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카카오엠, 이번엔 뮤지컬제작사 쇼노트 인수…그 기대와 우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12-27 07:00 수정일 2019-12-27 09:11 발행일 2019-12-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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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엔터테인먼트사의 영역 확장, 뮤지컬제작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유입 등의 의미 보다는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종합 콘텐츠 기업 카카오엠(카카오M)의 자회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268억원에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쇼노트는 현재 한창 공연 중인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파격적으로 변주한 ‘앨앤제이’, 뮤지컬 ‘헤드윅’ ‘신흥무관학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젠틀맨스 가이드’ ‘구텐버그’ ‘미스터마우스’ ‘벽을 뚫는 남자’ 등과 YB, 이소라, 몬스타엑스, 정세운, 블락비, 케이윌, 김동완 등의 콘서트 및 배우 이동욱 등의 팬미팅을 기획·주관해온 회사다. 쇼노트의 수장 김영욱 대표는 2019년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쇼노트 인수는 카카오엠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엠은 아이유를 배출했고 SK텔레콤 멜론의 운영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2018년 이름을 바꾼 회사로 CJ ENM을 비롯해 온미디어,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 등의 대표이사를 지낸 김성수 대표가 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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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킹콩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했고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와 모바일 영상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 인디레이블 문화인,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 김태리의 제이와이드컴퍼니, 공유·공효진 등의 매니지먼트숲, 박서준 등의 어썸이엔티 등이 카카오엠 군단이다.

지난 9월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의 영화제작사 월광, ‘신세계’ ‘무뢰한’ 등의 사나이픽쳐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현빈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개인법인 메종바하를 인수했다. 더불어 이민호의 소속사 MYM엔터테인먼트·MYM의 투자사 유한회사 지엠그룹도 전략적 협력 관계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콘텐츠 기업으로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려는 행보의 마지막 퍼즐이 ‘라이브 콘텐츠’인 셈이다. 이번 쇼노트 인수에 대해 카카오엠은 “콘서트·쇼케이스 등의 기획·제작 역량을 높이고 카카오엠 소속 배우·가수들과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활용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사업들과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하나의 IP(지적 재산권)를 영화, 공연,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기획·제작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완성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형 미디어가 라이브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해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설앤컴퍼니가 일간스포츠에 인수된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2007년 일간스포츠는 중앙일보문화사업 지분 60%를 출자해 설앤컴퍼니 지분 70%를 55억원에 인수했다. 설도윤 대표가 이끌던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을 선보이며 한국 뮤지컬시장을 일군 회사였다. 하지만 서로가 가진 특성과 사업 방향의 충돌로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콘텐츠만 가지고 독립적으로 확장할 것인지, 쇼노트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시너지를 낼 것인지의 차이일 뿐 공연제작사는 사업적 비전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를 두고 늘 고민 중”이라며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각 업계의 연합이나 합병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양질의 자본이 합쳐지면서 관객 및 작품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공연시장 및 관객 특성을 제대로 파악·활용하기 보다 ‘수익성’ ‘흥행 확률 높이기’만을 추구할 경우 기존의 관객에게마저 외면당할 리스크도 없지는 않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다.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은 단순한 흥행만이 아닌 실험과 모험을 통해 평가받아야 성과로 이어지는 장르”라며 “자본을 가진 기업이나 메인으로 움직이는 쪽이 이같은 라이브 콘텐츠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각 미디어·콘텐츠·장르·플랫폼 등은 저마다의 특성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따로 존재하던 이들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과 숙제가 남은 셈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시장을 거대 자본들이 주목한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너무 경계하거나 거대한 자본에 장악당한다는 우려보다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가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조화를 잘 이뤄낼 방법을 찾아낸다면 좋은 배우들, 콘텐츠 등을 공유하며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케이블 공룡 CJ ENM,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상제작사 스튜디오N을 설립한 네이버,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 드라마·예능 제작에 적극적인 SM엔터테인먼트 등의 움직임 사이에서 스타영입, 음악·영화·드라마·라이브콘텐츠·디지털콘텐츠 제작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카카오엠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망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