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제3공화국에 동행한 방석집의 요람, 낡은 한옥 그리고 지금의 익선동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6-04-27 07:00 수정일 2020-05-29 12:39 발행일 2016-04-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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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Culutre+Play] 숨막히는 도심 한복판… 숨통 틔우는 아지트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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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서울 한복판인 낙원상가 뒤편,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앞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에 흥미로운 가게들이 터를 잡은 익선동.(사진=허미선 기자)

“도대체 여기가 왜 뜬거야?”

투덜거리는 젊은이가 있다. 

“여기는 안 예쁜 데가 없어요. 어디를 먼저 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

밖으로 소용돌이 치는 모양을 나타내는 중국어 표현인 ‘덩바’(登巴)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만난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톰과 그의 친구들은 마냥 들떠 찬양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오가닉 레스토랑, 카페, 빈티지숍 등을 비롯해 전통찻집, 여전히 3500원인 백반집, 담백한 칼국수 맛집, 밤이면 자리를 펴고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선술집들로 골목마다 빼곡하다. 더불어 자리를 옮긴 철물점, 4월 말 폐점을 선언한 세탁소, 한옥게스트하우스, 한복대여점 등 생활감도 물씬 풍긴다.

복잡한 서울 한복판인 낙원상가 뒤편, 인사동 이비스 앰배서더 앞 여러 갈래의 좁은 골목에 흥미로운 가게들이 터를 잡은 이곳은 익선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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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비스 호텔 자리는 조선말기 서화가 ‘송은’ 이병직 선생의 집터로 한국 최초의 요정인 오진암 자리였다. 오진암은 1910년 지어진 상업용 한옥으로 서울시 등록 제1호 음식점이기도 하다. 

7.4 남북공동성명이 이곳에서 논의됐고 1970년대 제3공화국 정치사와 동행했던 오진암은 삼청각, 대원각과 더불어 3대 요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2010년 해체된 오진암은 현재 종로구 부암동 소재의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으로 옮겨졌다.

잘 알려진 익동다방, 오가닉 레스토랑 열두달, 슈퍼마켓을 빙자한 술집 거북이슈퍼, 노상에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는 광주집부터 각 지역 이름을 붙인 선술집들, 미니 화로에 연탄불로 구워먹는 먹태, 쥐포, 오징어 등이 흥미로운 갤러리 카페&바 그랑, 옛날식 경양식집을 표방하는 경양식1920,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플루스트, 빈티지숍 버니, 바 식물, 전통찻집 뜰안, 일본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4.5평 우동집, 드립커피가 맛있는 솔내음, 정갈한 밥집 익선동 121 등. 

이미 알려진 곳 외에도 골목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하게 될 것만 같은 곳이 바로 익선동이다. 맛 보다는 분위기에 먹고 마시며 취하는 곳이다. 5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 건너편, 1·3호선은 6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 C&U 편의점과 김삿갓 사이길로 직진하면 된다. 가게마다 11시 오픈이라고 적혀 있지만 대부분 열두시는 돼야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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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음식점이 마켓형식으로 자리잡은 열두달의 달래, 냉이 페스토를 곁들인 봄꽃비빔밥.(사진=허미선 기자)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퓨전 밥집, 열두달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이 ‘열두달’이다. 5개의 음식점이 마켓 형식으로 자리잡은 레스토랑으로 전통 장, 수제햄, 오가닉 채소 및 허브·꽃 요리, 과일로 만든 효소차, 전통주, 수제맥주 등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연근크림파스타와 매운 통닭다리살 구이 덮밥(두 메뉴 모두 1만 2900원, 런치 9900원)이다. 

계절마다 시즌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현재는 달래와 냉이를 베이스로 만든 페스토를 곁들인 봄꽃비빔밥(런치 9900원)과 4월 한정 유채꽃 유자 크림 크레페(6000원)를 먹을 수 있다. 철마다 다른 것으로 담근 효소청을 베이스로 하는 에이드나 차도 곁들이면 좋다. 4월엔 생강과 쇠비름 효소청을 먹을 수 있다(5000원).

열두달의 건너편은 공사 중인데 4월 말 'Craft Roo'라는 수제맥주집이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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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121은 나지막한 천장에 오픈형 부엌으로 한옥의 특징을 잘 살린 식당으로 2종류의 커리를 먹을 수 있는 반반커리가 인기다.(사진=허미선 기자)

◇반반카레를 아시나요? 익선동 121

익선동 121은 익선동의 잘 알려진 메인로드(열두달, 익동다방 등이 있는 골목)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퓨전식 밥집이며 술집이다. 

익선동 121번지에 위치한 나지막한 천장에 오픈형 부엌으로 한옥의 특징을 잘 살린 식당이다. 

주요 메뉴는 커리. 다른 맛 커리 두 가지를 먹을 수 있는 반반카레(7000원)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점심은 그때그때 메뉴가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부추 된장 비빔밥, 각종 수제카레(6500원)를 자주 낸다. 최근 표고버섯 취나물밥(7500원)도 새로 출시했다.

◇애교 넘치는 복순이가 살고 있는 곳, 익동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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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한 외부자리(사진 왼쪽 위)와 전시 아티스트에 따라 바뀌는 실내 인테리어(사진 왼쪽 아래), 익동다방의 주력 메뉴 중 하나인 딸기절구라테와 딸기스콘.(사진=허미선 기자)

‘열두달’에서 직진하다 왼쪽 좁은 골목 안에 깊숙이 자리한 카페다. 차게 내린 콜드워터스티핑 커피(4500원)와 시고 쓴 맛을 배제하고 원두 자체가 가진 달콤함과 구수함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내린 스윗드립커피(6000원), 딸기절구라떼&에이드(6500원)가 현재 주력메뉴. 

절구에 생딸기를 찧어 우유거품을 더해 내는 딸기절구라테와 주문을 하면 갓 구워내는 스콘(5000원) 혹은 딸기스콘을 곁들이면 좋다. 아트콜라보레이션 숍이기도 한 익동다방의 인테리어는 전시 작가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이 집의 마스코트는 애교 넘치는 골든리트리버 복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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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동다방 애교만점 복순이.(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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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외식했던 때의 맛이라는 경양식 1920.(사진=허미선 기자)

◇1970~80년대 추억의 외식메뉴, 경양식 1920

익선동 한옥이 지어진 1920년을 기념해 이름지어진 경양식집으로 익동다방을 만든 익선다다 팀의 또 다른 프로젝트다.

1970~80년대 주요 외식메뉴였던 돈가스(1만 1000원, 런치 9900원)와 함박스테이크(1만 5000원, 런치 1만 1000원), 멕시칸사라다(6000원)가 인기 다. 

항시 대기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기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경아씨는 “어렸을 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먹던 그때가 떠오르는 맛”이라고 소개했다.◇집밥이 그립다면 익선동으로! 수련집, 부산집, 소담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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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500원에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수련집.(사진=허미선 기자)

아무리 좋은 음식과 특별한 요리를 먹어도 생각나는 것이 집밥이다. 집밥이 그립다면 익선동으로 가자. 

가장 유명한 곳은 수련집으로 김치찌개, 동태찌개 등 백반을 35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밥 때면 식사와 반주를 즐기려는 어른들로 붐비는 곳이다. 

수련집에서 안쪽으로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부산집은 감자탕, 닭곰탕, 동태백반을 3500원, 콩국수는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전통찻집인 뜰안 바로 옆에 위치한 소담집은 매일 바뀌는 6가지 반찬과 국, 찌개 등 깔끔하고 정겨운 엄마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가정식백반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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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통의 찬양집 해물 칼국수(사진 위)와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사진=허미선 기자)
◇오랜 전통의 칼국수 맛집, 50년 전통의 찬양집 VS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
익선동 골목에는 오랜 전통의 칼국수집 2곳이 자리 잡고 있다. 멸치육수에 해물과 바지락을 넣은 50년 전통의 찬양집과 ‘불만제로’의 건강한 종로할머니칼국수집이다. 
찬양집은 1965년 생긴 곳으로 해물, 바지락 칼국수가 주메뉴다. ‘테이스티 로드’, ‘수요미식회’ 등 방송도 여러 번 탄 유명 맛집. 
비오는 날 이곳에서 만난 중년남성은 “꽤 오래전부터 단골인데 언제 먹어도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5500원.
종로할머니칼국수는 1988년 생긴 곳이다. 할머니가 반죽을 치대 직접 칼로 썰어 멸치육수에 끓여낸다. 양은 푸는 사람 마음, 그래도 모자라면 면사리를 더 먹을 수도 있다. 육수는 깔끔한데다 손으로 썰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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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연탄불에 구워먹는 먹태와 오징어, 쥐포를 마요간장에 찍어먹는 맛이 별미다.(사진=허미선 기자)
◇연탄불에 구워먹는 먹태와 마요간장 그리고 1988년 그때 그 도시락 사발면, 거북이슈퍼
‘거북이슈퍼’ 이름 그대로다. 바쁜 도시 일상 중 느긋하게 연탄불에 먹태와 오징어, 쥐포 등을 구워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술집이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4000원)와 먹태(1만 2000원), 오징어(1만원), 쥐포(8000원)를 연탄불에 구워먹을 수 있다. 
이들을 찍어먹을 수 있는 마요간장(마요네즈와 간장, 청양고추, 깨)이 방점을 찍는다. 맛보다는 분위기와 추억에 취할 수 있는 곳. 
◇식물과 솔내음, 전통찻집 뜰안, 나만의 향기를 찾을 플루스트 그리고 아주 작은 ‘미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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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음의 에스프레소(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와 전통찻집 뜰안, 식물 등 익선동 카페는 저마다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

익선동은 카페도 저마다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드립커피가 맛있는 솔내음과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실내가 재밌는 카페 식물, 전통찻집 뜰안 그리고 조향 전문가들이 상시대기 중인 플루스트까지 취향에 따라 찾으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수제밀크티와 마들렌으로 콘셉트를 잡은 플루스트와 자연주의적인 뜰이 인상적인 솔내음은 열두달, 경양식 1920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4월 말이면 문을 닫는 세탁소와 낙원철물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카페 식물, 왼쪽이 전통찻집 뜰안이다. 김정훈·사이토 타쿠미 주연의 2010년작 ‘카페 서울’의 배경인 모란당이 바로 뜰안이다. 바로 옆은 가정식백반을 먹을 수 있는 소담집이다.

미니카페는 익선동 121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로 웨딩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레몬청, 모과생강청, 대추생강청 등으로 만든 수제차가 2000~3000원 사이로 매우 저렴하다.

◇밥집이지만 술이 더 마시고 싶은 4.5평 우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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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스 바로 옆 4.5평 우동. 자작한 국물에 적당한 양의 국수를 곁들인 우동(사진 왼쪽 위)은 질리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유부초밥과 맛계란을 곁들여도 별미.(사진=허미선 기자)

이비스 바로 옆에 위치한 아주 작은 일본식 밥집이다. 자작한 국물에 적당한 양의 국수를 곁들인 우동은 질리지 않는 깔끔한 맛이다. 

유부우동부터 오뎅우동까지 다양한 메뉴를 4500~6500원에 먹을 수 있다. 다양한 우동에 유부초밥(1500원)과 맛계란(1000원)을 곁들여도 별미다. 큼지막하지만 부드러운 쇠고기와 야채가 먹음직스러운 비프 카레라이스(7000원), 연어덮밥(8500원)에 잔으로 파는 술도 재밌다. 맛술로 끓여낸 조개찜이나 그때 그때 어시장에서 공수한 회 등 안주도 맛깔스럽다.

이곳에서 만난 이윤정씨는 “우동에 곁들인 파가 매우 적절한 두께여서 인상적이다. 멀리서 일부러 자주 올 정도는 아니지만 사무실이나 거주지가 근처라면 메뉴별로 먹고 싶은 맛”이라며 “사실 밥보다는 술 한잔 하러 오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그 시절로의 추억여행, 빈티지 보니&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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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소품들로 들어찬 빈티지 보니.(사진=허미선 기자)

식물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빈티지 소품샵 보니는 주로 먹고 마시는 공간들이 들어찬 익선동 골목의 볼거리다. 모녀가 운영하는 이곳은 홍대에서 10년 터줏대감으로 있다가 익선동으로 자리를 옮긴 지 4개월에 접어든 새내기 입주민이다.

1950~60년대 유행했던 도톰한 두께에 우유처럼 뽀얀 밀크글라스 식기가 가득이다. 모녀가 해외에 다니면서 공수한 빈지티 소품들이 방문객들을 추억의 그 시절로 이끈다.

글·사진=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