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잇단 취소·연기·잠정중단·휴관 등으로 휘청이는 공연·전시계…'코로나 쇼크'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2-28 17:00 수정일 2020-02-28 17:00 발행일 2020-02-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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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취소, 연기, 잠정 중단하는 공연들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극 ‘나와 아버지와 홍매와’, 정동극장 ‘적벽’,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국립극단 ‘화전가’, 뮤지컬 갈라 콘서트 ‘Beyond The Best’,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사진제공=신시컴퍼니, 정동극장, 페이지원, 알앤디웍스, 국립극단, 밀레니엄오케스트라,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때문에 공연장이 썰렁해졌어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로 분하고 있는 배우 신구의 우려에 이어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손숙의 말처럼 “공연장은 거의 초토화” 상태다. 그들의 우려대로 3월 22일까지로 예정됐던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월 29일 조기폐막을 결정했다.

이 작품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뿐 아니라 3월 8일로 예정됐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개막일도 4월 7일로 미뤘고 오리지널 제작사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 모든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를 선언함으로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을 맞은 뮤지컬 ‘아이다’의 부산 공연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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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연을 취소한 뮤지컬 ‘아이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들 뿐 아니다. 대구 신천지와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해 서울·수도권, 부산, 경북·경남 등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코로나19 경보가 ‘위기’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됨으로서 공연 및 전시 등이 잇달아 취소, 연기, 잠정중단, 축소 공연, 조기폐막 등을 발표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도 3월 8일에서 2월 28일로 조기폐막을 결정했고 KBS교향악단의 2월 정기연주회(2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3월 6, 7일 예정이던 ‘앤솔러지 시리즈 II’ 취소, 2020 레퍼토리 시즌제 첫 작품인 ‘브라보 엄사장’ 축소 공연을 잠정했다.

취소나 조기폐막과 더불어 잠정 중단 혹은 개막 연기 등을 발표한 공연들도 있다. 3월 4일 카이·강홍석·이지혜·민경아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뮤지컬 갈라 콘서트 ‘Beyond the Best’, 3월 6일 김선욱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공연을 연기했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의 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취소가 아닌 연기로 가닥을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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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된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Photo by Marco Borggreve(사진제공=빈체로)

국공립·시립단체,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문화재단이나 극장 등도 취소, 연기, 축소 편성, 잠정 휴관 및 중단 등을 발표했다. 28일 개막 예정이던 국립극단의 ‘화전가’, 4월 5일까지 공연예정이던 정동극장의 ‘적벽’(3얼 8일까지) 등이 잠정 중단했고 10주년을 맞아 28일 시작 예정이던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이미 예매가 진행된 3월 22일까지의 공연을 취소하며 개막을 연기했다.

‘마마돈크라이’ 관계자는 “사태를 지켜보며 공연 재개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마지막 공연일은 애초 계획된 5월 17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막 일정이 미정인 상태에서 회차에 대한 부분도 배우들과 논의 중이다. 배우들 대부분이 이미 차기작이 확정된 상태라 저희 공연에만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렵게 어렵게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남문화재단 역시 ‘2020 연극만원 시리즈-옥탑방 고양이’(3월 13~15일), ‘2020마티네콘서트’(3월 19일)를 취소하고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3월 29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은 3월 9일까지 임시 휴관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등도 25일을 전후로 전면 휴관에 돌입했다.

예술의전당도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계획됐던 ‘아티스트 라운지’ ‘오케스트라앙상블 서울OES의 베토벤시리즈IV’ ‘서울시향 쇼스타코비치교향곡 10번’ 등의 클래식 공연과 기획전시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 ‘조선·근대 서화전’을 취소 혹은 잠정 중단했다. 외부 기획사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공연 및 전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산 및 예방을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예술의전당은 “대관 공연, 전시 행사 취소 혹은 중단시 대관료를 전액 환불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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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에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직원이 15~16일, 20~21일 대구 방문 후 22일 유럽 출장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27일 귀국해 1시경 공항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이후 본관 근처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았고 오늘(28일) 오전 음성판정을 받았다” 전하며 사전보고를 하지 않고 유럽출장에 나선 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콜에서 손숙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나 위축 등에 대해서는 관심들을 많이 가지는데 문화예술 쪽엔 아무도 관심을 안가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연이나 전시 취소, 장점 중단 혹은 연기 등에 따른 배우 및 아티스트 출연료, 극장 및 전시장 대관료 등의 처리는 천차만별이다. 시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극장들은 대부분 전액환불로 가닥을 잡았지만 민간극장은 환불이나 감면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런티나 출연료 역시 배우나 아티스트들과 제작·기획사 간 협의에 따라 다르게 처리된다. 

전시를 계획하던 중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한 사진작가는 “취소나 연기를 하고자 했지만 전시장 측에서 ‘어떤 편의도 봐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강행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수의 공연계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공연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3개월 안팎의 장기공연에 대한 대관료 및 일정 부분의 출연료 등을 선지급하는 연극·뮤지컬 쪽은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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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체제에 돌입한 예술의전당은 취소되는 공연, 전시 등 행사의 대관료를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사진제공=예술의전당)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선지급됐지만 공연 중단 및 취소로 인해 극장을 사용하지 않은 회차의 대관료는 유례 없는 사태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환불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획사 및 제작사는 홍보마케팅과 사전 제작비, 극장은 대관료, 배우나 아티스트는 개런티 등의 손해를 감수하며 고통을 분담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공연 중단과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한 범위와 정의, 귀책 및 배상 기준은 법 혹은 정책 등 어디에도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천재지변에 따른 환불 여부는 각 약관 조항에 따른다. 하지만 환불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약관 규정의 유효성은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후적으로 판단될 것”이라며 “다만 천재지변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이나 전염병 등에 대한 대처는 사건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염병 등에 관한 판례는 거의 없다. 2016년 대법원 판례 중 ‘불가항력 등 당사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한 계약 불이행, 계약해지, 계약종료 시에는 면책돼 귀책사유가 없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전례가 있지만 모든 전염병 사례에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전례 없을 정도로 막대하고 사실상 그 예방이나 사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원에서 이를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판시할 가능성도 높다”고 법적 소견을 밝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