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개인'보다는 나아야 할!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10-25 14:03 수정일 2022-10-26 00:10 발행일 2022-10-26 19면
인쇄아이콘
20220913010002834_1
허미선 문화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재개발구역이다. 오래동안 지지부진하다 최근 들어서야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몇 달 안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집에서만 20년 가까이를 살다 보니 ‘이사’는 그야 말로 큰일이 돼버렸다. 설상가상 연이은 금리인상, 경기악화,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는 통에 거래 냉각기를 맞으면서 매물들은 영 신통치가 않다.

전세나 매매를 하자니 수억원대의 몫돈을 들여 사기를 당하거나 이제 막 시작된 하락세가 어디까지 곤두박질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니 영 께름칙하다. 월세를 고려하자니 마음에 드는 집도 별로 없는 데다 매물 자체가 많질 않다. 급기야 단기 월세로 분위기를 살피다 적절한 때를 가늠해 전세든, 매매든 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서울 변두리에 사는 서민이 살 집을 구하는 데도 고려해야 하고 영향받아야할 것들이 넘쳐난다.

하물며 한 지역자치단체, 정부의 사안이라면 그 고려해야 할 것과 영향을 가늠하고 예측하는 일은 한 개인 보다는 신중하고 전방위적이어야 하면서도 세심하고 면밀하며 치밀해야 한다. 그 탐구 또한 깊고 체계적이어야 하며 꼼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강원 레고랜드 같은 사태로 이어진다. 건설에 참여했던 산하 공기업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움직임은 단박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했고 순식간에 5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정부자금을 동원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 한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기자다 보니 매일 쓰고 모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 매일 쌓이는 데이터들은 꾸준히 두개의 외장하드에 똑같이 옮겨두곤 한다. 꽤 오래 전 하나에 옮겨 담았다 먹통이 돼 발을 동동 구르며 데이터복구센터를 찾아야 했다. 노트북 하드가 간당간당할 정도로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갈무리하려다 무지막지한 시간을 들여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아찔하고도 후회막심한 경험들은 매일 꾸준히 두개 이상의 외장하드에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한 개인도 이런데 하물며 온국민을 넘어 글로벌 시민들의 소통도구라 자청하는 IT·미디어 기업의 데이터베이스화는 한 개인보다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카카오 IDC 화재같은 비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메신저는 먹통이 됐고 금융, 택시콜, 이메일,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가 일시에 멈추는 사태에 대응은 안일했고 아마추어적이었으며 무책임했다. ‘올인원’이라는 편리함은 먹통이 되는 순간 그야말로 ‘재앙’이 됐다. 업무가 멈추고 전국에서 영업손해가 발생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빠졌던 소상공인, 택시 등의 피해는 가늠조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후속조치, 피해보상은 7550포인트, 4260원, 유료이용 15일 연장 등으로 공분을 살 수준이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도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는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오만하게도 미미한 날개짓으로도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 보다 상위에 있다 자부하는 인간이라면. 그 인간들을 대표해 혹은 대가를 받고 일을 처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면 더더욱.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