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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국힘, 전대 이후가 더 문제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예를 들어 국민의힘에 홍길동이라는 당원이 있다. 그러면 당무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대통령이 1호 당원이냐 아니냐, 그게 어느 규정에 있느냐가 논란이 될 수는 있다. 대통령이 한 달에 300만원이나 당비를 낸다. 즉 1년에 3600만원이나 당비를 낸다. 국회의원은 한 달에 30만원 낸다. (윤 대통령이)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겠나”(지난 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고위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내용이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선거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개입은 아니더라도 당무 개입은 할 수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있고, 특정인을 수장으로 하는 계파가 존재한다. 최근 여당의 정치사를 보더라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이(이명박)계, 친박(박근혜)계가 있었다. 때문에 친윤(윤석열)계가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 만 1년도 안 돼서 당 대표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것은 결국 윤심(尹心) 때문이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에 대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대사직의 해임 관련,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면 저격한 이후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후 안철수 의원이 뜨자 대통령실은 안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비토를 놨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는 건가”라며 비판했다. 이로써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윤심은 김기현 의원으로 확실하게 쏠리게 됐다.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대표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영입과 공천은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3년 차 이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본인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진출시키고 싶을 것이다.문제는 당대표 선거 이후 여당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암울하다는 것이다. 만약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지원으로 당선한다면 그는 윤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며 일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각종 현안과 이슈에 대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윤 대통령이 명예당대표를 맡는다면 당에 대한 영향력은 더 세질 수밖에 없다.만약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과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거칠게 몰아붙였고,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 이후 안 의원의 행적을 적나라하게 열거하면서 비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언론과 국민은 현재권력(윤 대통령) 보다는 미래권력(안 의원)에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윤핵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통령과 당 대표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3-02-21 14:18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탈중국' 조용하게, 은밀하게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올해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가 176억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약 127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월에도 10일까지 49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472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무역적자의 37%를 단 40일만에 기록한 것이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경제가 수출로 먹고산다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문제는 무역적자 폭 증가가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 있다.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 수출액 급감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데 지난해 9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출범이후 탈(脫)중국화를 내세운 바 있다. 작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기자들에게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이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대안시장이 필요하며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정부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참여,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등에 참여 의사를 밝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려는 정책을 폈다.중국도 한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한국산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나섰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제조용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말 21%에서 2022년 상반기 3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대중국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1.9% 감소했다.중국은 한국 전체 교역량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말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확 줄어들고 수출 다변화가 절로 될 리는 없다. 정부의 ‘탈중국 선언’이 너무 조급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지난해 11월 미국과 서방 각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사례가 반면 교사가 될 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이뤄진 숄츠 총리의 방중은 미국과 EU로부터 시 주석의 영구집권을 승인하고, 서방국가들의 대중연대에 금을 가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그럼에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과 중국 양국간 상품 무역액이 전년보다 약 21% 증가한 32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밀접한 두 나라의 경제적 관계가 숄츠 총리로 하여금 논란을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하도록 한 것이다.‘탈중국’을 하더라도 최대한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여야 한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3-02-14 14:03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1기 신도시 살리려면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2월 부동산시장에 가장 관심있는 정책이슈 중 하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담길 내용이다.수도권 1기 신도시는 5개 신도시 총 29만2000세대 규모다. 1991년부터 93년까지 입주가 완료됐으니 올해로 대부분 아파트가 입주 30년을 넘겼다.지난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었고, 윤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주관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수차례 회의를 거친 결과가 이번 달 나올 예정인 것이다.시장의 관심은 용적률 완화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용적률 300~500% 범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진다.이미 안전진단 걸림돌은 완화된 상황이어서 용적률 문제와 추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분만 해결되면 사업성 측면에서도 재건축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그러나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단편적인 재건축 조건완화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30년 만에 또다시 허물고 짖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다. 1기 신도시는 탄생부터가 졸속적이었고 그 결과 베드타운 기능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9년 2월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후 1993년 2월 마지막 입주까지 불과 4년 만에 완성한 졸작이다. 일시에 자재와 인력이 투입되다보니, 자재난에 인력난이 겹쳤고 부실골재, 바닷모래 등 부실아파트라는 딱지가 붙었다. 단순히 수도권에 공급세대수 늘리면서 수도권 집값 잡는 효과 외에 별로 성과를 보지 못한 실패사례로 남았다.일거에 성과를 보려고 서두르다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있는 4대강 사업도 거울삼아야 한다. 31조원을 들인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은 2008년 12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09년 7월에 착공해 2011년 10월에 준공했으니 계획에서 준공까지 불과 3년이 채 안걸린 것이다. 전국적으로 장비와 자재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공사비가 2~3배 증가하면서 건설사들도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4대강을 한꺼번에 하지말고 가장 열악한 영산강을 먼저 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단계적으로 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5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 17%만이 긍정적이고 68%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1기 신도시 재건축 역시 일시에 추진하기 보다는 순서를 정해 시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일산과 군포, 다음으로 평촌과 중동, 마지막으로 분당 뭐 이런 식이면 어떨까?속도조절과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도시를 만드느냐다. 최소한 30년 이후의 트렌드까지 반영하는 생명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용적률 등은 부수적인 것이다. 30여년 걸려 조성한 프랑스 파리의 신도시 라데팡스는 우리 1기신도시 전에 완성됐지만 지금도 명소가 돼있다. 문화와 예술적인 요소들이 도시에 끊임없는 생명력을 공급하기 때문이다.역대 정권은 국책사업을 당대에 완성하려다 애물단지들을 만들어냈다. 머잖아 누릴 국민소득 5만달러를 넘는 선진국 수준에 맞는 살아 숨쉬는 도시공간을 만들어야 할 때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3-02-07 14:03 이기영 기자

[데스크 칼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법

박운석 산업IT부장정권이 바뀌면 경제계는 당선인에게 축하메시지를 전달하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주문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윤석열 정부 출범 때도 경제계는 한 목소리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주문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후보시절 저마다 경제 분야의 공약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당선 후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노조편향 정책으로 ‘귀족노조’와 ‘노조공화국’을 탄생시켰다. 대기업과 부자를 동격으로 놓고, 대기업을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대기업의 팔다리에 온갖 족쇄와 모래주머니 달기에 바빴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몰락했고,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부담은 가중됐다. ‘공정경제 3법’으로 포장된 ‘기업규제 3법’,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마저 기어코 통과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아홉 달이 되어간다. 소통과 포용, 협치와 통합부문에서 점수를 잃고 있다. 하지만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뚝심과 경제를 제대로 한 번 살려보겠다는 그의 진정성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1월 18일 다보스포럼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CEO들 앞에서 스스로를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 칭한 대목은 기죽어 있었던 기업인들에게는 적잖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특히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은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첨단 신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경쟁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건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도 필수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기업 부담을 하나씩 덜어 역동성을 살리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윤 정부가 맨 먼저 할 일은 지난 정권에서 통과된 법안 가운데 기업 독소조항을 찾아 수정하는 일이다. 세금부담도 확 줄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 결정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하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국내 투자를 망설이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인상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내려야 한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아닌 대다수 근로자에 대해 삶의 질을 높이는 노동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규제완화도 시급하다. ‘완화’가 아니라 ‘혁파’ 수준의 대청소가 필요하다.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지정 제도를 손본다고 한다. 경제규모가 커진데다 내년부터 바뀌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과의 정합성을 고려해서란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기업 규제를 경쟁법(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둔 것도 그렇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 기업집단으로 묶어놓고 정부가 감시하고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욱이 국가와 지역, 기업과 업종간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융·복합, 디지털 전환시대에 걸맞지 않는 제도다.경제력 집중은 많이 완화됐고, 시장개방으로 독점은 쉽지 않다. 해외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해외에서 벌여 들인 자산이 커졌다고 규제의 틀에 가두거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차별규제만 무려 275개에 달한다고 하니 성장 동력이 생길 리 없다. 이왕에 수술할거면 기업에 활력과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으로, 그래서 멀기만 했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한층 가까이 왔음을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박운석 기자 ospark@viva100.com

2023-01-31 11:27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은행의 뒷머리가 뜨끔뜨끔하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주식회사 은행이 요즘 뒷머리가 뜨끔뜨끔할 것 같다. 연초부터 은행의 공적기능 강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발언 강도가 거세지고 있어서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은행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며 “발생한 이익의 3분의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3분의1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미래투자를 위해 사내적립 등 발생이익의 적정 배분원칙은 일단 논외로 두자. 문제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서 금융감독원 수장자리를 꿰찬 그가 그동안 보여준 언행을 보면 무심코 내뱉은 일회성 발언으로 절하하기에는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권을 바라보는 사방의 시선이 썩 곱지는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1년 사회공헌활동에 총 이익의 6.9%인 1조60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상위 8개 은행은 이자장사로만 53조6000억원을 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은행은 주식회사이다. 이윤을 극대화하고 자산을 증식하는 게 본업이다. 주식회사에게 공공성과 공익성을 바라는 건 시장자본주의에서는 강요에 다름 아닐 수 있다.그럼에도 은행에게 유독 공적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그 업무 운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도 은행의 특유의 공공성을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주문한다.금융소비자 및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두텁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나온다.급기야 은행의 이자장사를 법률로 규제하자고 한다. 얼마 전 발의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서민금융생활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 통과여부는 둘째 치고 이런 발상이 진행되는 게 우리 현실이란 걸 은행권은 부담스럽게 받아 들여야겠다.은행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시장금리가 변동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차이에 따른 현상”이라며 예대차 금리 확대 및 이자장사 질타에 반박한다. 최근 시중 은행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조금이나마 떨어지는 추세가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하지만 고금리로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은행권이 공동체를 향한 보다 전향적인 경영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금융취약계층의 리스크가 자칫하면 나라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은 울리고 있다.정부나 정치권의 인위적 개입에 앞서 은행권은 차제에 공적 역할을 한층 두텁고 따뜻하게 할 슬기를 모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은행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 보듯 금감원장의 발언이 단순히 사견에 그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석유·가스기업에 ‘횡재세’를 징수해 소상공인의 에너지 이용을 지원하자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으니 말이다.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2023-01-24 11:15 명재곤 기자

[데스크 칼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허미선 문화부장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이 명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승기를 못잡고 있지만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며 지금까지는 안정적이고 평화롭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백화점들이 온라인 중고 플랫폼과 손잡거나 독자적으로 중고품 전문관, 리셀 아이템 매장 등을 앞 다퉈 오픈했다는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신촌, 강남, 잠실 등 소비의 중심인 MZ세대들이 자주 찾거나 고가의 명품, 신상 등이 팔려나가는 지역을 비롯해 미아 등 주택이 밀집한 곳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중고 거래 플랫폼에 수백억원대를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백화점 유통사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철저한 진품 검수, 관리 등으로 온라인 중고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비단 백화점 뿐 아니다. 국내 최대 포털은 미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했다. 이제 ‘중고품’이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상품’인 셈이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마스크를 낀 채로 특정 채소 이름을 외치던 풍경과 더불어 중고 명품, 한정판 혹은 단종된 중고 아이템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하는 현상이 공존하는 시대다. 그렇게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4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한 증권사는 2025년에는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국내 뿐 아니다. 인구 최대 국가 중국 역시 2015년 3000억 위안(한화 약 56조원,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발간 2021 중국 유휴 자원 중고거래 탄소배출 감소 보고서)에서 5년만인 2020년 1조억 위안(한화 약 188조원)을 넘어섰다. 프랑스의 중고거래 시장 역시 100억 유로 돌파(Xerfi 연구분석)를 예상할 정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하지만 현재의 중고시장 성장은 오롯이 경제적인 사정으로 형제는 물론 친척들까지 물려 입고 쓰거나 헌옷들을 모아 극빈국으로 보내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차원은 아니다.중고시장의 성장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비롯해 비대면 시기가 길어지면서 급속 발전한 디지털 및 네트워크 기술, 트렌드가 돼버린 ‘친환경’ 소비, 기업들의 ESG경영 등의 합작품이기도 하다.주목해야할 지점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디깅(Digging) 소비 트렌드다. 이 소비 트렌드의 중점은 ‘디깅’ 자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내가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가치 소비는 MZ세대들의 아트테크 열풍의 원인이기도 했다.최근 몇년 사이 각종 국내 페어에서 해당 페어 출품작은 물론 해외 페어에 선보이기 위해 분배해둔 작품들까지 완판시키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 독일 갤러리 아시아 총괄은 MZ세대들의 아트테크 열풍에 대해 “직접 봐야 구매로 이어지거나 아트어드바이저가 사라면 사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르다”며 “자신이 원하는 데 투자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고화질 이미지, 동영상 등으로 본 후 미리 연락해 구매하곤 한다”고 경향을 짚었다. 중고거래 시장의 확산 역시 다르지 않다. ‘내가 중심이 되는 가치 소비’. 그렇게 중고시장의 성장은 중점을 두는 가치 기준의 전환이기도 하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3-01-17 14:01 허미선 기자

[데스크 칼럼] 반가운 고향사랑기부제

권순철 정치경제부장필자는 충남 홍성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쭉 자랐다. 어릴 적 산과 들로 뛰어다니면서 동무들과 놀고, 개울가에서 고기 잡고 멱감던 일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대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20년 가까운 시골 생활은 끝이 났고 이제는 고향생활보다 대도시 생활을 많이 한 나이가 됐다. 그래도 1년에 두세 번은 꼭 내 고향을 방문한다. 설과 추석 전후로 부모님 묘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주변도 정리한다. 그렇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뵈러 갈 때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고향 생활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만큼 고향은 나의 추억이 그대로 간직해 있는 보물창고와 같다.나이가 들면서 고향생각은 더 간절해지고 고향과 후배들을 위해 조금만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생각만 머릿속에 빙빙 돌 뿐 바쁜 일상에 젖어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도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살고 있는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자치단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자는 연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10만원이 초과될 경우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안양시민 A씨는 1년에 홍성군에 300만원, 충남에 2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기업이나 단체는 할 수 없다. 또 현행법에 국내 지자체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참여할 수 없다.기부자는 주로 지역 특산물로 구성된 답례품을 받는 것이 다른 기부와는 다르다. 기부자는 해당 지역 특산품 등을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을 사회취약계층 보호, 청소년 보호,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이웃나라인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난 2008년에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고향세 운영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사실 우리나라가 앞서 시행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향세금이 처음에는 822억원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어 2017년에는 3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해 지방재정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일본 고향세 참여율은 전체 납세자의 15∼18%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일본의 고향세 납세율은 30%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올해부터 시작한 우리나라도 초기에 정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 대다수가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이럴 경우 연간 650억원∼1000억원의 기부금을 예상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홍보로 인식도가 30%까지 오르면 2000억원∼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써왔지만 주거, 교육, 문화 등 대부분 분야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구감소와 이도현상으로 지방소멸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기부금이 모이고 쌓인다면 지방에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역 특징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에서는 출산과 육아지원 및 귀농·귀촌 사업에 사용할 수 있고, 문화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문화 인프라를 건설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역바로 알리기 홍보사업도 할 수 있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3-01-10 14:52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중국발 입국 제한은 굵고 짧게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정부가 새해들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작했다. 지난 2일부터 중국에서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객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90일 이내 단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즉시 공항이나 항만에서 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별도 공간에 머물게 된다. 내국인이나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1일 이내에 거주지 보건소에서 검사한 뒤 자택에서 대기해야 한다.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임시 재택 시설에 7일간 격리된다. 또 오는 5일부터는 입국 전 검사도 의무화된다. 장례식 참석과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탑승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 목적의 입국은 가능하지만, 관광비자 발급은 이달 말까지 중단된다. 아울러 중국발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잠정 중단하고 중국발 항공기는 인천공항 도착으로 일원화한다.정부가 이처럼 중국발 입국자를 제한하고 나선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지난달 7일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25일부터 공식 확진자 통계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알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근 한 달 사이 주요 도시 지역 주민의 5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전체로 보면 수억 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여기에 중국은 오는 8일부터 자국민에 대한 출국 제한 조치까지 해제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등의 다른 나라들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그러나 정부가 중국 관광객의 비자 발급을 아예 제한하고 항공편 증편까지 막은 것은 어려움에 처한 국내 항공업계나 관광·면세점업계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특히 매출의 80~90%를 중국인 관광객 및 보따리상(따이공)들에게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들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은 연속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항공업계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중국 노선에 의존해왔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누적된 적자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연결기준)은 각각 2737%, 2228%에 달한다. 제주항공 역시 1913%의 부채 비율을 기록했고, 진에어는 3분기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62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통해 벗어난 상태다.LCC업계 관계자는 “여객 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LCC 입장에선 중국 노선 증편에 실적 개선 속도가 달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정부의 중국발 입국자 제한은 불가결한 조치다. 그러나 관련업체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방역강화가 필요한 곳에 집중돼 ‘짧고 굵게’ 마무리 되길 기대해 본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3-01-03 14:20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집값 반등?… 거래량에 달렸다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지난 정권 5년 간 집값이 두배로 올라간 덕분에 우리나라 집값은 고금리를 만나 거품 꺼지듯이 빠지고 있다. 거래절벽 속에 이미 반토막에 거래된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이 집값 하락추세는 언제쯤 반등할까?여러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내년 말부터 길게는 3년 후까지 전망한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시점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현재 부동산 시장 증상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볼 변수는 금리, 거래량, 공급량 그리고 심리라고 할 수 있겠다.내년 국내 기준금리를 4%까지 예상할 때 시중 대출금리 상단은 9%를 넘어설 것이다. 직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5% 때인 2020년 9월 가계대출자의 약 90%가 연리 3% 미만의 이자를 부담했다. 그러나 현재 기준금리 3.25%인 상황에서는 가계대출자 약 90%가 4% 이상 이자를 물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엔 대출자의 90%가 연리 5% 이상의 이자를 물게될 것이다. 내년에도 금리부담은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허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주택거래량 역시 큰 변수다. 올해 9월까지 주택거래량은 전국 총 42만 가구다. 지난해 100만가구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0년 130만가구에 비해서는 30% 수준이다.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 1000가구 이하다. 안정적 시세를 대변하려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월 1만 가구는 돼야한다.내년 공급량도 살펴봐야한다. 집값은 계속 내려가는데 입주물량은 더 늘어난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입주물량은 약 30만가구로 올해 대비 약 4만가구 늘어난다. 서울의 경우는 2만1000가구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심리도 바닥을 뚫고 있다. 올 11월 서울 주택매매심리는 79.1로 처음 80 밑으로 떨어졌다.이러한 지표들로 볼 때 내년 집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바닥은 아니라도 무릎은 언제일까?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 하나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바로 거래량이다. 주식처럼 주택도 변곡점에서 거래량이 터진다. 전국 거래량이 월 단위로 10만, 서울 아파트는 월 1만이 넘어서면 변곡점이 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과거 통계를 보면 그정도 거래가 되면서 시세다지기를 통해 변곡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20년 6월 아파트 거래량은 1만5623가구였고 아파트값 조정기가 시작된 2021년 10월부터 거래량은 2000가구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후 서울 아파트 월 거래량은 2022년 4·5월 빼고 모두 1000가구 아래다. 문 정부 첫해 집값 상승 시작점인 2017년 10만7897가구 거래돼 월 9000가구 거래됐다.어쩌면 변곡점 이후 큰 상승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다 풀면서 잠재적 투자나 투기세력이 형성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 매매, 갭투자, 분양권 거래, 경매시장 등 뭐든 거래량을 잘 주시해라. 거래량은 모든 변수를 흡수하기 때문이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2-12-27 14:37 이기영 기자

[데스크 칼럼] 대기업의 희생만 요구할 때인가

박운석 산업IT부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걱정을 늘어놓았다.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대비 27% 줄었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든 간에 잘 해결하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했다. 다음날, 일각에서 ‘삼성특혜법’이라며 반대했던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일명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어섰다. 하지만 또 다른 반도체지원법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반도체 기업이 시설투자를 할 때 세액공제를 확대해주자는 것이 핵심인데 ‘대기업에 혜택을 더 줄 수 없다’며 야당이 제동을 걸고 있다. 어렵사리 통과된 반도체특별법은 반쪽자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지금 미국과 유럽연합, 대만과 일본 등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천문학적인 보조금으로 외국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자국 중심주의로 기업의 사활을 넘어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쟁터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런데 우리는 ‘4류 정치’가 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다. 사실 맘만 먹으면 원내 제1 당 대표가 못할 것도 없다. 검수완박법이나 양곡관리법, 방송관계법을 일방적으로 강행 통과시킨 폭주 전력(前歷)에 비하면‘조특법’ 정도는 ‘식은 죽먹기’일 것이다. 천금 같아야 할 야당 대표의 ‘말’, 그 가벼움에 아연할 뿐이다.연말 예산정국의 뇌관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도 결을 같이한다.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올린 만큼 다시 낮추자는 입장인데, 민주당은 그럴 경우 인하혜택을 받는 기업은 상위 100여 곳에 불과하다며 ‘초부자 감세’로 비판하고 있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25%)은 OECD 회원국 평균(21.5%)보다 높고, 여기에 지방세(2.5%)를 포함하면 대만(20.0%)보다 무려 7.5% 포인트나 높아져 주요 경쟁국 대비 조세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1% 포인트 인하)만을 고수하면서, 그럴 바에야 중소기업의 법인세와 서민들의 소득세까지 모두 깎아주자는 이른바 ‘국민감세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물론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가 실제 투자확대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감세로 인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가 곧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논리에는 수긍할 수 없다. 멀리 보지말고 지난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이켜보자.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서민에게 나눠준다며 법인세율을 올렸고, 최저임금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집값을 잡는다며 과도할 정도의 징벌적 과세도 단행했다. 기업의 투자·고용 정책을 위축시켜 일자리창출은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고, 시장과 괴리된 부동산정책들은 오히려 집값 및 전세값 상승을 부추겨 집 없는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 결국 집값도 못 잡고, 민심은 이반됐고, 결국 5년만에 정권은 무너졌다. 대기업과 부자를 동격으로 보고, 여기에 부자와 서민을 대칭시켜 갈라치기하는 정치수법은 이젠 안 통한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그 근거가 빈약하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의 경우, 법인세를 인하한 뒤 기업 수는 물론 투자와 고용이 오히려 증가했다. 법인의 성장과 수익은 주주 뿐 아니라 종업원과 협력업체, 소액주주들이 나눠 갖는다. 사실 요즘 같은 경제위기 앞에선 법인세 인하만으론 충분치가 않다. 경제단체들이 수없이 요구해온 법인세 인하는 특정 부자만 위한 것이 아닐진대 이를 끝내 외면하는 것은 정치의 도리가 아니다.박운석 기자 ospark@viva100.com

2022-12-20 12:39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금투세 시행 유예, 무엇이 걸림돌인가

명재곤 금융증권부장5만명의 주식투자자가 지난 10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바라는 국민청원을 국회에 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불확실성 등으로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2년 더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9월1일 ‘금투세 시행2년 유예(2023년에서 2025년)’등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투세 유예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애초 금투세 유예에 반대했지만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2년 유예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금투세 시행유예는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듯 하다. 시행일 20여일 앞둔 오늘(13일)까지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은 유예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국내 상장 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긴다. 지난 2020년 여야합의로 도입이 확정됐지만 당시 시장 혼란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2년간 유예했다. 정부는 같은 사유로 2차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금투세 유예결정이 늦춰지는 단적인 이유는 여야간 경제철학의 다름에 바탕을 둔 ‘부자감세’공방에 묶여 있어서다,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금투세 유예기간중 주식 양도세 과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슬쩍 담았다. 민주당은 이를 연소득(과세표준)3000억원 초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추진, 즉 ‘슈퍼부자 감세’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다. 주식 초부자만을 위한 감세가 금투세 유예에 묻혀 진행되는 걸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다.종목당 10억원 기준일때 과세대상 대주주는 1만5000여명,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면 3000여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10억~100억원에서 절충할 수 있다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의 ‘부자 감세 반대론’은 완강하다.금융시장은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 최대 악재이다. 이해관계자의 ‘내로남불’식 주장과 충돌도 그렇다.내년도 예산안 처리 난항과 민주당 중심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가결과 이에 따른 여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거부 움직임 등 정국은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음)소용돌이’에 빠져있다. 금투세 유예 또한, 작은 이슈일수 있지만 거기에 잠겨있다.윤 대통령은 법인세법 정부안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서민감세안’으로 타협의 공간을 남겼다. 오는 15일 예산안과 법인세 개정안 등이 여야 합의안이든, 정부안이든, 혹은 민주당 단독 수정안으로 귀결되든지 간에 아무튼 금투세 시행 2년 유예는 투자자들 바람대로 될 것이다. 내후년 총선이 있다.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2022-12-13 10:09 명재곤 기자

[데스크 칼럼] ‘예술’ 그 이름만으로

허미선 문화부장유혈이 낭자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 하늘에서는 피아노가 떨어져 내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풍경은 실제로 전장에 비행기로 공수한 피아노전문기업 스타인웨이선즈(Steinway Sons)가 특수제작한 군용 피아노였다. 폭 100㎝, 무게 200㎏ 이하의 빅토리 버티컬(Victory Verticals) 피아노 2500개는 상자에 담겨 3대륙에서 전쟁 중인 미군들에게 떨어졌다. 바로 옆까지 다가온 죽음의 공포, 그만큼 멀어진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피폐해진 군인들에게 ‘예술’은 절실하게 붙잡을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빛이었다.피아노의 거장 세이모어 번스타인(Seymour Bernstein)은 6·25전쟁 당시 참전한 미군으로 최전선에서 8개월간 100여 차례의 연주를 했던 소위 ‘피아노 연주병’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써 1년여를 이어지고 있는 전쟁 참사에서도 예술은 힘을 발휘 중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모두가 떠나버린 우크라이나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년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모여든 폴란드 접경지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름 모를 아티스트들까지 예술가들은 릴레이 연주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2년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10월 이태원 참사로 극심해진 집단 우울증과 그 원인을 알다가도 모를 분노는 ‘예술’로 위안받고 치유됨을 증명하고 있다. 조용필, 이미자 등 한국 가수들과 조수미, 양방언, 사라 브라이트만 등 글로벌 뮤지션, 임윤찬, 조성진, 양인모, 김선욱 등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 메츠국립오케스트라, 크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유럽 쳄버 오케스트라 등의 내한 등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렇게 잊고 있던 예술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한해의 축제 같은 이때 더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6년만의 내한공연 ‘크리스마스 심포니’에서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같은 말과 함께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진혼곡 중 ‘피에 주’(Pie Jesu)를 선사하며 이태원 참사를 추모했다. 두 팔이 없는 독일의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는 내한 공연의 앙코르 곡으로 생상스의 ‘로망스’를 연주하며 이태원 참사로 겪었을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보듬었다. 참사일로부터 한정적인 추모기간을 설정해 모든 국공시립 예술단체의 공연을 취소, 연기했던 조치 그리곤 이미 잊혀져버린 것과는 상반되는 풍경이었다.단언컨대 ‘예술’은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런 예술이 세계적인 위기, 사회적 비극 등에 무조건 멈추고 취소됐던 최근 몇 년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예술은 평화로운 시절만을 위한 ‘사치’ ‘즐길 거리’ ‘유흥’이 아니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이자 치유제이며 누군가에게는 생존이기도 하다.“지금은 사랑할 때입니다…우리가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엔 못갔지만 이 앨범으로 위안받으시길 바랍니다.”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 조수미는 6일 오전 새 앨범 ‘인 러브’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그의 말대로 ‘유니버설 랭기지’이며 존재만으로도 삶의 기쁨이자 위안이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2-12-06 15:14 허미선 기자

[데스크칼럼] ‘빈곤 포르노’ 모금 단체가 스스로 자정해야

권순철 정치경제부장깨끗한 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드리려고 해요.‘먼저 흙을 조금 넣어주세요. 그리고 부패한 동물의 사체와 사람의 배설물도 넣은 후 잘 섞어 주세요. 자, 이제 이 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세요.’이것은 세계적 NGO(비정부기구) 단체이자 구호단체인 A단체의 ‘모두를 위한 물’ 캠페인 모금 광고다. 특히 이 광고의 내레이터는 이 단체의 홍보대사인 유명 여배우다.시청자들은 이 광고를 보는 순간 섬뜩함을 느낀다. 이런 물을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들의 아이들이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쌍하다는 마음부터 든다. 그리고 이들을 구호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를 결심한다.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모금 광고 수위를 보면 이 정도는 약과다. TV 채널을 보고 있으면 국내외 각종 구호 단체들이 모금 광고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굶주린 아이들, 다리가 잘린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보여준다. 사람뿐만 아니라 그물에 걸린 거북이나 돌고래, 북극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곰 등 동물들도 등장시킨다.그리고 화면엔 큼지막한 후원 전화번호가 뜬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연예인들은 “여러분이 매달 내는 만원이 이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식으로 기부를 독려한다.최근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빈곤 포르노’는 기부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말한다.일부 구호단체들이 ‘빈곤 포르노’ 광고에 유혹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구호단체들 간 모금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몇 안 되던 구호단체들은 최근 들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비슷한 목적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들도 많다. 한마디로 직간접적으로 모금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조직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또 단체들은 기부금액에서 일부를 광고비와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금은 방송광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해당 단체의 이름을 국민(시청자) 뇌리에 각인 시키는 수단으로 방송만 한 것이 없다.이에 따라 국내외 국호단체들의 방송 광고 집행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해외아동 보건의료(18억7000여만원) 등 41억3000여만원, 2021년에는 국내외 취약 아동 지원(11억4000여만원) 등 53억2000여만원, 그리고 올해 9월까지는 해외아동 영양실조 구호(18억6000여만원) 등 29억6000여만원에 이르고 있다.문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위해 만든 영상에 등장한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구호단체들은 그들의 동의를 받고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화면에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것은 어떠한 방어권도 없는 아이들의 초상권 침해소지가 있다. 때문에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빈곤 포르노’ 광고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곤 포르노’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법으로 강제 중단하기 보다는 해당 단체들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스스로 알아서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권순철 정치경제부장

2022-11-29 14:24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블랙프라이데이와 세계 경제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이번 주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 올해는 25일)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연말로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당초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팔지 못한 재고를 할인하여 판매하던 것이 블랙프라이데이의 시작이다. 여기에 생산자가 아닌 유통업체가 재고관리를 모두 하는 미국의 소매유통 특성상 연말에 다음 년으로 재고를 남겨 관리비용을 지출하느니 차라리 떨이로라도 팔아서 재고를 처리하고 현금을 확보하자는 유통업계의 사정과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받아서 겨우내 생필품은 물론 1년 동안 기다렸던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의 구매욕이 맞물려 추수 감사절 이후 대대적인 쇼핑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시작되면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월마트와 타깃, 베스트바이 같은 할인점은 제품 처분을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해, 원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최대 90% 할인)으로 팔아치우기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싼값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며 아예 줄을 선다.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의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고, 유통업계 1년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이 많아서, 각 기업마다 해당 시즌의 현황을 관측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와 다음해의 경기를 예측한다.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전망은 우울하다. 최근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금리로 인해 추수감사절 직후 시작되는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관련 업종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미국 전국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미국 11~12월 소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상승폭인 13.5%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식자재 등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가운데 사치품 소비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한 자릿수대 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인플레이션으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반면 다소 낙관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률이 7%대로 둔화하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되고 예년 같지는 않지만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도 작년보다는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실제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백화점중 하나인 메이시스는 3분기에 52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시장의 전망치를 훌쩍 넘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이번 주 금요일에 상점 앞에 긴 장사진을 칠 것인가. 미국의 경기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2-11-22 14:13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좀비집주인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좀비기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좀비기업이 국내 기업 중 30%를 넘는다고 한다. 올 하반기 들어 그 비중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일종의 살아있는 시체 법인들이다.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금리인상 행진, 그 이후 한동안 지속될 고금리 기조로 이 비중은 앞으로 크게 늘 것이다. 이러한 ‘고금리’라는 이름의 괴물로 인해 부동산 경기도 혹독한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부동산시장 침체의 그늘은 이제 시작이란 견해가 많다. 가장 큰 암초는 부동산에 대한 부채비율 상승이다. 한 2030 청년이 상계동에서 2021년 초 8억원짜리 집을 장만하면서 4억원의 빚을 동원했다면 이 집의 부채비율은 100%다. 그러나 집이 2021년 말 잠시 10억원을 찍었다가 지금 6억원으로 떨어져있다면 집의 부채비율은 200%가 된다. 만일 이 집이 4억원으로 떨어진다면 집에 대한 집주인 지분은 제로가 된다. 4억원은 약 6년 전 집값이다.더 큰 문제는 이자비용이다. 담보대출 금리 3%일 때는 1년 이자가 1200만원이지만 10%로 상승하면 이자는 연 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집 지분도 다 날리고 연봉을 몽땅 이자로 무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청년은 좀비로 전락하게 된다. 생활자금을 또 조달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이러한 사례는 더 확대될 것이 뻔하다. 과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는 25% 쯤 오른데 반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90% 이상 폭등했다. 연 평균 5% 이하를 정상적인 상승분으로 볼 때 최소 60% 이상은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지금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사회 전반에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 숨넘어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고용시장도 한파가 밀어닥칠 것이다.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실업자가 될 경우를 생각해보자.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경우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그러나 개인들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들도 기업들처럼 비상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비관적으로 내일을 보고 스스로 생존대책을 세워야 한다.정부 역시 기업을 살리는 데만 힘쓰지 말고 개인들의 지원과 회생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위기의 개인들에 대해 정부가 서둘러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정말 경험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좀비집주인 구제가 돼야한다.이건 당장 집값이 몇퍼센트 내리고 하는 수준으로 취급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과거에 집값이 두배 올랐으니 몇십퍼센트는 떨어져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시장도 국민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좀비집주인은 좀비기업보다 사회 전반에 훨신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슬기로운 좀비생활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2022-11-15 14:56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기자

[데스크 칼럼] 미국 중간선거가 주는 교훈

박운석 산업IT부장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 2년 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지, 아니면 조기 레임 덕에 빠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36명이 새로 선출된다. 미국 중간선거는 ‘정부심판’ 성격이 강하다. 1934년(루스벨트 대통령), 1998년(클린턴 대통령), 2002년(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을 제외하고 집권당이 패배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미 월가에서는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 승리를 예측하고 연말 상승랠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세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이 줄곧 우위를 보여왔다. 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양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대접전 양상이라고 하니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0년 대통령과 연방 상원·하원 선거를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민주당이 2년만에 고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는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치러진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및 식량 위기가 심화됐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는 급상승했다. 주머니가 얇아진 유권자들이 더 이상 바이든 행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이탈한 것이다. 유권자는 먹고 사는 현실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여름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처리하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고, 중산·청년층을 겨냥해 초유의 학자금 대출 탕감 구상까지 발표했지만 확실한 분위기 반전엔 실패했다.미국 중간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선거바람’의 핵은 바로 ‘경제’라는 것은 동서고금과 진영을 넘어 작동하는 철칙이다. 우리 상황이 미국보다 더 딱하니 말할 나위가 없겠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보여 왔던 수출이 결국 지난 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내수도 투자와 소비의 위축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돈이 돌지 않으니 기업은 허리띠만 졸라 맨다. 내년 주력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1%대로의 추락 전망도 나온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세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력 수출품목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개선안을 찾고, 필요하면 국회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같은 방어적 대책뿐 아니라 수출 기업지원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모색하고, 국민들의 위기 극복 동참을 설득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갈 길 바쁜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재난과 비극은 정권을 가려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를 정쟁(政爭)으로 몰아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여당은 헤어나지 못하고 끌려다니고만 있다. 진상조사가 어느 정도 됐으면 응당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 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짜증’을 넘어 ‘정부불신’만 초래한다. 이제 차분히 ‘제 할일’에 집중할 때다. 2024년 4월 10일 예정된 제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 국정 2년을 평가하는 중간선거(?)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의회권력을 심판하는 날이기도 하다. 누가 다수당이 되느냐는 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느냐에 달렸다. 정답은 나와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길이 아닌 길로만 가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박운석 산업IT부장

2022-11-08 10:58 박운석 기자

[데스크 칼럼] 트러스·김진태 그리고 이상민

명재곤 금융증권부장영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취임 44일 만에 사임했다. 정책실패로 사실상 쫓겨났다. 호기롭게 발표한 대규모 감세안의 혼란상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다.5년간 매년 450억파운드(약72조5000억원)의 세금을 깎겠다고 했다. 물가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불거진 감세정책은 영국 파운드화의 역사적인 폭락사태를 유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감세안에 대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바보’소리도 들렸다. “바보들이 운영하는 경제는 위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교수는 그를 꼬집었다. 감세안은 철회됐고 오명만 남았다. 잘못된 정치와 행정이 경제를 망쳤다.먼 나라의 화(禍)만이 아니다.“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빌린 2050억 원을 (강원도가)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GJC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 지난 9월28일 김진태 강원도 지사의 입에서 시작된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회사채 등 단기 채권시장을 경색시키고 정치권의 쟁점으로까지 비화됐다. 김 도지사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염려해서였는지, 정적인 최문순 전 도지사 지우기 차원에서 손을 쓴 것인지 등 추측과 풀이가 난무하다.분명한 것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금융자본시장의 생리에 그가 둔감했다는 것이다. 시장 생태계를 알고서 자행한 발언이라면 그건 범죄다.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채권이 폐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신용등급 AAA인 한전, 한국가스공사의 채권 발행마저 발목을 잡았다. 고금리 시기에 부동산 침체 현상의 위중성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여실히 드러냈다.일요일인 지난 10월23일 오죽하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을까.정부는 회의후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과는 부조화 상황임을 알면서도 얼마나 화급했으면 이 대책이 마련됐는지 억지라도 이해하고 싶은 심정이다. 관치금융 논란속에 5대 금융지주, 대형증권사들도 유동성 보강에 힘을 보태기에 이르렀다. 레고랜드 사태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미숙 탓으로 까지 점화되자 강원도는 결국 보증채무를 연내 상환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김 도지사는 사태발생 30일 만에 엎지른 물 주워담기에 나섰다.“좀 미안하다”라는 말로 ‘퉁 치고’ 넘어가기에는 그 비용이 막대하다. 단적으로 향후 강원도가 지방채를 쉽게 발행할 수 있을까. 한 나라(시장)를 바보에게 맡기면 국민들은 그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인력을 배치했어도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관련 브리핑도 설화를 겪고 있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책임주체는 국가이고 정부이다. 위정자의 무지와 무책임, 무대책이 남기는 후과는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총체적 위기상황이 아니길 바랄뿐이다.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

2022-11-01 10:02 명재곤 기자

[데스크 칼럼] '개인'보다는 나아야 할!

허미선 문화부장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재개발구역이다. 오래동안 지지부진하다 최근 들어서야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몇 달 안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집에서만 20년 가까이를 살다 보니 ‘이사’는 그야 말로 큰일이 돼버렸다. 설상가상 연이은 금리인상, 경기악화,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는 통에 거래 냉각기를 맞으면서 매물들은 영 신통치가 않다.전세나 매매를 하자니 수억원대의 몫돈을 들여 사기를 당하거나 이제 막 시작된 하락세가 어디까지 곤두박질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니 영 께름칙하다. 월세를 고려하자니 마음에 드는 집도 별로 없는 데다 매물 자체가 많질 않다. 급기야 단기 월세로 분위기를 살피다 적절한 때를 가늠해 전세든, 매매든 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서울 변두리에 사는 서민이 살 집을 구하는 데도 고려해야 하고 영향받아야할 것들이 넘쳐난다.하물며 한 지역자치단체, 정부의 사안이라면 그 고려해야 할 것과 영향을 가늠하고 예측하는 일은 한 개인 보다는 신중하고 전방위적이어야 하면서도 세심하고 면밀하며 치밀해야 한다. 그 탐구 또한 깊고 체계적이어야 하며 꼼꼼해야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강원 레고랜드 같은 사태로 이어진다. 건설에 참여했던 산하 공기업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움직임은 단박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했고 순식간에 5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정부자금을 동원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다시 한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기자다 보니 매일 쓰고 모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매일 쌓이는 데이터들은 꾸준히 두개의 외장하드에 똑같이 옮겨두곤 한다. 꽤 오래 전 하나에 옮겨 담았다 먹통이 돼 발을 동동 구르며 데이터복구센터를 찾아야 했다. 노트북 하드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갈무리하려다 무지막지한 시간을 들여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찔하고도 후회막심한 경험들은 매일 꾸준히 두개 이상의 외장하드에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한 개인도 이런데 하물며 온국민을 넘어 글로벌 시민들의 소통도구라 자청하는 IT·미디어 기업의 데이터베이스화는 한 개인보다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카카오 IDC 화재같은 비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메신저는 먹통이 됐고 금융, 택시콜, 이메일,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가 일시에 멈추는 사태에 대응은 안일했고 아마추어적이었으며 무책임했다. ‘올인원’이라는 편리함은 먹통이 되는 순간 그야말로 ‘재앙’이 됐다. 업무가 멈추고 전국에서 영업손해가 발생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빠졌던 소상공인, 택시 등의 피해는 가늠조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후속조치, 피해보상은 7550포인트, 4260원, 유료이용 15일 연장 등으로 공분을 살 수준이다.나비의 날갯짓 하나도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는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오만하게도 미미한 날개짓으로도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 보다 상위에 있다 자부하는 인간이라면. 그 인간들을 대표해 혹은 대가를 받고 일을 처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면 더더욱.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2-10-25 14:03 허미선 기자

[데스크칼럼] 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고 회의장을 떠나면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ㅇㅇㅇ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이와 관련해 필자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한 것은 뉴스 꺼리지만 그렇다고 중대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사람인만큼 보통사람들처럼 욕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볼 때 당시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은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이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간단하다.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대변인이 “공인으로서 말실수가 있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렇게 솔직히 얘기하면 언론은 ‘대통령이 사과했다’로 보도할 것이고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하지만 이 사건은 문제의 발언을 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기도 했으며, 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혔으며, 윤 대통령의 지지지율도 요동을 쳤다.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된 이유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빌미가 됐다.우선 김은혜 홍보수석은 영상이 유포된 이후 13시간여 만에 공식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이XX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지칭한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민주당이 파상공세로 나오자 대통령실은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귀국 후 윤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 ‘바이든’을 적시해 보도한 부분에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막과 함께 보도한 MBC를 정조준하고 있다.이 사건 대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기 비서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그리고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 까지 ‘잘 못했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이 외교성과 폄훼, 특정언론의 표적 비판, 야당의 지나친 공세 등에 초점을 맞췄다.물론 이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대통령의 참모진은 수없이 회의를 거듭했겠고, 각종 경우의 수를 상정한 보고서가 윤 대통령 앞에 올려 졌을 것이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윤 대통령이 했을 것이다.하지만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 최종적으로 잘 못됐다고 생각될 때는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은 대통령의 귀에 거스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직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전쟁 영웅이자 마오쩌둥 주석의 친구인 팽더화이는 마오가 주도하는 대약진운동이 무리하다고 충고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윤 대통령의 정무적 정책적 판단을 위해 조언할 수 있는 참모진은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이관섭 정책기획 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 대통령실 실세들과 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들 정도일 것이다. 이들은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에게도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충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참모진이 될 수 있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2022-10-18 14:06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평균 실종'과 '핀스킨' 마케팅

이형구 생활경제부장매년 이 맘 때면 다음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2023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제시했다. 양극화에서 더 나아가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 탓에 더는 통상적인 평균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평균을 정확히 낼 수 없다면,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마켓보다는 타깃을 정확히 잡고, 내 타깃에 일치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처럼 평균이 실종된 트렌드를 반영한 것인지 요즘 유통가에선 이른바 ‘핀스킨’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핀스킨 마케팅이란 ‘핀셋 마케팅’과 ‘스킨십 마케팅’을 합친 용어로, 핀셋으로 집듯 상품 특성에 맞는 고객들을 선별한 후, 부드러운 스킨십으로 다가가는 마케팅을 이른다.맥락 없이 나열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피로도는 덜고 호기심은 자극하는 광고로 최근 여러 소비재 업체가 활용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의 옥외 광고다. 비비고는 직장인 밀집 지역인 강남대로와 한강대로 등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에 인근 직장인 맞춤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위대한 갤럭시를 만드는 일도 시작은 든든한 아침부터’란 문구를, 아모레퍼시픽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잊지 말고 꼭 아침 식사 헤라’는 문구들을 넣은 광고판을 건 것이다.삼성전자나 아모레퍼시픽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지나가다 한번 더 돌아 보고, 출퇴근 길에 차안에서 다시 생각날 만한 광고문구다.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은 지난 2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외식업 종사자들을 위해 ‘우리동네 사장님 응원 캠페인’을 벌였다. 성북구 미아사거리역,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성하순대국’ ‘갈비집 뜰아래’ 등 지역 업체 사장님의 사진과 함께 단골손님들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옥외 광고를 설치했다.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동네생활 앱이라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지역 맞춤형 광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서비스를 상징하는 주황색 배경에 캐릭터를 배치하고 실제 중고 거래 이용자들의 인사말로 잘 알려진 문구를 활용했다.‘한남동도 당근이세요?’, ‘신사동도 당근이세요?’ 처럼 실제 광고가 실리는 구역의 이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다. 당근마켓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세종시까지 총 183개의 동, 약 450개의 소재로 광고를 진행해 지역 생활 커뮤니티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져 평균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특정 계층, 취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핀스킨’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더 피곤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비비고의 예처럼 과거에는 하나의 카피로 해결되던 마케팅이 이제 특정 계층과 취향을 각각 겨냥한 여러 개의 ‘카피’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건 식당과 같은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과거 자신이 잘하는 한 두개의 주력메뉴로 승부를 봤다면, 이제 어떤 연령대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할지 고민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메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업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2-10-11 14:04 이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