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힘, 전대 이후가 더 문제다

권순철 기자
입력일 2023-02-21 14:18 수정일 2023-02-21 14:19 발행일 2023-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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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예를 들어 국민의힘에 홍길동이라는 당원이 있다. 그러면 당무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대통령이 1호 당원이냐 아니냐, 그게 어느 규정에 있느냐가 논란이 될 수는 있다. 대통령이 한 달에 300만원이나 당비를 낸다. 즉 1년에 3600만원이나 당비를 낸다. 국회의원은 한 달에 30만원 낸다. (윤 대통령이)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겠나”(지난 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고위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내용이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선거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상 선거 개입은 아니더라도 당무 개입은 할 수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있고, 특정인을 수장으로 하는 계파가 존재한다. 최근 여당의 정치사를 보더라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이(이명박)계, 친박(박근혜)계가 있었다. 때문에 친윤(윤석열)계가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 만 1년도 안 돼서 당 대표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것은 결국 윤심(尹心) 때문이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에 대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대사직의 해임 관련,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면 저격한 이후 나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후 안철수 의원이 뜨자 대통령실은 안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비토를 놨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는 건가”라며 비판했다. 이로써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윤심은 김기현 의원으로 확실하게 쏠리게 됐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대표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영입과 공천은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3년 차 이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본인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진출시키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당대표 선거 이후 여당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암울하다는 것이다. 만약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지원으로 당선한다면 그는 윤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며 일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각종 현안과 이슈에 대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윤 대통령이 명예당대표를 맡는다면 당에 대한 영향력은 더 세질 수밖에 없다.

만약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과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거칠게 몰아붙였고,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 이후 안 의원의 행적을 적나라하게 열거하면서 비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언론과 국민은 현재권력(윤 대통령) 보다는 미래권력(안 의원)에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윤핵관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통령과 당 대표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