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탈중국' 조용하게, 은밀하게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23-02-14 14:03 수정일 2023-02-14 14:27 발행일 2023-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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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올해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가 176억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약 127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월에도 10일까지 49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472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무역적자의 37%를 단 40일만에 기록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경제가 수출로 먹고산다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무역적자 폭 증가가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 있다.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 수출액 급감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데 지난해 9월 흑자로 돌아섰다가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출범이후 탈(脫)중국화를 내세운 바 있다. 작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동행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기자들에게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이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대안시장이 필요하며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정부는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참여,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등에 참여 의사를 밝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려는 정책을 폈다.

중국도 한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한국산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나섰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제조용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말 21%에서 2022년 상반기 32%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대중국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51.9% 감소했다.

중국은 한국 전체 교역량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말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확 줄어들고 수출 다변화가 절로 될 리는 없다. 정부의 ‘탈중국 선언’이 너무 조급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서방 각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사례가 반면 교사가 될 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이뤄진 숄츠 총리의 방중은 미국과 EU로부터 시 주석의 영구집권을 승인하고, 서방국가들의 대중연대에 금을 가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과 중국 양국간 상품 무역액이 전년보다 약 21% 증가한 32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밀접한 두 나라의 경제적 관계가 숄츠 총리로 하여금 논란을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하도록 한 것이다.

‘탈중국’을 하더라도 최대한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