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위험에 처한 영국 예술시장의 중심, 코크 스트리트

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입력일 2014-11-30 16:00 수정일 2014-11-30 16:00 발행일 2014-12-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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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신분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한 청년이 재벌가의 딸과 결혼한 뒤 불륜과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매치포인트’. 영화 속 부유한 여인 클로이는 런던 내 예술상이 밀집해 있는 코크 스트리트에 새 갤러리를 오픈한다. 우아함과 고전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거리, ‘코크 스트리트’는 이미 현대적 건축과 최신 예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거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런던 시내 중심가 ‘예술의 거리’로 꼽히는 코크 스트리트는 18세기 이후 현대 영국 미술 시장의 중심이 됐다. 이 코크 스트리트 곳곳에 위치한 소규모 갤러리들은 내가 십대일 때부터 꾸준히 찾는 곳이었다.

당시 내게 미술을 가르쳤던 선생님이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현대 영국 작가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종종 나를 코크 스트리트로 이끌어 내 상상력을 자극하곤 했다. 우리는 전쟁의 인상적인 이미지들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자연과 교감한 초현실주의적 작가 폴 내쉬에 관해 논하곤 했다. 자연 고유의 몽환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듯 하면서도 쓰라린 전쟁의 아픔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사실과 사상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

대부분의 작품 주제를 선택할 때 그 주제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집중했던 스탠리 스펜서도 대화에서 빠지지 않았다. 종교적인 사랑, 그리고 성적인 사랑 모두에 몰두했던 그의 작품을 맛보며 나는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 한다”는 그의 말처럼 나는 일상과 상상을 다르다고 구분 짓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코크 스트리트는 내 평범한 일상생활과 찬란한 상상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리에 설 때마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듯했던 그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이 거리에 드릴과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값비싼 거리로 만들지 궁리하는 임대주들이 여기저기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면에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예술 그 자체와 관객 사이에 존재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 원리보다 관객의 경험과 감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간절히 바라건대 코크 스트리트가 지금 뿜어내는 먼지와 소음들이 거리 특유의 기품과 멋도 함께 데려가지 않기를.

앤드류 램버스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정리=김효진 기자

※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앤드류 램버스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메이페어 중심가에 위치한 ‘예술의 거리’ 코크 스트리트(Cork street)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