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빚을 내가면서 학위를 받아야 할까?

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
입력일 2014-12-08 16:00 수정일 2014-12-08 16:00 발행일 2014-12-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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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캐나다 경제학자 리처드 립시의 ‘실증 경제학’ 책을 건네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책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실증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있는 사실 그대로 분석하고 경제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뜬구름 잡는 얘기들을 싫어하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한 것 같다.

경제학에서 ‘실증(Positive)’의 반대는 ‘부정(Negative)’이 아닌 ‘규범(Normative)’이다. 실증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지만 규범경제학은 주관성이 포함돼 경제가 어떠한 형태로 나아가야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특성이 있다. 립시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우리에게 현상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들이 ‘~하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며 객관적인 팩트 그 자체를 설명해줬다. 립시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은 진실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을 과학적으로 짚어주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통과의례’처럼 당연하게 대학을 가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이 하는 실증적 판단 과정을 거치면 대학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은 주어진 유한한 자원으로 여러 대안들 중에 몇 가지를 희생시켜가며 가장 큰 가치를 선택한다. 기회비용이란 바로 이 과정에서 더 나은 것을 위해 포기한 것을 말한다. 우린 살면서 알게 모르게 기회비용의 그늘 밑에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를 보러갈 때마다 자신이 가진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최적의 선택을 하고 몇몇 가지들은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거치고 있는 이 과정이 정작 중요한 데선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대학 등록금에 대한 고려가 그렇다.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은 빚만 8만 달러(약 8900만원)를 안고 부모가 원했던 기독교 교양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엔 교회에서 일주일에 약 세 시간씩 선교 활동을 하고 월급을 겨우겨우 받아가며 지내고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그는 남는 시간에 보건소에서 일을 했고 뒤늦게 ‘간호’에 자신이 적성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후에 간호학교에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 조금만 일찍 자신의 적성을 찾았더라면 기독교 교양대학에 큰 액수의 등록금을 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계산했어야 할 학비와 생활비를 계산하지 않았다. 또 자신이 선택한 진로로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미래에 얻을 수 있는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나는 빚 때문에 학교자퇴를 결심하는 학생들에겐 학교를 끝까지 다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생의 기로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리드 대학 철학과를 과감히 중퇴하고 자신의 가슴이 이끄는 삶을 선택했다. J.K. 롤링 역시 직업학교에 가길 원했던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기 보다는 카페에서 그리스 신화를 읽거나 소설을 썼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학교와의 기회비용을 따져보았던 것이다. 토머스 칼라일은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착안해 경제학을 ‘음울하게 하는 과학’이라고 일컬었다. 대학교를 가지 말라는 말이 당장은 학생들에게 불안하고 우울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음울한 과학’이 당신의 미래를 위해 쓸모가 있다.

조나단 울프 런던대 철학과 교수

정리=권익도 기자

※ 런던대 철학과 교수 조나단 울프는 최근 ‘기회비용 고려는 학생 때부터 해야한다’는 칼럼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