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지금 공부하지 않는다면 당신만 아프다

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기자
입력일 2014-11-26 16:00 수정일 2014-11-26 16:00 발행일 2014-1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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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일주일에 공부하는 시간이 평균 30시간도 채 안되고 실제 학업 능력도 정부에서 정한 수준보다 25% 낮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본 이후부터. 대학 생활 내내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어땠을까? 제대로 기억이 나는 건 아니다. 그 때 그 때 달랐지만 좀 어렵다 싶은 과제를 받으면 공부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좀 해 볼만 하다 싶은 과제를 받았을 땐 여유를 좀 부렸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이 됐을 때부터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살았다.

“4학년은 사(死)학년”이라는 말처럼 사회인과 학생의 마지막 경계를 뛰어 넘기 위해 몸부림 쳤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치열함의 정도가 달라졌다. 남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만큼 내 몫을 다하지 못했을 때 내 자신이 받는 상처는 말로 할 수 없었다.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대학시절이 그리워졌다. 아니, 왜 그때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면서 지난 2012년 연간 대학 등록금 상한이 9000파운드(약 1565만원)로 당초보다 3배 올랐다.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혜택 받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처음엔 버겁더라도 매 순간을 살려고 노력해보라.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 공부에 한번 빠져보자. 지금 이 시간이 끝나면 전공책을 끌어 안고 고민해 볼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로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을 기회도 더 이상 없다. 시험 끝나는 날 만세를 외치며 놀러 나갈 궁리하는 기쁨도 다시 누릴 수 없다. 대학시절 내가 얻은 가장 큰 기쁨은 도서관에 앉아 내가 선택 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길 때 였다. 삶은 힘들었지만 매 순간 고마웠다. 비밀이랄 것까지야 없지만 한가지 말하자면 사람들은 대부분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산다.

엘리너 다우티 영국 텔레그래프 칼럼니스트 

정리=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 칼럼니스트 엘리너 다우티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24일(현지시간) 배우는 자세를 가진 대학생들만이 상처 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