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좌단(左袒)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4-03-11 14:01 수정일 2024-03-11 14:02 발행일 2024-03-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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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나라의 고조 ‘유방’의 사후에 전권을 휘두르던 황후 ‘여태후’가 죽자, 그때까지 위세에 눌러 꼼짝도 못했던 유 씨 일족과 고조의 유신들이 일제히 여 씨 일가 축출에 나섰다. 하지만 여태후는 이런 사태를 미리 예상하고 측근들을 상장군 등에 임명하고는 병권을 장악하고 왕권을 지킬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이 때 우승상 진평은 태위인 주발과 손잡고 여 씨 타도를 꾀했다. 같은 편이라 생각한 ‘주발’에게 상장군까지 넘겼다. 이 때 주발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외쳤다. “한 왕실에 감히 여 씨가 유 씨를 누르고 실권을 잡고 있으니, 큰 불행이자 통분할 일이다. 이제 유 씨에게 충성을 바쳐 성상에게 천하를 돌리려 하니 여 씨를 섬기려는 자는 우단(右袒)하고 유 씨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자는 좌단(左袒)하라.”

이에 군사들은 모두 좌단하여 유 씨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여기서 좌단(左袒)이란, 웃옷의 왼쪽 어깨를 벗는다는 뜻이다. 남을 편 들어 생각이 같음을 표시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웃옷의 오른쪽을 벗느냐, 왼쪽을 벗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지 아닌 지를 보여주며 충성심의 징표로 삼았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