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B그라운드] 200만 관객 돌파 앞둔 뮤지컬 ‘맘마미아’…주문을 외워봐! “믿는다면 ‘꿈’은 이뤄지죠”

뮤지컬 ‘맘마미아!’ 도나 역의 최정원(왼쪽)과 신영숙(사진제공=신시컴퍼니)“산고로 태어난 작품은 자식과도 같아요. 이 작품에서 만큼은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다가오는 걸 느끼죠.”16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도나 역의 최정원은 뮤지컬 ‘맘마미아!’(9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를 ‘자식’에 비유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1999년 4월 6일 영국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맘마미아!’는 스웨덴 출신의 4인조 보컬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22곡으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그리스 지중해의 외딴섬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엄마 도나(최정원·신영숙,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딸 소피(루나·이수빈)가 3명의 아빠 후보 샘(남경주·김정민), 빌(오세준·호산), 해리(성기윤·이현우)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2004년 한국에서 초연돼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맘마미아!’에 2007년부터 도나로 함께 하고 있는 최정원은 “작품에 사랑을 느끼다 보니 제가 에너지를 주는 게 아니라 상대배우들에게서 받는 느낌”이라며 “좀 다른 도나로 다가갈 수 있어 배우들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한국 초연 15주년을 앞둔 올해 ‘맘마미아’에는 도나 역의 최정원·신영숙과 더불어 샘 역의 남경주, 타냐 역의 김영주·홍지민, 해리 이현우·성기윤, 빌 오세준·호산 등 오랜 시즌에 걸쳐 함께 했던 배우들과 소피 역의 루나·이수빈, 로지 박준면·오기쁨, 샘 김정민 등이 새로 합류했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엑스칼리버’ ‘엘리자벳’ ‘웃는 남자’ ‘레베카’ 등의 신영숙은 “모든 인물들이 앙상블을 이뤄야 하는 ‘맘마미아!’의 도나는 제가 했던 역할 중 어려운 걸로 손 꼽는다”고 말을 보탰다. ◇진정성으로 무장한 15주년 ‘맘마미아’“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재미보다 극의 진실성에 집중해 재미를 더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오리지널) 연출팀이 와서 불필요한 가지들을 잘라내고 작품을 간결하게 하면서 내용을 잘 드러나게 만들었죠.”2010년부터 샘으로 함께 하고 있는 남경주는 이번 ‘맘마미아!’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며 “관객분들이 아바의 주옥같은 명곡을 들으며 그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엄마와 딸의 신뢰, 사랑, 희생 등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더불어 샘을 통해 한번 사는 인생인데 마음 속 울림을 쫓아서 살아보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이 우리 ‘맘마미아!’가 2019년 다시 공연되는 이유죠.”남경주의 말에 2011년부터 해리로 ‘맘마미아!’와 함께 한 이현우는 “공연은 생물 같아서 미세한 변화들이 있다”며 “이번에도 영국 팀이 와서 굳이 안해도 되는 것들을 덜어내 담백해졌다”고 말을 보탰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스토리와 드라마 위주로 담아내려는 의도가 있었죠. 처음엔 어색했는데 스토리가 강해지고 집중력이 생긴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 같아요. 이번 만큼 와닿은 적이 없었죠.”2016년부터 타냐로 분하고 있는 김영주는 “(영국 오리지널 연출) 폴 게링턴 (Paul Garrington)이 왔을 때 진정성 있는 대사를 원했다”며 “그간 저희도 진정성 있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포도주에 물을 탄 듯한 희석된 연기를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변화 지점을 설명했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진한 포도주처럼 대본에 충실한,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연극이라 해도 될 정도의 진정성을 담았습니다. 쓸데없는 손의 움직임이나 말의 군더더기를 덜어냈죠. ‘배우가 뭔가를 하고 웃지 말아라. 웃는 건 관객들의 몫’이라는 폴의 디렉션을 지키려고 충실히 노력했습니다. 관객들도 행복해 하셨고 저 역시 ‘맘마미아!’를 하면서 힐링합니다. 안좋은 일이 있었어도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보면 행복하거든요.”김영주의 말에 빌 역의 오세준은 “지난 시즌까지 소피의 아빠찾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맘마미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이야기를 깊이 있게 가져오는 데 몰입했다”고 밝혔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해리의 대사지만 ‘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집중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아들 둘의 아빠인데 뮤지컬로나마 딸의 아빠일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또 다른 빌 역의 호산은 “해외, 국내 연출팀이 공동으로 가장 강조한 게 아이컨텍이었다”며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관계에 좀더 집중했다”고 부연했다.◇온몸의 털 바짝 세운 새 캐스트들, 김정민, 루나·이수빈, 박준면·오기쁨“온몸에 털을 바짝 세우고 긴장의 나날 보내고 있습니다. 12월까지는 모든 털이 서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지난 9년 간 새로운 캐스팅이 없었던 샘 역으로 합류한 가수 김정민은 “초긴장상태”라며 현재 상태를 표현했다. 소피 역의 루나는 “뮤지컬 배우로서 관객들게 좀더 신뢰를 드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긴장도 되지만 긍정적인 소피에게 배우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루나와 소피로 더블캐스팅된 이수빈은 “생각지도 못한 대사에 보내주시는 관객들의 에너지와 리액션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며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며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로지 역에 새로 합류한 오기쁨은 “첫곡을 하고 작품의 힘을 다시 경험했다”며 “그 힘을 그대로 잘 전달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매 무대에 임하겠다”고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박준면은 “15년 전에는 제가 너무 어려서 못했는데 지금은 딱 제 나이로 로지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다”며 “목소리를 어리거나 늙게 내지 않고 딱 제 나이에 맞는 로지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남경주, 최정원 등 너무 무르익은 선배들과 함께 하니 굉장히 버겁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합니다.”◇역할 바꾼 성기윤, 홍지민 “믿는다면 꿈은 이루어진다”뮤지컬 ‘맘마미아!’(사진제공=신시컴퍼니)“샘으로 시작해 빌, 이번에 해리까지 하게 되면서 세 아빠를 다 연기한 전세계 유일한 배우가 됐습니다.”2004년 초연부터 샘, 빌, 해리로 ‘맘마미아!’를 지키고 있는 성기윤은 이렇게 전하며 “배우생활 30년 중 반을 ‘맘마미아!’와 함께 했다”고 웃었다.“‘맘마미아!’는 늘 그랬지만 같은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돼 더 활기차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2016년 로지로 함께 했던 홍지민은 이번 시즌 타냐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그는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으나 배역 하나를 잃었구나 했는데 타냐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며 “두 번째로 함께 하지만 역할이 바뀌어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만만치 않은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김)정민 오빠의 말처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타냐로 역할을 바꾸면서 ‘내 인생이 참으로 드라마틱하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하지만 관객을 만나고 폴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면서 ‘홍 타냐’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수많은 약속과 연습으로 인한 결과들이 무대에서 폭발적인 빛을 발하는 걸 봤거든요. 그렇게 제 인생의 변화와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라는 넘버 중 ‘믿는다면 이뤄지죠’라는 가사에 계속 눈물이 났어요. 관객분들도 ‘맘마미아!’를 보시면서 ‘믿는다면 이뤄진다’는 주문을 외우시길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7 20:00 허미선 기자

‘맘마미아!’ 루나, 파워풀 보컬+안정된 연기…첫 공연 '호평'

‘맘마미아!’ 루나f(x) 루나가 뮤지컬 ‘맘마미아!’ 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7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루나는 지난 16일 뮤지컬 ‘맘마미아!’의 첫 공연에서 당당하고 진취적인 성격의 소유자 ‘소피’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특히 250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의 오디션을 통과해 ‘소피’ 역에 캐스팅된 루나는 매력적인 음색과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다양한 넘버들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루나는 “‘맘마미아!’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고, 넘버를 다 외울 정도로 사랑한 공연이다. 특히, ‘소피’의 열정과 모험정신이 나와 비슷해 이 작품에 더욱 애정이 있다. 그런 공연에 함께 하게 되어서 꿈만 같다. 노래를 부르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관객분들께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루나는 가수 활동뿐만 아니라 뮤지컬 데뷔작인 ‘금발이 너무해’를 시작으로 최근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흡인력 있는 무대 매너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믿고 보는 루나’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한편, 루나가 출연 중인 뮤지컬 ‘맘미미아!’는 사랑과 우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남녀노소 모두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오는 9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19-07-17 18:05 오수정 기자

[B그라운드] 초연의 김상중·길해연·고인배, 새로 합류한 안재욱·김성령·손정은…연극 ‘미저리’

연극 ‘미저리’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애니 역의 길해연(왼쪽)과 폴 셸던 김상중(사진제공=그룹에이트)“미저리가 돌아왔습니다! 저번보다 요번이 더 쫄깃합니다. 기대하십시오! 리턴 오브 더 미저리!”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미저리’(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프레스콜에서 폴 셸던 역의 김상중은 ‘미저리’로 삼행시를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연극 ‘미저리’는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김상중·안재욱, 이하 시즌 합류 순)과 광기어린 그의 팬 애니 윌크스(길해연·김성령)의 서스펜스 스릴러다.2015년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위기의 주부들’ 등의 로리 멧칼프(Laurie Metcalf) 주연으로 초연됐고 지난해 황인뢰 연출, 김상중·김승우·이건명, 고수희·길해연·이지하, 고인배가 한국 초연을 함께 했다.◇애니의 내밀한 감정에 무게중심, 젠더프리 캐스팅연극 ‘미저리’ 초연부터 보안관 버스터로 함께 하고 있는고인배(사진제공=그룹에이트)“초연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남녀 보안관이 출연합니다. 그리고 몇몇 신들을 삭제해 시간을 좀 단축했어요. 더불어 배우의 감정에 따라가는 음악이 좀 더 많아져서 연극 같으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같아졌죠.”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폴 셸던 역의 김상중에 황인뢰 연출도 “기본적으로 ‘미저리’는 서스펜스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서스펜스를 좀더 강화하고 강조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고 말을 보탰다.“음악을 보강하고 템포 조절을 위해 신도 좀 줄였어요. 서스펜스의 어원은 ‘서스페리아’로 ‘갇혀있다’ ‘가둬두다’라는 뜻입니다. 관객들이 극장 안에 갇혀 서스펜스 상태에서 서스펜스를 즐기다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애니 윌크스 길해연은 “초연은 애니의 집착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불안감과 무서움을 줬다면 이번에는 애니의 내밀한 감정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연습에 임했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캐스팅”이라며 “김성령·안재욱씨와 번갈아 만나지는 조합에 따른 조화들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초연에서 사라진 폴을 찾는 보안관 버스터로 분했던 고인배는 “초연에서는 ‘미저리’ 하면 생각나는 스토커적인 공포심이 부각됐다면 이번엔 달라졌다”고 동의를 표했다.“이번에는 애니의 여러 가지 심리 중에서 로맨틱한 지점, 가장 여성다운 모습에 집중했습니다. 연습하면서 어느 남자가 봐도 예쁜 애니로 보여지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초연 팀들도 별 다섯 개짜리 연기를 했지만 이번 팀들은 플러스 알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연극 ‘미저리’에 새로 합류한 폴 셸던 역의 안재욱(왼쪽)과 애니 김성령(사진제공=그룹에이트)◇새로운 애니 김성령, 5년만의 연극무대“영화 ‘미저리’에서 여배우가 워낙 강렬해서 한국의 배우들이 애니를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했어요.”이렇게 전한 황인뢰 연출은 길해연에 대해 “연극무대에서 받을 상을 다 받은 사람”이라며 “ 연출로서 많이 의지하게 되는 배우”라고 평했다.“애니 윌크스라는 역할을 떠나 김성령은 어떤 배우일까를 생각해 봤어요. ‘가득 찬 비어있음’. 예전에 접한, 소설가를 평하는 이 표현이 떠올랐어요. 어딘가 어설프기도 한데 의외로 꽉 차 있는 배우죠. 이번 공연을 통해 김성령이 무대배우로서 뭔가를 보여줄 계기를 맞이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김성령은 2014년 ‘미스 프랑스’ 이후 5년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그는 “연극은 계획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다. 늘 연극은 운명처럼 다가온다”며 “대사를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대사가 너무 많은데다 (김상중·길해연은) 두 번째라 이미 대사를 숙지한 상태였고 (안)재욱이는 너무 빨리 외웠어요. 저 혼자 빨리 쫓아가지 못해 심적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덕분에 어떤 연극보다도 대사를 빨리 외웠어요. 그리고 폴을 침대 위로 올리는 등 액션 아닌 액션들이 있는데 한번 부딪히고 넘어지면 멍이 들고 관절이 아파서 나름대로는 힘들었어요. 끝까지 무탈하게 마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현직 아나운서의 일탈, 손정은연극 ‘미저리’ 폴 셸던 역의 김상중(사진제공=그룹에이트)“제가 어렵게 손정은씨한테 부탁을 했습니다. 드라마 ‘더뱅커’를 함께 하면서 좀 각인이 돼서 젠더프리 보안관이 어떨까 싶었어요. (황인뢰) 감독님께 여쭤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시고 본인도 연극을 하고 싶어 해서 자연스럽게 여자 보안관을 연기하게 됐죠.”보안관 버스터의 젠더프리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김상중에 황인뢰 연출은 “꼭 여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닌 자연스러운 선정이었다”고 밝혔다.손정은 MBC 아나운서는 프레스콜의 사회자를 가리키며 “지금도 저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어떻게 앉아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도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연극 ‘미저리’에 새로 합류한 보안관 버스터 역의 손정은 MBC 아나운서(왼쪽)와 애니 길해연(사진제공=그룹에이트)“연습을 진짜 열심히 했는데도 버스터라는 인물에 대해 (노선을) 잘 못잡아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어렵게 버스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죠. 재밌었던 점은 연습실에서 폴과 애니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과정 자체였어요.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기 가지의 전과정을 지켜보는 자체가 엄청난 즐거움과 설렘을 줬죠.”이렇게 밝힌 손정은은 “무대에 설 때만큼은 아나운서가 아닌 배우로서 해내겠다”고 각오를 전하며 MBC 퇴사나 프리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속내를 전했다.“연기 경험도 미천하고 이번 연극을 같이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거든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죠. 프리 전향은 아니고 살짝 마음 속 얘기를 하자면 연기에 대한 욕심은 생겨요. MBC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설렘을 주는 도전도 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7 11: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연극 ‘미저리’ 안재욱 “작은 응원이라도 있다면…”

연극 ‘미저리’의 김성령(왼쪽)과 안재욱(사진제공=그룹에이트)“많이 죄송스럽고 부끄럽기도 해서 일을 쉴까, 그만둘까도 생각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나 저만의 어법으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겁습니다.”2월 ‘광화문연가’ 전주 공연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혈중 알코올농도 0.096%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숙 중이던 안재욱이 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미저리’(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프레스콜로 기자들을 만났다.“계획돼 있던 작품들에서 하차하면서 미안한 마음은 이루 어떻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7, 8월 예술의전당 ‘영웅’에서도 하차한 마당에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극장에서 공연을 올려도 되는 건지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함께 하기로 했던 팀들(스태프들), 배우들, 컴퍼니가 더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어요.”연극 ‘미저리’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으로 복귀한 안재욱(사진제공=그룹에이트)이렇게 전한 안재욱은 “더불어 ‘미저리’로 기회를 주신 그룹에이트, 황인뢰 연출 등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히 그 명분으로 무대 서긴 하는데 미안한 마음은 이루 어떻게 말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미저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김상중·안재욱, 이하 시즌 합류 순)과 광기어린 그의 팬 애니 윌크스(길해연·김성령)의 서스펜스 스릴러다.2015년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위기의 주부들’ 등의 로리 멧칼프(Laurie Metcalf) 주연으로 초연됐다.안재욱은 “제가 연기 이외는 달리 할 줄 아는 재주가 없더라”며 “지금까지 보다 나은 성실한 모습, 누군가에게는 도움되는 모습이 있다면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숨는 것, 피해 있는 것만으로 임하면 답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 감이 없지 않나 질타도 받았지만 제가 야인으로 사는 게 아닌 이상 어떤 방법, 모습이 됐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답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그리곤 “제 생각이 짧았는지 모르지만 아무 일도 않고 마음에만 간직한다면 돌파구가 안될 듯 했다”며 “누군가에게는 밉고 용서가 안되겠지만 작은 응원이라도 있다면 그걸 발판삼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그래서 많은 분들의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용기 아닌 용기를 내봤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 한다고 한들 기회가 없거나 무대가 주어지지 않으면 끝이잖아요. 이번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고 연습부터 ‘집중하는 모습’이 아닌 실제 집중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공연에서만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랍니다. 열심히 살면서 보답하겠습니다. 제 일이 배우라는 이유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합니다. 더 사려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6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백조의 호수’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관객은 나의 힘…매일 마지막 백조처럼 춤추죠”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1인 2역을 선보여야하는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와 오딜은 모든 발레리나들이 꿈꾸는 역할이에요. 1인 2역을 선보여야 하니 뛰어난 기술적 요소와 연기가 필요하거든요.”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St Petersburg Ballet Theatre, 이하 SPBT)의 수석무용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Irina Kolesnikova)는 8월 선보일 ‘백조의 호수’(Swan Lake)에 대해 “이전까지는 없었던 색다른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대표적인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중 하나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드 왕자의 사랑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오데트 역의 발레리나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딸 오딜로도 분하며 지그프리드 왕자를 유혹하는 등 극과 극의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오데트와 오딜,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는 ‘백조의 호수’“개인적으로 오딜은 오데트보다 어려워요. 제 성격은 오데트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오데트와 오딜 역할에 더 흥미를 느끼며 다가갈 수 있었죠. 전혀 다른 역할을 오가다 보니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기 위해 해야 하는 훈련이 힘들기는 해요. 하만 제가 표현하는 오데트와 오딜이 저도 마음에 들어요.”SPBT는 1994년 콘스탄틴 타킨(Konstantin Tachkin)에 의해 창립돼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러시아 대표 클래식발레단이다.국가 보조금이나 민간 후원이 아닌 작품 자체로 성공한,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발레단 중 하나로 매년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에서 200~250회의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내한공연될 ‘백조의 호수’(8월 28~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SPBT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고 있죠. 클래식 버전의 ‘백조의 호수’에 다양한 요소들을 첨가하며 다변화하고 있다면 저희 SPBT ‘백조의 호수’ 특징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콘스탄틴 세르게예프(Konstantin Mikhailovich Sergeev)가 1950년 개정한 안무와 내용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죠.”p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그리곤 “12, 13년 전에는 발레의 스토리가 좀더 간단했다. 반면 지금은 테크닉 면에서 좀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이에 기본적인 발레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걸작들의 클래식 안무를 유지하는 노력과 더불어 고난이도의 발레 테크닉을 더 익히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사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에요. 남아프리카에서 공연을 했을 때 한 발레리노가 저의 백조 오데트를 보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하더니 흑조 오딜을 보고는 ‘저인지 모를 정도로 놀랐다’고 얘기해 줬어요. 발레리나로서 1인 2역을 해내는 게 힘들긴 하지만 이런 관객들 반응에 힘을 얻죠.”◇나의 파트너 ‘지그프리드 왕자’ 김기민과 콘스탄틴 즈베레브 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에서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과 흑조 오딜(왼쪽)·백조 오데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무대에서 아름다운 연기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예요.”지난해 런던, 올 4월 모스크바에서 공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 왕자로 호흡을 맞춘 마린스키 발레단의 한국 무용수 김기민에 대해 이리나는 “감정표현, 예술적인 면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김기민은 2011년 동양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발레리노다.지난해 ‘돈키호테’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유리 파테예프(Yury Fateyev) 마린스키발레단장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춤, 긍정적인 기운, 힘찬 회전과 선 그리고 피지컬적인 장점을 잘 발휘하는 유니크함이 있다“며 ”수석무용수로서의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최고 무용수이자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스타로 올라섰다”고 극찬했다.“런던에서 2주간, 4월 모스크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매우 편안했어요. 오늘의 관객이 내일도 오지는 않기 때문에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 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 훈련받는 과정이 힘들고 긴장됐지만 김기민이 있어서 잘 해낼 수 있었죠.”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이번 ‘백조의 호수’에서 이리나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즈베레브(Konstantin Zverve)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콘스탄틴 즈베레브는 2005년부터 마린스키 발레단에 몸담고 있는 발레리노로 ‘백조의 호수’, ‘라 바야데르’(La Bayadere), ‘아가씨와 양아치’(The Young Lady and the Hooligan), ‘돈키호테’(Don Quixote), ‘라실피드’(La Sylphide) 등 마린스키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무대에 올랐다.“지금까지 호흡을 맞추던 발레리노가 아닌 다른 파트너와 무대는 서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에요. 발레리노마다 특징이 있어서 파트너에 따라 제 연기나 반응도 달라지거든요. 콘스탄틴과의 호흡도 기대 중입니다.”◇현대 발레 ‘카르멘’ 그리고 난민문제 “잊히지 않는 시리아 소녀와의 조우”“저는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Vaganova Ballet Academy)에서 클래식 발레를 전공했어요. 모든 발레는 클래식 발레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이렇게 전한 이리나는 “발레의 형태는 클래식 발레의 리메이크에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클래식 발레의 전통을 지켜야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클래식 발레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현대 발레나 무용의 안무를 소화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반면 현대 발레나 무용만을 공부했다면 클래식 발레를 하기는 힘들 거예요. 클래식 발레의 기초를 다진다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죠.”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 ‘지젤’의 타이틀롤을 비롯해 ‘호두까지 인형’의 클라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오로라 공주, ‘돈키호테’ 키트리, ‘라 바야데르’ 니키야 등 클래식 발레에 집중하던 이리나는 2008년 ‘디바스’(DIVAS)라는 현대무용에 이어 2016년 ‘카르멘’이라는 현대 발레를 안무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모든 클래식 발레 아티스트들은 현대 발레나 무용의 안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적 안무에 클래식 발레를 접목할 수 있는 경험은 굉장한 도움이 되거든요. 저 역시 ‘카르멘’이라는 현대 발레의 안무를 경험했어요. 시리아 난민들의 문제를 반영한 작품이에요. 난민수용소 두 군데를 방문했던 경험이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됐죠.”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가 시리아 소녀에게 선물받은 반지(사진제공=본인)2015년 방문한 시리아 난민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안무로 표현해낸 ‘카르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리나는 “난민수용소를 방문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수용소의 난민들이 저에게 와서 자신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문제점들과 호소를 듣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발레로 표현했죠.”그리곤 “‘카르멘’의 모든 수익은 난민을 위해 쓰여졌다”며 “엄마와 아이들만 있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등 난민캠프에서 목도한 안타까운 현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소녀와의 조우를 떠올리기도 했다.“한 시리아 소녀가 다가와 저에게 빨간 반지를 선물해줬어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도 그 반지를 빼지 못하고 있었죠. 며칠을 그 어린 소녀의 이름과 어디에 있는지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아는 바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어요.”이어 “캠프에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있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 이리나는 “(그 잊히지 않는 소녀와의 조우가) ‘카르멘’ 시나리오에 반영돼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상트 페데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Photo by HA JI YOUNG HaphOTostudio(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제 현대발레 안무작 ‘카르멘’은 난민들이 수용소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표현하고 있는데 반지를 주는 소녀가 가장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죠.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어요.”이어 “하지만 금전적, 시간적 문제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새로운 현대 발레 관련 계획도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게다가 난민문제를 비롯한 전세계적 이슈들을 춤으로 다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이런 문제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 중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6 07:00 허미선 기자

[B사이드] 포르테 디 콰트로와 테너 김현수 사이 “이상하게…”

테너 김현수(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진짜 벌벌 떨면서 할걸요. 저 되게 잘 떨어요.”테너 김현수는 가곡 콘서트 ‘꽃’(7월 2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을 앞둔 심정을 “큰일 났다”면서도 “좋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3월 첫 솔로앨범 ‘꿈’ 발매에 맞춰 처음으로 가졌던 동명 콘서트에 이은 두 번째임에도 “떨린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새로 창작된 가곡들을 발굴해 알리고자하는 행보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큰 무대는 안 떠는데 오히려 작은 무대가 숨결까지 다 들리니까 엄청 떨려요. 게다가 혼자 다 끌어가야 하잖아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와주시니 좋은 가곡들을 알리기에 얼마나 좋은 기회예요. 부담이 엄청나지만 엄청 잘해야 해요. 그렇게 시작해야죠.”테너 김현수(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이미 매진된 두 번째 솔로 콘서트와 JTBC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 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의 ‘언플러그드 콘서트 II’(7월 14일 롯데콘서트홀)를 동시에 준비했던 그의 각오는 ‘사명감’에 가까웠다.“포르테 디 콰트로의 ‘언플러그드 콘서트’는 지난 3월에 했던 콘서트 반응이 너무 좋아서 시즌 2개념으로 하는 거예요. 팀원들과 계속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레퍼토리를 정하고 연습했죠.”◇‘이상하게’ 노래 잘하는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들 “저희들끼리 만날 하는 말인데 ‘진짜 이상하게’ 노래들을 잘해요.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잘하죠. (고)훈정이 형은 처음엔 확 튀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장점이 뭐지’ 했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리의 깊이, 발성 등에 대해 연구를 진짜 많이 하는 형이죠.”‘킹 아더’ ‘더 데빌’ ‘마마돈크라이’ ‘호프’ ‘사춘기’ ‘록키호러쇼’ 등의 뮤지컬 배우이자 팀 맏형인 고훈정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형”이라고 전한 김현수는 서울대학교 성악과 직속후배인 베이스 손태진에 대해 “완전 크로스오버에 최적화됐다”고 전했다.“학교 다니면서 노래방에 갔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베이스 음역대에 맞춰 키를 더 낮춰 부르는데도 너무 잘하는 거예요. 완전 크로스오버에 최적화됐구나 싶었죠.”김현수가 속한 JTBC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Forte di Quattro)의 손태진(왼쪽부터), 이벼리, 고훈정, 김현수(사진제공=JTBC)연극 ‘라면에 파송송’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등의 배우이자 극단 바날리자시온에서 연출로도 활동했던 막내 이벼리에 대해서는 “발전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기특한 동생”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회사나 주변에서 싱글앨범 등을 내보라고 권유도 하는데 ‘스스로가 준비되면 먼저 말씀드리겠다’면서 여전히 공부에 매진 중”이고 덧붙이기도 했다.“(이)벼리는 전공자는 아닌데 신기하게도 성악쪽으로 타고난 게 굉장히 많아요. ‘팬텀싱어’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제가 5, 6년 연구해서 겨우 얻는 작은 포인트들을 쓰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짱돌’ 같은 소리를 내죠. 그러면서도 굉장히 서정적인 음색을 가졌어요. 박인수 선생님께서 ‘무대가 선생’이라고 하셨는데 벼리가 그래요. 많은 무대를 소화해내며 성장하고 자신의 장점을 더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죠. 기특해요.”◇‘이상하게’ 연이 비껴가는 뮤지컬 “꼭 해보고 싶어요” 테너 김현수(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아무 것도 없는 저를 ‘이상하게’도 윤석화 선생님은 되게 많이 예뻐해 주세요. 결혼식에서 축시도 낭독해 주셨죠.”‘팬텀싱어’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김현수는 2016년 3월과 10월 공연됐던 윤석화의 연극 인생 40주년 기념작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디보의 하루-커튼 뒤 오페라 가수의 하루’(A day of Divo), ‘신데렐로’(Cinderello) 등 컨템포 오페라에 출연했다.벨트라움 뮤직(WeltrauM Music) 대표이자 성악가 그룹 벨트라움(WeltrauM, 김현수·김용호·김재빈·김일훈·김승직·김성호·안세권)의 리더로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주차장 콘서트에 길거리 성악 버스킹도 해보고 짧게 출연이지만 연극도 했었는데 이상하게 뮤지컬만 연이 안닿아요. 사실 뮤지컬 출연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포르테 디 콰트로 활동, (김주택·정필립·손태진·고우림·한태인과 함께 하는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 등이랑 겹쳐서 대부분 고사했지만요. 그 중 고르고 골라 창작뮤지컬 한편에 출연을 확정했었는데 제작 자체가 무산돼 버렸죠.”그의 표현대로 “이상하게 연이 안닿는” 뮤지컬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장르 중 하나다. 팀원인 고훈정의 ‘어쩌면 해피엔딩’ ‘마마돈크라이’ ‘더 데빌’ ‘록키호러쇼’ 등과 ‘카사노바 길들이기’를 함께 했던 테너 정필립의 ‘잭더리퍼’ 등까지 두루 관람했던 김현수는 2005년 처음 접했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그때 공연장이었던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두달 내내 잔여석에서 노래를 듣고 무대를 봤어요. 처음 접한 뮤지컬인데 프랑스어로 부르는 그랭구와르(리샤르 샤레스트)의 ‘대성당의 시대’며 콰지모도(맷 로랑)의 허스키한 ‘춤춰요 에스메랄다’ 등이 너무 멋있었죠. 그때부터 ‘나도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 했어요.”그리곤 “그랭구와르, 콰지모도, 프롤로 신부, 페뷔스 등 ‘노트르담 드 파리’는 어떤 역할로든 해보고 싶다”며 “사실은 ‘어쩌면 해피엔딩’이나 ‘마마돈크라이’의 프로페서 브이 등도 해보고 싶다”고 귀띔하기도 했다.“이상하게 뮤지컬은 연이 자꾸 빗나가요.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아직은 때가 아닌가 봐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3 14: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탱고·발레·재즈의 만남 ‘Minutes: Su Tiempo’ 예술감독 김주원 “인고와 서러움, 그리움…삶의 모든 것”

김주원의 탱고 발레 ‘3 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발레는 인고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예술이에요. 탱고와 재즈는 설움과 그리움 등 한의 정서가 담겨있는 음악이죠. 세 장르는 전혀 다른 듯 하지만 삶의 곡선을 담아낸 깊은 정서와 드라마라는 연결고리로 그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된 김주원의 탱고 발레(Tango Ballet) ‘3 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 프레스콜에서 유명 발레리나이자 예술감독 김주원은 ‘발레과 탱고 그리고 재즈의 만남’에 대해 “상상 이상의 시너지”라고 표현했다.김주원의 탱고 발레 ‘3 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뮤지컬, 연극, 모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의 영역 확장 중인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나선 ‘탱고 발레’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맞춤형 기획 프로그램 ‘컨템포러리S’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다.탱고를 위한 밀롱가 ‘Su Tiempo’(그녀의 시간)를 배경으로 격정적인 춤을 추며 답장도 없는 기다림의 편지를 쓰는 주원(김주원)과 이별을 고하는 가수(웅산) 등의 이야기로 춤과 노래, 라이브 밴드의 연주 등으로 표현된다.발레와 탱고의 닮은 점에 대해서 김주원은 “몸으로 드라마와 음악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많이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탱고는 ‘하나의 심장과 세개의 다리’라는 표현처럼 파트너십이 정말 중요해요. 발레 역시 토슈즈 위에서 다양한 동작, 테크닉 등을 수행하기 위해선 파트너를 저 자신만큼 믿어야하죠. 풍부한 표현력, 파트너와 추는 춤이라는 점에서 두 장르는 정말 많이 닮아있어요.”김주원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 국립발레단 출신의 발레리노 윤전일·강준하, 탱고밴드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피아노·아코디언)가 이끄는 박윤우(기타), 강호선(바이올린), 최인환(콘트라베이스) 콰르텟 그리고 재즈 보컬리스트 유사랑, 웅산 등이 함께 한다.프레스콜에서는 김주원·이영철이 선사하는 ‘Priavera Porten’ ‘Adios Nonino’, 강준하·윤전일의 남성 듀오 춤 ‘Tu Carta’, 강준하의 춤에 맞춰 유사랑이 노래하는 ‘Yo Soy Maria’ 그리고 웅산의 ‘Historia de Un Amor’ 등 6개 장면을 시연했다.김주원은 수많은 장르 중 탱고인 이유에 대해 “중학교 때부터 탱고 음악을 좋아했다”며 “탱고의 발레화에 관심이 많아 국내에서 탱고를 배운 적도 있다. 국립발레단에 있을 때는 신무섭 안무가의 탱고발레 갈라 무대에 선 적도 있다”고 전했다.김주원의 탱고 발레 ‘3 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아르헨티나에 1년 정도 살면서 탱고 춤을 배우고 정통 탱고의 정서를 배우고 싶기도 했어요. 탱고는 만남부터 이별까지 삶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음악이죠. 이민자들의 설움과 슬픔이 담겨 있는 ‘한’이 느껴져 매력적이에요.”이어 탱고와 발레, 재즈가 어우러지는 ‘3 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에 대해 “라이브 밴드의 탱고음악에 맞춘 춤을 감상하고 재즈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사랑과 헤어짐, 그리움 등 인생의 시간이 담긴 밀롱가 ‘Su tiemop 그녀의 시간’에서 작품 속 주원이 위로를 받은 것처럼 관객분들도 밀롱가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춤과 음악, 노래로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1 20: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로미오와 줄리엣’에 빗댄 소년들의 성장극, 눈부셔야할 그들의 연대…연극 ‘알앤제이’

연극 ‘알앤제이’(사진제공=쇼노트)“지난해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정성들여 준비해 관객들을 만난 초연에서 크게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걸 지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10일 거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연극 ‘알앤제이’(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은 1년만에 돌아온 극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연극 ‘알앤제이’ 김동연 연출(사진제공=쇼노트)조 칼라코(Jeo Calarco)의 연극 ‘알앤제이’는 엄격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으로 풀어내면서 자유에 대해 갈망을 깨닫는 소년들의 성장극이다. 보수적인 가톨릭학교의 학생 1(기세중·박정복·지일주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 2(강영석·강찬·홍승안), 3(손유동·강기둥), 4(송광일·오정택)가 엮어가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극 중 뉴욕 역사상 최장기 공연된 작품이다.지난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구텐버그’ ‘킹키부츠’ ‘신과함께-죽음편’ 등과 연극 ‘프라이드’ ‘엠 버터플라이’ ‘햄릿-더 플레이’ 등의 김동연 연출과 ‘국경의 남쪽’ ‘심야식당’ 등의 정영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초연됐다.올해는 학생 3의 손유동, 4의 송광일을 제외하고는 새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기도 했다.김동연 연출은 “새 배우들과 이야기해야하고 ‘알앤제이’에 배우들이 가진 개성과 해석으로 담아내야 해서 새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큰 틀에서 처음 준비한 의미와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 새 배우들이 스스로의 해석을 잘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연극 ‘알앤제이’ 학생 1 역의 기세중(왼쪽부터), 지일주, 박정복(사진제공=쇼노트)“학생과 학생들이 풀어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속 캐릭터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학생 1로 출연 중인 기세중의 말처럼 ‘알앤제이’는 학생과 로미오·줄리엣·벤볼리오·머큐쇼·티볼트·유모·캐플렛 부인 등 배역, 배우 스스로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 그리고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언어의 구현이 관건인 작품이다.“학생 1이 로미오를 어떻게 연기하는지, 왜 그렇게 연기하지 그리고 2막에서 줄리엣이 죽고 나서는 로미오 보다는 학생 1이 무슨 생각을 할까가 더 고민됐어요. 학생으로 연기하고 있는 건지, 로미오로 연기하고 있는지…둘의 비슷한 부분, 모호해지는 선과 적정 수준을 찾는 데 제일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연극 ‘알앤제이’ 학생 2 역의 홍승안(왼쪽부터), 강찬, 강영석(사진제공=쇼노트)학생 2 역에 새로 합류한 홍승안·강영석 역시 학생과 ‘로미오와 줄리엣’ 캐릭터 사이에서의 균형잡기와 더불어 시적인 대사 숙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홍승안은 “셰익스피어의 말들이다 보닌 워낙 시 같았다. 문장형식이 평소 쓰지 않는 단어와 어휘로 이뤄져 있어서 아름다우면서도 어려웠다”고 전했다.“이해하고 입밖으로 꺼내는 데까지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의 말을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작품이에요. 그것을 해나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이렇게 털어놓는 홍승안과 더불어 강영석 역시 “대사가 일상적이지 않아서 외우는데 다들 오래 걸렸다”며 “2막이 시작되고 로미오가 추방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학생2가 연기하는 줄리엣, 격정적인 움직임, 감정, 고전 언어 등을 사용하는 줄리엣에 몰입하는 학생 2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학생 3 역의 강기둥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적 대사들이 학생의 마음을 넣어 발현됐을 때 아름답고 쉽게 접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배우들에게 어려운 숙제인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언어,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 잡기는 연극 ‘알앤제이’의 매력이기도 하다. 학생 1 역의 지일주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학생들이 가진 중의적 감정이 흥미로웠다”며 “학생 1, 2로서인가 로미오와 줄리엣로서의 감정인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큰 공연”이라고 설명했다.◇네명의 학생들, 돋보여야할 그들의 연대연극 ‘알앤제이’ 학생 3 역의 손유동(왼쪽부터)·강기둥, 학생 4 오정택·송광일(사진제공=쇼노트)“(저를 비롯해) 5명의 배우가 ‘보도지침’을 함께 했지만 이를 별개로 (‘알앤제이’) 배우들 모두와 호흡이 좋아요.”학생 1과 로미오를 오가는 박정복은 전작인 ‘보도지침’을 함께 한 손유동·오정택·강기둥·기세중과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땀을 흘리다 보니 돈독해지기도 하고 으쌰으쌰 하게 되는 면도 있고 내적인 얘기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그의 말처럼 ‘알앤제이’는 의자·책상 등으로 꾸린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를 오가는 배우들의 땀과 잘 맞아 들어가는 호흡으로 완성되는 극이다. 배우들은 이를 연극 ‘알앤제이’의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학생 4로 분하고 있는 송광일은 “학생들이 변화하는 과정, 배우로서도, 학생으로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접하고 외형과 형식에 집중하며 겉핥기 식으로 다루다가 점점 매력에 빠져들어 맞는 변화가 매력”이라고 전했다.연극 ‘알앤제이’ 학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학생 4 역의 송광일, 학생 3 손유동, 학생 2 홍승안·강영석, 학생 1 지일주·박정복·기세중, 학생 2 강찬, 학생 3 강기둥, 학생 4 오정택(사진제공=쇼노트)초연부터 재연까지 학생 3을 연기 중인 손유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과 처음 느낀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 그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학생 4 역의 오정택도 “네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일들을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매력”이라며 “성장까진 아니어도 감정을 공유하는 자체가 큰 매력”이라고 동의를 표했다.학생 2 역의 강찬은 “극 중 극으로 여러 인물을 연기하다가 동화돼 자연스레 학생으로서의 감정이 녹아드는 과정이 재밌다”고, 학생 1 역의 기세중은 “학생 4명이 정말 열정적으로 땀 흘려 하는 것이 매력이다. 순수하게 접근하기 시작해 자기 자신으로 끝나는 데서 오는 매력이 크다”고 전했다.학생 2 강영석과 학생 1 박정복은 무대와 연출에 대한 매력을 전했다. 강영석은 “의자와 책상으로만 구린 무대, 관객이자 연출인 학생들이 끌어가는 연출이 볼만하다”며 “특히 붉은 천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정복은 “무대석이 마련된 것 역시 ‘알앤제이’의 매력”이라며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형식의 극 자체가 새롭다”고 덧붙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1 14: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브레히트와 바일, 자본주의의 폐부를 찌르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서푼짜리 오페라’(Dreigroschenoper), ‘베를린 레퀴엠’(Das Berliner Requiem), ‘일곱 가지 죽을 죄’(Die Siebenn Todsunden) 등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첫 번째 콤비작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7월 11~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한국에서 초연된다.  1927년 브레히트의 ‘가정 기도서’에서 추려낸 5편의 시에 바일이 곡을 붙인 20분짜리 ‘작은 마하고니’의 성공으로 수정과 개작을 반복하며 완성된 ‘마하고니의 번영과 몰락’은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을 바탕으로 꾸린 최초의 오페라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20분짜리 ‘작은 마하고니’를 거쳐 1930년 3월 9일 라이프치히의 노이에스 테아터에서 초연되던 당시에도 파격이었고 히틀러 군단의 핍박으로 고난을 겪었던 작품이기도 하다.유쾌하지만 어딘가 기괴한 웃음,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정신, 기존의 형식에 대한 파괴 본능 등으로 무장하고 폐부를 찌르는 극작가 브레히트. 유대 교회전통 속에서 성장하며 독일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끼며 ‘반(反) 바그너’를 주창했던 작곡가 바일. 두 사람 특유의 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이번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급격한 산업화로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원작의 배경을 자본주의가 갓 태동한 시기로 거슬러 오른다. 흑백의 모노톤, 직선과 사각형으로 이뤄진 무대,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극들이 무대 위에 형상화된다.위스키가 너무 싸서, 너무 평온해서 이상한 마하고니에는 행복하면서도 욕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득하다.사기죄로 수배 중인 이들이 건설한 이 도시에 알래스카에서 벌목공으로 7년간 사투를 벌이며 큰돈을 번 지미·잭·빌리·조, 네 친구가 도착한다. 추위와의 사투 끝에 살아남아 마하고니에서 사랑하는 제니를 만난 지미를 비롯한 친구들은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는 희망과 뭔가 이상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마하고니로 향하는 허리케인의 공포, 죽음의 직전에서 살아남은 네 친구와 마하고니 사람들은 모든 금지된 것들을 벗어던지고 ‘네 맘대로 해!’를 외친다.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마음껏 먹고 여자들과 놀고 권투를 즐기고 술을 마시는 것이 기본 규칙이 돼버린 마하고니 사람들. 그들에게 스스로 택한 대로 살아가기, 남을 짓밟고 오르기, 두려워 말고 꿋꿋이 버티기 등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자본주의를 향한 신랄한 비판은 현대무용, 흰 박스와 그림자, LED를 감각적으로 배치한 모던한 무대, 픽셸아트, 이퀄라이저, 17세기 궁정스타일의 의상 등으로 구현된다. ‘돈 있으면 섹시하다’는 정의처럼 돈에 모든 것을 걸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던 마하고니의 지미와 친구들의 결말은 그야말로 ‘브레히트의 부조리극’답다.  너무 많이 먹어서, 상대도 안되는 강자와의 권투경기로 친구들을 잃은 지미는 허리케인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고, 질 것이 뻔한 친구에게 배팅해 살인을 방조했다고, 여자를 유혹했다고 규류 2일부터 10년형 등을 선고받다. 하지만 정작 그를 사형으로 내몬 죄목은 무일푼이다.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돈이 없어 위스키 3병과 망가뜨린 커튼봉 값을 내지 않은 것이 죽을 죄가 되는 도시의 비극은 지금 시대에서도 종종 목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 맘대로 해!”부터 “돈으로 산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니었고 돈으로 산 자유도 자유가 아니었다”는 깨달음까지의 여정이 남일 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오페라와 현대무용의 묘한 부조화, 계륵처럼 느껴지는 엔딩,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여성 캐릭터들 등이 아쉬움을 남기긴 한다. 하지만 브레히트가 사회 부조리에 겨누는 칼끝은 여전히 날카롭고 음악적 도발로 브레히트의 낯섦을 한껏 끌어올리는 바일의 음악어법은 섬세하면서도 다채롭다.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의 지휘자 다비드 레일랑, 총연출 안무 안성수(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다비드 레일랑(David Reiland)이 지휘자로,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총연출과 안무가로 극을 꾸렸다. 지미 마호니는 미하엘 쾨니히(Michael Konig)와 국윤종, 그와 사랑에 빠지는 마하고니의 사창가 여인 제니 스미스는 바네사 고이코엑사(Vanessa Goikoetxea)와 장유리가 더블 캐스팅됐다.  더불어 마하고니를 설립하는 사기꾼들인 레오카디아 베그빅·트리니티 모세·패티는 각각 백재은·박기현·구태환, 지미의 알래스카 동지들인 빌·잭·조는 나유창·민경환·이두영이 연기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1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충무로영화제로'로 가기 위한 숨 고르기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사진제공=영화제 사무국)2015년 프리 페스티벌을 포함해 다섯 번째 행사를 시작하는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7월 10~13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중극장 블랙·소극장 블루)가 변화에 나섰다.  중구청에 속한 중구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고 중구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영화제는 구청장이 바뀌면서 예산이 재편되고 문화정책 방향의 전환과 기획의도·행사 정체성의 변화를 준비 중이다. 이에 ‘뮤지컬영화’라는 장르에 오롯이 방점을 찍었던 영화제는 5년차 행사를 ‘충무로영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설정했다.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포스터(사진제공=영화제포스터)충무로뮤지컬영화제 관계자는 “내년에는 ‘뮤지컬’이라는 이름을 안 쓰게 될 것 같다”며 “올해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폭넓은 영화를 다채롭게 수용하는 영화제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영화계에 ‘충무로’는 독창적이고 상징적인(Initiative) 이름”이라며 “뮤지컬영화를 중심으로 한 장르영화제로 가져가기 보다는 그 ‘충무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확장된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4회 영화제는 한국영화 100주년과 ‘충무로’에 집중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명동 등에서 진행되던 야외행사는 사라지고 영화 상영은 충무아트센터로 일원화한다. 영화제 알리기도 SNS와 영상을 십분 활용해 트레일러, 침프TV 등을 유튜브, 네이버TV 등의 플랫폼에 공개하며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변화를 꾀했다. 그 변화 의지는 ‘더 쇼’ ‘클래식’ ‘싱어롱 침프’ ‘충무로 리와인드’ ‘탤런트 MM’ ‘포럼 MM’ ‘뮤지컬 단편 영화 공모전’ ‘교복 입은 예술가’ 등 섹션 곳곳에서도 감지된다.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는 작품과 포럼의 주제도 지난 5년을 되돌아보고 변화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간 필름 유실로 볼 수 없었던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한다. 더불어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 2에 출연 중이고 8월 16일 뮤지컬 ‘헤드윅’을 준비하고 있는 오만석의 사회로 진행되는 10일 개막식에서는 2017년 첫 선을 보인 서병구 안무가의 ‘올 댓 포시’(All That Fosse)를 앙코르 공연한다.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오발탄’(사진제공=영화제 사무국)개막작 ‘오발탄’은 영화제 관계자의 강력추천작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을 돌아보기 위한 선택이다. 이범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충치를 뽑을 여유도 없을 정도로 가난한 가장 송철호(김진규), 치매 노모,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문정숙), 동생 영호(최무룡)와 명숙, 민호 등 녹록치 않은 삶을 다룬 부조리극이다.‘오발탄’은 한국영화 걸작을 꼽는 설문에서 늘 1위를 차지했던 작품이다. 그간 필름 유실로 볼 수 없었던 ‘오발탄’은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된 필름의 존재가 확인돼 2015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했다. 그렇게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오발탄’은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서 조윤성 음악감독이 작·편곡한 풀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KBS 성우극회원들의 목소리로 재탄생된다.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폐막작 ‘스위티 채리티’(사진제공=영화제 사무국)‘올 댓 포시’는 뮤지컬영화 ‘캬바레’(1972),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1975), ‘달콤한 자선’(1966), ‘피핀’(1972) 그리고 1980년 제3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올 댓 재즈’(1979) 등으로 유명한 밥 포시(Bob Fosse) 대표 안무를 재구성한 댄스컬이다. 폐막작 역시 팝 포시 감독의 1969년작 ‘스위트 채리티’(Sweet Charity)다. 1966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던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화한 작품으로 댄스홀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다정하고 상냥한 채리티의 꿈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대해 다룬다.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신작 '카나리아'(사진제공=영화제 사무국)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라라랜드’ ‘오즈의 마법사’ ‘빌리 엘리어트’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콘서트’ 등 5년에 걸쳐 충무로뮤지컬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뮤지컬영화들이 재상영된다. 더불어 신작 ‘카나리아’(Kanarie)와 ‘포에버 유’(Un‘avventura) 두편을 선보이기도 한다.‘카나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안 올와겐(Christiaan OLWAGEN) 감독의 2018년작이다. 흑인 차별, 반공정책, 전쟁 등으로 억압되고 불안한 사회, 군합창단 소속 게이 청년이 겪는 고뇌 등이 멘델스존과 벨리니 음악에 실린다.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신작 '포 에버 유'(사진제공=영화제 사무국)또 다른 신작 ‘포에버 유는 이탈리아 마르코 다니엘리(Marco DANIELI) 감독작으로 197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사랑하는 연인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따른다. 이탈리아의 국민가수 루치오 바티스티이의 히트곡 ’모험‘(Un’avventura)에서 영감을 받아 주크박스 뮤지컬로 완성된 멜로드라마다. 13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김홍준 예술감독의 진행으로 열릴 ‘포럼 MM’(Furum MM)에서는 ‘새롭고 확장된 영화제를 위하여’(Beyond CHIMFF, A New Horizon)라는 주제로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성장과 확장에 대해 토론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10 0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제13회 딤프 Pick ⑨] 이보다 사랑스러울 순 없다! ‘웨딩싱어’ ‘테비예와 딸들’의 ‘실버 캐릭터’들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웨딩싱어’의 로지 할머니(왼쪽)와 ‘테비예와 딸들’의 아버지 테비예(사진제공=딤프 사무국)8일 막을 내린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개·폐막작 ‘웨딩싱어’(Wedding Singer)와 ‘테비예와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은 ‘결혼’이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사랑스러운 혹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실버 캐릭터’로 관객들을 위로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웨딩싱어’의 로지(샌드라 드킨슨) 할머니와 ‘테비예와 딸들’의 테비예(드미트리 이바노프) 선생이 그 주인공. 두 ‘실버 캐릭터’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에게 유쾌하게 그리고 따듯하게 조언과 위로를 건넨다. 이 두 사람이 속한 작품들은 제13회 딤프 어워즈에서 각각 대상(웨딩싱어)과 남우주연상(드미트리 이바노프)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웨딩싱어’의 로지 할머니(사진제공=딤프 사무국)1985년 미국 뉴저지를 배경으로 록스타를 꿈꿨지만 잘 나가는 웨딩 싱어로 살고 있는 로비 하트(샘 페리데이)와 부자 약혼자 글렌(조반니 스파노)으로 인해 상처받은 웨이트리스 줄리아 설리번(캐시 컴프턴)의 발랄한 로맨스를 담은 ‘웨딩싱어’의 로지는 로비의 할머니다.치매를 앓고 있는 로지 할머니는 로비의 결혼선물로 러브호텔의 회전침대를 선물하는가 하면 꽃무늬 점프수트, 스팽글 운동화 차림으로 전자기타를 퉁기는 등 시종일관 발랄한 소녀감성을 발산한다.로비가 약혼녀 린다(대니엘 록우드)에게 버림받고 휘청거릴 때 추스를 수 있게 다독이고 줄리아에 대한 감정을 키우며 부자가 되겠다고 연적인 글렌을 무작정 따를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 역시 로지다.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테비예와 딸들’의 아버지 테비예(왼쪽)(사진제공=딤프 사무국)슬럼 알레이쳄(Sholem Aleichem)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 리비노비치(Sholem Rabinovitsh)의 자전적 소설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을 바탕으로 한 ‘테비예와 딸들’의 테비예 선생은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20세기 초 아나테프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유대인 우유배달부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엇나가는 딸들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아버지다.자신 또래의 부자인 정육점 주인 라자르 볼프(일리아 주에프)와 결혼시키려던 장녀 짜이틀(타티아나 레미조바)은 가난한 양복점 직공을 사랑한다 아우성이다.짜이틀 뿐 아니다. 둘째 딸 호들(타티아나 스톨보브스카이아)은 체제에 반기를 든 혁명가 페리치크(비탈리 셀리우코프)와, 셋째 딸 하바(빅토리아 갈트세바)는 기독교인인 러시아 남자 피예드카(미하일 리아민)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유태인 전통을 지키려는 고집불통 테비예는 딸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귀신놀음까지 벌이며 아내 골데(라리사 시브코바)를 설득하는가 하면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일하는 딸과 사위에 연민을 표하기도 한다.전통과 변화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격동기를 관통하는 자식들과 그 시대 젊은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보듬는다. 딸들과 그의 배우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사랑과 응원을 보내는 테비예는 힘겨운 시대를 관통하는 이 시대의 자식들에게마저 든든한 위안을 전한다.로지 할머니가 로비와 줄리아의 방황과 성장에 유쾌한 응원을 보낸다면 아버지 테비예는 자식들을 소유물로 여기며 이래라 저래라 할 것처럼 굴지만 결국 딸들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어른들이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9 22:34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제13회 딤프 Pick ⑧] 폐막작 러시아 뮤지컬 ‘테비예와 딸들’의 나무…사람 그 자체, 그들의 삶 그리고 시간의 흐름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폐막작 ‘테비예와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은 가장 ‘딤프다운’ 작품 중 하나다.  좀체 볼 수 없는 러시아 특유의 색으로 무장한 유태인 민속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는가 하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이라는 제목의 영화, 뮤지컬 등으로 변주돼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슬럼 알레이쳄(Sholem Aleichem)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 리비노비치(Sholem Rabinovitsh)가 발표한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20세기 초 아나테프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유대인 우유배달부 테비예(드미트리 이바노프)의 사랑 충만한 가족 이야기로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자신들의 사랑, 신념 등을 지키려는 딸들을 통해 전통과 변화가 혼재하고 갈등하는 시대를 빗댄다.제13회 DIMF_폐막작_테비예와 딸들(사진제공=딤프 사무국)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기대며 살아가는,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고난을 감내하며 유쾌한 균형 잡기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테비예와 아내 골데(지나이다 체니크). 하지만 세 딸 짜이틀(타티아나 레미조바), 고들(알렉산드라 카레바), 하바(빅토리아 갈트세바)는 각각 가난한 양복점 직공, 체제에 반기를 든 혁명가, 기독교인인 러시아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결국 딸의 행복을 위해 귀신까지 동원하는 아버지의 깊은 속내, 유태인들의 강제 이주를 종용하는 경찰관(미하일 바소프)마저 ‘인간’임을 간과하지 않는 극 분위기는 푸근하고 인간적지만 그래서 더 안쓰럽고 아프다.사실은 아픈 역사지만 인간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 상징물은 ‘나무’다. 그렇게 무대 위에 즐비하게 선 나무들은 땅을 중시하는 러시아 특유의 정서가 담겼기 때문이다.겨울에 테비예의 아내 골데가 죽고 봄에 짜이틀의 아이가 태어나는 설정이 그 예다.제13회 DIMF_폐막작_테비예와 딸들(사진제공=딤프 사무국)‘테비예와 딸들’의 알렉산드로 필라모노프 연출은 “나무는 시간의 흐름이고 사람의 인생이며 계절”이라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나무로 표현했다. 봄, 여름에 가족이 태어나거나 결혼을 하고 가을, 겨울에는 가족이 죽거나 이별을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땅을 중시하는 러시아, 그 땅에 뿌리 박은 나무는 작은 묘목에서 무성해지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고 낙엽으로 앙상해지는 과정을 정성 들여 살피고 보듬어야하는 사람을 닮았다. 그렇게‘테비예와 딸들’에서 나무는 사람 그 자체이고 그들의 삶이자 전통과 변화의 혼재를 부르는 시간에 흐름이기도 하다.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6 2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제13회 딤프 Pick ⑦] 13세 딤프는 ‘오롯이 나로 서기’ 중! “나는 나, 그걸로 충분해!”

“내 이름은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Maria Ines Calderon), 그걸로 충분해!”13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에 초청된 8개국 23개 작품, 매년 선정하는 4편의 창작지원작 등을 아우르는 메시지는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 중 칼데론(나탈리아 칼데론)이 마지막에 외치는 이 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 칼데로나’는 배우였고 17세기 스페인의 왕 펠리페 4세(파블로 파스)의 연인이었던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의 일대기를 힙합 리듬에 싣는 남녀 2인극이다. 랩과 아르디 하이(Hardy Jay)의 디제잉에 웃음과 슬픔이 실리는 작품 속에는 칼데론 뿐 아니라 이사벨 여왕, 수녀원으로 숨어 든 수련 수녀 등 ‘여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취급과 평가를 받았던 이들이 등장한다.스페인 힙합뮤지컬 ‘라 칼데로나’(사진제공=딤프 사무국)오롯이 나로 서기를 위한 고군분투.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누군가 사랑을 갈구해도,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그 아이들이 채 1년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도 무조건 ‘여자’여서 잘못이고 조롱거리가 됐던 여자들의 시대. ‘라 칼데로나’의 17세 스페인이나 진정한 나를 스스로도 인정하기 힘든 지금의 시대나 “그저 나, 그걸로 됐다”는 말보다 더 큰 위안은 없다.한중 합작 뮤지컬 ‘청춘’은 아예 이름을 바꿔 살아가는 두 친구의 10년을 따른다. ‘청춘’은 치기 어렸던 시절의 선택으로 10년을 괴로워하며 흘려보낸 이들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누리는 ‘호사’ 혹은 ‘보은’이었지만 누군가에겐 희생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죄책감이었던 시절에 대한 위안이다.한중합작 뮤지컬 ‘청춘’(사진제공=딤프 사무국)대도시 대학에 갈 점수를 얻고도 ‘보은’으로 자신의 이름을 형제같은 친구에게 기꺼이 양보한 장이바오(순바오). 원래는 정즈쉬엔(첸하이루이)이지만 ‘장이바오’라는 이름으로 대도시 상하이의 대학에 입학해 꽤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남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누리는 ‘호사’, 보은에 대한 혼돈과 자기 정체성의 균열, 죄책감 등으로 10년을 흘려보내고서야 진짜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창작지원작은 4편 중 3편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를 전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살아가던 규진(서형훈)과 그 아내에 커스터마이징한 인공지능(AI) 로봇 미나(서찬양)의 이야기를 다룬 ‘유앤잇’(YouIt)이 그렇고 시한부로 죽어가는 이웃 아저씨(김지훈)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소설가 캐빈(심규현)의 ‘톰 아저씨’가 그렇다.제13회 딤프 창작지원작들도 ‘오롯이 나로 서기’의 가치를 전한다. 위부터 ‘유앤잇’ ‘톰 아저씨’ ‘윤아를 소개합니다’(사진제공=딤프사무국)잘 나가는 이혼전문 변호사이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로 꽤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29세 여자의 자아 찾기 여정을 그린 ‘윤아를 소개합니다’ 역시 그렇다.4차산업혁명 시대의 동반자가 아닌 소유물 혹은 인간에 속한 개체라는, AI에 대한 태도가 아쉬웠던 ‘유앤잇’의 규진은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는 그것 미나에 혼돈을 느낀다.그런 규진에 죽은 아내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랑받고 싶어진 미나는 고통과 아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캐릭터 간 개연성과 반전을 위한 반전,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 스토리라인이 아쉬움을 남긴 ‘톰 아저씨’는 다른 이의 재능으로 부와 명성을 누리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소설가의 이야기다.‘콘서트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했던 ‘윤아를 소개합니다’는 성공을 내달리기만 하는 주인공과 출생의 비밀, 결혼을 앞둔 약혼자의 비밀,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는 소꼽친구 형빈(고승형) 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녹록치 않은 삶, 결핍을 채우기 위한 내달림으로 스스로를 잃고 살아가던 윤아가 18세의 윤아(류지은)를 만나면서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이대로 좀 지켜보자”는 윤아의 마지막 결정으로 선택은, 삶은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일깨우기도 한다.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6 20:00 허미선 기자

[Culture Box]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전시 ‘보헤미안랩소디’ 외

뮤지컬 ‘사의찬미’(7월 6~10월 20일 대학로 TOM(티오엠) 1관)1926년 8월 4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현해탄에 몸을 던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천재 극작가이자 신극 운동의 창시자 김우진이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에 오를 때부터 투신까지 5시간의 행적을 따른다. 윤심덕과 김우진 그리고 두 사람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사내가 풀어가는 심리극이다.‘더 캐슬’ ‘랭보’ ‘아트’ ‘배니싱’ 등의 연출이자 ‘햄릿: 얼라이브’ 작사가·각색가, ‘어쩌면 해피엔딩’의 배우이기도 한 성종완 작·연출작으로 ‘파가니니’ ‘1446’ 등의 김은영 작곡가이자 연출이 힘을 보탰다.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돼 2014년까지 공연됐고 2015년 ‘사의찬미’로 제목을 바꿔 개막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다섯 번째 시즌에는 이전에 함께 했던 배우들과 새로운 캐스트들이 고루 포진했다.지난 시즌까지 김우진을 연기했던 정문성·정동화·김경수, 윤심덕 안유진·최연우·최수진, 사내 정민·김종구가 다시 함께 하며 주민진, 정연, 김재범·에녹이 각각 김우진, 윤심덕, 사내로 새로 합류했다.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7월 6~9월 1일 예스24스테이지 1관)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페리그리노 투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 마나롤라를 배경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줄 모르는 천재 괴짜 발명가 투리와 작가 지망생 캐롤리나,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 도미니코가 엮어가는 로맨스다.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이상한 발병품만 만들며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투리, 소설을 쓰기 위개 고군분투 중인 캐롤리나, 상업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주변의 비난으로 고독한 도미니코가 저마다의 세상에서 한발 내딛는 성장극이기도 하다.2017년 창의인재 동반사업 쇼케이스 ‘데뷔를 대비하라’ 선정작으로 김한솔 작·작사, 김치영 작곡했다. ‘엘리펀트송’ ‘올드위키드송’ ‘미드나잇’ ‘데스트랩’ ‘돌아서서 떠나라’ ‘광염소나타’ 등의 김지호 연출과 ‘스모크’ ‘인터뷰’ ‘더 캐슬’ ‘루드윅: 더 피아노’ ‘친정엄마’ 등의 허수현 음악감독이 힘을 보탰다.투리 역에는 강필석·윤소호·정동화·정욱진(이하 가나다 순)이 캐스팅됐고 캐롤리나는 강혜인·서혜원·이봄소리·이정화, 도미니코는 백승렬·에녹·이용규·임별·정상윤이 번갈아 연기한다.뮤지컬 ‘구내과병원’(7월 5~9월 1일 예스24스테이지 3관) 뮤지컬 ‘구내과병원’(사진제공=창작하는공간)죽은 이들을 치료하는 구내과병원의 구지웅 원장과 우연히 그 비밀을 알게 된 의대생 장기준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힐링극. 2019 스토리움 매칭 콘텐츠 제작지원 선정작으로 뮤지컬 ‘니진스키’의 신예 김정민 작가와 성찬경 작곡가 콤비의 두 번째 신작으로 ‘카라마조프’ ‘안녕! 유에프오’ ‘폴’ ‘안녕 크로아티아’ 등의 허연정 연출이 함께 한다.귀신을 치료하는 미스터리한 병원장 구지웅 역에는 ‘이블데드’ ‘B클래스’ ‘트레이스 유’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김대현과 ‘빨래’ ‘판’ ‘그 여름, 동물원’ ‘톡톡’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등의 유제윤이 더블캐스팅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할머니를 돌보다 구내과병원에 들어가게 되는 의대생 장기준은 ‘전설의 리틀농구단’ ‘더 픽션’ ‘무한동력’ 등의 안지환과 ‘구내과병원’으로 데뷔하는 주하진이 번갈아 연기한다.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연습현장(사진제공=에스에이지레이블)더불어 카리스마 간호사 마영숙 역에는 김아영과 김국희, 그레이 로맨스의 주인공 김철수는 원종환과 조훈, 기준의 할머니 윤명희는 김수현, 이세령 등이 힘을 보탠다.연극 ‘에브리 원츠 힘 데드’(Everybody Wants Him Dead 7월 9~9월 29일 드림아트센터 1관)2016년 ‘큐’(Q)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던 작품. 현 사회에서도 난무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강력범죄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심리극으로 저마다의 ‘정의’를 외치지만 결국 ‘파워게임’을 펼치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악역이다.전대미문의 잔혹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살인마, 그가 체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체포된 살인마를 이슈화시키려는 스타 PD, 뇌물에 눈이 먼 교도소장, 명예욕으로 들끓는 대한민국 특급검사가 최초의 라이브 리얼리티 방송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엎치락 뒤치락 파워게임을 담고 있다.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 구성에 CCTV 설치로 무대 사각지대까지가 중계된다. 공연현장과 중계화면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프로듀서 역에는 임병근·장지후·정성일, 50명의 아동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싱페이에는 백형훈·송유택·정인지, 최연소 천재검사로 국민영웅을 꿈꾸는 이지환에는 이형훈·조원석·조풍래, 교도소장 역에는 김대곤·김준겸·조찬희가 트리플캐스팅됐다.음악극 ‘섬: 1933~2019’(7월 5~21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음악극 ‘섬: 1933~2019’(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소록도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삶을 중심으로 1933년 소록도부터 2019년 서울까지 3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 ‘비’(BEA), ‘베르나르다 알바’ ‘차미’ 등을 개발한 우란문화재단의 목소리 프로젝트 2탄이다.목소리 프로젝트는 ‘로기수’의 대본 집필, ‘만추’ 각색, ‘미아 파밀이아’의 연출인 장우성 작가와 ‘사춘기’ ‘안녕! 유에프오’ ‘카라마조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오만과 편견‘ 등의 박소영 연출, ’레드북‘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이선영 작곡가가 의기투합한 작업이다.우리가 기억해야할 실존 인물들의 목소리를 무대화하는 작업으로 ‘섬: 1933~2019’는 지난해 전태일 열사의 수기와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 ‘태일’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문헌과 소록도 주민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1966년부터 40여년간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했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연결고리로 1930년대 소록도로 강제이주당한 한센인들, 스스로 ‘장애도’라는 섬에 고립된 2019년 서울의 발달장애아동 가족들을 아우른다.퀸 월드투어 전시 ‘보헤미안랩소디’展(사진제공=엠미디어웍스)정운선과 백은혜가 각각 마가렛과 마리안느 그리고 1930년대의 한센인 백수선과 2019년 발달장애아동의 엄마 고지선을 연기한다. 이들 외에 권동호, 김대웅, 박란주, 신창주, 이선근 등이 세월과 공간을 오가며 30여명의 목소리를 전한다.퀸 월드투어 전시 ‘보헤미안랩소디’展(7월 7~10월 6일 아라아트센터)데뷔 46주년을 맞은 퀸의 음악을 이미지와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퀸 월드투어 전시. 퀸의 매니지먼트사 퀸 프로덕션(QUEEN Productions LTD.)과 머큐리 피닉스 재단(The Mercury Phoenix Trust)이 공동 기획해 전세계 최초로 한국 관람객을 만난다.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역사가 담긴 소장품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알려진 다양한 에피소드를 재해석한 현대미술 작품 등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다.전시는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 ‘라디오 가가’ 등 퀸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8개의 아트존으로 구성된다.프레디 머큐리의 실제 의상, 자필노트, 악기, 앨범 등 희귀 소장품을 비롯해 구현주, 김형규, 김물길, 서정원, 지알원(GR1), 최은정 등과 영국 퍼포먼스 아티스트 잭 코울터 등 7명이 재해석한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지하 4층에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클라이막스인 20분 가량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장면이 재생돼 감동을 전한다. 전시 기간 동안 퀸 멤버들을 비롯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출연자들, 매니저, 소속사 대표 짐 비치 등의 내한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6 14: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제13회 딤프 Pick ⑥] 아버지의 아이돌 ‘이브 몽땅’을 노래하다! 엘렌 아르덴 “감격 그 자체”

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저희 아버지가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열혈팬이셨어요. 아버지의 아이돌이었다고 할까요. 어려서부터 그의 노래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배우이자 작가이기도 한 엘렌 아르덴(Helene Arden, 이하 엘렌)은 “왜 이브 몽땅이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이브 몽땅은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샹송가수이자 배우로 한국에서도 ‘고엽’ ‘장미빛 인생’ ‘루나파크’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뮤지컬 ‘이브 몽땅’은 그의 누나이자 헤어 디자이너 리디아가 회상하는 이브 몽땅 이야기다. 엘렌 아르덴이 2011년 대본을 집필하고 2012년 초연돼 250회에 걸쳐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작품이다.엘렌은 리디아로 분하며 마튜 메이에르(Mathieu Meyer)의 피아노 연주와 클레망 가르셍(Clement Garcin)의 기타 선율에 맞춰 이브 몽땅의 노래를 부르고 그의 첫사랑인 에디프 피아프를 연기하는가 하면 아내 시뇨레, 연인 마릴린 먼로로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을 공연 중인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이 작품을 하면서 감명 받는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 최고는 이브 몽땅의 가족을 만난 거죠. 어느 날인가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이브 몽당의 아들이었어요. 극 중 ‘이브도 아빠가 됐어요’의 그 아들, 지금 서른 살이죠. 처음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쓰러질 뻔했어요. 그 분도 울고 저도 울고…정말 감격의 순간이었죠.”◇리디아처럼 “많은 인물에 나를 대입하고 싶었어요”“2011년 (이브 몽땅에 대한) 책을 읽고 대본을 쓰기 시작해 2012년 처음 공연을 했어요. 그 책에서 본 리디아와 이브 몽땅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뮤지컬 ‘이브 몽땅’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엘렌은 “두 사람이 서로를 정말 정말 좋아했다”며 “그런 리디아에 눈길이 갔다”고 털어놓았다.“남매지만 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빅스타고 또 한 사람은 시골의 미용사잖아요. 이브 몽땅이 밥을 먹으러 오는 등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차이점과 교류를 얘기하는 게 참 좋았어요.”그렇게 리디아를 화자로 내세우면서 엘렌은 실화들 중 이브 몽땅의 누나 시각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를 골라 이야기를 완성했고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넘버를 꾸렸다.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이브 몽땅이 깊이 관심을 가졌던 정치에 대한 이야기들, 이브 몽땅의 첫사랑이었지만 리디아의 친구로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에디트 피아프, 아내 시몬느 시뇨르와의 결혼생활 그리고 첫눈에 서로에게 매료됐던 마릴린 먼로 등의 이야기가 ‘고엽’ ‘라비앙 로즈’ ‘루나 파크’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떠나며‘ ’아코디언 연주자‘ 등 이브 몽땅의 주옥같은 곡에 실린다.“정말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죠. 그런 인물을 저에게 대입하고 싶었어요. 나도 스타가 된 것처럼 즐기고 싶었달까요. 저는 뮤지컬 배우를 오래 했어요. 그 동안은 대부분 지루하고 특별할 게 없는 역할들을 연기했죠. 변화무쌍하게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스타가 된 듯한 대리만족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즐기고 싶은 데 초점을 맞춰 대본을 썼죠.”◇가족과 나의 사람들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이브 몽땅’ 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가족, 모두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아버지의 아이돌 ‘이브 몽땅’을 공연하는 엘렌도, 극 중 리디아도 아버지, 남동생, 올케 그리고 친구들을 떠올리곤 한단다. 그리곤 감회에 젖어 “한국에서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얘기를 나누다니…”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한국도, ‘이브 몽땅’의 해외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프랑스 관객들이 받은 감명을 다들 받으시는 것 같아 행복했어요.”이렇게 감회를 전한 엘렌은 “이 작품은 실제하는 일들과 노래들로 이야기와 넘버를 꾸린 리얼리티(Realite) 작품”이라며 “노래는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넘버로 사용한 이브 몽땅의 노래들은 하나도 바꾼 게 없어요. 중간에 ‘고엽’과 ‘라비앙 로즈’만 섞어 부른 것 말고는요. 다만 옛 노래들이다 보니 현대적으로 편곡을 하긴 했어요. 재즈적 감성을 섞었죠.”‘이브 몽땅’은 엘렌을 비롯해 기타리스트 클레망과 피아니스트 마튜가 든든하게 무대를 함께 한다. 클레망은 이브 몽땅을 연기하기도 하는 등 두 연주자들은 관객과 소통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선사하기도 한다.“클레망은 7년, 마튜는 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같이 여행도 다니고 삶의 일부를 공유하면서, 불만이 있을 때는 바로바로 얘기하고 해결해 가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긍정적이고 재밌고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 줄 아는 친구들이죠.”이어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인 엘렌은 “우리 공연은 매회 바뀌며 살아 움직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키타리스트 클레망 가르셍(왼쪽)과 피아니스트 마튜 메이레르(사진제공=딤프 사무국)“대본을 처음 쓸 때와는 물론 바로 어제와도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도입부가 너무 차갑게 느껴질 수 있으니 리디아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입장하기도 하고 원래는 예약전화를 두 번 받았는데 한번으로 줄이면서 템포를 빠르게 하기도 하죠.”엘렌의 말처럼 이번 딤프에서도 프랑스에서와는 다른 버전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원래는 공연시간이 좀 더 길고 관객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귀띔했다.“시몬느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나이 들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에요’라는 장면이 그 예죠. 프랑스에서는 ‘이브와 나는 동갑이지만 내가 그보다 10살 더 늙은 것이나 다름없어요’라는 대사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해요. 딤프에서는 제가 한국어를 못하니 없앴지만 관객들의 대답에 따라 전혀 다른 공연이 되기도 하죠.”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에서 마릴린 먼로를 공연 중인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이브 몽땅’의 첫 해외 공연 “시적 감성이 잘 전달됐기를”“가사나 대사들 대부분이 시를 인용하거나 시적인 은유를 많이 사용했어요. 그래서 그 정서들이 번역으로 제대로 전달됐을지 걱정되고 궁금해요.”이렇게 전한 엘렌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피카르디의 장미’(Roses De Picardie)를 꼽았다.“장미는 저 쪽에 있어요. 그 시절 장미들을 배경 삼아 사랑에 빠진 우리 두 사람 함께 춤을 추었죠.”(Et des roses qu’on trouve la-bas ‘Tous les deux amoureux, nous avons danse’ Sur les roses de ce temps-la)“노래는 아니지만 거의 마지막 ‘학교를 떠나며’와 ‘자전거를 타고’ 사이에 두 소절 정도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이브 보다 일찍 죽은 시몬느의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인데 굉장히 시적인 표현이 사용됐죠.”그리곤 “여자의 삶이 잘 묻어나는 그 장면이 가슴에 와 닿는다”며 연기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캐릭터는 마릴린 먼로”라며 웃었다.“극 중 입고 있는 풀오버(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써서 입는 형식으로 된 스웨터)는 마릴린 먼로의 실제 영화 의상을 이미테이션한 거예요. 파리에서 구한 건데 이미테이션이긴 하지만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고 이 역할이 새삼 재밌게 느껴졌죠.”◇2021년, 이브 몽땅 사후 30주년을 기약하며… 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저에겐 ‘이브 몽땅’과 ‘클로드’(Clodette)라는 두 개의 작품이 있어요. 마치 제 자식들과도 같은 작품이죠.”이제 두살이 된 엘렌의 두 번째 자식(?)인 ‘클로드’는 샹송에 로큰롤, 디스코 등을 접목시킨 프랑스의 가수인 ‘클로드 프랑수아’(Claude Francois)의 이야기다.‘콤 다뷔튀드’(Comme D‘habitude, 1967), ‘르 룅디 오 솔레유’(Le Lundi Au Soleil, 1972), ‘알렉산드리 알렉산드라’(Alexandrie Alexandra, 1978), ‘파스 크 주 템, 모 낭팡’(Parce Que Je T‘aime, Mon Enfant) 등으로 1960~70년대 프랑스에서 사랑받았던 아티스트다. 이중 ‘콤 다뷔튀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히트곡 ‘마이 웨이’, ‘파스 크 주 템, 모 낭팡’은 앨비스 프레슬리의 그 유명한 ‘마이 보이’ 원곡이다.“서른 아홉 살에 감전사로 사망한 어마어마한 스타였어요. 완벽주의자였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죠. 저 역시 가수고 예술가이다 보니 그들의 인생에 관심이 많아요. 예술가들의 인생, 그들에게 얼마나 열정적인 일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하죠.”이브 몽땅, 클로드 프랑수아 등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전한 엘렌은 “프랑스로 돌아가면 겨우 40번밖에 못한 ‘클로드’를 좀 더 공연할 것”이라며 이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작년에는 이브 몽땅 가족들과 특별한 파티를 하면서 굉장히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이브 몽땅’이 언제 또 공연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2021년은 그의 사망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니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5 14: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댄스 플로어 만큼 치열한!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무대 뒤 이야기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백스테이지 투어(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7년만에 4번째 내한 공연입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만을 위해 브랜드 뉴(Brand New)된 버전이죠.”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최된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7월 14일까지) 백스테이지 투어를 이끈 예술감독이지 안무가 피타 로비(Peta Roby)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는 세계적인 제작자 할리 메드카프(Harley Medcalf)가 1999년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왈츠(Waltz), 큅스텝(Quickstep), 삼바(Samba), 자이브(Jive), 탱고(Tango), 폭스트로트(Foxtrot), 차차(Cha Cha), 룸바(Rumba) 등 중세 유럽 왕실의 사교댄스에서 시작된 볼룸댄스(Ballroom Dance) 17개 장르를 바탕으로 현대화하고 스토리텔링했다.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백스테이지 투어(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이날은 오후 3시 마티네 공연을 앞두고 무대 위 만큼이나 치열한 무대 뒤 풍경을 공개했다. 오후 1시 30분 무대에서는 호주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 16 우승자 조지아 프리먼(Jorja Freeman)을 중심으로 워밍업이 진행 중이었다. 피타 로비는 “공연 전 모여 전날 공연에 대한 피드백과 노트로 시작해 웜업을 3, 40분 정도 진행한다”며 “파트너와 함께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600여벌의 의상, 풀지도 못한 여벌의상이 든 10개의 캐리어“여기는 배우들이 쓰는 공간으로 워드롭(Wardrobe)입니다.”무대감독 아이엔 팡(Dine Fang)의 소개에 이어 의상 디자이너 브렛 후퍼(Bret Hooper)는 “여기서 모든 의상 체인지가 이뤄진다. 각 배우마다 의자가 있고 4개의 은색 렉에 의상을 걸어둔다”고 체인지룸에 대해 설명했다.“(이 안에 펼쳐진) 전체의상은 600벌 정도예요. 각 댄서별로 신발은 5켤레 정도죠. 퍼가 달린 의상, 스팽클, 드레스류 등 어떤 춤을 추느냐에 따라 옷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가장 옷을 많이 갈아입는 배우는 로렌 오크레이(Lauren Oakley)예요. 30번 정도를 갈아입죠.”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백스테이지 투어(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이렇게 전한 브렛 후퍼는 “많은 움직임이 있어 매일 세탁을 해야 한다”며 “이에 의상들은 빨래에 용이하도록 탈부착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워낙에 움직임이 많은 공연이다 보니 의상이 찢어지고 망가지는가 하면 힐이 부러지기도 해요. 그래서 로컬(한국) 스태프 두명이 상주하며 매일 8시간 정도 수선과 세탁을 책임지고 있죠. 셔츠 형의 의상이 잘 마르질 않아서 남자 댄서들의 의상은 두 세트를 준비해 번갈아 입고 있어요. 여자 댄서들의 의상은 혹시 망가질 때를 대비해 여벌(스페어)의 옷을 10개의 캐리어에 보관 중이죠.” 댄스뮤지컬 ‘번더플로어’ 백스테이지 투어(사진제공=번더플로어 코리아)이어 “소품들은 댄서들의 움직임에 따라 위치가 결정된다. 모든 소품들은 댄서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직접 관리한다”고 덧붙이 브렛 후퍼는 이미 풀어놓은 600벌 외의 여벌 의상들이 차곡차곡 들어찬 검정색 캐리어들을 열어 보였다.피타 로비에 따르면 이번 내한 공연은 2012년에도 포함됐던 ‘볼룸 비트’(Ballroom Beat), ‘엉 조르노’(Un Giorno), ‘오브젝션 탱고’(Objection Tango), ‘번 포 유’(Burn For You)를 제외한 모든 곡이 새로 추가된 버전이다. 곡과 더불어 바차타 댄스와 탱고 감성이 결합된 키좀바(Kizomba), 살사(Salsa), 브라질 흑인들의 집단무 바투카타(Batucada) 등 댄스 장르도 추가됐다.“1막은 일상적인 삶과 그들이 꾸고 있는 꿈, 찍을 지어 활동하는 댄서들이 어떤 일상을 꾸려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2막은 행복, 슬픔, 열정 등 많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무대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4 14:49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누아르 #재즈넘버 #한국화 #동시대성…뮤지컬 ‘시티오브엔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스캣으로 진행되는 오프닝 넘버(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번역극이고 1989년에 초연됐던 30년 전 작품이어서 시간적 거리와 문화적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이 작품을 해야 하는가가 연출로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고 풀어야할 숙제였죠.”2일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8월 8~10월 20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제작발표회에서 오경택 연출은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오경택 연출(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포시’ ‘바넘’ ‘스위티 채리티’ ‘더라이프’ 등에 참여했던 싱어송라이터 사이 콜먼의 스윙, 재즈, 블루스 풍 넘버로 무장한 작품으로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웨스트엔드, 호주, 일본 등에서 공연됐다.흑백영화가 성행하던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강홍석·최재림, 이하 가나다 순)이 누아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스타인과 그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인 사립탐정 스톤(이지훈·테이)을 중심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스타인의 제작자 버디이자 영화계 거물 어윈 어빙은 정준하·임기홍, 버디 부인 칼 헤이우드와 팜므파탈 어로라 킹슬리는 가희·백주희, 스타인의 여자친구 게비이자 스톤의 헤어진 연인이자 여가수 바비는 방진의·리사, 스타인과 스톤의 비서 도나이자 울리는 김경선·박혜나가 연기한다.‘시티오브엔젤’의 한국화 작업은 ‘레드북’ ‘킬미나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의 오경택 연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래시계’ ‘나빌레라’ ‘생쥐와 인간’ 등의 박해림 작가, ‘영웅’ ‘팬텀’ ‘엘리자벳’ ‘웃는남자’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이 함께 한다.◇한국화와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 누아르 ‘시티오브엔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출연진. 왼쪽부터 스타인 역의 최재림, 스톤 테이·이지훈, 스타인 강홍석(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작품 자체가 영화 세계를 다루고 있고 필름 누아르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필름 누아르는 1930년대 후반부터 50년 초반까지 미국에서 상당히 유행했던 장르로 미국적 정서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오리지널 창작진들이 뮤지컬화를 하면서 전통 누아르적인 요소들을 패러디와 오마주를 통해 블랙 코미디 톤으로 만들었죠. 언어적 유희들이 드라마의 큰 묘미이다 보니 미국적 정서를 한국의 것으로 치환하는 윤색작업에 공을 들였어요.”한국화와 동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전한 오경택 연출은 “누아르는 플롯이나 진행방식, 주인공 및 캐릭터들에 전형적인 면이 많다. 약간의 배열 및 구성 변경이 있었지만 이야기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 김경선(왼쪽)과 리사(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코믹해야하는 부분들은 윤색을 한 박해림 작가와 제가 연습하면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위트 있고 재밌는 표현이지만 한국 정서에 안 맞으면 상의하고 시도하면서 매우 즐겁게 만들고 있죠. 처음 대본을 받고 불편했던 부분은 여성캐릭터였어요. 수동적이고 전형화된 여성캐릭터가 존재해서 어떻게 하면 동시대에 의미있게 재생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이어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위해 주변 모든 인물들을 성적 매력으로 이용하는 팜므파탈의 전형성을 완전히 뒤집고는 흘러갈 수 없는 이야기”라며 “세밀한 지점에서 톤앤매너를 바꾼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 박혜나(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하지만 원래 작품이 가진 코미디적인 측면을 훨씬 보강하고 강조함으로서 이야기를 한발 떨어져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사회의 대변이 아니라 하나의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인물로 보이게 하는 ‘거리 기법’을 사용해 동시대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게 했죠. 음악적인 매력이 덧붙여진 대중적이고 쉬운 스토리로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이같은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주된 캐릭터가 현실과 영화 속에서 비서로 등장하는 도나와 울리다. 이들 캐릭터에 대해 오경택 연출은 “각색이라고 할 정도로 방향을 가장 많이 튼 유일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도나와 울리를 연기하는 박혜나는 “연출님이 처음에는 거의 다르지 않은 캐릭터라고 하셨다”며 “한국화하면서 도나와 울리의 갭을 많이 둬서 차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을 보탰다.이어 “한국정서와 시대에 맞게 도나가 많이 바뀌어서 원작과 차이가 가장 많은 캐릭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이외에 무대도 변주된다. 오경택 연출은 “구조 자체가 시나리오를 써가는 작가 스타인과 그 시나리오 속 주인공 탐정 스톤, 현실과 영화가 교차되고 병치되는 구조”라며 “가장 큰 건 현실은 컬러로, 영화는 흑백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흑백을 절반으로 나눠 쓰는 등 심플한 방법을 썼는데 한국 프로덕션은 영화 필름 롤을 상징하는 회전 원형 무대, 카메라의 이중조리개 등 좀 더 다채롭게 구성할 예정입니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 김문정 음악감독(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재즈넘버, 18인조 빅밴드 무대 위로!“이 작품의 음악적 특성은 빅밴드 위주의 재즈 스타일 넘버입니다. 곡 구성이나 형태가 아닌 연주 스타일에 목적을 두고 있어요. 재즈의 자유로움과 연주자들, 싱어들의 자유로움을 스캣(의미가 없는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재즈 창법)으로 표현했죠.”김문정 음악감독은 ‘시티오브엔젤’의 음악적 특성을 “재즈 스타일 연주와 스캣”이라며 “재즈 풍과 그렇지 않은 곡들로 구성해 흑백, 컬러 등에 적절히 배치한다”고 설명했다.제작발표회에서는 엔젤 김찬례·윤지인·이준성·황두현과 멀티 김연진·이종석, 스윙 안다영·이준영 8명이 선사하는 오프닝 넘버 ‘프롤로그’(Prologue)와 김경선·리사의 ‘왓 유 돈 노 어바웃 우먼’(What You Don’t Know About Women), 최재림의 ‘퍼니’(Funny), 강홍석·테이의 ‘유 아 낫싱 위드아웃 미’(You’re Nothing With Out Me)가 시연됐다.김문정 감독은 “전체 합창이 별로 없는 작품”이라며 “원작에서는 엔젤 4명이 드라마를 이끌어갔는데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멀티 4명을 추가했다”고 전했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사진제공=샘컴퍼니, CJ ENM)“엔젤 4명과 멀티 4명을 뽑는 오디션이 엄청 치열했습니다. 음색은 물론 연주와 가창 스타일을 맞춰야 해서 3, 4차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죠. 빅밴드는 ‘시카고’처럼 무대 위에 올라가는 구성이지만 3시간 내내 노출되는 건 아니에요. 리사·방진의 배우가 연기하는 재즈 여가수 장면에서는 밴드와 함께 라이브 무대를 보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렇게 설명한 김문정 감독은 “재즈의 자유로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어려웠다”며 “그루브는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익숙함으로 몸에 배 있어야 하는 것들이라 배우는 물론 연주자들 섭외와 오디션 과정이 까다로웠다”고 덧붙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2 23:00 허미선 기자

[브릿지포토]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서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및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이날 제작발표회에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최재림, 강홍석, 이지훈, 테이 정준하, 백주희, 가희 등 출연 배우들이 참석해 넘버시연과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했다.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고있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창조한 시나리오 세계 속 주인공 탐정 스톤을 교차하는 극중극이다.다음 달 8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배우 최재림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뮤지컬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배우 강홍석과 가수 테이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뮤지컬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배우 김경선과 가수 리사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뮤지컬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서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및 출연배우들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서 남성출연배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에서 여성출연배우들이 하트를 발사하고 있다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2019-07-02 16:26 이철준 PD 기자

[B그라운드] 사회의 반영, 흥미로운 대본, 한국어 아리아, 웰메이드 음악…그 합은? 오페라 ‘텃밭킬러’

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 땅에 발 딛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구둣방을 옥상까지 끌고 올라간,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오페라 ‘텃밭킬러’(7월 3~6일) 프레스콜에서 장영아 연출은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텃밭킬러’는 서울시오페라단이 2012년부터 시작한 창작워크숍 ‘세종 카메라타’ 개발작으로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열여섯 번의 안녕’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할머니 골륨(신민정·김보혜, 이하 공연일자 순) 입속의 금니 3개가 전재산인 가족, 남의 집 텃밭에서 딴 채소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다.‘텃밭킬러’는 연극 대본을 바탕으로 한국어로 노래하는 성악가를 만날 수 있는 창작오페라로 이경재 예술감독, 안효영 작곡가, 장영아 연출, ‘텍사스 고모’의 윤미현 작가, 정주현 지휘자가 참여했다. 늘 술에 취해 전쟁을 기다리는 진로(장철·김재섭), 결혼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는 청년(석정엽·조철희)과 아가씨(이세희·윤성희), 비싼 점퍼와 포경수술이 전부인 수음(홍종우·도지훈)이 꾸리는 부조리극이다.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패배자의 마음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진로, 결혼을 하고 싶어도 살 집이 없어 못하는 이 시대의 청년 등 특정한 이름이 아닌 상징하는 단어들로 이름을 지었어요.”이렇게 설명한 윤미현 작가는 진로가 전쟁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구조적으로 진로가 새로 시작하거나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며 “그럴 바에는 전쟁으로 너도, 나도 없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진로 역의 장철은 “진로는 이 시대의 제 나이 또래 약자를 대표하는 존재”라며 “구둣방을 20년간 해오면서 온갖 수모를 겪었고 배필도 가난을 못견뎌 집을 나간 후 결국 술에 의존하는 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오페라 ‘텃밭킬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진로는 전쟁을 절대 좋아해서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무서워하죠. 철통같은 구둣방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무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쟁으로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이 다 죽어버리기를 바라기 보다는 그들이 구둣방에 와서 (그곳은 안전하니) 들어가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짓밟고 모욕하는 마음으로 전쟁을 기다리는 사람이죠.”안효영 작곡가는 “한국말로 하는 오페라가 많지 않아서 어려웠다. 한국어의 리듬, 어감, 각각의 정서를 잘 표현해야 인물의 심정을 잘 나타낼 수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전체 음절에 음악을 붙이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오페라들은 전체를 음악으로 꾸리지만 대사가 많은 오페라도 많아요. 이제는 오페라의 외연도 넓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안효영 작곡가의 말에 이경재 예술감독은 “독일 초기의 징슈필(Singspiel, 노래연극) 등 대사가 많은 오페라들도 있다”며 “대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음악으로 이어지게 하는 제안으로 앞으로 오페라가 나아가야할 다양한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2 11:30 허미선 기자

[Pair Play 인터뷰+제13회 딤프 Pick ⑤]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나탈리아 칼데론·파블로 파스 “이 세상 모든 칼데론을 위하여”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파블로 파스(왼쪽)와 나탈리아 칼데론(사진=허미선 기자)“마리아 이네스 칼데론(Maria Ines Calderon)이 17세기 스페인 왕의 여인으로만 평가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에요. 대단한 배우였고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 그 자체였죠.”13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공식초청작인 스페인의 ‘라 칼데로나’(La Calderona)에서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을 비롯해 이사벨 여왕의 하녀 플로리타, 신문팔이 소년 등을 연기하는 나탈리아 칼데론(Natalia Calderon)은 이렇게 말했다.극의 주인공인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에 대해 “그 가치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나탈리아의 말에 펠리페 4세, 이사벨 여왕, 검열관, 수련 수녀 등을 연기하는 파블로 파즈(Pablo Paz) 역시 “칼데론이 역사에서 왕의 여인으로만 평가받는 건 슬픈 일”이라고 동의를 표했다.◇마리아 이네스 칼데론, 역사의 뒤안길에 가려졌던 여자들뮤지컬 ‘라 칼데로나’ 중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을 연기 중인 나탈리아 칼데론(사진제공=딤프 사무국)“역사에서 항상 여자는 그늘에 가려져 있어요. 업적이 있어도 저평가받곤 하죠. 하지만 칼데론은 그걸 다 뛰어넘은 대단한 위인이고 재평가 받아 마땅한 중요한 인물이죠.”뮤지컬 ‘라 칼데로나’는 배우였고 17세기 스페인의 왕 펠리페4세의 연인이었던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의 일대기를 힙합 리듬으로 표현한 남녀 2인극이다.랩과 아르디 하이(Hardy Jay)의 디제잉에 웃음과 슬픔이 실리는 작품 속에는 칼데론 뿐 아니라 이사벨 여왕, 수녀원으로 숨어든 수련 수녀 등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칼데론은 유명 배우로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펠리페 4세의 눈에 들면서 그 꿈에 가까워지는 듯도 했다.하지만 돌아온 건 매춘부라는 세상의 손가락질이다. 쉽게 그녀에게 매혹당한만큼이나 빨리 질려버린 왕은 칼데론의 아이를 빼앗고 수녀원으로 보내버린다. 프랑스 출신의 이사벨 여왕은 ‘정비’지만 바람둥이 왕 때문에 온 나라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가 하면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죽어버리는 자신의 아이들 때문에 고통과 절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칼데론이 왕에게 쫓겨나 머물던 수녀원에 잠깐 등장하는 수련 수녀마저도 정략 결혼을 시키려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쳐온 신세다.“칼데론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예술가로서 책임감을 느껴요. 역사의 뒤편에 가려진 여성상을 재해석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죠.”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나탈리아 칼데론(왼쪽)과 파블로 파스(사진=허미선 기자)나탈리아의 말에 파블로는 “역사에서는 늘 남자이야기 뿐이다. 작가, 위인 등 항상, 어떤 분야든 그렇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우리의 역사에 위대한 여성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기록으로 남아있질 않죠. 이에 스페인에서는 여성도 남성과 같다는 의식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요.”이렇게 전하는 파블로에 나탈리아는 “여자도 역사 속에서 분명 기여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 여자들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나탈리아의 말에 파블로는 “스페인 황금시대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당시의 스페인은 언어의 시대였어요. 모든 사람들이 적절한 말들로 풍자하곤 했고 시와 예술 작품들로 가득했죠. 그런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되돌리고 싶어요. 그 시대는 여전히 살아 있거든요.”◇17세기 스페인 인물 이야기에 랩과 디제잉?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디제잉을 책임진 아르디 하이(사진제공=딤프 사무국)“스페인의 황금시대에는 언어로 풍자와 해학을 표현하는 예술 양식이 있었어요. 힙합도 그런 맥락에서는 언어로 시처럼 표현하는 음악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결합이었죠.”이렇게 말한 나탈라이는 17세기 스페인의 실존 인물 이야기에 최신 음악인 힙합을 결합한 데 대해 “다듬어진 텍스트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랩의 라임을 맞추는 건 운율에 맞춰 시를 읊는 것과 같아요. 하면할수록 오히려 쉬워졌죠.”이렇게 전한 나탈리아에 파블로는 “처음엔 좀 이상했지만 하면할수록 자연스럽게 결합됐다”고 말을 보태며 연습 전 랩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전했다.“강연을 듣는데 어떤 사람이 ‘랩을 하기에 너희는 좀 늙지 않았니’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뭐든 처음은 낯설고 힘들지만 익숙해져요. 랩도 마찬가지죠.”◇1인 다역의 묘미 살린 스페인식 희비극, 그럼에도 ‘공감’되는!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에서 펠리페 4세는 물론 이사벨 여왕으로도 분하는 파블로 파즈(사진제공=딤프 사무국)“정확하게는 블랙코미디라기 보다 ‘희비극’(Tragicomedia) 뮤지컬이에요. 드라마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웃음도, 슬픔도 있죠.”장르에 대한 나탈리아의 설명에 파블로는 “많이 웃는 사람이 또한 많이 울기도 한다”는 스페인의 격언을 언급하며 “그걸 잘 반영한 극”이라며 웃었다.이어 ‘라 칼데로나’에 대해 “웃는 장면에서 슬픈 장면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는 파블로의 말에 나탈리아는 스페인 전통춤인 플라멩코를 직접 추며 “스페인에는 화를 표현하다가도 침착해지는, 극과 극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펠리페 4세, 이사벨 여왕, 수련 수녀, 검열관, 칼데론의 아들 요한까지 저는 5개의 역할을 해요. 처음엔 총을 맞은 느낌이었죠. 왕이었다가 아들이었다가…나는 누구인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었죠. 각각의 캐릭터들을 구분하기 위해 애쓰곤 했는데 나탈리아의 눈을 맞추면서 하다보면 어려움은 사라져 버리죠.”운율을 맞춘 시, 라임을 바탕으로 한 랩을 기반으로 하는 ‘라 칼데로나’는 엄청난 양의 대사와 가사, 노래들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총을 맞은 느낌”이었다는 파블로에 나탈리아는 “즐겁기도 하다”고 말을 보탰다.“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건 흥미로운 여정이었어요. 캐릭터들 안에서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웠거든요. 그렇게 배운 관점들로 세상을 이해하고 역사가 말하고자하는 것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죠.”‘라 칼데로나’는 시적인 언어, 대사와 가사를 랩으로 읊어가다 보니 많은 말들이 빠르게도 지나가버리는 극이다. 한국어로 공연돼도 따라가기 바쁠 이 극의 대사와 가사들을 이번 딤프에서는 스페인어로, 그를 번역한 자막으로 관람해야했다. 오죽하면 딤프 측에서는 관객들의 극 이해를 돕기 위해 20개의 신을 설명하는 리플렛을 준비할 정도였다.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나탈리아 칼데론(왼쪽)과 파블로 파스(사진=허미선 기자)“빠른 건 맞아요. 시적인 표현이기도 하죠. 대사나 가사가 많기도 해요. 하지만 음악, 감정, 연기, 동작 등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자막을 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걸 이해하리라고 생각해요.”파블로의 말에 나탈리아는 “하나하나의 신은 고정된 사진과 같다”며 “그 하나의 신 안에서 멈춰진 역사를 말하고 있다. 풍부한 제스처들로 표현되는 분노, 고통, 꿈, 모성애 등 다양한 감정들과 함께”라고 동의를 표했다.“그 소중한 아들을 빼앗기고 수녀로 살다 17년이 지나 아들에게 받은 편지를 읽는 칼데론의 장면이 그 좋은 예죠. 아들이 살아있고 그 아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편지를 읽는 칼데론의 감정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파블로의 여왕과 나탈리아의 플로리타 그리고 수녀들  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수녀원 신(사진제공=딤프사무국)“저는 이사벨 여왕 장면을 제일 사랑해요.”파블로는 자신이 연기하는 이사벨 여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칼데론이 주인공인 극에서 ‘지위’로 그를 압박하는 이사벨 여왕은 자칫 악역처럼 보일지도 모를 인물이다. 하지만 한없이 사랑받으며 프랑스 왕실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 남편의 홀대와 전국민의 조롱 속에 수많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절절한 사연과 그로 인한 지옥같은 고통은 또 다른 역사의 희생양임을 표현하고 있다.“그리고 수녀원장이 된 칼데론과 수련 수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아주 특별해요.”앞서 언급한 ‘많이 웃는 사람이 많이 울기도 한다’는 스페인의 격언을 실천이라도 하듯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던 파블로는 여왕의 대사와 수녀들의 장면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던 파블로는 “제 동료인 나탈리아와 연결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두 수녀들처럼 나탈리아와 저의 연결고리가 느껴지는 장면이에요. 나탈리아가 신문으로 분장하고 ‘호외요 호외’를 외치는 장면은 즐겁게 춤추는, 아주 신나는 장면이죠.”나탈리아는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들 중 여왕의 시녀 프롤리타를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으며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자신의 할 일을 다 하는 인물”이라고 이유를 전했다. 이어 “칼데론이 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 그리고 두 수녀 장면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나탈리아 칼데론(왼쪽)과 파블로 파스(사진=허미선 기자)“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칼데론에게 아이는 새로운 희망과도 같아요. 그녀 자신의 것이 처음 생겼잖아요. 그 새로운 존재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장면이죠. 그리고 마지막 수녀원장이 된 칼데론은 성숙한 모습이 보여져서 좋아해요. 과거를 다 보내고 평정을 찾은, 이제는 과거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죠. 수련 수녀 역시 강제로 결혼을 시키려는 아버지를 피해 수녀원으로 도망친 수련 수녀 역시 여자들의 현실을 보여줘요. 그런 여자들의 연대가 좋아요.”◇2인극으로 성장한 나탈리아와 파블로 “이 여정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칼데론과 나탈리아의 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여성에 대해서도, 저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죠. ‘라 칼데로나’를 시작할 때와 지금의 저는 많은 성장을 거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파블로의 말에 나탈리아는 “배우와 배우, 사람과 사람으로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서로를 인정하고 완벽히 이해하며 성장하는 여정”이었다고 표현하며 “이제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연결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많은 나탈리아와 파블로는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고맙다”고 크게 웃다가 울컥거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마주 안고 서로에 대한 감사와 신뢰를 주고받았다.“이 모든 여정을 함께 해줘서, 그리고 행복할 미래까지 가르쳐주고 같이 해줘서 고마워”라고 감사함을 전하는 파블로에 나탈리아 역시 “그 여정 동안 나를 잘 보살펴줘서 고마워”라고 화답했다.“저희를 한국으로 초대해주셔서, 이런 여정을 선물해주셔서 딤프 측에 너무 감사해요. 나중에 손녀, 손주들에게 ‘나 한국에서 공연도 했어’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그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모든 시대에 존재하는 ‘칼데론’을 위하여!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사진제공=딤프 사무국)“어머니는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고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하셨죠.”마리아 이네스 칼데론과 나탈리아 칼데론. 그렇게 어머니를 통해 마리아 이네스 칼데론을 알게 된 나탈리아의 두 번째 성 역시 ‘칼데론’이다.“전 극장을, 그리고 그 극장에서 연극 보는 걸 좋아했어요. 매우 극적인 성격이기도 하죠. 그런 저를 보고 어머니는 ‘우리 집에 칼데로나가 있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주 어려서부터 친밀감을 느꼈죠. ‘라 칼데로나’를 하면서는 그(마리아 이네스 칼데론)가 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그리곤 “아주 가끔은 내 전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할 정도”라고 덧붙이는 나탈리아에 파블로는 “그녀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아있었다면 한국에서 ‘라 칼데로나’를 공연하는 걸 아주 기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스페인 힙합 뮤지컬 ‘라 칼데로나’의 나탈리아 칼데론(왼쪽)과 파블로 파스(사진=허미선 기자)“강제로 수녀원으로 보내지고 배우로서의 삶을 끝냈어야 했을 때, 그 시절의 그녀는 절대 2019년에 ‘라 칼데로나’라는 공연이 무대에 오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나탈리아의 말에 파블로는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세계 곳곳 어디에나 존재하는 칼데론들에게 “늦든 빠르든 당신의 이야기, 당신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위안을 전했다. 나탈리아 역시 “남녀 성 평등을 위한 연대와 움직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고통받고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가려져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아요. 남녀 성 평등을 위한 연대와 움직임을 통해 언젠가는 평등해질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07-01 14: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