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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춘몽'의 배경지, 철길을 건너 펼쳐지는 다양한 질감의 도시

“바로 어제 다녀와도 그 색이 기억나지 않는다. 수색은 컬러가 없는 질감의 공간이다”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춘몽’은 서울 은평구 수색역 인근 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여자 한 명과 세 남자의 쓸쓸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를 연출한 장률 감독은 흑백의 도시로 수색(동)을 설명했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한예리도 “철길 하나를 두고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다. 수색은 화려한 DMC와 상반되게 컬러가 안 느껴지는 동네다. 등장인물의 아련한 감정이 수색과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다.장률은 재중동포 출신 감독이다. 그는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느낀 수색의 질감을 흑백 영상으로 표현됐다. 그 덕분에 관객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영화를 즐겼고 평소 잘 모르고 지나쳤던 수색이란 동네를 기억하게 됐다.◇철길을 건너 펼쳐지는 다양한 질감의 도시영화 ‘춘몽’에서 한예리의 집으로 등장한 수색동의 주택의 모습. 사진 오른쪽 영화 속 장면에 등장하는 주막은 현재 철거됐다. (사진=김동민 기자, 스톰픽쳐스코리아)‘춘몽’은 배우 본명을 그대로 사용한다. 한예리는 수색역 인근 동네에서 홀로 주막을 운영하며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본다. 예리 주변엔 동네 불량배 양익준, 탈북 노동자 박정범, 간질을 앓는 윤종빈이 있다. 방송국이 들어서며 순식간에 개발된 DMC와 달리 수색은 여전히 낙후된 상태로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수색역으로 나와 영화의 흔적을 찾아가자 장률 감독이 말한 질감이 느껴졌다. 산 아래 낮게 자리 잡은 건물은 지난 세월을 반영하듯 거칠면서 따뜻한 질감을 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정확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DMC 직장인들과는 다르다. 수색 주민들은 하루의 고단함을 아주 예전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듯이 여유롭게 일상을 보냈다.실제 영화 속 촬영지인 슈퍼의 모습. (사진=김동민 기자, 스톰픽쳐스코리아)영화 속 한예리의 집이자 주막이 있는 곳으로 등장하는 곳은 실제론 박정범 감독의 작업실이다. 장률 감독은 “같은 느낌을 가진 주막을 다른 곳에서 찾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 전체 느낌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며 “마침 박정범 감독의 작업실이 그곳에 있어 원래 주차장 공간에 주막을 지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별다른 정보 없이 영화의 흔적만을 가지고 시작된 나들이다. 이내 영화에서 네 사람이 걷던 길이 눈에 들어왔고 골목으로 들어가자 박정범 감독의 작업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낡은 주택 건물은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주막은 사라진 상태였다.그 옆으론 슈퍼가 있다. 영화에도 등장한 장소로 슈퍼 옆에 자리 잡은 점집이 묘한 느낌을 관객에게 심어줬다. 슈퍼를 운영하는 주인에게 영화 촬영 당시 기억을 묻자 “그게 개봉했냐”고 반문했다. 주인은 “당시 제작진이 표를 준다고 했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영화에서 보지 못한 색도 가득서울 은평구 수색역 뒤로 벽화가 그려져있다. (사진=김동민 기자)수색엔 흑백 영화에 담지 못한 색도 가득했다. 계절이 가을로 깊게 접어들면서 거리는 울긋불긋 낙엽으로 아름답게 포장됐다. 예쁘게 칠해진 벽화도 눈에 띄었다. 수색역 바로 뒤엔 ‘100년 수색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벽화도 있다. 그 옆 골목엔 수색역과 어울리는 기차를 소재로 벽화가 그려졌다. 자연이 만든 가을의 색과 사람이 그린 인간의 벽화는 기분 좋은 색채로 이곳 주민과 간혹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했다. 한예리와 세 남자가 걸으며 웃고 떠드는 모든 공간도 꿈이 아닌 현실에선 색을 품고 있다. 시장, 당구장, 사진관, 노래방 등 실제 길을 걸으며 만난 수색의 풍경은 영화가 담지 못한 삶의 활기를 드러냈다.DMC와 수색동을 잇는 굴다리는 이곳 사람에겐 중요한 통로다. 수색동 사람들은 굴다리를 지나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특별한 장소에서 밥을 먹는다. 반대로 DMC에 사는 이들은 일과를 마치고 그곳으로 귀가한다.DMC의 높은 임대료는 서울로 갓 상경한 젊은이가 짊어지기엔 큰 부담이다. DMC의 한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최민정(28)씨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자연스레 이곳으로 오게 됐다. DMC보다 수색동이 임대료가 저렴해 그쪽으로 집을 구하게 됐다. 거리상으로는 아주 가깝다”고 이야기했다.수색동과 DMC를 잇는 굴다리를 지나가는 한예리와 세남자들. 영화 촬영 이후 굴다리에는 벽화가 그려졌다. (사진=김동민 기자, 스톰픽쳐스코리아)‘춘몽’에선 배우들이 굴다리를 지나 DMC로 건너가는 장면이 나온다. 촬영을 한 시기는 지난 4월로 당시 굴다리엔 아무런 무늬가 없었다. 그 뒤로 이곳에도 벽화가 그려졌다. 지하로 철길을 건너야 하기에 굴다리가 꽤 길게 뻗어있다. 굴다리 안에는 수색역과 DMC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다양한 벽화가 있어 답답한 터널을 지나는 따분함이 줄어든다.굴다리를 지나자 거짓말처럼 익숙한 서울의 모습이 등장한다. 넓고 정돈된 거리 곁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길 맞은 편엔 높은 건물이 하늘 위로 뻗어 있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보고 느꼈던 수색에서의 시간은 꿈처럼 사라진다. 일장춘몽, 한바탕 꿈이라고 하기엔 그 잔상이 짙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11-16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같지 않은 막다른 골목을 만나다, '체부동'

'체부동=먹자거리'로 통하는 입구. 온갖 가게들이 몰려있다.(사진=이희승 기자)체부동.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을 가졌다. 동네의 이름을 딴 저렴한 식당과 트렌드한 바(bar)가 공존하는 이곳은 몇년 전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촌’의 한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걸그룹 내에서 뒤늦게야 매력을 발산하며 인기를 끈 멤버처럼 지금은 오롯이 본인만의 매력을 내뿜는다. 3호선 경복궁 역에서 바로 이어지며 인왕산의 절경을 제대로 만끽 할 수 있는 체부동을 10월의 마지막 날 걸어봤다.◇ 먹자 골목만 기억하는 당신에게서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체부동 성결교회. 내년에 생활문화센터로 거듭날 예정이다.(사진=이희승 기자)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검색어에 ‘맛집과 관광’을 치지만 체부동에는 서울 ‘1호 우수건축자산’인 교회가 있다. 1931년 건축된 성결교회는 근대 건축양식과 한옥이 어우러진 형태로 85년간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체부동의 랜드마크다. 얼마전 헐값에 중국인 사업가에게 팔려 헐릴 위기에 처했다 구사일생으로 지켜낸 문화유산이다. 골목 중앙에서 벗어나 그냥 스쳐 지나가기 일쑤지만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면이 번갈아 보이도록 쌓는 프랑스식 건축기법으로 지어졌다가 이후 한 단에는 긴 면만을, 다른 단에는 짧은 면만을 보이도록 쌓는 영국식으로 증축돼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한때 일요일마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렸던 신도들은 줄어들고 외지인과 관광객들이 몰려 잊혀지는 듯 했지만 주민들의 뜻을 전해들은 서울시는 이곳의 가치를 깨닫고 체부동교회 부지를 구입했다.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본당은 시민 생활오케스트라의 공연·연습실로, 한옥은 마을카페 등으로 꾸려 ‘체부동생활문화센터’로 운영할 예정이다.◇ 길을 잃어도 즐거운 곳새 모양의 모빌을 달아 놓은 외관이 정겹다.(사진=이희승 기자)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 잡은 체부동은 예로부터 왕실의 핵심인물과 예술인들이 터를 잡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한옥들이 들어서고 주거 밀집지역으로 변모하면서 기본 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광화문과 시청 등 시내 교통 요충지를 끼고 있으면서 부암동으로 향하는 길목과 안국동까지 이어지는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느리게 발전되는 동시에 하루 걸러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아이러니가 공존해 왔다. 평일 저녁에는 퇴근 후 직장인들이 몰려들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들과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떠오르며 각광 받고 있다. 얼마 전 오랜 직장 생활을 접고 골목 어귀에 있는 한옥집을 게스트 하우스로 꾸민 황민용(38)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콕 짚어’ 체부동이라고 말하면 서울 토박이어도 ‘어디?’라고 되물을 정도다. 통상 ‘서촌’으로 불려온 체부동의 매력은 서울 중심이면서도 전혀 서울같지 않은 점”이라고 말한다.따듯한 온기가 반가운 연탄과 집게. 족히 50년은 돼 보인다.(사진=이희승 기자)황씨는 체부동에서 여러 번 길을 잃었노라고 고백했다. 실제 길은 어디론가 통해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자 역시 돌고 돌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적이 여러 번이다.오직 외국인 관광객만 받는 황씨 역시 ‘처음 이곳을 소개 받고는 과연 잘 찾아 올 수 있을까?’ 우려가 컸지만 도리어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와 입소문이 났다고 웃어보인다. 하도 헤매는 사람이 많아 몇몇 골목 입구에는 ‘도로 나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정표까지 등장했다.◇어디를 가든 돈이 아깝지 않은 그곳한옥 문 옆에 넝쿨장미와 빨간 우체통의 콜라보레이션.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준다.(사진=이희승 기자)경복궁역을 나가자 마자 보이는 제과점 사잇길은 아예 ‘세종마을 음식거리’란 새 이름을 얻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리는 잠시동안 골목에서 가장 오래돼 보이는 방앗간에 들렀다. 고무 벨트가 돌아가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계에서 새빨간 고춧가루가 쏟아지고 있다. 30년째 이곳의 단골이라는 할머니는 “정든 골목길에 정육점도 세탁소도 다 떠나고 이제 이곳만 남았다”며 “이래뵈도 서울 사대문안에 아직도 돌아가는 방앗간 중 가장 오래된 기계”라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옆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보자기를 쓴 채 들른 아주머니도 “고추장 만들기에 최적의 가루로 빻아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시장 입구에서 떡볶이를 팔던 96세의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시장의 마스코트이자 인근 배화여고 학생들에게 영혼의 음식으로 불렸던 무심한 듯 빨간 기름 떡볶이는 이제 세상에서 맛 볼 수 없게 됐다. 바로 옆 슈퍼 사장님이 “하루에도 몇번씩 안부를 묻는 손님들이 있어서 인지 아직도 떠나신 게 믿기지 않는다”며 쓸쓸함을 토로한다. 이곳 토박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로 이곳을 거의 떠났지만 옛 모습을 기억하는 방문객들이 도리어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었다.글·사진=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11-02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억새풀과 코스모스가 넘실대는 가을 명소 하늘공원

5만 8000평 규모의 하늘공원은 2002년 5월 문을 연 이래 매년 열리는 억새풀 축제로 서울 시민의 가을맞이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연합)“이 길이 맞아?”온통 억새풀로 뒤덮여 미로처럼 이리저리 난 길에 선 3명의 50대 중년 여성 중 한 친구가 묻는다. 알록달록 꽤 신경 써서 차려 입은 나들이 복장이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닮았다. 코스모스와 억새가 흐드러지게 가을을 알리는 이곳은 서울 한복판, 월드컵경기장과 방송사 등의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상암동 근처의 하늘공원이다.“맞는 길이 어딨어. 가고 싶은 대로 가면 그게 길이지.”억새가 넘실대는 하늘공원.(사진=허미선 기자)한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까르륵 웃어넘기는 품새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들이다. 친구처럼 보이는 세 사람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시종일관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들 뿐 아니다. 성인 남자의 키마저 훌쩍 넘긴 억새들 사이로 아빠와 딸이 숨바꼭질을 하듯 몸을 숨기고 엄마는 큰 소리로 딸의 이름을 부른다. 연인, 10대 소녀들, 억새를 처음 본다는 태국 여성들, 할머니·할아버지와 손주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산족 무리들…모두 꽤 즐거워 보인다. 미로처럼 숲을 이룬 억새들 사이로 문득 때로는 사람들이, 또 때로는 가을바람이 인사를 건넨다.◇하늘계단 291개, 억새숲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는 가을맞이 명소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하늘공원의 모습.(사진=허미선 기자)꽃이 피고 철새가 날아들던 생태보고 난지도는 1978년 도시의 생활폐기물이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매립장으로 전락했고 2002년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를 기념해 하늘공원으로 탈바꿈하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5만 8000평 규모의 하늘공원은 오롯이 지반안정화, 자연생태계를 위해 조성된 생태환경공원으로 주변에 평화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5월 문을 연 이래 억새와 코스모스, 매년 열리는 억새풀 축제로 서울시민의 가을맞이 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이다.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사람들을 반긴다.(사진=허미선 기자)입구에는 맹꽁이 전기차(어른 편도 2000원 왕복 3000원, 어린이 1500원, 왕복 2200원)를 타기 위해 늘어선 대기줄이 길기도 하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방문자들의 발이 돼주는 맹꽁이 전기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3분 간격으로 운영되지만 대부분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맹꽁이 전기차를 타지 못해도 또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샛노란 별이 달린 하늘계단 291개를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딱 두 사람만 겨우 설 수 있는 계단을 한줄로 오르내리다 보면 발 아래로 넓게 펼쳐지는 서울 도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매일은 못 오지만 가끔 아이들과 슬슬 걸어서 산책을 하기도 해요. 30분쯤 걸리죠.”근처 아파트 주민인 이소현(45)씨는 맹꽁이 전기차도 계단도 이용하지 않고 빙 돌아 30분쯤 소요되는 산책길을 이용하기도 한다. “푸른 나무와 공원에서 솔솔 불어내리는 바람이 꽤 운치있다”는 귀띔과 더불어 “자칫 새똥세례(?)를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가 이어진다.공원 안쪽에는 '하늘을 담는 그릇'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한강과 북한산, 행주산성까지 한눈에 펼쳐진다.nbsp;(사진=월드컵공원 공식 홈페이지)하늘공원 입구에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밭이 방문자들을 반기고 공원 가장 안쪽이자 높은 곳에는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조형물이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바닥지름 3.7m, 윗부분 지름 13.5m, 3단으로 구성된 전망대이자 휴식처다. 2009년 설치예술가 임옥상 작가가 3개월에 걸쳐 완성한 희망전망대다. 한강과 북한산, 남산, 행주산성 등까지 펼쳐진다. 노을이 질 때면 꽤 근사한 색으로 물들기도 한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억새밭은 가을바람에 바스스 소리를 내며 넓게도 펼쳐진다. 그 뒤로는 하늘공원의 또 다른 상징물인 풍력발전기가 유유히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억새밭.(사진=허미선)70대 훌쩍 넘어 보이는 노부부, 김씨와 심씨는 손을 꼭 붙잡고 공원 구석구석을 돌았단다. 걷다 힘들면 억새풀 숲에 앉아 땀을 식히고 코스모스 무더기 앞 원두막에서 꽃을 감상하기도 했단다.“꼭 우리 같네. 그래도 멋있잖아.”그 웃음이 가을 햇살만큼이나 따사롭고 여유롭다.◆하늘공원 가는 길 하늘계단 291개를 오르는 사람들. 멀리 보이는 평화의 공원에서 넘어오는 구름다리.(사진=허미선 기자)지난 16일까지 제15회 서울억새축제가 진행됐지만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 탓인지 억새는 여전히 푸른빛을 띠고 있다. 공식적인 축제는 끝났지만 억새의 진가는 이제부터 만끽할 수 있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직진해 평화의 공원에서 하늘공원으로 가는 육교를 건너면 바로 하늘계단길이다. 하늘계단길과 평화의 공원에서 건너오는 육교 사이의 ‘희망의 숲길’로 걸어도 좋다. 400m에 이르는 메타세과이어 숲과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하늘공원에서 왼쪽으로 가면 노을이 아름다운 노을공원이 있다. 문화예술공원으로 너른 잔디밭에 각양각색의 조각작품들이 늘어서 있는가 하면 반딧불이 관찰원, 누에생태체험장 등이 있다. 노을공원에서 558계단을 걸으면 난지한강공원으로 갈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10-19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일정짜기부터 안전까지, 열 친구 안부러운 '앱' 친구랑 세상 어디든 맘놓고 갑니다!

여행의 계절 가을이다. 혼자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출장이나 비즈니스 여행이지만 떠나온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다면, 지난 여름 너무 더워 휴가마저 미뤄뒀던 이들이라면 떠나도 좋은 계절이다.  그 여행 친구가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각자의 시간을 맞추려 애쓰느라 혹은 혼자 떠나는 게 두려워 고민만 하지 말고 혼자라도 떠나자. 머신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빅테이터 분석기술, 인공지능 등으로 더 똑똑하고 친절해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여행의 동반자가 돼주고 친구들을 매칭해주기도 한다. 글로벌 카드 비자(VISA)는 2015년 해외여행 경비지출이 1600조원(1조 5000억 달러)을 넘어선다고 발표했다. 카드 뿐 아니라 현금 사용까지를 아우르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다. 이같은 시장을 발 빠른 IT분야가 허투루 넘길 리 만무다. IT기술이 속속 여행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이미 상용화된 비행기, 호텔, 레스토랑 예약은 물론 여행 일정표 짜기, 동영상 지도, 놀거리 찾기, 여행경비 조달, 안전, 여행일기, 쉽게 동영상 만들기 등 다양한 앱들이 나 홀로 여행을 돕는다.◇여행 알파고 ‘구글 트립스’, 그들과 손잡은 ‘에어비앤비’ 구글 트립스.지난 2일 글로벌 검색에진 구글이 출시한 여행 정보 앱 ‘트립스’(Trips)가 여행 동반자 맨 윗줄에 오를만하다. 구글이 구현하고 있는 위치기반, 빅데이터 분석, 검색, 번역, 지메일, 구글캘린더, 알파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 및 딥마인드 등의 기술을 총망라해 구현한 여행 정보 앱이다.  이에 대해 IT전문매체 ‘테크홀릭’의 이석원 편집장은 “인공지능으로 서비스를 보완해 총망라한 앱”이라며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여행일정을 빠듯하게 짜는 경향이 있는 이들에게 유용하다”고 전한다. 이석원 편집장은 “위치기반과 여행의 결합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온·오프라인을 잇는 O2O비즈니스가 각광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위치기반은 의식주 모든 것에 대한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현상에서 여행만 예외일 수 없고 위치기반과 여행의 결합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이어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구글 트립스는 오히려 간단한 서비스다. 향후 보다 세밀한 맞춤형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음성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화형 검색은 단순한 찾기 뿐 아니라 검색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여행지에서도 평소 취향, 선호도 등을 고려해 맛집, 관광지, 놀거리 등 추천하는 등 진화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덧붙였다. 에어비앤비여행전문 쇼핑몰 트래블메이트의 남지현 주임은 구글 트립스에 대해 “여행앱계의 백과사전이다. 지메일로 주고받은 예약메일, 일정표 등을 바탕으로 가고 싶은 코스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무궁무진하다”며 “무엇보다 좋은 건 데이 플랜(Day plans) 카테고리다. 무작정 떠나는 나 홀로 여행객들이 참고하기 좋은 코스를 구글맵을 통해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어 남 주임은 “스팟 사이의 거리, 이동시간, 가는 방법, 운영시간, 대부분 방문자들이 머무는 시간까지 알려준다”며 “영어라서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여행 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서울로 여행을 생성해보면 사용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다”고 조언한다.게다가 구글은 최근 전세계 191개국 3만 4000개 이상 도시의 숙소를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에 5억 55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하며 보다 세심한 지역밀착형 정보제공이 가능해졌다.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6000만명이 이용하는 숙박공유기업으로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위치확인, 이동, 지불 등을 위한 앱들 우버.(연합=AFP)여행에서 이동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위치를 확인하고 택시를 타고 지불을 하는 데 유용한 앱은 우버, 구글 맵스 그리고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유니온페이를 장착한 페이앱이다. 구글 맵스는 자타공인 믿을만한 지도앱이고 우버는 한국의 카카오택시처럼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앱이다.  여행지에서 흔한 바가지요금을 피할 수 있고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단 미국의 경우 구글 맵스 보다는 애플맵, 우버 보다는 리프트(Lyft)가 더 유용하다. 다수의 경험자들은 “미국에서는 애플 앱이 더 정교하며 현지 교통상황, 요금추가 여부 등 세심한 기준을 적용하는 리프트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싸다”고 조언한다. 페이앱은 애플도 항복한 중국은련유한공사(中國銀蓮有限公司)의 중국의 결제망인 유니온페이(銀蓮, UnionPay)를 장착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아우르는 지불수단이다. 제휴처, 할인혜택 등이 다양해 특히 아시아 여행에서는 필수다. P2P 금융 전문기업 렌딧의 이미나 홍보팀장은 서울대학교 출신의 치과의사 이승건 대표가 설립한 비바 라리퍼블리카의 ‘토스’를 추천한다. 이 팀장은 “전화번호만 알면 언제 어디서나 송금할 수 있는 앱이다. 급할 때 매우 유용했다”고 털어놓았다.◇여행 전문가 혹은 초보 여행가가 추천하는 앱들 낯선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과 추억을 갈무리하거나 지역 맛집, 놀거리 등의 정보를 받거나 안전을 책임지는 앱들도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비바비디오(Vivavideo), 볼로(Volo) 등 사진 혹은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저작 앱이다.  비바비디오는 사진을 선택해 간단하게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볼로는 나만의 여행기를 블로그 형태로 기록·저작할 수 있다. 더불어 홀로 지낼 긴긴 밤을 함께 할 넷플릭스, 네이버 웹툰, 북스 등의 앱은 필수다!당장 떠나지 못해도 좋다. 분주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내 스마트폰 속 ‘여행’ 폴더에 늘어가는 앱들은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는 설렘을 간직할 수 있으니. ▲콕! 앱① IT전문매체 테크홀릭 이석원 편집장의 ‘폴라 스텝스’(Polarsteps)와 옐프(Yelp)폴라스텝스.IT분야의 특성상 전세계 곳곳으로의 출장이 잦은 이석원 편집장은 여행 전문 매체 ‘트렁크로드’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IT전문가이자 여행가로서 그가 추천하는 앱은 폴라 스텝스다. 여행 일정을 입력해두면 알아서 내가 갔던 곳을 지도에 표시하는 앱이다. 일정, 사진, 동영상 등을 추가할 수 있어 바로바로 여행일기를 쓸 수 있으니 따로 블로그 등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지도로 내가 움직인 루트를 볼 수 있고 터치 한번으로 그곳에서 했던 일, 맛집, 관광지 등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편집장은 지역정보를 바탕으로 별점과 리뷰를 제공하는 앱 옐프도 추천한다. 옐프에서 500개 이상의 리뷰가 달렸다면 믿을만한 맛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은 앱이다.▲콕! 앱② IT전문 홍보베테랑, 일로 노는  워커홀릭 이미나 팀장의 ‘프립’(Frip)과 앨리스 원더랩(Alleys Wonderlab) 동영상맵인 앨리스 원더랩.IT기업 홍보베테랑 이미나 팀장은 ‘꼬날’(꼬마 날라리의 줄임말)이라는 애칭과는 달리 일로 노는 워커홀릭이다. 여행갈 시간이 많지 않아 주로 국내 여행을 즐기는 그가 추천하는 앱은 동영상 지도 앨리스 원더랩과 여행지 주변의 다양한 이벤트를 알려주는 프립이다. 프립은 위치 기반 서비스로 아웃도어 여행, 피트니스, 문화생활 등 여행지 근처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들을 제안한다. 앨리스 원더랩은 사용자가 직접 비디오 지도를 만들어 등록하는 방식의 동영상 맵 서비스다.  ▲콕! 앱③ 여행전문 쇼핑몰 트래블메이트의 남지현 주임의 아이쉐어링(iSharing)과 설레여행 아이쉐어링.(사진제공=아이쉐어링소프트)나 홀로 여행, 특히 여성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이에 남지현 주임은 영화 ‘테이큰’으로 잘 알려진 ‘아이쉐어링’을 추천한다. 위치기반 서비스로 나의 위치를 주변인들에게 알려주고 위험한 순간 알람 버튼을 누르면 위치와 함께 SOS메시지가 전송된다. 내 신상과 안전을 공유할 이들과 함께 다운로드해 이용하면 된다. 비슷한 앱으로는 ‘하츠고’가 있다. 그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앱은 설레여행.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행매칭 앱이다. 여행 일정과 행선지를 생성하면 동일한 시간·장소에 있는 이들을 찾아 자동적으로 매칭해준다.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고 프로필에 자신의 SNS를 올려놓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게 남 주임의 추천 이유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10-12 07:00 허미선 기자

[창덕궁, 아는 만큼 보인다③] '구르미' 박보검 만나러 창덕궁 후원에 가볼까

창덕궁 후원.(사진=김성욱 기자)“이영이다, 내 이름.”이 한마디로 안방극장 앞으로 소녀팬들을 끌어들인 이가 있다.최근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효명세자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보검이다.배우도 매력적이지만 천재성을 타고나 21세에 요절한 효명세자라는 그 역사적 인물 자체도 매력적이다.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효명세자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박보검.(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영상 캡처)이 매력적인 세자의 내면과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창덕궁 후원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들을 창덕궁 후원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후원은 단순히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 아니라 효명세자의 흔적이 많은 곳이다. 효명세자 외에 미남이자 개혁군주로 알려진 정조, 세종대왕 등 군자(유교 사회 이상향으로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는 물론 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임금들의 흔적이 가득하다.효명세자의 건물 ‘의두합’ 왼쪽부터 기오헌, 운경거 .(사진=김성욱 기자)창덕궁 후원을 들어서서 규장각 뒤로 돌아가면 왕조의 흔적 같지 않은 건물 두 채가 나온다.단청을 하지 않은 검소한 모습을 한 ‘기오헌’과 ‘운경거’, 합쳐서 ‘의두합’ 이라고 한다. 효명세자가 순조 27년(1827년)에 재건립해 기오헌을 자신의 독서처로 사용했으며, 여기에 딸린 건물 운경거에서는 음악과 시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명칭이 거문고를 연주하며 즐기는 곳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효명세자는 거문고 연주에도 탁월했던 팔방미인이 아니었을까….이 의두합은 왜 하필 규장각 뒤에 있을까? 규장각의 주인인 정조의 정신을 효명세자가 이어받고자 했기 때문이다.검소한 건물의 외관도 할아버지인 정조를 닮고자 한 흔적이다. 정조는 일생을 검소하게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1층의 규장각과 2층의 주합루.(사진=김성욱 기자)의두합 앞에 효명세자가 그렇게 닮고자 했던 정조의 흔적, 규장각을 살펴보자.규장각은 정조의 개혁정치 핵을 담당하면서도 역대 왕들의 어제(임금이 몸소 짓거나 만든 글이나 물건)·어필(임금의 친필)과 도서 등 왕실의 문서를 보관했던 곳이다.선대 왕의 흔적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건물이다.사실 창덕궁 후원의 모든 건물에는 이 같은 마음이 묻어있다. 선대 왕들의 건물을 허무는 일이 없었고, 누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건물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짓지 않았다고….규장각 2층의 열람실 ‘주합루’는 우주와 일체된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구는 작은 우주이면서도 우주의 일부라는 철학적 사고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연꽃이 가득 핀 부용지. 가운데 인공섬 위로 시짓기를 하다가 유배간 신하의 억울한 모습이 그려진다.(사진=김성욱 기자)규장각과 주합루가 자리한 높은 언덕에서 조금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연꽃이 가득 핀 사각형의 큰 연못이 눈 앞에 펼쳐진다.‘부용지’라고 부르는 이 연못에는 학문을 사랑하고 신하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정조의 이야기가 전해진다.왕에게만 허락된 후원을 종종 신하들에 개방하고 이곳에서 음식을 대접하며 함께 놀았는데, 신하들과 시짓기를 하다가 부용지 한 가운데 인공섬으로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부용지 오른쪽에는 영화당이라는 건물이 하나 있다. 영화당과 그 앞의 넓은 공터인 춘당대는 과거 행사장으로 쓰였다. 이곳에서 과거를 보기도 했는데, 정조는 ‘상림십경’에서 그 광경을 열가지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꼽았다.춘당대 옆으로 세워진 담장 밖에는 과거 창경궁에 딸린 넓은 논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백성들이 하는 농사일을 체험했다고 한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백성의 일을 몰라선 안 된다고….담장을 조금만 더 따라 걸어가면 커다란 뽕나무가 한 그루 등장한다. 이는 왕비가 여성 백성들의 일인 양잠(누에를 키워 고치에서 실을 뽑는 일)을 앞장서서 한 흔적이다.소요정에서 바라본 옥류천 근처의 풍경. 소요암과 청의정의 초가지붕, 태극정의 모습이 보인다.(사진=김성욱 기자)녹음이 우거진 후원 길을 걸어 깊숙이 들어가면 옥류천과 3개의 정자 ‘소요정’, ‘청의정’, ‘태극정’이 나타난다. 궁궐 안팎의 정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그 풍경이 아주 훌륭해 현실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들 때 이곳을 찾아 시름을 놓는 임금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특히 옥류천을 앞에 두고 있는 소요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옥류천 한 가운데 바위인 ‘소요암’에는 임금들이 시공을 초월해 소통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인조가 남겨 놓은 ‘옥류천’이라는 글씨 아래 숙종의 오언절구 시가 어우러져 있다.청의정의 모습. 사각형의 작은 연못에 벼가 심어져 있다.(사진=김성욱 기자)소요암 뒤로는 궁궐을 통틀어 창덕궁에 하나 남은 초가 지붕 정자, 청의정이 보인다. 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에도 백성을 생각했던 임금의 내면을 상징한다. 이 정자의 작은 사각형 연못에서 임금이 직접 벼를 기르고, 그 벼를 베어 풍작을 기원하며 지붕을 엮었기 때문이다.이를 생각하며 창덕궁 후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군자가 되기 위한 임금의 덕목과 고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선대 왕을 따르고 존경하며 소통하고자 했던 마음, 어떤 상황에서도 신하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모든 백성의 삶을 어깨에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그 마음의 무게…. 창덕궁 후원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최은지 기자 silverrat89@viva100.com

2016-09-14 07:35 최은지 기자

[창덕궁, 아는 만큼 보인다②] 왕자의난부터 일제강점까지…곳곳에 새겨진 왕조의 아픔

덕혜옹주를 재조명한 영화 ‘덕혜옹주’.(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소설, 영화 등으로 재조명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한국에 돌아와 이런 글을 남겼다.“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싶습니다 / 대한민국 우리나라”그녀가 오래 살고 싶어한 낙선재는 바로 창덕궁에 있다.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 이궁(離宮)으로 완공한 이후 1989년 덕혜옹주가 숨을 거두기까지, 조선왕조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궁이다. 함께한 역사가 긴 만큼 왕조의 아픔이 서린 곳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창덕궁 인정전.(사진=김성욱 기자)창덕궁을 지은 배경도 조선에 처음으로 불어닥친 피바람에서 시작됐다.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면서 도읍인 한양에 건립한 경복궁, 그곳에서 후계자 자리를 놓고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다섯째 아들 방원이 권력을 잡은 이후 2대 임금으로 오른 방과(정종)는 왕자의 난을 잊고 싶은 나머지 개경으로 도읍을 옮겼다.이후 2년 만에 3대 임금(태종)은 다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도 자신의 과오는 잊고 싶었는지 경복궁을 피해 그 동쪽에 창덕궁을 지었다.창덕궁은 임진왜란이 발생하면서 불에 타는 고통도 겪었다.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2차례 일본의 침입이 이어지는 동안 창덕궁을 포함한 한양의 모든 궁이 화재로 소실됐다.영화 광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1609년 광해군이 즉위하고 나서야 완전히 복구가 된 창덕궁은 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의 뒷모습도 기억하고 있다.광해군의 반대 세력인 서인이 어린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죽이고 계모인 인목대비를 궁에 구금하는 등의 태도,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취한 실리외교 정책 등을 문제 삼아 1623년 4월 11일 반정을 일으켰다. 창덕궁으로 몰려온 반정세력에 놀란 광해군은 후원 문을 통해 의관 안국신의 집으로 피신했지만 바로 붙잡혀 강화도로 유배됐다. 광해군의 빈자리는 능양군 이종(인조)의 차지였다.이 반정 과정에서도 창덕궁 대부분이 소실돼 1647년(인조 25년)에 복구가 완료됐다.폭군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도 창덕궁에서 발생한 일이다.1506년(중종 1년) 이조참판 성희안, 중추부지사 박원종 등 훈구파 세력이 중심이 돼 중종반정을 일으키면서 연산군은 창덕궁에서 쫓겨나 강화도 교동으로 유배됐다. 그는 폐위된 뒤 두 달 만에 역병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창덕궁 대조전의 모습. 서양식 가구 하나가 살짝 보인다.(사진=김성욱 기자)왕과 왕비의 침전인 창덕궁 대조전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1910년 대조전에서 열린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한일합병’이 결정된 것이다.이후 1917년에 발생한 화재로 앞에 있는 희정당과 함께 불에 타 3년 뒤에 재건됐다. 희정당과 대조전은 비교적 최근에 다시 지어졌기 때문에 서양식 현관이나 화장실, 욕실을 갖췄고, 내부에도 서양식 가구를 갖추고 생활했다.창덕궁 낙선재.(사진=김성욱 기자)일제강점기, 몰락한 왕족의 무기력한 여생도 창덕궁에서 이어졌다.영친왕 이은과 그의 아내 이방자(나시모토노미야 모리마사) 여사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생활하다 각각 1970년, 1989년 세상을 떠났다.낙선재에서 살고 싶어 했던 덕혜옹주는 1962년 1월 26일 귀국해 낙선재에 딸린 수강재에서 생활하다가 1989년 별세했다.600여년이나 지속된 흥망과 희로애락의 역사를 곱씹으며 걸어보자. 창덕궁의 아름다움이 보다 깊이 있게 다가온다.최은지 기자 silverrat89@viva100.com

2016-09-14 07:30 최은지 기자

[창덕궁, 아는 만큼 보인다①] 근현대 품은, 조선을 위한 ‘창덕궁’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사진=김성욱 기자)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궁’. 역사가 담겨있는 궁은 그 아름다움으로 외국 관광객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 찾는 장소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해설사와 함께 다니지 않으면(때로는 같이 다녀도) 궁에 숨어있는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지혜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5일이나 되는 올해 추석 연휴에 어디 갈 곳을 찾는 사람을 위해 서울의 4대 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중 한 곳인 창덕궁을 추천해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창덕궁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숨어 있는 볼거리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덕혜옹주’,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서로 다른 두 작품에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창덕궁이다.조선 황실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생을 마친 낙선재는 창덕궁에 위치하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인공 박보검이 맡은 효명세자가 생활을 한 곳도 창덕궁이다.조선시대 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경복궁’이지만 조선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반영한 곳은 바로 창덕궁이다.경복궁이 중국의 전통을 따른 웅장한 모습에 질서정연한 구조를 갖췄다면 창덕궁은 비교적 소박한 모습에 자유로운 구조를 하고 있다. 산줄기 자락에 자리잡으면서 곡선을 이룬 자연 지형에 맞게 배치된 것이다.그리고 4대 궁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곳은 창덕궁이 유일하다.창덕궁은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면서부터 여타 궁과 다른 구조임을 알 수 있다.경복궁은 광화문에서 정전이 근정전이 보이고, 창경궁도 홍화문에서 정전인 명정전이 보인다. 하지만 창덕궁은 돈화문에서 정전인 ‘인정전’이 보이지 않는다(덕수궁도 정문인 대한문에서 정전인 중화전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덕수궁의 원래 정문은 남쪽에 있던 인화문으로 현재는 사라졌다).창덕궁 어로(왕이 가는 길)는 다른 궁과 달리 금천교에서 들어와 한번 꺾여 인정전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사진=김성욱 기자)금천(禁川)을 지나 정전까지 어로(왕이 가는 길)가 직선으로 돼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창덕궁은 인위적인 조성을 막고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어로를 돌린 것이다.인정전에서 바라본 남산. (사진=김성욱 기자)창덕궁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각 궁궐은 모두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왕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궁궐의 조화는 동서로 이뤄져 있다. 이런 배열 덕에 인정전에서 돈화문 쪽을 바라보면 남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창덕궁 정전인 인정전 (사진=김성욱 기자)인정전 내부는 다른 궁의 정전과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다. 조선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반영했다는 궁에 서양식 전등이 있는 것이다.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은 즉위 후 창덕궁으로 옮기면서 수리를 명했다. 수리를 일제가 맡았는데 그 때 유리창, 커튼, 샹들리에가 설치됐다. 바닥 전돌도 걷어내고 일본식 나무마루로 바꿨다.인정전 내부에는 커튼과 샹들리에가 있다. 또 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도 조금 높게 위치하고 있다. (사진=김성욱 기자)몇 년 전 관람객에게 인정전 내부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었는데, 그 때 관광객들이 커튼을 만져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커튼 교체작업을 해 샹들리에 천과 색깔이 다르다. 그리고 그 후 인정전 내부 공개가 중단됐다.또 어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 위치도 다른 궁과 좀 다르다. 어좌랑 같은 높이가 아니라 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조선 중기까지 우리 사회에 가득했던 다양성도 이 창덕궁에서 찾아볼 수 있다.선정문 뒤로 유일하게 남은 청기와 건물 ‘선정전’이 나온다.(사진=김성욱 기자)인정전 동쪽의 문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궁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청기와 건물 ‘선정전’이 나온다. 청기와는 ‘회회청’이라는 비싼 수입 안료와 인부의 노동력이 필요해 조선시대에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선정전은 과거 임금이 공부하고 신하들과 정치를 논하던 편전으로 쓰였다.희정당. 순종이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입구가 포치형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 차량 2대를 주차할 수 있었다고 한다. 희정당 내부에 서양식 화장실도 있는데, 현재 내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김성욱 기자)선정전 바로 옆에는 조선 궁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건물이 나온다. 임금 침소로 사용되다 조선 중기 편전으로 사용된 희정당이다. 희정당은 돌출된 건물 입구에 지붕을 갖춰 차를 댈 수 있는 포치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순종이 화재로 손실된 희정당을 복원하면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개조한 것이다.창덕궁 낙선재 (사진=김성욱 기자)희정당을 지나 동쪽으로 걸어가면 ‘낙선재’가 나온다. 궁궐의 일반적인 건축양식과 달리 ‘단청’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낙선재는 헌종의 아내 사랑이 담겨 있는 건물이다. 헌종 13년(1847)년, 그가 후궁 중 유일하게 경빈 김씨를 위해 하사했다고 한다. 검소함은 아버지인 효명세자를 닮은 듯하다.창덕궁 후원 부용지. 사진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정조의 사상이 담긴 규장각이다. (사진=김성욱 기자)국내 궁궐 중 유일하게 창덕궁에만 남아있는 전통 정원, 후원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의 정원은 내부에 인공물이 많고, 나무와 풀 등에도 사람의 손이 많이 닿은 모습이다. 인간을 자연보다 중시하는 태도가 반영됐다. 반면 후원은 지형은 물론 돋아나는 풀, 나무 하나 사람의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뒀으며, 건축물도 후원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인간의 터전인 자연을 더 중시하는 태도가 후원에 그대로 담긴 셈이다.창덕궁 후원의 ‘존덕지’에 있는 ‘존덕정’. 이중지붕 팔각형 형태가 특징이다.(사진=김성욱 기자)후원에 들어가 부용지를 지나면 존덕지라는 연못에 있는 ‘존덕정’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정자는 이중지붕의 팔각형 형태가 특징이다.창덕궁 후원 ‘반도지’ 위에 있는 부채꼴 형태의 정자 ‘관람정’ (사진=김성욱 기자)그 옆의 한반도 모양을 닮은 연못 ‘반도지’ 위에는 부채꼴 형태의 독특한 정자 ‘관람정’이 자리 잡고 있다. 관람정은 부채꼴 지붕을 가진 우리나라 유일의 정자다.궁궐 내 유일한 초가 지붕 건축물 ‘청의정’.(사진=김성욱 기자)후원 가장 깊은 곳 ‘옥류천’이 흐르는 곳에는 궁궐 내 유일한 초가 지붕 건축물 ‘청의정’이 있다.이 외에도 후원에는 10여개의 정자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창덕궁 후원의 ‘연경당’.(사진=김성욱 기자)후원에 있는 효명세자의 건물 ‘의두합’과 ‘연경당’은 낙선재와 마찬가지로 단청이 없는 모습이다.연경당은 순조 28년(1828년), 효명세자를 위한 건물이다. 궁궐 중 유일하게 사대부가 건물의 형식을 하고 있다. 의두합과 마찬가지로 세자의 검소함을 반영했다.창덕궁 ‘연경당’의 ‘선향재’. 국내에 두 개 뿐인 청동 지붕 건물이다.(사진=김성욱 기자)연경당 내부를 돌아보면 청동지붕 건물이 하나 나온다. 독서처로 사용했던 ‘선향재’인데 이 같은 청동 지붕 건축물은 강릉 선교장을 포함 국내에 단 2개 뿐이다.현재 남아있는 건축물에서 이처럼 많은 건축 형태를 만나다 보면, 과거 더 다채로웠을 창덕궁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창덕궁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끝나기 직전, 들어올 때 만났던 돈화문의 안쪽 모습을 보게 된다.열려진 3문 옆으로 벽 같은 문이 2개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 궁의 정문은 3문 형태다. 5문은 황제만 사용수 있는 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문을 사용했다는 것은 중국을 도발하지 않는 선에서 그 권위에 도전하는 ‘기개’를 엿볼 수 있다.북촌8경 중 1경인 창덕궁 전경. (사진=김성욱 기자)고려를 떠나 보내며 ‘500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노래했던 길재의 마음이 이러할까. 창덕궁을 돌아보고 돈화문 밖으로 나오면 만감이 교차한다.창덕궁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과거의 궁궐이 아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조선의 정체성이다.최은지 기자 silverrat89@viva100.com

2016-09-14 07:25 최은지 기자

[비바100] 직장인 10명 중 6명 "바캉스 다녀온 후 일상 복귀 힘들어"

몸과 마음의 재충전을 위해 휴가를 떠나지만, 복귀 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이 많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휴가를 다녀온 뒤 더 힘들어지는 휴가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556명을 대상으로 ‘휴가 후유증 유무’를 조사한 결과, 60.4%가 ‘후유증이 있다’라고 밝혔다.성별로는 여성(72.1%)이 남성(52.8%)보다 19.3%p 가량 더 높았다.직급별로 살펴보면, 대리급(67.4%), 사원급(64.2%), 과장급(53%), 부장급(33.3%), 임원급(22.2%)의 순으로, 낮은 직급에서 후유증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휴가 후유증을 겪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74.3%, 복수응답)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계속해서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져서’(23.6%), ‘휴가 중에 쉬지 못하고 일을 해서’(17.3%), ‘휴가를 길게 다녀와 적응이 어려워서’(14.9%), ‘휴가 기간 중 무리해서’(12.5%)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후유증의 증상으로는 ‘업무의욕 저하’(68.4%,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뒤이어 ‘업무 집중도 하락’(56.4%), ‘피곤과 졸음’(52.8%), ‘만성피로’(43.9%), ‘허탈함과 우울감’(37.3%), ‘잦은 짜증과 답답함’(32.2%), ‘불면증 등 수면장애’(14.9%), ‘피부 트러블’(10.7%), ‘식욕감퇴’(10.1%) 등의 순이었다.이들이 휴가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5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3일’(23.9%), ‘7일’(23.3%), ‘5일’(16.4%), ‘10일 이상’(14.6%), ‘2일’(12.8%) 등으로 나타났다.한편, 직장인들은 휴가를 다녀와서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 ‘당분간 휴가가 없다는 상실감’(71.3%,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고, 이어 ‘휴가비 지출로 인한 금전적 빈곤’(57.3%), ‘일상에의 적응’(46%), ‘밀린 업무 처리’(44.5%), ‘휴가로 인해 소진된 체력’(24.8%) 등을 들었다.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2016-08-12 07:00 이형구 기자

"무더위야 가라"…경기도, 자연 휴양림 5곳 추천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청평자연휴양림이 대표 휴양지로 선정됐다. 사진제공=경기도예년보다 이른 폭염에 강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기다. 경기도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가볼 만한 도심지에서 가까운 경기북부 자연 휴양림 5곳을 추천했다.◇축령산 자연휴양림조선의 태조 이성계와 비운의 명장 남이 장군의 전설이 깃든 남양주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지난 1995년 광주산맥과 북한강이 맞닿는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로 299에 개장했다.이곳의 자랑은 예부터 축령백림으로 불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잣나무 숲이다. 50~60년생의 아름드리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통해 고된 도심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말끔히 달랠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라는 접근성으로 인해 수도권 주민들의 힐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주요시설물로 취사·샤워가 가능한 숲속의집 3동, 산림문화휴양관 1동, 20명이 숙식할 수 있는 축령관 1실이 있으며, 이외에도 회의실과 주차장, 족구장, 어린이놀이터, 야영데크(30곳) 등이 구비돼 있다. 특히 계곡을 활용한 물놀이장도 있어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인근에는 다산 유적지, 몽골 문화촌, 남양주종합촬영소, 봉선사 등의 명소들이 소재해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천보산 자연휴양림하늘 아래 보배같은 산을 의미하는 포천 천보산 자연휴양림은 포천시와 양주시 경계가 되는 산줄기 동편인 포천시 원동교길 303에 소재해 있다. 천보산은 서울과 가깝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조선시대 태종과 세조가 사냥을 즐겼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주요시설로 숲속의 집 3동, 포레스트 하우스, 하우징 캠프 등의 숙박시설과 세미나실, 오토캠핑장, 야외공연장, 취사장, 샤워장, 산책로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또 숲속 물놀이장, 표고버섯 체험장, 서바이벌게임장 등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놀이·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구비하고 있다. 이곳의 힐링센터는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산 천연 황토와 참숯, 게르마늄, 질석 등으로 꾸며져 있다.주변에는 고려 3대 사찰 중에 하나였던 회암사지를 비롯해 권율장군묘, 화암서원 등의 역사유적은 물론, 장흥국민관광지, 불곡산, 백화암 등의 명소들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 이다.◇운악산 자연휴양림후고구려의 정취가 남아있는 포천 운악산 자연휴양림은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 184에 소재해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산세가 빼어나 소금강(小金剛)으로도 불려왔다. 운악산은 주봉인 만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바위들이 솟아있어 세간에는 관악산, 치악산, 화악산, 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의 5대 악산(岳山)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휴양림 내에서는 조선시대 자기를 굽던 가마를 복원한 ‘포천화현리요지’ 등의 문화재도 만나 볼 수 있다.주요시설로 숲속의집 1동, 연립동 3동, 산림문화휴양관 3동, 2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숲속 수련장 1동이 있으며, 산림공원 내에는 야외 교실 및 족구장, 탐방로와 등산로가 설치되어 있다. 또 캠핑 마니아들을 위한 오토캠핑장, 캠핑카 야영장, 노지 야영장, 캐빈, 야영데크 등의 시설도 마련해 놓았다.주변 명소로는 포천향교, 반월성지, 광릉수목원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은 1000원, 청소년은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청평 자연휴양림MT의 메카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로에 2246번길 8-6에 위치한 청평 자연휴양림은 청평호반을 바라보는 20만평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으며, 인근에 북한강이 흐르고 있어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휴식을 만끽하고 심신을 단련하기에는 으뜸인 곳이다.산림욕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시원하게 흐르는 북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약수터에서는 암반에서 흐르는 청정 1급수를 맛 볼 수도 있다.주요시설로 산림휴양관 4동, 숲속의 집 1동 등의 숙박시설은 물론 카페, 피크닉가든, 야외수영장, 새오름 쉼터, 야영데크, 공연장, 세미나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주변 명소로는 청평호, 청평리버랜드, 대성리 국민관광지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및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유명산 자연휴양림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가평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길 79-53에 소재해 있다. 시원한 계곡바람을 맞으며 가지각색의 기암괴석을 만나볼 수 있으며, 능선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 휴양림의 자랑은 국내 자생 꽃들을 만나 볼 수 있는 2만 4천여 평 규모의 자생식물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목본 42종과 초본 322종이 식재돼 있어 휴양은 물론, 숲을 이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살아있는 학습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주요시설로 숲속의 집 12동, 연립동 3동, 산림문화휴양관 2동 등의 숙박시설과 야영객들을 위한 야영장, 오토캠핑장, 야영데크를 마련해 놓았다. 이외에도 습지 관찰데크, 물놀이장, 잔디광장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가볼만 한 주변 볼거리로는 경기도 잣향기 푸른숲,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원예수목원 등이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이승원 기자 lbhlsw@viva100.com

2016-07-20 10:17 이승원 기자

[비바100] 여름휴가 ‘방콕’도 좋아… 50.6% "여행 보다 휴식"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17일 인천공항이 해외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여름 성수기인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간 인천공항 이용 여객이 약 542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연합)최근 몇 년동안 여름휴가에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름휴가에 먼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하면서 보내려는 욕구가 사회전반적으로 뚜렷해진 것.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자리잡았음에도 불구 실제 1박 이상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남녀의 90% 가량이 여름 휴가에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답한 것이다. 또한 올 여름휴가비용은 20만~29만원으로 계획한 이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설문조사를 참고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여름휴가에 대한 인식을 살펴봤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 50.6% vs “여행을 꼭 가야 한다” 43.3%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50.6%)이 여름휴가에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태도는 최근 3개년 조사(14년 48.5%→15년 51.7%→16년 50.6%)에서 일정하게 나타난 흐름이다. 소위 말하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멀리 나가지 않고 집이나 집 근방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현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반면 여름휴가에는 꼭 여행을 가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응답자의 43.3%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특히 20대(52.8%)가 여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많이 드러냈다.하지만 여름휴가 여행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응답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에 1박 이상의 여행을 떠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9명(89.9%)이 다가오는 여름휴가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모든 연령대(20대 91.6%, 30대 90.8%, 40대 86.4%, 50대 90.8%)에서 비슷했다.다만 월 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여름휴가 여행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어(200만원 미만 80.5%, 200~300만원 88.7%, 300~400만원 90.8%, 400~500만원 91.6%, 500~600만원 94.2%, 600만원 이상 97.9%), 여행 가능 여부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반면 올 여름휴가에 여행 계획이 없는 응답자는 전체 10.1%에 불과했다.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성수기 인파와 바가지 요금에 대한 거부감(50.5%, 중복응답) 때문이었다. 또한 물가에 대한 부담감(43.6%)도 컸으며, 업무나 일이 많거나(29.7%), 귀찮아서(27.7%) 여름휴가에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여름휴가 여행 대신에 계획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단연 집에서 편하게 쉬는 것(66.3%, 중복응답)이었다. 개인적이 문제나 생각을 정리하거나(31.7%), 미루어 두었던 집안일을 정리하겠다(28.7%)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주로 집에서 쉬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의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10명 7명 “부담은 되지만, 여름휴가를 포기할 정도는 아냐”응답자의 73.6%가 여름휴가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름 휴가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응답했다. 적지 않은 여행 경비가 들어간다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인 것이다. 이는 작년 같은 조사(73.6%)와 동일한 결과다.여름휴가 여행비가 별로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6%, 부담이 많이 되는 편이라는 응답은 8.8%였다. 올해 여름휴가 여행 경비로 예상하는 비용은 보통 10~19만원(20.2%) 또는 20~29만원(23.5%)이었다. 물론 100만원 이상(10.6%) 지출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수준이었다.한편 여름휴가 전 체중조절 및 몸 관리를 하려는 욕구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 2명 중 1명(50.7%)이 여행 전 체중조절 및 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며, 실제 현재 체중 조절이나 몸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51.1%에 달했다.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2016-07-20 07:00 박효주 기자

[비바100] 혼밥·혼술의 발상지… 떠나자! 싱글들의 천국으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고등학교 친구들이 휴가 때 말레이시아에 가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어느 날 여자 친구가 여름 휴가 이야기를 꺼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연인이 아닌 친구끼리의 여행이 주는 재미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의 동의를 구하고선 종일 말레이시아 이야기를 꺼낸다. 말레이시아 도착 전 반드시 들러야 할 면세점, 그곳에서 먹을 음식, 돌아올 때 사올 선물까지 그녀의 휴대폰엔 온통 말레이시아 관련 블로그가 즐겨찾기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차례, 같이 여행을 갈 마음이 잘 맞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반드시 같이 갈 이유가 없으니 노력하지도 않는다. 경험을 비춰 볼 때 남자들이란 대부분 그렇다. 결국 남은 건 싱글 여행이다.#1. 일본… 엔화 상승, 그래도 싱글 천국엔화 환율이 높아졌지만 여행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 동시에 유럽이 휴가지로 급부상했다.최근 들려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안정적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와 엔화 환율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도 싱글 여행객에게 일본은 가장 가기 쉽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행지다.  지난 26일 인터파크투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일본 오사카다.  2위는 후쿠오카, 도쿄는 4위다. 이 추세에 대해 인터파크투어는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싱글 라이프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23일 100엔당 1083.2원이던 엔화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1164.49원(27일 기준)으로 상승했다.이에 일본 여행 경비가 다소 높아지게 됐지만 여행을 취소할 만한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여행업계 전망이다. 국내 여행사의 여행상품은 보통 한 달 단위 고정환율을 적용해 계산되기 때문에 별도로 추가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다만 지금부터 개인이 숙박과 입장권 등을 예약할 경우 다소 손해를 볼 수 있다. 반면 브렉시트로 유로 환율이 낮아지자 유럽이 여름 휴가지로 급부상했다.#2. 라오스,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마주침 tvN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사진제공=CJ Eamp;M)만만한 일본과 부담스러운 유럽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 몇 년째 홀로 여름 휴가를 보낸 지인이 라오스를 추천한다. 그는 “tvN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을 보고 3박 5일간 여행을 다녀왔다”며 “물가가 싸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혼자 오는 사람이 많아 싱글끼리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라오스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에 뽑힐 정도의 여행지다. 사람은 많지만 북적이지 않고 건물은 아담해 하늘을 가리지 않는다. 빌딩 숲을 빠르게 헤쳐 다녀야 하는 직장인에겐 이상적인 휴양지가 아닐 수 없다. ‘꽃보다 청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출연자들이 보트를 타고 레포츠를 즐기다 중간에 내려 다른 여행객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여행지에서 특별한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라오스는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다.◇ 현지인과 숙박 ‘에어비앤비’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사진 제공=에어비앤비 CF 캡처)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덕분에 홀로 여행의 외로움이 줄었다. 사이트엔 자신의 집을 호텔처럼 내놓는 현지인들이 있고 여행객은 그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실제 숙식을 한 여행객의 생생한 리뷰가 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호텔보다 좋은 집에서 머물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인과의 생활이다. 현지인의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그들이 추천하는 맛집과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다. 집에서는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 다른 숙박 시설에 비해 외로움이 덜하다.최근 이 회사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로 특별한 여행을 자랑한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된다. 그것이 좋은 경험이든 아니면 그 반대든 상관없다. 그런 과정은 훗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여행을 채운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6-29 07:00 김동민 기자

[트렌드] 저유가 덕에… 美 장거리 자동차여행 '로드트립' 부활

(출처:NYT 웹사이트 캡처)미국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장거리 자동차여행, 일명 ‘로드트립(Roadtrip)’이 정답이다. 직접 자동차를 몰고 넓은 대륙을 달리면 다양한 문화, 인종이 공존하는 미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자연풍경은 덤이다. 최근 이러한 로드트립문화가 미국에 재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통상적으로 매년 6~8월 ‘드라이빙 시즌’이라고 불리는 여행 성수기가 본격화되면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저유가와 미국의 경제 회복세까지 맞물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취재한 로드트립을 떠난 미국인들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봤다.◇로드트립 증가 배경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올해 드라이빙 시즌의 휘발유 가격은 약 10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휘발유 가격은 50% 넘게 고꾸라졌다. 또 지난 겨울 내내 저유가가 꾸준히 유지됐다는 것은 미국 내 교통요금이 인하됐을 뿐만 아니라 각 가정의 지출감소로 가처분 소득까지 늘어나 경기가 좋아졌다는 의미다.캘리포니아대학의 댄 스펄링 교통연구소장은 “(저유가 덕분에) 차량 2대를 소유한 미국 가정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평균 최대 1000달러를 아낀 셈”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사람들의 지갑이 이전보다 두꺼워진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인들이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최근 취업시장 호조도 미국인들의 자동차여행이 늘어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올 4월 말부터 메모리얼 데이인 5월 30일까지 일자리가 240만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로드트립이 바꿔놓은 것로드트립은 호텔과 레스토랑, 테마파크 등 관련 산업의 지형도 바꿔놨다. 지난해 미국 국립공원에 입장한 인원은 사상 처음으로 3억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15년 그랜드캐니언 방문객은 550만명으로 전년대비 16% 올랐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테마파크 역시 지난해 기준 입장객이 2.5%가량 늘어나면서 사업 호조로 견조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미국 메이저 투자배급사 NBC유니버설은 최근 5억달러를 들여 LA유니버설 스튜디오에 ‘해리포터의 마법세계’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이에 질세라 캘리포니아 칼스배드에 위치한 레고랜드도 새로운 놀이기구 ‘닌자고’로 관광객 몰이에 나섰다.미 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이 도로 위를 달린 마일 수는 총 3조1500만마일(약 5조69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2007년 기록을 가뿐히 깼다. 올해도 지금까지 마일 수와 휘발유 소비량 모두 오름세다.최근 미국의 황금연휴였던 메모리얼 데이에는 미국인 3400만명이 로드트립(80km 이상)을 떠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2.1% 증가보다 높은 수준이고 2005년 이후 로드트립을 떠난 비율도 가장 높았다.또한 로드트립의 상징 ‘레저용 차랑(RV)’의 판매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해 RV차량 선적률은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추가 상승세가 예고돼 있다. 이는 저유가로 연비 고효율차를 외면하는 자동차 구매의 트렌드와도 관련 있다. 최근 저유가가 장기간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오히려 R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기름을 더 먹는 차량으로 관심을 기울였다.◇세대 벽 허물고 추억 만든다로드트립은 단순한 여행을 떠나 부모와 자녀 등 세대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여러 세대가 함께 여행하면서 평소 서로에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더욱 더 돈독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먼저 세대별 특징을 간략히 보면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 Generation)’는 이전 세대와 달리 다운타운에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 이들은 개인 차를 구매하는 대신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Uber)와 같은 ‘공유’ 교통수단을 즐긴다. 또 자신의 관심사나 열정을 남들과 쉽게 공유하지도 않는 편이다.반면 베이비붐 세대들은 자동차여행을 통해 그들의 자식이나 손자·손녀와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독립한 밀레니얼 세대와의 여행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내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 격차가 점점 심화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가 20대가 된 다 큰 자식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이다. 심지어 부모들이 다 큰 자식들을 데리고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제너베이케이션(Genervacation)’은 세대를 뜻하는 제너레이션(Generation)과 휴가를 의미하는 베이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다. 이에 따라 모든 세대가 함께 탈 수 있는 대형 자동차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렌트카업체들은 입을 모았다.또한 과거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인들이 이제는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숨통이 조금 트였다는 분석도 있다.게다가 미국인들이 물질적인 것보다 ‘추억’과 같은 영원한 것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시장조사기관 마스터카드 어드바이저의 사라 퀸란 마케팅 대표는 “경기침체 이후 사람들은 손에 잡을 수 있는 가시적인 것이 사라지거나 가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자신들을 영원히 떠나지 않는 추억, 기억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라고 설명했다.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인들은 실직하고 집을 저당 잡히는 등 소유품이 사라졌지만 이와 반대로 불변하는 추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로드트립’을 통해 모험과 추억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권예림 기자 limmi@viva100.com

2016-06-08 07:00 권예림 기자

[비바100] 종로 속 숨은 새로운 세상, 영화 '암살'의 그곳! 백인제 가옥

오래된 한옥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근대 한옥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집터는 빌딩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옛 정취를 전해준다.  그늘진 마루에 앉으니 새의 지저귐이 실린 바람이 불어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드니 잘 가꿔진 나무들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닌다. 직박구리, 참새, 박새 심지어 딱따구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서울 백인제 가옥에서 느낄 수 있는 초여름 풍경이다◇ 평일 400명, 주말 800명이 찾는 북촌의 명소백인제 가옥 입구.(사진=김동민 기자)종로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은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 위에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별당채로 구성된 한옥 구조물이다. 대지면적만 2460㎡ 크기로 예부터 이름 있는 부호들이 이곳에 살았다. 이곳은 친일파이자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1913년 건립했다. 이후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백병원 설립자로 알려진 백인제에게 그 소유권이 이전됐다.한옥이지만 건물 내부는 일본식 복도와 다다미방이 설치돼 있다. 한국과 일본 양식이 결합된 형식이다.안채 일부는 2층으로 건축됐다. 조선 전통한옥에서 볼 수 없는 일본식 구조로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서울시는 백인제 가옥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인정해 1977년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했다. 서울시로의 소유권 이전은 2009년 이뤄졌다. 그 사이 시는 건물 내외부를 과거 모습으로 복원했고 시험 개방을 거쳐 지난 겨울부터 일반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관람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백인제 가옥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역사박물관 이혁수 팀장은 “평일 약 400명, 주말에는 800명 정도가 이곳을 찾고 그중에는 외국인 관람객도 많다. 그들 사이에서 북촌은 중요 관광지고 그 안에서 추천 장소로 백인제 가옥이 꼽힌다. 이곳은 건물과 정원이 잘 꾸며져 있다. 봄과 여름에는 꽃이 피고 겨울에는 단풍이 든다. 겨울에는 눈이 내린 후 생기는 눈꽃이 아주 아름답다”고 웃는다.◇ 영화 ‘암살’의 그곳, 염석진이 숨은 다락방도 그대로 백인제 가옥 내부에 있는 다락방 계단. 영화 '암살'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이 이곳 다락방에 숨었다.(사진=김동민 기자)백인제 가옥은 평일 기준 하루 4번 가이드 투어를 한다. 이때 자유 관람에서 제한되는 건물 내부를 둘러볼 수 있고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가이드가 빼놓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영화 ‘암살’에 대한 내용이다. 전지현·하정우·이정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백인제 가옥은 극 중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집으로 등장해 그 웅장함을 뽐냈다. 극 초반 암살에 실패한 염석진(이정재)은 강인국의 집 다락방으로 숨어 들었다.백인제 가옥 안채 복도 끝에 실제로 있는 다락방으로 제작진은 ‘염석진이 강인국 집 부엌에 숨는다’는 처음 설정을 집 구조에 맞게 조정했다.‘암살’을 제작한 케이퍼 필름의 김성민 PD는 “영화 배경이 되는 고급 저택을 찾으러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 광주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울시 소유로 당시 비어있던 백인제 가옥을 찾아 어렵게 섭외했다. 가옥은 그 자체로 보존 가치가 높아 못도 하나 못 박았다. 그래서 벽에 붙여야 할 소품은 철사로 묶고 촬영 후 CG로 지웠다. 부엌에 있는 선반도 직접 다리를 따로 만들어 올렸다”고 설명한다.  백인제 가옥에서 진행된 영화 ‘암살’ 촬영 당시 모습. 케이퍼 필름 김성민 PD은 “집 훼손을 막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조심했다. 하지만 사람이 밟는 잔디는 어쩔수가 없어 추후 보상을 해줬다”고 후일담을 전한다. (사진 제공=케이퍼 필름)그는 이어 “훼손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컸지만 백인제 가옥이 영화 속 설정과 아주 잘 맞아 섭외와 동시에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다락방을 보고 염석진이 숨는 곳을 부엌에서 바꿨고 안채를 강인국이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 등으로 실제 가옥 구조에 맞게 콘티를 구성했다”고 덧붙인다. ◇ 백인제 가옥 곁으로 펼쳐진 북촌 풍경무더운 5월의 주말, 서울 종로구 정독 도서관을 찾을 사람들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김동민 기자)백인제 가옥 방문을 마치고 나와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바로 북촌 나들이가 시작된다. 북촌은 익히 알려진 서울 명소 중 하나지만 갈 때마다 색다른 기분을 주는 나들이 코스다. 길 주변엔 존재 자체로 세월을 이야기하는 오래된 한옥이 줄을 지어 서 있고 그 사이사이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 음식점들이 숨어있다. 백인제 가옥 바로 앞이 북촌 박물관이 있다. 그 안엔 조선시대 사용된 목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규모가 작아 아쉽지만 한옥과 또 다른 전통에 대해 알려준다.백인제 가옥 안쪽에 있는 정독 도서관은 북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반드시 공부하고 책을 읽는 목적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더위에 지친 나들이객의 땀을 적셔주는 시원한 나무 그늘엔 어김없이 엉덩이를 붙일 벤치가 있다. 마침 가방에 읽던 책이 있다면 그곳은 더할 나위 없는 나만의 도서관이자 도심 휴양지가 된다. 글‧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5-25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제3공화국에 동행한 방석집의 요람, 낡은 한옥 그리고 지금의 익선동

복잡한 서울 한복판인 낙원상가 뒤편,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앞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에 흥미로운 가게들이 터를 잡은 익선동.(사진=허미선 기자)“도대체 여기가 왜 뜬거야?”투덜거리는 젊은이가 있다. “여기는 안 예쁜 데가 없어요. 어디를 먼저 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밖으로 소용돌이 치는 모양을 나타내는 중국어 표현인 ‘덩바’(登巴)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만난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톰과 그의 친구들은 마냥 들떠 찬양하기도 한다.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오가닉 레스토랑, 카페, 빈티지숍 등을 비롯해 전통찻집, 여전히 3500원인 백반집, 담백한 칼국수 맛집, 밤이면 자리를 펴고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선술집들로 골목마다 빼곡하다. 더불어 자리를 옮긴 철물점, 4월 말 폐점을 선언한 세탁소, 한옥게스트하우스, 한복대여점 등 생활감도 물씬 풍긴다.복잡한 서울 한복판인 낙원상가 뒤편,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앞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에 흥미로운 가게들이 터를 잡은 이곳은 익선동이다.  현재 이비스 호텔 자리는 조선말기 서화가 ‘송은’ 이병직 선생의 집터로 한국 최초의 요정인 오진암 자리였다. 오진암은 1910년 지어진 상업용 한옥으로 서울시 등록 제1호 음식점이기도 하다. 7.4 남북공동성명이 이곳에서 논의됐고 1970년대 제3공화국 정치사와 동행했던 오진암은 삼청각, 대원각과 더불어 3대 요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2010년 해체된 오진암은 현재 종로구 부암동 소재의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으로 옮겨졌다.잘 알려진 익동다방, 오가닉 레스토랑 열두달, 슈퍼마켓을 빙자한 술집 거북이슈퍼, 노상에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는 광주집부터 각 지역 이름을 붙인 선술집들, 미니 화로에 연탄불로 구워먹는 먹태, 쥐포, 오징어 등이 흥미로운 갤러리 카페바 그랑, 옛날식 경양식집을 표방하는 경양식1920,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플루스트, 빈티지숍 버니, 바 식물, 전통찻집 뜰안, 일본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4.5평 우동집, 드립커피가 맛있는 솔내음, 정갈한 밥집 익선동 121 등. 이미 알려진 곳 외에도 골목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하게 될 것만 같은 곳이 바로 익선동이다. 맛 보다는 분위기에 먹고 마시며 취하는 곳이다. 5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 건너편, 1·3호선은 6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 CU 편의점과 김삿갓 사이길로 직진하면 된다. 가게마다 11시 오픈이라고 적혀 있지만 대부분 열두시는 돼야 입장이 가능하다.  5개 음식점이 마켓형식으로 자리잡은 열두달의 달래, 냉이 페스토를 곁들인 봄꽃비빔밥.(사진=허미선 기자)◇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퓨전 밥집, 열두달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이 ‘열두달’이다. 5개의 음식점이 마켓 형식으로 자리잡은 레스토랑으로 전통 장, 수제햄, 오가닉 채소 및 허브·꽃 요리, 과일로 만든 효소차, 전통주, 수제맥주 등을 맛볼 수 있다.가장 유명한 메뉴는 연근크림파스타와 매운 통닭다리살 구이 덮밥(두 메뉴 모두 1만 2900원, 런치 9900원)이다. 계절마다 시즌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현재는 달래와 냉이를 베이스로 만든 페스토를 곁들인 봄꽃비빔밥(런치 9900원)과 4월 한정 유채꽃 유자 크림 크레페(6000원)를 먹을 수 있다. 철마다 다른 것으로 담근 효소청을 베이스로 하는 에이드나 차도 곁들이면 좋다. 4월엔 생강과 쇠비름 효소청을 먹을 수 있다(5000원).열두달의 건너편은 공사 중인데 4월 말 'Craft Roo'라는 수제맥주집이 오픈할 계획이다.익선동121은 나지막한 천장에 오픈형 부엌으로 한옥의 특징을 잘 살린 식당으로 2종류의 커리를 먹을 수 있는 반반커리가 인기다.(사진=허미선 기자)◇반반카레를 아시나요? 익선동 121익선동 121은 익선동의 잘 알려진 메인로드(열두달, 익동다방 등이 있는 골목)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퓨전식 밥집이며 술집이다. 익선동 121번지에 위치한 나지막한 천장에 오픈형 부엌으로 한옥의 특징을 잘 살린 식당이다. 주요 메뉴는 커리. 다른 맛 커리 두 가지를 먹을 수 있는 반반카레(7000원)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점심은 그때그때 메뉴가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부추 된장 비빔밥, 각종 수제카레(6500원)를 자주 낸다. 최근 표고버섯 취나물밥(7500원)도 새로 출시했다.◇애교 넘치는 복순이가 살고 있는 곳, 익동다방경쟁이 치열한 외부자리(사진 왼쪽 위)와 전시 아티스트에 따라 바뀌는 실내 인테리어(사진 왼쪽 아래), 익동다방의 주력 메뉴 중 하나인 딸기절구라테와 딸기스콘.(사진=허미선 기자)‘열두달’에서 직진하다 왼쪽 좁은 골목 안에 깊숙이 자리한 카페다. 차게 내린 콜드워터스티핑 커피(4500원)와 시고 쓴 맛을 배제하고 원두 자체가 가진 달콤함과 구수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내린 스윗드립커피(6000원), 딸기절구라떼에이드(6500원)가 현재 주력메뉴. 절구에 생딸기를 찧어 우유거품을 더해 내는 딸기절구라테와 주문을 하면 갓 구워내는 스콘(5000원) 혹은 딸기스콘을 곁들이면 좋다. 아트콜라보레이션 숍이기도 한 익동다방의 인테리어는 전시 작가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이 집의 마스코트는 애교 넘치는 골든리트리버 복순이.익동다방 애교만점 복순이.(사진=허미선 기자)어린시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외식했던 때의 맛이라는 경양식 1920.(사진=허미선 기자)◇1970~80년대 추억의 외식메뉴, 경양식 1920익선동 한옥이 지어진 1920년을 기념해 이름지어진 경양식집으로 익동다방을 만든 익선다다 팀의 또 다른 프로젝트다.1970~80년대 주요 외식메뉴였던 돈가스(1만 1000원, 런치 9900원)와 함박스테이크(1만 5000원, 런치 1만 1000원), 멕시칸사라다(6000원)가 인기 다. 항시 대기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기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경아씨는 “어렸을 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먹던 그때가 떠오르는 맛”이라고 소개했다.◇집밥이 그립다면 익선동으로! 수련집, 부산집, 소담집 등 단돈 3500원에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수련집.(사진=허미선 기자)아무리 좋은 음식과 특별한 요리를 먹어도 생각나는 것이 집밥이다. 집밥이 그립다면 익선동으로 가자. 가장 유명한 곳은 수련집으로 김치찌개, 동태찌개 등 백반을 35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밥 때면 식사와 반주를 즐기려는 어른들로 붐비는 곳이다. 수련집에서 안쪽으로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부산집은 감자탕, 닭곰탕, 동태백반을 3500원, 콩국수는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전통찻집인 뜰안 바로 옆에 위치한 소담집은 매일 바뀌는 6가지 반찬과 국, 찌개 등 깔끔하고 정겨운 엄마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가정식백반 6000원, 50년 전통의 찬양집 해물 칼국수(사진 위)와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사진=허미선 기자)◇오랜 전통의 칼국수 맛집, 50년 전통의 찬양집 VS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익선동 골목에는 오랜 전통의 칼국수집 2곳이 자리 잡고 있다. 멸치육수에 해물과 바지락을 넣은 50년 전통의 찬양집과 ‘불만제로’의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집이다. 찬양집은 1965년 생긴 곳으로 해물, 바지락 칼국수가 주메뉴다. ‘테이스티 로드’, ‘수요미식회’ 등 방송도 여러 번 탄 유명 맛집. 비오는 날 이곳에서 만난 중년남성은 “꽤 오래전부터 단골인데 언제 먹어도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5500원.종로할머니칼국수는 1988년 생긴 곳이다. 할머니가 반죽을 치대 직접 칼로 썰어 멸치육수에 끓여낸다. 양은 푸는 사람 마음, 그래도 모자라면 면사리를 더 먹을 수도 있다. 육수는 깔끔한데다 손으로 썰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6000원.천천히 연탄불에 구워먹는 먹태와 오징어, 쥐포를 마요간장에 찍어먹는 맛이 별미다.(사진=허미선 기자)◇연탄불에 구워먹는 먹태와 마요간장 그리고 1988년 그때 그 도시락 사발면, 거북이슈퍼‘거북이슈퍼’ 이름 그대로다. 바쁜 도시 일상 중 느긋하게 연탄불에 먹태와 오징어, 쥐포 등을 구워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술집이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4000원)와 먹태(1만 2000원), 오징어(1만원), 쥐포(8000원)를 연탄불에 구워먹을 수 있다. 이들을 찍어먹을 수 있는 마요간장(마요네즈와 간장, 청양고추, 깨)이 방점을 찍는다. 맛보다는 분위기와 추억에 취할 수 있는 곳. ◇식물과 솔내음, 전통찻집 뜰안, 나만의 향기를 찾을 플루스트 그리고 아주 작은 ‘미니카페’솔내음의 에스프레소(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와 전통찻집 뜰안, 식물 등 익선동 카페는 저마다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익선동은 카페도 저마다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드립커피가 맛있는 솔내음과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실내가 재밌는 카페 식물, 전통찻집 뜰안 그리고 조향 전문가들이 상시대기 중인 플루스트까지 취향에 따라 찾으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수제밀크티와 마들렌으로 콘셉트를 잡은 플루스트와 자연주의적인 뜰이 인상적인 솔내음은 열두달, 경양식 1920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4월 말이면 문을 닫는 세탁소와 낙원철물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카페 식물, 왼쪽이 전통찻집 뜰안이다. 김정훈·사이토 타쿠미 주연의 2010년작 ‘카페 서울’의 배경인 모란당이 바로 뜰안이다. 바로 옆은 가정식백반을 먹을 수 있는 소담집이다.미니카페는 익선동 121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로 웨딩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레몬청, 모과생강청, 대추생강청 등으로 만든 수제차가 2000~3000원 사이로 매우 저렴하다.◇밥집이지만 술이 더 마시고 싶은 4.5평 우동집이비스 바로 옆 4.5평 우동. 자작한 국물에 적당한 양의 국수를 곁들인 우동(사진 왼쪽 위)은 질리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유부초밥과 맛계란을 곁들여도 별미.(사진=허미선 기자)이비스 바로 옆에 위치한 아주 작은 일본식 밥집이다. 자작한 국물에 적당한 양의 국수를 곁들인 우동은 질리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유부우동부터 오뎅우동까지 다양한 메뉴를 4500~6500원에 먹을 수 있다. 다양한 우동에 유부초밥(1500원)과 맛계란(1000원)을 곁들여도 별미다. 큼지막하지만 부드러운 쇠고기와 야채가 먹음직스러운 비프 카레라이스(7000원), 연어덮밥(8500원)에 잔으로 파는 술도 재밌다. 맛술로 끓여낸 조개찜이나 그때 그때 어시장에서 공수한 회 등 안주도 맛깔스럽다.이곳에서 만난 이윤정씨는 “우동에 곁들인 파가 매우 적절한 두께여서 인상적이다. 멀리서 일부러 자주 올 정도는 아니지만 사무실이나 거주지가 근처라면 메뉴별로 먹고 싶은 맛”이라며 “사실 밥보다는 술 한잔 하러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그 시절로의 추억여행, 빈티지 보니수집빈티지 소품들로 들어찬 빈티지 보니.(사진=허미선 기자)식물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빈티지 소품샵 보니는 주로 먹고 마시는 공간들이 들어찬 익선동 골목의 볼거리다. 모녀가 운영하는 이곳은 홍대에서 10년 터줏대감으로 있다가 익선동으로 자리를 옮긴 지 4개월에 접어든 새내기 입주민이다.1950~60년대 유행했던 도톰한 두께에 우유처럼 뽀얀 밀크글라스 식기가 가득이다. 모녀가 해외에 다니면서 공수한 빈지티 소품들이 방문객들을 추억의 그 시절로 이끈다.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4-2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는 미래도시 영종도엔 공항말고 OOO도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영종도가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주)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착공된 뒤 오는 2018년 미단시티에는 LOCZ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2월 26일 발표된 문화관광체육부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RFP) 심사 결과에서도 영종도 1곳에만 복합리조트 허가가 나기도 했다. 사실 영종도는 옛부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데이트 코스였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경리단 힙스터에서 '영종댁' 4년차로 변신한 기자가 직접 가보고 고른 핫플레이스를 공개한다. ◇가족여행과 라이딩족의 천국갯벌이 드러나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고 있다.(사진=이희승 기자)영종도는 제비가 많은 섬으로 자연도라고 불렸던 섬이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타고 들어가면 닿을 수 있다. 낚시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찾던 한적한 섬은 인천공항이 개항되고 ‘풀 하우스’, ‘슬픈 연가’ 등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영종도는 신도, 시도, 삼목도, 용유도, 무의도와 가깝고 삼목도와 용유도는 도로로 이어져 가족들이나 1박2일 여행, 사진출사와 라이딩족의 사랑을 받고 있다.지난 주말 회사 후배들과 함께 자전거 라이딩에 나섰다는 표현정(33)씨는 “공항철도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서 자주 영종도에서 모인다”며 “업다운 힐이 많지 않아 여자들끼리 와도 부담없는 곳이다. 라이딩 중 만나는 고라니부터 철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라며 극찬했다. 실제로 영종도 내 신도시 산책 코스에서는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숱하게 발견된다.◇역사 깊은 용궁사… 소원바위 필수신기하게도 정말 들어주는 소원은 바위가 돌아가고 아닌 소원은 뻑뻑하게 굳는 소원바위.(사진=이희승 기자)영종도 백운산 자락에는 신라 문무왕 때(서기 67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용궁사가 있다. 어부의 그물에 조그마한 옥부처가 걸려 올라 와서 바다에 던져도 또 다시 그물에 걸려 오기를 반복해 백운사(용궁사의 예 이름)에 모시게 됐다고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흥선대원군이 이 사실을 알고 불상이 용궁에서 나왔으니 사찰이름을 ‘용궁사’로 바꾸자며 현판을 써 준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고 작지만 사찰 뒤편의 ‘소원바위’가 명물이다. 이곳에서 소원을 말한 뒤 돌을 들어 시계 방향으로 돌렸을 때 돌이 바위에 자석처럼 끌리는 느낌이 들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특히 자녀를 갖게 해달라는 소원이 잘 이뤄져 평일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항철도 운서역 건너편 정류장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전소(영종출장소)역에서 내려 10여분 간 숲길 진입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해넘이·해맞이 명소…선녀바위 영종도의 상징이자 송도로 향하는 인천대교 전경.(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바다의 색은 탁하다. 선녀바위 해변은 에메랄드 빛도 아니고 아담하지만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기암이 많아 영화, 광고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바위도 많고 파도도 세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위험한 편이지만 물이 빠진 시간대에는 이만한 자연 놀이터가 없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고운 모래를 들추고 소라게를 잡는 아이들과 굴을 따려는 어른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밀물 때면 선녀바위와 몇몇 갯바위들만 고개를 내밀지만 썰물 때면 작은 갯바위들이 오밀조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 왼쪽의 기도하는 여인 형상을 한 선녀바위 주변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레나 창(22)씨 역시 4박 5일의 일정 중 하루를 일부러 공항 근처의 호텔로 잡았을 정도다. 그는 “현지에서 한류의 인기는 아시아 최고다. 이민호가 출연한 드라마의 촬영지를 직접 보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인천대교의 꽃 '인천대교 기념관'인천대교를 배경으로 말들이 한가로이 사료를 먹고 있다.(사진=이희승 기자)7.42km의 광안대교를 가볍게 물리치고 21.38km로 한국 최장 다리가 된 인천대교는 다리 길이로는 세계 7위, 교량으로 연결된 18.38km의 사장교 길이로는 세계 6위다. 주탑과 주탑 사이를 가리키는 주경간 800m 거리의 사장교 규모로는 세계 5위다. 인천대교 옆에 위치한 기념관은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 촬영지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장애인과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힐링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천대교㈜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기념관 일대 460㎡ 규모 부지에 구호동물의 보금자리인 ‘도담도담동물누리’를 개설했다.이곳은 버려지거나 인간에게 피해를 당한 동물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국내 첫 안식처다. 동물원처럼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게 사람들의 접근이 통제된 곳으로 마음껏 뛰어 놀며 살아가게 해 둔 것이 특징. 이곳에는 현재 말 3마리, 토끼 10마리, 기니피그 6마리, 개 3마리 등이 지내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중인 사육사는 “버려진 채 안락사 당하기 직전에 구해진 동물도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금지”라면서 “처음에는 사람에게 먹이를 달라고 달려드는 말도 있었지만 격리를 통해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영종도 최고 인기 장소는?기자가 직접 타본 자기부상열차. 조용하고 친환경적인데다 승차감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사진=이희승 기자)지난달 3일 이후 주말이면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공항철도 용유역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바퀴 대신 자석의 힘을 이용해 공중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적고 분진이 없어 환경친화적인 데다 승차감 역시 우수해 미래형 열차로 꼽힌다. 바닷길이 훤히 보이는 풍경을 자랑하다가도 총 6.1km 노선 중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호텔 근처와 경정 훈련원을 지날 때면 창이 가려지는 미스트 윈도가 자동으로 작동해 미래에 온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이국적인 음식이 넘쳐나는 영종도. 사진은 멕시코 음식점 도나킴 내부.(사진=이희승 기자)과거 영종도는 횟집과 조개구이, 칼국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가장 뜨는 곳은 정통 멕시코 음식점인 도나킴이다.  30년간 멕시코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한국인 사장이 귀국해 직접 차린 곳으로 멕시코 현지인이 직접 요리를 하고 서빙을 한다. 주말에는 이국적인 공연이 열리는가 하면 직접 공수해온 의상과 멕시코모자인 솜브레로까지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항공사에 근무하는 이명주씨(45)는 "기존에 먹던 멕시코 요리가 한국화된 느낌이라면 이곳은 확실히 본토의 맛이 느껴진다"며 "서울에서 온 친구들도 극찬한 맛으로 다음달 대학 모임도 이곳에서 할 예정"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3-16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윤동주 하숙집터부터 문학관까지, 그곳을 거닐면 절로 시인이 된다

윤동주 시인과 문학관 제3전시실(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 “어? 여기가 윤동주 하숙집터래?”지나가는 젊은 연인이 외친다. 파스텔톤의 초록·노랑·보라·핑크와 검정 비닐우산이 매달린 곳의 벽에는 ‘서시’가 붙어 있었다.좀체 눈에 띄지 않는 이곳이 서울 종로구 누상동 9번지, 연희전문학교 문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1941년 스물다섯의 청년 윤동주가 시인의 꿈을 키웠던 하숙집이다.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답답해하던 시인 지망생이 일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한 첫 공간이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서촌데이트에 나섰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는 박형기(27)씨는 “서촌에 자주 오는 편인데 여긴 처음 봤다. 요 앞 박노수 미술관도 가고 그랬는데…”라며 신기해했다.서울 종로구 누상동 골목길의 옛 윤동주 하숙집이 있던 곳에 '윤동주 하숙 집터'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사진=허미선 기자)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서촌길 끄트머리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하숙집에서 윤동주는 그 유명한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씨워진 詩’를 썼다. 아침이면 인왕산 자락을 올라 숲속 작은 약수터에서 세수를 하고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을 테고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기도 했을 터다. 저녁이면 하숙집주인인 극작가이자 소설가 김송과 문학을 이야기하고 그의 성악가 출신 아내의 노래를 감상하곤 했다고 알려진다. 당시 함께 하숙을 했던 후배 정병욱이 쓴 회고록에는 이 하숙집에 머물던 4개월 남짓을 “인생에서 가장 알찬 시간을 보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말했다”고 적었다. ◇1년 1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윤동주문학관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윤동주문학관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 하숙집터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골목을 따라 청운초등학교, 경기상업고등학교 등의 앞을 거쳐 30분 정도를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 윤동주문학관이다. “시 하나 하나가 다 감동이네요.”눈이 펑펑 내리던 2월 28일 인왕산 등산을 마치고 들렀다는 두 중년의 등산객은 감탄에 더 이상의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시가 주는 여운에 한동안을 서 있기만 했다. 문을 닫는 6시를 30분 앞두고 부랴부랴 뛰어들어 “잠시라도 안보면 안될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문학관 바로 옆의 계단을 오르면 시인의 언덕 산책로가 있다.(사진=허미선 기자)이곳의 이근혜 해설사는 “저런 분들이 꽤 많다. 한번 들렀다 좋아서 오고 또 오고, 그러다 지인을 데리고 오고…여러 차례 방문하는 게 특징”이라며 “올 때마다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감동을 느낀다고들 하신다”고 전한다.많을 때는 하루 1500명이 다녀가기도 하는 윤동주문학관의 연간 방문객은 10만 6000명에 이른다.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이 건물은 청운동 주민들이 출퇴근길에 하루 두 번은 보는 곳이에요.”애당초 종로구 청운동의 수도가압장이자 물탱크로 쓰였던 이 건물은 1974년 지어진 공공건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7년 정도 방치되다 2012년 7월 22일 윤동주문학관을 개관했다.지어지는 데만 400일, ‘상업화’를 우려해 극구 반대하는 유가족들을 오랜 기간 설득해 열린, 관람료도 그 어떤 상업행위도 일절 없는 오롯이 시인의 공간이다. “종로구의 청운동, 효자동, 옥인동 등은 예전부터, 실제로 따지면 조선시대부터 예술가들의 터전이었어요. 경복고등학교 주변은 겸재 정선, 청운초등학교는 송강 정철의 집터기도 했죠.” ◇영혼의 가압장, 그곳에선 누구나 시인이 된다윤동주문학관 제1전시실에서는 윤동주 생가인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가져온 우물과 시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사진=허미선 기자)윤동주문학과의 주테마는 ‘우물’, 주제는 ‘영혼의 가압장’이다. 윤동주 시인이 죽음을 맞았던 때의 나이는 27세(한국나이 29세). 누구나 가장 순수하고 정의로울 나이에 가장 순수한 시를 남기고 간 윤동주의 시로 찌들대로 찌든 마음과 정신을 새롭게 충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영혼의 가압장’이라 이름지었다.문학관에서는 3개의 우물을 만날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제1전시실 중앙에 자리 잡은 목판으로 된 우물은 미국의 윤동주 시 낭송모임인 선양회가 윤동주의 생가인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으로 수차례 답사여행을 갔다가 직접 공수해 유가족에게 그 진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생가의 우물에서 동북쪽으로 바라보면 그가 다녔다는 명동소학교와 명동교회가 보였다고 전해진다. 제1전시실의 문을 열고 나서면 물떼가 그대로 남아있는 벽과 네모난 하늘을 볼 수 있는 제2전시실 '열린우물'로 이어진다.(사진=허미선 기자)닫힌 제1전시실 문을 열고나서면 천장이 뚫린 열린 우물(제2전시실), 그리고 마지막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줄기 빛만이 떨어지는 닫힌 우물(제3전시실)이 있다.탄생부터 운명할 때까지를 연대별로 스토리텔링한 제1전시실을 돌아보고 꽉 닫혀 있는 문을 열면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마치 그저 지나가는 통로처럼 보이지만 ‘열린 우물’이라 이름 붙여진 제2전시실과 ‘닫힌 우물’ 제3전시실은 똑같은 모양의 물탱크였다. 2전시실이었던 물탱크는 유난히 부패와 곰팡이가 심해 천장을 들어내 내외부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허름하게 얼룩덜룩한 벽,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탱크의 네모난 입구,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 등으로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 공간은 우물 안을 여행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별 헤는 밤’이 쓰여졌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하는 공간에서 올려다 본 네모난 하늘과 앙상한 나뭇가지는 시인의 마음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시인의 마음, 자유 향한 갈망 그리고 먹먹함가압장 물탱크를 그대로 살려 조성한 제3전시실 '닫힌 우물'. 유약한 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막막했을 시인의 미래는 한줄기 빛과 끊어진 사다리로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사진제공=종로문화재단)그리고 마지막 굳게 닫힌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서면 깜깜한 데 한줄기 빛만이 떨어지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물탱크를 그대로 두고 재현한 제3전시실은 윤동주의 삶을 다룬 13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곳이다. 빛이 떨어지는 구멍은 물탱크의 입구였던 곳으로 수돗물을 체크하기 위해 사용했던 사다리도 끊어진 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하면서 휑댕그런 공간의 한줄기 빛마저 사라져 버린다. 유약하기만한 조국에 도움이 되고자 올랐던 유학길,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기 위해 도항증에 쓸 창씨개명으로 고뇌했던 시인의 참담함, 일본에서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형무소에 수감돼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갈망 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다.이유 모를 주사를 맞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막막했을 시인의 미래는 한줄기 빛과 끊어진 사다리로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나이든 장년층부터 아직은 어린아이까지 영상이 끝나고도 한참을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먹먹함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근혜 해설사가 전하는 "방문객 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글·사진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3-02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공릉동 경춘선 숲길, 쉼없이 스쳐갔던 창밖 풍경 쉬엄쉬엄 찾아나서다

공릉동 경춘선 숲길은 대로변 바로 옆 고즈넉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지만 걷다 보면 무아지경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사진=허미선 기자)"이 길 참 아름다워요!" 일면식도 없는데 알은체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절로 나오는 미소로 화답한다. 몰래 나만 알고 싶은 길이 있다. 대로변 바로 옆이니 고즈넉하지도 조용하지도 않다. 하지만 걷다 보면 무아지경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봄이면 화사하게 꽃들이 피어대 화양연화를 이루고 여름엔 청춘처럼 초록빛을 내뿜어 싱그럽다. 그리고 요즘처럼 비오는 초겨울은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삶의 뒤안길을 닮았다. 이런 날의 배경음악이라면 주말에 방송된 '응답하라 1988'에서 들었던 김필과 김창완의 '청춘'이나 최근 재결합한 다섯손가락의 '새벽기차' 정도면 좋겠다. 이 길은 구 화랑대역이었던 육사삼거리에서 시작해 공릉동 도깨비시장을 거쳐 공덕 제2철도 건널목까지 이어지는 '경춘선 숲길'(1.9km)이다. 2010년 폐쇄되면서 휑뎅그렁하던 기찻길은 서울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공원화돼 지난 6월 일반에 공개됐다. 10월부터는 월계동과 산업대 3길(1.1km)을 잇는 2단계 공사에 착공해 2016년 10월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경춘선 숲길은 구 화랑대역에서 서울시계까지 2.5km 구간의 공원화가 마무리되는 2017년 5월 완공된다.   ◇낙엽·들꽃·겨울비… 낭만에 젖은 철길일찍부터 추워진 날씨와 최근 꾸준히 내린 비로 갈색 빛이 완연한 가운데서도 향긋한 꽃 내음을 뿜어낸다.(사진=허미선 기자) "저도 이 길 걷는 거 좋아해요. 요즘 비가 많이 와서 잎은 죄다 지고 을씨년스럽지만 또 어디선가는 꽃향기가 나거든요."월계동에 거주해 자주 이 길을 걷는다는 박아영(30)씨의 말대로 일찍부터 추워진 날씨와 최근 꾸준히 내린 비로 갈색 빛이 완연한 가운데서도 하얀 빛을 띠는 팔꽃나무와 올망졸망 핀 꽃망울에 빗방울이 맺힌 샛노란 감국, 촘촘한 꽃잎을 가진 연보라색 벌개미취가 향긋한 꽃 내음을 뿜어낸다. 같은 것으로 차려입은 후드를 푹 눌러쓴 젊은 연인이, 우산을 나눠 쓴 친구가, 내리는 비에 아랑곳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와 딸이 정겹기도 하다. 1939년 서울과 춘천을 잇는 단선철도로 건설된 경춘선은 현재의 제기동역 2번 출구 부근 성동역에서 출발해 연촌역(현재 광운대역), 태릉역(1958년 화랑대역으로 변경,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300호) 등을 거쳐 춘천역에 이르는 24개역으로 운행을 개시했다. 중간에는 묵동정류소(1944년 신공덕역으로 변경), 김유정역 등 간이역도 자리 잡고 있다. 현재 3040세대의 대학시절 단골 MT장소였던 강촌이며 대성리로 향하는 이 기찻길도 통기타와 노랫소리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마냥 들떠 목청을 돋우던 추억의 경춘선이 인근 주민들의 쉼터로 탈바꿈한 지금에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숲길을 따라 중간 중간 위치한 '마을의 뜰', '공릉동 사랑의 꽃터널', '철길 들꽃길' 등이 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저는 비와서 일부러 여기 왔어요. 쭉 뻗어 있는 길 양옆으로 나무가 우거져 있는 풍경을 화면에 담고 싶었거든요." 회사원 이창희(29)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홀로 나선 참이었다. 이곳은 경춘선이 폐쇄되기 전부터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지 6개월째 접어든다는 이씨는 해가 지길 기다리고 있었다."해가 지면 더 예쁠 거 같거든요. 가로등도 들어오고…." 걷는 사람의 감성과 생각에 따라 다른 길을 보여주는 경춘선 숲길의 끝자락에는 추억이 있는가 하면 지금의 고민이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 ◇커피·차·주스·사케… 기찻길 옆 찻집 공덕 제2철도 건널목 근처, 육사삼거리에서 걷기 시작하면 거의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공릉동 도깨비시장' 건너편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가게들.(사진=허미선 기자)6호선 화랑대 역 4번 출구에서 직진해 육사삼거리 쪽에서 시작하거나 7호선 공릉역 2번 출구에 위치한 공덕 제2철도 건널목을 출발점으로 잡아도 좋다. 기찻길 옆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사람과 풍경을 구경해도, 아직은 듬성듬성 자리 잡은 조그만 찻집이나 일본식 선술집에서 몸을 덥혀도 좋다. 이 작은 가게들은 공덕 제2철도 건널목 근처, 육사삼거리에서 걷기 시작하면 거의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공릉동 도깨비시장' 건너편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이들 중에는 윤은혜·박시후 주연의 영화 '사랑후애' 촬영지로도 알려진 '스트리트 카페'도 있다. "이 길 운치 있고 좋죠? 아직 잘 안 알려져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우경(29) 사장은 연년생인 언니 김연형(30)씨와 함께 지난 4월 경춘선 숲길 가에 '스티브 쥬스'라는 수제주스 집을 열었다. 원래 바리스타였던 두 사람은 '스티브잡스'가 떠오르길 바라는 마음에 가게 이름을 '스티브 쥬스'라 짓고 한입 베어 문 빨간 사과를 상징물로 내세웠다. "가끔 굴다리 건너 놀러 오곤 했는데 여기에 가게를 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잘 알려져서 조용하고 좋아요. 그런데 너무 사람이 없으니 좀 아쉽기도 하고…."◇칼국수·만두·호떡…‘스티브 쥬스’ 김우경 사장 ‘강추’! 도깨비시장 내 추위 녹이는 맛집‘스티브 쥬스’ 김우경 사장이 ‘강추’!하는 도깨비시장 내 맛집들. 사진 왼쪽부터 2900원짜리 명동 홍두깨 손칼국수와 '만두장성'의 담백한 부추고기만두, 김치만두.(사진=허미선 기자)'공릉동 도깨비시장'은 단속반을 피해 저녁시간이면 장터가 형성됐다가 사라지는 게 '낮도깨비'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입구에 저렴하게 각종 생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정육점과 농산물 할인마트가 있고 가마솥 왕족발, 닭강정, 떡볶이, 호떡 등 먹거리로 즐비하다. 첫째·셋째 주 금요일 오후 5시에는 시장 내 만남의 광장에서 국악, 가요, 노래자랑 등 흥겨운 동네음악회가 펼쳐진다.  ▲명동 홍두깨 손칼국수남해산 멸치를 우린 깔끔한 국물에 손으로 밀어 칼로 썬 국수를 넣어 한소끔 끓여낸 칼국수가 2900원. 매일 새로 버무리는 새빨간 겉절이와 푸짐하고 담백한 칼국수가 일품이다. 물만두 한 접시 2900원, 막걸리·소주는 3000원, 공기밥은 1000원이다. 주의! 현금결제만 가능.  ▲만두장성 부추고기만두·김치만두만리장성이 아닌 만두장성이다. 얇은 피에 부추를 넣어 담백하게 버무린 소를 넣어 빚은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로 유명한 곳이지만 꽈배기, 찹쌀 도넛 등의 간식거리도 인기다. 주인장이 SBS '런닝맨' 출연을 목표로 만두를 쪄낸다는 '스티브 쥬스' 김우경 사장의 귀띔이다. 10분에 한번 거대한 한판의 만두를 쪄내는데도 최소 1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6개 3000원. 고기 반, 김치 반도 가능하다.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5-12-02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덕선이의 첫사랑도, 브라질 떡볶이의 추억도… 응답하라! 쌍문동

서울 쌍문동 한 골목길. '응답하라! 1988' 골목 배경과 매우 비슷하다.(사진=양윤모 기자)라면 한그릇을 놓고 덕선(혜리)과 선우(고경표)사이에 묘한 눈빛이 오갔던 브라질 떡볶이, 엄마들이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는 골목길 평상. 아침이면 택이 아버지(최무성)가 골목을 쓸고 저녁 때 퇴근하는 정환 아버지(김성균)가 "아이고~ 성 사장, 반갑구먼, 반가워요"를 외쳤던 곳.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길을 무대로 5명의 또래 친구들과 이들의 부모까지 이웃사촌인 네 가족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간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의 고향 혹은 고길동 아저씨가 사는 동네로만 알려졌던 쌍문동은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1988년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보내는 타임머신 출발지로 떠올랐다. ◇금은방 '봉황당' 모티프는 '성황당?'‘응답하라 1988’의 주요배경인 골목은 택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금은방 ‘봉황당’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실제 쌍문동에는 ‘봉황당’이라는 금은방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도봉역 인근에 동네 주민들의 기원을 비는 ‘성황당’터가 남아있다. 1988년 도봉구 인근에서 군복무를 한 한병철(49)씨는 “드라마 속 ‘봉황당’이라는 금은방 이름을 듣고 바로 ‘성황당’을 떠올렸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 속 덕선과 선우, 동룡(이동휘), 정환(류준열) 등이 재학 중인 쌍문여고, 쌍문고도 가상의 학교다. 쌍문동이라는 지명 때문에 실제 존재하는 학교처럼 오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학창시절 상계동에 거주해 쌍문동 인근 염광여고를 졸업했다는 CJ EM 홍보팀의 원설란씨조차 “쌍문고는 실제로 있는 학교”라고 오인했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 ‘쌍문’이라는 지명을 딴 학교는 쌍문 초등학교뿐이다.과거 쌍문동에 거주했다는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쌍문고와 쌍문여고가 선덕고와 정의여고일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정의여고와 선덕고는 버스로 불과 두 정거장, 도보로 약 10~20분 거리다. 정의여고는 극중 “정의여고에 정말 예쁜 애가 있다”는 극중 동룡의 대사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한다.◇떡볶이 골목 지키는 '분식집 3총사'극중 동룡과 정환이 선배들에게 금품과 운동화를 뺏기는 곳, 선우의 눈빛을 확인한 미옥(이민지)과 자현(이세영)이 덕선을 부추기는 장소가 ‘브라질 떡볶이’다. 실제 ‘브라질 떡볶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정의여고 후문으로 올라가는 길목 초입에 위치한 떡볶이 집이었다. 테이블 5개 정도의 작은 분식집으로 떡볶이, 만두, 계란 순으로 ‘3.3.3’으로 주문하면 각 300원어치씩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주곤 했다는 게 정의여고 출신 누리꾼들의 공통된 얘기다. 직접 구워 노릇한 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적셔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대략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정의여고 후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다.지금 ‘브라질 떡볶이’ 자리는 한 음식점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떡볶이 앞 팬시점과 만화가게가 있던 건물은 네일숍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떡볶이 골목을 지켰던 호박넝쿨, 뜨락, 호호분식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가격은 떡볶이 1인분에 3000원. 김밥은 2500원선. 여고 앞 분식집답게 양이 푸짐하다. 제작진은 사라진 ‘브라질 떡볶이’를 대신해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에 위치한 ‘얄개분식’에서 촬영을 마쳤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에 위치한 이 분식집은 34년 동안 한 자리에서 떡볶이를 팔아 지역의 유명세를 타는 장소다.◇담벼락 옆 감나무… 추억이 주렁주렁2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쌍문동에는 아직도 1988년의 추억이 곳곳에 배어있다. 정의여고 인근에는 곳곳에 감나무를 심은 주택에서 주렁주렁 여문 감 따기에 여념이 없다. 골목 곳곳 담벼락에 소박하게 빨래를 널어놓고 가을볕에 보송보송 마르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다. 마치 혜리와 정환이의 2층집을 연상시키는 70~80년대 지어졌을 법한 구옥과 좁은 골목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문을 닫은 쌍문슈퍼나 녹슨 방범창, 인조잔디와 트랙을 깐 정의여고 운동장에서 이곳이 2015년의 쌍문동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전병원 인근의 한양아파트는 1986년 완공됐지만 한 블록만 건너면 요즘 브랜드 아파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쌍문동 주민 박경호씨는 “쌍문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현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경기도 의정부 세트에서 촬영 중이다.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PD는 “쌍문동에서 촬영하고 싶었지만 27년 전에는 없던 차나 아파트, 주택 양식 때문에 의정부에서 촬영 중”이라고 말했다.◆덕선이와 아기공룡 둘리는 '이웃사촌'드라마를 통해 쌍문동을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정의여고 인근 둘리 뮤지엄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지난 7월 개관한 둘리 뮤지엄은 한국 만화캐릭터를 주제로 한 시설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루 350명, 방학 때는 약 600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명소다. 둘리, 희동이, 도우넛, 또치 등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어린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둘리 뮤지엄은 만화 속 주인공 고길동의 집이 쌍문동으로 설정된 인연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인근 우이천도 지역 명소다. 자연하천인 이곳은 생태공원으로 정비돼 각종 운동시설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들어섰다. 오리 가족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각종 철새가 오간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나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 우이천 건너편에는 나들이객을 대상으로 한 맛집 골목이 형성돼 있다. 우이천에 위치한 총 380m길이의 둘리 벽화도 볼거리다. 이 벽화는 단일 캐릭터 벽화로는 서울시 최장 길이로 알려진다.글=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2015-11-18 07:00 조은별 기자

[비바100] '날아라 날아 태권V~'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추억의 태권브이, 서울 고덕동 '브이센터'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카랑카랑한 아이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 한 소절만으로도 또래 아이들을 열광시키던 '태권브이' 군단이 서울 한복판을 점령했다. 우스갯소리로 떠돌던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하가 아닌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브이센터(V Center)'다. 브이센터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모든 것이 있는 테마파크형 전시관이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한강을 향해 손을 뻗은 거대한 태권브이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그 아래엔 귀여운 깡통로봇 철이가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태권브이의 웅장함에 놀라고 깡통로봇의 귀여움에 이끌려 '브이센터' 안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서는 과거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고 자란 3050대 성인은 추억을 떠올리고 부모를 따라온 아이는 처음 보는 국산 로봇의 존재에 감동한다. 브이센터 안에 들어서면 한강을 향해 손을 뻗은 거대한 태권브이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사진제공=브이센터)‘브이센터’는 태권브이의 탄생부터 출격까지를 10개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해 마치 실제 기지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우선 1층 입구 전시실에서는 태권브이 76. 84, 90 등 그동안 ‘로버트 태권브이’가 지나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를 시작으로 전국 어린이 관객을 만난 만화영화는 이후 1982년 ‘슈퍼 태권브이’, 1984년 ‘84 태권브이’, 1990년 ‘로보트 태권브이 90’ 순으로 극장에 개봉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태권브이 형태가 변했고 사용하는 능력도 단순한 태권도에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였다. 입구를 지나면 미러타워가 있다. 머리 위에 설치된 거울에는 과거 1976년 여름, 처음 관객과 만났던 태권브이가 숨어 있다. 과거 영화가 처음 개봉했던 서울 대한극장 주변을 재현해 마치 극장에서 ‘로보트 태권브이’를 다시 만나는 기쁨을 준다.1층을 지나 2층으로 가면 전시는 좀 더 사실적으로 바뀐다. 2층 중앙에 있는 ‘사이언스 랩’은 ‘태권브이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준다. ‘브이센터’는 원자력, 핵융합 등 주요 10대 기술들만 실현되면 태권브이의 실제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곳은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태권브이 캐릭터 아래에 펼쳐진 미래 과학 기술 전시는 아이에게 답답한 교실에서 느낄 수 없는 배움의 즐거움을 선물한다.‘태권브이 The Ride-4D’. (사진제공=브이센터)3층 중앙에 있는 ‘태권브이 The Ride-4D’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입체 스크린 상영관이다. 가로 21m, 세로 13m의 입체영상 상영관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입체 영상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자리에 앉으면 모두 만화 속 훈이, 영희가 되어 태권브이 최초 가동 훈련 현장에 온몸으로 느낀다. 영상은 눈을 사로잡고 좌석은 놀이기구를 타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다. 그 움직임은 화면 속 영상에 정확히 맞춰졌다. 적이 공격을 하려고 손을 뻗으면 태권브이는 이를 피해 몸을 흔들고 그에 따라 좌석도 들썩인다. ‘브이센터’ 곳곳엔 다양한 태권브이 소품들도 전시돼 있다. 다양한 사이즈의 피규어는 각 시리즈에 맞게 배치되어 있다.브이센터 옥상에는 태권브이와 깡토로봇 철이 등 등장인물들이 즐비하게 서있다.(사진제공=브이센터)그 곁에는 훈이와 영희, 깡통로봇 철이 피규어를 비롯해 태권브이를 괴롭히는 악당들이 종류별로 서 있다. 태권브이를 활용한 딱지, 연습장, 가방 등 상품은 당시 만화를 향한 엄청난 인기를 실감케 한다. ‘브이센터’를 기획한 민병천 총괄감독이 가장 공을 들였다고 밝힌 13m 크기의 마스터 태권브이 모형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출동 전 기지에 있는 태권브이를 가장 가깝게 묘사한 작품으로 그 앞에선 방문객은 거대한 크기에 놀라고 섬세한 재현에 감탄한다. 모형은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볼 수 있다. 바로 이 철제 계단이 태권브이의 현실성을 높이고 영화 속 격납고 분위기를 연출한다.이에 대해 민병천 감독은 “100여명이 1년 반 동안 마스터 태권브이 모형을 만들었다.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목, 팔 등 신체가 움직이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수 있게 설계됐다. 저녁에는 빛이 날 수 있게 전등 작업까지 마쳤다”며 “이 작품에 대략 10억원 정도 투여됐다. 여기에 쏟은 노력은 돈으로 환산이 안될 정도”라고 설명한다. 민병천은 영화 ‘유령’, ‘내츄럴 시티’를 연출하고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를 기획한 제작자이기도 하다.옥상에서 굽어보는 브이센터는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한다.(사진제공=브이센터)‘브이센터’ 옥상에는 2~4m 크기의 ‘로보트 태권브이’ 속 캐릭터 모형들이 즐비하다. 태권브이, 훈이와 영희, 깡통로봇, 악당 등 옥상에 있는 모형만 80여점이다. 이곳을 찾은 관객은 태권브이 앞에서 혹은 그 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옥상에서는 ‘브이센터’가 한 눈에 굽어보인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태권브이도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시원한 하늘과 한강을 배경으로 서 있는 태권브이를 보고 있노라면 추억이 스멀거린다.관람료는 성인 2만 5000원. 아동(48개월~13세) 2만원 이다. ‘브이센터’는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5호선 고덕역 1번 출구 앞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행한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5-11-04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마징가Z' vs '로보트 태권브이', 끊이지 않는 표절 의혹

‘마징가Z’와 표절논란에 휩싸인 태권브이.(사진 제공=반다이몰, 브이센터)언뜻 보면 구분이 안 간다.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마징가Z’와 우리의 ‘로보트 태권브이’는 많이 닮아 있다. 가장 중요한 로봇의 생김새부터 비슷하다. 가슴에 로고를 달고 팬티를 입은 듯한 기본 디자인부터 팔·다리의 비율, 심지어 얼굴 생김새까지 두 로봇은 닮았다. ‘마징가 Z’가 탄생한 것은 1972년, ‘로보트 태권브이’는 그로부터 4년 뒤인 1976년이다. 표절 논란은 ‘로보트 태권브이’가 관객을 만난 순간부터 불거졌다.이에 대해 김청기 감독은 ‘의도적 표절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당시 그는 “‘마징가Z가’ 먼저 나왔고 슈퍼 인간형 로봇 개념을 확산시킨 것도 사실이다. 뒤늦게 ‘로보트 태권브이’를 창작해 내면서 ‘마징가Z’의 그늘에서 탈피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여했던 제작자가 ‘로보트 태권브이’ 에 많이 참여해 비슷한 느낌이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절은 단순히 로봇 디자인의 영역을 벗어난다. 로봇을 조종하는 기관, 움직임, 사용하는 기술까지 태권브이는 마징가Z와 닮아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국내 로봇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표절 논란은 작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이에 대해 민병천 브이센터 총괄감독은 “두 작품의 비슷한 점이 많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로보트 태권브이’가 표절이었으면 국내에서 이만큼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거다. 이제는 이 작품을 어떻게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5-11-04 07:00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