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냉철했지만 따뜻했던 저널리즘 연극 비평 개척자, 구히서 평론가 별세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0-01-03 07:00 수정일 2020-01-03 19:14 발행일 2020-01-03 13면
인쇄아이콘
[★★ Talk] 구히서 평론가 별세, 엄격하고 냉철했지만 연극과 연극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열정
김동현․김광보 연출, 염혜란 등 배출한 히서연극상 출범,
Untitled-2
구히서 평론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

2019년의 마지막 날 새벽 3시 연극평론가 구히서 선생이 별세했다. 향년 80세로 수년 전부터 노환에 의한 건강악화로 자택에서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연구원, 국립도서관 사서, 이대 80년사·여성사 편찬실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 서른이 되던 1970년부터는 일간스포츠, 한국일보 문화부에 입사해 연극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신문사에서 연극이 지금보다 더 홀대받던 시절 본명을 내건 ‘구희서의 연극수첩’이란 코너명으로 매주 한편의 연극 평을 쓰는 등 고인은 1994년까지 기자로서 현장을 발로 뛰며 연극 ‘비평’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썼던 연극 평들은 1999년 ‘연극읽기’ 3부작으로 출간되는 등 그는 ‘저널리즘 연극 비평’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4년부터 5년여간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재임한 고인은 별세하기 2, 3년 전까지도 대학로 극장을 찾을 정도로 연극 비평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2008년에는 그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연극 ‘쿠크 박사의 정원’(Dr.Cook’s Garden)이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서스펜스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Ira Levin) 작품을 고인이 직접 번역한 ‘구히서 헌정작’에는 이호재를 비롯해 김수현, 지자혜, 전진기, 장연익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기꺼이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20010209
구히서 평론가는 엄격하고 냉철했지만 연극과 연극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열정으로 온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 1996년 공연 현장에서 눈에 띄는 연극인에게 주는 ‘히서연극상’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오롯이 구히서 평론가가 선정하는 배우, 연출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첫해 심재찬 연출을 시작으로 2회부터는 ‘올해의 연극인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따로 시상했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고(故) 김동현 연출이 2002년, 현재 서울시극단장인 김광보 연출이 2012년, 최근 연극 무대 뿐 아니라 TV,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예수정, 길해연이 각각 2005년과 2012년에 ‘올해의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최근 주목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의 염혜란도 2009년 ‘기대되는 연극인상’ 수상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