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은행의 뒷머리가 뜨끔뜨끔하다

명재곤 기자
입력일 2023-01-24 11:15 수정일 2023-01-24 12:32 발행일 2023-0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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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 금융증권부장

주식회사 은행이 요즘 뒷머리가 뜨끔뜨끔할 것 같다. 연초부터 은행의 공적기능 강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발언 강도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은행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며 “발생한 이익의 3분의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3분의1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미래투자를 위해 사내적립 등 발생이익의 적정 배분원칙은 일단 논외로 두자. 문제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서 금융감독원 수장자리를 꿰찬 그가 그동안 보여준 언행을 보면 무심코 내뱉은 일회성 발언으로 절하하기에는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권을 바라보는 사방의 시선이 썩 곱지는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1년 사회공헌활동에 총 이익의 6.9%인 1조60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상위 8개 은행은 이자장사로만 53조6000억원을 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은 주식회사이다. 이윤을 극대화하고 자산을 증식하는 게 본업이다. 주식회사에게 공공성과 공익성을 바라는 건 시장자본주의에서는 강요에 다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은행에게 유독 공적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그 업무 운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도 은행의 특유의 공공성을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주문한다.

금융소비자 및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두텁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나온다.

급기야 은행의 이자장사를 법률로 규제하자고 한다. 얼마 전 발의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은행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서민금융생활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 통과여부는 둘째 치고 이런 발상이 진행되는 게 우리 현실이란 걸 은행권은 부담스럽게 받아 들여야겠다.

은행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시장금리가 변동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차이에 따른 현상”이라며 예대차 금리 확대 및 이자장사 질타에 반박한다. 최근 시중 은행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조금이나마 떨어지는 추세가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로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은행권이 공동체를 향한 보다 전향적인 경영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금융취약계층의 리스크가 자칫하면 나라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은 울리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의 인위적 개입에 앞서 은행권은 차제에 공적 역할을 한층 두텁고 따뜻하게 할 슬기를 모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은행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 보듯 금감원장의 발언이 단순히 사견에 그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석유·가스기업에 ‘횡재세’를 징수해 소상공인의 에너지 이용을 지원하자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으니 말이다.

명재곤 금융증권부장 daysunmoon41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