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일본이 글로벌 통화 전쟁 부추기고 있다

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입력일 2014-11-27 16:00 수정일 2014-11-27 16:00 발행일 2014-1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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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글로벌 통화 전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대공황을 유발한 ‘1930년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와 정치 판도에 충격을 줄 만한 전쟁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BOJ)은 자산 매각을 통해 충격적인 엔화 약세 정책을 선택했다. 엔 달러 환율이 112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6년간 보이지 않던 환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 경기부양책이 처음 도입된 2012년 3분기 관점에서 보면 달러 대비 약 30% 평가절하된 셈이다.

일본은 세계 경제 서열 2위를 중국에 양보했음에도 아직까지 세계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 여전히 세계 GDP의 8%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제조 상품의 막대한 물량을 공급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이 해외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가격은 하락하게 되고 다른 국가의 경쟁자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다른 국가의 경쟁력 저하는 실적부진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반응이 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국회에서는 추가 대응을 위한 압박정책이 준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다. 체코와 스웨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일본, 영국, 스위스가 수년 동안 써왔던 ‘제로 금리’ 정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중국 위안화는 다른 국가들의 흐름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 6월 말 이후 위안화는 엔화 대비 12.5%, 유로화 대비 11% 평가절상 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1% 밑으로 내려가면 중국 역시 다시 평가절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로존도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의 위기 때문에 유럽 중앙은행은 채권 매입을 시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독일과 북유럽은 국채감축과 국가 재정 건전성 재고를 위해 유로화 약세를 꺼리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수출 경쟁력에서 독일에 비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충돌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을 건네주기 위한 통화전쟁이 일본에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와일드 카드는 미국이다. 수입이 조금 부족해도 내수 시장이 거대한 미국이 달러 강세의 고통을 잠시만 견뎌 줄 수 있다면 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내년 봄이나 여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지만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을 다른 국가에 떠넘기는 통화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 미국 역시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정리=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마이클 케이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마이클 케이시는 최근 일본이 글로벌 통화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WSJ에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