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평균 실종'과 '핀스킨' 마케팅

이형구 기자
입력일 2022-10-11 14:04 수정일 2022-10-11 16:33 발행일 2022-10-12 19면
인쇄아이콘
20220830010007601_1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매년 이 맘 때면 다음 한 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2023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제시했다. 양극화에서 더 나아가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 탓에 더는 통상적인 평균 기준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평균을 정확히 낼 수 없다면,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마켓보다는 타깃을 정확히 잡고, 내 타깃에 일치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균이 실종된 트렌드를 반영한 것인지 요즘 유통가에선 이른바 ‘핀스킨’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핀스킨 마케팅이란 ‘핀셋 마케팅’과 ‘스킨십 마케팅’을 합친 용어로, 핀셋으로 집듯 상품 특성에 맞는 고객들을 선별한 후, 부드러운 스킨십으로 다가가는 마케팅을 이른다.

맥락 없이 나열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피로도는 덜고 호기심은 자극하는 광고로 최근 여러 소비재 업체가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의 옥외 광고다. 비비고는 직장인 밀집 지역인 강남대로와 한강대로 등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에 인근 직장인 맞춤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위대한 갤럭시를 만드는 일도 시작은 든든한 아침부터’란 문구를, 아모레퍼시픽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잊지 말고 꼭 아침 식사 헤라’는 문구들을 넣은 광고판을 건 것이다.

삼성전자나 아모레퍼시픽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지나가다 한번 더 돌아 보고, 출퇴근 길에 차안에서 다시 생각날 만한 광고문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은 지난 2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외식업 종사자들을 위해 ‘우리동네 사장님 응원 캠페인’을 벌였다. 성북구 미아사거리역,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성하순대국’ ‘갈비집 뜰아래’ 등 지역 업체 사장님의 사진과 함께 단골손님들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옥외 광고를 설치했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동네생활 앱이라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지역 맞춤형 광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서비스를 상징하는 주황색 배경에 캐릭터를 배치하고 실제 중고 거래 이용자들의 인사말로 잘 알려진 문구를 활용했다.

‘한남동도 당근이세요?’, ‘신사동도 당근이세요?’ 처럼 실제 광고가 실리는 구역의 이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다. 당근마켓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세종시까지 총 183개의 동, 약 450개의 소재로 광고를 진행해 지역 생활 커뮤니티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져 평균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특정 계층, 취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핀스킨’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더 피곤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비고의 예처럼 과거에는 하나의 카피로 해결되던 마케팅이 이제 특정 계층과 취향을 각각 겨냥한 여러 개의 ‘카피’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건 식당과 같은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과거 자신이 잘하는 한 두개의 주력메뉴로 승부를 봤다면, 이제 어떤 연령대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할지 고민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메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업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