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김준호의 빨간펜] 마라톤과 같은 글쓰기, 인내 없이 성취도 없다

1인1책 코치br서정콘텐츠그룹 대표책쓰기는 마라톤이다. 42.195 킬로미터를 뛰는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100 미터 달리기는 순간적인 역주가 필요하지만 마라톤은 인내와 기초 체력, 지구력이 중요하다. 책쓰기 과정도 마라톤 만큼 힘들다. 일단 분량이 많다. 칼럼이나 편지, SNS 포스팅 등 보통 글쓰기는 A4 용지 한 장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책쓰기는 다르다. A4 용지 100장 내외면 단행본 한권의 분량이 나온다. 내용이 많으니 글쓰기에 투자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원고를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책 출간을 많이 하는 저자치고 원고 쓰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적게 투여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 사람들은 시간이 많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저자들은 누구보다도 바쁜 사람이다. H저자는 1년에 강연을 250여회 하는 전업 강사다. 그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틈틈이 녹음기를 이용해 책을 쓸 아이디어와 문구를 녹음한다. 강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녹음을 풀어 자신의 집필을 이어간다.바쁘기 때문에 책을 쓸 여력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아직까지 1인1책을 하지 못한 사람이다. 물론 그들도 바쁘다. 핵심은 모두 분주한 가운데 책을 쓰는 사람과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원고를 쓸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책은 쓸 수가 없다.마라톤이 누가 대신 뛰어 주지 않듯이 책쓰기도 나만의 고독한 작업이다. 나 홀로 하나의 관점을 갖고 50여개 내외의 챕터를 써내려가는 과정이다. 가끔 책쓰기를 하다보면 ‘내가 왜 이 고된 길로 들어섰나’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된 원고작업 후, 출판 후 얻게되는 뿌듯한 자부심을 생각하면 지금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다.마라톤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30킬로 미터를 지나 한계점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오히려 카타르시스와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고 한다. 책쓰기에 도전하라. 물론 고통이 따르지만 한계를 벗어나면 책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1인1책 코치 김준호

2015-02-04 09:00 1인1책 코치 김준호

[김준호의 빨간펜] 강력한 원소스가 성공적인 2차 저작물을 만든다

p1인1책 코치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필자의 사무실은 닉네임을 갖고 있다. ‘해리포터’를 쓴 세계적인 작가 조앤롤링의 이름을 따 ‘조앤롤링 룸’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사무실 곳곳에는 연극 포스터가 눈에 띤다. K 작가 소설 원작을 연극으로 극화한 공연이다.아동문학가인 K 작가의 작품은 먼저 동화로 출판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연극, TV 어린이 드라마 등 2차 저작물로 만들어져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전에 K 작가와 자신의 작품이 2차 저작물로 제작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그는 “작가라면 자신의 글이 연극이나 영화 등 2차 저작물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것을 매우 뿌듯해 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2차 저작물로 가공되는 것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라 한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로 새롭게 가공하거나 재창조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콘텐츠 전략이다. 2차 저작물이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사례도 많다. 2014년을 들끓게 한 tvN 드라마 ‘미생’은 원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었다. 웹툰 연재로 인기를 끈 ‘미생’은 출판을 거쳐 드라마로 정점을 찍었다. 드라마 ‘미생’의 인기는 웹툰 다시 보기, 드라마 특별편, 시즌 2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1년 동안 90만부 가량 팔린 ‘미생’ 단행본은 판매량 200만부를 넘어섰다.2차 저작물의 화려한 성공에 많은 저자들이 원소스 멀티유즈를 꿈꾼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필자와 출판 에이전시 계약을 맺는 저자들은 2차 저작물 계약 항목에 관심이 매우 높다. 반면 2차 저작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획력을 발휘하는 저자들은 드물다. 강력한 원소스만이 성공적인 2차 저작물의 토대가 된다.최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내한공연을 본 적이 있다. 현란한 안무와 프랑스 배우들의 노래실력, 웅장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공연 내내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원작을 뮤지컬 영화화한 ‘레미제라블’에서도 감탄한 바 있다. 빅토르 위고는 타고난 사상가이자 이야기꾼이다.다양한 문화 콘텐츠,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저작물이 대중을 만난다.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글, 스토리텔링이다. 새삼 출판의 강력함을 느낀다. 원소스는 글이다.1인1책 코치 김준호

2015-01-28 09:00 1인1책 코치 김준호

[김준호의 빨간펜]홍보는 출판사 몫? 저자가 강연 뛰면 '최고의 마케팅'

1인1책 코치br서정콘텐츠그룹 대표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문고는 한국 대표 서점이다. 저자 입장에선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이자 기회다. 그래서 서울 한복판의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출간 이후 강연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책을 내는 이유는 저자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공통되는 한 가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서다. 독자가 많아야 저자는 존재가치가 있다. 책을 잘 기획하고 글이 좋고 책이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면 독자는 확보할 수 있다.하지만 책의 콘텐츠가 좋다고 절로 마케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출판된 책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 저자가 자신의 책을 알려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강연이다.저자가 신간을 내고 강연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면 일단 주목을 받을 수 있다. TV 방송 프로그램의 강연이 아니더라도 각종 커뮤니티, 관공서, 학교 등 소규모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강연은 스피치 실력을 향상시키고 소정의 강연료도 받을 수 있다. 간혹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책의 홍보를 위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두 번 정도 강연 무대에 서다 보면 커리어가 되고 유료 강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강연의 가장 큰 장점은 청중의 피드백을 즉각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반응을 보고 새로운 책의 기획 방향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1인1책을 진행하다보면 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출판 이후 홍보마케팅에 대한 부분은 소극적인 저자가 적지 않다. 특히 책을 펴내고도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는 저자는 아쉽다.책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부분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의 출간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하지 않고 독자를 감동시키기란 쉽지 않다.출판이 불황이라고 해도 하루에도 수십권의 신간이 출간된다. 광화문 교보문고 책장에 꽂히는 신간은 단 일주일, 딱 그 시간에 그 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강연하는 신간의 저자는 불과 몇 명에 불과하다. 그 몇 명안에 들어야 경쟁력이 생기고, 책을 통한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1인1책 코치 김준호

2015-01-21 09:00 1인1책 코치 김준호

[김준호의 빨간펜] 출판사는 최초의 독자… '역지사지 기획안'으로 설득하라

p1인1책 코치‘CEO에게 침을 뱉어라’이 독설은 몇 년 전 한 예비저자가 가져온 출판기획안의 가제목이었다.“평소 CEO들의 행동에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조직이 발전하고 성과를 내려면 CEO가 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붙였습니다.”대기업에 근무했던 저자는 당시 벤처기업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기업 조직 변화와 CEO 리더십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다만 이 같은 콘텐츠를 출판기획안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출판의 경험이 없던 그가 출판기획의 관점에 낯선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독자가 생기는 행위다. 출판도 비즈니스다. 편집, 디자인, 인쇄 제작, 마케팅 등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100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초판 2000부를 팔고 2쇄로 찍은 1000~2000부는 더 나가야 수익이 생긴다.이에 출판기획안은 역지사지의 관점이 필요하다. 자신의 기획안이 출판사에서 채택되기를 원한다면 결국 수천명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출판기획안을 만들고 출판사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독자와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출판기획안은 독자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실용적인 정보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자기수양 등 독자가 기꺼이 1만원 이상을 내고 구입할 만한 도움이 되는 기획안이 필요하다.앞서 소개한 ‘CEO에게 침을 뱉어라’는 필자와의 조율을 거쳐 ‘행복이노베이션’, ‘CEO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그중 ‘행복이노베이션’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주인공 심윤섭씨는 책 출간 후 회사를 나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강사가 됐다. 현재 연봉 2억원이 넘는 스타강사가 된 그는 여러 권의 책을 더 펴냈다. 그는 출판기획 초안을 보낼 때마다 질문을 한다.“김 코치님 이 기획안이 3쇄 이상 나가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요?”물론 그의 기획안이 3쇄 이상 나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기획안을 쓰고 연구한다는 것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1인1책 코치 김준호

2015-01-14 09:00 1인1책 코치 김준호

[양철승 칼럼] 2015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양철승 부동산가치투자연구소 소장2015년 새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을미년, 양의 해 중에서도 청색의 기운이 나온다는 청양(靑羊)의 해이다. 원래 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를 지어 사는 순한 동물로 양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단체생활도 잘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리더십도 좋다. 또한 청색은 진취적인 성향과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청양의 해를 맞아 독자들 모두 하는 일이 잘 풀려나가기를 기원한다.올해는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들이 많다.먼저 청약제도가 개편된다. 현재는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2월부터는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자도 국민주택 등에 청약할 수 있다. 서울·수도권 거주자는 주택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년이상 이면서 월 납입금을 12회 이상 납부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얻는다. 또한 현재 4종류의 청약통장은 오는 7월부터는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된다.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이 전면 중단된다. 택지개발촉진법이 한시적이지만 폐지되는 것이다. 30년 이상 계속된 정부의 신도시 중심 개발정책의 전환이 예상된다. 또한 이 정책의 배경에 주택 과잉공급의 현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주택 구매자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또한 상인들의 관심을 끌 부동산 제도에 상가권리금 합법화가 있다. 오랫동안 뚜렷한 법적 규정이 없어 보호받지 못했던 상가권리금이 법의 테두리에 들어왔다. 정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환산보증금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임차인에게 5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고, 임차인의 권리금을 법으로 규정해 합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오는 4월부터는 재건축 가능 연한이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된다. 현행법상 최소 20년에서 40년 사이까지 재건축 연한에 차이가 났던 것을 30년 상한으로 균일화한 것이다. 또 연한과 상관없이 구조안정성 평가에서 ‘E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다른 평가 없이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연한을 넘겼음에도 구조적인 결함이 없어 재건축 대상에서 제외됐던 주택도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다.2015년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햇살 아래에 놓인 것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의 약발과 불황이라는 2개 변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부동산의 숲과 나무라 할 수 있는 지역과 매물이 중요한 때이다.양철승 부동산가치투자연구소 소장

2015-01-04 13:17 양철승 부동산가치투자연구소 소장

[전문가 기고] 정보유출은 '사이버재해' 배상책임보험 의무화를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최근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기업들은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를 기업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 개인정보 유출사고 및 그에 따른 피해사례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방지에 필요한 각종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나아가 최근 정부 및 국회에서는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법정손해배상책임제도 및 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가입의무화제도 등을 도입하고자 하는 입법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이와 같은 흐름은 미국, 일본 및 EU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IT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 보다 한발 앞서 그러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특히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는 그 발생빈도나 피해규모 측면에서 자연재해와 매우 비슷해 발생빈도는 높지 않으나 한번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규모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2011년 어느 통신회사에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데, 하급심 법원의 판결과 같이 피해자 1인당 10만원 내지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위 회사는 약 3조5000억~7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정보유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수 많은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기업의 존속이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피해자인 정보주체의 입장에서도 정보유출기업에게 충분한 책임재산이 없는 때에는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이러한 점에서 개인정보나 신용정보를 처리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만에 하나 정보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가입의무화제도’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하다고 본다.기업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책임보험 의무가입에 더해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사이버 배상책임보험(CLI) 등에 임의 가입함으로써 정보유출로 인한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시스템 복귀비용 및 업무중단손실 등 기업 자신이 입게 되는 손실’에 대해서도 능동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2014-12-18 16:00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기자

[글로벌 칼럼] '퍼거슨 사태'를 통해 본 진실의 속성

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지난 퍼거슨 사건에서 증인들의 의견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람들은 몇 가지 부분들은 동의했다. 경찰차 안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마이클 브라운은 달아났다. 윌슨 경관이 도망치는 브라운을 쫓았고 총을 발사했다. 갑자기 멈추고 돌아선 브라운에게 윌슨이 총을 쏴 죽였다. 그러나 윌슨이 총을 쏘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증인들은 실제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그들이 봤다고 여기는 사건은 같은 사건이 아니었을 뿐이다.사람들은 무언가를 볼 때 자신만의 방식과 생각의 틀에 맞춰 이해한다. 이는 지식의 추상적 구조라 할 수 있는 ‘스키마’로 설명할 수 있다.누구나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을 갖고 있다. 일종의 배경지식인 셈이다. 스키마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한다. 또 모호한 상황을 해석하고 심지어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할지도 결정한다.훗날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사건을 마음대로 재구성하고 자신의 기대에 맞도록 기억을 바꾸기까지 하는 것은 이 스키마 때문이다.따라서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모든 이들의 기억은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어떤 편견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나는 윌슨 경관이나 다른 증인들이 모두 동일한 사건을 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윌슨 경관에게 브라운은 폭력적인 젊은 흑인이었다. 브라운이 마치 총알 사이로 뛰어오는 초인 혹은 악마처럼 보였다고 윌슨은 증언했다. 브라운이 손을 움직였을 때 윌슨은 이를 항복의 의사가 아니라 공격의 준비로 여겼다. 자신이 정당방위를 하고 있다는 믿음에 의존해 스스로의 기억을 재구성했을지 모른다.퍼거슨 시의 주민들은 전혀 다른 편견들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 내 소수자들은 백인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브라운이 사망하기 직전에 찍힌 증거 영상을 본 어떤 증인들은 백인 경관이 흑인을 괴롭히는 하나의 일상을 보았을지 모른다.나는 그날 밤 퍼거슨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윌슨 경관이 마이클 브라운을 죽인 것이 정당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흑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총격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의심하고 또 배심원의 판단과정을 의심한다. 내 기억 또한 온전할 리 없다는 사실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정리=김효진 기자※ 미 웨스턴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아이라 하이먼은 최근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투데이에 미 퍼거슨시에서 흑인 10대 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인 대런 윌슨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퍼거슨 사태’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

2014-12-10 16:00 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글로벌 칼럼] 빚을 내가면서 학위를 받아야 할까?

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캐나다 경제학자 리처드 립시의 ‘실증 경제학’ 책을 건네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책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실증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있는 사실 그대로 분석하고 경제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뜬구름 잡는 얘기들을 싫어하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한 것 같다. 경제학에서 ‘실증(Positive)’의 반대는 ‘부정(Negative)’이 아닌 ‘규범(Normative)’이다. 실증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지만 규범경제학은 주관성이 포함돼 경제가 어떠한 형태로 나아가야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성이 있다. 립시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에게 현상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들이 ‘~하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며 객관적인 팩트 그 자체를 설명해줬다. 립시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은 진실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을 과학적으로 짚어주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과의례’처럼 당연하게 대학을 가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이 하는 실증적 판단 과정을 거치면 대학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인간은 주어진 유한한 자원으로 여러 대안들 중에 몇 가지를 희생시켜가며 가장 큰 가치를 선택한다. 기회비용이란 바로 이 과정에서 더 나은 것을 위해 포기한 것을 말한다. 우린 살면서 알게 모르게 기회비용의 그늘 밑에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를 보러갈 때마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최적의 선택을 하고 몇몇 가지들은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거치고 있는 이 과정이 정작 중요한 데선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고려가 그렇다.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은 빚만 8만 달러(약 8900만원)를 안고 부모가 원했던 기독교 교양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엔 교회에서 일주일에 약 세 시간씩 선교 활동을 하고 월급을 겨우겨우 받아가며 지내고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그는 남는 시간에 보건소에서 일을 했고 뒤늦게 ‘간호’에 자신이 적성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후에 간호학교에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조금만 일찍 자신의 적성을 찾았더라면 기독교 교양대학에 큰 액수의 등록금을 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계산했어야 할 학비와 생활비를 계산하지 않았다. 또 자신이 선택한 진로로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미래에 얻을 수 있는지도 생각하지 못했다.물론 나는 빚 때문에 학교자퇴를 결심하는 학생들에겐 학교를 끝까지 다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생의 기로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리드 대학 철학과를 과감히 중퇴하고 자신의 가슴이 이끄는 삶을 선택했다. J.K. 롤링 역시 직업학교에 가길 원했던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기 보다는 카페에서 그리스 신화를 읽거나 소설을 썼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학교와의 기회비용을 따져보았던 것이다. 토머스 칼라일은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착안해 경제학을 ‘음울하게 하는 과학’이라고 일컬었다. 대학교를 가지 말라는 말이 당장은 학생들에게 불안하고 우울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음울한 과학’이 당신의 미래를 위해 쓸모가 있다.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정리=권익도 기자 ※ 런던대 철학과 교수 조나단 울프는 최근 ‘기회비용 고려는 학생 때부터 해야한다’는 칼럼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게재했다.

2014-12-08 16:00 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

‘시낭송 전용극장’ 설립을 제안하며

허성필 중앙대 인문예술융합아카데미 원장우리는 요즘 치열한 무한 경쟁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황금만능의 물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정신적 가치는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다. 말하자면, 보다 고급한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물질과 속도 숭배에 의해 매몰되어 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신문화의 총체적 위기를 되살리는 방법이 없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해오다 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립 혹은 시립 ‘시낭송 전용 극장(유료)’ 또는 구립 도서관 혹은 동네 도서관이나 지역 문화센터에 ‘시낭송 센터(무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엔 시에 대한 사랑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몸 속에는 ‘시인의 피’가 분명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에 한편이라도 시를 읽는다면 우리의 삶이 이렇게까지 강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가 점점 독자를 잃고 시인들만이 시를 읽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시인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의 시가 ‘정신적인 가치’로서 존중되고, ‘정신문화’의 한 형태로 귀하게 보호받아 마땅하다. 시인을 존경하지 않는 나라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를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 땅에서 귀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을 제대로 대접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이든 시인과 그 시들을 향유하는 독자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할 수 있는 ‘시낭송 전용극장’ 혹은 ‘시낭송 센터’가 하루 속히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시낭송 동우회들이 카페나 학교 혹은 극장 등을 전전하면서 시 낭송회를 가질 것이 아니라, 필자가 제안 한, ‘시낭송 전용극장’ 혹은 ‘시낭송 센터’에서 시인과 독자와의 참된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가난한 시인들에게 ‘현실적 밥벌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 주고 독자들은 ‘시낭송 극장’에서 시인들이 쓴 시를 시인 본인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또 시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고, 현장에서 독자가 그 시인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기회도 갖는다면 ‘시낭송 극장’은 시인들의 시의 질적 향상과 독자들의 교양도 넓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무한 경쟁의 이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 분명 ‘삶의 여유와 품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일상의 ‘시낭송’을 통해 우리 삶의 허무를 배우지만 시를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하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동질감을 갖게 됨으로써 우리네 삶 속에 내재된 아픔과 슬픔을 솎아내는 시만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충분히 얻게 되리라 믿는다.허성필 중앙대 인문예술융합아카데미 원장

2014-12-08 16:00 노은희 기자

[글로벌 칼럼] 실리콘밸리에 없는 딱 한가지

닉 빌턴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얼마전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이 끝났다. 나 역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현재에 감사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생각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현대 사회를 바꿨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고마워 해야 하는 시간을 가져도 될지. 페이스북은 13억명의 전 세계 사람들을 이어주었다. 구글은 검색이나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 시켜줬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려줬다. 우버택시를 타며 실시간으로 내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이 됐다. 그들이 제공한 서비스에 우리는 때로는 편리함을, 나아가 고마움까지 느끼지만 가끔은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올해도 여전히 기업들이 이용자의 정보를 남용하거나 정부의 느슨한 규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페이스북은 50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피드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내용의 뉴스를 조작했다. 스냅챗은 460만 명의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도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구글 역시 개인의 사생활 보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비윤리적 기업의 ‘끝판왕’이라 평가받는 우버 사태도 있다. 우버는 경쟁사인 리프트를 없애기 위해 갖은 만행을 저질렀다. 리프트에 차량 탑승을 예약한 뒤 고의로 취소하는 방식으로 무려 5000번 이상 리프트의 영업을 방해했다. 리프트와 일하던 운전사들을 우버로 이직시키고 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우버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쓴 기자를 뒷조사 시킨 우버 임원의 이야기가 한동안 주요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스티브 잡스를 우상으로 여기며 자란 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무엇이 빠진 걸까.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라고 실리콘밸리는 계속 외치지만 이 기업들에게 우리가 바라는건 딱 한가지다. 세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세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언가는 가졌으면 한다는 것. 할리우드 최고 배우가 버는 돈보다 실리콘 밸리의 한 기업에서 가장 직급이 낮은 엔지니어들이 버는 돈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이 곳에 퍼져있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고 있는 만큼 기술은 물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마음가짐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닉 빌턴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정리=김효진 기자 ※ 칼럼니스트 닉 빌턴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최근 기업윤리가 결여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2014-12-04 16:00 닉 빌턴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글로벌 칼럼] 예술의 '액션'이 갖는 의미

앤서니 올리버 스콧 미국 영화 평론가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나는 소설 ‘분노의 포도’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1929년 10월 뉴욕 월가의 증권시장이 붕괴되면서 당시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생의 터전을 잃은 톰 조드와 가족이 경제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투쟁해나가는 모습은 당시 시대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거울 같다. 당시 나는 이외에도 ‘태양 속의 건포도’,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은 과거 작품들을 다시 봤고 우디 거스리와 같은 가수들의 포크 음악을 들었다. 당대 가장 큰 고민들이 담겨있는 산물을 보며 얻은 통찰력으로 현 시대의 비슷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지금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 현안들은 존재하고 있고 매순간에도 걱정스러운 일들과 부정의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실업자들, 최저임금 문제, 중산층의 몰락 등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최근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 퍼거슨 사태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문제도 그렇다.‘분노의 포도’가 그랬던 것처럼 생각의 힘을 바꿀 수 있는 예술이 대안이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예술은 온갖 불의와 세계적 문제들이 발생하는 순간에도 시대 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가끔은 우리가 취해야 할 액션까지도 넌지시 알려준다.‘설국열차’와 같은 영화는 우리 시대 불평등의 축소판 같은 역할을 한다. 빙하기가 도래한 종말론적인 상황에서 지구를 제한 없이 도는 열차에 탄 생존자들은 그 안에서 위계서열에 따라 차별을 일삼는다. 비록 픽션이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에 대한 통렬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블랙키시’와 같은 미국 드라마는 또 어떤가. 인종 차별이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현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부유하더라도 계속 차별을 받는 흑인들의 모순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단순히 즐겁게 보고 그칠 것만 같은 영화 ‘페인 앤 게인’, ‘스프링 브레이커스’에도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양면 가치가 반영돼 있다.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보자. 나는 최근 예술가들이 실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현실 문제에 실질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을 알고 싶어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설문이란 방법이 다소 비과학적인 연구일 수는 있었겠지만 내 의도는 정치적 교착상태, 인종간의 갈등과 차별, 세계 경제 위기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예술이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토론을 진보시키기 위함이었다.예술의 사회적 책임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관용적인 토론 주제이기에 내 질문은 단순했고 새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시대 최고의 극작가, 영화감독, 힙합 래퍼, 시인들, 소설작가들로부터 온 대답들은 이 시대의 구조적 문제와 긴급성을 다시 한 번 증언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들과 창작가들이 예술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해결하려는 작품들로 소통할 때마다 세계 변혁에 대한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러한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사고는 다른 예술가들과 독자들, 청중들 등 세계 곳곳에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가 곪아있는 전 세계 문제를 바로잡고 불의에 정당하게 항거하는 행동으로 나아갈 거라 확신한다.앤서니 올리버 스콧 미국 영화 평론가정리=권익도 기자※ 미국 영화 평론가 앤서니 올리버 스콧은 최근 예술이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감당해 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2014-12-03 16:00 앤서니 올리버 스콧 미국 영화 평론가

[글로벌 칼럼] 나는 흡연을 '선택'하고 싶다

로런스 도즈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지난 1일로 호주 정부가 모든 담뱃갑에서 담배회사의 로고와 화려한 디자인을 빼고 끔찍한 경고 사진과 문구만을 넣도록 강제한지 2년이 됐다. 이 정책으로 호주의 일일 흡연율은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담배 회사들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국민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소송은 기각됐다. 예를 들어 말보로 담배갑에 ‘말보로’라는 이름과 고유의 빨간색도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호주의 이같은 정책이 실효를 거두자 영국 등 몇몇 선진국도 이 방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즈음은 어딜 가도 담배는 찬밥 신세다. 유럽연합(EU)은 멘솔 담배 판매금지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멘솔향이 담배를 해로운 물질로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게 이유다. 영국의 의사협회는 2000년 이후에 태어난 모든 영국인에게 흡연을 완전히 금지하는 정책을 입법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상원도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리스 러시니액 공중위생국 장관이 최근 “우리는 담배를 완전히 미국에서 제거하기 위한 엔드게임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마다 수명이 11분씩 줄어든다는 것은 이제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끊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선택이다. 영국인 흡연자 57%는 담배를 한 개비라도 피우지 않고 하루를 넘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최근 설문조사에서 답했다. 하루에 한 갑 이상을 피우는 사람은 82%가 같은 대답을 했다.게다가 이른바 ‘골초(하드코어 스모킹)’라는 단어는 ‘빈곤’이라는 이미지와 중첩돼 있어 흡연자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이 높다는 것도 역시 상식에 속한다. 미국은 특히 심하다. 흡연자 비율이 차상위계층은 27.9%에 이르는 반면 소득 상위층은 17%에 불과하다. 소득이 낮을수록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흡연뿐이기 때문이다. 외부요소가 작용하기는 하지만 흡연과 금연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문제는 정부가 호주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해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가다. 호주 정부를 포함해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선진국 정부들은 기본적으로 흡연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결핵이나 소아마비처럼 뿌리를 뽑아야 할 역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담배는 마약”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처음부터 발상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호주 정부의 금연정책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정부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는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한다. 흡연구역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 어떤 형태의 흡연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정부가 정해서는 안된다. 언제까지 담배와의 전쟁을 벌일 것인가.금연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부가 하는 노력과 소비하는 돈을 사회의 다른 영역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이제 흡연의 해악에 대해서는 하도 들어서 신물이 난다. 다 알고 있으니 이제 선택권을 개인에게 반환하라.정리=김효진기자로런스 도즈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자 로런스 도즈는 1일(현시지간) 호주 금연정책의 일환인 담뱃갑 표지 경고문구 등을 문제로 들며 금연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 수반돼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2014-12-02 16:00 로런스 도즈 영국 텔레그래프 기자

[글로벌 칼럼] '스프레드시트 부모'의 위험성

그레엄 페이튼 텔레그래프 기자많은 아이들이 야망이 지나치고 욕심이 과한 부모들 밑에서 조종되고 있다. 이러한 부모들을 일컬어 ‘스프레드시트 부모’라고 한다. 컴퓨터상에서 표를 입력하고 이것을 조작하여 데이터 처리하는 프로그램처럼 자식들을 과하게 통제한다는 의미다. 스프레드시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찾을 시간도 없이 부모의 야망을 주입 받는다. 학교 성적을 잘 받도록 혹은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감시된다. 심할 땐 부모의 채찍에 의해서 협박을 받아가며 감정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 자식 간 일종의 벽이 생기는 것이다.정반대로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을 끔찍해 하며 아이들과 베스트 프렌드처럼 지내는 부모들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부모와 자식간의 모습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서로 간의 갈등을 숨김 없이 풀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스프레드시트 부모의 입장에서 ‘친구 같은 부모’의 모습은 그리 달갑지 않다. 스프레드시트 부모들은 베스트 프렌드 같은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빠른 진로 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그러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갖는 성공 열망이 과하면 아이들에게 지나친 부담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정신 건강에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영국 런던에서 해마다 열리는 영국 여학교협회(GSA) 컨퍼런스에 참가했을 때였다. 이날 탄야 바이런 박사가 영국에서 보여 지는 잘못된 육아의 형태와 이것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영국에서 85만 명의 아이들이 부모들의 잘못된 육아와 교육 때문에 식이장애나 우울증을 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바이런 박사는 ‘스프레드시트 부모’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을 위해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최고를 외치면 외칠수록 자신의 욕망이 그들에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복제물이 되기를 바라서는 안됩니다.”지난해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놀라웠다. 부유한 집안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실제로 기대치가 높은 부모나 학교 선생들에 의해 가해진 추가적인 압력 때문에 걱정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정도가 일반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2배나 높았다.나 역시 부모에게 야망을 강요받는 수많은 아이들과 만나 상담해왔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정해준 방향대로 진로를 설계하고 통제받는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실제 자신의 적성과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들이 많았다. 정해준대로만 살아온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 문제에 있어서도 정말 컴퓨터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처럼 무능력하게 부모가 자신에게 데이터를 입력해주기만 기다릴 뿐이었다.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기에 누군가가 나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해주기 기다리는 무능력한 존재가 돼 있었다. 물론 후엔 스스로 잘못된 것을 깨우치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말이다. 난 우리 부모님이 내 행동에 대해 항상 ‘불평하지 말고 그냥 해’라고 말했던 때를 기억한다. 빌 게이츠의 부모처럼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자녀 스스로가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이 올바른 부모 역할 아닐까.정리=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그레엄 페이튼 텔레그래프 기자※ 그레엄 페이튼 기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이들의 삶을 하나하나 통제하는‘스프레드시트 부모’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칼럼을 텔레그래프에 기고했다.

2014-12-01 16:00 그레엄 페이튼 텔레그래프 기자

[글로벌 칼럼] 위험에 처한 영국 예술시장의 중심, 코크 스트리트

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신분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한 청년이 재벌가의 딸과 결혼한 뒤 불륜과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매치포인트’. 영화 속 부유한 여인 클로이는 런던 내 예술상이 밀집해 있는 코크 스트리트에 새 갤러리를 오픈한다. 우아함과 고전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거리, ‘코크 스트리트’는 이미 현대적 건축과 최신 예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거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런던 시내 중심가 ‘예술의 거리’로 꼽히는 코크 스트리트는 18세기 이후 현대 영국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됐다. 이 코크 스트리트 곳곳에 위치한 소규모 갤러리들은 내가 십대일 때부터 꾸준히 찾는 곳이었다.당시 내게 미술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현대 영국 작가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종종 나를 코크 스트리트로 이끌어 내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다. 우리는 전쟁의 인상적인 이미지들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자연과 교감한 초현실주의적 작가 폴 내쉬에 관해 논하곤 했다. 자연 고유의 몽환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 하면서도 쓰라린 전쟁의 아픔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사실과 사상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대부분의 작품 주제를 선택할 때 그 주제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집중했던 스탠리 스펜서도 대화에서 빠지지 않았다. 종교적인 사랑, 그리고 성적인 사랑 모두에 몰두했던 그의 작품을 맛보며 나는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 한다”는 그의 말처럼 나는 일상과 상상을 다르다고 구분 짓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코크 스트리트는 내 평범한 일상생활과 찬란한 상상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리에 설 때마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듯했던 그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그런데 최근 이 거리에 드릴과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값비싼 거리로 만들지 궁리하는 임대주들이 여기저기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면에서는 공감한다.그러나 예술 그 자체와 관객 사이에 존재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 원리보다 관객의 경험과 감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간절히 바라건대 코크 스트리트가 지금 뿜어내는 먼지와 소음들이 거리 특유의 기품과 멋도 함께 데려가지 않기를.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정리=김효진 기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앤드류 램버스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메이페어 중심가에 위치한 ‘예술의 거리’ 코크 스트리트(Cork street)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

2014-11-30 16:00 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글로벌 칼럼] 일본이 글로벌 통화 전쟁 부추기고 있다

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글로벌 통화 전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대공황을 유발한 ‘1930년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와 정치 판도에 충격을 줄 만한 전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은 자산 매각을 통해 충격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선택했다. 엔 달러 환율이 112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6년간 보이지 않던 환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경기부양책이 처음 도입된 2012년 3분기 관점에서 보면 달러 대비 약 30% 평가절하된 셈이다.일본은 세계 경제 서열 2위를 중국에 양보했음에도 아직까지 세계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여전히 세계 GDP의 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제조 상품의 막대한 물량을 공급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이 해외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가격은 하락하게 되고 다른 국가의 경쟁자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다른 국가의 경쟁력 저하는 실적부진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이미 세계 각국에서 반응이 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국회에서는 추가 대응을 위한 압박정책이 준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다. 체코와 스웨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일본, 영국, 스위스가 수년 동안 써왔던 ‘제로 금리’ 정책을 쓰기로 결정했다.중국 위안화는 다른 국가들의 흐름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 6월 말 이후 위안화는 엔화 대비 12.5%, 유로화 대비 11% 평가절상 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1% 밑으로 내려가면 중국 역시 다시 평가절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유로존도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의 위기 때문에 유럽 중앙은행은 채권 매입을 시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독일과 북유럽은 국채감축과 국가 재정 건전성 재고를 위해 유로화 약세를 꺼리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이에 대해 프랑스,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수출 경쟁력에서 독일에 비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충돌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을 건네주기 위한 통화전쟁이 일본에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와일드 카드는 미국이다. 수입이 조금 부족해도 내수 시장이 거대한 미국이 달러 강세의 고통을 잠시만 견뎌 줄 수 있다면 말이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내년 봄이나 여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지만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을 다른 국가에 떠넘기는 통화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미국 역시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정리=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마이클 케이시는 최근 일본이 글로벌 통화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WSJ에 기고했다.

2014-11-27 16:00 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글로벌 칼럼] 지금 공부하지 않는다면 당신만 아프다

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일주일에 공부하는 시간이 평균 30시간도 채 안되고 실제 학업 능력도 정부에서 정한 수준보다 25% 낮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본 이후부터. 대학 생활 내내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어땠을까? 제대로 기억이 나는 건 아니다. 그 때 그 때 달랐지만 좀 어렵다 싶은 과제를 받으면 공부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좀 해 볼만 하다 싶은 과제를 받았을 땐 여유를 좀 부렸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이 됐을 때부터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살았다.“4학년은 사(死)학년”이라는 말처럼 사회인과 학생의 마지막 경계를 뛰어 넘기 위해 몸부림 쳤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치열함의 정도가 달라졌다. 남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만큼 내 몫을 다하지 못했을 때 내 자신이 받는 상처는 말로 할 수 없었다.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대학시절이 그리워졌다. 아니, 왜 그때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지난 2012년 연간 대학 등록금 상한이 9000파운드(약 1565만원)로 당초보다 3배 올랐다.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혜택 받은 사람이라는 얘기다.처음엔 버겁더라도 매 순간을 살려고 노력해보라.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 공부에 한번 빠져보자. 지금 이 시간이 끝나면 전공책을 끌어 안고 고민해 볼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로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을 기회도 더 이상 없다. 시험 끝나는 날 만세를 외치며 놀러 나갈 궁리하는 기쁨도 다시 누릴 수 없다. 대학시절 내가 얻은 가장 큰 기쁨은 도서관에 앉아 내가 선택 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길 때 였다. 삶은 힘들었지만 매 순간 고마웠다. 비밀이랄 것까지야 없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사람들은 대부분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산다.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정리=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칼럼니스트 엘리너 다우티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24일(현지시간) 배우는 자세를 가진 대학생들만이 상처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2014-11-26 16:00 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기자

[명의칼럼] 불면증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누구든지 때로는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있다. 흔히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은 밤만 되면 더욱 불안해하고 초조해 한다.불면증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잠을 전혀 자지 못하는 것이 되지만, 실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수면이 모자라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불면증이라고 한다. 즉, 좀처럼 잠들기가 어렵거나, 너무 새벽 일찍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거나, 밤중에 몇 번이고 잠을 깨서 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거나, 꿈을 많이 꾸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또한 불면증은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야기하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먼저, 정신적으로는 초조, 불안하고, 막연히 우울하고, 까닭 없이 신경이 써지며,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의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육체적으로는 피로 외에도 코피가 나거나,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입이 쓰거나,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목, 어깨와 등이 뻐근하고 아프기도 하며, 무릎이 시리거나, 변비, 소변불리, 심지어 성기능 저하가 초래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불면증이 지속되는 경우 우울장애 등 정신장애의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발병 초기의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인 요소이다. 그 외에 내과적인 질환이나 각종 통증으로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러한 불면증은 이들 질환과 증상에 대한 치료가 곧 불면증의 치료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정신과적 내과적 질환 등 원인이 분명치 않은 경우에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일차성 불면증이라 하는데, 이는 정신적인 장애에 의한 불면증에 이어서 두 번째로 흔한 불면증의 원인이다.‘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불면증을 “신기(神氣)가 편안하지 못하고 신(神)과 혼(魂)이 불안정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하고 있어, 한의학에서는 그 원인을 주로 정신적인 면에서 찾고 있다. 첫째,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오는 심신과로의 경우, 둘째, 마음이 대담하지 못하고 소심해서 오는 심지허약(心志虛弱)의 경우, 셋째, 과도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담음(痰飮)과 울화(鬱火)가 생겨서 오는 칠정담화(七情痰火)인 경우로 나눈다.한의학에서는 각각의 원인에 맞게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약물요법으로는 혈(血)을 보(補)하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보혈안신(補血安神)하는 약물과 마음을 기르고 담(膽)을 크게 해주는 양심대담(養心大膽)하는 약물로써 약한 신경과 허약한 몸을 강하게 해주고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을 치료의 원칙으로 삼는다.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섭생법이 중요하다. 불면증 환자 대부분은 목, 어깨와 등이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근육을 이완시켜 줄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은 도움이 되나, 저녁에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키므로 운동은 되도록 아침에 하는 것 좋다. 카페인이나 술 담배는 불면증의 악화인자이므로 무조건 피해야 하며, 이외에도 졸릴 때에만 잠자리에 들어 수면을 취하며 잠자리에서 독서나 TV 시청은 하지 않도록 습관들이는 것도 중요하다.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2014-11-26 16:00 허종회 현대한의원 원장

[글로벌 칼럼] 왜 잘 놀아야 하는가?

로렌 라번 영국 패션 작가·배우난 항상 잘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부류의 사람이다. 몇 번 노력해봤지만 삶에 대해 심각하게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는 ‘와일디안’(Wildean, 오스카 와일드 작품 ‘진지함의 중요성’을 따서 진지한 사람을 일컬음)은 절대로 될 수 없는 것 같다. 수녀원 학교를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내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다. 그땐 현실보다 음악에 의존했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라디오헤드 콘서트에 시간을 내서 갈 수는 없었지만.우리 모두는 탐험가들이다. 난 항상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삶을 추구한다. 비록 오늘날은 트위터가 우리를 다섯 척의 함선을 이끌고 신항로 개척 항해를 떠난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된 것 같은 환상을 불어넣어주기는 하지만 직접 두 발로 세상의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란. 그건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놀기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태도는 단순히 즐겁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다. 적어도 좋은 정신 건강을 기를 수 있는 필수 영양 성분이라고 본다. 용어로 정의해보면 ‘놀이’는 ‘일’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세상에서 이는 완전히 잘못된 반의관계다. 미 캘리포니아대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며 “뇌 발달에 가장 좋은 방법도 놀이”라고 말한다.언뜻 들으면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소리인 것 같지만 성인에게도 놀이는 필요하다. 성인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들은 부조리한 경우도 많고 복합적으로 얽혀 풀어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놀이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연구실이 아니라 목욕탕에서 휴식을 취하며 “유레카”를 외쳤던 것이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놀이가 가장 높은 차원의 연구 형태”라고 말한 것을 생각해보라.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어서 많은 것들을 놓치기 쉽다. 우리 시대의 문화는 비즈니스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놀이는 나태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으로 경쟁의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세상 앞에서 놀다 보면 경쟁에서의 패배자로 나를 지켜볼 때도 있다. 그러나 놀이는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의 어원대로 지친 사람이나 생각을 다시(Re) 창조(Creation)하는 과정이다. 역사적으로도 인류의 진화 과정엔 항상 놀이가 있었다. 인류가 모여서 신나게 놀던 과정에서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잉태됐고 지금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이나 버진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놀이를 장려하면서도 새롭고 파격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앞으론 역설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놀아야만 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로렌 라번 영국 패션 작가·배우정리=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 패션 작가이자 배우 로렌 라번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잘 놀아야만 하는 이유와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다.

2014-11-25 16:00 영국 패션 작가·배우 로렌 라번 기자

[글로벌 칼럼] 크리스마스의 의미에 대하여

pb데이빗 미첼크리스마스가 되면 1980년대에는 영화 ‘벤허’나 ‘십계’를 1990년대에는 ‘나 홀로 집에’, 2000년대에는 ‘러브 액추얼리’를 보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때가 되면 마르고 닳도록 봤던 이 영화들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다.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상징으로 스크루지 영감이 있다. 생김새부터 인색하기 짝이 없는 그는 지독한 자린고비다. 충혈된 눈, 얄팍한 입술 그리고 굽은 매부리코를 가진 그에게 인정이라곤 눈곱 만큼도 없다. 거지들도 스크루지에게는 동전 한 닢 구걸하지 않는다. 그러던 그가 7년 전 죽은 한 젊은이의 유령을 만나 변한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베풀지 못했는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는지 깨닫기 시작한다.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이들에게 곧잘 들려주는 이야기로 자리잡았다. 크리스마스 본연의 ‘나눔’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어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의 철학이라 불리기까지 한다. 실제로 이 소설 덕에 영국인들이 소소한 선물들을 나누며 기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전통을 갖게 됐다.소중한 사람들과 소박하게나마 함께 기쁨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전통이 변질되고 있다.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거리의 불빛들과 번쩍거리는 장식들은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인들의 낭비벽을 자극하는 날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득 크리스마스가 상업화의 바람을 넘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데이’로 인식되고 단순한 축제일로 의미가 퇴색 돼 버린 것 같아 쓸쓸하다. 사랑과 나눔, 배려와 희생을 담는 이 날의 의미가 많이 닳아 버린 것 같아 슬프다.오늘날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조명이 본연의 의미를 가려 제대로 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피상적인 화려함 뒤에 가려진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 있는 아기를 한 번쯤 기억해보는 건 어떨까. 뚱뚱하고 온화한 산타클로스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로 친숙하다. 그는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푼 4세기 소아시아 성자인 성 니콜라스에서 유래됐다. 늘 똑같은 크리스마스라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좀 다르게 보내보고 싶다.데이빗 미첼정리=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작가 겸 배우 데이빗 미첼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23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2014-11-24 16:00 데이빗 미첼

[글로벌 칼럼] 빅 데이터의 빛과 그늘

pb크리스토퍼 하얌스nbsp;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이 ‘빅 데이터(Big Data)’로 장식되고 있다. 빅 데이터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말해보자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시대의 ‘슈퍼맨’과도 같은 거대 데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인류가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통찰들을 끌어내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침에 어떤 종류의 빵을 먹을지부터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찾아보는 것 까지. 이미 당신도 슈퍼맨의 도움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인류는 이미 수세기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왔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엔 사람들과 대면하며 자료를 만들어 나갔고 백과사전을 만들어 정리하기도 했다. 1950년대부턴 컴퓨터가 상업화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가능해졌고 비즈니스에 데이터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인터넷까지 개발되면서 매일매일 대규모 정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빅 데이터라는 새로운 트렌드는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들이 구입했던 구매 내역 정보를 활용,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제안했던 것이었다.여기에 스마트 폰이 개발되면서 인터넷의 시간과 장소 제약을 없앴고 빅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필연적으로 데이터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더 큰 단계로의 도약을 이뤄냈다. 언제 어디서나 제품을 구매하고 구직 정보를 게재하고 있지 않은가.그러나 우리는 편리함 뒤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빅 데이터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은 우리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시종일관 당신을 따라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개개인의 소비 행태나 구직 정보를 캐내기도 하고 심할 경우엔 제품을 팔기 위해 SNS에서 어떠한 대화를 해왔는지 염탐할 수도 있다.데이터 조작도 큰 문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최근 ‘프리즘(Prism)’이라는 감청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을 쓰는 전세계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에 무차별적으로 접근해오다가 발각됐다. 페이스북이 최근 실시한 ‘감정 실험’도 충격적이었다. 페이스북은 임의로 즐거운 내용이나 우울한 내용의 글을 자체로 검열해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뒤늦게 실험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당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마치 자신이 실험용 쥐처럼 이용됐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빅 데이터의 그늘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따라서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고객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알리는 투명성. 고객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 이용의 적절성. 제 3자에게 고객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보안성에 철저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고 효과적인 경영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우리 생활 뒤에 숨어있는 ‘빅 브라더’ 출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크리스토퍼 하얌스 월스트릿저널 칼럼니스트정리=권익도 기자 ※해외 취업정보사 인디드(Indeed.com)의 부사장 크리스토퍼 하얌스는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에 ‘빅데이터의 빛과 그늘’에 대한 칼럼을 기고했다.

2014-11-23 16:00 크리스토퍼 하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