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국 중간선거가 주는 교훈

박운석 기자
입력일 2022-11-08 10:58 수정일 2022-11-08 11:01 발행일 2022-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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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얼굴
박운석 산업IT부장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 2년 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지, 아니면 조기 레임 덕에 빠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로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36명이 새로 선출된다. 미국 중간선거는 ‘정부심판’ 성격이 강하다. 1934년(루스벨트 대통령), 1998년(클린턴 대통령), 2002년(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을 제외하고 집권당이 패배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미 월가에서는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 승리를 예측하고 연말 상승랠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세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이 줄곧 우위를 보여왔다. 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양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대접전 양상이라고 하니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0년 대통령과 연방 상원·하원 선거를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민주당이 2년만에 고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는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치러진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및 식량 위기가 심화됐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가는 급상승했다. 주머니가 얇아진 유권자들이 더 이상 바이든 행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이탈한 것이다. 유권자는 먹고 사는 현실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여름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처리하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고, 중산·청년층을 겨냥해 초유의 학자금 대출 탕감 구상까지 발표했지만 확실한 분위기 반전엔 실패했다.

미국 중간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선거바람’의 핵은 바로 ‘경제’라는 것은 동서고금과 진영을 넘어 작동하는 철칙이다. 우리 상황이 미국보다 더 딱하니 말할 나위가 없겠다.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보여 왔던 수출이 결국 지난 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내수도 투자와 소비의 위축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돈이 돌지 않으니 기업은 허리띠만 졸라 맨다. 내년 주력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1%대로의 추락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세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력 수출품목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 개선안을 찾고, 필요하면 국회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같은 방어적 대책뿐 아니라 수출 기업지원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모색하고, 국민들의 위기 극복 동참을 설득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갈 길 바쁜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재난과 비극은 정권을 가려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를 정쟁(政爭)으로 몰아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여당은 헤어나지 못하고 끌려다니고만 있다. 진상조사가 어느 정도 됐으면 응당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 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짜증’을 넘어 ‘정부불신’만 초래한다. 이제 차분히 ‘제 할일’에 집중할 때다. 2024년 4월 10일 예정된 제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 국정 2년을 평가하는 중간선거(?)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의회권력을 심판하는 날이기도 하다. 누가 다수당이 되느냐는 누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느냐에 달렸다. 정답은 나와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길이 아닌 길로만 가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운석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