우를 하면할수록 동료 배우들이나.스태프들, 관객분들, 하물며 저 스스로도 닮고 싶고 존경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기대치를 채워줌과 동시에 예상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림이라는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하겠지’라는 예상치나 기대치가 있잖아요. 그걸 채워 주는 동시에 ‘이걸 이렇게 해?’라고 기대치를 뛰어넘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윤공주의 ‘빨래’ 주인할멈, 나이에 맞는 역할을 꿈꾸는 최재림 뮤지컬 ‘아이다’ 최재림(왼쪽)과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이름도 바꾸고 분장을 통해 얼굴도 좀 바꾸고 어떤 역할을 하고는 나중에 ‘사실은 나 윤공주였어’라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그리곤 “저 스스로도 이 작품이나 역할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며 “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 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그 역할을 (영화 ‘기생충’ ‘군함도’ ‘말모이’ ‘옥자’ 등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타인은 지옥이다’ ‘눈이 부시게’ 등의) 이정은 선배님이 하셨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았거든요. 처음 그 역할을 하셨을 때(2008년) 젊은 나이였는데 정말 할머니 같으셨어요. 그 선배님 것만 서너 번을 봤죠. 나이를 뛰어넘는 연기를, 저인지 모르게 한번 해보고 싶어요.”그리곤 2010년 군 뮤지컬 ‘생명의 항해’를 하던 때를 떠올렸다. 장진호 전투와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둘러싼 흥남 철수작전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서 윤공주는 해강(이준기)의 여동생 금순으로 분했다.“할머니가 된 금순이가 회상하면서 젊었을 때로 넘어가는데 지인들이 행동과 목소리를 듣고는 ‘당연히 할머니와 젊은 시절 금순이 배우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 너무 좋았다”는 윤공주에 최재림 역시 “친구가 ‘마틸다’를 보러 와서는 ‘너 안나오던데…학생 중 키 큰 사람이 너야?’라고 묻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동의를 표했다. 서울 공연에서 이어지는 부산 ‘아이다’(3월 20~4월 19일 부산 드림씨어터) 투어 후 4월 말 일본 솔로 콘서트가 계획돼 있는 최재림은 “몇 년 전부터 나이든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더 나이가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어른 역할이요.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모든 역할들을 내가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돼요. 젊어서는 젊은 역할, 더 시간이 흐르면 중년, 노인 등 제 나이에 맞춰서 하는 연기가 조금씩 궁금해졌거든요.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1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이번엔 ‘코로나19’ 핑계, 또 다시 불거진 공연계 임금체불 사태…뮤지컬 ‘위윌락유’ ‘영웅본색’

또 곪아 터졌다.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페이 미지급은 공연계의 오랜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치’를 모르고 잊을만하면 한번씩 도지는 그 고질병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일방적인 공연 취소 사태를 빚고 있다.지난달 30일 퀸 히트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위윌락유’(잠실종합운동장 로열씨어터)는 시작 10여분만에 “배우들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공연을 중단했다. 그리곤 다음날 공식 SNS를 통해 2월 20일까지 예정됐던 공연의 잠정 중단을 알렸다. 그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높은 예매 취소율을 이유로 들었다.홍콩 느와르의 원조격인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영웅본색’(한전아트센터) 역시 10일 갑작스레 조기폐막을 알리며 코로나19 확산이 원인이라고 밝혔다.하지만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흥행 부진’과 ‘페이 미지급’ 문제다. 정동하, 김종서, 서문탁, 곽동현 등이 출연했던 ‘위윌락유’ 제작사인 엠에스컨텐츠그룹은 ‘오! 캐롤’ ‘올슉업’ 등을 제작했다. 왕용범 연출작이자 유준상·임태경·민우혁, 한지상·박영수·이장우 등 주연의 ‘영웅본색’을 제작한 빅픽쳐프러덕션은 한경텐아시아가 12월 발간하는 텐스타 특별호 ‘BTS, 2400일의 여정’(BTS, into the world) 마케팅을 맡기도 했던 회사다.두 회사는 이전에도 페이 미지급으로 문제를 일으킨 전적이 있기도 하다. 각각 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일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계약서에 명시된 때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고 일각에서는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인 이들도 있다는 후문도 회자되고 있다. ‘영웅본색’에 출연했던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결국 페이 미지급 문제”라며 “배우들은 부지불식간에 폐막을 통보받으면서 관객들과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 작품들은 만듦새가 미흡하거나 이 시대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재조명된 록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 ‘영웅본색’이라는 원작의 명성에 기댄 모양새로 “원래 관객이 안들던 작품들이 이 참에 폐막한 경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물론 코로나19의 여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비겁하게 코로나19를 핑계 대며 힘겨운 중에도 어떻게든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공연을 이어가려 노력하는 이들을 힘 빠지게 하고 있다”며 “마치 현재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은 관객이나 배우, 스태프 등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 마냥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관계자들의 전언처럼 공연계 전체의 사기 진작과 침체 분위기의 문제 뿐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예매처로 공연 취소 관련 문의가 이어지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매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어렵게 공연을 진행 중인 작품의 ‘임금체불’ 문제가 과장돼 회자되기도 한다. ‘연기’ 발표도 ‘취소’로 받아들이는 경우들도 생겨나고 있다. 3월 11일 내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를 발표한 마에스트로 얍 판 츠베덴과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Eric Hong(사진제공=프레스토아트)‘위윌락유’와 ‘영웅본색’ 임금 미지급 사태가 불거지면서 재정상태와 두 작품의 전철을 밟는 건 아닐까 ‘염려 반 의심 반’의 관심을 받는 작품들도 생겨났다. 그 의심과 관심의 시선을 받게 된 작품의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근래 들어 두 공연이 취소되다 보니 그런 듯하다”며 “페이 미지급이나 극 외적인 이유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연이 취소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3월 5일부터 도쿄, 오사카, 서울, 대전, 광주, 춘천으로 이어지는 아시아투어를 계획했던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홍콩필)는 공연 ‘연기’를 발표했다. 한국 뿐 아닌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들며 “일방적인 취소가 아닌 연기”임을 강조했다. 홍콩필 내한공연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에 “분명한 연기”라며 “연내 공연을 목표로 대관 등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홍콩필을 비롯해 3월 10~17일 루체른스트링페스티벌의 아시아투어 일정의 일환이던 내한공연(3월 17일 롯데콘서트홀), 3월 14일로 예정됐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미국 출신 신예 싱어송라이터 루엘(Ruel, 3월 27일), 알앤비(RB) 가수 칼리드(4월 9일) 등의 내한공연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 혹은 취소를 발표했다.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인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대구·경남 인근에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전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역시 서울공연(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 이어 진행예정이던 대구 공연(3월 12~22일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을 취소했다. 이외에 ‘백건우 리사이트’(3월 3일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뮤지컬 ‘보디가드’(3월 6~8일 계명아트센터) 등의 대구 공연도 취소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21 1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웰다잉’ 그리고 잘 사는 것에 대하여…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아버지 신구와 어머니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죽는 데 잘 죽고 못 죽고가 있겠나 싶지만…생명 유지를 위해 여러 방법을 쓰기 보다는 자신이 호흡하던 데서 가족과 이별하는 게 잘 죽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지난 14일 개막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간암 말기를 진단받은 아버지로 출연 중인 신구는 ‘웰다잉’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 환자로 죽어가는 아버지(신구)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 작품이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아버지 신구와 둘째 아들 조달환(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광탁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2013년 신구·손숙과 함께 초연됐고 제6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초연부터 신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춰온 어머니 홍매 역의 손숙은 1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콜에서 “병원에서 뭘 주렁주렁 달고 있는, 그 줄들을 떼면 죽은 사람인데 떼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웰다잉’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친한 친구가 갈 때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극 중) 어머니는 남편이 병원에서 죽는 걸 너무 싫어해요. 마지막을 함께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죠. 의사랑도 얘기를 해보니 고통을 너무 느끼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고통은 줄이되 생명은 연장하지 않았으면 싶어요.”아들 역으로 처음 합류한 조달환은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아버지가 눈앞에서 돌아가셨는데 아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말을 보탰다.“아버지가 유언을 하실 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사는 게 좋을지 죽는 게 좋을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슬퍼하지는 말고 나를 추억해 달라’고 하셨죠. 신구 선생님이랑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죽음은 늘 곁에 있어요.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미친 듯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그리곤 “이 연극도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미친 듯 살아가는 과정 중) 그 하나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며느리 역의 서은경도 “부모님들한테 잘 해야하는데 저도 엄마랑 있으면 30분이 채 되지 않아서 화가 나고 그런다”고 털어놓았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중 마지막 가족 식사. 왼쪽부터 정씨 역의 최명경, 둘째 아들 조달환, 아버지 신구, 어머니 손숙, 며느리 서은경(사진제공=신시컴퍼니)“웰다잉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들, 가족 관계들 등이 잘 살아져야 웰다잉이 아니가 싶거든요. 관객분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가족을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눈물 흘리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어요.”아버지·어머니에게 자식만큼이나 살갑고 정을 주는 옆집 정씨 역의 최명경도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라도 전하고 가까이 사신다면 식사라도 같이 하시고 손도 한번 잡아드릴 계기가 되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조달환 역시 “현시대와 확연한 차이가 있는 작품같다. 요즘은 기다림과 그리움을 잊고 사는 것 같다”며 “아날로그적인 예전 감성을 되짚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삶도,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있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아버지 신구(오른쪽)와 어머니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장이 너무 썰렁해졌어요.”이렇게 토로한 신구에 이어 손숙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공연계에 대한 걱정과 당부를 전했다. 손숙은 “2달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코로나 19가 쓰나미처럼 덮치는 바람에 취소가 생겨나고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공연장은 거의 초토화예요. 중국 교민, 중소상인들까지 다 관심을 가지시면서 문화예술 쪽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는 것 같아요. 굉장히 힘들지만 저희는 배우니까 단 몇분만 앉아 계서도 공연을 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되게 속상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9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창작과정을 함께! 리딩 쇼케이스 ‘페드라’

뮤지컬 리딩 쇼케이스 '페드라'를 연습 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테세우스 역의 박유덕, 페드라 김려원, 히폴리투스 김우석(사진제공=신스웨이브)뮤지컬 한편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많은 창작진과 출연진의 노고와 열정 그리고 과정들이 존재한다. 작품의 틀거리와 취지를 담은 기획부터 약식으로 읽고 노래하는 리딩, 대본과 넘버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작품의 꼴을 갖춘 쇼케이스 등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중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뮤지컬 ‘페드라’가 본공연에 앞서 리딩 쇼케이스(2월 22, 23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를 관객들과 함께 한다. ‘페드라’는 양조위·유덕화 주연의 홍콩 느와르 ‘무간도’ 뮤지컬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신스웨이브의 첫 창작뮤지컬 개발지원작이다. 신인 작가, 작곡가 등 창작진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신스웨이브 개발 프로젝트 GPS(Global Performing arts Studio) 당선작이다. 리딩 쇼케이스 ‘페드라’ 포스터(사진제공=신스웨이브)그리스 신화 중 어머니와 양아들 사이지만 사랑에 빠지는 저주에 걸린 ‘페드라와 히폴리투스’ 그리고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면서 티탄족에게는 영웅이 됐지만 신 제우스에게는 미움과 노여움을 사게 된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상자’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인공지능(A.I)에게 특이점이 온다”고 예언한 2045년, 인간세계에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자연재해들로 고난과 절망으로 점철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뮤지컬 ‘아랑가’ ‘432 헤르츠’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6시 퇴근’ 등의 김가람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고 ‘팬레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판’ ‘미드나잇’ ‘러브레터’ 등의 김길려 작곡가·음악감독과 ‘쓰릴미’ ‘생쥐와 인간’ ‘난쟁이들’ 등의 박지혜 연출이 힘을 보탠다.인간 페드라(김려원)와 완벽에 가까운 AI 히폴리투스(김우석), 인류의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그를 창조한 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공지능 과학자 테세우스(박유덕) 그리고 테세우스의 조력자이자 페드라의 삼촌 에피(김태한)가 풀어가는 감성 SF 뮤지컬이다.인간 페드라와 AI 히폴리투스가 함께 하는 섬 생활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자 판도라의 남편인 에피메테우스를 상징하는 인물 에피가 슬픔·고통·연민 등 인간의 감정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번뇌가 맞물린다. 김가람 작가는 두 이야기의 교차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살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전했다.뮤지컬의 핵심 경쟁력인 넘버와 음악들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작품 전체 세계관을 드러내는 웅장함과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섬세한 멜로디들로 배치된다. 김길려 작곡가·음악감독은 “이번 리딩 쇼케이스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롯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로 편성된다”고 귀띔했다.이어 “극 전체의 주음은 피아노가 이끌지만 페드라와 히폴리투스의 감정은 어쿠스틱 기타 리듬이 담당한다”며 “페드라의 감정은 첼로, 히폴리투스의 감정은 플롯이 표현하는 등 악기들은 등장인물들과 대화하듯 드라마에 스민다”고 설명했다.리딩 쇼케이스 ‘페드라’ 출연진. 왼쪽부터 페드라 역의 김려원, 히폴리투스 김우석, 테세우스 박유덕, 에피 김태한(사진제공=신스웨이브)인간 페드라 역에는 4월 개막 예정인 여성 록뮤지컬 ‘리지’를 비롯해 ‘미스트’ ‘블루레인’ ‘더 캐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김려원, AI 히폴리투스는 드라마 ‘보이스’ 시리즈, 뮤지컬 ‘쓰릴미’ 등의 김우석이 캐스팅됐다.히폴리투스로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과학자 테세우스는 ‘빈센트 반 고흐’ ‘세종, 1446’ ‘더 픽션’ ‘아랑가’ ‘라흐마니노프’ 등의 박유덕이, 판도라의 상자 개봉을 두고 고뇌하는 에피는 ‘어나더컨트리’ ‘무한동력’ ‘비너스 인 퍼’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명동로망스’ 등의 김태한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9 1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