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전용극장’ 설립을 제안하며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4-12-08 16:00 수정일 2014-12-08 16:00 발행일 2014-12-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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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필 중앙대 인문예술융합아카데미 원장

우리는 요즘 치열한 무한 경쟁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황금만능의 물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정신적 가치는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다. 말하자면, 보다 고급한 정신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물질과 속도 숭배에 의해 매몰되어 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신문화의 총체적 위기를 되살리는 방법이 없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해오다 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립 혹은 시립 ‘시낭송 전용 극장(유료)’ 또는 구립 도서관 혹은 동네 도서관이나 지역 문화센터에 ‘시낭송 센터(무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엔 시에 대한 사랑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몸 속에는 ‘시인의 피’가 분명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에 한편이라도 시를 읽는다면 우리의 삶이 이렇게까지 강퍅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가 점점 독자를 잃고 시인들만이 시를 읽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시인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의 시가 ‘정신적인 가치’로서 존중되고, ‘정신문화’의 한 형태로 귀하게 보호받아 마땅하다. 시인을 존경하지 않는 나라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를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이 땅에서 귀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을 제대로 대접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이든 시인과 그 시들을 향유하는 독자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할 수 있는 ‘시낭송 전용극장’ 혹은 ‘시낭송 센터’가 하루 속히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전국에 산재해 있는 시낭송 동우회들이 카페나 학교 혹은 극장 등을 전전하면서 시 낭송회를 가질 것이 아니라, 필자가 제안 한, ‘시낭송 전용극장’ 혹은 ‘시낭송 센터’에서 시인과 독자와의 참된 교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가난한 시인들에게 ‘현실적 밥벌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 주고 독자들은 ‘시낭송 극장’에서 시인들이 쓴 시를 시인 본인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또 시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고, 현장에서 독자가 그 시인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기회도 갖는다면 ‘시낭송 극장’은 시인들의 시의 질적 향상과 독자들의 교양도 넓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무한 경쟁의 이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 분명 ‘삶의 여유와 품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일상의 ‘시낭송’을 통해 우리 삶의 허무를 배우지만 시를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하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동질감을 갖게 됨으로써 우리네 삶 속에 내재된 아픔과 슬픔을 솎아내는 시만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충분히 얻게 되리라 믿는다.

허성필 중앙대 인문예술융합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