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택배파업 철회가 남긴 것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21-02-02 16:23 수정일 2021-04-30 10:19 발행일 2021-02-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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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CJ대한통운 등 택배사가 오는 4일까지 택배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 6000명을 투입하기로 함으로써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대란을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지난달 29일 조합원 투표(투표율 89%, 찬성률 86%)를 거쳐 가결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무기한 총파업 하루만인 지난달 30일 업무에 복귀했으며, 오는 4일부터 택배기사는 배송과 집하 본연의 업무만 하면 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분류인력 투입에 관한 현장 조사단도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꾸려 운영한다는 내용과 택배 가격 논의가 끝난 5월 이후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하면 최저임금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지난달 21일 1차 합의안에 들어 있던 ‘택배거래 구조개선’ 마무리 시점은 애초 상반기에서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시작된 작년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났고, 이로 인한 과로를 호소하는 택배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파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불만은 택배 물량이 특히 몰리는 추석을 앞두고 극에 달했고, 택배 노조는 정부에 분류 작업 인력 투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국토부는 작년 9월 10일 추석 연휴 분류 작업 인력을 한시적으로 충원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여러 택배사가 대책을 발표하며 사건은 마무리 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택배사 대책 발표 이후에도 과로사는 이어졌다. 5명의 택배 노동자가 쓰러지고, 1명이 사망했다. 원인으로는 택배사들의 대책 이행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택배 노조는 다시 한 번 파업을 예고했다.

정부는 설 연휴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7일 사측도 참여하는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고 합의를 주재했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가장 큰 안건은 지난 추석에도 논란이 됐던 ‘분류 작업’이었다. 노조 측은 배송 전 물류터미널에서 물품을 구역별로 나누는 분류는 택배 기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개인 사업자인 택배 기사는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어 별도 보상이 없는 분류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사 측은 분류가 배송할 물건을 수령하는 ‘상품 인수’ 개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력 지원은 동의하지만, 완전 배제는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합의기구 참가자들은 지난달 19일까지 5차 회의를 거치며 합의를 시도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오후 추가논의 끝에 극적으로 분류 작업에 대한 1차 합의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택배 노조는 택배사들이 택배 분류 추가인력 투입을 미루며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7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총파업을 선언한 끝에 택배사들로부터 4일까지 추가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파업을 철회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택배노조는 “택배 현장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는 첫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차제에 소비자들도 택배비 인상을 걱정만 할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하루만에 받아볼 수 있는 즐거움이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의 땀이 배어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