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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사투리 대사에 연기 '안 하는'것만 같은 생생한 배우들, '괴인'이 나타났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넷팩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 및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감독상, 영화평론가상을 석권한 영화 ‘괴인’의 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진진)“2002년 월드컵 직접 봤어요?”영화 ‘괴인’의 카센타 주인은 말한다. 그냥 16강에 멈췄어야 했다고. 그때의 짜릿함과 희망을 접한 젊은이들이 ‘꿈은 이뤄진다’고 믿는 탓에 사회가 이모양이라는 노골적인 대사가 귀에 콕 받힌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가 국제 대회와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영화는 말로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사회의 민낯을 까발린다.그렇다고 거창한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다. 남자는 흔히 ‘노가다’라 치부하는 목수다. 그의 말대로 “디자인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게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것도 당연하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는 뭔가 있어보이지만 그의 직업은 모든 공사 현장를 아우르는 일이다. 아버지뻘 인부에게 반말을 해야 만만해 보이지 않고, 집주인의 친구에게까지 메이드를 해야 남는게 있는 장사다.고등학교 동창에게는 자신의 하루 일당이 40만 원이고 이래저래 뒤로 남기는게 많은 자영업자임을 과시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영화 ‘괴인’은 지방에서 올라와 나름의 직업을 가지고 수도권 어딘가의 타운 하우스에 세들어 사는 남자 기홍(박기홍)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의 입은 거칠고 기본적으로 반말이다. 무뚝뚝하고 부모님에게도 살갑지 않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괴인’은 실제 어디선가 살고 있을 법한 사람들을 내세워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일을 스크린에 담는다. 자세히 보면 보일 인간 군상이지만 결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독립영화의 대들보’로 활약중인 이정홍 감독은 첫 장편작인 이번 영화에서 일상의 작은 균력 속에서 ‘혼자인듯 하지만 모두가 같이 살아가는 삶’을 집중도 높게 그려낸다.모호한 화면 만큼이나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할 엔딩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극중 CCTV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진진)기홍은 얼마전 맡게 된 피아노 학원 리모델링 공사 중 기가 막힌 일을 당한다. 현장 마무리 작업이 늦을까봐 새벽에 몰래 그 곳에 들어가 잠을 청한게 화근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누군가 자신의 차 지붕에 점프를 하는 바람에 움푹 꺼지는 사고를 당한것. 성공한 사업가로 남아도는 돈을 주체못하는 집주인 형은 범인 물색에 나서자고 부추기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형수의 한심한 눈빛이 ‘괴인’의 후반부를 이끈다.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잡았지만 수리비를 받아내기가 영 마땅치 않다. 알고보니 쉼터를 나와 마땅한 거처 없이 이곳저곳에서 쪽잠을 자는 여성이었다. 20대 초반의 이 여성은 “아르바이트 면접을 갔더니 부모님 직업과 나이를 물어보더라”며 그들을 자신이 자주 가는 술집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고 말한다. 일명 ‘총총이’라 구분되는 기성세대를 비꼬지만, 정작 자신과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같은 나이임을 모르는것 같다. 그들은 자신은 절대 총총이가 아니란듯 행동하지만 나이도 직업도 가진것도 모두 다른 집주인 부부와 기홍은 과연 좋은 어른일까.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고 목 부분에 거미를 문신할 만큼 세 보이기 원하는 사회적 약자의 넋두리가 훈훈하게 마무리 될 즈음 ‘괴인’은 중년의 플러팅(flirting)으로 끝을 맺는다. 약간의 알콜은 평소 무시하고 적대시했던 관계도 남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마법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정확히는 집주인형의 아내와 기홍은 문 닫은 편의점을 뒤로 한채 어딘가로 향한다. 그게 동네 술집일지, 아니면 29금 어른들의 세계일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다만 ‘괴인’은 산뜻한 새벽의 새소리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뭐?’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내내 생각나게 만드는 괴이함이 가득한 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136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02 13:49 이희승 기자

[비바100] '검은 황금'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애플TV+ '플라워 킬링 문'

머리를 길게 땋은 인디언들을 기꺼이 모시는 백인들의 광기가 작품 내내 가득차 있는 ‘플라워 킬링 문’. (사진제공=애플TV)여기 꽃같이 예쁜 네명의 자매가 있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그들에게는 평생 일하지 않아도 몇대가 먹고 살 수 있을 ‘오일머니’ 소유권이 있다. 잘생기고 다정한 남편과 올망졸망한 아이들까지. 이들이 미국 오세이지족(族) 원주민이란 사실만 제외하면 할리우드에서 흔히 볼 법한 백인가족의 비극을 다룬 영화에 그쳤을 것이다.마틴 스콜세지 감독(81)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검은 황금이라 불렸던 석유의 땅을 소유했던 원주민들이 수년에 걸쳐 계획적으로 살해된 실화를 다룬다.1920년대 1인당 소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그들은 가정부와 운전사 그리고 보모까지 두고 풍요롭게 살았지만 순혈일수록 50살을 넘지못하고 단명한다. 이주민인 백인과 혈통이 섞이면서 대대손손 잘 살 것 같았지만 자살 혹은 사고 아니면 의심스런 폭발로 인해 점점 그 수가 감소한다.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소설 ‘플라워 문’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의 공식 포스터. 마틴 스코세이지가 도전한 웨스턴영화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사진제공=애플TV)모두가 20대 초반이나 30대에 건강상의 이유 없이 죽었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없었다. 당시 백인들에게 인디언의 죽음은 지나가던 개를 발로 차는 것보다 흔한 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오세이지족의 오랜 친구인 킹(로버트 드니로)은 전쟁에 나가 빈둥거리던 조카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오클라호마로 불러들인다. 게으르고 아둔하지만 외모만큼은 출중했던 그를 순혈 인디언인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에게 소개시키는 게 킹의 계획이었다. 원주민과의 결혼이 집안 재산을 증식시키고 지키는 거라 믿었지만 당시는 흑인들과 화장실을 같이 쓰는 일조차 모욕이었던 시절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KKK단이 조직되고 인종 차별로 인해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무성영화의 뉴스로 등장시킨다. 즉 오세이지족도 엄청난 땅과 석유, 돈만 아니라면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존재였던 것.결국 아내의 당뇨병을 고치기 위해 전세계에서 다섯 명만 쓸 수 있다는 신약 인슐린에 약을 타기 시작하는 어니스트와 그를 가스라이팅한 삼촌 킹을 추적하기 시작한 FBI요원들. 석양이 지는 대지 위에 보이는 석유 시추탑의 기괴함을 통해 추락하는 인간의 욕망을 아우른다. (사진제공=애플TV)몰리의 아버지가 죽으며 남긴 땅의 소유권과 재산은 아내와 딸에게 모두 상속됐지만 이상하게 집안의 우환은 끊이지 않는다. 큰언니는 강도의 총에 맞은채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막내는 시름시름 앓다 일찍 세상을 뜬다. 그 충격으로 지병이 있던 엄마도 사망하고 남편 어니스트만이 유일한 위안이 된다.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이가 살아갈 용기를 준 것이다.그 사이 킹은 어니스트에게 몰리의 막내 제부가 마지막 남은 여동생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 상속을 이어간 사실을 상기시킨다. “장모와 처제가 죽은 만큼 몰리의 상속분이 늘어난다”는 말이 뭘 뜻하는지 알게 된 그는 결국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에 올라탄다.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 최초 상영 때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이 작품은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로 평가될듯 하다. 짧은 등장이지만 수사국 요원 톰 화이트(제시 플레먼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사진제공=애플TV)석유로 인해 시작된 인디언의 비극을 ‘플라워 킬링 문’만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부터 내년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오펜하이머’와 함께 작품성과 화제성 모두를 거머쥔 상태다. 대대로 인디언 땅으로 불린 미국의 태생적 야비함이야말로 이 작품을 보는 짜릿함이다. 대놓고 ‘후지고 후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보라’고 외치는 몇몇 장면에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극 중 몰리가 은행에 가서 자신이 금치산자임을 밝히며 관리번호를 대는 장면은 정부가 인디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순수혈통일수록 법적으로 백인재정후견인을 둬야 했고 자신의 재산임에도 그들의 허락 하에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후견인들의 착복은 비일비재. 죽어서 들어가는 관조차 인디언들에게만 통용되는 가격이 따로 있을 정도로 거품이 심했다.몰리(왼쪽 두번째) 역의 주연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도 미국 원주민 출신 배우다. (사진제공=애플TV)2017년 아마존 ‘올해의 책’ 종합 1위에 오른 영화의 원작을 처음 발견한 건 제작자이자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통해 제2의 아버지로 여기는 거장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로버트 드니로까지 가세하며 애플TV+가 할리우드 최대 규모 제작비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 세 사림을 한 화면에 담는 기적을 이뤄냈다. 영화의 엔딩이 주는 액자식 구성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여전히 트렌디함을 증명한다. 권력의 대명사 J. 에드거 후버로 대표되던 미연방수사국(FBI)의 위엄이 보여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성우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후일담을 ‘입’으로 전달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대사로 전해지는 연출기법에 터진 폭소는 206분의 긴 러닝타임을 충분히 견디게 만든다. 지난 19일 국내 개봉한 상태로 전세계 애플TV+ 공개는 조율 중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01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인간의 사고체계, 존재 이유만큼이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연극 ‘튜링머신’

연극 ‘튜링머신’ 연습 중인 엘런 튜링 역의 고상호(왼쪽)와 이승주(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표면적으로는 촉망받는 수학천재이자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암호학자이며 초기 컴퓨터 형태를 고안한 컴퓨터 공학자다. 현재의 ‘컴퓨터’ 체계의 기초를 고안한 이론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모국인 영국에서 불법으로 취급되던, 떳떳하지 못한 ‘동성애자’라는 낙인이 찍혀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없었다면, 영국은 전쟁에서 분명 패했을 것이다.”‘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튜링머신’(11월 3~25일 LG아트센터서울 유플러스 스테이지)은 알고리즘 증명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한 컴퓨터의 초보적 형태인 튜링머신을 개발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사 관련 비밀정보 암호화를 위한 다중치환암호체계 에니그마(Enigma) 해독으로 암호화와 복호화를 가능하게 했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다.연극 ‘튜링머신’ 포스터(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프랑스 작가이자 배우 브누아 솔레스(Benoit Soles)가 대본을 집필해 2018년 파리 미셸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튜링머신’은 텔아비브,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상식인 2019년 몰리에르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최우수 작가상·희극인상·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초연에서 앨런 튜링을 연기하기도 했던 작가 브누아 솔레스에 따르면 ‘튜링머신’은 “튜링이 우리에게 물려준 위대한 유산에 대한 중요성과 그가 너무 오래 잊혀졌다는 사실”에 주목해 꾸린 작품이다. 연극으로 만들어지기 10년 전 앨런 튜링의 웹사이트에서 접한 그의 천재성과 비밀스러운 성과 및 사생활, 백설공주를 연상시키는 비극적 최후 등에 매료된 브누아 솔레스는 “앤드류 호지스(Andrew Hodges)의 ‘에니그마’, 휴 와이트모어(Hugh Whitemore)의 연극 ‘브레이킹 더 코드’(Breaking the Code)를 참고해 극을 꾸렸다”고 알려진다.그는 앨런 튜링에 대해 “천재성과 순수함 그리고 강인함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두루 갖춘, 완전한 인간이자 일종의 슈퍼 캐릭터(Supra Character)”라고 정의했다.극은 1952년 겨울 맨체스터를 배경으로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서를 찾아온 남자, 앨런 튜링이 수사관 로스에게 그간 침묵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전쟁 중 수행했던 에니그마 해독 및 암호화 임무로 여전히 비밀스럽게 감시하는 이들을 감내하며 오랜 세월을 지내온 튜링과 경찰관 로스의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서 ‘튜링머신’만큼이나 복잡한 인간의 사고 체계, 존재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연극 ‘튜링머신’ 연습 중인 엘런 튜링 역의 고상호(왼쪽)와 이승주(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한국 초연은 ‘테베랜드’ ‘엔젤스 인 아메리카’ ‘그을린 사랑’ ‘빈센트 리버’ ‘와이프’ ‘언체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의 신유청 연출이 사면 객석 무대에 올린다. 독일군의 에니그마 해독에 고군분투하는 앨런 튜링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밉살스럽게도 깐족대고 의료진 파업을 선동하던 양호준 선생으로 분했고 ‘멸화군’ ‘미드나잇’ ‘아가사’ ‘사의찬미’ ‘나와 나타샤의 흰당나귀’ ‘베어더뮤지컬’ 등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고상호가 연기한다. ‘벚꽃동산’ ‘세인트 조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세일즈맨의 죽음’ ‘두개의 방’ ‘글로리아’ 등의 이승주가 그를 취조하는 수사관 미카엘 로스를 비롯해 튜링의 비밀스런 동성연인 호텔서버 아놀드 머레이, 학자로서의 라이벌 휴 알렉산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0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긍정 아이콘' 박보영, "정신과 문턱 낮아졌으면…"

배우 박보영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그 곳 (정신의학과)의문턱이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박보영)어른들을 위한 현대 동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전세계 안방을 공략한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은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다.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자랑한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을 통해 공감대를 쌓아온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해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정신병동 안팎의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마음의 상처를 담은 이 작품은 기존의 편견을 깨부수는 사려 깊은 이야기와 다채로운 프로덕션으로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주연을 맡은 박보영은 직접 서울 성모병원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역할에 빠져 들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정맥주사를 많이 놓지 않지만 그 과정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시고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제가 조금이라도 간호사처럼 보인다면 서울성모병원에 계신 의사, 간호사들 덕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졌으면 하는데 힘드실 때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가 그런 부분을 편하게 접근하게 만들었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이재규 감독은 “원작을 봤을 때 원작이 가진 순수함이나 원작자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좋았다. 작품 하기 전에도 가족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절반은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각박한 현실에 힘든 사람과 주변 사람들, 어떻게 그런 것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심리적 위안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박보영은 친절함과 배려심으로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간호사 다은을, 연우진이 조금 엉뚱하지만 환자와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의사 고윤 역할을 맡았다. 이외에도 장동윤이 다은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남사친’ 유찬을, 이정은은 간호부의 든든한 울타리 같은 수간호사 효신을 연기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오는 11월 3일 첫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01 13:42 이희승 기자

[비바100] 1년에 단 한편,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는? '소년들' 정지영 감독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감독한 그는 이후 사회적 화두를 지닌 명작들을 탄생시키며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중이다. (사진제공=CJ ENM)이 영화의 가제는 ‘고발’이었다. 하지만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모두가 ‘소년들’로  불렸다. 대중들에게는 ‘삼례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으로 각인된 이 비극은 이후 진범이 증언하고 재심으로 이어지는 17년간, 평범하고 무고했던 3명의 남자를 살인자로 몰았고 가족들을 파탄냈다.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세명의 청년들은 분명 현장에서 겁먹고 있었다. 누가 봐도 경찰의 강압수사가 의심되는 사건 재현 현장이었지만 그들은 각각 3년에서 6년의 형을 받아 복였했다. 출소 후 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들은 사회적 차별과 더불어 옆 동네 할머니를 패물 몇 개가 탐나 죽인 패륜아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야 했다. 당시 촬영된 비디오를 본 정지영 감독은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들이 보였다. 정확히 이 영화는 공권력에 대한 ‘고발’이니 가제가 강렬하긴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가 ‘소년들’이 된 과정을 세세히 짚었다.정지영 감독은 “가장으로서 이기적인 결심이 자신을 줄곧 감독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제공=CJ ENM)“엔딩에도 나오지만 재심이 청구되고 진범도 잡혔지만 거기에 연루된 검찰과 경찰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죠.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어떤 윤리로 돌아가는지 정도는 우리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사실 지금도 그런 묵인하에 살고 있다는 걸 ‘소년들’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정지영 감독은 늘 주류에 가려진 비주류의 삶,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중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희생되는지를 영화로 말해왔다.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블랙머니’(2019) 등을 통해 줄곧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파고들어왔다. 그는 “살면서 비극에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게 대부분의 인생이다. 적극적으로 살지 않고 소극적으로 사는 자세에 익숙하다”면서 “늘 사회와 인간을 관통하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그리고 다른 감독들이 잘 안 하는 주제 아닌가”라면서 자신의 반골기질을 설명했다.“감독으로서 당시 그 상황이 주는 고통의 끝을 화면에 연출해 내는 것이 제몫이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되려 관객들을 괴롭히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소년들’에서는 일부러 잔인한 장면을 최대한 줄였어요. 얼마전 ‘남부군’을 우연히 재방송으로 봤는데 내가 얼마나 못된 감독인지를 깨닫게 된 것도 한몫했죠. 겨울 눈밭에서 배우들 고생이 얼마나 많았을지가 이제야 보이더라고요.”여러 영화적 상상력과 필터링을 거쳤지만 실화가 가진 묵직함을 간과하지 않은 ‘소년들’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CJ ENM)문학전집에 빠져 살았던 10대 시절, 가치가 전복된 삶을 주제로 한 디스토피아적 작품에 유독 심취했다는 그는 “여행을 가도 내가 어느 시대적 위치에 있고 어떤 역사를 거친 곳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라고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정지영 감독은 휴대폰을 꺼내 며칠 전 전주 사사회장에서 받은 꽃바구니 사진을 보내주며 울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피해자 중 한 분이 보내준 겁니다. 지금은 다들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뒤 몇번 만나고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살가운 관계로 발전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원래는 2년 전 개봉했어야 할 영화였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기적으로 미뤄지니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소년들’을 보고 너무 좋아하니까 감동을 넘어 안쓰러움이 밀려들더라고요. 그분들에게는 뭔가 초월한 지점이 있더라고요.”영화 '소년들'.(사진제공=CJ ENM)사건이 일어난 지 9일만에 동네에 살던 3명의 어리숙한 3인조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마무리된 후 관련자들은 모두 특진과 함께 성공가도를 달린다. 1980년대 대대적으로 벌였던 ‘범죄와의 전쟁’에 적합한 모범적인 수사종결로 보이지만 황 반장(설경구)은 본능적으로 수상함을 느낀다. 결정적인 현장 녹화본은 폐기됐고 글을 쓸 줄 모르는 피해자 한명이 또박또박(?) 그린 진술서와 피해자 가족의 증언 번복이 영 마음에 걸린다.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졌지만 전작을 통해 정지영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유준상, 허성태, 조진웅이 보여주는 연기적 에너지는 실화가 가진 힘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과하지 않게 당시 직업군이 가졌을 법한 비열함과 치열함을 스크린에 토해낸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의 합’이 영화 ‘소년들’에 응축돼 있달까.아역 배우들을 먼저 캐스팅한 후 성인 배우들을 골랐다는 정지영 감독. “주조연 구분없이 모두가 영화가 가진 힘을 믿고 따라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제공=CJ ENM)“필름을 찍던 시절부터 단련돼 있어선지 요즘 스태프들이 그래요. ‘너무 빨리 찍으신다’고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이 곧 돈이었기 때문에 이미 머리 속에 모든 편집을 끝내놓고 액션을 외치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이미 배우들이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여러 번 갈 필요도 없이 스태프들과 한 몸이 돼 있더라고요. 차기작으로는 제주 4.3 사건과 김구 암살 직후의 한반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필모그래피에서 그 시절만 없으니 한번 만들어봐야하지 않겠어요?(웃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30 18:3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부성애 연기, 부모님이 날 어떻게 키웠는지 알게 해"

윤계상이 드라마속에서 연기한 김명준은 어설프고 마음 약한 초짜 유괴범이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이제 장첸의 이미지는 완전히 지웠다. 죄질로 봐서는 ‘범죄도시’ 속 악랄한 악인과 비슷한 유괴범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뭔가 어설프고 따스하다. 지난 25일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 의 최종회 시청률은 5.2%. 자기 자식을 위해 남의 아이를 유괴한 명준이 윤계상이 맡은 역할이다.“일단 저와 비슷한 태생의 부모들이 제목이 주는 거부감을 없애고 많이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 세대들이 본방사수를 했다는걸 듣고 정말 뿌듯했어요. 허당기 많고 장난 많이 치는 제 본 모습이 가장 많이 담긴 캐릭터기도 하고요.”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내 서혜은(김신록)과 함께 유괴를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살해 용의자로 쫓긴다. 첫 회 시청률 1.8%로 출발한 ‘유괴의 날’은 추리 스릴러물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티격태격하는 천재 소녀 로희(유나)와 뭘해도 어설픈 명준의 호흡이 유쾌한 재미를 안겼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유괴와 살인사건을 필두로 예상을 뒤엎는 전개와 반전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코믹 버디 스릴러인 ‘유괴의 날’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부성애 연기? 감히 비교하면 안돼지만 10년 넘게 강아지 세 마리를 키워요. 이 존재들이 없어졌다는 상상을 기본 감정으로 그런 공포와 슬픔을 곱씹었죠.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가 가늠되니까. 그런 것들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부성애를 나타낸 것 같습니다.”윤계상은 늘 바빴던 부모님 대신에 친할아버지와 한 방을 쓸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애교도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부모님과 살가운 사이고 아니었는데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그는 “한창 god활동중에 뇌졸증으로 하루아침에 돌아가셨다. 정말 감당이 안될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 부모님께 먼저 다가갔고 지금은 사이가 너무 좋다”면서 “상황이 어떻든 마음을 바꾸면 뭐든 달라진다는걸 알게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그는 연말에 열릴 콘서트에 대해 “이제 춤도 멤버들의 나이에 맞게 축약한게 있다. 가끔 안무를 까먹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좋게 봐주시더라”며 수줍어했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그를 배우로 정점에 세운건 장첸이지만 그마저도 굴레로 여기지 않는건 감사함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조건 god 윤계상이었다. 늘 수식어는 따라붙었고 점점 많아지는걸 즐기고 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올해 추석 KBS를 통해 25주년 콘서트 ‘ㅇㅁㄷ 지오디’를 통해 가수로서의 매력을 다시금 뽐낸 그는 올해로 20년 차 배우가 됐다. “매번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면서 “이제는 내 연기가 더 중요하단걸 안다. 지금도 사실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배우로서 계속 작품을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제가 사실 MBTI가 ISFJ거든요. 전세계에 2%밖에 없는 건데 ‘용감한 수호자’로 불린데요. 소극적이고 계획적인데 감정적이기도 하고요. ‘유괴의 날’이 담고 있던 따스한 에너지가 세상에 전해졌길 바랬는데 그게 이뤄져서 정말 행복합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29 16:21 이희승 기자

[비바100] 떴다! 떴다! 태양광 비행기~

태양광 에너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비행하고 있는 태양광 비행기.(사진=솔라임펄스재단)KOTRA가 올해도 전 세계 해외무역관에서 엄선한 트렌드 이슈를 소개하는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를 내놓았다. 맞춤형 젤리 영양제부터 자율주행 유아차, 짜고 매운맛을 내주는 그릇과 수저, 모래 배터리 등 실생활에 도움 될 미래형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비즈니스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핫 아이템들을 풍성하게 소개한다.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KOTRA|알키◇ 미래형 ‘퓨처 테크’맞춤형 젤리 영양제 ‘노리시드 젤리’.(사진=노리시드)개인 맞춤형 젤리 영양제 ‘노리시드 젤리(Nourished Jelly)’는 영국 스타트업 ‘노리시드’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에 꼭 맞는 7가지 영양소를 선별해 필요한 양 만큼 젤리에 담아 선 보인 제품이다. 보관과 휴대가 쉽고 물과 함께 복용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모든 재료가 ‘비건’으로 제조되고 3D 프린터로 만들어진다. 한 알에 1.29파운드(약 21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홈 페이지에서 현재 건강상태와 생활패턴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하면 7가지 맞춤형 영양소를 추천해 준다. 주문 후 일주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 구독 주문도 가능하다. 장년 및 고령을 위한 제품이지만 유아와 청소년을 위한 별도 제품들도 판매한다.스타와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플랫폼 ‘민리’ 화면. (사진=민리)‘최애 스타’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 ‘민리(Minly)’는 이집트에서 시작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초개인화 경험을 제공해 스타와 팬 간 소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민리에 등록된 1000여 명의 스타 중 좋아하는 대상을 골라 생일축하 노래나 응원 메시지 등 원하는 내용을 요청하면 영상이나 메시지를 보내 준다.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인기를 끌던 유사 플랫폼 ‘울로’ 인수를 계기로 세를 더욱 확장 중이다.1200곳이 넘는 다양한 스타일의 지역 양조장을 보유한 ‘수제 맥주의 천국’ 캐나다에서는 최근 인공지능이 빚은 맥주가 큰 인기다. 전통 양조업체인 그레인 빈 브루잉 컴퍼니가 올해 2월에 선보인 ‘앰버 웨이브 오브 그레인(Amber Waves of Grain)은 레시피는 물론 제품명, 가격, 디자인 등을 모두 챗GPT의 도움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AI 수제 맥주다. 앞서 2021년에는 맥주 생산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캐나자 최초의 인공지능 맥주 ’리틀로보틱‘이 선보이기도 했다. AI봇이 개발한 ’새스커툰 베리 사워 맥주‘는 브라인드 평가에서 60%의 표를 얻어, 양조 장인인 루바브 진저 사워 맥주를 누르기도 했다.모래 베터리가 이용되는 발전소. (사진=마갈디그룹)미래형 에너지로 주목을 끄는 것이 ‘모래 배터리’다. 모래는 높은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데다 이 열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물의 4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열 손실율도 10% 안팎으로 매우 낮다. 이탈리아 로마 소재 ‘마갈디그룹’에서 전력으로 전환이 가능한 모래 배터리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24년에는 이 배터리로 첫 번째 발전소도 가동할 계획이다. 모래 배터리를 사용하면 가격을 기가와트 당 20유로(2만 8000원)로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어 높은 가격경쟁력이 기대된다. 재생에너지의 패러다임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 뉴 노멀 라이프당뇨 환자들도 맛깔나는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는 ‘일렉솔트’. (사진=기린홀딩스)‘일렉솔트(Elecsalt)’는 당뇨 환자에게 찌개나 라면의 맵고 짠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일본의 기린홀딩스가 저염식에 입맛을 잃고 괴로워 하는 환자들을 위해 메이지대학 미야시타 호메이 연구실과 협업해 전기의 힘으로 짠맛을 1.5배 높여주는 국그릇과 스푼을 개발해 올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릇 옆면과 스푼 손잡이의 스위치를 누르면 인체에 유해한 미세한 전류가 흘러, 실제로는 저염식인데 짠 맛이 느껴지게 해 준다. 실제 실험에서 31명 중 29명이 약 1.5배 더 짜게 느꼈다고 답했다고 한다.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이른바 ‘펨테크(FemTech)’ 제품들도 관심을 끈다. 갱년기 여성의 80% 정도가 겪는다는 일과성 열감과 홍조 치료를 위한 ‘엠버 웨이브(Embr Wave)’는 손목 시계 형태의 기기에 붙은 냉각 버튼을 누르면 3분 이내에 최소 5~9도 정도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가 크다. ‘미드데이(Midday)’는 일과성 열감과 수면 장애, 질 건조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을 관리해 만성질환의 위험을 막아주는 개인 맞춤형 건강 솔루션이다. 갱년기 헬스케어 및 노화방지 요법에 중점을 둔 치료 플랫폼 ‘위노나(Winona)’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흠시스템스가 선보인 실내 생활 모니터링 시스템 ‘리비 얼라이브’. (사진=흠시스템스)독일의 ‘흠시스템스’가 선보인 ‘리비 얼라이브(Livy Alive)는 독거 고령자들에게 유용한 실내 생활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벽이나 천장에 장착해 센서를 통해 실내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하고 다양한 공기 오염 지표를 측정하는 것은 물론 화재 등 잠재적 위험까지 조기에 파악해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알려준다. 외부 침입 감지나 비활성 상태 감지를 통해 도난 경보나 사이렌 알림, 비디오 녹화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기준치 이상 소음이 발생할 경우 즉시 알려준다. 고화질 카메라와 상호 통신 기능도 갖춰 외부와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다. 야밤 낙상 방지를 위해 지능형 야간 조명도 작동한다.자율주행 유아차 ‘엘라’. (사진=글럭스킨드)캐나다 기업 ‘글럭스킨드’가 만드는 자율주행 유아차 엘라(ELLA)는 보호자가 자율주행차의 원리를 유아차로 옮긴 제품이다. 주변 환경을 360도로 모니터링해 잠재 위험을 사전해 감지하고 경고해 준다. 보호자의 걷는 속도에 맞춰 함께 움직이고, 보호자의 팔이 닿는 거리 이상으로 멀어질 경우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되었다. 내리막 길에서 특히 유용하다. 기능개발은 현재 베타 단계에 있고 추가 기능 보완과 업 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가격은 3300달러 안팎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자녀의 안전을 희구하는 부모들로부터 사전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린 이코노미음식으로 음식을 포장하는 친환경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0년 창업한 ‘세이브지’는 특정 식물에서 추출물을 얻어 코팅물질을 혼합해 얇은 막을 만들어 100% 생 분해되는 코팅제를 만든다. 오이 바나나 같은 거의 모든 채소와 과일에 적용해 성공했고, 앞으로는 육류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갈 방침이다. 어떤 합성화학물질이나 유전자변형,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지 않는다. ‘플라스틱프리’라는 기업은 밀 싹이나 옥수수 껍질 같은 부산물을 사용해 100% 생분해 가능 제품을 생산한다. 농업 폐기물로 대체 플라스틱 봉투를 만들어 탄소 저감과 식품 유통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테라사이클’이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 박스’는 과자 포장지부터 장난감, 마스크, 헌 옷, 화장품 공병 등 일반적으로 무료로 수거되지 않는 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해 제작되어 지자체나 기업에 유료로 판매된다. 이 회사는 2019년에 쓰레기 없는 사회를 표방하며 ‘루프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다양한 소비재들을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용기 재사용을 통해 기업의 포장 비용을 줄여주는 동시에 회수나 세척 같은 번거로움을 도맡아 처리해 준다. 쓰고 버릴 용기는 인근 매장에 반납하면 재질에 따라 0.5~3달러 정도의 보증금을 루프 앱을 통해 돌려 받을 수 있다.3D 프린트로 만든 대체육. (사진=코쿠스)스페인의 스타트업 코쿠스(Coccus)는 3D 프린팅 대체육을 개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회사는 식물 기반의 물질이나 배양된 세포를 가지고 유기물을 합성하는 ‘생합성’의 원리로 대체육을 만든다. 실제 고기를 3차원 입체 컴퓨터 단층촬영을 해 지방과 살코기, 뼈, 힘줄 등을 이미지화해 3D프린터로 출력한다. 재료의 지방층을 줄이거나 늘려 입맛에 따라 고기를 디자인하고 질감 까도 조절할 수 있다. 세포 단충을 형성할 때 특정 효능을 가진 활성성분이나 식이음료 등을 첨가할 수 있어 소비자 특성에 따라 영양소를 달리한 맞춤형 고기를 만들 수 있다. 이슬람 시장에서도 대체육 베이컨이 팔릴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와 인간태양광으로 나는 자율주행 비행기. (사진=스카이드웰러)미국과 스페인이 합작해 만든 최첨단 항공우주 스타트업 ‘스카이드웰러’는 지난 2월 7일에 태양광 무인비행기 자율 비행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의 전신인 ‘솔라임펄스 2’는 앞서 태양광만으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바 있다. 보잉 747 날개보다 더 긴 71m의 날개에 1만 7000개가 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비행기 동체 윗부분에도 장착했다. 낮 동안 저장된 태양 에너지로 배터리 전원을 충전시켜 해가 없는 밤에도 비행할 수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연중 무휴 비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조종사 없는 완전 무인 비행을 궁극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 미국 에어버스는 군사 및 상업용 위성을 대체한다는 목표 아래 태양광 드론 ‘제퍼(Zephyr)’을 선보였다.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성층권에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로보카인드가 만든 특수 교육용 로봇 '마일로'.(사진=로보카인드)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친구이자 선생이 된 로봇이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로보카인드(RoboKind)가 만든 특수 교육용 로봇 ‘마일로’는 친근하고 귀여운 외모에 그들과의 상호작용을 능숙하게 수행해 큰 인기다. 단순히 녹음된 웃음소리가 아니라 로봇의 눈과 코, 입을 통해 사람의 표정 변화를 직접 구현해 주어 시각적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로봇의 얼굴과 몸에는 모두 29개 모터가 있어 자폐 상대방의 말하기 속도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이 로봇이 투입된 후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2.5% 수준에서 87.5%로 대폭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의사 소통과 행동 코칭, 정시 이해 등 16개 주제를 망라하는 142개 발당교육 커리큘럼을 탑재하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10-28 07:00 조진래 기자

[人더컬처]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그들은 RCO니까요!”

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연의 협연자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일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그들이니까요!(Because they just are!)”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gebouw Orchestra, 이하 RCO) 내한공연(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은 RCO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그들이니까”라며 “고유의 사운드도,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도 독특하다”고 밝혔다.러시아 태생의 유대인인 예핌 브론프만은 스스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수식어라 밝혔지만 ‘러시아 낭만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은 피아니스트다.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연의 협연자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일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일곱 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텔아비브 대학의 루빈 음악원에서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등을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밤베르크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마지오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 취리히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글로벌 악단들과 협연을 진행했다.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해 음악가로 성장한 데 대해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직·간접적으로 제 삶에, 음악에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놓았다.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공연의 협연자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일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만약에 제가 계속 러시아에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또 다른 발전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 설명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죠.”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가 이끄는 ROC 내한공연에서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in A Major, S. 125)을 협연한다.원래 암스테르담에서 협연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됐다 한국에서 연주하게 된 이 무대에 대해 에핌 브론프만은 “드디어 그 공연을 하게 됐다”며 “한국 관객분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즐겁다. 한국의 관객들은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그는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에 대한 찬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미국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인생 깊게 본 분들이 정 트리오 남매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라며 “그 후로도 한국에서 온 수많은 훌륭한 음악가들을 만났다”고 밝혔다.“(관객들도 그렇고, 연주자들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큰 재능을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마지막 한국 방문이 팬데믹 전 빈 필하모닉과 함께한 투어였어요. 한국의 문화, 교육 그리고 한국인들이 가진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매우 좋아하죠. 모든 공연이 그렇지만 (RCO와 협연으로 선보일) 이 음악을 통해 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그 음악이 가진 감정을 잘 전달하려고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22:04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파비오 루이지 “음악은 항상 현대적이죠!”

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아름다운 사운드와 우아한 프레이징, 정확한 테크닉을 두루 갖춘 세계 톱클래스 오케스트라입니다. 특히 이들이 음악을 대할 때 보이는 기쁨과 즐거움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이죠.”이탈리아 출신의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는‘브릿지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gebouw Orchestra, 이하 RCO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2005년 프란츠 슈미트(Franz Schmidt)의 ‘교향곡 4번’(Symphony No. 4 in C major)을 지휘하며 인연을 맺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RCO와의 작업에 대해 “도전인 동시에 특권”이라고 표현했다.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ROC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와 협연하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in A Major, S. 125)을 비롯해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의 오페라 ‘오베론 서곡’(Oberon-Overture), 표트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교향곡 5번’(Symphony No. 5 in E minor op.64)을 선사한다. 파비오 루이지는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에 대해 “정말 환상적인 아티스트”라며 “그와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양인모 등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과 협연했던 지휘자이기도 하다.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한국의 기악 연주자들 그리고 성악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들은 이탈리아인들과 매우 흡사한 성격과 특별한 본능을 가졌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작업은 늘 성공적이었죠.”RCO의 공연 즈음에는 베를린 필과 빈필까지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악단들이 연달아 내한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에 대해 파비오 루이지는 “특별한 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밝혔다.“우리는 심포닉 음악들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최상급 품격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RCO는 전통에 대한 의식이 있고 음악에 기쁨과 긍정적인 혼을 담는 매우 특별한 오케스트라입니다. 한국의 관객분들이라면 이러한 RCO의 진가를 알아봐 주시리라 확신합니다.”6년만에 내한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RCO는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오케스트라로 현대음악 작곡가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비오 루이지는 “음악은 항상 현대적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작품이 언제 쓰여졌는지와는 관계 없이 공연 중에 일어나는 창조적인 일들이 음악을 그렇게 (현대적으로) 만들 거든요. 그럼에도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작곡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시간이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해 줄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21:12 허미선 기자

[B코멘트] 뮤지컬 ‘시스터액트’ 음악 수퍼바이저 비에이 허프만 “같은 음악 다른 감정,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랑 그리고 진짜 나”

뮤지컬 ‘시스터액트’ 오리지널 음악감독 비에이 허프만(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뮤지컬 ‘시스터액트’ 음악에 담긴 매력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들로리스가 수녀원에 오기 전에도 수녀들은 노래를 부를 줄 알았어요. 하지만 들로리스를 통해 ‘즐겁게’ 노래부르는 방법을 알게 된 거죠. 우리 작품의 모든 노래가 인간의 즐거움을 다룹니다.”11월 4일 그 첫발을 내딛을 준비에 한창인 뮤지컬 ‘시스터액트’(11월 4~11일 부산 소향씨어터, 11월 21~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음악수장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은 “음악의 즐거움”을 강조했다.2017년 한국에서 선보인 ‘시스터액트’ 투어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김소향이 “함께 한다는 소식에 너무 행복해 환호를 질렸다”고 표현했던 비에이 허프만은 2006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초연부터 뮤지컬 ‘시스터액트’과 함께 해온 음악감독이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오리지널 음악감독 비에이 허프만(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비에이 허프만은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선 뮤지컬 ‘시스터액트’를 비롯해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그는 넘버를 꾸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 대본을 집필한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와 뮤지컬 ‘시스터액트’의 시작부터를 함께 했다.곧 개막을 앞둔 ‘시스터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감독의 손을 거치며 큰 변화를 맞을 ‘시스터액트’에서 원작을 고수하는 부분이 ‘음악’이다.“음악적으로 크게 변화한 부분은 있지 않아요. 오히려 제 역할은 오리지널 넘버를 최대한 보존하는 거죠. 다만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연출가인) 로버트 요한슨의 디렉션에 의해 달라지는 연출에 따라 배우가 기존곡이 가졌던 감정과는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좀 달라요.”이렇게 전한 비에이 허프만은 “레플리카(원작 그대로) 작업을 할 때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배우들과 음악 연습을 하는지 등 분명한 스케줄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연출과 안무 등 모든 것이 연습하는 순간순간 ‘창작’된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중 비에이 허프만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라고 밝힌 ‘레이즈 유얼 보이스’(Raise Your Voice) 리허설 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이에 언제나 동료들이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에도 유연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연출이나 안무가 달라짐에 따라 음악에도 영향을 주거든요. (이같은 작업과정에서는) 연출 변화에 따라 배우들이 다른 감정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제 몫이죠.”그리곤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전(2022년)에 이미 들로리스를 연기한 경험이 있는 니콜은 메인 넘버를 원곡과 같은 음정이지만 다른 감정으로 부른다”고 귀띔했다.비에이 허프만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레이즈 유어 보이스’(Raise Your Voice)를 꼽았다. ‘레이즈 유어 보이스’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으로 숨어든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엄격한 규율 속에서 버릇처럼 노래하고 기도하지만 스스로를 억눌러야만 하는 수녀들과 함께 부르는 곡이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중 비에이 허프만이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넘버로 꼽은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Spread the Love Around) 리허설 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엄격한 규율과 독실한 믿음으로 점철된 일상, 커지기만 하는 자괴감과 바닥을 치는 자존감 등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수녀들이 진정한 자신으로 즐겁게 노래하며 살아갈 수 있게 힘을 북돋우는 곡이다. 모두가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시대의 글로벌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진짜 나로 서기’ 등을 강조하는 곡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즈 유어 보이스’를 가장 좋아하지만 ‘시스터액트’가 가진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넘버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스프레드 더 러브 어라운드’(Spread the Love Around)죠. 관객들은 종종 화려한 의상에 집중하거나 곡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느라 가사에 신경을 쓰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곡은 아주 특별하고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으니 그 가사에 귀기울여주세요. 사랑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메시지죠.”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18:3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제6회 힉엣눙크! 피날레는 색소폰 선율과 함께, 스티븐 뱅크스 “울고 한숨짓고 꿈꾸는 내 음악 여정 Come as You are!”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는 색소폰에 대해 ‘울고 한숨짓고 꿈꾼다. 크레셴도를 지니고 있고 메아리의 메아리만 남을 때까지 소리를 점차 줄일 수도 있다. 내가 아는 한 가청음의 범위 밖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악기는 색소폰밖에 없다’고 했어요. 색소폰 소리에 관한 묘사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죠. 정말 멋진 표현 아닌가요?”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Steven Banks)의 전언처럼 이렇게나 멋진 음색과 선율의 색소폰 레퍼토리만을 맛볼 수 있는 연주회를, 한국에서 접하기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동시에 색소폰의 매력에 빠진 아마추어 동호회가 적지 않은, 어쩌면 불모지와도 같지만 그 잠재력도 무궁무진한 한국에서 그는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센터,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를 통해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가진다.“특별히 제가 작곡한 ‘컴 애즈 유 아’(Come As You Are)를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했어요. 이번 힉엣눙크!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세계 초연할 예정입니다.”‘컴 애즈 유아’에 대해 스티븐 뱅크스는 “제 가족(어머니와 세 여자 형제들)에게, 더불어 내 성장 배경이 내가 음악과 삶 전반을 이해하는 데 미친 영향에 바치는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동안 해오고 있었다”며 “힉엣눙크!의 영 콘서트 아티스트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클래식 음악가일 때는 제 동료의 대부분인 흑인들의 문화를 그리고 그것이 내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거의 인식하지 못해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흑인으로 존재할 때 제 가족이나 친구들은 클래식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두 세계를 완전히 분리해 살아왔어요. 각 세계에서 마치 다른 한쪽은 없는 것처럼 사는 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죠.”자신의 이같은 이중성에 대해 스티븐 뱅크스는 “W.E.B. 두 보이스(W. E. B. Du Bois)가 20세기 초에 발표한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에서 소개한 ‘이중 의식’이라는 개념과 비슷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두 보이스의 개념은 두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미국인으로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죠. 그런 저에게 ‘컴 애즈 유아’는 제 음악적 개성을 형성해 가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랜드마크 같은 작품입니다.”‘컴 애즈 유 아’ 콰르텟 버전을 전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스티븐 뱅크스는 폴 크레스턴(Paul Creston)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9’(Sonata for Alto Saxophone and Piano, Op. 19),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환상소곡집, 작품 73’(Fantasiestucke Op. 73), 쥘 데메르스망(Jules Demersseman)의 ‘오리지널 테마에 의한 환상곡’(Fantaisie Sur Un Theme Original), 페드로 이투랄데(Pedro Iturralde)의 ‘작은 춤곡’(Pequena Czarda for Saxophone and Piano)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피나렐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폴 크레스턴의 소나타는 색소폰 레퍼토리에서 가장 중심적이고 유명한 연주회용 독주곡이에요. 독창적인 리듬과 화성을 지닌 그의 음악 언어를 담고 있죠. 데메르스망과 이투랄데의 작품을 통해서는 비르투오소적 대작에 색다르게 접근합니다. 슈만의 ‘환상 소곡집’은 클라리넷이나 첼로로 자주 연주되던 오래된 리사이틀 레퍼토리인데 이번에는 색소폰으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이어 “학창 시절의 저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놓은 그는 여성과 유색인 차별 타파를 위한 ‘동태적 접근법’이나 경청하는 법 배우기, 사회적 현상을 논하는 일루미네이트 등 반드시 논의해야할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제 음악 활동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음악 안에서 스스로를 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음악과 보다 개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다양한 해석과 창작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이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음악적 이야기도 다양해질 겁니다. 음악가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활동들은 이같은 제 바람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18:15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이안 보스트리지부터 스티븐 뱅크스까지 ‘힉엣눙크!’ 강경원 총감독 “그 핵심은 다양성!”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총감독(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올해 연주회들의 핵심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다양성’입니다. 국내에서 흔히 연주 되지 않는 곡, 클래식 주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악기, 소수집단 연주자가 주역이죠.”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원조 격인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총감독은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HIC ET NUNC! Music Festival 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센터,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의 핵심을 “다양성”으로 짚었다.‘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이안 보스트리지ⓒWarner Classics(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더불어 음악회 참석이 불가능한 관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등 무대와 객석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했습니다. 다양성이라는 프레임을 일단 정하니 프로그램도 더 흥미로워진 것 같아요.”강 감독이 강조한 ‘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여섯 번째 힉엣눙크!는 세계적인 인문학자이자 테너인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워 렉처 콘서트로 시작해 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젊은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Steven Banks) 리사이틀로 피날레를 장식한다.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포스터(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번 ‘힉엣눙크!’에서 랭보의 9개 연가시에 음악을 붙인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일루미나시옹’(Les illuminations 11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렉처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11월 9일 거암아트홀)를 진행하는 이안 보스트리지에 대해 강 감독은 “7, 8년 전부터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을 계획했었는데 첫 공연은 건강상의 문제로, 두 번째 공연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됐다”고 경위를 전했다.“이번에 브리튼의 ‘일루미나시옹’을 연주하는데 이 곡은 다양한 연주자들의 버전이 있지만 꼭 보스트리지 연주로 꼭 들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어요. 그는 브리튼과 같은 영국 음악인이고 오랜 시간 음악가로서 브리튼 작품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거든요. 역사학자이자 철학을 공부한 배경을 토대로 그 곡의 가사인 랭보의 시를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죠.”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에 대해서는 “연령 때문에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라 소개하며 “예전에 3세부터 입장할 수 있는 음악회를 개최하고는 했는데 3세 아이들이 음악을 집중하고 들어서 무척 놀랬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그때의 기억을 살려 이번 기획에는 그 폭을 더 넓혀 영유아까지 포함시켰어요. 프로그램은 엄마인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자신의 아기에게 들려주는 음악회라는 콘셉트로 선정하다 보니 의외로 수월하게 꾸렸습니다.”이에 음악회 타이틀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라는 곡명이다.소프라노 이결, 바이올리니스트 장한경, 첼리스트 정수진, 파아니스트 최승리는 이 콘서트에서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를 비롯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세종솔로이스츠(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 무대에서는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Carnival of The Animals: XIII. The Swan), 가스파르 카사도(Gaspar Cassado)의 ‘사랑의 속삭임’(Requiebros),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 주제에 의한 열두개의 변주곡 K.265’(Twelve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 265), 리키 이안 고든(Ricky Ian Gordon)의 ‘내 어머니는 싱어’(My Mother is a Singer), 표도르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사계’ 중 ‘10월: 가을의 노래’(The Seasons: October ‘Autumn’s Song’) 등이 연주된다.“이런 작고 소중한 경험들이 아이들의 정서, 감각 발달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스티븐 뱅크스의 색소폰 리사이틀(11월 19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은 힉엣눙크!의 주제인 ‘다양성’을 대표하는 연주자의 공연이지만 그의 연주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죠.”스티븐 뱅크스는 혁신적인 미래의 연주회 현장을 꿈꾸는 색소포니스트이자 사회 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강연자이기도 하다. 음악교육 및 연주 현장 등에서의 다양성 포용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여성과 유색인에 대한 차별 타파를 위한 동태적 접근법을 발표하는 등 사회 현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그는 이번 힉엣눙크!에서 세종솔로이스츠 연주자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피날레를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Chris Lee(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그가 작곡한 콰르텟 버전의 ‘컴 애즈 유 아’(Come As You Are, Quartet Ver.)를 비롯해 폴 크레스턴(Paul Creston)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9’(Sonata for Alto Saxophone and Piano, Op. 19),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환상소곡집, 작품 73’(Fantasiestucke Op. 73), 쥘 데메르스망(Jules Demersseman)의 ‘오리지널 테마에 의한 환상곡’(Fantaisie Sur Un Theme Original), 페드로 이투랄데(Pedro Iturralde)의 ‘작은 춤곡’(Pequena Czarda for Saxophone and Piano)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좋은 색소포니스트의 연주가 매우 드문 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은 스티븐 뱅크스의 첫 내한공연인 만큼 본인 창작곡부터 슈만, 재즈 풍의 곡까지 다양하게 연주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다양한 사람과 문화의 좌충우돌, 왁자지껄…준비과정 자체가 ‘시스터액트’

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 25일 리허설을 오픈했다(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17년 ‘시스터액터’ 투어 공연을 하면서 이 탄탄한 콘텐츠가 EMK의 제작 노하우를 만나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 꿈이 실현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 과정 자체가 ‘시스터액트’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좌충우돌하며 싸우고 갈등하고 오해하고…하지만 결국 하나가 돼가는 시간들이었거든요.”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김지원 부대표는 25일 부산 소향씨어터 블랙박스에서 진행한 연습장면 공개 및 미디어 데이에서 뮤지컬 ‘시스터액트’(11월 4~11일 부산 소향씨어터, 11월 21~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준비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로버트 요한슨 연출(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뮤지컬 ‘시스터액트’는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섰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넘버를 꾸리고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가 대본을 집필했다.2006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초연된 후 2009년 웨스트엔드,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연됐다.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살인사건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커티스의 추격을 피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에 숨어든 들로리스가 수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극이다.이번 뮤지컬 ‘시스터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이 프로덕션은 그간 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가 그리고 ‘시스터액트’ 오리지널의 음악감독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이 의기투합했다.EMK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진행한 6주 간의 리허설에 이어 11월 4일 개막하는 부산을 포함해 서울 등 15개 도시 투어 후 2025~2026년 아시아 투어가 예정돼 있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프로듀서인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왼쪽)와 소향씨어터 차순례 극장장(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김지원 프로듀서, 창작진 그리고 첫 선을 보이는 소향씨어터의 차순례 극장장까지 한목소리로 외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인 ‘시스터액트’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은 “다소 약했던 피지컬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피지컬적인 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며 “아주 신선한 시선, 새로운 방향으로 상상해 봤다. 이 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전에 보셨던 ‘시스터액트’와는 굉장히 다른 요소들이 있어 놀라실 것”이라고 밝혔다.“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캐럭터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더 깊게 파보고 디테일들을 찾아 모든 인물들과 장면들에 의미를 더하려 애썼습니다. 더불어 저희 버전의 ‘시스터액트’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대 프로덕션 중 가장 다양한 캐스트를 기용했다는 겁니다.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 배우들 뿐 아니라 한국 배우도 7명이나 있죠. 처음이다 보니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배역들에 다양한 (인종 및 국적의)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실험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비에이 허프만 음악감독(왼쪽)과 제이미 맥나니엘 안무감독(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다양성’을 강조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다양성은 오늘날 너무도 중요한, 우리가 많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글로벌 메시지”라며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차이점, 유사점들을 인정해줘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저희 작품의 피날레(Spread The Love Around)에서는 형제들, 자매들 모두가 서로 사랑하자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스터액트’ 초연 후) 15년 동안 조명, 영상 기술들이 굉장히 발달되고 정교화돼서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어요. 전반적으로 따뜻한 톤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죠.”그리곤 “들로리스가 노래하던 클럽 헤븐과 성당의 관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두 장소 간의 상관관계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이 흥미로운 원형관계를 잘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는 “굉장히 다른 클럽과 성당의 상관관계, 연계성을 찾아보자는 연출님의 제안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마지막 들로리스와 원장 수녀님의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조화롭고 하나가 되는 경험이 너무 좋았죠. 들로리스로서 뿐 아니라 니콜로서도 따뜻해진 마음으로 관객분들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너무 기뻤고 계속 즐거울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이어 “저는 들로리스처럼 제 안에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흑인이지만 쿠바인이고 페루 사람이기도 하면서 일본 혈통도 있다”며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들로리스로서 뿐 아니라 니콜로서도 모두가 하나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다양한 인종과 국적, 문화를 가진 출연진 모두) 우리는 모두가 다르지만 결국 그냥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를 대하고 있어요.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작업에 임하고 있죠.”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 중 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와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 김소향(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는 “현재 미국에서도 캐스팅의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며 “한국에 굉장히 훌륭하고 재능 있는 배우들이 많다는 걸 미리 알고 오면서 기대를 했다”고 전했다.“한국 배우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얼마나 작업에 충실히 임하는지 그들의 근면·성실함과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우고 있어요. 매일 연습에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언제라도 할 수 있게끔 얼마나 철저히 스스로 준비하는지를 관찰하면서요.”원작에서 유지하는 것은 음악으로 “캐릭터들은 물론 감정과 상황들을 굉장히 잘 표현해 주고 있다”는 로버트 요한슨의 설명에 비에이 허프만은 “모든 곡들의 가사와 오케스트레이션은 원작과 똑같이 유지된다”고 말을 보탰다.“다만 노래를 부르는 의도, 동기 그리고 감정들이 달라지게 됩니다. 새로운 연출, 안무가를 만나면서 노래들이 새로운 의도들을 갖게 됐거든요. 이에 원작의 작곡가, 작사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협업과정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가장 큰 변화를 맞는 건 안무다. 제이미 맥나니엘 안무가는 “이번 프로덕션의 안무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며 “EMK와 10년 넘게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대부분 음울하고 묵직한 드라마틱한 뮤지컬들이었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사실 미국에서의 저는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을 그리고 제가 자라면서 즐겼던 노래와 춤들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캐스트들이 어떻게 해주시느냐에 따라 창작 방향이 결정되다 보니 이번 작품의 안무는 유기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들로 인해 안무도 영향을 받거든요. 사랑스럽고 힘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이 스토리를 잘 이끌어가는지를 지켜봐주세요.”뮤지컬 ‘시스터액트’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오픈 리허설(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2017년 한국에서 공연된 ‘시스터액트’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로 무대에 올랐던 ‘프리다’ ‘마리 퀴리’ ‘모차르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김소향은 이번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에서도 같은 역을 연기한다. “그때는 배우기에 급급하다보니 발음이나 연기 등을 어떻게 미국사람처럼 잘 녹여낼까를 매일 고민했어요. 이번에는 제 안에서 메리 로버트와의 접점을 찾아서 연기하려고 노력 중이죠. 경제도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저희 ‘시스터액트’를 보시면서 함께 웃고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6 17:08 허미선 기자

[비바100] X세대의 심장을 저격한 MZ의 러브스토리라니!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신입생과 뭘 입어도 늙어보이는 복학생의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한 주현영과 권혁수. (사진제공=쿠팡플레이) 단언컨대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사랑을 좀 아는’ 사람이다. 요즘 애들의 표현대로 이불킥이나 환승연애같은 감정의 쓰레기통에 빠지지 않았음은 틀림없다. 쿠팡플레이에서 쿠팡 SNL 코너인 10분짜리 디지털 쇼트로 첫 선을 보인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주인공인 남자는 복학생. 여자는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다.캠퍼스 낭만을 꿈꾸며 대학에 들어온 갓 스무살 여자에게 군바리 냄새를 없애려 애를 쓰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 갓 입학한 주현영에게 1학기만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 권혁수는 금성에서 온 남자다. 프로그램 소개글에는 ‘MBTI가 L.O.V.E.인 MZ 세대의 저 세상 캠퍼스 러브’라고 돼있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고전도 이런 고전이 없다.암흑의 고3 시기를 보내고 대학에 입학한 여대생에게 무늬만 같은 학년인 복학생의 존재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동기와 눈이 맞아 기꺼이 고무신을 신은 것도 아니고 군대에 ‘갔다 온’ 남자와 같은 강의실을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처음엔 극혐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의 매력을 인정하게 되는 여자. (사진제공=쿠팡플레이)20학번인 혁수에게도 22학번인 현영은 영 부담스럽다. 지나치게 발랄한데 유독 자신에게 만큼은 철벽을 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현영에게도 혁수는 키와 나이, 스타일까지 전혀 자신의 타입이 아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은 피지컬, 다정한 성격은 기본으로 재력도 무시 못하는 게 남자친구 조건인 현영의 개강 첫날, 혁수에게는 복학 첫날 캠퍼스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이 남자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혁수를 보며 현영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며 자리를 옮긴다.‘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재미는 출연자들의 마음이 일종의 관찰 카메라 식으로 보여진다 데서 온다. 혁수는 곧 카메라 앞에서 “이게 무슨 개소리냐? 이게 말로만 듣던 MZ의 사고방식인가?”라며 어이없어한다. 2년 전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뮤지컬 동아리에 갔더니 여자는 말한다. “집념은 인정한다”고. 그리고 “누가 내 동아리를 말해 줬냐?”며 공주병을 넘어 자뻑에 빠진 모습으로 웃음을 더한다. 하지만 모든 건 술자리에서 시작된다. 개강 파티의 술자리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으르렁 대던 두 사람은 취중에 키스를 하며 오묘한 감정을 느낀다.현영을 위해 족보를 구해왔지만 친구들에게 캠퍼스 커플임을 숨기려는 여자친구를 이해 못하는 혁수.(사진제공=쿠팡플레이)문제는 그 이후 현영은 혁수를 피하고 그걸 아는 남자가 특유의 승부욕을 불태우면서 시작된다. 과대망상 환자라 여겼던 여자후배의 동기로 등장한 위너 강승윤에게 자신이 20년 7월 군번에 철원 최전방에서 근무했음을 밝히며 미소년 스타일인 그를 은근히 깐다. 하지만 강승윤이 3월 군번에 GDP수색대대 출신이란 사실을 알면서 자신이 보일러병이었단 걸 끝까지 숨기면서 웃음을 더한다. “싸우기 전에 다 얼어죽는다. 내가 보일러를 틀었으니까 살아남았다”면서 찌질한 싸움을 이어간다. 여자도 은근히 나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혁수 선배가 여자동기에게 사준 치즈 돈까스가 자신이 먹은 일반 돈까스보다 500원 비싸다는 사실이 분한 건 왜일까. 한편에 10분도 채 되지 않은 8개의 에피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꿀잼이다. 밀당을 하던 두 사람은 결국 조별과제를 하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연애를 하며 겪는 수많은 오해와 오글거림은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뻔한 전개지만 그 마저도 주인공들의 완벽 빙의된 연기력으로 모두 커버된다.실제 열애설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찰떡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의 초보 연애는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 (사진제공=쿠팡플레이)극 중 혁수의 친구로 나오는 김원훈은 사귀는 사실을 밝히는 걸 꺼려하는 여자친구 현영에 대한 고민에 대해 “넌 호구새끼”라고 일갈한다. 자신은 늘 애인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며 살면서 남자의 ‘가오’만큼은 잃지않음을 으스댄다. 대학시절, 남자들에게는 ‘그래 이런 친구 한명 쯤은 있었지’라는 추억과 여자들에게는 ‘남친 옆에 꼭 이런 루저(새끼)가 있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보편성이랄까. 래퍼이자 가수 김재범, 임창정, 송가인, 박하선 등 다양한 역할로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변신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들은 서로를 자신의 과제라 칭하면서 이별 후 “재수강 안 할거냐?”고 절규하고 “네 심장 집도는 내가 한다”는 엄청난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입맞춤을 감행한다. 차마 볼 수 없는 유치함에 절규는 잠깐, 배우들의 명연기에 DNA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연애세포가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채워진다.사랑과 가난은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첫사랑의 달콤살벌한 감정을 SNL특유의 사실감으로 완성된 ‘복학생이지만 20학번입니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쿠팡플레이)하지만 이렇게 뻔하기만 하면 SNL시리즈가 아니다. 마지막 시리즈인 ‘계절학기’는 꽤 의미심장하다. 동기이자 과 CC였던 엄지윤은 현영에게 자신이 자퇴한 이유를 술기운에 푸념한다. “싸우면 싸운다고, 사이가 좋으면 좋다고 말이 많았던 연애가 바로 캠퍼스 커플의 연애 아니겠냐”면서 “그럼에도 가장 후회되는 건 그런 반응에 지쳐 놓친 인연”이라고. 그렇다면 두 사람은 과연 작품에서나마 해피엔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을 것인가. ‘만날 인연은 만난다’의 숨겨진 문장이 ‘사랑은 돌고 도는 것’이란 말을 상기하고 본다면 이 작품이 주는 여운은 분명 남다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25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여전히 유효한 현실, 오페라 ‘노르마’

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남자와의 사랑, 출산 등이 금기시되고 죄가 됐던 시대, 그런 시대의 엄격한 규범 안에서 역할을 강요받으며 자란 여사제 노르마, 그런 그를 둘러싼 신도들과 아주 사적인 노르마만의 공간을 표현한 3500여개 십자가의 중첩, TV와 총의 등장, 현대적 영상과 여성의 바지정장….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인 오페라 ‘노르마’(Norma, 10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알렉스 오예(Alex Olle) 연출의 설명처럼 “전통적인 오페라의 형식을 깨부수는, 현대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며 “실제로 스페인에 존재했고 오래 전부터 가져온 전통적인 가톨릭 문화를 바탕으로 조합해 현실화한 작품”이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노르마’는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The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가 ‘피가로의 결혼’(2009) 이후 14년만에 제작·초연한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의 오페라로 로마 지배 하에 있는 갈리아(Gallia 로마 제국이 멸망 이전까지 지배했던 현재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라인강 서쪽의 독일 등을 포함하는 지방)에 터를 잡은 드루이드족 여사제 노르마의 이야기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은 원수인 로마 점령군 수장이자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에 빠져 두 아이를 낳은 노르마가 겪는 사랑과 질투, 배신과 복수, 용서와 희생 등에 대한 이야기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주어진 역할을 강요받는 삶, 극과 극의 갈등, 엄격하기만 한 규범과 극단으로 치닫는 믿음의 폭력성, 사랑에 대한 배신, 금기시된 것과 그를 깨는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 그로 인한 혼란과 감정들 등은 지금 시대로 치환할 수 있는 것들이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당시 40여년간 이어지던 스페인의 독재정치, 가톨릭의 극단적인 보수 성향 등의 환경 속에서 노르마의 삶은 폭풍전야와도 같다. 로마와의 전쟁을 종용하는 드루이드 신도들 사이에서 평화를 지키고자 분투하는가 하면 연인이자 아이들의 아빠인 폴리오네는 아끼는 여사제 아달지사와 또 다른 사랑에 빠져 버린다. 한국인 소프라노로 이번 ‘노르마’ 무대에 오르는 여지원이 “아침 드라마”라고 비유한, 이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노르마와 폴리오네는 끝내 죽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높은 지위의 사제이자 한 남자의 연인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종교적 의무, 그로 인한 죄의식과 고뇌, 배신과 증오, 질투 등 복잡한 극한의 감정들이 충돌하고 융합되는 인물 노르마는 한국의 소프라노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Desiree Rancatore)가 연기한다.오페라 ‘노르마’(사진제공=예술의전당)노르마의 연인이자 로마 점령군의 수장 폴리오네는 마시모 조르다노(Massimo Giordano)와 이라클리 카히제(Irakli Kakhidze), 노르마가 아끼는 여사제이자 폴리오네의 새로운 연인 아달지사는 테레사 이에르볼리노(Teresa Iervolino)와 김정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로마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를 ‘광기’로 정의한 오예 연출의 말처럼 높은 지위의 중요한 사회인사이자 아내이며 엄마인 여성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 여성들을 향한 편견과 의무, 누군가를 비극으로 내모는 집단 ‘광기’, 비틀린 종교 혹은 믿음 등은 여전히 사회의 난제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렇게 ‘광기’ 어린 로마시대 이야기 ‘노르마’는 지금의 문제와 맞닿으며 2023년의 현실이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한국 문화를 근간으로 한 ‘태양의 서커스’를 꿈꾸며!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기자간담회 중인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서커스’ 부회장,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 그레이스 발데즈 예술감독, 엔야 화이트 트라페즈 아티스트, 크리스토프 홀로웬코 아다지오 아티스트, 제롬 소리디옹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저희에게 한국은 너무 소중한 시장입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큰 공연시장으로 성장한 걸 피부로 느끼거든요.”서울 서초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24일 열린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10월 25~12월 31일까지) 프레스콜에서 다니엘 라마르(Daniel Lamarre) ‘태양의서커스’ 부회장은 “관객들 반응 역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그의 전언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간에도 지구상의 44개국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출범해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 등 다양한 버전의 쇼를 선보여 왔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중 ’에어리얼 스트랩‘(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루치아’는 ‘태양의 서커스’ 38번째 작품으로 빅탑에서 열리는 17번째 공연이다. 2016년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루치아’는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에 따르면 “멕시코 관광공사의 의뢰로 만들어진 공연”이다.그레이스 발데즈(Grace Valdez) 예술감독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뜨거운 태양, 사막, 거기를 날아다니는 허밍버드들, 선인장 등은 물론 처음 보는 꽃들도 있다”며 “이 꽃들은 오래 전부터 고인의 명복을 빌 때 꾸미던 것들이다. 하지만 저희 무대에서 이 꽃들은 슬픔이 아닌 아름다움과 기쁨, 감동을 품도록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한국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루치아’는 그간 볼 수 없었던 ‘물’을 모티프로 한 장면들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대해 에어리얼 스트랩 아티스트 제롬 소르디옹(Jerome Sordillon)은 “그간 ‘태양의 서커스’를 함께 하면서 유일하게 안해본 것이 물”이라며 “물 빼고는 위험한 건 다 해본 저에게 ‘루치아’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혔다.“처음엔 미끄러울 수도, 위험할 수도 있겠다 했는데 전혀 미끄럽지가 않습니다. 무대 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배수시설이 돼 있고 무대 역시 미끄럼방지 장치가 돼 있죠. 이처럼 안전할 수 있는 장치들과 더불어 훈련을 통해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오래 전부터 수많은 쇼를 선보여 왔고 비슷한 콘셉트의 타사 공연을 양산해온 ‘태양의 서커스’에 대해 다니엘 라마르 부회장은 “여전히 ‘태양의 서커스’는 블루오션”이라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긴장한 상태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출연진들(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이어 “우리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하며 늘 도전하는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매번 한국에 오면 서울에서만 공연했는데 이번에 부산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저희에겐 도전”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루치아’가 멕시코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듯 언젠가는 한국 문화를 담은 ‘태양의 서커스’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한국 문화는 현재 전세계에서 너무너무 사랑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올 때마다 참 깊은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느끼거든요.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5 17: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독보적 존재감'이란? 별명 '수도'인 이준영에게 어울리는 말!

이준영은 “이번 역에 악역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이 아닐까”라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정의했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친구들이 ‘우리 몰래 어디서 저렇게 논거 아냐?’라던데요.”그룹 유키스의 멤버이자 넷플릭스 ‘모럴센스’,‘마스크걸’을 통해 배우로서 안착한 이준영의 표정은 유난히 만족해 보였다. 25일 개봉한 영화 ‘용감한 시민’속 한수강이 그가 맡은 역할.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을 무시하고 학교에서 안하무인으로 사는 2년 꿇은 ‘무늬만 고등학생’이다.변호사인 새엄마와 정계에서 활약하는 집안 덕분에 선 넘는 행동에도 늘 법의 보호를 받아왔다. 극중 대사에도 “적어도 현생에서 실패는 없다”는 말이 한수강이 가진 절대 권력을 증명한다. 어릴 때부터 무에타이에 단련된 탓에 아이들을 폭력으로 다루는 것은 그가 평소에 재미로 하는 일이다.동명의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용감한 시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마인드마크)“의도한대로 악랄하게 나왔더라고요. 관객들이 1초의 연민도 안 느끼길 바랬습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는 ‘이런 학폭이 가능해?’라고 되물었죠. 그런데 실상은 더하다는 거예요. 가해자 역할이라 인간 이준영과 부딪히는 지점이 힘들었지만 동정심이 안 생기는 빌런의 끝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지금의 키가 됐기에 이준영의 학창시절은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늘 안경을 끼고 왜소했던 체격이 관절을 꺾으며 파워풀한 춤 팝핀에 빠지며 훌쩍 커버린 것. “댄서가 꿈이였기 때문에 늘 어떻게 동작을 디벨롭하고 각을 잡을까만 연구했다. 일진들은 무서워 피해만 다녔다”고 수줍어했다.“사실 친구들에게 ‘용감한 시민’을 보여준 이유도 그들이야 말로 나에게 냉정하게 이야기 해줄거란 믿음 때문이었어요. 제가 연기를 한 뒤 시사회 초대는 처음이었는데 ‘소름끼친다’,‘마지막까지 사과를 안해서 더 쓰레기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평가가 정말 짜릿했어요.”그는 자신이 자유로워 지는 순간으로 “새벽에 동료들과 추는 춤”을 꼽았다. 이 작품을 끝난 뒤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져 샌드백을 치며 몸을 만든다고. (사진제공=마인드마크)이준영이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였다는 사실은 어쩌면 ‘용감한 시민’과 운명으로 이어진 느낌이다. 감독은 이준영의 눈빛을 보고 한수광의 광기를 발견해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낯가림이 심해서 어느 정도 안면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얼굴을 잘 못 보는 성격이 되려 신의 한 수로 작용한 것. 대화가 끝날 즈음이 되어서야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을 보고 감독은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서워 보이는 표정이 적역”이라며 과거 ‘그놈 목소리’에 꽃미남 강동원을 캐스팅했던 동물적 감각을 여지없이 발휘했다.“사실 맞는게 편한 스타일이라 링 위에서 신혜선 선배님과 붙는 신이 정말 불편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기고 싶은 존재를 만났달까요.(웃음) 액션을 너무 많이 준비하고 오셔서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붙었습니다.”‘용감한 시민’에서 동급생의 할머니(손숙)를 괴롭히는 신은 촬영 내내 울음바다였다. 당시 친할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 김밥을 던지고 몸을 밀치는 신만 찍어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는 “카메라가 꺼지면 우니까 손숙 선생님이 계속 달래주셨다. 그런데 그게 더 슬퍼서 악랄한 감정이 나오지 않더라”며 눈가가 다시금 촉촉해졌다.동료 선후배들이 자신에게 붙여준 별명은 ‘수도’다. 그는 “요즘 틀면 나온다고 하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이준영은 악역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욕’임을 알기에 일상의 불편함도 감수한다고 담담히 토로했다. 이어 “연기를 통해 자신이 겪지 못한 사회적 경험을 많이 느끼는것도 배우로서의 기쁨이다. 내가 연기했어도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라며 강한 멘탈을 자랑했다.“악기로 치면 피아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가 치든지 간에 어떤 곡도 잘 소화해 내잖아요. 저의 장점은 일단 도전해 본다는거예요. 물론 하기 전에는 걱정이 좀 많기도 하지만 늘 하고 나서 뿌듯하고 많은 인생 공부가 되더라고요. 어떤 장르와 역할이든 소화하는 팔색조가 되는게 제 꿈입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25 12:15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이설이니까 믿고 본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이설.(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북한에서는 계급으로 치이고 살기 위해 건너간 중국에서는 이방인으로 설움을 겪었다.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지만 여기서도 ‘한민족’이라는 포근함은 없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한영은 그렇게 어디서도 소속되지 못한 삶을 산다. 배불리 먹고 평양에서도 안 가본 영화관도 가며 사람답게 살지만 늘 공허함 뿐이다. 번 돈을 모두 브로커를 통해 북에 남아있는 엄마한테 보내며 살고 있는 한영에게는 유일한 희망인 남동생이 있다. 먼저 탈북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살고 있다.25살의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는 “무남독녀지만 ‘네 할일은 스스로 해’라는 가풍 덕분에 자유롭게 연기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자신을 감시하는 국정원 남자는 의례적인 전화만 할 뿐이다. 하나원에서 만난 친구 정미(오경화)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는데 그마저도 결혼 후 이민을 가버린다.  “북한말을 배우기 위해 탈북자 선생님을 만났는데 일단 넘어오려면 보통의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영을 연기할 때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겉은 유약해 보여도 내면은 고목나무 같은 단단함이 있는 인물로 보였으면 했죠.”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탈북 후 남한으로 귀화해 중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던 한영이 예기치 못한 사건과 이별 그리고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을 맞닥뜨리며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담는다.그 과정을 담담하게 소화해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거머쥔 이설은 “3년 전 촬영한 영화라 좀 쑥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사실 ‘탈북민’이라는 설정만 아니면 낯선 서울에서 정착을 꿈꾸는 20대 여성의 도시 생존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다만 늘 가족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어딘가를 훌훌 털고 떠나는 자유로움에 눈을 뜬 신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믿을 수 있는 사람’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탈북자들이 생명을 걸고 넘어 온 한국사회에서도 삶은 고되다. 늘 실적과 싸우는 워킹맘, 사드여파로 여행사 문을 닫게 생긴 사장, 만만한 관광객들에게 시중 판매가보다 단가를 올려 파는 화장품 직원 등 한영이 만난 사람들은 어딘가 있을 법한 평범함 속에 전쟁같은 삶을 산다.그 안에 기꺼이 섞이고 싶었던 한영의 고난은 결국 믿고 의지했던 주변사람 모두가 한국을 떠나며 원점으로 돌아간다. 유독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해외영화제의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사선을 넘어온 자들의 이야기를 사려 깊은 연출과 연기력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관광 가이드가 되려는 목적을 묻는 면접관에게 “돈 많이 버는 것”이란 현실적인 대답을 해 취업에 성공한 한영. 타고난 정직한 성격으로 물품 판매로 얻는 실적은 늘 바닥이다. (사진제공=찬란)이설은 열린 결말로 어딘가로 향해가는 한영에 대해 “일단 북한은 절대 안 갔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짧게나마 남동생이 북한으로 다시 넘어가려다 중국 공안에 잡힌 신이 나오며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의 결말 해석이 분분함을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 “제 생각으로는 정미가 있는 베를린이나 제3국으로 갔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는 저에게도 ‘편견과 포용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사실 누구나 이방인이 될 수 있잖아요. 나고 자란 지역만 벗어나도, 학교만 달라도 ‘나와 다른 너’가 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라마틱하게 건드린 작품입니다.” 차기작으로 드라마 ‘남과 여’를 촬영 중인 이설. 동해와 함께 7년차 커플을 연기한다.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극 중 한영은 유독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 날씨보다 춥게 입은 옷차림이지만 고급 캐시미어 목도리를 둘러 누가 봐도 멋을 아는 20대 여성의 모습이다.이설은 “원래는 굉장히 소박한 의상이 준비됐었다. 하지만 한영이라면 또래다운 멋을 악착같이 따라했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중학교 때 처음 했던 어설픈 화장을 떠올렸다.  그렇게 동묘를 뒤져 빈티지 옷을 사고 감독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즉석 매치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북한 관련 영화로 따듯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라 애정이 간다. 과거엔 빨갱이라고 부르고 적대시했는데 이제는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미소지었다.“북한에서 왔어도 외형은 똑같잖아요. 저 역시 수없이 많이 만났을 수도 있지만 모르고 사는 것처럼요. 배우로서 평범한 캐릭터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저사람이 이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은 늘 짜릿합니다. 영화 ‘판소리 복서’의 귀신, ‘방법: 재차의’ 악마, 넷플릭스 ‘D.P’의 유족에 이어 이번 탈북민까지 뭐 하나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애정이 크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설에게 중국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화교출신인 대학생 선생님, 그 친구들과 매일 만나서 대화하고 모든 대사를 녹음해 화장실까지 가져가 듣고 또 들었다. 그는 “경상도 출신이라 서울사람이 하는 사투리 연기의 어색함을 너무 잘 아니까”라며 크게 웃은 그는 “중국사람들이 봐도 이해가 될 정만큼 미묘한 억양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제목처럼 나에게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되묻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주변사람들에게 ‘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니?’라고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제목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데 다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그만큼 믿음이 사라진 현실에 익숙한 거 아닐까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23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학자 그리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인류에 없어서는 안될 음악 그리고 인문학”

이안 보스트리지ⓒ워너클래식(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것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인류에게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인류의 역사, 우리의 사회 등을 이해하고 도덕적인 존재로서 거듭나기 위해, 더불어 미래에는 어느 곳을 향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 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문학과 음악, 두 가지 모두를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죠.”세계적인 테너이자 인문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는 음악과 인문학에 대해 “인류가 놓쳐서는 안되는 두 가지”라고 표현했다.이안 보스트리지ⓒBen Ealoveg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옥스퍼드·캠브리지 대학에서 학위를 딴 철학·역사학 박사인 그는 스물아홉이던 1993년 전설적인 독일의 리트전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권유로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성악가로 데뷔했다. 1995년까지 옥스퍼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성악가 활동을 병행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물랑루즈’ ‘로미오와 줄리엣’ ‘댄싱 히어로’ 등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바즈 루어만 예술감독의 오페라 ‘한여름밤의 꿈’에 캐스팅되면서 성악가로 전업했다.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 11월 유례없는 내한 러시를 예고한 글로벌 클래식 악단들 대부분과 협연했던 그는 2017년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그래미에서 베스트 클래식 솔로 보컬 앨범상을 수상했고 폴 로저러프 쿠퍼 상의 논픽션 부문 수상작인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의 저자이기도 하다.“학자적인 관점에서 집필할 때보다는 예술가로서 임할 때 폭 넓은 글을 쓸 수 있어요. 학자였을 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분석했던 습관과 훈련이 지금 음악가로서의 삶에 큰 도움이 됩니다.”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원조 격인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6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센터,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에서 이안 보스트리지는 헤드라이너로서 성악가와 인문학자의 면모를 발휘하는 무대를 꾸린다.“축제를 위한 연주는 훌륭한 음악가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늘 즐겁습니다. 각기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진 음악가들의 정치, 이상, 예술 등이 음악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 받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죠.”이안 보스트리지ⓒ워너클래식(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헤드라이너로서 그는 랭보의 9개 연가시에 음악을 붙인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일루미나시옹’(Les illuminations 11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선보이는가 하면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11월 9일 거암아트홀)라는 제목의 렉처를 진행한다. 그는 ‘일루미나시옹’에 대해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한,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한 작품”이라며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규모가 큰 음악이지만 슈베르트나 슈만 못지않게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많은 소프라노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이지만 제 생각으론 테너가 부를 때 더 자연스러워요. 남성의 목소리가 작품 특성에 좀 더 잘 맞는 것 같거든요. 마치 꿈의 세계를 통해 감성적인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랄까요.”이안 보스트리지ⓒKalpesh Lathigr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이어 “저는 오랜 시간 여러 단체들과 이 곡을 연주했는데 해석은 연주마다 다르다”며 “저 스스로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예전보다 더 어둡고 커진 목소리가 음악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브리튼은 성악 작곡에 능했고 언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일루미나시옹’을 통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랭보를 조명하죠. 다른 한편으로는 (뜻을 몰라도) 소리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즉각적으로 이해되고 마음을 끄는 소리의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랭보의 시도 그렇지만 브리튼의 작품에서 언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시어의 의미만큼이나 중요해요. 가사를 사전에 읽고 오시면 그 소리와 뜻을 결합해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이안 보스트리지ⓒKalpesh Lathigra(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힉엣눙크 뿐 아니라 한국 클래식계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렉처 형식의 무대를 준비 중이기도 한 이안 보스트리지는 “제가 부를 ‘일루미나시옹’의 작곡가인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브리튼은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으로 이주하는가 하면 영국 합창의 대표 레퍼토리인 ‘전쟁 레퀴엠’ ‘우리들 사냥의 조상들’ 등을 비롯한 작품에 반전 철학을 담아내기도 했다.“브리튼은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죠. 20세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브리튼은 경력 초기부터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여러 작품에 직접 담아냈어요. 저 역시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려는 노력하고 있죠. 이 정도까지만 귀뜀을 해드려도 될까요?”최근 전세계적으로 급부상한 한국, 한국의 음악가 그리고 한국 관객들에 대해 이안 보스트리지는 “한국 음악가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이든 앙상블 멤버든 독주자든 무대가 원하는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며 “한국인들의 음악적 능력은 전 세계 음악 무대에 막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음악에 목말라하고 열광하는 젊은 층으로 가득한 청중은 없거든요. 작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함께 ‘겨울 나그네’를 공연한 적이 있어요.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던 바로 다음 날이었죠. 그날 관객들이 슈베르트 작품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몇 년 전에는 통영의 훌륭한 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연주홀은 물론 반짝이는 바다 위의 무수한 푸른 섬까지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23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올해만 무려 5편, 변신의 귀재 김성균 "시즌제 갈까요?"

평소 디즈니+의 애청자였다는 그는 “글로벌적인 화제성을 실감하고 있다. 배우로서 좋은 시대에 활동하고 있는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액션을 ‘더’찍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올해 김성균은 유난히 바쁘다. 글로벌 팬덤을 증명한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 전에 넷플릭스의 ‘D.P’시즌 2가 있었고 그 사이 영화 ‘타겟’이 개봉했다. 국내에 생소한 마야 문명으로 떠난 예능 ‘형따라 마야로’가 매 주마다 안방을 찾았고, 오는 11월 영화 ‘서울의 밤’까지 개봉하면 무려 다섯 작품이나 선을 보이는 셈이다.“무엇보다 ‘무빙’의 인기는 제 아이들이 더 먼저 알아보더라고요. 부모 동반하에 볼 수 있으니 아직 보지 못했는데 친구들이 ‘너네 아빠 나온다’고 많이 이야기 했나보더라고요. 제 분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건 14부 부터인데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전까지 찍은 완성본을 보니 정말 어깨가 으쓱합니다.”7부까지 주로 보여진 후배 배우들의 연기와 인터뷰를 기사로 접할 때 늘 마음 한 곁이 뿌듯했다. 원작팬들의 건강한 비평도 좋았고, 화제가 될 때도 신났지만 보는 내내 ‘이게 이렇게 완성됐다고?’라며 감탄과 뿌듯함이 가슴에 차올랐다. 그는 “사실 배우들끼리는 좀 민망하게 찍었다”면서 “와이어에 올라가서 다리를 몇 번 움직이고, 점프를 하며 하늘을 나는 시늉을 끊어서 찍어야했기 때문”이라고 웃었다.지적장애를 갖고 있지만, 아들 강훈(김도훈) 밖에 모르는 부성애를 열연해 호평 받은 김성균. (사진제공=디즈니+)“이 작품을 하며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워낙 방대한 내용이고 한 신당 텀이 길어서 잊혀질만 하면 다시 제 분량이 돌아오는 식이라 장시간 몸을 만들어놔야 했거든요. ‘무빙’을 하며 당시 군복무 중이라 몰랐던 청계천 철거문제를 좀더 디테일하게 알게 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극중 괴력을 지닌 김성균은 남들보다 못한 지능으로 사람들의 멸시를 받지만 가족 만큼은 철저히 챙기는 아들바보로 나온다. 평소에도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히이로물을 동경했다는 그는 “몸은 어른이어도 늘 마음에는 피터팬이 있지 않느냐”며 눙치는 모습이었다.영화 후반 아이들을 구하러 학교로 뛰어간 부모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대치하는 장면은 ‘무빙’의 하이라이트. “솔직히 ‘무빙’출연 전부터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였다. 영어자막없이 아들들에게 작품을 보여줬던 OTT채널”이라면서 “내가 맡은 재만은 결핍과 죄책감이 있는 부성을 가졌다면 난 현실 아빠다”라며 무척 부끄러워했다.“제가 자랄때는 ‘어리니까 말 들어’라는 식의 어른이 당연했잖아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몇 번이나 싸우고 화해하는지 몰라요. 재만이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죠. 좋은 어른의 조건은 인정할건 인정하는게 아닐까요?”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아들로 나온 김도훈은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 어떤 촬영을 했는지 꼼꼼히 피드백해주는 살가운 후배였다. “오늘 엄마(박보경)랑 이런 촬영했다면서 긴 카톡을 보내주더라. 다른 현장에서도 가족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묻는다면 아마 ‘응답하라’시리즈일거예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무빙’은 도전적이어서 자랑스러운 작품입니다. 힘을 발휘할 때마다 가족과 헤어지는걸 아는 남자인데 결국엔 모든걸 걸고 제대로 된 초능력을 발휘하니까요.”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지구의 종말이나 히어로의 내적 고뇌에 집중했다면 ‘무빙’은 생존을 위해 가족과 자신을 지키는 이야기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차승원과 실제 형제 케미스트리를 뽐낸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실 비행기 이착륙 공포심이 커서 고민이 많았다. 다소 강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평소 어리버리한 본 모습이 잘 담겨있어서 시즌제로 간다면 쭉 출연할 생각”이라고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 하정우의 오른팔 역할로 대중의 눈에 들어온 김성균. 이후 ‘이웃사람’에서 싸이코패스이자 귀신을 보는 범인 역할부터 ‘채비’에서는 일곱살 같은 서른살의 연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남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개인적으로 재생능력이 저에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고통을 다 느끼고 재생되는거 말고! 다치거나 아파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초능력만큼은 내내 탐나던데요.(웃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22 15:55 이희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