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채소 공항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4-02-19 14:44 수정일 2024-02-19 14:45 발행일 2024-02-20 19면
인쇄아이콘
1990년대에 일본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다. 가장 확실하게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토목·토건 사업이라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전국 주요 중소도시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 서둘러 완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들 공항의 가장 큰 목적은 농촌에서 재배한 채소들을 도시로 실어 나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트럭을 활용한 물류 운반이 훨씬 저렴한데, 궂이 정부 시책에 따르겠다며 값비싼 비행기를 이용할 생산자나 소비자는 없었다. 결국 공항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파리 공항’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채소 공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 해 전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한다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거 면제해 주기로 한 것이나, 최근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전국 건설 현장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한 것 등이 대상이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비효율적인 사업에 낭비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