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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아수라장(阿修羅場)

최근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한 달이 다 되도록 평행선을 달리는 양 측의 힘 겨루기에 애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 고백이 심각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되어 버렸다.아수라장이란, 전쟁이나 큰 싸움, 대형 사고 등으로 인해 끔찍하게 혼란 상태에 빠진 현장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는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 세상을 수호하는 12명의 신 가운데 악신(惡神) 아수라와 선신 (善神) 제석천이 싸움을 벌이던 터를 말한다.여기서 ‘아수라’란 인도 신화에서 등장하는 종족으로 악신을 상징한다. 다양한 얼굴과 억센 힘을 갖고 있으며, 인격 역시 걷잡을 수 없아 융통성이 없고 용서와 회유가 안되는 결함을 가진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아수라장’이라는 표현도 그 유래가 인도라는 설도 존재한다.속어로 ‘아사리판’이란 말도 널리 통용된다. ‘아사리’는 원래 불교의 수행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박수를 치며 매우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수행과정을 거치는 것을 빗대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난장(難掌)판이라는 말도 비슷한 표현이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12 14:03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씻김굿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잘 보내주기 위해 행하는 천도굿을 말한다. 분노와 증오, 상처를 씻어준다는 목적으로 행해 진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씻김굿이 대표적이다. 씻김굿을 행하는 ‘세습무’들이 현격하게 줄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전승이 끊어진 경우가 많지만, 일부 전라도 지역에서는 고장마다 다양한 형태로 부분 전승되어 행해진다.가장 먼저, 죽은 이의 옷을 대나무 자리나 돗자리로 말아 ‘영돈말’이라는 절차를 진행한다. 일곱 번 죽어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대자리는 끈으로 7군데를 묶는다. 세워 놓은 대자리 위에는 누룩을 놓고 그 위에 똬리, 그 위에 밥그릇을 올린다. 밥그릇 속에는 사람의 모양의 한지를 넣어 죽은이의 영혼을 기린다.밥그릇 위에 솥 뚜껑을 올리고 솔 잎이 달린 소나무 가지로 향물, 쑥물, 맑은 물의 세 가지 물을 찍어 대자리에 바른다. 이를 ‘이슬털이’라고 한다. 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넋이 남긴 그 술을 산자가 음복(飮福)하는 행위다. 이 술이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준다고 믿었다. 그렇게 영혼이 맑게 씻겨진 후 저승길을 상징하는 긴 무명필 위에 올려놓고 밀어 가는 ‘길닦음’ 의식으로 마무리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07 14:08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오마카세(お任せ)

‘당신에게 맡긴다’는 뜻의 일본말로, 별도의 메뉴판 없이, 주방장이 그날의 음식을 알아서 추천해 제공하는 일본식 초밥 코스 요리를 지칭한다. ‘맡기다’는 뜻의 任せる(마카세루)에서 명사형인 任せ(마카세)의 앞에 존칭인 お(오)를 붙여 ‘오마카세(お任せ)’라 불렀다.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그날 재료 등에 따라 주방장의 재량에 맡겨 제공받는 요리라는 뜻이다. 손님이 셰프에게 메뉴 선택을 전적으로 맡기면, 주방장이 그날 엄선한 식재료로 창의력을 발휘해 요리를 만들어 냈다. 원래는 초밥 매장에서 ‘주방장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외식 분야 전반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업체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셰프의 개인적 역량이나 명성을 믿고, 특히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마카세’라는 말이 2010년대 후반에 크게 유행했다. 당시 너무 일본어가 퍼지자, 국립국어원에서 ‘주방 특선’이라는 표현으로 써 달라고 요청했고 그 덕분에 이 표현이 상용화됐다. 일부에서는 상대방에게 ‘알아서 해 달라’는 광의의 의미로도 쓰인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3-06 14:28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한국형 제시카법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법으로 미국에 ‘제시카법’이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성 범죄자에게 강간 후 살해당한 9살 피해자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딴 법이다. 12세 미만 아동에게 성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케 하는 법이다. 유사한 법으로, 석방된 성 범죄자의 신성정보를 공개하는 ‘메건법’이 있다. 우리 법무부도 이런 법들을 원용해, 최악의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다.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소 징역 25년에 처하고, 평생 위치 추적장치를 부착케 해 특별관리하고, 학교나 공원에서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법 추진을 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실제 추진 동력은 주춤 한 상황이다. 재수감 수준의 이중 처벌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범죄자들을 한 곳에서 관리할 경우, 오히려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혀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7 14:05 조진래 기자

[원 클릭 시사] 초한전(超限戰)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필독서로 지정한 중국 서적이 있다. 초한전(超限戰)이다. 유방과 항우를 다룬 초한지(楚漢志)가 아니라, 21세기 중국이 채택한 ‘영역과 경계를 허무는 제한 없는 전쟁’에 관한 책이다. 1999년 중국 공군 소속의 ‘차오량’과 ‘왕상수이’라는 두 명의 대령이 공동 저술한 군사 전략서다.두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이 미국과 붙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초한전’을 수행하기 위한 24가지 전법을 상세히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군사적 전법으로는 핵전쟁을 의미하는 원자전부터 재래전과 생화학전, 우주전, 전자전, 유격전, 테러전, 그리고 심지어는 ‘인공 엘리뇨’ 등 자연 현상을 무기로 활용하는 생태전까지 망라했다.비군사적 전법으로는 금융전과 무역전, 자원전, 경제원조전, 법률전, 제재전, 언론전, 이념전을 기술했다. 여기에 초군사 분야의 전쟁 수행 방식으로 외교전과 인터넷전, 정보전, 심리전, 기술전, 밀수전, 마약전, 사이버전까지 망라했다. 모두가 현재 중국이 펼치고 있는 전략들이다. 미국 펜타곤이 이 책을 중국군 교리의 핵심이라고 판단해 즉시 필독서로 삼은 것이 이해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4-02-20 14:03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