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이드]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신재훈 연출 #젠더프리 #경종수정실록 #오셀로와이아고 #시간의난극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1-23 19:00 수정일 2020-01-23 19:00 발행일 2020-01-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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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연출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신재훈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젠더프리(남녀 구분 없는) 캐스팅의 좋은 점은 감각이 새로워질 수 있다는 거예요. 여자, 남자의 관습적 표현을 깰 수 있거든요.”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가족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새로 합류한 신재훈 연출은 그간 남자배우들이 연기했던 나폴리의 왕 알론소를 최나라가, 요리사 스테파노를 이지연이, 충신 곤잘로를 김민혜가 연기하는 데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일부러 젠더프리 캐스팅을 고집한 것도, 콘셉트도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굳이 관습적인 남녀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오디션 자체를 성별 구분 없이 봤고 연습 때는 캐스팅을 바꿔서 읽어 보기도 했어요. 한 남자배우는 마지막까지 미란다로 오디션을 볼까 고민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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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음악극 ‘템페스트’(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인 가족 음악극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동명작을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밀라노의 공작이었지만 추방당해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프로스페로(김신기), 그의 복수 대상인 동생 안토니오(정홍구)와 나폴리 왕 알론소(최나라)를 중심으로 요리사 스테파노(이지연), 사랑에 빠진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김주희)와 알론소의 아들 페르디난드(이상승) 등이 풀어가는 복수와 화해의 이야기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남녀를 구분 짓는 관습적인 표현이 진짜 많아요. 사실 어린이극이나 이전 작업에서도 젠더프리가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기마다 던져지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젠더프리가 중요한 시대죠. 텍스트를 바꿀 수 없다면 감각이라도 바꿔보는 게 방법이지 않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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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경종수정실록’(사진제공=뉴프로덕션)
◇주제의 가치,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최근 본 뮤지컬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경종수정실록’이었어요. 두 인물의 구도가 좀 약하긴 했지만 내용적인 주제가 너무 좋았어요.”

4년 만에 공연 중인 가족음악극 ‘템페스트’(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새로 합류한 신재훈 연출은 이번에 음악작업을 함께 한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사가·음악감독 콤비작 ‘경종수정실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경종수정실록’은 ‘오시에 오시게’ ‘날아라 박씨’ 등을 함께 한 조한나 작곡가와 정준 작가가 호흡을 맞춘 성종완 연출작이다. 

장희빈(목소리 최연우)의 아들 경종(정동화·성두섭·에녹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과 훗날 영조인 연잉군(홍승안·박정원·신성민),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이자 충신이며 경종의 벗인 홍수찬(김종구·정민·주민진)의 이야기다.

세 사람이 왕권을 놓고 난무하는 음모, 극단으로 치닫는 당쟁

 속에서 저마다의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경종수정실록’에 대해 신재훈 연출은 “작가가 짚고 가는 주제에 감동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오셀로와 이아고’ 그리고 차기작 ‘시간의 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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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와 이아고’(사진제공=정동극장)

“관객 입장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요소, 감각을 느끼는 기준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에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죠.”

신재훈 연출의 전작 ‘오셀로와 이아고’ 역시 음악에 모든 요소를 맞춘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한국 전통 탈춤 형식을 접목해 주목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2017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18년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됐으면 2018년 정동극장에서  ‘창작 ing 시리즈’로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신재훈 연출은 ‘오셀로와 이아고’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활용하는 작품”이라며 “무대, 미술, 의상 등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음악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대에서 현대악기를 쓰는 식으로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죠. 감각을 느끼는 기준은 음악이거든요. 감각을 맞추는 시도를 하면서 서너번이나 이런저런 변화를 줘봤지만 ‘오셀로와 이아고’는 결국 음악에 맞춰 조율했죠.”

시간의 난극
‘시간의 난극’(사진=극단 작은방 공식 페이스북)

차기작 ‘시간의 난극’(2월 1일까지 천장산우화극장) 역시 새로운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2015년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 봄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후 그해 인천의 떼아뜨르 다락 소극장 무대에 다시 올렸던 신재훈 작·연출작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에 담긴 시간을 달걀에 빗대 의미가 되지 못하는 시간, 사건이 되지 못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을 달걀에 비유해 깨면서 하는 연극이에요. 달걀은 부화해 병아리가 되기도 하고 프라이로 밥상에 오르기도 하잖아요. 이를 비유해 우리의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에피소드로 풀어가는 방식의 연극이죠. 날달걀 10판이 깨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