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포모증후군과 대화상대를 선택할 권리 사이

허미선 문화부장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는 ‘비대면’ 서비스의 활황세를 이끌었고 커뮤니케이션 방법마저도 바꿨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안부를 공유하는 데도 전화통화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업무적인 회의나 논의도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이 가운데 등장한 오디오 기반의 쌍방향 SNS ‘클럽하우스’가 이슈다. 현재는 iOS 운영체제에서만 이용가능한 클럽하우스는 모더레이터가 룸(Room)을 만들고 그가 초대한 이들만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대화 창에 문자나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나누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저마다의 목소리로 질문하고 답하는가 하면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생동감이나 집중도 면에서 그리고 SNS에서 가볍게 공유하던 정보나 이야기 등을 보다 심도 깊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흥미로운 서비스다.더불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로빈후드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의 대화가 클럽하우스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마켓컬리 김승아 대표 등도 등장하면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머스크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초대하고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등장할 것을 예고하면서 관심도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증권가에서 SNS의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수익모델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이용자수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기존 이용자의 추천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보니 각종 SNS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하는 글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급기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등장했다.‘이 풍경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싶은 기시감은 때마침 싸이월드가 3월 재오픈 소식을 알려오면서 풀렸다. 오래 전 등장해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지만 폐업위기에 놓였던 싸이월드가 가상화폐를 핵심 경쟁력으로 장착하고 SNS 시장에 재등판을 예고했다. 이들 역시 서비스 초기 ‘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초대장’이 있어야 했다. 이에 그 시절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 초대장 생성 프로그램이 난립하기도 했다.지금의 클럽하우스와 당시의 싸이월드 이슈의 기저에는 그 세계에서 소외되기도 싫지만 누구나에게 열려 있고 싶지도 않은 심리의 아이러니가 자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의지가 넘쳐나는 시대, 아무나와 말을 섞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트렌드에서도 소외되고 싶지 않은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자극하는 이슈인 것이다.클럽하우스를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함께 꾸며 가는 것.”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지만 뜻이 맞거나 공감대를 형성한 서로만의 특별함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연대감’.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정서일지도 모른다. 그 바탕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목마름이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1-02-16 14:31 허미선 기자

[데스크 칼럼] 재난지원금 딜레마

권순철 정치경제부장여권이 코로나19 사태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돈을 주겠다고 잇따라 공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 국민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보상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는 조건을 달았지만 손실보상금 지원을 제도화하라는 주문까지 기재부에 지시했다.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2차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얘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발 더 치고나온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경기도는 이미 도민 1인당 10만원(지역화폐)을 지급하고 있다.동네 골목마다 치킨집, 빵집, 호프집 등 자영자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한 집 건너 한 집에 있을 정도로 많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수는 600만명이 넘는다. 자영업자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1000만명의 생계가 달려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독 한국이 자영업자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2018년 기준)은 25.1%다. 미국 6.3%, 캐나다 8.3%, 독일 9.9%, 일본 10.3%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이렇게 많은 자영자들이 요즘에는 문을 닫아놓고 있다 시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년간 거리두기, 집합 제한, 영업 및 영업장 폐쇄 조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들은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직노동자 등 많은 국민이 이에 해당한다.이에 국가의 적법(방역법) 행위로 인해 개인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에 따른 손실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다. 다른 나라도 그렇게 했다. 독일은 소상공인에 정부가 임대료와 인건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해줬고, 프랑스는 월 최대 1만유로(약 1340만원)을 지급했다.하지만 이 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여권에서 타당성 검토 작업과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기에 앞서, “돈부터 풀겠다”고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손실보상의 경우도 추경안 마련, 대상자 선정, 지급 조건 등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재원 문제다.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줄 경우 14조원(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준) 이상이 들고, 손실 보상을 할 경우 자영업자에 300만원씩 한 차례만 줘도 25조 가까이 든다. 결국 방법은 적자 국채발행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나라 빚은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50%를 넘을 수 있다. 이는 국제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된다.또 이 같은 돈 풀기가 최대 정치적 이슈인 선거 국면에 맞물려 있다는 점도 우려가 앞선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겨야 하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이 카드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총선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카드가 여당이 앞승하는 데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정치권에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선거는 올해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선출권력들은 앞으로도 “어려울 때는 빚내야 한다”며 곡간을 비우기를 계속할 것이다. 반면에 한번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가기에 ‘늘공(재정당국)’으로서도 고민이 많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1-02-09 14:26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택배파업 철회가 남긴 것

이형구 생활경제부장CJ대한통운 등 택배사가 오는 4일까지 택배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 6000명을 투입하기로 함으로써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대란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지난달 29일 조합원 투표(투표율 89%, 찬성률 86%)를 거쳐 가결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무기한 총파업 하루만인 지난달 30일 업무에 복귀했으며, 오는 4일부터 택배기사는 배송과 집하 본연의 업무만 하면 된다.이번 합의안에는 분류인력 투입에 관한 현장 조사단도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꾸려 운영한다는 내용과 택배 가격 논의가 끝난 5월 이후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하면 최저임금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지난달 21일 1차 합의안에 들어 있던 ‘택배거래 구조개선’ 마무리 시점은 애초 상반기에서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택배 노동자들의 파업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시작된 작년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났고, 이로 인한 과로를 호소하는 택배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파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불만은 택배 물량이 특히 몰리는 추석을 앞두고 극에 달했고, 택배 노조는 정부에 분류 작업 인력 투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이에 국토부는 작년 9월 10일 추석 연휴 분류 작업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여러 택배사가 대책을 발표하며 사건은 마무리 지어지는 듯 보였다.하지만 택배사 대책 발표 이후에도 과로사는 이어졌다. 5명의 택배 노동자가 쓰러지고, 1명이 사망했다. 원인으로는 택배사들의 대책 이행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택배 노조는 다시 한 번 파업을 예고했다.정부는 설 연휴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7일 사측도 참여하는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합의를 주재했다.사회적 합의기구의 가장 큰 안건은 지난 추석에도 논란이 됐던 ‘분류 작업’이었다. 노조 측은 배송 전 물류터미널에서 물품을 구역별로 나누는 분류는 택배 기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개인 사업자인 택배 기사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어 별도 보상이 없는 분류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사 측은 분류가 배송할 물건을 수령하는 ‘상품 인수’ 개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력 지원은 동의하지만, 완전 배제는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합의기구 참가자들은 지난달 19일까지 5차 회의를 거치며 합의를 시도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오후 추가논의 끝에 극적으로 분류 작업에 대한 1차 합의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택배 노조는 택배사들이 택배 분류 추가인력 투입을 미루며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7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총파업을 선언한 끝에 택배사들로부터 4일까지 추가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파업을 철회한 것이다.이번 합의에 대해 택배노조는 “택배 현장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차제에 소비자들도 택배비 인상을 걱정만 할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하루만에 받아볼 수 있는 즐거움이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땀이 배어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1-02-02 16:23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그린벨트 해제' 뜬금없다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문재인 대통령의 ‘특단의 주택 공급 대책’, 4.7 서울시 보궐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의 ‘서울 주택공급 공약’, 거기에 변창흠 장관의 미션인 ‘주택공급 계획’. 서울의 모든 이슈가 주택 공급에 몰려있다. 그렇다 보니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이슈가 또 등장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설 연휴 이전 발표 예정인 25번째 변창흠표 부동산대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과거에도 여러 번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계획이 거론됐지만,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의 자산이란 공감대가 더 강해 논의 과정에서 폐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특히 서울시장 야권 후보자들까지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 시장 후보들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서울 아파트 공급 문제 해결이 시장 당락에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거론되는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는 그린벨트 5개 등급 중 훼손 정도가 심한 3~5등급에 해당하는 29㎢다. 서울 전체 그린벨트의 21% 정도다. 이들 대상지들 대부분이 강남과 은평구 등 인기 주거지에 속해있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지역들이다.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녹지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동안 인간이 자연을 해친 반작용으로 역대급 기후변화를 겪고 있고, 미세먼지와 탄소 공포 속에 사는 것이 일상화 됐기 때문이다.현재 훼손된 3~5등급지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1~2등급의 그린벨트가 섞여있고, 3~5등급을 개발할 경우 1~2등급지가 생활공간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다음 훼손단계로 들어간다.1~2등급지는 기본적으로 ‘비오톱(biotope)’이라고 하는 자연 생태 영역이 존재하는 곳이다. 즉 특정 식물과 동물들이 하나의 공동생활체를 이루는 생물서식지다.환경전문가들은 오히려 훼손된 3~5등급지를 복원하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듯 나무가 전혀 없는 그린벨트에 대해 그걸 빌미로 개발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무를 심어 자연을 복원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서울시민들 역시 그린벨트 해제 공약에 박수칠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하는 후보에게 따끔한 경고장을 날려줄 필요가 있다.봄만 되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이고,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지수가 포함되는 일상에 살면서 그나마 탄소를 줄여주는 녹지를 훼손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걸다니.한쪽을 보고는 ‘탄소포인트제’, ‘탈석탄’, ‘그린경제’를 부르짖으면서 표정만 바꿔 같은 입으로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정치공학적 행태는 하지 말기 바란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때 가장 큰 공약 중 하나가 미세먼지 대책이었음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상황에 따라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표몰이 정치는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나무가 없어지면 피라미도 개구리도 살모사도 죽는다. 그러면 사람도 살 수 없어진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1-01-26 14:21 이기영 기자

[데스크 칼럼] 이재용 사면, 정치 보다 경제 사면이 중요하다

한지운 산업IT부장“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불거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선을 그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북 문제, 부동산 문제, 방역 대책까지 다양한 화두가 던져졌지만, 가장 세간에 관심을 모았던 지점은 연초 여당 대표가 촉발시킨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었다.‘사면은 안 된다’가 아니라 ‘때가 아니다’라는 다소 여지를 남긴 말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면서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정치권에 있었던 사람의 사면은 곧 정치적인 행위다. 국민의 촛불로 만들어진 정부이기에 촛불시위가 일어났던 원인인 당사자들을 사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벌어질 국론 분열은 상상하기조차 싫다.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경제인에게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과 연루된 국정농단 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할 때 뇌물 액수가 50억원이나 늘어난 만큼, 법리만 놓고 보면 사실 실형을 피하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실형 선고 전 집행유예로 참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그가 직권남용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는 데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만남은 결국 4년간의 재판과 구속으로 이어졌다.법원의 선고가 나온 만큼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 부회장에게는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삼성그룹 합병 의혹 건도 남아 있다.하지만, 이번 판결로 한국 경제의 신뢰도는 치명타를 입었다.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국가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사퇴했고, 중국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도 포기했다. 코로나 글로벌 확산과 보호무역주의로 무역 환경이 최악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의 발을 묶은 것은 재계 전체의 사기마저 꺾는 일이다.경제는 정치와 다르다.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경제 환경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은 없다. 경제는 곧 국민의 삶이다. 한국 경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경영에서 격리해서는 안 된다. 국민 화합은 정치가 아닌 경제에서 이뤄져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재용 부회장을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에 6만5000여명이 서명한 것은 그냥 넘겨볼 일이 아니다.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어떻게 벌을 마무리할지도 중요하다. 그 행위야말로 징역을 다 치르는 것보다 의미가 클 수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셈법으로 정치인을 위한 사면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경제를 위한 사면을 먼저 고려할 때다.한지운 산업IT부장 goguma@viva100.com

2021-01-19 14:16 한지운 기자

[데스크 칼럼] 절규

조동석 금융증권부장새해 첫 칼럼입니다. 경어체로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뭐 그리 거창하지 않습니다.우선 독자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독한 녀석 ‘코로나19’는 아직 우리 곁에 있습니다. 백신 공급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한창인 게, 곧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되니 하루하루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백신에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백신이 코로나 국면을 완전히 바꾸지 못할 겁니다.사정이 이런 가운데, 올해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를 보면 왠지 비관적 ‘절규’로 들립니다. 신년사는 보통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올해는 좀더 활기차게 지내보자’라는 의미를 담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어떤 한 경영자는 “경영자도 국민”이라고 외칩니다.그들이 왜 그러는지 따져보겠습니다. 근로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이나 상해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8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앞서 경영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하청 수주 감소 등 부작용만 야기한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이번 입법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산재의 모든 책임을 기업에 지우고 과도한 형량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이보다 먼저 국회를 통과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심각합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로 인해 해외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재계는 보고 있습니다.지난해 10월 경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외국의 헤지펀드가 한국기업을 노리도록 틈을 열어주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계의 우려를 듣고 보완하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도 기업 부담 법안이 통과하자 재계는 허탈감을 드러냈습니다.이런 심정은 신년사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험악한 표현은 절제했지만, 중간 중간의 그들의 애절함이 배어있습니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는 방식보다 자율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고 했고,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무더기 입법화됐습니다. 민간의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고 말했습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거두어 주세요”라고 읍소했습니다.정치인은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Populist)입니다. ‘정인이’ 사건이 불거지자 여의도 금배지들은 무더기로 대책 법안을 내놨습니다. 선거 승리를 위해, 표(票)를 좇는다는 것이죠. 이럴 때는 정말 부지런하죠.정치인은 소수의 가진 자(者)보다 다수의 못 가진 자(者) 표가 훨씬 많기에,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려 합니다. 물론 약자는 보호해야 합니다. 전부 다 악법은 아닙니다. 그래도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를 곱씹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됩니다.조동석 금융증권부장 dscho@viva100.com

2021-01-12 14:27 조동석 기자

[데스크 칼럼] 사회적 임계점

허미선 문화부장“고통에 익숙한 사람, 잘 견디는 게 디폴트인 사람은 없어요.”드라마 ‘런온’ 중 오미주(신세경)가 아끼던 후배의 은퇴소식에 참담해진 육상선수 기선겸(임시완)에게 전하는 위로는 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폭행에 “운동을 그만 두게 되는 게 더 두려워” 견디면서 괜찮은 것도 같았지만 결국 ‘임계점’(臨界點)을 맞았다.대부분의 일에는 임계점이 존재한다. 임계점은 열역학에서 상평형이 정의될 수 있는 한계점이며 그 점을 넘으면 상의 경계가 사라진다. 액체가 기체화되는 시점이며 달랐던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일체화 되는 시점을 일컫는다. “극과 극은 통한다”거나 “둘이 아닌 하나다”라는 말은 그래서 존재한다.2020년 12월 8일 16개월 신생아가 숨졌다.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인한 장파열이 원인이었다.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 사망원인이지만 소장, 대장 등 장기가 파열됐고 머리, 갈비, 쇄골, 다리 등의 뼈는 성한 곳이 없었다.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양부모에 의한 상습학대 의혹이 불거졌고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 진료한 소아과 의사, 아이가 30분 넘게 혼자 차에 방치된 걸 목격한 시민 등에 의해 학대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3건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이 비극에는 편견에 대한 편견이 크게 작용했다. “양부모라는 편견 때문에 학대의혹을 받았다” “목사와 어린이집 원장인 부모 슬하에서 자라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열혈 자원봉사자였던 양모가 그럴 리 없다”. 편견에 대한 편견으로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제야 양모는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양부는 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세번의 학대의심 신고에서 한번이라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졌다면. 아이의 상태에 관심을 가졌다면. 하지만 이미 임계점은 지나가 버렸고 비극은 벌어졌다. 그렇게 사회적 문제의 임계점은 사건의 진상, 부조리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는 해결을 위한 최적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적 현상의 임계점은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딱 맞아 떨어지지도, 부동의 시기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저마다의 기준을 가진 개인들이 문제나 현상에 관심을 얼마나 가지는지, 국가적·사회적 시스템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임계점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가볍게 아이의 머리를 치는 행위를 누군가는 장난으로 받아들여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어떤 이는 폭력으로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도 수정되지 않는 오류는 ‘포기’를 떠올리게 하고 ‘비극’을 맞는다. 스스로에 의한 극단적인 선택, 타의에 의한 생의 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계점을 맞은 폭력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질되기도 한다.그 임계점을 좀더 일찍 인식한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다. 한번 맞았을 때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가해자가 법적·사회적 처분을 받는다면 임계점은 ‘한번의 폭력’이 된다. 반면 방치와 무관심으로 비극이 발생하고서야 겨우 문제제기가 되거나 해결에 나선다면 임계점은 ‘극단적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게 사회적 문제나 현상에 대한 임계점은 하기에 따라 앞당길 수도, 늘리거나 감출 수도 있다.비극을 맞이하고서야 아이의 이름을 ‘언급할 자격’을 떠올리게 되는 아동학대를 비롯한 각종 가정폭력, 여성·약자에 대한 폭력에 대한 임계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앞당기면 앞당길수록 좋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1-01-05 14:09 허미선 기자

[데스크 칼럼] 레임덕은 안으로부터 나온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레임덕(lame duck), 직역하면 ‘다리를 저는 오리’다. 절름발이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 용어로는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 지도자나 공직자의 통치력 약화, 즉 권력 누수(漏水) 현상을 말한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떨어진 국정 장악력을 비유한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에게 만큼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임덕이라는 말이 최근 들어서 스멀스멀 회자되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은 임기말로 갈 수록 필수처럼 다가온다.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책 집행과정에서 비리가 서서히 들어나고 현재권력보다 미래권력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집권 4년 차를 맞으면서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았다.하지만 문 대통령은 안 그랬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 무렵인 지난 5월 초에 70%대를 돌파했다.(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참조; 2020년 5월 6∼7일) 당시 문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코로나19 대처’였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 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적게 발생했고, 이는 정부의 방역정책이 더 앞섰기 때문으로 국민들은 판단했다.이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 의회권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반면 역대 대통령들은 같은 시기에 노태우 대통령 12%,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27%, 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 40% 초반대에 머물렀다.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콘크리트 같던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들어 무너지고 있다. 12월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원인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코로나 19의 3차 유행과 백신 늑장 확보 논란 등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정부가 그토록 자랑했던 K방역이 3차 대유행으로 빛을 잃은 것이 됐다.만약 여기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사실 레임덕를 가속화 시키는 것은 지지율 하락이나 야당의 공세때문이 아니다. 레임덕 현상 중 가장 대통령에 아픈 부분은 여당의 대권 후보자가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급기야 탈당 압력을 넣는 것이다.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집권당으로부터 탈당 청구서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백년정당을 목표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으나, 대선의 해였던 2007년 2월 스스로 탈당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2002년 5월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대통령 또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997년 11월 같은 당 후보인 이회창 캠프에서 탈당을 요구, 당적을 정리했다.현재 여당에서는 이낙연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 대권후보에 올라있다. 이들 모두 친문(문재인)계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대선이 1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 이외에 다른 대선주자가 나올 수도 있다. 여당의 주류인 친문계가 제3후보를 내세운다는 얘기도 들린다.하지만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여당의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고, 문 대통령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질 수 밖에 없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0-12-29 13:41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코로나 양극화' 방치된 아이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코로나19에 따른 매출·고용 충격이 한 나라 안에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세계적으로는 신흥국에 집중돼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 불균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건 위기에 취약한 대면서비스 업종에 매출과 고용 충격이 집중돼 결국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여서 판매직·임시일용직·자영업 등 취약고용 층의 일자리가 더 많이 감소했고,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세가 더 컸다.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중 중소기업의 생산 감소율(작년 동기 대비)이 대기업의 2배를 웃돌았고, 소득 4∼5분위(상위 40%) 가구의 근로·사업 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4.4% 줄어든 반면 1분위 가구(하위 20%)의 소득은 17.2%나 급감했다.세계적 관점에서도 방역 시스템·재정 여력 등에서 열세인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큰 코로나19 충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한은은 이런 국가 내, 국가 간 불균형이 특정 경제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키우고 낙후한 부문의 성장을 제약하고 민간소비나 고용을 위축시켜 결국 잠재적으로 경기 회복 지연, 경제 양극화, 성장 잠재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그런데 코로나19로 발생하는 불균형이 단지 소득과 일자리만의 문제일까. 시선을 우리의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돌려보자.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등교제한으로 인한 학력 저하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돼 청소년들의 계층간 학력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요즘 대다수 학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을 받기위해서는 집에 아이들 수만큼 컴퓨터가 있어야 하지만 저소득층에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은 사교육을 통한 학력 보충도 어렵다. 또 낮 동안 보호자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된다. 실제로 교육부 주관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가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진행된 이후 학생들 간의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학습격차 뿐만이 아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7월부터 약 2주 동안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등교하지 않는 평일 점심을 먹는지를 물었을 때 ‘항상 먹는다’는 비율이 상위 30% 소득계층에서 65.4%인데 비해 하위 30% 저소득계층은 41.1%만 ‘항상 먹는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가정환경이 어떻든, 학교에서 같이 급식을 먹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던 영양과 식습관에서도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현철 미국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는 “학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등교 제한 조치는 별 의미가 없다.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등교제한 해제와 같은 극단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교육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0-12-22 14:17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구멍난 배 인수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24차례의 역대급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 지명된 변창흠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청문회 검증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국토부 장관이다. 최근 대통령까지 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 청문회 결과와는 관계없이 장관 행보를 시작했다.변 후보자는 지난주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에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후보자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현재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촌각도 아끼겠다는 입장인 것은 이해된다. 그런 의욕에 대해 뭐라 시비를 걸 수는 없지만, 자칫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미스샷(골프에서 잘못 친 샷)이 나오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된다. 현재까지의 변 후보자를 보면 너무 많은 일을 할 기세여서 걱정이다.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적은 결과론적으로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이익 환수가 됐다. 역대 정부 중 최고로 집값을 많이 올려놓고는 최고세율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김현미 장관 교체를 문책성이 아니라고 칭찬한 듯하다. 대통령은 김 장관이 무실점으로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는 선발투수로 보는 것 같다.변 후보자는 문 정부가 펼치고자 하는 토지공개념의 완결판을 위해 등판한 마무리 투수로 보인다. 집의 교환가치(재산가치)보다 사용가치에 무게를 둔 김수현 감독(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일치하는 시각을 가진 변 후보자가 결국 ‘문 정부 표’ 부동산정책을 완성시키려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해석이다.변 후보자가 주장하는 주택 공급방안의 핵심은 주택의 공공재화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모두 개인이 땅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정책이다. 토지공개념의 기본 틀이다.앞으로 이러한 정책의 확산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집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62%의 생각, 토지공개념이 몰고 올 사회 구조 변화의 파장, 무엇보다 우리 국민 자산가치의 80% 정도가 토지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인데 향후 나올 반발 등등. 참으로 시끄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현재 8% 수준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얼마나 늘려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그래서 23일 치러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변 후보자에 대해 ‘영끌의 원조’, ‘편향적 이념’, ‘얌체 교수 월급’같은 인신 관련 문제로 시간 쓰지 말고, 변 후보자가 추진하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청문회가 되길 바란다. 현재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진단과 대안이 그럴듯한 지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그럴듯한 비책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변 후보자의 최선일 수 있다. 자칫 구멍난 배를 인수한 입장에서 자꾸 미스샷 하면 구멍만 더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 배에 난 구멍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알아서 때울 것이다. 그러나 구멍을 더 만들면 배는 진짜 침몰한다. 그때는 나라도 간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0-12-15 14:11 이기영 기자

[데스크 칼럼] 기업 족쇄 강행하는 정부…지금은 아니다

한지운 산업IT부장중국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산업의 성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형 LCD 시장은 불과 몇 년 만에 중국이 장악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중국은 지난해 157억2000만개를 생산해 글로벌 1위를 거머쥐었다.중국은 지난 10여년간 보조금을 바탕으로 한 산업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많은 업체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며 빠른 성장을 유도하고, 이후 경쟁력이 낮은 업체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끊어가며 1~2위 업체로의 합병을 유도한다. 보조금을 통해 성장한 업체들에게 보조금이 끊기는 것은 일종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들은 보조금을 바탕으로 장비를 도입하고, 한국 등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제품 판가를 낮춰 시장에 대응했지만, 보조금이 끊기는 순간 이 같은 프로세스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수율이나 원자재 가격을 생각지 않고 사업을 진행해온 이들 업체는 그야말로 맨몸으로 치열한 가격 경쟁의 시장으로 내몰리는 셈이다.소형 LCD를 생산하던 BOE나 스마트폰 배터리를 만들던 CATL은 이렇게 보조금이 끊긴 업체들의 합병을 통해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거듭나며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산업 성장의 공식이다.하지만, 중국의 이런 성공 방정식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LCD의 경우 한국 업체들의 철수에 공급가를 올리는 등 수익 확보에 나선 상황이지만,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부분에서는 아직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OLED 분야에서 수많은 특허로 진입 장벽을 치고 있어 ‘LCD→OLED’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전기차 배터리 역시 올해 들어 한국 업체들의 약진에 중국 업체들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산 대신 한국산 배터리의 채택 비중을 높이면서 올해 들어 LG화학은 CATL을 1위에서 2위로 끌어내리고 전기차 배터리 1위에 등극했다. 3위였던 중국의 BYD도 5위로 물러섰고, 대신 삼성SDI가 4위로, SK이노베이션이 6위로 치고 올라왔다.미·중 무역 갈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국가 보조금 지원을 통한 폭발적인 우상향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최근 중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육성 중인 반도체는 미국의 견제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의 상무부와 국방부는 중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규제를 걸고 있다. 특히 미 국방부는 블랙리스트 기업의 주식을 사지 못하게 막아 자금줄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지속적인 자금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 특성상 자금 말리기 전략은 치명타다. 결국 중국은 악화한 미·중 관계를 계기로 그간의 산업 육성 전략을 뒤바꿔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중국에는 악재지만, 핵심 부품 산업에서 중국의 성장에 속수무책이었던 한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10년, 20년 후에 한국 경제는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그러나 정부의 시각은 경제 3법 강행 등, 이런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보인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족쇄를 채우고, 기업의 경영에 위험 요소를 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굴기하는 분야의 기업에 대폭적인 힘을 실어줄 때며,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축은 중국을 미소 짓게 하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한지운 산업IT부장 goguma@viva100.com

2020-12-08 13:53 한지운 기자

[데스크 칼럼] 금융 완화 부작용 대비해야

조동석 금융증권부장완화 vs 대란.코로나19라는 역대급 충격에 우리나라는 역대급 재정·금융 완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겉으로 볼 때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끄떡없다. 국가부채도 아직 견딜만하다고 한다. 경제성장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 중이다.올들어 10월까지 전세계 GDP의 7.3%에 달하는 돈이 풀렸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빅컷을 단행하며 정책 퍼즐을 맞췄다.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 등의 자산은 사기만 하면 오르는 세상이다.당초 코로나 팬데믹 우려는 많이 완화됐다. 보건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일단 막았다는 얘기다.그러나 곳곳에 변수가 깔려있고, 위기가 도사린다. 우선 실물경제 회복은 더디다. 금융이 경제 정상화까지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의 금융과 실물 괴리는 충격 흡수를 위한 불가피한 정책 결과”라고 평가한다.또 산업·계층·소득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K자’ 형태를 보인다. 잘나가는 곳과 못나가는 곳이 뚜렷하게 나뉜다. 대표적 자영업인 도소매·숙박·음식업은 고사 직전이다. 대면 산업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언제 문 열지 모를 일이다.올 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2분위의 소득도 1.3% 줄었다. 반면 3분위는 0.1%, 4분위는 2.8% 증가했다. 최상층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2.9% 증가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양극화로 빈부 격차는 심화됐다.위기가 발생하면 서민만 죽을 맛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채 레버리징(확장) 시대다. 정부는 돈을 빌려주고 빌린 돈의 상환을 연장하고 이자를 감면·유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세상은 내년이면 온다. 빚내는 행위는 미래 소득을 미리 쓰는 것이다. 앞으로 돈 벌지 못하면 빚을 갚지 못한다. 당연히 약자가 신용대열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다.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코로나로 소득이 감소한 개인 채무자는 원금상환을 6개월~1년 유예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다.경제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면 정부의 정책도, 중앙은행 돈풀기도 한계를 보일 게 분명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폭탄 돌리기’라고 지금 상황을 표현한다. 금융사 수익은 정점을 찍었다. 내리막만 남았다. 내년에 각종 유예조치가 끝나면 파산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금융이 언제까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없다.개미 덕에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소폭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주식시장 거품은 빠진다. 여기에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곤두박질치면 이게 바로 IMF 외환위기다. 부자들은 돈 쌓아두고 부동산 등에만 올인한다. 5만원권 발행은 급증했다. 현금보유 성향도 더 강해졌다.불균형은 심해졌다. 글로벌 위기 때마다 급증하는 유동성 효과는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에서 나타난다. 버블 축적에 따른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조동석 금융증권부장 dscho@viva100.com

2020-12-01 14:17 조동석 기자

[데스크 칼럼]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

허미선 문화부장롯데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거리의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거리, 영웅, 예술’展은 문화예술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시다. 누구에 의해 정의되기도, 갤러리의 마스코트가 되기도 거부했던 바스키아의 작품들과 작품세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교하게 잘 정리정돈돼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문화예술을 비롯한 선택의 딜레마는 늘 그렇다. 아티스트의 특징과 고유의 세계관을 따를 것인지, 관람객 혹은 소비자를 위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그 사이에서 ‘바스키아’전은 온전히 관람객에 대한 친절에 방점을 찍는 선택을 한 전시다. 그 선택으로 인해 관람객들은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바스키아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호불호는 따질 수 있지만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이다.공연장의 거리두기 좌석제 또한 마찬가지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 출연 중이며 제작자이기도 한 박해미는 “제작자들은 적자에 허덕이지만 관객들은 거리두기 좌석제로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문화가 발전돼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도 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공연자의 거리두기 좌석제는 ‘관객의 안전’과 ‘공연계 활성화’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한 결과다. 문화예술 관련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소소티켓’의 잠정 중단 역시 전자에 방점을 찍은 관련 기관의 선택이다. 당연하게도 의견과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오락가락하는 권고에 볼멘 소리도 없지 않고 “공연장에서는 단 한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10개월에 걸쳐 입증된 성과를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공연산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위상’ 사이의 딜레마에서 다른 선택을 한 나라들이 맞이한 극단적인 현실을 고려하면 존중받을 선택이다.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 출산한 선택에 대한 논란도 치열하다. 하지만 정상·비정상의 편견과 민낯 들춰내기,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가능성 등 건강한 문제제기라는 측면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개인의 선택이다.반면 최근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정책, 전동퀵보드 인도 이용 허가 등 논란으로 점철된 이슈들은 어떤가.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투자에 실패한 이들의 구제책, 어디에 방점에 찍느냐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정책은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다.전동킥보드의 인도·자전거 도로 주행에 대한 관련법 개정은 ‘시민의 안전’과 ‘특정 산업 부흥’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특정 산업 부흥이 공공의 안전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대한 의구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심들을 확산시키고 있다.호불호는 갈려도 존중받아야할 마땅한 선택들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 알아야 하거나 의견 개진이 있었어야 할 이들이 배제된 과정을 거친 선택은 그 ‘마땅한’ 존중에 반기를 들게 한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0-11-24 14:24 허미선 기자

[데스크 칼럼] 정의당은 어디로 가야하나

권순철 정치경제부장유일한 진보진영 원내정당인 정의당의 김종철호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의 2중대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김 대표의 말대로 정의당은 홀로서기가 가능할까.돌이켜보면 정의당은 생존전략으로 중도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당과 전략적 연대를 해왔다. 하지만 상층부연합노선(독일식 연립정치)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배신으로 실패했다.노동운동권(PD)을 중심으로 한 정의당은 또 다른 운동권의 축인 NL(민족·통일운동권)계와 합당과 분당을 반복해왔다. 정의당의 뿌리인 민주노동당이 원내 의석을 처음으로 차지한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당시 민노당은 지역구 의석 2석에다 비례대표 8석(정당 지지율 11.3%)을 얻어 총 10석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사실상 정책연대를 했지만 지난 20대 국회 때 같이 양당이 밀착된 관계는 아니었다.민노당은 대표적인 운동권 세력인 NL·PD의 연합정당이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계급운동을 하는 PD(노회찬, 심상정 등)와 민족문제를 앞세우며 통일운동을 하는 NL(이정희, 이석기 등)의 연합체였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급기야 2008년 심상정, 노회찬 등은 민노당을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이렇게 암흑기를 거친 진보신당은 NL계와 유시민 등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참여계와 통합해 통합진보당을 2011년 창당했다. 노회찬, 심상정에 유시민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통진당은 다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통진당은 19대 국회에서 비례 6석, 지역 7석 등 13석으로 진보정당 역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통진당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민노당계가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부정선거를 했고, 다시 당은 쪼개졌다. 그리고 통진당을 탈당한 PD와 참여계열 등이 진보정의당을 창당한다. 이것이 지금의 정의당이다.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과 손잡고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다.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 있는 인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쟁취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도와 제1야당과 몸싸움을 벌였고, 여당이 원하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분리라는 선물도 줬다. 그러나 정의당의 민주당에 대한 믿음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교섭단체(20석)를 목표로 했던 정의당은 6석(지역1석, 비례5석)을 건지는데 그쳤다.정의당의 성장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하층부연합전선이 성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동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넘어 새로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끌어 안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또 정의당은 탈물질주의 시대에 맞춰 생태와 환경, 성소수자와 젠더, 페미니즘 문제 등에 대한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념이냐, 생활정치냐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구좌파로 분류되는 김종철 대표가 앞으로 신좌파 노선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궁금하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0-11-17 14:04 권순철 기자

[데스크 칼럼] 트럼프와 반지성주의

이형구 생활경제부장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월 8일 아침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경쟁상대였던 조 바이든의 승리선언을 무력하게 바라봐야만 했다.모두 알다시피 트럼프는 현대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재임기간 내내 그는 상식을 뒤엎는 말과 행동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민자,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폄하 발언을 비롯해 허위 사실로 정적은 물론이고 자신이 임명한 공직자 마저 공격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그리고 트럼프의 이같은 과격하고 기묘한 언행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유권자들을 열광시켰다. 그 결과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도 역대 낙선자 중 가장 많은 7100만표를 끌어모았다.많은 역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트럼프로 대변되는 미국 반지성주의의 근원으로 신앙을 최우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적 근본주의를 꼽는다.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인들의 무의식에는 토머스 제퍼슨이나 벤저민 플랭클린 같은 초기 건국자들이 품었던 계몽주의적 이상 못지않게, 신대륙에 기독교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열망도 강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2006년 미국의 종교전문 리서치기관인 퓨포럼이 조사를 하며 “어느 것이 미국의 법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까? 성경입니까, 국민의 뜻입니까?”라는 질문에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60퍼센트가 국민의 뜻이 아니라 성경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미국내 기독교 근본주의의 뿌리가 깊다.그 결과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유일하게 진화론을 확립된 주류 과학이 아니라 ‘논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나라이며, 진화론과 ‘창조과학’을 함께 가르치는 주가 아직도 존재한다.물론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사회에 악영향만을 미쳤던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타인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판단만을 믿는다는 반지성주의는 미국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를 강화하고 다양성을 꽃피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독교 근본주의의 부활과 함께 되살아난 미국 사회의 반지성주의는 21세기들어 신자유주의 부활과 함께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그 결과 21세기 들어 미국인들의 지적 수준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지성주의 시대’라는 책을 쓴 수전 제이코비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이 DNA가 유전을 밝히는 열쇠임을 알지 못한다. 열에 아홉은 방사선과 그것이 인체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 다섯에 하나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확신한다. 또 2001년 미국 성인 가운데 소설이나 시집을 한 권이라도 읽은 이는 절반이 안 되었다.이같은 반지성주의의 득세하며 결국 미국인들은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게 된 것이다.미국으로부터 정치, 경제, 역사, 종교,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한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도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반지성주의의 흐름이 한층 도드라졌다. 전염병을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괴이한 신념을 설파하며 예배와 집회를 강행하는 보수 개신교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반지성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낸다.자연주의적 지식과 합리성을 외면한 반지성주의가 활개를 치면 ‘합리적인 시민들의 통치’인 민주주의의 쇠퇴는 필연적이다. 트럼프 시대의 종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지성주의도 종언을 고하길 바래본다.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2020-11-10 14:13 이형구 기자

[데스크 칼럼] 부동산 대란 여기서 멈추려면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고공행진과 전세난을 피해 이동하는 서울 난민(?)들로 서울 외 수도권 주택시장도 불안해졌다. 강남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 모씨, 내년 1월이 전세기간 만기인데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이사를 해야할 판이다. 서울에서는 전세물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출퇴근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1기 신도시인 경기도 평촌에서 아예 집을 사기로 하고 지난 8월부터 집을 알아보고 있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두 달 전에 9억 원 하던 84㎡ 구축 아파트를 문의하니 그새 1억 원이 올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가격으로 최근 거래가 됐다는 것이고 지금은 매물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중개업자는 “만일 집을 꼭 사겠다면, 현재 시점에서 가격을 더 높여 그동안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들에게 역으로 이 가격에 팔 생각이 있는 지를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결국 지난 2달 사이에 그 아파트 가격이 9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1억 원 오른 것이다. 상승률로 보면 11.1%다. 이런 현상이 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제 정부나 조사 통계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방에서도 10억짜리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고,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는 10억 원을 넘어 살 만한 집은 10억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오랜 기간 비인기 지역인 경기도 김포에서도 10억 원을 훌쩍 넘긴 아파트가 나타났다.서울 외의 지역에서 10억 원 선을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임대차2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7월 말 이후다. 굳이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까지도 집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이 참에 집을 사겠다고 나서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서울 전세가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수도권 아파트 폭등현상으로 지방민들이 수도권 원정투자 대신 지방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지방 아파트들의 상승세도 가팔라졌다.지금 상황은 정부가 내놓은 23차례의 부동산대책이 서로 엉켜서 서로 발목을 잡으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본다. 23차례 대책이 효과를 보면서 이 정부가 당초 원한 성과를 내려면 결국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장한 부동산공유제를 적용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한데,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국민 각자 재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인데 그걸 국유로 한다면 국민들이 받아들일까?해법이 없을 때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강을 억지로 막으면 홍수가 나는 법이다 강수량까지 인간이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기게 되면 집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때 공급이 이뤄지고, 집이 남아돌면 공급이 줄어든다. 시차가 일부 있을지언정 재앙은 일어나지 않는다. 산적한 해결과제 많은 국정 책임자들도 힘들지만, 집 문제로 지친 국민은 더 죽을 지경이다. 집이 있던 없던, 비싸든 싸든 ‘집 스트레스’는 대한민국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집값 발 폭동이 일어났을 거란 말이 나올 정도다.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2020-11-03 14:47 이기영 기자

[데스크 칼럼] 국민 자부심 세운 이건희…아쉬운 영웅의 퇴장

한지운 산업IT부 부국장10여 년 전,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 자격으로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나타났을 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떠나는 이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사이, 공항에 있던 수십여 명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이들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꺼내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것. 사진기자도 아닌데 왜 찍을까.“많이 찍으셨어요?” 호기심에 물었다. “몇 장 건졌어요. 휴대전화 바탕화면으로 쓰려고요. 돈과 명예를 다 가지신 분인데, 사진을 넣고 다니면 복이 올 것 같아서요.”고(故)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 발전사에 공(功)과 과(過)가 교차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를 사랑했다.좋은 제품을 만들며 빠르게 성장하던 국가였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는 ‘모방’이나 ‘이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미국과 일본 업체를 뛰어넘는 일류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우리나라에 씌워진 오명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감히 우리가’라며 아무도 쉽게 마음먹지 못하던 일이었다.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는 우리 국민에게 자부심이었고, 하나의 국격이었다. 포털과 SNS에서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의 글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영웅의 퇴장이다.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투병에 들어간 만큼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런 상징성 때문에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도 컸다. 우리 경영계에 뛰어난 경영인은 많았지만, 국가의 위상까지 높인 경영인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남다른 ‘인사이트’가 있었다.이건희 회장의 저서는 딱 한 권이다.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1997년에 출간한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가 회장 취임 이후 10년간 경영일선에서 겪은 체험과 당시의 경제 위기에 대한 처방을 담았다. 말이 에세이지, 사실상 경영서다.20년 전 책이지만, 지금도 통할 법한 남다른 통찰력이 곳곳에 담겨 있다. “기업의 정보화는 재무나 생산이 아니라 고객 정보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라며 고객의 데이터 분석을 주문하기도 하고, “분명한 것은 산업의 주도권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품과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제조업이 점차 매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기계·전자·화학 같은 제조업보다는 정보·유통·문화 같은 서비스업이 성장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기도 했다.누군가는 말한다. 기업을 위해, 자신을 위해 일한 것이 결과가 좋았을 뿐이라고. 과연 그럴까.“회사를 위해 일을 하지만, 타지에 있다 보니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수년 전 터키에서 만난 삼성전자 현지 법인의 임직원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수장의 경영철학은 임직원들의 일하는 자세에 스며든다. 짧은 시야로 단기적인 이익을 원한다면 직원들도 그렇게 일한다. 수장이 보국(報國)을 경영의 원칙으로 담는다면, 어찌 퍼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건희 회장의 별세가 더 아쉽다.그의 ‘공’으로 우리나라가 일류로 올라섰다면, 남은 ‘과’는 다음 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아버지의 유지도 그러했을 것이다. 대를 거친 마침표의 과정을 우리 사회가 지켜볼 만큼, 성숙해져 있는지 되물어본다.한지운 산업IT부 부국장 goguma@viva100.com

2020-10-27 11:50 한지운 기자

[데스크 칼럼] 공정(公正)의 3박자

조동석 금융증권부장과연 공정한가, 정의로운가.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말이다. 조국 사태 1년여가 지나도 제2, 3의 조국이 나온다. 총선 이후 국회의원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 파문과 법무장관 추미애 아들인 당시 서모 일병 군 휴가 논란에 이어 코로나 파장 속 외교장관 강경화 남편 이일병의 미국 출국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여기에다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로 여권에 악재가 계속 터지고 있다.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 4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우리를 위협한다.또 한가지, 조국 사태로 공방을 펼쳤던 진보와 보수 세력의 공정 경쟁은 추미애와 검찰총장 윤석열의 대립으로 2라운드를 맞았다.이런 가운데 조국 딸 문제가 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제도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장관은 정시 확대를 언급했다. 그동안 수시가 불공정했다는 얘기로 들릴만도 하다.조국 딸 논란이 ‘특별한 부도덕이 아니다(조국 백서 중)’면서도 입시제도의 큰 변화를 불러올 참이다. 수시로 무게 중심을 옮겼던 학부모와 학생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검찰이 추미애 아들 논란에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제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해도 되겠네’라며 비아냥거린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말도 나왔다.요트 사러 미국 간 이일병은 부친상에 안보였다. 참석하지 않았는지 못했는지 그와 그의 가족만 알 일이다. 집안에 궂긴 일이 생기면 맨발로 뛰어가기 마련이다. 남의 조사(弔事)도 만사 제쳐두고 가는 게 우리네 정서인데 말이다. 부인 강경화조차 남편을 못말린다고 하니 이해못할 법도 없다. 아니면 귀국하기 두려웠을지 모른다.사모펀드 사태는 정치권과 검찰로 불똥이 튀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추미애와 윤석열의 한판 전쟁으로 이어졌다.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성공할지 헛발질로 끝날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다음 편보다 더 궁금하다.이런 웃픈 현실에도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공정(公正)’을 외친다. 공정은 기회의 균등, 절차의 정당성, 결과의 승복, 이 3가지가 맞물려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사태로 미뤄 기회는 가진 자와 문재인 정권 인사, 신진사대부인 86세대 그리고 이들의 가족에게 더 크게 열려 있어 보인다.민주화 운동 유공자 자녀에게 입학·취업 가산점을 주는 제정법률안을 보면 썩소가 나온다. 유공자 여부는 후세가 평가했다. 그런데 이번 발의안은 자신이 자신을 평가한다는 얘기다. 제발 ‘끝판왕’이 됐으면 한다.86세대는 1980년대 호황을 고스란히 누리며 자산증식을 했다. 자녀들 유학보낼 능력도 있다. ‘너도 해처먹었는데 내가 좀 해처먹는다고 욕하지 말라’는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시민사회 성숙에 기여했다고, 절차까지 무시하면 안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면 안된다. 그러면 국민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아니 승부를 바꾼다.조동석 금융증권부장 dscho@viva100.com

2020-10-20 14:02 조동석 기자

[데스크 칼럼] 극과 극, 그 중심에는 내가 있다

허미선 문화부장“어느 날 당신이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65세지만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당신의 기침이 다른 사람에게는 죽음의 신호일 수 있다.”이 극과 극의 ‘발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양성 판정 후 완치된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과 영국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가 자국 국민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저 발언을 한 날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애초 코로나19에 최대 25만명의 사망자를 낼지도 모를 ‘저위험군 인구 60% 사이에서 집단면역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고려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 영화 속 살인마 ‘조커’에 비견됐던 영국의 존슨 총리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코로나19 투병 후 현저히 달라졌다.지식의 한계는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는 데 있다. 그 경험의 수가 많아지면서 혹은 그 경험이 나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에 채택돼 ‘지식’으로 발돋움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이익, 가치판단 등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이익 혹은 가치관 입증을 위해 비틀려 활용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불편한 진실’에는 눈 감고 대중을 안심시키거나 행동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한 거짓을 선택하기도 한다. 천동설이 ‘지식’이고 지동설이 ‘반역’이던 시절은 종교권력이 막강하던 때였다. 지구가 돌고 있다는 현상과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주장됐지만 죽음 혹은 부당한 처사가 두려워 일제히 ‘천동설’을 맹신하던 때다.“우리는 만날 모여서 같이 회의하고 밥 먹고 했어도 아무도 (코로나19에) 안걸렸어!”지난 8월 발생한 교회 및 8.15집회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억울하다 악다구니를 치는 이들 역시 그렇다.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방탄소년단 RM의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 중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이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에 발끈 중국 일부 누리꾼과 관영매체가 그렇다. 그렇게 하나의 현상에 극명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극과 극의 중심에는 ‘나’가 존재한다. 어떤 사건의 진실 혹은 진정한 나는 반드시 존재하지만 그 발현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 그리고 개인의 이해가 얽혀들기 때문이다. 결국 개개인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사회와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기도 하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리처드 드위트(Richard Dewitt)는 ‘세계관’을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며 서로 아무 연관도 없는 믿음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로 엮이고 연결된 믿음 체계”라고 정의했다. 시대의 흐름,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진화하기도 해야 하는, 그의 말마따나 ‘경험적 사실’들을 퍼즐처럼 맞춰 ‘철학적·개념적 사실’로 구성하는 개개인의 세계관은 그래서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확증편향(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행위), 인지부조화(신념 간, 신념과 실제의 불일치에 오류를 바로잡기보다는 생각을 바꿔버리는 현상)에 애써도 코로나19 시대에 해야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화형 위기에 처한 일흔살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정하고 돌아나오면서 했던 말처럼.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나 자신’이다.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20-10-13 14:14 허미선 기자

[데스크 칼럼] 김종인과 경제민주화

권순철 정치경제부장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지기반인 대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가 경제통이라기 보다는 전략통이기 때문이다.요즘 재계(엄밀히 말하면 대기업)는 난리다. 거대 여당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처리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할 제1야당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잇따라 김종인 위원장을 찾아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김종인 위원장에 ‘공정경제 3법’을 포함한 경제민주화는 그의 경제철학이자 소신이다.우선 그는 자유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애덤 스미스나 밀턴 프리드먼 같은 영미식 자본주의(자유주의 및 신자유주의)와 결이 다른 독일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유럽식 자본주의 모델은 국가의 시장개입, 노동자의 권익 향상, 복지국가 구현 등 순수 경제학 모델이 아닌 정치경제학 모델에 가깝다.그가 1987년 헌법 개정안(제119조 2항)에 경제 민주화 조항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김종인 위원장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미국발 금융위기 사건 이었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미국은 물론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은행과 기업은 차례로 도산했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 조차 정부가 은행을 국유화 하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보조금을 줬다.“경제정책을 만들 때는 경제만 봐서는 안 된다. 정책 자체가 아트(정치)다. 경제 관료는 행정능력, 경제지식, 관찰력과 통찰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정책관료는 많은데 경제정책가는 없는 것 같다. 기술정책관료들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대처할 수 없다. 그들은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용기나 사고력을 지니지 못했다.”(2009년 필자와 인터뷰 중에서)이런 그의 경제적 마인드는 2016년 그가 민주당 대표를 할 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손수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각종 공약을 만드는 행보로 이어진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선거일이 다가갈수록 무늬만 경제민주화를 외쳤으며, 당선 이후에는 그 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코로나 19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는 국가와 기업이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재난 속에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나아가 기본소득 까지 논의 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AI), 공장 자동화 등으로 고용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서 기업은 과거와 같이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된다. 기업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주주 이외에 각종 이해관계자들도 많다. 때문에 기업은 엇나가지 않도록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하고, 위기 때는 도움도 받아야 한다. 대신 소비자,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0-10-06 14:23 권순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