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퍼거슨 사태'를 통해 본 진실의 속성

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입력일 2014-12-10 16:00 수정일 2014-12-10 16:00 발행일 2014-12-11 23면
인쇄아이콘
10
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지난 퍼거슨 사건에서 증인들의 의견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람들은 몇 가지 부분들은 동의했다. 경찰차 안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마이클 브라운은 달아났다. 윌슨 경관이 도망치는 브라운을 쫓았고 총을 발사했다. 갑자기 멈추고 돌아선 브라운에게 윌슨이 총을 쏴 죽였다.

그러나 윌슨이 총을 쏘기 직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증인들은 실제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저 그들이 봤다고 여기는 사건은 같은 사건이 아니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볼 때 자신만의 방식과 생각의 틀에 맞춰 이해한다. 이는 지식의 추상적 구조라 할 수 있는 ‘스키마’로 설명할 수 있다.

누구나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을 갖고 있다. 일종의 배경지식인 셈이다. 스키마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한다. 또 모호한 상황을 해석하고 심지어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할지도 결정한다.

훗날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사건을 마음대로 재구성하고 자신의 기대에 맞도록 기억을 바꾸기까지 하는 것은 이 스키마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일을 경험하더라도 모든 이들의 기억은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어떤 편견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나는 윌슨 경관이나 다른 증인들이 모두 동일한 사건을 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윌슨 경관에게 브라운은 폭력적인 젊은 흑인이었다. 브라운이 마치 총알 사이로 뛰어오는 초인 혹은 악마처럼 보였다고 윌슨은 증언했다. 브라운이 손을 움직였을 때 윌슨은 이를 항복의 의사가 아니라 공격의 준비로 여겼다. 자신이 정당방위를 하고 있다는 믿음에 의존해 스스로의 기억을 재구성했을지 모른다.

퍼거슨 시의 주민들은 전혀 다른 편견들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 내 소수자들은 백인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브라운이 사망하기 직전에 찍힌 증거 영상을 본 어떤 증인들은 백인 경관이 흑인을 괴롭히는 하나의 일상을 보았을지 모른다.

나는 그날 밤 퍼거슨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윌슨 경관이 마이클 브라운을 죽인 것이 정당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흑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총격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의심하고 또 배심원의 판단과정을 의심한다. 내 기억 또한 온전할 리 없다는 사실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라 하이먼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정리=김효진 기자

※ 미 웨스턴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 아이라 하이먼은 최근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투데이에 미 퍼거슨시에서 흑인 10대 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인 대런 윌슨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퍼거슨 사태’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