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제13회 딤프 Pick ⑥] 아버지의 아이돌 ‘이브 몽땅’을 노래하다! 엘렌 아르덴 “감격 그 자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7-05 14:00 수정일 2020-05-29 14:15 발행일 2019-07-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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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DIMF 공식초청작 '이브 몽땅', 배우이자 작가 엘렌 아르덴과 피아니스트 마튜, 기타리스트 클레망 출연
누나 리디아가 전하는 '고엽' '라비앙 로즈' '루나파크' 등 히트곡들과 첫사랑 에디트 피아프, 아내 시몬느 시뇨레, 연인 마릴린 먼로 이야기
이후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 웨이'의 원곡 가수 클로드 프랑수아 다룬 '클로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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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

“저희 아버지가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열혈팬이셨어요. 아버지의 아이돌이었다고 할까요. 어려서부터 그의 노래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배우이자 작가이기도 한 엘렌 아르덴(Helene Arden, 이하 엘렌)은 “왜 이브 몽땅이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브 몽땅은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샹송가수이자 배우로 한국에서도 ‘고엽’ ‘장미빛 인생’ ‘루나파크’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뮤지컬 ‘이브 몽땅’은 그의 누나이자 헤어 디자이너 리디아가 회상하는 이브 몽땅 이야기다. 엘렌 아르덴이 2011년 대본을 집필하고 2012년 초연돼 250회에 걸쳐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작품이다.

엘렌은 리디아로 분하며 마튜 메이에르(Mathieu Meyer)의 피아노 연주와 클레망 가르셍(Clement Garcin)의 기타 선율에 맞춰 이브 몽땅의 노래를 부르고 그의 첫사랑인 에디프 피아프를 연기하는가 하면 아내 시뇨레, 연인 마릴린 먼로로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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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을 공연 중인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제공=딤프 사무국)

“이 작품을 하면서 감명 받는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 최고는 이브 몽땅의 가족을 만난 거죠. 어느 날인가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이브 몽당의 아들이었어요. 극 중 ‘이브도 아빠가 됐어요’의 그 아들, 지금 서른 살이죠. 처음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쓰러질 뻔했어요. 그 분도 울고 저도 울고…정말 감격의 순간이었죠.”

◇리디아처럼 “많은 인물에 나를 대입하고 싶었어요”

“2011년 (이브 몽땅에 대한) 책을 읽고 대본을 쓰기 시작해 2012년 처음 공연을 했어요. 그 책에서 본 리디아와 이브 몽땅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뮤지컬 ‘이브 몽땅’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엘렌은 “두 사람이 서로를 정말 정말 좋아했다”며 “그런 리디아에 눈길이 갔다”고 털어놓았다.

“남매지만 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빅스타고 또 한 사람은 시골의 미용사잖아요. 이브 몽땅이 밥을 먹으러 오는 등 극과 극인 두 사람의 차이점과 교류를 얘기하는 게 참 좋았어요.”

그렇게 리디아를 화자로 내세우면서 엘렌은 실화들 중 이브 몽땅의 누나 시각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를 골라 이야기를 완성했고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넘버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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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

이브 몽땅이 깊이 관심을 가졌던 정치에 대한 이야기들, 이브 몽땅의 첫사랑이었지만 리디아의 친구로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에디트 피아프, 아내 시몬느 시뇨르와의 결혼생활 그리고 첫눈에 서로에게 매료됐던 마릴린 먼로 등의 이야기가 ‘고엽’ ‘라비앙 로즈’ ‘루나 파크’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떠나며‘ ’아코디언 연주자‘ 등 이브 몽땅의 주옥같은 곡에 실린다.

“정말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죠. 그런 인물을 저에게 대입하고 싶었어요. 나도 스타가 된 것처럼 즐기고 싶었달까요. 저는 뮤지컬 배우를 오래 했어요. 그 동안은 대부분 지루하고 특별할 게 없는 역할들을 연기했죠. 변화무쌍하게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스타가 된 듯한 대리만족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즐기고 싶은 데 초점을 맞춰 대본을 썼죠.”

◇가족과 나의 사람들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이브 몽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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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

“가족, 모두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아이돌 ‘이브 몽땅’을 공연하는 엘렌도, 극 중 리디아도 아버지, 남동생, 올케 그리고 친구들을 떠올리곤 한단다. 그리곤 감회에 젖어 “한국에서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얘기를 나누다니…”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국도, ‘이브 몽땅’의 해외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프랑스 관객들이 받은 감명을 다들 받으시는 것 같아 행복했어요.”

이렇게 감회를 전한 엘렌은 “이 작품은 실제하는 일들과 노래들로 이야기와 넘버를 꾸린 리얼리티(Realite) 작품”이라며 “노래는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넘버로 사용한 이브 몽땅의 노래들은 하나도 바꾼 게 없어요. 중간에 ‘고엽’과 ‘라비앙 로즈’만 섞어 부른 것 말고는요. 다만 옛 노래들이다 보니 현대적으로 편곡을 하긴 했어요. 재즈적 감성을 섞었죠.”

‘이브 몽땅’은 엘렌을 비롯해 기타리스트 클레망과 피아니스트 마튜가 든든하게 무대를 함께 한다. 클레망은 이브 몽땅을 연기하기도 하는 등 두 연주자들은 관객과 소통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선사하기도 한다.

“클레망은 7년, 마튜는 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같이 여행도 다니고 삶의 일부를 공유하면서, 불만이 있을 때는 바로바로 얘기하고 해결해 가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긍정적이고 재밌고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 줄 아는 친구들이죠.”

이어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인 엘렌은 “우리 공연은 매회 바뀌며 살아 움직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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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키타리스트 클레망 가르셍(왼쪽)과 피아니스트 마튜 메이레르(사진제공=딤프 사무국)

“대본을 처음 쓸 때와는 물론 바로 어제와도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도입부가 너무 차갑게 느껴질 수 있으니 리디아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입장하기도 하고 원래는 예약전화를 두 번 받았는데 한번으로 줄이면서 템포를 빠르게 하기도 하죠.”

엘렌의 말처럼 이번 딤프에서도 프랑스에서와는 다른 버전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원래는 공연시간이 좀 더 길고 관객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귀띔했다.

“시몬느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나이 들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에요’라는 장면이 그 예죠. 프랑스에서는 ‘이브와 나는 동갑이지만 내가 그보다 10살 더 늙은 것이나 다름없어요’라는 대사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해요. 딤프에서는 제가 한국어를 못하니 없앴지만 관객들의 대답에 따라 전혀 다른 공연이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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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에서 마릴린 먼로를 공연 중인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제공=딤프 사무국)

◇‘이브 몽땅’의 첫 해외 공연 “시적 감성이 잘 전달됐기를”

“가사나 대사들 대부분이 시를 인용하거나 시적인 은유를 많이 사용했어요. 그래서 그 정서들이 번역으로 제대로 전달됐을지 걱정되고 궁금해요.”

이렇게 전한 엘렌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피카르디의 장미’(Roses De Picardie)를 꼽았다.

“장미는 저 쪽에 있어요. 그 시절 장미들을 배경 삼아 사랑에 빠진 우리 두 사람 함께 춤을 추었죠.”(Et des roses qu’on trouve la-bas ‘Tous les deux amoureux, nous avons danse’ Sur les roses de ce temps-la)

“노래는 아니지만 거의 마지막 ‘학교를 떠나며’와 ‘자전거를 타고’ 사이에 두 소절 정도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이브 보다 일찍 죽은 시몬느의 사랑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인데 굉장히 시적인 표현이 사용됐죠.”

그리곤 “여자의 삶이 잘 묻어나는 그 장면이 가슴에 와 닿는다”며 연기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캐릭터는 마릴린 먼로”라며 웃었다.

“극 중 입고 있는 풀오버(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써서 입는 형식으로 된 스웨터)는 마릴린 먼로의 실제 영화 의상을 이미테이션한 거예요. 파리에서 구한 건데 이미테이션이긴 하지만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고 이 역할이 새삼 재밌게 느껴졌죠.”

◇2021년, 이브 몽땅 사후 30주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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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뮤지컬 ‘이브 몽땅’의 작가이자 배우 엘렌 아르덴(사진=허미선 기자)

“저에겐 ‘이브 몽땅’과 ‘클로드’(Clodette)라는 두 개의 작품이 있어요. 마치 제 자식들과도 같은 작품이죠.”

이제 두살이 된 엘렌의 두 번째 자식(?)인 ‘클로드’는 샹송에 로큰롤, 디스코 등을 접목시킨 프랑스의 가수인 ‘클로드 프랑수아’(Claude Francois)의 이야기다.

‘콤 다뷔튀드’(Comme D‘habitude, 1967), ‘르 룅디 오 솔레유’(Le Lundi Au Soleil, 1972), ‘알렉산드리 알렉산드라’(Alexandrie Alexandra, 1978), ‘파스 크 주 템, 모 낭팡’(Parce Que Je T‘aime, Mon Enfant) 등으로 1960~70년대 프랑스에서 사랑받았던 아티스트다. 이중 ‘콤 다뷔튀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히트곡 ‘마이 웨이’, ‘파스 크 주 템, 모 낭팡’은 앨비스 프레슬리의 그 유명한 ‘마이 보이’ 원곡이다.

“서른 아홉 살에 감전사로 사망한 어마어마한 스타였어요. 완벽주의자였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죠. 저 역시 가수고 예술가이다 보니 그들의 인생에 관심이 많아요. 예술가들의 인생, 그들에게 얼마나 열정적인 일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하죠.”

이브 몽땅, 클로드 프랑수아 등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전한 엘렌은 “프랑스로 돌아가면 겨우 40번밖에 못한 ‘클로드’를 좀 더 공연할 것”이라며 이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이브 몽땅 가족들과 특별한 파티를 하면서 굉장히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이브 몽땅’이 언제 또 공연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2021년은 그의 사망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니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