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14년지기 백인태·유슬기의 진짜 가족애…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사진제공=주다컬처)“데뷔하는 날 (유)슬기와 함께 했어요. 14년 동안 저희 두 사람은 친구로서 서로 보살펴 주면서 누군가는 형이 되고 동생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 날들이 있어선지 형·동생으로 풀어가기 좋았던 것 같아요.”‘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이하 은밀하게 위대하게, 3월 29일까지 세종문화재단 M씨어터)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팝페라 듀오 듀에토의 백인태는 팀의 멤버이자 14년지기 친구 유슬기와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사진제공=주다컬처)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장철수 감독, 김수현 출연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았던 HUN(최종훈)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백인태·조환지·지일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실력자 리해랑(박준후·최수형),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가람·유승우·조환지)이 동네 바보 동구, 가수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감추고 달동네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다.‘스모크’ ‘인터뷰’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 콤비작으로 백인태는 동네 바보로 위장한 원류환을, 유슬기는 동구를 보살피는 순임(박채원)의 골칫덩이 아들 두석과 스파이로 5446 부대에 잠입한 서수혁을 연기한다. 1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프레스콜에 참석한 백인태는 이어 “대학시절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힘들 때 보살펴 주기도 했어서 연기하면서 진심으로 가족애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뮤지컬이 처음이라 무서움도 많았는데 (유슬기와) 같이 무서워해서 좀 나았어요. 연기 연습을 하거나 액팅을 할 때 서로를 보면서 ‘나 보다 못하는 사람이 있구나’ 위안을 얻었습니다.”이번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눈에 띄는 이는 원류환과 리해진을 동시에 연기하는 조환지와 다이내믹한 고난이도 액션으로 무대를 꽉 채우는 앙상블들이다. 앙상블을 대표한 배우 조상현은 “앙상블이지만 앙상블이라고 생각 안하고 캐릭터로서 배역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어떤 회차는 원류환으로, 또 어떤 회차는 리해진으로 무대에 오르는 조환지는 “처음 걱정됐던 건 다른 뮤지컬들에 비해 액션신이 많아서 정해진 약속들이 많은데 혹시나 저 하나 실수로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였다”고 토로했다.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사진제공=주다컬처)“액션 합이나 화음보다 어려웠던 건 너무 다른 두 캐릭터였어요. 게다가 둘 다 저와는 맞닿아 있지 않았거든요. 원류환은 제가 가진 색보다 훨씬 무겁게, 리해진은 훨씬 가볍게 써야 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됐습니다.”원류환은 백인태, 조환지를 비롯해 지일주가 번갈아 연기하며 가수를 꿈꾸는 리해랑은 박준후·최수형, 고등학생인 리해진은 가람과 ‘슈퍼스타 K’ 시즌 4 출연자인 유승우가 캐스팅됐다. 세 사람을 최정예 스파이로 키워낸 5446 특수공작부대 총교관 김태원은 김주호·서승원·허규, 세 사람을 살리려는 국정원 요원 서수혁은 유슬기와 임강성, 정휘욱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8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요즘 핫한 드라마 속 이 악당들! ‘낭만닥터 김사부 2’ 김주헌, ‘본대로 말하라’ 김바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박민국 교수 역의 김주헌(왼쪽)과 OCN ‘본 대로 말하라’에서 박하사탕 연쇄살인마 ‘그놈’으로 추정되는 김바다(사진=브릿지경제 DB)누군가에겐 악당들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깎아 내리는 방법을 선택한 생존본능 충만한 현대인의 유형 중 하나기도 하며 특정 인물에 대한 콤플렉스 혹은 억하심정,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에 시달리며 저 혼자 악다구니를 해대는 지질한, 어찌보면 가련한 존재다. 결국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후배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조바심에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악당은 쥐도 새도 모르게 침투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는 박하사탕을 증거로 남기는 연쇄살인마로 추정된다. 경찰의 조직적 은폐로 5년 전 죽은 것으로 무마됐던 그는 등장부터 눈길을 끌며 극에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부용주 한석규를 중심으로 한 SBS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에서 돌담병원 신임원장으로 부임한 박민국 교수 역의 김주헌, OCN 범죄 스릴러 ‘본대로 말하라’의 박하사탕 살인마 ‘그놈’ 김바다가 화제다. 두 사람은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TV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박민국 교수 역의 김주헌(사진제공=SBS)박민국은 거대재단 이사장으로 다시 돌아온 시즌1의 악당 도윤완(최진호)이 김사부(한석규)를 제압하고 돌담병원 자리에 VIP병동을 세우기 위해 침투(?)시킨 인물이다.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이자 업계는 물론 자기 사람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잘 나가는 외과의다.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그에게 유일한 난적이 김사부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가 극복해야 할 대상은 김사부가 아니라 방향이 비틀려 버린 자격지심이자 열등감이며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다.살아남겠다고 의사로서의 본분을 뒤로 하고 탈출했던 과거의 버스 사고, 그 사고 당시 사람을 살리겠다고 고군분투하던 김사부의 눈빛이 자꾸만 내면의 무언가를 건드린다.그 눈빛을 외면하고 돌아선 후 비뚤어진 자책감에 침잠한 인물로 그 원인이 김사부라고 애써 믿으며 버티고 있다. 김사부가 틀렸고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돌담병원에 내려왔지만 흔들리는 건 오히려 자신임을 알고 더욱 감정적으로 치닫는다. 그의 사람 중 하나인 마취과 심혜진(박효주) 교수의 표현처럼 “평정심도 잃고 조바심으로 가득 차 말도 안 먹히는” 사람이 돼 버렸다.가진 사연에 비해 다소 일차원적인 인물로 그려져 아쉽기도 한 악역 박민국을 연기하는 김주헌은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낭만닥터 김사부 2’의 박민국 이전에 송혜교·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에서는 주인공 진혁(박보검)의 친형 같은 골뱅이 호프집 사장 이대찬으로, 지진희 주연의 ‘60일, 지정생존자’에서는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 정한모로 눈도장을 찍었다.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중 김사부와 격돌하는 박민국 교수 역의 김주헌(사진=방송화면캡처)미술 전공자인 김주헌은 박근혜 정부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시발점인 연극 ‘개구리’의 박근형 연출이 꾸린 극단 골목길 단원으로 2009년 연기를 시작했다. 2014년 “문득 연극이 싫어져” 무대를 떠나기도 했던 그는 2017년 봄 서울시극단 창단 20주년작인 김광보 연출의 ‘왕위주장자들’로 무대에 복귀했다.그해 9월 ‘엠.버터플라이’(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 역으로 첫 상업극(극단 작품이 아닌 공연)에 도전했다. 그 후로 드라마와 CF를 비롯해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카포네 트릴로지’ ‘돌아서서 떠나라’ ‘프라이드’ 등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엠. 버터플라이’ 공연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주헌은 “배우를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곤 “사실 계속 배우를 하고 싶다. 작품이 안끊겼으면 좋겠고 감동을 주는 배우, 아주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김주헌은 스스로의 바람대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이다.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 비지터의 고상호(왼쪽)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양호준 역의 고상호(사진제공=모먼트케이커, SBS)박민국 교수의 심복인 외과의 양호준 역의 고상호 역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다. 건군 60주년 기념 군뮤지컬 ‘마인’을 비롯해 ‘그날들’ ‘아랑가’ ‘명동로망스’ ‘미드나잇’ ‘비스티’ ‘보도지침’ ‘사의찬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베어더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에 출연했다. 현재도 지난 11일 개막한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5월 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비지터로 분하며 TV와 무대를 동시 공략 중이다.양호준 선생은 돌담병원 내 모든 대화들을 엿듣고 박민국 교수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자신의 실력부족을 뛰어난 의사로 발돋움 중인 후배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의 탓으로 돌리며 못살게 굴고 있다.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박민국 교수, 환자가 밀려드는 돌담병원 응급실 현실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돌담병원에서 자꾸 웃는” 서우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몹쓸(?) 선택을 하면서 ‘밉상’ 지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응급수술을 두건이나 하고도 들어야 하는 “머저리 같은 놈”이라는 박민국 교수의 힐난과 “낯빛이 안좋다”며 “응급실에나 빨리 가보라”는 김사부의 인간적인 퉁바리 사이에서 묘한 감정을 흘리기도 하는 인물이다.OCN ‘본대로 말하라’의 김바다(사진=방송화면캡처)‘본 대로 말하라’에서 등장만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열게 했던 ‘그놈’ 김바다 역시 공연계에서는 꽤 알려진 배우다. ‘그놈’의 입가가 등장하는 순간 연극과 뮤지컬 마니아들이 단박에 “김바다”를 외쳤을 정도다. 지난 회차(2월 15, 16일 방송분)에서는 또 다른 배후를 예고해 그가 ‘진짜’ 박하사탕 연쇄살인마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김바다는 2015년 김태형 연출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데뷔해 개성있는 연기와 탄탄한 노래실력으로 ‘히스토리 보이즈’ ‘B클래스’ ‘오펀스’ ‘트레인스포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벙커 트릴로지’ ‘나쁜 자석’ ‘언체인’ ‘오펀스’ 등의 연극과 뮤지컬 ‘카라마조프’ ‘콩칠팔 새삼륙’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무한동력’ ‘이선동 클린센터’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활동했다.“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 김바다는 ‘본 대로 말하라’에 이어 3월 개막할 뮤지컬 ‘데미안’(3월 7~4월 26일 유니플렉스 2관)을 준비 중이다. 뮤지컬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의 동명소설을 2인극로 꾸린 작품으로 고정된 배역 없이 모든 배우들이 싱클레어가 되고 데미안이 되는 형식의 뮤지컬이다.‘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보도지침’ 등의 오세혁 작·연출이 대본을 집필했고 ‘리틀잭’ ‘광염소나타’ ‘난설’ 등의 다미로 작곡가, ‘쓰릴미’ ‘아랑가’,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연극 ‘추남, 미녀’ 등의 이대웅 연출이 함께 한다.김바다를 비롯해 ‘마리 퀴리’ ‘난설’ ‘베르나르다 알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정인지, ‘베르나르다 알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돌아서서 떠나라’ 등의 전성민, ‘리틀잭’ ‘광염소나타’ ‘파가니니’ ‘더 픽션’ 등의 유승현, ‘쓰릴 미’ ‘영웅’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의 김현진, ‘낭랑긔생’ ‘줄리앤폴’ ‘빨래’ ‘인터뷰’ ‘시련’ 등의 김주연까지 대학로의 내로라 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8 19:00 허미선 기자

[Culture Box] 뮤지컬 ‘셜록 홈즈’,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이보 포고렐리치 피아노 리사이틀 외

왼쪽부터 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보 포고렐리치 피아노 리사이틀(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 신시컴퍼니, 주다컬처, 빈체로)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4월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명탐정 셜록 홈즈가 세기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쫓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담은 스릴러 뮤지컬이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에드거 앨런 포’ ‘아이언마스크’ ‘드라큘라’ ‘메피스토’ 등의 노우성 연출, ‘마리 퀴리’ ‘곤 투모로우’ ‘서울의 달’ 등의 최종윤 작곡가의 의기투합작이다.초반부터 범인이 실체를 드러내고 셜록은 자취를 감춘 연쇄살인마 잭을 불러내기 위한 심리전에 돌입한다.. 그의 추격전에는 런던 경시청 클라이브 형사, 파트너 제인 왓슨이 힘을 보탠다.뮤지컬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살인을 예고한 연쇄살인마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펼치는 ‘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은 ‘앤더슨가의 비밀’에 이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시즌으로 2014년 초연됐다.초연에 이어 셜록 홈즈 송용진과 제인 왓슨 이영미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선 여인 마리아 역의 정명은, 그를 지키는 미스터리한 인물 에드거 이주광이 다시 돌아왔다.더불어 안재욱·김준현, 이지훈·산들·켄, 최우리·여은, 김찬호·이승헌, 권민제가 각각 셜록 홈즈, 클라이브 형사, 제인 왓슨, 에드거, 마리아로 새로 합류했다.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3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장철수 감독, 김수현 출연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았던 HUN(최종훈)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2만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실력자 리해랑,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이 동네 바보, 가수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신분을 감추고 달동네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스모크’ ‘인터뷰’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등의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가·음악감독 콤비작이다. ‘팬텀싱어’ 시즌 1의 준우승팀 인기현상의 멤버이자 크로스오버 듀오 듀에토 멤버인 백인태와 유슬기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연습 중인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출연진(사진제공=주다컬처)김수현이 연기했던 원류환 역에 백인태를 비롯해 지일주·조환지가 캐스팅됐고 가수를 꿈꾸는 리해랑은 박준후·최수형, 고등학생인 리해진은 가람, ‘슈퍼스타 K’ 시즌 4 출연자인 유승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블루레인’ ‘위윌락유’ 등의 조환지는 원류환을 비롯해 리해진도 함께 연기한다.이 세 사람을 최정예 스파이로 키워낸 5446 특수공작부대 총교관 김태원은 김주호·서승원·허규, 세 사람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서수혁은 듀에토의 유슬기와 임강성, 정휘욱이 트리플 캐스팅됐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span style="font-weight: normal;"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사진제공=신시컴퍼니)간암 말기 환자로 죽어가는 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간 작품이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으로 2013년 신구·손숙과 함께 초연돼 제6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눈빛, 등, 손 등으로도 연기를 하며 간암 말기 환자를 표현해내는 신구,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손숙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아들 조달환 등이 절절하면서도 덤덤하게 일상을 그려 간다.이보 포고렐리치 피아노 리사이틀 (2월 19일 롯데콘서트홀)극한까지 달리는 다이내믹과 강력한 타건, 과감한 색채를 품은 생명력, 신들린 듯한 테크닉으로 ‘200년이나 앞서간 연주’ ‘괴짜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시인’ 등으로 평가받는 피아니스 이보 포고렐리치(Ivo Pogorelich)의 15년만의 내한 공연. 극과 극 평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포고렐리치는 이번 내한 리사이틀에서 청년 시절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매혹시켰던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의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 M.5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영국 모음곡 3번’(English Suite No. 3, BWV 808), 루트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1번’(Piano Sonata No.11 in B♭ Major, Op.22),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의 ‘뱃노래’(Barcarolle, Op. 60)와 ‘전주곡 C단조’(Chopin Prelude in c# minor, Op. 45)를 연주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7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깊어진 여성 서사와 연대, 여전한 볼레로…뮤지컬 ‘마리 퀴리’

뮤지컬 '마리 퀴리'(연합)“작가가 애초 하고 싶었던 얘기에 집중했습니다. 위인전으로 아는 위대한 과학자, 그의 위대한 발명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뮤지컬 ‘마리 퀴리’(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김태형 연출은 두 번째 시즌의 변화에 대해 “암 치료, 핵 발전 등 라듐 발견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인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김소향·리사·정인지,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마리 퀴리와 폴란드 출신의 라듐시계공장 언다크 직공 안느(김히어라·이봄소리), 마리의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 피에르(김지휘·임별), 언다크의 사장인 루벤(김찬호·양승리) 등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라듐 발견의 유익성과 유해성 경계에서 갈등하고 공감하며 고뇌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 김태형 연출(연합)“여성 과학자, 이민자 등마리가 잔뜩 가진 어쩔 수 없는 마이너리티한 요소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며 삶을 꾸려갔는지를 역사적 사실과 공연의 드라마적 창작 영역으로 풀어갔습니다. 마리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 고통을 같이 나누는 안느와의 연대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죠. 고뇌하고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또 다시 달리기를 해나가는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이지만 (마리와 안느라는) 두 여주인공이 해냈을 때 관객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인 2017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 선정작이자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초연된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13일 열린 뮤지컬 ‘마리 퀴리’ 프레스콜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오프닝’(리사․김히어라․김지휘․양승리․장민수․주다온․조훈), ‘두드려’(리사․이봄소리․김지휘․양승리․이예지․장민수․주다온․조훈), ‘또 다른 이름’(김소향․임별), 그댄 내게 별‘(정인지․김히어라․김아영․장민수․주다온․조훈)이 하이라이트 시연됐다.더불어 초연부터 가장 인상적이었던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김히어라․김아영․장민수․주다온․조훈)와 가사 및 장면, 등장인물 등이 대폭 수정된 ‘잘 지내요’(김소향․임별․이봄소리․양승리․이예지․장민수․주다온․조훈), ‘죽음의 라인’ ‘어둠 속에서’(김소향․이봄소리․양승리․임별․김아영․장민수․주다온․조훈), ‘라듐 파라다이스’(이봄소리․양승리․이예지․장민수․주다온․조훈), ‘예측할 수 없고 리프라이즈’(정인지․김히어라․김지휘․조훈)도 선보였다.◇마리와 안느의 인상적인 첫 만남 그리고 ‘예측할 수 없고’뮤지컬 '마리 퀴리' 중 새로 추가된 파리행 기차에서의 마리 리사와 안느 김히어라의 첫 만남 장면(연합)“당신은 우리 폴란드의 별이 될 거예요.”새로 추가되거나 대폭 수정된 장면들 중 눈에 띄는 것은 ‘오프닝’과 ‘예측할 수 없는 리프라이즈’다. 새로운 ‘오프닝’으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이야기의 출발점부터 달라졌다. 마리와 안느의 연대, 라듐의 유해성과 유익성의 갈림길에서의 갈등과 자기반성, 서로에게 ‘별’이 되는 과정 등을 좀 더 깊고 처절하게 하는 장면이다.소르본 대학 입학을 위해 그리고 농장주의 세 번째 부인이 되는 것이 유일한 성공방법인 폴란드 여자로 살고 싶지 않아 파리행 기차에 오른 마리와 안느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자신의 이름을 찾는 것이 꿈인 두 여자가 원소 주기율표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흙을 주고받으며 연대의 시작을 알린다. 이는 초연부터 마리로 분한 김소향이 재연의 달라진 점으로 꼽은 “다른 캐릭터로 저(마리)에게 다가온 안나, 가장 친한 친구로서 함께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여자의 이야기로서 높아진 완성도”와도 맥을 같이 한다.뮤지컬 '마리 퀴리' 마리 역의 리사(연합)이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공연은 시대가 요구하는 걸 담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들이 중심이 된 서사, 주인공 뿐 아니라 파트너까지 여성인 설정은 당연히 시대가 원하니까 반영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봐왔고 당연히 필요하다는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런 점(여성이 중심이 된 서사)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마리와 안느, 두 사람의 서사와 연대, 목소리가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배우들, (천세은) 작가, (최종윤) 작곡가와 공유하며 만들었죠.”‘예측할 수 없고 리프라이즈’는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체가 된 피에르의 죽음, 그 사체의 부검을 결정하는 마리, 그런 마리를 응원하는 안느 등의 장면으로 천세은 작가가 가장 어려웠다고 꼽은 장면이기도 하다.“마리가 피에르의 시신을 실험대에 올리는 신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는 피에르가 실제로 마차사고로 사망했지만 그 사체를 부검하는 것은 만든 장면이거든요. 마리가 세상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실험실에서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성장할 수 있는 장면이 되게끔 만들려고 노력했죠.”꾸준히 근황, 의견, 응원 등을 주고받는 마리와 안느, 곡괭이질을 하거나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연구에 매진하는 마리, 실패는 해도 포기는 할 수 없다는 마리의 의지와 열정, 연구에 몰두하느라 딸 이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마리를 향한 세상의 비난, 죽어간 직공들을 진단한 닥터 샤갈 마르텔(조훈)의 등장 등은 장면과 장면을 보다 촘촘하게 엮는다. ◇카이스트 공학도 출신 김태형 연출의 계획?뮤지컬 '마리 퀴리' 마리 역의김소향(왼쪽부터), 리사, 정인지(연합)“다행스럽게도 저희가 체력적으로나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게끔 안무감독님이 안무를 만들어주셨어요. 연출님도 장면의 순서 안배 등 많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장치를 해주셨죠. 관객석에서는 타격감이 느껴지지만 배우들은 소모되지 않는 장면들을 마련해주셔서 마리라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이번 시즌에 마리로 새로 합류한 정인지는 김태형 연출과 신선호 안무감독 덕분에 “힘들지만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향 역시 “듣도 보도 못한 수학공식을 외어야 하는 것들이 쉽지 않았는데 김태형 연출님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다 이해시켜주셨다”고 전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돼서 관객에게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드라마와 음악이 잘 녹아들면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그렇게 힘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마리 퀴리’가 그래요. 드라마와 음악이 너무 아름답게 연결돼 있거든요.”리사 역시 “힘들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체력보다 머리가 더 힘들다”며 “공식을 써가면서 하는 신이 있는데 천재 과학자다 보니 그 느낌을 이해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더 가까워질 수 없어서 셋(김소향․리사․정인지) 다 고민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안느 역의 김히어라는 “마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과학용어를 얘기하는 게 멋있었다”며 “가장 멋있었던 점은 마리와 안느가 각자의 인생을 살기 위해 버티고 견디는 것이었다”고 말을 보탰다.“여자여서 왜 안돼를 외치거나 부당한 것에 대해 어떻게 이겨내나가 아니라 더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부딪히는 게 마리와 안느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꿈꾸는 사람들의 얘기여서 매력적이죠. 이제는 ‘나는 이렇게 힘들어도 이겨낼거야’가 아니라 그 후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마리 퀴리’가 그 첫 걸음 같아요.”◇실패는 해도 포기하지 않는다뮤지컬 '마리 퀴리' 중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연합)“그를 과학자로서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여자’라는 사실이 큰 여파를 미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과학을 향한 집념을 방해하지는 못했을 거예요.”정인지는 “마리의 대사 중 ‘내가 누구인지 보지 말고 내가 해온 것들을 봐달라’는 말이 있다”며 “마리가 독보적인 이유는 그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업적이 되는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자였을 뿐”이라고 밝혔다.“사람으로서 마리라는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그녀를 둘러싼 걸림돌들이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리와 안느 뿐 아니라 피에르, 루벤, 직공들까지 각자가 드라마를 가지고 있죠. 모든 인물들의 서사가 살아 있는 작품은 ‘마리 퀴리’ 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김소향은 ‘마리 퀴리’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고뇌, 열정을 보여드리는 작품”이라며 “예술이 관객을 변화시킨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성별을 떠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일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고 있죠. 이를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 에너지를 얘기한다고 생각해요.”리사는 “마리와 안느, 직공들 등은 외모가 아닌 내면의 것이 아름다워서 빠질 수 있게 하는 캐릭터 같다”며 “연습을 하면서 붙든 말은 루이스의 ‘실패는 해도 포기 하지 않는다’였다”고 털어놓았다.“지금 시대가 너무 힘들지만 실패는 해도 포기 하지 않으면 길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마리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 나가는 모습이 지금의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5 15: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해금 명인 강은일 “나로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오래된 미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해금 명인 강은일(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여자끼리 살 수 없으니까요. 남자랑 같이 살아야하니까요. 여전히 성폭력, 편견, 차별 등 여러 사건들이 있어요. 이는 여자만 노력해서 되는 부분이 아니죠. 사회적 인식도 바꿔야하고 남자들도 교육시켜야하거든요.”‘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2월 22~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준비 중인 해금 연주자 강은일은 “여자 이야기라서 남자 연주자들과 하고 싶었다”며 “함께 잘 살아보려고 노력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2019년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전통부문에 선정된 ‘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는 해금 명장 강은일을 중심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였던 김성국, 미국의 도널드 워맥(Donald Womack), 콜롬비아국립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이자 작곡가 모세 베르트랑(Moises Bertran), 영화음악·뮤지컬 작곡가 우디 박(Woody Park)의 새로운 곡들이 연주된다. ‘오래된 미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해금 명인 강은일(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저 역시 아들이 있는 엄마로서 아들을 제대로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남자들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하고 꾸준히 이야기돼야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극의 처음과 끝은 한진구 작곡의 ‘제망모가’가 장식한다. 신라 경덕왕 때 월명사가 지은 10구체 향가로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비는 ‘제망매가’(祭亡妹歌)의 ‘매’를 ‘모’로 바꾼 곡이다. 강은일의 아들이기도 한 한진구는 ‘제망모가’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감정 느낄까를 상상하며 쓴 크로스오버 곡”이라며 “저에 대한 분노와 후회만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은일을 제외한 작곡가는 물론 연주자들도 전원 남자다. 우디 박의 ‘4대’(4 Generations), 김성국의 해금과 피아노를 위한 ‘날개’, 모세 베르트의 ‘떠오른 기억들’(Imagined Recollections), 도널드 워맥의 ‘떠오르는 섬’(Islands Rising)을 강은일과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퍼커셔니스트 박광현, 피리·태평소·생황 연주가 최소리 등이 연주한다. “남자 작곡가들, 연주자들 등이 여성에 대한 감수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었죠. 도널드 워맥 선생님은 처음 작곡을 의뢰했을 때 ‘왜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느냐? 난 여성에 대해 잘 모른다. 여성 작곡가랑 작업을 하라’고 하셨어요. 하와이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엔 안하겠다고 하셨죠. 하지만 끝내 설득했어요.”  ‘오래된 미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작곡가들과 연주자들. 왼쪽부터 ‘제망모가’의 한진구 작곡가, ‘4대’의 우디 박 작곡가, 해금 명인 강은일,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퍼커셔니스트 박광현(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널드 워맥의 ‘떠오르는 섬’은 하와이와 제주도, 전혀 다른 공간에 위치한 섬의 창세신화에 주목한 작품이다. 화산의 여신 펠레가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에서부터 하와이 제도를 형성했다는 마담 펠레 신화와 거대한 여신 설문대 할망이 만들어낸 제주도 신화 그리고 하와이의 잘 알려진 토착노래 ‘Aia La O Pele I Hawaii’와 제주도의 민속음악 서우제 소리가 결합되고 어우러진다.“하와이와 제주도가 어떻게 생겨났고 여성이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 그 드넓은 대지의 힘들 그리고 깊은 내면의 여성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모리스 베르트의 ‘떠오른 기억’은 강강술래와 스페인의 전통춤 카타란 사르다나를 아우르며 우디 박의 ‘4대’는 EDM으로 풀어낸 춤곡으로 피아노와 퍼커션, 피리, 해금 등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크로스 앙상블을 선사한다.김성국의 ‘날개’는 우리 음악이 가진 장점인 신명과 흥을 살려 축제자로서의 여성, 하루를 축제처럼 살아내는 여성의 모습이 표현된다.“여성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 딸에게는 ‘다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 너로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나로서도 한점 부끄럼없이 자신감 있게 살아도 되는데 저는 늘 자신감이 없었거든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외모도 출중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모자란 실력을 채우려 허덕허덕 공부하곤 하는 데서 벗어나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에 대한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죠.”‘오래된 미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중 ‘4대’를 시연 중인 해금 명인 강은일(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공연명인 ‘오래된 미래’는 1집 음반 제목으로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저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에서 따왔다.  이에 대해 강은일은 “학창시절 장학생으로, (KBS)국악관현악단원으로 잘 지내다 그만두게 되는 계기가 생겼고 맨땅에 헤딩하던 어려운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고 설명했다.“그 책을 보고 나서 제 해금을 보는데 ‘이 악기가 오래 전부터 있던 나의 미래구나’를 깨달았죠. 그때부터 ‘오래된 미래’를 모토로 가지고 가겠다고 생각했어요.”그가 꿈꿔왔고 꿈꿀 ‘오래된 미래’는 “전통적인 여성, 어머니, 모성은 말없이 혼자 인내했지만 이제는 표현해야 하는 세상”이다.“피해는 거의 대부분 여자들이 당하고 있어요. 저 역시 그랬고 여전히 여성을 향한 폭력, 차별 등이 많거든요. 조금씩 바꾸고 싶고 그런 얘기들, 여성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어 “받아들여질 때까지 ‘나는 어떻다’ 얘기하고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이다 보니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얼마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여성을 향한 여전한 차별과 편견, 폭력에 대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여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 여전히 너무 많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도 같이,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시킨다고,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문제들은 아니어서 작게나마 이야기하면서 어머니를, 아내를, 자식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들이 넓어지다 보면 사회도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4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대학생들 공연에서 시작한 ‘스웨그에이지’ ‘적벽’…“외쳐 기립!”

대학 공연에서 시작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적벽’(위)과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사진제공=정동극장, PL엔터테인먼트)자칫 고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고전 역사가 젊고 역동적인 춤사위와 노래들로 무장하고 무대에 오른다. 시조가 금지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2월 14~4월 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이하 스웨그에이지)과 ‘삼국지’를 입체적으로 변주한 ‘적벽’(2월 14~4월 5일 정동극장)이 동시 개막한다. 두 작품은 각각 서울예술대학교, 중앙대학교 전통예술부 대학생들이 꾸린 무대를 발전시켜 정식공연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스웨그에이지’는 홍광호, 김선영, 윤공주, 조정은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제작한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의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이다. 2017년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의 워크숍에서 출발해 2018년 쇼케이스, 2019년 정식 초연돼 사랑 받았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19년 공연장면 중 골빈당(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양희준, 김수하 등 신인 배우들을 대거 등용해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유키스 멤버이자 ‘부암동 복수자들’ 배우 이준영의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시조’가 국가이념인 상상 속 조선, 하지만 15년 전 역모 사건으로 시조는 세도가들의 전유물이 됐다.15년 전 역적으로 내몰려 죽음을 맞은 자모의 아들 단(양희준·이준영·이휘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자모의 의형제로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 십주(이경수·이창용)와 저마다의 사연으로 골빈당에 몸담게 된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 현재의 시조대판서이자 조정의 실권자 홍국(임현수·최민철), 그의 딸로 암암리에 골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진(김수하·정재은) 등이 엮어 가는 신명나지만 날카로운 세태풍자극이다.몰래 시조를 즐기며 시름과 고단함을 해소하는 백성들,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밀시조대 골빈당이 15년만에 열리는 조선시조자랑에서 유약한 왕(주민우), 그 왕과 국정을 농단하는 비선실세이자 시조대판서 홍국과 운명적인 한판승부를 벌인다.힙합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처럼 진행되는 ‘스웨그에이지’에는 ‘유희’처럼 패러디한 명칭들이 등장한다. 단과 골빈당이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결성한 팀은 ‘수애구’, 힙합의 스웨그를 한자로 풀어낸 이름이다.조선시조자랑의 MC는 엄씨(김승용)이며 예선 참가자 ‘흑분홍’ ‘일리있네’, 마술사 ‘이금결’은 블랙핑크, 더콰이엇·빈지노 등이 속한 힙합레이블 일리네어, 이은결을 패러디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2019년 공연장면 중 골빈당(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홍국의 호위무사 룰루랄라 조노(심수영)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롤로노아 조로, 진이 제공하는 시조 공간 국봉관은 성인나이트 국빈관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외에 ‘전국노래자랑’, 힙합의 ‘리스펙트’ ‘드랍 더 비트’ ‘레츠 기릿’ 등이 ‘조선시조자랑’ ‘존경존경’ ‘장단주세요’ ‘외쳐 기립’ 등으로 등장한다.‘적벽’ 역시 중앙대학교 전통예술부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이 꾸린 ‘적벽무’를 정식공연화한 작품이다. ‘적벽무’는 2016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주관하는 H-스타 페스티벌 금상 수상작이다.뮤지컬 ‘적벽’ 2019년 공연장면(사진제공=정동극장)2017년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작물을 지원하는 정동극장 ‘창작ing’에 선정되면서 정식공연돼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은 2020 시즌 역시 ‘적벽’으로 연다. 판소리와 현대무용으로 꾸리는 ‘적벽’은 역동적인 칼군무와 신명나는 라이브밴드, 웅장한 판소리 합창 등으로 무장하고 신선한 볼거리들을 선사한다. 판소리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 중 적벽대전을 변주한 작품으로 인물마다 쥔 ‘부채’가 무기가 되고 동남풍이 되는가 하면 불길에 휩싸이는 전장이 되기도 한다. 인물 저마다가 쥔 부채의 상징성과 은유, 언어적 의미와 더불어 여자 조조와 제갈공명, 조자룡, 주유 등이 초연부터 눈길을 끌었다.네 번째 시즌에서 눈여결 볼 지점은 새로운 출연자들이다. 밴드 이날치의 멤버인 소리꾼 안이호, ‘판소리 오셀로’ ‘아랑가’ 등으로 판소리의 확장에 앞장선 박인혜가 조조로,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 진행자이자 음악극 ‘적로’ 등의 이상화가 장비로 새로 합류했다. 더불어 ‘경성스케이터’ ‘아랑가’ 등에 출연했고 지난 시즌 ‘적벽’에서 정욱으로 함께 했던 정지혜는 도창으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2 17: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윤동주, 달을 쏘다' 권호성 연출…서거 75주기, 우리가 알지만 알지 못하는 윤동주

권호성 연출(사진=브릿지경제 DB, 강시열 작가)“친구들, 일본의 연구자들 등의 증언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은 운동을 좋아했어요. 달리기도 축구도 잘했고 산책과 묵상을 좋아했으며 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죠. 굉장히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묵상적인 사람이었고 바느질도 잘하는 섬세함을 지니기도 했어요. 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윤동주, 달을 쏘다’의 권호성 연출이자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못말릴 윤동주 마니아다. 윤동주 시인이 너무 좋아 문학관이 있는 부암동으로 이사했고 매년 2월 16일이면 부암동 소재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예를 올리고 몇몇 지인들과 막거리 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는다. 북촌에서 하숙집 가는 길, 누상동 한옥에서 약수를 뜨러 다니던 둘레길, 아침마다 세수를 하던 수성동 계곡, 다니던 학교의 문과대가 있던 동산 등 산책, 묵상, 운동을 좋아했던 시인의 발길이 닿았을 법한 곳을 걷곤 한다.2017년 윤동주 시인의 100세 생일상 차리기 운동까지 했던 그는 윤동주 문학관을 비롯해 탄생지인 중국 용정 명동촌, 후쿠오카 형무소, 유학시절 머물던 교토, 마지막 화장터 등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틈만 나면 찾아가는 사람 중 하나다. 마지막 사진을 찍은 교토 우지강의 윤동주와 친구들(사진=윤동주기념사업회)그는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인상 깊었던 곳으로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교토의 우지강을 꼽았다.그는 “친구들이랑 소풍을 갔던 일본 교토의 우지강이라는 곳의 구름다리”라며 “그때 같이 소풍을 가 사진을 찍었던 여학생 마리꼬의 증언에 따르면 친구들이 윤동주에게 노래를 청해 ‘아리랑’을 불렀다”고 전했다. “학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굉장히 비장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지강을 보면서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을 했어요. 이제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친구들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소풍인데다 우지강은 (술잔을 기울일만큼) 운치가 있는 곳이었어요. 게다가 나라를 잃은 서러움, 전쟁이라는 두려움과 시대의 답답함을 발산하고 싶은 젊은 친구들이었잖아요.”1942년 편입한 도지사 대학 재학 당시 머무르던 하숙집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 권 연출은 “지금은 미술대학으로 바뀌었는데 학교까지 걸어서 1시간 거리”라며 “자전거를 타거나 통학기차를 이용하기도 했겠지만 산책과 묵상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특성상 걷기도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걸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가는 길에 천변이 있는데 벚꽃이 피어 있어요. 저 스스로 ‘윤동주의 꽃길’이라고 명명했죠. 남의 나라지만 꽃은 젊은 시인에게 다양한 감흥을 줬을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이게는 ‘꽃길’인 동시에 나라 잃은 서글픔이 배인 길이고 체포돼 끌려가던 길이기도 하죠. 그렇게 윤동주 시인과 연결된 제3의 알지 못하는 길들이 여전히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16일은 윤동주 시인 서거 75주기가 되는 날이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윤동주 시인이 지금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권 연출은 “그때처럼 꿈이 한줌의 재가 돼 허공으로 날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 정서를 듬뿍 담은, 우리 글에 대한 사표(射表)가 되는 좋은 시인이 됐겠다 싶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가장 바닥에 깔린 정서를 건드리는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아마도 윤동주 시인에 대한 드라마는 계속 변주될 거예요.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서 예술가들이 각자의 파트에서 미루어 상상할 여지가 많은 인물이거든요. 충분히 타당성을 갖는, 그럴 법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을 찾아내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지 않나 싶어요. 저 역시 윤동주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윤동주 시인의 정신이 좀 더 다양한 방식과 여러 장르로 공유되고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일본에서 사라진 시가 찾아지는 기적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 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1 19:00 허미선 기자

뮤지컬 ‘영웅본색’ 조기 폐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

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3월 22일까지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영웅본색’(英雄本色 한전아트센터)이 11일부터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공연시장 특성상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으니 9일 저녁공연이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제작사 빅픽쳐프러덕션은 10일 오전 공식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뮤지컬 ‘영웅본색’을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과 공연을 함께하는 출연진 및 스텝의 건강 보호를 우선으로 삼기 위해 부득이하게 공연 일정을 중단 및 취소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전 예매 관객들의 티켓 취소 및 환불에 대해서는 “예매처를 통해 전액 환불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뮤지컬 ‘영웅본색’ 서울 공연의 조기폐막으로 예정됐던 해외 수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기자들과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왕용범 연출은 “설 연휴 이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 관계자가 ‘영웅본색’을 보러 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왕 연출은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홍콩, 중국,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 상설공연에 대한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공연 관계자의 관람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피처프러덕션)계획됐던 인천(4월 3, 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대구(4월 10~12일 계명아트센터) 등 지방공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알려진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1000여개의 LED패널로 홍콩의 밤 뒷골목, 화려한 액션신, 비장한 화면연출 등을 구현해내며 ‘영화같은 뮤지컬’로 평가받기도 했다.암흑가 전직보스 송자호 역에 유준상·민우혁·임태경(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 자호의 형제 같은 마크 역에 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 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 역에는 박영수·이장우·한지상이 출연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10 20:18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웃는 남자’ 규현 “누군가의 의미가 되기 위해!”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소집해제 후 다른 제안들도 있었지만 뮤지컬 쪽으로는 ‘웃는 남자’로 컴백하고 싶었어요. 사회복무요원 시절에 재밌게 봤고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한 회차가 끝나면 또 다음 회차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 정도죠.”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그윈플렌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은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2016년 마지막 작품 (‘모차르트!’) 이후 3년 반 정도 무대를 안하다 하니까 겁이 좀 많이 났었죠. 연기도 그렇고 감이 떨어졌을까봐요. 하지만 연습을 좀 더 많이 참여하다보니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뮤지컬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이다.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성장과정을 따른다. 그의 성장과정에는 양아버지인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방황하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 기괴하고 매혹적인 캐리릭터들이 함께 한다.뮤지컬 ‘웃는 남자’ 중 ‘나무 위의 천사’를 부르고 있는 그윈플렌 역의 규현(사진제공=EMK뮤지컬)“(그윈플렌의) 입이 찢긴 분장이 거슬리기 보다는 자신감이 넘쳐요. 진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느낌이거든요. 불편하다면 먹고 마시고 양치질이 힘들다는 정도죠.”◇1막 규현표 발라드, 2막은 힘 있게“1, 2막을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1막까지는 규현표 발라드예요. 데아라는 캐릭터와 화음을 맞추면서 하는 넘버들이 많아서 좀더 감미롭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1막은 좋은 화음을 만들기 위해, 2막부터는 솔로로 끌어가는 부분이 많아서 힘있게 하려고 노력했죠.”낙차가 큰 1, 2막의 캐릭터 진폭으로 기절까지 했다고 알려진 규현은 “노래는 저를 믿고 연기와 순간순간 감정 표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최근 했던 뮤지컬 속 인물들이 다 죽었어요. ‘모차르트!’ ‘베르테르’도 그렇고 ‘웃는 남자’도 그렇죠. 그래서 예능을 할 때는 대중을 재밌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뮤지컬을 할 때면 가능한 선에서 즐거운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어 하죠.”그리곤 “너무 우울하기만 하면 힘드니까 웃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웃기고 싶다”며 “1막에선 그런 면을 많이 살릴 수 있고 2막에서도 극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조시아나 여공작이랑 붙을 때 재밌는 걸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더 엉성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밑바닥 상태에서 귀족들을 대할 때 표현적으로 우스꽝스럽게하려고 해요.”이에 ‘웃는 남자’ 창작진들도 “다른 그윈플렌들과는 다르다”고들 평한다는 규현의 전언이다. 규현은 “굉장히 해맑은 그윈플렌이 상처 속에서도 잘 이겨내다가 무너져 가는 모습이 더 와닿는다고 하더라”며 “상처가 있음에도 더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면서 그 차이를 크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뮤지컬을 할 때는 그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고 연기해요. 베테랑 배우들처럼 순간적으로 몰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게 잘 안되서 진심으로 몰입하게 되죠. 특히 이 작품을 할 때는 웃음기를 많이 빼고 있어요. 순간 몰입해서 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고 그래요. 일단 시작하면 끝이 나 있죠.”◇멋있고 새롭고 사랑스러운 그윈플렌들, 가장 좋아하는 ‘그 눈을 떠’, 더 슬퍼지려 노력하는 마지막 장면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들. 왼쪽부터 박강현, 이석훈, 수호(사진제공=EMK뮤지컬)“다른 배우들의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연습)를 저만 유일하게 다 봤어요. (박)강현이는 연습하면서도 느꼈는데 너무 멋있어요. 되게 싹싹한데 무대에서 돌변을 하죠. 동생이고 후배지만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이석훈에 대해서는 “원래 친분이 있었지만 뮤지컬은 처음 봤다”며 “원래도 (이)석훈 형이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넘버 표현이나 연기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은 다른 그윈플렌들이에요. 그윈플렌들이 다 같이 뭉쳐 다니면서 서로의 느낌, 감정, 대사 등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김)준면(수호의 본명)이는 어디서든 되게 멋있어요. 엑소의 리더기도 하고…그런데 저한테만 오면 애기가 돼버려요. 중학교 때부터 봐오다 보니 사랑스럽죠.”그리곤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그 눈을 떠’를 꼽았다. 극 후반부 상원회의에 참석한 그윈플렌이 여왕을 비롯한 상위 1% 귀족들에게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불리는 넘버다.“사람들에게 나누고 살자는 설득,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각박한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멜로디도, 표현하는 느낌도 좋죠. 이들을 설득시킬 것이라는 마음으로 열변을 토하면서 설득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반전이 있어서 더 좋은 장면이에요.”이어 “이 장면에서 상원의원들에게 ‘절 더 욕해달라’고 새로 요청을 드렸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욕을 해주신다. 그런 신들이 감정을 배출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순간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상대배우들이 에너지를 주신다”고 털어놓았다.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그리고 마지막 데아와 함께 하는 장면에 대해 “데아에게도, 저에게도 와이어가 있어서 전혀 힘들진 않다”며 “더 슬퍼지고 싶어하는 신”이라고 밝혔다.  “데아를 안고 물가로 가는 중에는 뒷모습만 보여지기 때문에 크게 보여지진 않지만 더 슬퍼지려고 끝까지 노력해요. 데아와 같이 하늘로 올라가니까 천국에 온 것 같고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죠.”◇스케줄 없던 2010년, 손 내밀어준 뮤지컬…왕용범 연출, 엄기준, 조승우 그리고 옥주현 “2010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의 저는 슈퍼주니어 소속이었지만 팬들 말고는 모르는 멤버였어요. 다른 멤버들은 개인활동에 바쁜데 전 진짜 스케줄이 없었죠. 저에게 뭐라도 기회가 오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개인적으로 온 제안이 뮤지컬이었어요.”그렇게 규현은 2010년 ‘삼총사’의 탈타냥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당시를 규현은 “진짜 열심히 해보자 애정을 가지고 시작했다”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진짜 열심히 했다. 오죽하면 같이 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연습실에 왜 이렇게 자주 나오냐’고 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뮤지컬은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발성이며, 대사톤 등 하나도 몰랐죠. ‘삼총사’의 왕용범 연출님께서 모든 앙상블 배우들에게 ‘규현을 욕해 달라’고 하셨어요. 20분 동안 욕을 먹으면서 눈물이 날 뻔했죠. 연출님께서 ‘그 감정을 터뜨려 봐’라고 하셔서 많이 배웠어요.”그리곤 “왕용범 연출님 뿐 아니라 많은 선배들께 배웠다”며 ‘삼총사’ ‘캐치 미 이프 유 캔’ ‘로빈훗’ ‘베르테르’ 등에서 함께 한 엄기준과 ‘베르테르’의 조승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뮤지컬 ‘웃는 남자’ 중 ‘나무 위의 천사’를 부르고 있는 그윈플렌 역의 규현(사진제공=EMK뮤지컬)“엄기준 형이랑 작품을 같이 많이 했어요. 처음 같이 작품을 했을 때는 ‘한번 하고 말겠지’ 하셨는지 별로 신경을 안쓰셨어요. 두 번째 만날 때부터 ‘뮤지컬 계속 할 거냐’를 물어보시곤 애정을 가지고 무대에서의 넘버,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베르테르’ 때는 조승우 선배님도 몸을 쓰는 법이나 대사톤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그리곤 “선배님들께 참 많이 배운다”며 “이번엔 옥주현 선배님이 ‘웃는 남자’ 시츠프로브 영상을 보시고 ‘괜찮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4시간 가까이 특훈을 해주셨어요. 인사만 하고 공연만 좀 보는 사이였는데 진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죠. 공연이 끝난 후 목 관리나 발성, 정확한 발음 보다는 감정이나 의미를 좀 더 잘 전달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셨어요. 누나 앞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죠. 그 때 배운 것들을 매회 녹여가면서 공연하고 있어요.”◇ 아이돌로서의 고충, 그 보다 많이 얻은 것들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팀 활동, 투어, 뮤지컬, 예능 등 소집해제 후 일만 하고 있다 보니 팬들도 걱정이 많아요. 하지만 전 힘든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일하는 게 익숙해요. 스스로 쉬는 걸 원하지 않은 것도 같고 그래요.”규현은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로서 새 앨범 ‘타임리스’(TIMELESS) 활동과 해외 투어,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더 짠내투어’ 등과 더불어 ‘웃는 남자’ 공연까지 병행하고 있는 지금에 대해 “매일 일하는 건 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뮤지컬을 안했으면 덜 힘들었을 테지만 제가 선택했거든요. 회사의 강요가 아닌 제가 오케이하고 선택해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회사는 저에게 압박이 되지 않아요. 회사가 시키는 건 다 거부할 수 있거든요.”이어 “제가 선택한 거니까 투정도 부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말을 줄이고 개인 및 여가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뮤지컬은 하면서 제가 즐거워요. 게다가 연습에서 받는 에너지가 엄청 나죠. 처음엔 가수들이 리허설 할 때처럼 힘을 빼고 100%를 다 쓰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하는 배우들이 에너지를 정말 많이 줘요. 저 역시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게 되죠.”스스로의 표현처럼 “12년 전 큰 교통사고로 죽을 뻔하다 살아난 후부터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규현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들에 별로 걱정도 없고 ‘죽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길을 다닐 때면 고개도 못들어요. 습관처럼 돼 버렸죠. 여름에 바다에 놀러 가본 적도 없고 오픈된 장소에서 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좀 있어요. 하지만 팬들의 사랑, 금전적인 것들 등 얻은 게 너무 많아서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하고 싶을 정도죠. 국내든 해외든 콘서트를 하면서 팬들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그렇게 사랑스럽게 저를 봐줄 수 있을까 싶거든요.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 받는 게 너무 좋아요.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 5일 정도만 쉬고 싶어요.”◇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되는 사람, 더 열심히!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이전 작품들과 달리 ‘웃는 남자’는 넘버를 부를 때마다 되게 후련해지는 것 같아요. 쌓아온 감정들을 터뜨릴 수 있죠. 극 중 (그윈플렌이 처한) 속상하고 답답한 상황들이 많아서 표출하는 게 속 시원하고 후련해요.”이렇게 전한 규현은 “첫 등장 전 천막 타워에 10분 전부터 들어가서 ‘공연장에 와계신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고, 저와 함께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사랑하는 분들이 뜨거운 뭔가를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고 기도를 한다”며 “많은 팬들이 ‘웃는 남자’를 ‘규현의 인생작’이라고 말씀해주신다. 그 평이 끝까지 유지되게 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요즘은 ‘왜 살아가는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결론에 다다르진 않았지만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박수를 받는 순간 소름이 돋아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사람이 됐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8 19: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뮤지컬 ‘영웅본색’ 유준상·왕용범 연출 “단테의 '신곡' 그리고 팔순의 ‘노인과 바다’까지”

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그리스’ 대니로 데뷔해서 정말 창작 뮤지컬을 많이 했구나…. 창작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한 뿌듯함이 컸는데 항상 왕용범 연출님이 함께 해주셨죠.”2009년 뮤지컬 ‘삼총사’부터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에 이어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까지 10년을 넘게 왕용범 연출과 함께 하고 있는 유준상은 “항상 함께 했다” 말했다.“연출님이 처음 함께 했던 ‘삼총사’부터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영웅본색’으로 죽 이어지는 과정들을 앞으로도, 일흔, 여든이 돼서도 할 수 있는 작품까지 같이 하자고 하셨죠.”뮤지컬 ‘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 시리즈의 1, 2편을 버무린 작품이다.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 뒷골목을 배경으로 암흑가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 등이 엮어가는 느와르다.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위)과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왕용범 연출·유준상과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함께 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또 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으로 1000여장의 LED패널로 영화보다 많은 장면들로 꾸린 뮤지컬이다. 화려한 홍콩 밤거리의 뒷골목,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 잠자리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등의 장면들이 영화처럼 빠르게 전환된다. ◇서로를 자극하는, 닮은 듯 다른“무대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돼, 무대는 우리의 신전이야, 관객 앞에서 내 컨디션을 절대 들켜선 안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대에선 뼈를 묻어야해, 뼈를 갈아 넣어서 연기하고 작품을 만들거야…그런 집요한 에너지가 닮은 것 같아요.”왕용범 연출은 유준상에 대해 “영혼의 동지”라 표현하며 닮은 점을 “집요한 에너지”로 꼽았다. 유준상은 “동시에 서로를 자극하는 존재”라고 말을 보탰다.“제 대본은 연출님 디렉션이 빼곡이 적혀 있어요. 매회 정확히 살려야하는 부분,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번 정독한 후에야 공연을 하죠. 무대 정신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에요. 매일 무대일지를 쓰는데 ‘오늘은 쓸 말이 있을까’ 싶은데 항상 생겨요. 항상 느끼는 부족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 같아요.”그 부족함에 대한 깨달음이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를 늘 숙지하게 하고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가 하면 무대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한신 한신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왼쪽)과 마크 최진철(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지금도 10년 전이랑 사이즈가 똑같다고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실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신다”며 “형님 역할이 젊은 캐릭터에 묻히기도 할만한데 여전히 멋있다. 이래서 유준상, 유준상 하는구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늘 후배들을 챙겨야하고 궂은 일에 나서야하고 솔선수범해야하는 큰 형님 역할이 힘들 법도 한데 유준상은 “부담은 없다”고 단언했다.“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까가 더 부담스러워요. 큰 선배로서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더 잘하게 하고 어떤 신에서 어떻게 해야 그 친구가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 친구가 돋보여야 저도 보이니까요. 그걸 고민하고 연습하다가 하루가 다 가죠.”그리곤 “저희 작품에 대해 ‘커튼콜 맛집’이라고 해주신다”며 “커튼콜은 공연의 50% 이상이라고 배웠다. 최선을 다해 응집시키려는, 너무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을 보탰다.“느와르라고 해서 폼만 잡는 작품이 아니라 모두의 축제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노력들로 인해 관객들이 커튼콜에서 마음을 열고 함께 즐겨주시는 것 같아요.”  ◇단테의 ‘신곡’과 유준상 팔순에 실현될 ‘노인과 바다’를 향해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연출님이 ‘삼총사’를 시작할 때 ‘프랑켄슈타인을 선배님이랑 하고 싶어요’ 했는데 했어요. ‘잭더리퍼’ 당시 자전거 신, 휘파람 부는 장면 등을 ‘영웅본색’에서 오마주해 넣었다며 ‘언젠가 영웅본색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10년이 걸려 만들었어요.”이렇게 전한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에 대해 “뭘 해도 믿음이 가는, 약속을 지켜주는 연출가”라고 표현했다. 이에 왕용범 연출 역시 “얘기한 것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게 저도 신기하다”고 말을 보탰다.“선배님과 약속한 작품 두세 개가 더 있어요. 선배님이 워낙 바빠서 미리 찜해두고 할 때쯤에 ‘하기로 했다’고 우기는 식이죠. 일본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초연되던 3년 전에 선배님께 단테의 ‘신곡’을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오래 동안 준비 중이죠.”왕용범 연출은 유준상과 함께 할 프로젝트로 단테의 ‘신곡’을 꼽았다.“아직은 제가 생각하는 수준의 기술발전이 안되서 못하고 있지만 좀더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신과함께’도 단테의 ‘신곡’을 오마주한 작품이에요. 저희도 이제 지옥까지 가야죠.”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그 얘기를 듣고 ‘신곡’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다 읽고 전시도록까지 구해 보면서 준비 중”이라며 “칠순에도 같이 할 작품이 있다고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왕용범 연출은 “칠순 아니고 팔순”이라며 ‘노인과 바다’에 대해 귀띔했다.“예술의전당 무대를 가득 채우고 ‘노인과 바다’ 일인극을 하고 싶어요. 20년 뒤에는 분명 실현될 거예요. 그런 목표를 두고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가니 ‘우리가 해냈다’는 쾌감이 생겨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8 17:00 허미선 기자

‘사의찬미’부터 ‘랭보’까지…2019 중소극장 뮤지컬 판매량 베스트 10

2019년 한해 동안 가장 많은 관객들을 만난 작품은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점유율의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2019년 1월 1일~12월 31일 관객을 만난 뮤지컬 티켓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흥행순위를 발표했다. 1000석을 기준으로 대극장과 중소극장으로 나눠 인터파크티켓 웹, 모바일, 전화, 글로벌, 제휴 채널 등을 통한 판매량을 집계한 뮤지컬 흥행작은 각각 ‘아이다’와 ‘사의찬미’다. 동일 작품이지만 지역이나 공연장이 다르면 별개로 합산했으며 일년 내내 공연되는 오픈런 작품은 제외한 결과다.◇‘사의찬미’부터 ‘랭보’까지 대극장, 중소극장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사의찬미’다.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돼 2014년까지 공연됐고 2015년 ‘사의찬미’로 제목을 바꿔 개막해 2019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대극장, 중소극장을 포괄하는 판매량 순위에서도 300석 남짓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 중에는 유일하게 10위권(8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사랑받았다.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안유진·최수진·최연우·정연,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천재 극작가이자 신극 운동의 창시자 김우진(정동화·김경수·정문성·주민진), 정체 모를 사내(김재범·에녹·김종구·정민)의 쫓고 쫓기는 심리극이다.‘더 캐슬’ ‘랭보’ ‘아트’ ‘배니싱’ 등의 연출이자 ‘햄릿: 얼라이브’ 작사가·각색가, ‘어쩌면 해피엔딩’의 배우이기도 한 성종완 작·연출작으로 ‘파가니니’ ‘세종, 1446’ 등의 김은영 작곡가이자 연출이 넘버를 꾸렸다. 1926년 8월 4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과 김우진이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에 오를 때부터 투신까지 5시간의 행적을 따른다.2위는 록밴드 앵그리인치의 트랜스젠더 보컬 헤드윅(오만석·전동석·정문성·윤소호·이규형)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극 ‘헤드윅’이다. 단 한번 허락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배우에 따라 전혀 다른 극이 되는 작품이다.H.O.T. 출신 강타의 합류와 사생활 논란에 따른 하차로 한 차례 주목받기도 했다. ‘헤드윅’에 처음 합류한 전동석은 대극장 판매량 6위 ‘지킬앤하이드’에도 출연해 대극장과 중소극장 순위 모두에 이름을 올렸다.3위는 여성들만을 위한 19금쇼 ‘미스터쇼’, 4위는 천재 소설가 김해진(김재범·김종구·이규형·김경수)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지망생 정세훈(이용규·문성일·백형훈·윤소호), 그가 해진과의 소통을 위해 탄생시킨 여류소설가 히카루(소정화·김히어라·김수연)가 풀어가는 미스터리 판타지 ‘팬레터’다.4위 ‘팬레터’와 더불어 5, 6위 역시 판매량 집계 기간 동안 두달 안팎이 포함된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경종수정실록’이다. 지난해 11월 16일 개막한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이송 중 폭동과 기상악화로 무인도에 고립된 6명의 남북한 병사들의 이야기다.배를 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정신을 놓아버린 북한 소년병 류순호(정휘·박준휘·정욱진·진호)를 위해 남한군 대위 한영범(성두섭·서경수·조성윤)이 만들어낸 여신님(최연우·이지숙·한보라)은 냉혈한인 북한 상위 이창섭(홍우진·윤석원·차용학)와 신석구(강기둥·강기헌·안지환), 조동현(조풍래·김대웅), 변주화(손유동·진태화)를 연대하게 한다.‘경종수정실록’은 ‘오시에 오시게’ ‘날아라 박씨’ 등을 함께 한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가가 호흡을 맞춘 성종완 연출작이다. 장희빈(목소리 최연우)의 아들 경종(정동화·성두섭·에녹)과 훗날 영조인 연잉군(홍승안·박정원·신성민),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자 충신이며 경종의 벗인 홍수찬(김종구·정민·주민진)의 이야기다. 왕권 찬탈을 위한 음모, 치열한 당쟁 속에서 저마다가 꿈꾸는 세상,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7, 8위는 이희준 작가를 중심으로 김운기 연출·박정아 작곡가, 장우성 연출·박현숙 작곡가가 꾸린 뮤지컬 ‘해적’과 ‘미아 파밀리아’다. ‘해적’은 지난해 3월 초연부터 매진행렬을 이어간 작품으로 같은해 11월 한달여 간 앙코르 공연되기도 했다.‘미아 파밀리아’는 2013년 초연됐다 6년만에 돌아온 작품으로 금주령이 내려진 대공황기의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아폴로니아 인바(InnBar, 이하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한다.아폴로니아의 상설무대 배우 리차드(이승현·김도빈·권용국)와 오스카(유성재·조풍래·안창용), 두 사람에게 자신의 보스 일대기를 무대화해줄 것을 요구하는 마피아 솔저 스티비(허규·박규원·박영수)가 엮어가는 이야기다.아폴로니아에서 진행되는 본극과 극 중 극 형태로 선보이는 최고 히트작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 후계를 두고 벌이는 마피아 일가의 권력 쟁탈전 ‘미아 파밀리아’가 번갈아 공연되는 독특한 형식과 B급 정서로 무장했다.9위는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으로 현대문학 거장 카프카의 미발표 유작원고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프로 한다. 2019년 예그린어워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다수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다.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30여년간의 재판을 벌여온 78세 노파 에바 호프(김선영·차지연)의 여정을 따른다. 호프의 삶과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의인화한 K(고훈정·장지후·조형균)와의 교류를 통해 작품은 ‘오롯이 나로 서기’에 대한 가치를 전한다.10위 ‘랭보’는 1위 ‘사의찬미’의 성종완 연출작으로 ‘빨래’ ‘신과함께-이승편’ ‘칠서’ 등의 민찬홍 작곡가가 넘버를 꾸렸다. 천재시인 랭보(정동화·윤소호·백형훈)와 베를렌느(김재범·에녹·김종구·정상윤) 그리고 랭보의 어린시절 친구 들라에(이용규·정의제·백기범)가 풀어가는 자유의지와 창작 에너지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다.중소극장 뮤지컬 판매량 베스트 10 순위에는 동시에 여러 작품 무대에 오르는 몇몇 배우들이나 마니아 군단을 형성한 연출, 작가, 작곡가 그리고 그들에 의존하는 제작관행 등 대학로 작품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겼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8 16:00 허미선 기자

‘아이다’부터 ‘마리 앙투아네트’까지…2019 대극장 뮤지컬 판매량 베스트 10

2019년 한해 동안 가장 많은 관객들을 만난 작품은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점유율의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2019년 1월 1일~12월 31일 관객을 만난 뮤지컬 티켓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흥행순위를 발표했다.1000석을 기준으로 대극장과 중소극장으로 나눠 인터파크티켓 웹, 모바일, 전화, 글로벌, 제휴 채널 등을 통한 판매량을 집계한 뮤지컬 흥행작은 각각 ‘아이다’와 ‘사의찬미’다. 동일 작품이지만 지역이나 공연장이 다르면 별개로 합산한 결과다.◇그랜드 파이널 ‘아이다’부터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대극장 뮤지컬 최고 흥행작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 그랜드 파이널을 맞은 ‘아이다’다.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변주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 작품으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이다.망국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킨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아이비·정선아) 그리고 두 여자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최재림·김우형)의 사랑이야기이자 성장담이다.1999년 출범해 2000년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아이다’는 한국에서 2005년 초연 이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번 시즌은 디즈니가 제작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마지막 무대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2위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어쌔신’ ‘컴퍼니’ 등의 작사·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 넘버를 꾸린 ‘스위니토드’다. 브로드웨이 초연 40주년을 맞아 3년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스위니토드’는 6위에 오른 ‘지킬앤하이드’ 이후 다시 한번 같은 역으로 분한 조승우·홍광호·박은태를 비롯해 러빗 부인 역의 김지현·옥주현·린아가 호흡을 맞추며 사랑받았다.부도덕한 터핀(서영주·김도형) 판사에게 아내와 딸 조안나(이지수·최서연)을 빼앗기고 외딴 섬으로 추방당했다 15년만에 돌아온 이발사 벤자민 바커의 잔혹 복수극이다. 에릭 셰퍼 연출가, 뮤지컬 ‘타이타닉’의 무대 디자이너 폴 드푸 등이 합류해 새로운 무대를 선사했던 ‘스위니토드’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96%, 누적 관객 수는 17만명에 이른다.3위는 왕용범 연출·이성준 작곡가의 ‘벤허’, 4위는 김광석 노래로 넘버를 꾸린 장유정 연출·유준상의 ‘그날들’, 5위는 ‘모차르트!’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의 미하엘 쿤체 작가·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 콤비작 ‘레베카’다. 미하엘 쿤체 작가·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또 다른 콤비작 ‘마리 앙투아네트’는 1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조승우·홍광호·박은태 그리고 민우혁·전동석을 타이틀롤로 장기공연됐던 ‘지킬앤하이드’가 6위이며 부산 드림씨어터 개관작인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월드투어’, 10주년을 맞은 ‘영웅’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 ‘마리 앙투아네트’가 뒤를 이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8 15: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영웅본색’ 유준상·왕용범 연출 “함께라면 꿈은 이뤄진다!”

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영화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10년 전 제 인터뷰에 있더라고요. 그때는 판권도 확보가 안됐을 때였죠. (유)준상 선배와 함께 하면 젊어서의 꿈을 이뤄가는 것 같아요.”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에 이어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까지 2009년부터 10년을 넘게 이어온 유준상과의 인연에 대해 왕용범 연출은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유준상은 “연출님과 저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왕용범 연출은 “유준상 선배와 한 작품들 대부분은 창작이 불가능한 시도들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할 때도 ‘머리에 나사 박힌 괴물 이야기가 되겠어’ 했지만 잘 만들어졌고 굉장한 흥행도 했다“며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은 일본 일생극장에서 전석매진으로 공연 중“이라고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가 됐다.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현재 공연 중인 ‘영웅본색’도 그랬다.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영웅본색’은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 뒷골목을 배경으로 감각적인 미장센, 화려한 액션들, 비장한 화면연출 등 느와르의 시그니처 요소들로 무장했다. ◇한편의 영화를 찍듯…쇼뮤지컬이자 댄스컬 ‘영웅본색’ “원작인 영화 ‘영웅본색’의 명성에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워낙 유명했던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전한 왕용범 연출은 “(영화 ‘영웅본색’ 시리즈의 제작사인 홍콩의) 포춘스타엔터테인먼와의 판권 계약도 쉽지 않았다”며 “뮤지컬이 뭔지부터 설명했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이 어떤 장르이며 왜 ‘영웅본색’을 뮤지컬로 만들려고 하는지 등을 설명했죠. ‘영웅본색’ 1, 2편의 판권을 다 가지고 와서 장점들만 모아 한 작품에 녹여냈어요. 영화를 뮤지컬화하기 보다는 ‘영웅본색’ 시리즈의 장점들을 뮤지컬로 탄생시켰죠.”이어 의심부터 했던 포춘스타 관계자 5명은 서울에서 뮤지컬을 본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한 왕용범 연출은 “홍콩 느와르는 서양의 것보다 화려하고 쇼적”이라며 “오우삼 감독은 유난히 더 화려하다”며 ‘영웅본색’의 장점들을 설명했다.“그래서 우리 작품은 한편으로는 쇼뮤지컬이에요. 안무들도 신경을 많이 쓴 ‘댄스컬’이기도 하죠. 다양한 흥들을 느낄 수 있는 작품 같아요.”이렇게 전한 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공연 개막 전에 단 일초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총 쏘는 게 거짓말처럼 보이면 안돼서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유격훈련을 받는 것처럼 연습했다”며 “여러 명의 배우들과 같이 디테일 잡는 훈련을 엄청 했다”고 부연했다.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배우들끼리는 우리가 영화 한편을 찍고 있는 걸 관객들이 보고 있는 거라고들 해요. 진짜 총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탄약도 바꿨어요. 무대 아래서는 극 내내 세분이서 그 탄약만 만들고 있죠. 하나하나 정성들이면서 저도 무대에 서면서 영화 한편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집중에, 집중에, 집중을 해야만 신을 연결시킬 수 있죠.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홍콩에 있는 것 같고 실제로 총격전 가운데 있는 것 같고 그래요. 순간순간 울컥울컥 재밌고 흥미롭죠.”유준상은 이렇게 전하며 “무대 위에서 영화 한편을 찍는 것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며 “무대 주변에 항상 머물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있다가 다음 신으로 들어 간다”고 부연했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사실 제 나이에는 하루 두 번 공연도 힘든데 ‘영웅본색’은 두 번을 해도 끄떡없어요. 두 공연의 배우가 다 바뀌다 보니 에너지도 달리 쓰이고 하면할수록 또 다른 깊이들을 찾아내게 되거든요.”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둘이 함께라면…이번에도 ‘꿈은 이뤄졌다’홍콩을 비롯한 아시아는 물론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을 비롯한 수많은 느와르 마니아를 양산한 영화가 가진 매력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데 대해 대부분은 왕용범 연출의 전언처럼 “가능하겠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도, 안보신 분들도 너무 좋아해 주세요. 느와르가 말이 많지 않은데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이 노래로 표현되다 보니 색다른 맛을 느끼시며 즐거워하시죠. ‘영웅본색’ 세대들은 향수를, 그 세대가 아닌 분들은 신선한 뉴트로 감성을 느끼시는 걸 보면서 이번에도 불가능한 것들을 해냈구나 싶죠.”뮤지컬 ‘영웅본색’은 암흑가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 등이 엮어가는 유혈낭자 느와르다.왕용범 연출·유준상과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함께 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또 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으로 오프닝에 쓰인 ‘공동도과’(共同渡過), 고(故) 장국영이 직접 불렀던 ‘당년정’(當年情), ‘분향미래일자’(奔向未來日子), ‘사수류년’(似水流年), ‘전뢰유니’(全賴有你) ‘지파부재우상’(只怕不再遇上), ‘무수요태다’(無需要太多) 등 유명 OST를 넘버로 변주했다.더불어 1000여장의 LED패널로 화려한 홍콩 밤거리의 뒷골목,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 잠자리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등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로 꾸렸다. 왕용범 연출은 “많은 제작비에도 LED를 활용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언급했다.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처음 뮤지컬로 만들자고 했을 때 ‘영웅본색’의 콘셉트는 ‘홍콩은 빛의 도시’였어요. LED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빛나는 홍콩을 보여주고 싶었죠. 더불어 장면 전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해요. 배우들의 연기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 뮤지컬이지만 영화보다 템포가 떨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영화보다 장면 수가 좀 더 많죠.” 그리곤 “그래선지 ‘영화 같은 뮤지컬’이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가 가장 좋다”고 덧붙인 왕용범 연출의 말에 이어 유준상은 “원래는 더 많은 LED와 장면을 쓸 생각이었지만 다 못 들어가서 빼기도 했다. 그럼에도 LED 1000개가 100개가 넘는 장면들을 전환시킨다”며 “감히 ‘혁신적인 뮤지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연습실에서는 연출님이 ‘걸어 나와서 다시 들어가시면 장면이 바뀝니다’ ‘바로 이 장면으로 전환될 거예요’ 하시는데 도무지 감이 안잡혔어요. 하지만 첫 리허설을 하면서 비가 내리는데 너무 실감나더라고요.”이어 “공연장에 오시는 순간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매번 느낀다”며 “저나 연출님이나 시간만 나면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그들과 비교해서 손색없을 정도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신경 쓴 캐스팅의 첫 번째, 당연하게도 유준상 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주윤발, 장국영 등에 뒤지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들로 ‘영웅본색’은 캐스팅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너무 절절해서 영화에서 본 느낌들보다 형제애나 의리 등이 잘 느껴지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건 내 것을 희생하고 약속을 지켜나가고 정을 나누는 모습들이었어요. 그런 변치 않는 가치들을 지켜나가고 싶었고 배우로서 설득력을 얻고자 했죠.”왕용범 연출이 신경 썼다는 캐스팅의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유준상이었다. 왕 연출은 “무대가 잃어버리면 안될 덕목들, 무대정신, 무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 관객들을 존중하는 태도들 등을 지켜나나가는 데 큰 기둥이 되는 분”이라고 극찬했다.“굉장히 정감 넘치시는 분이에요. 대본을 가장 빨리 외우시다 보니 후배들에겐 불편한 선배이기도 하죠. 유준상 선배님이 대본을 외우기 전에 먼저 외워야하는 숙명이니까요. 그런 시너지와 열심이 무대에서 나타나요. 배역 간 많은 소통들로 연출은 물론 배우들 마음까지 채워주시죠.”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창작뮤지컬인데 연출님 머릿속에 1, 2막의 모든 이야기 배치가 끝나 있는데 안믿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이번 작품은 연습과정부터 달랐어요. 보통은 1막을 만들고 일주일 후에 2막을 만드는데 이번엔 ‘오늘은 동선 긋겠다’고 하시더니 하루 종일 1, 2막 동선을 끝냈어요. 잠깐 쉴 틈에 노트를 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요. 예전에는 도면이라도 있었는데. 그렇게 1, 2막 동선을 끝내고 바로 다음 주부터 런(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에 들어갔는데 거의 일치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눈앞에서 보니 모든 배우들이 안믿을 수가 없어요. 이래서 왕용범, 왕용범 하는구나 싶었죠.”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정말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며 “1, 2막 동선을 단번에 만드는 작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이번엔 유준상 선배님이 ‘이게 가능할까요?’ 의심을 많이 하셨다”고 털어놓았다.“창작뮤지컬을 하다보면 산을 넘어야할 때가 있어요. 저희 팀 밖에서 ‘저게 되겠어’ 하는 것은 물론 내부의 스태프들도 가끔 의심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 때까지는 ‘믿음’이 필요한데 유준상 선배님이 믿어주시니 어렵게라도 넘어가게 돼요. 그러니 같이 하면 두려울 게 없게 되죠. 그런데 이번엔 유준상 선배님이 의심을 제일 많이 하셨어요. 선배님의 의심부터 바꿔야 했죠.”왕용범 연출의 전언에 유준상은 “첫 연습부터 작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매끄럽게 이어졌고 제가 어떤 방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는 느낌들아 잡혔다”며 “대본을 읽으면서도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을 보탰다.◇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영웅본색’, 해외로 해외로 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창작뮤지컬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게 만들기란 쉽지 않아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고 부러워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해외 공연들을 보면서 ‘어떻게 따라가지’ 했는데 이제는 그 잘하는 사람들을 넘어서, 그들이 우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 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틈이 나면 뉴욕, 영국 공연을 보면서 배우곤 했는데 일본 배우, 스태프들이 한국에 와서 저희가 하는 공연들을 보고 배워간다”며 “일본 ‘프랑켄슈타인’ 레플리카 공연에서 오리저널 배우(유준상)가 가서 관람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라스베이거스에서 ‘영웅본색’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벤허’가 일본 공연을 준비 중인데 ‘영웅본색’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죠.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제 목표는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 상설공연이에요.”이어 “동양, 서양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의 사람 중심, 정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알릴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뿌듯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제언을 털어놓기도 했다.“비단 어느 한 분야만의 노력이 아니에요. 김연아 선수가 예술이 접목된 스포츠로 한국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전세계 알렸잖아요. 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저희 뮤지컬까지 다방면으로 새롭게 시도되는 것들이 콘텐츠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배우, 스태프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전세계로 나가는 걸 우리는 목격하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7 20: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와 손숙 "특별할 것 없지만 즐겁고 존경스러운 사이!"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특별한 의미랄 게 뭐 있나, 같이 하면 즐겁죠.”2013년 초연돼 2014년, 2016년에 이어 2020년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2월 14~3월 22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부부로 다시 만날 채비 중인 손숙에 대해 신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신구)와 평생을 희생해온 어머니(손숙), 철없는 아들(조달환)이 풀어가는 가족 그리고 정해져 버린 이별과 죽음에 대한 작품으로 잔잔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덤덤하지만 애끓는 이야기다.“국립극단 단원으로 함께 하다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 2013년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였어요. 여전히 연극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러운, 제가 좋아하는 상대역이에요. 연습에 들어가면 일절 다른 일을 안하시는데 아직까지도 그걸 지키고 계시죠.”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6년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어 손숙은 “돌아가시는 연기를 위해서 다이어트 중인 걸로 안다”고 귀띔하며 “그런 노력이나 서로 눈빛만 봐도 생겨나는 호흡이나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저분하고 무대에 서면 편안하다. 불안하질 않다”며 “할아버지는 날 신뢰 안해?”라고 반문했다.“손숙 선생도 마찬가지죠. 연극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 못지않아요. 어려부터 그렇게 배웠어요.”두 사람은 무대는 물론 TV, 드라마 등 연기자 후배들의 멘토로 꼽히는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롤모델로 두 사람을 꼽는 배우들을 자주 만날 수 있기도 하다.“후배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죠. 사실 저 스스로는 배울 점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성실하기 위해 노력은 합니다. 열과 성을 다하기 위해서.”신구의 말에 손숙은 “대사 외는 건 기본이다. 신구 선생님은 놀라운 게 순식간에 대본을 외우시고는 손에서 놓는다”며 “저도 마음이 급해지는데 젊은 배우들은 더하죠. 되게 힘들어 하고 긴장하고 놀란다”고 전했다.“선생님의 지론이 대사 보고 있으면 연기가 안된다는 거예요. 연습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신구 선생님과의 연습은 똑같이 한달을 해도 전혀 다르죠.”손숙의 전언에 신구는 “대본을 들고 움직이다 보면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며 “배우는 직업이다. 프로페셔널인데 대본은 당연히 외워야할 의무가 있다”고 부연했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오랜 습관이에요. 열흘 전이든, 그날이든 대본을 받으면 동선 체크 2주 전에는 대본을 놓죠. 안그러면 만족도 못하고 익히기도 어려워요. 정독 기간이 긴 게 좋은 것 같아요.” 손숙 역시 “저는 한번도 스스로를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냥 이 일을 좋아서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한 일도 아니고 관객을 위해서 한 일도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이 일이 좋으니까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대가들의 ‘팩트’와 ‘리얼’ 사이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극 중 인물과의 완전 일체는 안돼요. 예를 들어 미친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미칠 수는 없잖아요.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한겹의 차이가 있죠. 이성을 가지고 나를 표현해야지 완전 미치면 안되거든요. 그 차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려 노력하는 거죠.”신구의 말에 손숙은 “무대 위 사투리는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 것과 같다”며 “리얼과 팩트는 다르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연극계 현실에 대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연극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관객은 분명 늘었어요. 제 지론은 좋은 작품을 하면 관객은 온다는 거예요. 제작진들도, 배우들도 성의를 가지고 정성껏 만드는 작품은 관객들이 분명 찾아와요. 5000만원 짜리 연극을 500만원에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죠. 사실 작품은 다 좋아요.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 아닐까요? 그건 연극계 전체가 반성해야할 일이죠.”그리곤 연극계의 인간문화재, 국립극단의 종신단원제 제도를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무용, 국악 등도 인간문화재가 있는데 아무 것도 없는 곳이 연극계”라며 “국립극단에 종신 단원제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다”고 토로했다.“대여섯 명이라도 그 분들을 인간문화재처럼 대우해드리자는 거예요. 양로원처럼 모시는 게 아니라 현역으로 무대에 서게 하자는 거죠. 예산이 많이 들지도 않는데 소귀에 경 읽기 같아요. 젊은 연극인들도 열심히 하면 종신단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겠죠.”◇신구의 햄릿, 손숙의 블랑쉬 “오래 무대 설 수 있기를”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습현장(사진제공=신시컴퍼니)“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건강이 안받쳐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나름 이리저리 걷기도 하고 자건거도 타면서 매일 운동을 해요.”‘주당’으로 잘 알려진 신구는 이어 “사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운동한다”며 웃었다. 손숙은 “끝나고 매일 약주를 드시는데 다음날이면 또 멀쩡하게 나온다”고 귀띔했다.“저도 건강은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옛날 같지가 않아요. 마루에 쭈그리고 앉았다 일어나는 장면이 그렇게 힘들고 그래요. 배우인데 그런 것들이 자유자재로 안되면 속상해요.”그리곤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손숙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중 블랑쉬를, 신구는 ‘햄릿’을 꼽았다. 신구는 “배우가 하고 싶어하는 역할은 여러 개지만 시간과 여건이 맞아야 할 수 있다”며 “햄릿을 하고 싶었는데 내 모양새가 햄릿과는 거리가 멀어서 못해봤다”고 털어놓았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손숙은 “운이 좋아서 비교적 좋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도 줄리엣과 블랑쉬는 못해봤다”며 “이제는 지나간 꿈”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해보고 싶은 작품 보다는 무대에 오래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대사를 안줘도 좋아요. 무대에 앉아만 있으라고 해도, 그것마저도 행복할 정도로 무대에 대한 사랑과 갈증이 늘 있죠.”◇누구에게나 삶의 키워드 ‘나’“지금 세대가 지난 세대보다 농도가 더 진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세대든 그때마다 다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본인들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고 활력과 희망을 잃고 쉽게 포기하거나 도전하지 않는 이들에게 신구는 열쇠는 ‘나 자신’이라고 조언했다. 손숙은 “지금은 실제 나이에 0.7을 곱하라고들 한다. 마흔이면 28살밖에 안됐다”고 말했다.“이제 시작이에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다 실패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다시 실패해도 안 늦을 나이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7 18:00 허미선 기자

‘웃는 남자’ 수호, 전석 매진 마지막 공연 소감…“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작품”

엑소 수호가 뮤지컬 ‘웃는 남자’의 마지막 공연 소감을 전했다.수호는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가진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그윈플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지난 5일 마지막 회차에서는 추가 오픈한 시야제한석까지 전석을 매진시키는 티켓파워를 입증하며 성황리에 공연을 마무리했다.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다시 오른 수호는 보다 깊어진 내면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여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특유의 맑은 음색과 청초한 비주얼로 캐릭터의 순수함을 극대화 시키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공연을 끝낸 수호는 6일 “먼저 객석을 채워주신 관객분들과 엑소엘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재연에 다시 참여하게 된 만큼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더 큰 책임감과 고민을 안고 임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연출팀, 오케스트라팀, 배우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배움을 얻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웃는 남자’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작품”이라고 소회를 밝혔다.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며,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0-02-06 17:37 오수정 기자

[B그라운드] 99% 유지와 1%의 새로운 디테일…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출연진들(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앙코르라는 명목 하에 초연 당시 사랑받았던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99% 이상 유지되는 그때의 감동과 재미 안에서 1%의 여지를 두고 좀더 디테일한 드라마, 감정들 따라가게 하는 지점들이 있어요.”4일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 2월 14~4월 26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우진하 연출은 이렇게 전했다. “안무 등 곳곳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 우진하 연출은 “시조자랑에서 조선 마술사 이금결의 새로운 마술이 나올 예정”이라고 예를 들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운명’ 중 단 역의 이준영(앞)과 흥국 역의 임현수(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초연의 극장) 두산아트센터에서도 객석 동선을 많이 활용했는데 이번에 공연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도 긴 동선을 살려 관객들이 조선백성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느끼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는 홍광호, 김선영, 윤공주, 조정은 등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이하 PL)의 첫 창작뮤지컬로 조선시대의 시조를 현대의 랩 선율과 라임에 빗댄 풍자극이다.“신인 창작진, 배우 등과 하게 돼서 걱정이 많았어요. 사실 최민철·임현수·이경수·김승용·이창용, 이 배우들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앙코르에도 선뜻 하겠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송혜선 PL 대표이자 ‘스웨그에이지’의 프로듀서는 선배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열심히 할 테니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처음 대본을 받고 “이 작품을 꼭 하셔야 겠냐”고 되물었다는 흥국 역의 임현수는 “가장 좋았던 건 송혜선 대표님이 대학생들 워크샵 작품인데 (창작진들이) 스태프로 다 함께 간다는 사실”이었다고 밝혔다.“그런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어요. 보통은 연출, 작가를 바꾸고 수정할 생각부터 하죠. 그 하나로도 이 작품을 올리려는 대표님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 마음 하나만 믿고 함께 하기로 했죠.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아 좋습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새로운 세상 리프라이즈’를 시연 중인 단 역의 이휘종(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스웨그에이지’는 시조가 금지된 조선을 배경으로 역적 자모의 아들로 혈혈단신 고아로 살아온 단(양희준·이준영·이휘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자모의 의형제로 금지된 시조를 전파하는 골빈당 십주(이경수·이창용), 현재의 시조대판서로 조정의 실권자인 흥국(임현수·최민철), 그의 딸로 암암리에 골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진(김수하·정재은) 등이 엮어 가는 흥겹고 날카로운 세태풍자극이다.이들의 신명나는 풍자마당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골빈당에 몸담게 된 재담꾼 호로쇠(장재웅), 재주꾼 기선(정선기), 경호원 순수(정아영) 그리고 유약한 왕(주민우), 흥국의 호위무사 ‘룰루랄라’ 조노(심수영), 조선시조자랑의 MC 엄씨(김승용) 등이 힘을 보탠다.◇단과 진으로 돌아온 양희준·이준영·이휘종과 김수하 그리고 새로운 진 정재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몰래 국봉관에 모여 시조로 흥과 끼를 발산하는 진 역의 김수하(가운데)와 백성들의 ‘놀아보세’(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전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 합류한 정재은) 언니가 주신 새로운 아이디어를 해보고 창작진 분들과 상의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진이를 더 단단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어요.”이렇게 전한 진 역의 김수하를 비롯해 재연에서도 함께 하는 양희준·이준영·이휘종도 감사함과 책임감을 전했다. 양희준은 “감사한 마음과 감정들이 소용돌이치지만 어깨가 많이 무겁다”며 “같은 작품으로 어떻게 하면 좀더 책임감 있게, 전에 놓친 걸 다시 생각하면서 할 수 있나 고민했다”고 전했다.“안무적이나 드라마적으로나 완벽이라는 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계속 책임감을 가지고 감사한 마음과 모든 감동을 담아서 열심히 준비에 임하고 있습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15년만에 열린 시조자랑에 참여한 단 양희준(가운데)과 십주 이창용 그리고 골빈당 장재웅·정선기·정아영이 선보이는 ‘조선시조자랑’(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4월 방송예정인 SBS 드라마 ‘굿캐스팅’ 촬영을 마친 유키스 멤버 이준영 역시 초연에 이어 단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주어져서 감사하다”며 “드라마 촬영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 ‘스웨그에이지’에 합류해서 준비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오히려 기존과는 다른 단이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구현시킬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아서 여유 있게 준비하고 있죠. 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새로운 설렘으로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즐겁게 연습 중입니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진 역으로 새로 합류한 정재은은 ‘나의 길’을 선보였다(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단과 진 역의 배우들 중 유일하게 새로 합류한 정재은은 오필리어로 분한 ‘햄릿: 얼라이브’에서 햄릿의 어머니 클로디어스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선영을 언급했다. 평소 멘토로 꼽던 김선영의 권유로 ‘스웨그에이지’ 오디션을 보게 됐다는 정재은은 “(김)선영 언니를 믿고 할 마음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오디션을 보려고 ‘나의 길’을 연습하다 보니 드라마와 멜로디 연결이 자연스럽게 됐어요. (김)수하가 굉장히 많이 챙겨주고 만난 첫날 집에 놀러올 정도로 친해졌어요. 수하가 끊임없이 던지는 진이에 대한 질문에서 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진이로 합류하면서 ‘아빠와의 관계’에 중점을 뒀어요. 진이의 마음이 아빠에 많이 향해 있는 걸 보여줄 수 있게 노력 중이죠.”◇신명나는 음악, 역동적인(?) 안무…이경수·이창용·임현수·최민철 “힘들지 않아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단의 아버지 자모(앞 이경수)와 그에게 역적 누명을 씌운 흥국(최민철)의 사연을 아우르는 ‘꿈꾸는 세상은 오지 않네’(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연습실 공개 현장에서는 시조가 금지된 15년 동안의 서사를 아우르는 ‘시조의 나라’(이창용 외), 국봉관에서 단과 진이 즉석 시조배틀을 벌이는 ‘놀아보세’(이휘종·김수하 외), 십주가 전하는 단의 아버지 자모, 그에게 역적의 누명을 씌운 흥국의 사연이 소개되는 ‘꿈꾸는 세상은 오지 않네’(최민철·이경수), 양반가 자식이지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진의 의지를 담은 ‘나의 길’이 시연됐다. 이어 15년만에 열린 시조자랑대회를 묘사하는 ‘조선시조자랑’과 ‘조선시조자랑 본선무대’(양희준·이창용·정재은·최민철 외), 부조리한 현실에 절망하던 단이 백성들의 절실함을 목격하고 조선시조자랑 결선에 참여할 것을 다짐하는 ‘새로운 세상 리프라이즈’(이휘종·이경수), 백성들과 희망적인 내일을 꿈꾸는 ‘운명’(이준영·김수하·임현수·이창용 외)이 불렸다.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운명’ 중 단 역의 양희준과 골빈당 장재웅·정선기·정아영 그리고 진 김수하. 사진은 연습실 공개 전 리허설 현장(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최민철은 “뮤지컬제작을 하던 회사도 아닌데 저희 회사(PL)에서 ‘스웨그에이지’를 한다고 했을 때는 궁금했다. 대본을 받아보고 하게 됐을 때도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며 “하지만 공연이 올라가고 나니 나 또한 작품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지난해 공연으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자연스레 편견과 선입견이 깨져나가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굉장히 보람있는 작업이었죠.”신명나는 음악에 맞춘 다소 역동적인 안무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경수는 “전혀 힘들지 않다” 눙치며 “소울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는데 불가능하긴 하다. 저만의 스타일로 가는 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이창용은 “제가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아닌데 ‘스웨그에이지’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보다 제가 가진 약간의 흥을 잘 섞으면서 되는 안무여서 재밌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연습실을 공개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운명’을 시연 중인 흥국 임현수(가운데 뒷모습부터 오른쪽으로), 단 역의 이준영, 진 김수하, 십주 이창용, 골빈당 장재웅·정선기·정아영(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모든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제일 두려운 게 안무시간이었는데 (김은총) 안무가 선생님이 칭찬을 한번 해주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지난 초연 때 무릎도, 발목도 아파서 힘들었는데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 쉬니까 괜찮아졌어요. 이번에도 (같은 십주 역할의 이)경수 형이랑 얘기도, 고민도 많이 하면서 연습 중이죠.”박찬민 작가는 유약했던 왕의 몰락이나 세상의 전복이 아닌 변화의 출발점에 서면서 마무리되는 결말에 대해 “어떻게 판타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아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저항하고 왕마저도 쓰러뜨리기 보다는 우리 작품 톤과 어울리게 중화해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장 아래 사람들이 가장 위인 왕을 끌어내리기보다 그의 생각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점차 바꿔갈 구조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상상해서 표현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6 17:00 허미선 기자

산다라박, ‘또!오해영’으로 뮤지컬 도전…“첫 사랑 시작하는 기분”

산다라박이 주크박스 뮤지컬 ‘또!오해영’을 통해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6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산다라박은 오는 3월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 1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또!오해영’ 캐스팅을 확정했다.뮤지컬 ‘또!오해영’은 동명의 tvN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이름 때문에 얽힌 악연에 예지력이라는 미스터리가 더해지며 생겨나는 독특한 로맨스를 다룬다.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캐릭터의 두 여자와 미래가 보이는 남자, 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감정들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해 큰 사랑을 받았다.산다라박은 이 뮤지컬에서 ‘엄친딸’이자 박도경의 전 약혼녀 또해영 역을 맡았다. 예쁜 외모에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여자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또!오해영’의 제작사는 “처음 기획-제작 단계부터 산다라박을 떠올렸고 그를 최우선으로 캐스팅했다”며 “산다라박은 이미 춤과 노래로 인정받았고, 연기에 도전하고 있어 이 역할의 적임자라고 봤다. 이미지 역시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이어 “대학로의 작은 극장부터 차근차근 밟겠다는 산다라박의 선택에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산다라박은 “무대 위에 서는 건 익숙하지만 뮤지컬은 콘서트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새롭다”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스스로도 굉장히 기대되고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그는 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데, 나에게 이 작품이 그럴 것 같다. 첫사랑을 시작하는 기분이다”고 파이팅을 외쳤다.주크박스 뮤지컬 ‘또!오해영’은 서현진·유승우의 ‘사랑이 뭔데’, 벤 ‘꿈처럼’, 정승환 ‘너였다면’ 등 기존 드라마 OST와 더불어 이번 공연만을 위한 새로운 넘버들이 새롭게 추가되어 관객들을 찾는다. 오는 3월 초연. 대학로 문화예술에 적극지원하고 있는 엔에이치앤주식회사가 제작후원했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0-02-06 09:39 오수정 기자

[비바100] 노래방 가서 얘기하고 노래하듯 말하고!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노래처럼 말해줘’

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사진제공=뮤직웰)노래방 가서 얘기를 하고 노래하듯 말하고….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2월 8~3월 8일 대학로 서경대학교 스콘 1관)는 노래방을 대화하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연기로만 60여년을 보낸 배우 박정자는 ‘노래처럼 말해줘’(2월 6~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로 여전히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아 있음을 전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탯줄로 목을 졸라 죽인 수녀 아그네스를 한결같이 보듬는 원장수녀, 딸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 소유욕에 남자를 우물에 가둬 죽인 엄마, 카페에서 노래하는 늙은 창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남편을 총살한 아내, 스무 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모든 걸 던진 배우….‘노래처럼 말해줘’는 1963년 데뷔해 60년 가까이를 쉼 없이 무대에 올랐던 배우 박정자가 노래처럼 전하는 일대기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라는 극 중 내레이션처럼 그간 박정자가 무대 위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2020년 무대로 다시 소환된다.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의 박정자(사진제공=뮤직웰)“한 생애는 음악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은 한 생애만으론 충분히 표현될 수 없어요.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지금, 나는 아직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았으니까요.”‘노래처럼 말해줘’는 인간으로서 “죽든지 아니면 여든 살이 되든지”, 연극배우로서 “무대를 버리고 남은 재능 속으로 사라지거나 계속 살아남아 끝없이 자신을 들어 올리는” 갈림길에 선 일흔아홉의 박정자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딛고 선 무대다.그의 내레이션과 영화 ‘페드라’ OST ‘사랑의 테마’, 박정자 독집 음반 ‘아직은 마흔네살’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 ‘낭만에 대하여’, 영화 ‘조커’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등 6곡이 피아노맨과 대화하듯 배치돼 라이브로 연주된다.무대에는 박정자 홀로 서지만 무대 뒤에는 그와 오래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단단히 받치고 서 있다. 박정자의 모노드라마 ‘11월의 왈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내 사랑 히로미사’ 등의 이충걸 작가, ‘프루프’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의 이유리 연출을 비롯해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 등이 함께 한다.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의 진선규, ‘남산의 부장들’의 이희준, ‘성난황소’ ‘악질경찰’ ‘반도’ 등의 김민재, 뮤지컬 ‘스위니토드’ ‘여명의 눈동자’ 등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지현, ‘사의찬미’ ‘세종, 1446’ 등의 정연 등이 속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작품이다.2005년 창단한 ‘간다’는 단원으로 구성된 극단체제도,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는 기획사도 아닌 오롯이 창작을 위한 모임으로 ‘겨울공주 평강이야기’ ‘나와 할아버지’ ‘올모스트 메인’ ‘유도소년’ ‘뜨거운 여름’ ‘쿵짝’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왔다.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연출의 말처럼 “지나친 포장 없이 간략하고 좋은 작품,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어디든 직접 배달해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사진=브릿지경제 DB,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2008년 초연된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노래방에서 벌어지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연극으로 2014년 이후 6년만에 대학로에 복귀했다. 배역 명은 ‘간다’ 배우들의 이름으로 관계가 서먹한 아버지 민재(김민재·진선규·차용학, 이하 가나다 순)와 아들 희준(오의식·윤석현), 의심과 집착이 생겨버린 연인 민정(소진·한수림)과 희준, 희준과의 이별 후 친구들(김하진·유연·이지혜·정선아)을 만난 민정, 재혼을 결심하고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 민재와 보경(유지연·정연), 재혼 결심을 번복한 보경과 친구들(김하진·유연·이지혜·정선아) 등 다른 듯 연결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민준호 작·연출은 “모든 것이 잘 안돼서 끓어오르는 억하심정이 많던 20대 후반, 어떻게 소리를 질러야 하나 상상하다가 떠올린 곳이 노래방”이라며 “노래방을 대화하는 공간으로 설정해 가까이 있지만 멀리 느껴지는 관계의 마찰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이어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노래방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아이러니가 재밌다”며 “여자 친구 보경과 엄마, 친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이번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두 가지를 합쳐 망라한 버전으로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진선규(사진=브릿지경제 DB,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2008년부터 아버지 민재로 분했던 진선규는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바빠진 중에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뿐 아니라 ‘나와 할아버지’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꾸준히 ‘간다’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어둡고 즐겁고 새롭고…‘간다’에서 15년 동안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공연장에 오시면 따뜻한 열정과 놀이 행복한 모습을 분명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마지막에는 관객과 함께 다섯 이야기를 바라보던 노래방 주인(오인하·임강성)이 부르고 싶은 노래 한곡을 생각해 낸다. 그렇게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내면의 진심,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실제 등을 돌아보며, ‘노래처럼 말해줘’는 여든을 앞둔 배우의 철학과 배우론을 접하며 ‘나만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5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손숙 “우린 ‘원로’도 ‘국민’배우도 아닌 ‘현역’ 배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원로 배우 혹은 국민 배우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우린 그 말이 듣기 싫어요. 특히 ‘국민’이라는 표현은 누가 뽑아준 것도 아닌데…우린 그냥 현역 배우예요.”개막을 앞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2월 14~3월 22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에 한창인 어머니 역의 손숙도, 아버지 신구도 “우린 현역 배우”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이라는 표현에도 손숙은 “아직도 라뇨! 저희 현역이에요!”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신구)와 평생을 희생해온 어머니(손숙), 철없는 아들(조달환)이 풀어가는 가족 그리고 정해져 버린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잔잔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덤덤하지만 애끓는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무대 위에 단단하게 발 딛고 선 ‘현역배우’ 신구과 손숙이다.◇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나라고 뭐 다른 방법이 없지.”신구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아버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 역시 인지상정이다.“이 아버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치료도 불가능하고 그냥 돌아가셔야할 입장이라고 통첩을 받은 거예요. 처자식이 있는 고향으로 와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도 더 살고 싶은, ‘생욕’(生慾)이라고 할까요. 똑같이 살고 싶을 겁니다. 극중 쓰러지면서 아들한테 기대면서 ‘나 살릴 방법을 찾아봐라’라고 간절히 애원하죠. 사람은 다 그래요.”그리곤 “가족들과 이별하는 ‘웰다잉’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손숙 역시 “저희도 나이가 들어가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내 일이 됐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동의를 표했다.“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을 바라보는 할머니 마음도 그래요. 착찹함이랄까요. 그리 잘난 척하더니 왜 이렇게 됐냐고 영감님 구박도 했다가 불쌍하기도 하고…자식도 그렇죠. 아버지에게 완벽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요즘 저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그만큼 ‘웰다잉’ 하는 게 참 중요한 때인 것 같아요.”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이어 손숙은 “가족과 같이 말기 암환자답게 품격 있게 죽고 싶다”며 “극 중 아버지는 가족 옆에서 돌아가신다. 그래도 너무 좋은 게 돌아가시는 장면 자체는 없다”고 덧붙였다.“제가 어머니라면 요양병원에 보낼 것 같아요. 사실 그것도 방법이죠. 요즘은 요양병원이 예전 같지 않아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요. 가족이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요양병원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말기 암환자 돌보기를 병행할 순 없어요. 그건 ‘효’(孝)가 아니라고 생각해요.”◇또 다시 새 작품을 대하듯…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6년 공연장면(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광탁 작가가 실화를 그대로 쓰다 보니 대사나 상황들이 일상적이에요. 하지만 배우는 정말 힘들어요. 하나만 놓쳐도 극이 산으로 갈 수 있거든요. 별 것 아닌 대사 한 마디라도 허투루 하거나 놓쳐도 극이 산으로 갈 수 있는 아주 섬세한 작품이죠.”이렇게 전한 손숙은 “엄마의 ‘야!’ 하나만 잘못해도 이상해지는 극”이라며 “신구 선생님이 간암 말기 환자도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 등 간성혼수 환자를 계속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크게 바뀐 건 없어요. 첫 대사가 너무 설명적이어서 행동으로 보여주자 한 정도예요. 하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새로워요. 3번의 공연을 하는 동안 채 감지하지 못한 것들이 찾아지는 거죠. 그래선지 새삼스럽게 새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아요.”이어 손숙은 네 번째 시즌에서 가장 와닿는 장면으로 미국에 있는 큰 아들에게 아버지의 병을 알리며 귀국을 종용하는 둘째 아들을 꼽았다.“둘째 아들이 연극의 내레이터이자 화자예요. 큰 아들은 좋은 학교를 나오고 똑똑해서 미국의 좋은 곳에 취직해 가 있어요. 둘째는 공부도 안하고 툴툴 거리지만 아버지를 돌보며 임종을 지키죠. 마지막에 둘째가 아버지가 편찮으시니까 형한테 오라고 전화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형이 다음 달에 온다고 하니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아프다는데’라고 화를 내고 엄마는 옆에서 ‘바쁜 형한테 왜 전화를 하냐’고 성화죠.”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손숙(왼쪽)과 신구(사진제공=신시컴퍼니)장면 설명에 이어 손숙은 “이번 시즌 이 장면에서 어떤 느낌이냐면 큰 아들에 대한 섭섭함이 절절하다. 지난 시즌에 놓쳤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작은 아들을 때리고 혼내지만 큰 아들에 대한 마음인 거죠. 전에는 작은 아들만 쥐 잡듯이 잡았는데 이번 시즌 다시 보니 ‘복합적인 감정을 놓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될!“안보면 지 손해지 뭐.”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2020년의 관객들이 꼭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신구는 이렇게 답했다. 이어 손숙은 “연극을 봐야하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가족 이야기”라고 말을 보탰다.“사람은 다 죽잖아요. 죽음을 어떻게 보느냐, 그 죽음을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연극이 줘야하는 감동과 희망, 카타르시스가 다 들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2-03 17: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