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포모증후군과 대화상대를 선택할 권리 사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2-16 14:31 수정일 2021-04-30 10:20 발행일 2021-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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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는 ‘비대면’ 서비스의 활황세를 이끌었고 커뮤니케이션 방법마저도 바꿨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안부를 공유하는 데도 전화통화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업무적인 회의나 논의도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 가운데 등장한 오디오 기반의 쌍방향 SNS ‘클럽하우스’가 이슈다. 현재는 iOS 운영체제에서만 이용가능한 클럽하우스는 모더레이터가 룸(Room)을 만들고 그가 초대한 이들만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대화 창에 문자나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나누는 기존 방식이 아닌 저마다의 목소리로 질문하고 답하는가 하면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생동감이나 집중도 면에서 그리고 SNS에서 가볍게 공유하던 정보나 이야기 등을 보다 심도 깊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흥미로운 서비스다.

더불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로빈후드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의 대화가 클럽하우스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마켓컬리 김승아 대표 등도 등장하면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초대하고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등장할 것을 예고하면서 관심도는 점점 높아가고 있다. 증권가에서 SNS의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수익모델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이용자수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기존 이용자의 추천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보니 각종 SNS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하는 글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급기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등장했다.

‘이 풍경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다?’ 싶은 기시감은 때마침 싸이월드가 3월 재오픈 소식을 알려오면서 풀렸다. 오래 전 등장해 ‘미니홈피’ 열풍을 일으켰지만 폐업위기에 놓였던 싸이월드가 가상화폐를 핵심 경쟁력으로 장착하고 SNS 시장에 재등판을 예고했다. 이들 역시 서비스 초기 ‘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초대장’이 있어야 했다. 이에 그 시절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 초대장 생성 프로그램이 난립하기도 했다.

지금의 클럽하우스와 당시의 싸이월드 이슈의 기저에는 그 세계에서 소외되기도 싫지만 누구나에게 열려 있고 싶지도 않은 심리의 아이러니가 자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의지가 넘쳐나는 시대, 아무나와 말을 섞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트렌드에서도 소외되고 싶지 않은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자극하는 이슈인 것이다.

클럽하우스를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함께 꾸며 가는 것.”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지만 뜻이 맞거나 공감대를 형성한 서로만의 특별함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함께 만들어간다는 ‘연대감’.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정서일지도 모른다. 그 바탕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목마름이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