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이드] 뮤지컬 ‘빅 피쉬’ 박호산 “세상 제일 나쁜 보스로 돌아올게요!”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2-01 17:30 수정일 2020-02-01 17:40 발행일 2020-02-0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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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산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

“7살짜리 막내가 제일 잘 본 것 같아요. 나이 때문에 극장 내 입장이 안돼서 엄마랑 분장실 피아노 위 모니터로 봤어요. 끝나고 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절 보더니 ‘이제 아빠는 친구도 못만나는 거잖아요’라면서 울더라고요.”

박호산은 가족들의 뮤지컬 ‘빅 피쉬’(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평을 전하며 “장례식 장면을 집중해서 보더니 ‘칼이에요’하는 장면에서 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첫째, 둘째는 쿨하게 ‘잘 봤어요’ ‘아빠가 좋은 작품 한두번 하는 거 아니잖아요’라고 했다”며 “재혼 전까지 연습실, 공연장에서 셋이 지내는 데 익숙하다”고 말을 보탰다.

뮤지컬 ‘빅 피쉬’는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박호산·남경주·손준호,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과 ‘팩트’를 쫓는 기자인 아들 윌(이창용·김성철)의 화해와 갈등, 부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김지우·구원영)의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

다니엘 월러스(Daniel Wallace)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존 어거스트(John August)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기도 했다.

빅 피쉬 박호산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CJ ENM)

“배우는 그 어떤 얘기든 공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빅 피쉬’의 에드워드 뿐 아니라 악역도 그렇죠. 배우는 이해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고 연기력은 표현하는 힘이 아닌 이해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에 따라 아무 표현 없이도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거든요.”

◇무대 인생작 ‘빅 피쉬’, 드라마 엄마·아빠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

“무대는 수혈이에요. 교정센터 같은 느낌이랄까…무대를 하면서 사람이 돼서 나가죠.”

그리곤 “방송을 하면서는 작품 외적으로 치열한 게 많다. 외국에 나가 사는 기분이다. 외국의 도시에 살다가 고향에 와서 새롭게 다짐하고 갈 수 있는 것처럼”이라며 “작년 4월 연극 ‘인형의 집 파트2’를 할 때도 그랬다. 공연 무대가 아직은 더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부연했다.

“TV나 영화에서도 저는 배우죠. 하지만 무대에선 예술가일 수 있고 매일 편집권자예요. 공연의 가장 좋은 점은 내일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밝힌 박호산은 작품선택 기준에 대해 “착한 이야기가 1순위, 2순위는 먼저 얘기한 사람, 선착순”이라고 털어놓았다.

“공연의 대표작은 많지만 인생작은 ‘빅 피쉬’예요. 이 작품이 너무 좋거든요. 드라마 인생작은 ‘나의 아저씨’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죠.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엄마라면 ‘나의 아저씨’는 아빠예요. 얼마 전엔 후계동 조기축구회 멤버 몇 명이 ‘빅 피쉬’를 보고 가기도 했죠.”

◇ 연극배우로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드라마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박호산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사진제공=CJ ENM)

“너무 좋아하는 웹툰이었어요. 게다가 저한테는 드라마에는 없는 장르로 느껴졌고 연극배우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표정도, 소리도 가공할 수 있었죠. (그 가공이) 좀 과하고 색달라도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장르였어요.”

박호산은 최근작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대해 “배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라며 “캐릭터를 만들 때 제 안의 것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제 안의 인격 여러 개를 꺼내 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박호산은 DM그룹의 만년 2인자 권영구 전무로 분했다. 이 작품의 백승룡 연출은 박호산을 두고 “남 주기 싫은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입봉작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많이 열어주셨어요. 연극처럼 만들어갈 수 있었죠. (라이벌 정복동이 금고에 숨겨둔 서류를 몰래 빼돌리는, 영화 ‘메트릭스’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선만 긋고 해보면서 다 만든 거예요. 웃기는 데 주목했죠. 조명 감독님한테 ‘선 하나 더 주세요’라고 보태가면서 만들었어요. 너무 재밌었죠.”

◇차기작 영화 ‘낙원의 밤’에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보스로 돌아옵니다! 

박호산
뮤지컬 ‘빅 피쉬’ 에드워드 블룸 역의 박호산(사진제공=라이트하우스)

“이후에는 영화 두편으로 뵙게 될 것 같아요. 그 중 ‘낙원의 밤’은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느와르고 저는 악역 보스로 나와요. 세상 제일 나쁜 놈이죠.”

차기작에 대해 전한 박호산은 “하반기 영화들이 개봉할 때쯤 소극장에서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짧게라도 공연으로 수혈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소극장에 가야 제대로 수혈을 할 수 있어요. 머리가 쭈뼛 쭈뼛 서거든요. 되게 디테일해서 손 하나 까딱거리는 것, 눈빛 하나 하나가 기호가 되거든요. 얼마 전부터 갑자기 소극장 코미디가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같은 작품이요.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작품이기도 하고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정말 유쾌하고 훌륭한 작품이죠.”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풍자사극으로 식탐의 소유자이자 욕쟁이 이순신, 그를 생포한 왜군 사스케, 그들과 동행하게 된 고아처녀 막딸의 이야기로 진정한 영웅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이현규 작·연출, 장소영 작곡가·음악감독, 서정선 안무가가 의기투합한 이 작품에서 박호산은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영웅 이순신으로 분했다.

“제 어려서 꿈은 배우였어요. 배우가 되고 나서는 작품이 안 끊기고 계속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렇게 됐죠. 그 후로는 연기로 먹고 살면 좋겠다 했더니 집을 사고 먹고 살 만해졌어요.”

그렇게 “늘 꿈을 이뤄왔다”는 박호산은 “지금은 ‘빅 피쉬’를 사고나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꿈”이라며 “좋은 작품들을 지금처럼만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정의롭고 올바르게 살면 소원이 없겠다”고 털어놓았다.

“전 배우생활이 너무 좋아요. 아무도 절 안찾는 순간까지는 배우만 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선후배, 동료배우들이 ‘다음 시즌 언제야? 나도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최고의 극찬 같아요. 배우들은 다른 배우의 연기를 부러워하거나 ‘연기 좋다’ ‘잘한다’고 하지 않거든요. ‘내가 저 역할을 연기하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하죠. 제가 하는 역할이 하고 싶어졌다는 건 그만큼 잘했다는 거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