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뷰+제13회 딤프 Pick ②] 한중합작 뮤지컬 ‘청춘’…누구도 행복하지 못했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6-28 20:00 수정일 2020-05-29 14:11 발행일 2019-06-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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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 ‘청춘’(사진제공=딤프사무국)

누구도 행복하지 못했다. 고향 안후이에 남은 사람도, 이상향이던 대도시 상하이로 떠난 형제 같은 친구들도, 남은 남자의 연인도, 떠난 친구의 어머니도 아픈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13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 8일까지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공식초청작 ‘청춘’은 치기 어렸던 시절의 선택으로 10년을 괴로워하며 흘려보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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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 ‘청춘’(사진제공=딤프사무국)
2017년 상하이에서 초연된 ‘청춘’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누리는 ‘호사’ 혹은 ‘보은’이었지만 누군가에겐 희생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죄책감이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서로를 외면하고 상처 입히면서 10년을 흘려보내고서야 성장해 마주한 친구들이 있다.

원래는 정즈쉬엔(첸하이루이)이지만 ‘장이바오’라는 이름으로 대도시 상하이의 대학에 입학해 꽤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남자, 그 정즈쉬엔을 대신해 아픈 어머니와 기름집을 운영하며 학비를 댄 장이바오(순바오)를 중심으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원래는 상하이 지식인이었지만 아픈 아내(황쥔)를 위해 안후이로 낙향한 정후성(샤전카이)은 기름집을 운영하며 아들 정즈쉬엔과 조카 안루이즈(라우슈빈) 그리고 어려서 거둬 아들처럼 키운 장이바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장이바오도, 정즈쉬엔도, 안루이즈도, 장이바오의 여자친구 린스위(판치)도 상하이 소재의 대학 입학이 목표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 그 중 정즈쉬엔만이 성적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불거진 갈등, 갑작스러운 정후성의 죽음에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청춘시절의 혼돈과 갈등, 순간의 선택이 불러온 모두의 아픔, 그로 인한 성장과 진짜 나와 마주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 등은 모두가 공감할만한 소재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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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 ‘청춘’(사진제공=딤프사무국)

하지만 ‘청춘’의 진입장벽은 중국 근대 개발사다. 부동산, 대도시로 몰리는 젊은이들, 이념으로 인한 사회 갈등, 신분증의 체계적인 재정비 등 급속도로 진행됐던 중국의 개발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좀체 이해할 수 없는 정서들이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을 바꿔서 등록한다는 낯선 설정이나 네 친구가 ‘이상향’처럼 되뇌는 국제호텔, 현재는 중국 내에서 LCD 생산이 가장 많고 4K(UHD) 산업 육성지로 최첨단화됐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농업도시였던 안후이성의 변화, 상징처럼 등장하는 화정로(華亭路) 의류시장, 인민광장, 물망초와 그 꽃말 등은 의미심장하지만 이해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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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딤프 공식초청작 ‘청춘’(사진제공=딤프사무국)

한국 창작진이 참여해 구현해낸 상하이의 와이탄, 동방명주, 돈이 모여드는 금융가 등과 안후이성의 자연풍광 등의 영상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빈약한 개연성 혹은 개연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의 부재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나치게 가지치기를 한 이야기나 어색하고도 작위적인 설정, 다소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 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산다는 것, 누군가에게 기꺼운 희생이고 보은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통이 되는 상황, 시골의 케케 묵은 문화로 치부되던 직접 짠 기름집으로 도시 상하이에서 안정된 삶을 꾸린 장이바오가 겪은 변화 등 진짜 나를 마주하기까지의 여정은 공감할만하다. 그 여정 중에 있거나 그 여정의 끝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뮤지컬 ‘청춘’은 묻는다.

“그래서 이름이 장이바오라는 거야? 정즈쉬엔이라는 거야?”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