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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치가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유명한 엘 고어의 경고 '불편한 진실'

엘고어는 현재는 미국의 환경운동가로 정치가 시절 ‘따분한 엘’이란 별명을 떨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비록 미국 대통령은 되지 ‘못’했으나 환경 운동가로 승승장구 중인 사람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앨 고어가 그 주인공. 워싱턴에서 정치경험이 적은 클린턴을 뒷받침하고 베트남전 참전 경력으로 보수 표심을 끌어 모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후 기세를 모아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와 맞붙었지만 패배했다.그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사실 국내 정식 개봉하지 않았다. 영화가 제작된 200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란 ‘지구 살리기’ 보다는 문제의식이 국내에 도입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극 중 CO2방출의 원인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증가라는 사실과 오일머니가 가진 기업의 힘이 극명하게 드러난다.엘 고어는 자신의 정치 행보와 더불어 일찌감치 환경 보호에 눈을 돌렸고, 수많은 강연에 쓰인 자료들을 스크린에 옮겨 관객들의 경각심을 일으킨다. (인포그래픽=백승민 기자 optimaporma@viva100.com)엘 고어는 2006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그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출발은 늦둥이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였다.지난 8월 국내에서 열린 기후 위기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CRP)’의 글로벌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석한 그는 “아들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면서 “강연을 위한 자료를 수집했고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하이테크의 나라 아닌가. 이러한 역사와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후 위기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아 영감을 주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서비스되는 ‘불편한 진실’은 화제성에 힘입어 현재 2017년 속편이 나온 상태다. 티빙에서 볼 수 있지만 이제는 환경 문제가 대세가 된 만큼 관심도는 높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봐야 하는 이유는 전편에서 보여준 고작 몇 년 사이에 녹아버린 만년설, 갈라진 땅, 속출하는 기상 이변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앨 고어가 설립한 CRP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즉각적 행동을 촉구해 기후 위기에 대한 글로벌 해결책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사진제공=파라마운트)지구 역사 65만년 동안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던 2005년을 기록한 작품답게 비난의 칼날은 여전히 거대 기업이다. 그리고 개인이 가져야 할 경각심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지구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그가 되려 편협한 시각으로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과하게 포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그가 머무는 거주지에서 일반 가정의 20배가 넘는 전기가 소모됐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를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B급 웃음’의 대표주자 ‘사우스 파크’는 시즌 10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곰돼지를 등장시켜 앨 고어를 저격했다. 미국의 정서를 가장 대변하는 ‘심슨 가족’에서도 그의 환경운동은 단골 손님이다.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때 북국의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매년 9% 이상 녹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플로리다와 인도, 상하이 등 대도시가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해외 토픽으로 증명되고 있다.파리협정은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써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불편한 진실’이 나올 당시만 해도 기온 상승으로 인해 홍수와 가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이제는 인류의 문제임을 이 작품은 엘 고어라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 정면으로 응시한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엔 어려운 진실을 꽤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정도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불편한 진실’은 화석연료에 대한 경고를 가장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더불어 바다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음을 시대에 앞서 경고하고 있고 지금봐도 화를 억누를수 없다.극 중 광활하게 보여지는 그린란드 빙하와 자연경관은 이제 결코 볼 수 없다.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사회지만 여전히 숙제는 존재한다. 중국의 공장을 가동하면 한국의 뿌연 하늘과 속출하는 기관지 환자가 는다는 건 이미 기정 사실이다.그럼에도 여전히 석탄을 이용하는 나라가 많다. 파리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맺어졌으나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게 불평등을 준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다행히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기후변화와 싸우는 걸 도울 것”이라며 재가입했다.기둥만 남은 빙하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씁슬하다. (사진제공=파라마운트)‘불편한 진실’은 미국의 정치기조를 바라보는 데도 훌륭한 상식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현재 미국은 석유·가스 생산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다. 미국은 올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에 오른 상태다. ‘글로벌 기후 리더’를 자처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올해 석유·가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것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지난 5일 공고히 했다.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 참석차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어떤 정치인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수는 없다”며 내년 11월 미국 대선 출마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여러모로 이 작품은 현실을 알고 봐야 재미있는 작품이다. 흡사 500만명을 향해 가는 화제작 ‘서울의 봄’처럼 말이다. 12.12 사태의 중심 하나회를 꼼꼼히 따져보고 본다면 환경과 권력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눈치 챌 것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6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이상, 아가사 크리스티,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등 실존 인물들 무대 위로! ‘꾿빠이, 이상’ ‘아가사’ 그리고 화가시리즈

실존 인물들을 다룬 뮤지컬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꾿빠이, 이상’ ‘딜쿠샤’, 화가시리즈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 그리고 ‘아가사’(사진제공=서울예술단, 국립정동극장, HJ컬쳐, 나인스토리)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영감 받아 그의 내면을 초·해·홍으로 표현한 ‘스모크’(2024년 2월 4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방사성 원소 라듐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생애를 담은 ‘마리 퀴리’(2024년 2월 14일까지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실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프랑스 초대 공사 콜랭 드 플랑시와 사랑에 빠진 조선의 궁중 무희이자 관기의 이야기 ‘리진: 빛의 여인’(2024년 2월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연대를 다룬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1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이미 시작된 무대 위 실존 인물들에 또 다른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세한다. 천재시인 이상,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그리고 서울 종로구 행촌동 빨간 벽돌집에 살던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 ‘꾿빠이, 이상’ ‘아가사’, 화가시리즈, ‘딜쿠샤’에 담긴다.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관객까지 가면을 씌우고 “이제 나는 간다”를 외치는 배우들에 등 떠밀리는 그 입장부터 심상치 않은 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12월 9~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상의 이야기다.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관 속에서 깨어나 자신의 장례식장을 체험하게 되는 육체의 이상(김효준), 스스로가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 감각의 이상(이기완), 이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지성의 이상(이동규)이 등장하며 그를 애도하는 주변인들이 저마다 기억하는 이상의 모습이 그려진다.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사진제공=서울예술단)세 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생을 이상의 삶을 흉내냈던 서혁민(고석진), 이상 연구에 매진해온 피터주(김보근)를 비롯해 작가 김기림(리온), 김유정(김동호), 화가 김환기(변재범)와 전처 변동림(오현정), 길진섭(안재홍), 무용가 최승희(이은솔), 조우식(최병희), 권순옥(오지은), 박태원(이경민), 연인 금홍(박혜정), 여동생 옥희(이한나) 등이 이상을 기리고 김해경을 논한다.2017년 초연 후 6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으로 이상의 시 ‘오감도’ 속 13인의 아해들은 그의 지인들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까지 “진짜 이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객석과 관객, 관객 사이를 시종일관 누빈다.관객이 관람자가 아닌 이상 장례식 참여자가 되는 ‘꾿빠이, 이상’은 ‘오감도’를 비롯한 ‘이런 시(詩)’ 등 이상의 시, 전통에 발을 디딘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사위, 독창적이고 모호한 김성수 음악감독의 음악까지 한데 어우러진다.신체·감각·지성의 이상은 같은 시 구절을 반복적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뉘앙스로 읊어대며 다시 한번 관객들을 극으로 끌어들인다. 혼란스럽고 부산스러운 중에도 이상의 시와 리듬에 젖어들고 음악에 호흡을 맞추게 되는, 이상의 시만큼이나 난해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다.뮤지컬 ‘아가사’(12월 7~2024년 3월 3일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는 ‘스타일스 저택 살인 사건’ ‘아크로이드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백은혜·이정화·최수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1926년 11일간 사라졌던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극은 천재로 불리며 전도유망한 작가였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는 1953년의 작가 레이몬드 애쉬튼(이준후·정지우·홍기범)에서 시작한다.뮤지컬 ‘아가사’ 2021년 공연장면(사진제공=나인스토리)신작 ‘아크로이드 살인사건’에 대한 혹평에 시달리던 중 스타일스 저택에서의 티타임 후 사라졌다 11일만에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된 아가사 크리스티, 그런 아가사의 살의를 부추기는 미스터리한 독 전문가 로이(김재범·고상호·윤소호), 1926년의 작가지망생 소년과 표절시비, 악몽 등에 시달리는 1953년의 작가를 오가는 레이몬드 등이 풀어가는 심리극이다. 남편 아치볼드(이진혁·정평), 오래 함께 하며 신뢰를 쌓은 하녀 베스(한세라·하미미), 친분이 있는 신문기자 폴 뉴트란(안두호·장재웅),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출판하는 편집장 뉴먼(김지훈·무현) 등 아가사 실종 전 티타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의 미완성 원고 ‘미궁 속의 티타임’을 본 유일한 소년 레이몬드, 실종된 사이 만난 로이 등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실종 11일 만에 나타나 읊조리듯 되뇌는 아가사의 “모두 각자의 미궁 속으로 사라져!”라는 말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의 중심은 ‘나’임을 일깨운다. 화가시리즈 중 ‘모딜리아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모딜리아니’ ‘에곤 실레’(12월 9~2024년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는 ‘괴테의 변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 와일드의 변론-거짓의 쇠락,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구성된 변론시리즈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파가니니’ ‘파리넬리’ ‘살리에리’ ‘어린왕자’ 등의 제작사 HJ컬처가 선보인 화가시리즈다.해외 진출과 학교에 대면 혹은 영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제작한 작품으로 같은 주제로 1시간 남짓 되는 두개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 뮤지컬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이야기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는다.화가 시리즈 중 ‘에곤 실레’ 2022년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초연을 함께 했던 김준영·황민수를 비롯해 양지원·최민우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초연의 금조와 심수영, 새로 합류한 박새힘·선유하, 김민강·신혁수가 각각 두 작가의 뮤즈 잔과 발리, 해설자 및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싱어로 두 작품의 무대에 오른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한편씩 혹은 두 작품을 연달아 봐도 좋은 작품들이다.뮤지컬 ‘딜쿠샤’(12월 7~30일 국립정동극장)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3.1운동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기업가 겸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가 아내 메리와 살았던,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의 딜쿠샤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뮤지컬 ‘딜쿠샤’ 중 브루스 역의 최인형(왼쪽부터)과 금자 김현숙·하은섬(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본래 행주대첩에서 큰 공을 세웠던 권율 장군의 집터로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인왕산 언덕 위의 서양식 주택을 모티프로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최인형)와 딜쿠샤를 지키는 가상의 인물 금자(하은섬·김현숙)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과거의 부모 세대의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 역사적 사실 그리고 ‘집’에 대한 저마다의 의미를 되짚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 ‘영웅’ ‘미세스 다웃파이어’ ‘웃는 남자’ ‘하데스타운’ ‘레미제라블’ 등의 배우 양준모가 뮤지컬 ‘포미니츠’에 이어 또 다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국립정동극장의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인 ‘창작ing’ 선정작이다.양준모가 KBS ‘다큐공감-희망의 궁전 딜쿠샤’(2013)에서 영감을 받아 무대화를 추진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의 김세미 작가와 ‘포미니츠’ ‘워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맹성연 작곡가, ‘스프링 어웨이크닝’ ‘풍월주’ ‘쓰릴미’ 등 이종석 연출이 힘을 보탰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6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이 사람, 보통배우 아니네", 영화 '서울의 봄' 박해준

박해준은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전두광(황정민)의 친구이자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의심은 하지만 오른팔 역할로 쿠데타의 한 획을 긋는 인물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영화 ‘서울의 봄’이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넘어서며 일각에서는 서둘러 ‘1000만영화 탄생’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의외로 배우 박해준은 조용했다. 극 중 특유의 사투리로 “이 사람 좀 믿어주세요”라며 하나회 소속들에게 전화를 해 애걸하는 모습에는 실소가 흘러나온다. 12·12 군사쿠데타를 통해 신군부 핵심 세력인 그에게서 훗날 ‘보통사람’임을 내세우며  한국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대통령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2인자에 오르며 당시 여당인 민정당 대표를 거쳐 13대 대통령으로 올라선 실존 인물을 연기한 데 대해 “사실 저 대사를 하면서도 이렇게 화제가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역시 그 시대를 거쳤지만 실존 인물에 대해선 “그 당시 모두가 그랬겠지만 뉴스로 접한 게 다 였다.”그와 가장 오랜시간 붙어있던 황정민의 특수분장을 보고는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이런 놀람과 함께 ‘나는 과연 뭘 해야할까?’라며 나름의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대본에서는 못 느꼈지만 촬영 전날이 되자 ‘의도가 있는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성대모사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뚜렷해요. 모르고 연기했으면 좋았을텐데 되려 더 힘들더라고요. 쿠데타가 성패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모든 인맥과 학연을 동원해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 같았어요.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열댓 명의 배우가 한 방에서 살려달라며 읍소하고 때론 욕하고 물건도 던지면서 ‘전화액션’을 선보이는데 감독판으로 풀샷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한국 근대사를 군부정권으로 탈바꿈시킨 이들의 야욕은 육사동기라는 엘리트 의식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육사 11기는 정규 4년제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도입해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전 기수들은 2년제 출신으로 6.25가 터진 해에는 아예 졸업기수가 없을 정도로 ‘새끼 호랑이’로서 비빌언덕이 전무했다. 김성수 감독에게 들은 실존인물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자신의 연기적 출발에 대해 소개하는 박해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그렇게 전두광과 노태건은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겁박과 회유를 오가는 설득전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이 연희동 집에 모인 하나회 선후배들에게 “서울대 갈 실력인 너희들이 육사에 온 이유가 사실 집안에 돈 없고 백 없어서 온 거 아이가?”‘라고 일갈하자 다시 뜨겁게 뭉치는 장면이 당시의 시대상을 방증한다.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실상 스스로 대장 진급을 해 버렸으며 전역하고 정치인이 된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해준은 모든 공을 김성수 감독에게 돌렸다. 실제로 19살에 한남동에 살았던 김성수 감독이 그 날의 총성을 직접 들은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낸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로 62세가 된 김 감독은 ‘서울의 봄’ 제작보고회에서 “그날의 반란은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이야기를 꼭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연출의도를 밝혔다.그는 “감독님과 오래 대화를 하고 난 뒤 읽은 시나리오는 느낌이 달랐다. ‘노태건은 이런 인물이구나’라고 다시 깨닫게 됐다”면서  “사실은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 보다는 동업자 느낌으로 보이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 인물이 전두광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늘 믿고 의지했던 친구가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걸어갔을 때 그걸 막아보려고 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빠져볼까?’라는 갈등이 계속 보이는 사람같이요. 겉으로는 동조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의심을 가지고 늘 견제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박해준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권력욕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 ‘서울의 봄’ 현장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며 연극에 빠져 있던 당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뜨거움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불륜남 모습을 덮고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는 박해준은 정극보다 실험극을 통해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아온 배우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그간 경험했던 어떤 영화보다 촬영 전에 리허설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선배님들의 의도도 파악되고 그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이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미소짓던 박해준은 상대 배우들과 느낀 에너지가 ‘하나의 생명체’로 꿈틀거리는 광경을 직접 경험했다고 토로했다.“몇번 합을 맞췄을 뿐인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의외로 배움이 있는 곳이 적어요. 근데 감독님과의 작업은 현장, 연기나 연출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한분의 선생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배우로서 많이 성장함을 느꼈죠.”그는 곧 영화 ‘정가네 목장’ ‘야당’, 드라마 ‘머니게임’ ‘폭싹 속았수다’까지 내년에도 ‘열일’ 행보가 예정돼 있다. 대세배우를 넘어 다작배우로 거듭나는 이 시점을 박해준은 “큰 복”이라고 표현했다.“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나쁜 놈도 됐다가 한없이 착한 사람도 됐다가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겐 큰 복이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4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뮤지컬 ‘레미제라블’ 민우혁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 장발장처럼”

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저희 작품은 친구, 가족, 후대, 동지 등에 대한, 굉장히 여러 형태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저마다의 사랑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장발장으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10주년을 맞아 8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레미제라블’(2024년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장발장으로 분하고 있는 민우혁은 “여러 사랑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누가 봐도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고 가슴이 뜨거워질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고 밝혔다.“특히 저는 자베르도 사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혁명군 바리케이트에 포로로 잡힌 자베르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풀어줄 생각부터 했다는 자체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이고 큰 사랑 같아요. 극 마지막 가사 중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라고 하는 것처럼 정말 신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아요.”◇기술 발전에서 발휘되는 고전의 힘 ‘레미제라블’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Bring Him Hom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대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 고전이 주는 그 웅장함은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레미제라블’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수동으로 움직여 장소들이 정해지는 걸 보면서 화려함보다 더 무서운 게 이 오리지널 고전이 주는 힘이구나 싶어요. 사실 영상으로는 아무리 웅장함을 표현해도 영상이잖아요. 근데 조명과 무대, 의상 색 등의 조화로움은 정말 쉽지 않은, 우리 작품의 가장 큰 무기죠.”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가 의기투합한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표현하는) 뮤지컬이다.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후 딘뉴 주교의 포용으로 신분을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민우혁·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그 여정에는 ‘정의구현’이라는 명목으로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는 경찰관 자베르(김우형·카이), 끝없는 시련 속에서도 딸 코제트(류인아·이상아)를 위해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틴(조정은·린아), 하층민을 등쳐먹고 사는 떼나르디에 부부(임기홍·박준면, 육현욱·김영주), 혁명을 이끄는 청년 앙졸라(김성식·김진욱)와 마리우스(김영록·윤은오), 마리우스를 향한 혼자만의 감정을 키우는 에포닌(김수하·루미나), 어린 부랑아 가브로슈(김승주·김승후·최지훈) 등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8년만에 다시 ‘레미제라블’을 준비하면서 놀란 건 거의 무채색이에요. 무대도, 영상도 컬러감이 다채롭지가 않아요. 그런데 의상에 따라 상황들이 다 설명이 되는 거예요. 조명이 의상들을 비출 때면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것 같으면서 그 상황들이 다 표현돼요. 공장이면 공장, 거리면 거리…여러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담긴 그 장면들이 의상으로 표현되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정말 완벽하게 캐릭터 각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무대가 연출되죠. 그렇게 예전엔 못보던 것들이 막 보이니 너무 감동이에요.”◇앙졸라에서 장발장으로! “본질적인 메시지 사랑!”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One Day More’의 장발장 민우혁(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장발장 캐스팅은) 저에겐 영광이죠. 그 영광이 굉장히 빨리 찾아온 느낌이에요. 8년 전의 ‘레미제라블’은 이제 내가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라는,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8년 전 앙졸라로 무대에 올랐던 ‘레미제라블’은 민우혁에게 그랬다. ‘영웅’ ‘벤허’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아이다’ ‘광주’ ‘안나 카레니나’ ‘그날들’ 등의 무대,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비롯한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들’ 등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은 그는 “저는 뮤지컬 배우”라고 강조했다.“인지도를 얻었고 다양한 팬층이 생겼어요. 영화나 다른 매체 쪽으로 빌드업돼도 좋겠지만 그래도 저는 뮤지컬 배우잖아요. 배우로서 ‘레미제라블’을 한다는 자체가 아직도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영광이에요. 하지만 뮤지컬도, ‘레미제라블’도 생소해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얻음으로서 그런 뮤지컬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굉장히 뿌듯한 일이고 축복이죠.”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현재는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지만 당시는 성대결절 등의 고난이 이어지면서 뮤지컬 배우를 그만두려는 결심을 굳혀가던 중이었다. 그런 그를 무대로 떠민 이는 아내였다. 그런 “아내 덕에 8년 동안 정말 열심히 해왔다”는 민우혁은 “그래서 장발장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저보다 더 감동받았다”고 털어놓았다.“그때는 막연하게 ‘내가 레미제라블 배우’라는 감동이 컸어요. 앙졸라를 연기하면서 배우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찾게 됐달까요. 그냥 무대에서 멋있기만 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을 전함으로서 큰 용기와 희망, 감동을 주고 의사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이제는 ‘레미제라블’이 어떤 작품인지, 그 무게와 크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사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는 기쁨 보다 두려움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이어 “앙졸라를 연기할 때는 ‘그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 목숨을 걸고 후손들을 위해 싸우고 희생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장발장으로서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본질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결국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랑이에요. 사랑으로 인한 용기, 사랑으로 인한 희생, 사랑으로 인한 희망…그 시작점은 늘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그 메시지를 좀 더 고민하고 있죠.”8년의 세월 속에서 배우로 성장한 그는 “이제는 어떻게든 그 작품의 의미, 메시지, 캐릭터성을 잘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장발장으로서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지만 저에겐 서울에서의 70여회 그리고 대구 공연(2024년 3월 21~4월 7일 계명아트센터)이 남아 있으니 차곡차곡 완성시켜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장발장으로서 해야 하는 발성, 연기, 노래 등이 제 모든 출연작들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고 두렵죠. 모든 신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지만 또 그래서 오는 행복감도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을 마치고 나면 잠을 못 자요. 그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서. 특히 공연이 끝난 후 터져 나오는 함성과 관객분들의 눈빛을 보면 정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오죠.”◇‘광주’ ‘영웅’…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의 총체 ‘레미제라블’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이번에 ‘레미제라블’ 캐스팅이 되고 나서 워낙 두려워했어요. 너무 괴로웠고 연습 전까지 거의 잠을 못잤죠. 생각만 해도 심장이 조여 오곤 했어요. 저를 믿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어려움이 예상됐던 것들을 저도 모르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그간 민중의 어려움을 담은 ‘광주’ ‘영웅’ 등을 괜히 한 게 아니구나 싶었죠.”이에 “연습 시작과 더불어 너무 행복했다”는 민우혁이 장발장에 캐스팅됐을 때는 ‘전직 장발장’ 정성화, 양준모와 뮤지컬 ‘영웅’을 연습 중이었다. 안중근으로 트리플 캐스팅돼 연습을 하면서 장발장에 대해 정성화와 양준모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미리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셨는데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해보니 실제로도 정말 힘들어요. 그야말로 이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죠.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질 않아요. 그래도 그때 두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레슨 받아야할 것들 등의 조언을 잘 들은 덕분에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8년 전부터 지금까지 작품에 맞는 보컬 레슨을 한개 이상 받고 있다는 민우혁은 ‘레미제라블’ 배우들은 모이면 “작품 얘기만 계속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저, 김우형·임기홍 형님, 조정은·박준면 누나 등 8년 전 ‘레미제라블’을 했던 사람들이 5명이 있어요. 그 5명에게 새로 합류한 캐스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질문을 하고 저희는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전 출연진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연습에 집중했죠. 그야말로 ‘레미제라블’ 그 자체였어요. 특히 우형이 형은 단 1분도 연습을 빠진 적이 없어요. 자신의 연습이 아니어도 제일 먼저 와 있었으니까요. 굉장히 특별하고 따뜻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레미제라블’로 전하는 응원 메시지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민우혁(사진제공=이음엔터테인먼트)“인간적인 성향으로는 장발장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사랑이 많거든요. 자베르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신념에 되게 굳건하잖아요. 사실 저는 그렇진 않거든요. 그래선지 자베르에 매력을 더 느끼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꼭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죠. 차가운 돌덩이 같은 자베르가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면서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 인간적인 면모가 큰 감동으로 와 닿았거든요.”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만큼이나 눈에 띄는 캐릭터 자베르에 대해 이렇게 전한 민우혁은 “사실 주변에 자베르처럼 잘 표현하지 못하고 굉장히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되게 인간적이지 않다고 쉽게 생각했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표현되지 않을 뿐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발장은 다시 한번 인간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캐릭터”라고 부연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딕션이에요. 그래야 작품의 본질을 어떤 환경에서도 좀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컨디션이죠. 저는 이 작품을 50번, 100번을 하지만 보시는 분은 제가 한 그 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영혼을 갈아서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죠.”그리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을 보리’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꼽자면 딸 코제트에게 쓴 마지막 편지 속 참회록을 건넬 때의 말”이라고 밝혔다.“내 마지막 참회록이자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얘기하면서 주거든요. 저 뿐 아니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굉장히 힘든 일들을 겪잖아요. 그럴 때면 늘 내 자신을 굉장히 탓하거든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부정적인 생각들로 꽉 차 있죠. 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주변에 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런 분들 때문에 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과 함께 잘 버틴다면 분명 좋은 일은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먼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이들의 사랑을 한껏 느끼는 그런 시간들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 2080] 100세 시대 신간... 김성근 <인생은 순간이다>

저자는 야구장으로 가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맞는 지 확인해 볼 수 있어 언제든 야구장에 가는 길은 ‘희망’이었다는 것이다. JTBC ‘최강야구’의 감독으로 옮겨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술회한다.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절망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야구를 하면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정리해 소개한다. “항상 ‘왜’라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 타협하고 후퇴하지 말라. 그리고 시선은 늘 앞으로 미래로”.  ◇ 죽는 한이 있어도 베스트를 다하라저자는 “인생은 결국 순간이 축적되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제, 오늘, 내일 마주치는 순간에 한 결정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인생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어느 새 내일은 온다고 말한다.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온다고 강조한다.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의 그의 좌우명 역시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는 의미다.저자는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이든 자기가 지금 ‘베스트’라는 확신이 들 만큼 열심히 하면, 기회는 언제든 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르친 선수들 중에도 자기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며, 그것을 보면서 저자는 인간의 잠재능력이라는 게 엄청남을 확인했다고 회고한다.그는 “해내고자 말겠다는 의식이 커질수록 잠재능력도 조금씩 깨어나 꽃을 피운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20~30% 정도만 발휘하고 사는데, 그렇다면 나머지 70~80%의 능력은 스스로 설정한 한계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꼬집는다.저자는 “끝장을 본 사람에게는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굵고 짧게 살겠다’고 죽어라 연습하면 꼭 잠재능력이 꽃을 피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된다면 그 때 다른 길을 찾으라고 권한다. 그래야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이나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보다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마는 의식이 더 문제라고 비판한다.◇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다저자는 누구든 실패를 겪지만,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또 온다고 말한다. 비록 실패를 해도 무언가를 배운다고 강조한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쌓여 인생을 바꾼다”며 “포기하는 것은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그는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것은 결국 실패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시련을 겪었어도 도전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시행착오가 많다는 것을 그는 그만큼 더 많이 고민하고 도전하면서 ‘자기 길’을 만들어갔다는 뜻이라며 칭찬한다. “시행착오가 많은 인생이야말로 베스트”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 역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술회한다. 스물 여덟 젊은 나이에 일찍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프로야구 감독을 맡은 이후 첫 우승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고 말한다.그는 “안된다는 의식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잘못된 결론을 떠올리고 미리 의식해 버리는 순간, 이미 시작도 전에 마음 속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괜찮아. 이 정도면 잘 한 거야”라는 생각은 ‘타협’이라고 비판한다. 남의 위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도취되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가장 약한 사람은 남에게 위로받길 바라고 동정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꼬집는다.◇ ‘어차피 안돼’에서 ‘혹시’로, 그리고 ‘반드시’로저자는 스스로 ‘비관적 낙천주의자’라고 자평한다. 늘 ‘최악’을 가정하고 ‘최선’을 준비한다고 말한다. 비관적인 상황들을 역전시킬 최상의 방법을 늘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평소 비관적인 상황을 역전시킬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비축해 준 덕분에 역설적으로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위기관리라고 강조한다. 위기가 아예 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여기서 그는 ‘어차피’와 ‘혹시’, 그리고 ‘반드시’로 이어지는 의식의 문제를 얘기한다. 안된다는 의미의 ‘어차피’ 속에서 희망을 엿보는 ‘혹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라고 얘기한다. 조그만 희망이라도 버리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패를 먼저 당했어도 ‘벌써 2패’라는 생각보다 ‘아직 2패’라고 생각하니 역전이 가능했다고 말한다.그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믿는다. 그래서 실력이 모자라다고 해서 선수를 버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뛰어나고 대단한 선수라도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리더는 부모다저자는 “리더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리더라면 사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포기할 때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를 전부 희생하더라도 아랫사람을 살리고 조직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그는 만년 꼴찌였던 쌍방울 팀을 리그 2위로 만들었던 것이 우승보다도 값졌던 경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선수마다 가능성을 찾아주고 결과를 냈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것이다. ‘벌떼 야구’라는 비판과 ‘김성근 야구는 야구도 아니다’라는 비난에 선수 혹사 논란에 빠졌을 때도 그는 비정상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그렇게 살아남으면 그 ‘비상식’은 ‘상식’이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저자는 “주머니에 10원 밖에 없으면 그것으로 이길 방법을 찾는 게 60여 년 동안 내가 야구를 해 온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야신(야구의 신)’보다 ‘잠자리 눈깔’이라는 별명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면밀한 관찰을 통해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집중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본인의 능력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런 ‘근거 찾기’가 틀림없이 승률을 높인다고 확신한다.◇ ‘나’가 아닌 ‘팀’저자는 “리더란 조직을 살리고 사람을 살려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럴러면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그 기준이 나이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그는 이른바 ‘세대교체론’을 얘기한다. 능력이 아닌 나이가 기준되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나이가 먹어도 능력이 있으면 계속하는 것이고, 능력이 없으면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능력이 30%인 선수는 30%를 내게 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말한다. 그것이 ‘적재적소’라는 것이다. 30% 밖에 능력이 남지 않은 선수를 100%가 안된다며 버린다면 그것은 조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베테랑’은 조직에 꼭 필요한 시기가 있으며, 이를 얼마나 유효하게 쓰는지가 문제라고 말한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자리에 배치했을 때 나오는 전력이 바로 팀의 힘이라고 말한다. 컵에 물을 계속 부으면 어느 순간부터 원래 담겨 있던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것, 이런 것이 세대교체라고 말한다.저자는 ‘자타동일(自他同一)’, 즉 팀 속에서 플레이 하라고 강조한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리더가 함께 탐구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사람인지, 그저 아랫사람을 닦달하기만 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갈린다고 말한다. 방법을 찾는 리더는 아랫사람이 과제를 해결하기를 충분히 기다려주면서 동시에 자기의 길을 찾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리더일수록 나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늘 공부에 정진해야 한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04 08:01 조진래 기자

['다'리뷰] 간만에 '깔깔'거리며 본 영화 '싱글 인 서울'

파주 출판 도시를 배경으로 세트장이 아닌 실제 사무실을 대여해 찍은 것도 밝고 쾌적한 영화 속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무려 3년전 크랭크인 했지만 지금도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군상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싱글 인 서울’속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저 영의정 신발도 가져가.”한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체류중인 학생들 사이에서 ‘쏠쏠한 용돈벌이’로 불린 어그 부츠를 이렇게 야무지게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여대생 가족을 둔 한 남동생이 집 현관에 나뒹구는 같은 색 같은 모양의 어그부츠를 보고 ‘누나 친구들의 신발‘’이라고 이름붙인 ‘짤’을 기억한다면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충분히 즐기면서 볼 작품이다.극중 스타 논술강사이자 파워 인플루언서인 영호(이동욱)는 늘 여자에게 차인다. “오빤 너무 착해”,“자기가 사준 사진기는 두고 갈게”등이 단골멘트인걸 보면 호구에 가깝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연인에게 서두에 밝힌 대사를 하는걸 보면 퍼주는 스타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국문과 출신으로 한때 작가를 꿈꿨던 그는 아이들에게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서투른 남자다. 구구절절한 문장보다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게 전부다.영화 ‘싱글 인 서울’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각 도시의 싱글들의 삶을 책으로 엮으려는 편집장 현진(임수정)은 그런 영호를 대타 작가로 섭외한다. 사실은 거의 반 협박 수준으로 출판사 사장의 강력 추천이 있었다. 영호의 글은 군더더기 없지만 까탈스럽고, 자기애가 강한게 흠인데 그건 자신의 전공이기에 일단 책 출판을 결심한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에서 싱글로 살며 컨셉에 딱 맞는 수준급의 글을 보내오는 홍작가(이솜)의 팬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늘 책으로만 소통하는 홍작가는 한국에 고정 독자들이 많고, 그에 비해 영호의 글은 신선한 맛이 있어서 새롭고 재미있는 컨셉의 책이 나올것만 같다. 그런데 복병은 신인작가이자 알고보니 학교 선배인 영호다. 싱글 찬양은 봐주겠지만 편집장으로서의 의견이나 개인적 삶에 알게 모르게 선을 넘는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혼자니까’를 구분짓고 자신의 차 안이 더러운거나 새 집을 알아보는데 여간 훈수를 두는게 아니다. ‘싱글 인 서울’은 그렇게 혼자가 좋은 남자와 혼자는 싫은 두 남녀의 ‘썸’을 통해 관객들의 심장을 저격한다.결론만 말하면 이 영화는 마냥 설레이지만은 않는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또 그만큼 가슴 아프다. 동시에 공감과 희망으로 끝을 맺는데 한마디로 ‘진부하지 않은 뻔함’이 가득한다. 말이 쉽지 참 연출하기 어려운 장르가 로맨스인거니까. 무엇보다 일단 ‘첫사랑의 향수’를 주 전공삼아 늘 기대 이상의 수작을 내 놓는 명필름 작품이니 믿고 봐도 좋다.‘싱글 인 서울’은 ‘접속’이후 무려 7편의 로맨스영화를 만든 명필름이 ‘건축학개론‘ 이후 11년 만에 내 놓은 말랑말랑한 작품이다. ‘접속’의 PC통신, ‘후아유’의 아바타 등 당대 트렌드를 힙하게 엮어온 경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극중 세련된 미술과 조명은 이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접속’LP판을 특별제작해 슬그머니 배치한 명필름의 센스에 박수를.(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그간 45편의 영화를 내 놓은 명핌름의 심재명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만들면서 한국의 워킹 타이틀이 되어보자는 포부가 있었던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에 소개된 영화 말고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광식이 동생 광태’,‘시라노; 연애조작단’까지 당시 트렌드를 적용해 동시대성을 담아내면서 보편적인 감정을 녹여낸 작품들을 내놨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싱글 인 서울’의 재미는 또 있다. 적당히 힙한 ‘전문직 남녀의 로맨스’ 속에 남녀 각자의 기억속에 각인된 첫사랑이 관객들에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영호는 대학생인 자신과 달리 직장인이었던 첫사랑에 대한 이기심만 기억했다면 정작 당사자는 철없고 징징대던 치기어린 남자로 당시를 추억한다. 그들 사이에는 두 권의 책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만화 ‘20세기 소년’‘은 둘 다 뛰어난 명작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전혀 다른 소설과 만화책이라는 점이 사랑은 해도 영원히 이해되기 힘든 ’남녀‘의 운명을 가늠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찰떡 호흡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 임수정과 이동욱의 연기 외에도 장현성,김지영, 이미도,이상이,지이수등이 보여주는 ‘활어같은 연기’ 는 이 영화의 진정한 보석이다. 피와 살점이 튀는, 근 현대사의 비극을 굳이 스크린으로 보며 분노하는데 질렸다면 두말없이 ’싱글 인 서울‘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롭거나, 기꺼이 혼자이거나, 모태솔로여도 봐야 할 영화의 탄생이 유난히 반갑다. 103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3 13:1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억만장자에게 없는 것… 현실에 안주하는 마음

‘나폴레온 힐 성공연구원’의 김정수 원장이 자수성가 억만장자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친 책이다. 12명 모두가 억만장자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모두가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궁극의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억만장자라 칭해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결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꿈과 희망이, 역경 속에서도 그들을 성공한 억만장자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억만장자 12명의 비밀|김정수|중앙경제평론사◇ 택배 배달원에서 택배 왕이 된 ‘왕웨이’택배 배달원에서 중국 최대 택배업체 순펑(SF익스프레스)을 창업해 ‘택배왕’이 된 왕웨이(王衛) 회장중국 최대 택배업체인 순펑(SF익스프레스)의 창업자 왕웨이 회장은 고졸의 가난한 염색공장 배달원에서 만 22세 때 아버지에게서 빌린 900만 원을 밑천으로 사업을 시작해 중국 최고의 택배 왕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홍콩-중국 물류에서 일찍이 사업 기회를 포착해, 5년여 만에 선전과 홍콩 물류시장을 독점할 정도로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였다.SF익스프레스는 60여대의 화물 항공기와 1만 5000대의 화물트럭으로 중국 전역과 해외 200여 개국 지사를 커버한다. 왕웨이 회장은 2023년 5월 현재 202억 달러 재산으로 세계 81위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매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광군제’의 실질적인 최대 수혜자로, ‘길은 마윈이 만들고, 돈은 왕웨이가 번다’는 말까지 생겨났다.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조기에 알아채고 올인한 것이 그의 성공비결이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과 실무 중심 경영도 한몫 했다. 그에게는 중국인 특유의 허풍과 과장이 없다. 정치 바람에 휘말리지 않고, 창업 이후 매일 14시간 씩 오로지 일만 해 왔다. ‘회사의 자산은 직원’이라는 확고한 인식도 순펑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했다.◇ 세탁소 알바에서 최고 작가… ‘스티븐 킹’lt;쇼생크 탈출gt; 등 베스트 셀로 소설을 쓴 스티븐 킹은 세탁소 알바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도 매일 2000자의 원고를 쓰며 꿈을 키웠다.세탁소에서 받는 주급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살면서 아무리 아프고 고단해도 매일 2000자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생활고에 시달리다 마지못해 원고를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가 아내의 독한 격려 덕분에 다시 원고지 앞으로 고쳐 앉아 마침내 쇼생크 탈출,미저리 같은 공전의 히트 소설을 쓴 스티븐 킹이다. 그의 소설은 전 세계에 모두 3억 50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특히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가운데 쇼생크 탈출은 인간에게 ‘희망’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가를 일러 준다. 그는 인간이 희망을 놓지만 않는다면,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1970년대 중반부터 그는 극심한 알코올과 코카인 중독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 때도 그의 아내가 ‘마약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바로잡아 주었고 덕분에 그는 지금 ‘금주 전도사’가 되었다. 그는 글쓰기를 ‘창조적인 잠’이라고 주장한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낮 동안의 논리적이고 따분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라는 설명이다.◇ 매혈 소년 ‘옌빈’, 중국 레드불의 아버지로화빈그룹의 옌빈 회장은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존경도 함께 받는 경영인이다.화빈(華彬)그룹의 옌빈(嚴彬) 회장은 싱가포르의 리카싱 회장과 함께 가장 성공한 화교 기업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 8번째 부호지만 어린 시절에는 국수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었다고 할 정도로 가난했다. 18세 소년은 무작정 태국 방콕 밀항 선에 몸을 실었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피까지 팔아 연명해야 했다. 그의 사업 수완과 성실함을 눈여겨본 주변 화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으로 1984년, 만 30세에 창업을 했고 곧 물류와 여행, 국제무역을 아우르는 그룹을 일궈냈다. 1997년 금융위기 때는 대부분 화교들이 자산을 현금화해 본토로 돌아갔으나 그는 되려 가치가 폭락한 바트 화를 사들여 시장 진정에 기여함으로써 엄청난 이득과 존경까지 받게 된다.중국에 ‘레드불’을 들여온 것은 그의 신의 한 수였다. 현재 레드불은 중국 기능성 음료시장의 80%를 점유 중이다. 그의 러브 스토리도 이목을 끈다. 태국 왕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볼 라타나 공주를 신부로 맞아 태국은 물론 전 세계 거물급 인사들과의 광폭 네트워킹까지 확보했다. 저자는 그의 성공 비결로 신뢰, 과감한 도전, 그리고 뚝심을 들었다.◇ 챗GPT로 인공지능 새 역사 쓴 ‘샘 울트먼’인공지능 챗GPT를 만든 샘 울트먼은 최근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핫한 경영인이다.실리콘밸리와 억만장자들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학 중퇴, 그리고 유대인이다. 대학 졸업장보다는 실력을 더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에서 둘을 모두 갖춘 기업가가, 실시간 대화형 검색이 가능한 인공지능 챗GPT를 만든 샘 울트먼이다. 비록 최근 회사에서 밀려나는 해프닝을 겪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최고 이슈 맨이다. 그는 “2030년쯤이면 인공지능이 불치병 치료나 기후변화 해결처럼 인류가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낙관한다.울트먼이 작성한 ‘성공을 위한 13가지 방법’은 그의 경영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J자 형태로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공하려면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창적인 사고와 소통의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제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고, 99%의 타인을 넘어서기 위한 똑똑함과 근면함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호기심을 따르고 스스로 감동할 일을 찾고 실행하라고 권한다.◇ 고아원 소년에서 이탈리아 최고 부자가 된 ‘델 베키오’안경을 거대한 패션 산업으로 끌어올린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회장.안경 하나로 순자산 241억 달러의 세계 52번째 부자가 된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 회장. 그는 고아원 출신의 ‘무(無)수저’ 다. 14세 때 금속 세공 가게에서 기술을 배운 후 안경테 부품 공방으로 옮겨 본격적인 안경 장인의 길을 걸었고, 마침내 안경을 고가의 사치품으로, 안경 산업을 거대한 패션 사업으로 격상시켰다. 아르마니, 샤넬, 프라다, 베르사체부터 레이벤, 오클리까지 거의 모든 선글라스 브랜드가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룩소티카라는 회사의 공장에서 만들어진다.1998년 아르마니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12명의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개당 1000달러가 넘는 고급 안경 시장을 창조해 냈다. 20달러 안팎의 범용 브랜드였던 레이벤이 그의 인수 후 150달러로 평균 7배나 올랐다. 최근에는 미국 안과 의료보험 2위 업체인 아이메드 비전 케어를 인수해 눈 보험시장까지 장악했다. 2004년 70세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10년 후 80세에 다시 돌아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양식 진주의 신기원 ‘미키모토 고키치’진주 양식화에 성공해 ‘미키모토’ 브랜드를 탄생시킨 미키모토 고키치.양식이 불가능하다던 진주를 1894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사람이 미키모토 고키치다. 당시만 해도 진주는 조개 안에 0.5마이크로미터의 탄산칼슘 결정 구조가 1000겹 정도는 쌓여야 만들어진다고 할 정도로 ‘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가 원형 진주 양식에 성공함으로써 진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 졌고, 이제는 범용적인 고급 액세서리가 되었다.보석상들이 ‘모조품’이라며 인정하지 않을 때마다 그는 오로지 ‘품질 고급화’에 매달렸다. 90%의 양식진주를 불태워버렸을 정도다. 상위 5%의 상등품만 내다 팔고 판매 수량까지 관리하는 덕분에 미키모토 진주는 지금까지 세계 정상에 군림하고 있다. 여기에 독창적인 디자인, 고객의 소비행태 변화에 잘 대처하는 유연성과 신속함도 한 몫 했다.아이러니한 것은 양식 진주 덕분에 고가 천연진주의 원산지였던 페르시아만 일대의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가 진주 산업을 접고 산유국으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이다. 진주 조개의 대안으로 택한 것이 자원개발이었는데 1938년 버간 유전을 시작으로 진주보다 더 고귀한 석유라는 자원을 얻게 된 것이다.◇ 온리원서 넘버원으로… 자전거 왕 ‘킹 리우’세계 최대 자전거 왕국 자이언트를 이끌고 있는 킹 리우 회장킹 리우가 토니 로와 1972년에 대만에서 10만 달러로 공동 창업한 ‘자이언트’는 세계 최대 자전거 메이커다. 1977년 미국 유명 자전거 브랜드 ‘슈윈’에 납품하면서 날개를 단 이들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브랜드 ‘자이언트’를 생산했다. 지금도 전체 매출 가운데 70%가 이 브랜드에서 나온다. 그들이 만들어주는 회사들도 산악자전거 미국 1위 ‘트렉’, 이탈리아 명품 자전거 ‘콜나도’, 스위스의 ‘스캇’ 등 모두 고급 브랜드들이다. ‘더 가볍고, 더 강하고, 더 빠른 자전거’를 모토로 한 자이언트는 끊임없는 기술혁신 끝에 1987년에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탄소(카본) 섬유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어 세계 표준을 제시했다. 리우 회장은 그러나 “자전거를 많이 파는 것보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자전거를 계속 탈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이언트가 글로벌 1위 브랜드가 된 것도 고객에게 맞춤 피팅을 해 주고,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등 고객과 하나 됨의 ‘초심’을 잃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02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나도 할 수 있겠어!” 아야코 록카쿠가 전하는 ‘꿈꾸는 손’

아야코 록카구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언뜻 어린 소녀의 크레용 그림처럼 보이는가 하면 소녀의 발칙한 눈망울과 표정에는 이상하게 웃음을 머금게 된다. 정교한 사전작업이나 스케치 없이 손으로 직접 문질러 그림을 그리는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의 바탕은 어딘가에서 죽 찢어낸 듯한 골판지부터 그 비싸고 귀하다는 루이비통 스트케이스까지 천차만별이다.미술 정규교육이라곤 받은 적 없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낙서처럼 어느 곳에나 손으로 그린 그의 ‘핑거 페인팅’은 최근 글로벌 아트 신에서 주목받으며 연일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아야코 록카구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로카쿠의 대규모 개인전 ‘꿈꾸는 손’(12월 2~2024년 3월 24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는 네덜란드의 델레이브(Delaive) 패밀리가 2006년부터 수집한 아야코 록카쿠의 초기 원화, 대형 오브제 등 13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인트로. 운명적 만남’(Ayako and Nico)을 시작으로 ‘맨발의 소녀’(Barefoot Little Girls), ‘꿈꾸는 손가락’(Dreaming Finger), ‘넓은 세상으로’(Next Level), ‘나의 친구들’(About Us), ‘봄의 시작(Spring Delight) 등 6개 섹션으로 나뉜다.아야코 록카구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신인 아티스트 시절의 아야코와 디렉터 니코의 만남, 도쿄 공원에서 골판지에 그림을 그리던 초기작들부터 1.6미터 규모의 대형 오브제 ‘고스트 래빗 두 마리와 함께 있는 조각’(Sculpture with two ghost rabbits), 2미터짜리 원형 캔버스 작, 추상으로의 변화를 꾀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의 작품과 아틀리에 재현, 2021~2022년 작업한 최근작 등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아야코 록카구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의 그림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낙서를 좋아하던 작은 체구의 범상치 않은 소녀, 마치 노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열정, 자신 몸의 몇배나 되는 캔버스에 처음 그림을 그리던 때의 설렘, 꽤 치열하고 발칙한 성인의 평범함에 대한 맞섬 등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담담하면서 간절한 바람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아,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길 원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3-12-01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이질적인 것들의 낯익은 공존, 7인 7색의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윤정선 작가 작품(사진=허미선 기자)매일 오가는 일상의 공간과 그 공간의 보이지 않는 곳, 상상이 개입한 가상 풍경, 이질감이 드는 초현실적인 요소 등까지를 넘나드는 7명의 작가 작품 83점이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2024년 2월 24일가지 금호미술관)에서 관객들을 마주한다.3층부터 거리를 거닐 듯 배회하다 보면 만나지는 풍경들은 얼핏 일상의 것들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혹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3층에서는 금호문화재단의 신진예술가 발굴 프로젝트인 금호 영아티스트 출신인 윤정선 작가의 기억들에 깃든 익선동 및 종로 일대 정겨운 골목, 지붕 등과 신선주 작가의 흑백사진을 닮은 건축 풍경을 만날 수 있다.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윤정선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윤정선 작가의 작품들은 익선동 소재의 낙원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종로 일대의 풍경들이 퍼즐처럼 배치돼 있다. 정겨운 지붕들과 기와, 골목 등과 어쩌면 실제로 멀리 보일지도 모를 명동성당 사도회관의 밤풍경 등이 펼쳐진다.윤정선 작가는 “유학으로 긴 타지 생활을 하면서 일상 속에 담아놓았던 장소와 그에 담긴 사적인 기억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중”이라며 “그 관심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장소라는 게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인간들의 기억은 그가 사라지면 없어져 버리지만 사물들이나 건축물들은 인간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서 사람들의 모습을, 거기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공간을 방문했을 때 어떤 기억들이 떠오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신선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는 “결국 개인의 기억들이 공공의 기억과 만나지는 지점”에 주목하게 했고 윤 작가는 2015년부터 한국 최초의 근대식 마을인 익선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신선주 작가는 검정 오일 파스텔을 칠하고 지우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건축물의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표현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그는 중국 베이징, 미국 뉴욕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마주한 베이징 ‘다산즈 798 예술구’(大山子자 798 藝術區) 등의 풍경들을 검은색으로 먼저 설치하고 빛을 설치하면서 어둠을 제거해 가는 방식으로 재설계, 재배치한다. 이에 그의 작품들을 수년에 걸쳐 완성되는 것들로 검은 바탕을 칠하는 엄지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다. 검은 바탕을 칠한 후 긁어내는 행위를 통해 빛을 투과시키며 건물을 표현하는 데 대해 그는 “화가로서 수행을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고 털어놓았다.“캔버스 위에는 도돌도돌한 스크래치가 있어요. 그걸 (검은 바탕을 칠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그 사운드조차 힐링이 될 정도로 빠져서 작업을 하고 있죠. 어떤 걸 검게, 어떤 걸 하얀색으로 할지 어느 정도는 정해두고 있지만 가끔 블랙을 더 남기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욕심이 지나칠 때죠. ‘엔진 컴퍼니 33’(Engine Company 33)은 그 욕구를 제어하지 못해 실선 하나라도 더 그으면 안되겠다 싶은 작품이에요. 그 정도로 탱천돼 있는 에너지의 친구라 지금은 제 대표작입니다.”2층은 이만나·도성욱 작가가 표현한 숲, 나무, 도시풍경들로 꾸렸다. 도성욱 작가는 숲에 누워 쉬다가 눈을 떴을 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빛에서 영감을 얻은 시리즈들을 선보인다. 극사실주의적인 표현과 더불어 보다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빛의 색, 온도, 스펙트럼 등을 표현한 ‘이모션 라이트’(Emotion-Light) 연작도 만날 수 있다.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도성욱 작가 작품(사진=허미선 기자)이만나 작가의 작품들에는 7, 80년대인가 싶지만 2012년 전후의 도시풍경들이 따뜻한 색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제가 세상을 직면했을 때 느끼는 건 이름 자체가 아니라 울림”이라며 “공간이 가진 울림, 입자 등을 모아서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그린 숲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풍경들은 다 신축 아파트들이에요. 뭔가 동산인 줄 알았는데 확 깨뜨려 버리는 신문물의 낯섦이 있죠. 낯설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평온하기도 하고 우리한테는 익숙하기도 하고…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이만나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젊어서는 굉장히 현실적이지 않은 감각으로 인한 감동이나 충격, 초현실적인 것들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현실 쪽에 한쪽 다리를 빼고 관찰하는 입장이 된 것 같다”며 “풍경 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나 현상 등도 그렇게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자연은 되게 무서워요. 인간이 잠깐만 손을 놔도 엄청나게 자라버리거든요. 그런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가 너무 좋으면서도 무섭고 우리가 그걸 함부로 다스리려고 하는구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자연은 공포까지는 아니지만 경외심을 가져야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정보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지하 1층에서는 환영과 실재를 혼재한 송은영, 빛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정보영 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정보영 작가는 “1997년부터 회화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고민과 탐구를 계속 해왔다”며 “빛이라는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빛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는 것이 화가로서 다뤄야할 본질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그 대상을 중심으로 빛, 시간, 공간 등에 따른 차이들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것이 회화의 본질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송은영 작가의 작품은 언뜻 잘 꾸민 인테리어 풍경, 평범한 길거리 등처럼 보이지만 원근법, 시·지각 원리를 탈피하면 전혀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문, 커튼, 벽, 쿠션 등으로 가려진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며 낯선 풍경을 선사한다. 경계의 재배치 혹은 침범으로 안팎, 앞뒤, 현실과 비현실, 전혀 다른 것들,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 등이 공존하는 풍경이 된다.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송은영 작가(사진=허미선 기자)그 풍경 속의 붉은 이불, 파도, 주황색 조끼 등으로 2014년의 대한민국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의 표현으로 그 개인에게 영향을 줬던 사회적 사건 등을 아우른다.“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환영 등 실제에서 보여지는 비현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제 자화상이나 사진을 볼 때마다 남의 얼굴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제가 제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에 생경함을 들곤 했거든요. 한 화면 안에 굉장히 이분법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에 굉장히 많이 끌렸어요. 예를 들어 앞뒤에 있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이죠.”날려지고 단절되면서 동시에 볼 수 없는 풍경들을 한 화면에 아우르기 위해 송은영 작가는 지극히 부드럽게 처리한 외곽선, 자연스러운 블렌딩 등의 기법으로 하나처럼 표현하고 있다.금호미술관 기획전 ‘마주한 세계: 풍경의 안팎’ 유현미 작가(사진=허미선 기자)1층은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표현하는 유현미 작가의 공간이다.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자기 복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2022년 출간한 자작소설 ‘적’(敵)에서 출발한 연작도 만날 수 있다. 실제 공간, 오브제 조각, 가미된 붓 터치 등으로 구현된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한 후 유화로 리터치하는 과정을 거친 작품들에는 “이미지 자체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그는 “원래는 조각을 했고 미국에서 사진도 하고 회화도 하고…다양한 것들을 하나에 집어넣어 본질에 더 가까울 수는 없을까 고민하면서 시작한 시리즈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글부터 시작해 소설로 출간하고 그 안의 내용들을 작품화하죠. 조각가인 저에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화가들이 제일 멋있어 보였어요. 로망이랄까요. 그래서 종이 위에 해보면서 굉장히 물성이라는 게 마음에 와 닿아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사실 사진일 때랑 차이가 그렇게 크진 않아요. 어떤 건 거의 똑같죠. 그럼에도 (굉장히 물성이라는 게 마음에 와 닿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들을 관람객들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전세계 공개 하루 전 제작발표회 연, '스위트홈' 시즌 2에 쏠린 '눈'

배우 고민시가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시즌2로 돌아온다. ‘스위트홈’은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그리고 또 다른 존재의 등장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새로운 욕망과 사투를 그린다.시리즈 공개 4일 만에 넷플릭스에서 해외 13개국 1위를 기록했던 이 작품은 동명의 인기 웹툰에서 출발, 고립된 아파트에서 각자의 욕망과 생존의 기로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에스펙토리 D동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송강, 이진욱, 이시영, 고민시, 진영, 유오성, 김무열, 이응복 감독이 참석했다.곧 입대를 앞둔 송강은 시즌1의 인기에 대해 “시즌1의 인기 덕분에 더 열심히 파이팅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진욱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아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힘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 제작발표회의 현장.(연합)‘스위트홈’에서 삐딱한 사춘기 소녀 이은유 역으로 시청자와 소통해 온 고민시는 지난 4년간 훌쩍 커진 존재감으로 돌아왔다. 짧은 헤어 스타일에 전작과 달리 발레 슈즈 대신 군화를 신고 손에 무기를 쉬고 다니고 온 몸에 흉터가 가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자신의 변화를 짚은 그는 “대본을 보며 은유라는 캐릭터는 더 날카로워지고 차가워졌지만 더 따뜻해진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색다른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에 이시영은 “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했다. 그런 사랑과 관심, 기대 속에서 시즌2를 잘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진영, 유오성, 김무열이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진영은 “시즌1을 너무 재밌게 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는 말로, 이날 유오성은 후배 배우들 덕에 이 작품에 합류할 수 있었다. 많은 책임감을 느끼며 촬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무열 역시 ”시즌1을 밤을 새며 다 볼 정도였다. 시즌2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하는 재미가 컸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스위트홈’은 이례적으로 시즌2와 시즌3가 동시 제작됐다. 이응복 감독은 “시즌1을 할 때는 2,3를 할 줄 모르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넷플릭스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웹툰 원작 세계관을 이어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스위트홈’ 시즌2는 금일(1일) 안방극장에서 공개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01 14:43 이희승 기자

[비바100] 그저 '청룡의 여신'으로 기리기엔, '남다른 배우' 김혜수의 숨겨진 명작 4편이 있다!

배우 김혜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사실상 지금의 청룡영화상을 이끈 배우 김혜수가 30년 만에 마이크를 내려놨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를 알게 했다”는 그의 말처럼 김혜수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그러했다. 스물 셋의 나이에 첫 사회를 맡았던 1993년 이후 “매년 연말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긴장감을 내려놓고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할 저 김혜수도 따뜻하게 맞아달라”는 말은 그가 독보적으로 걸어온 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성실함 속에서 꽃 핀 여러 도전을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시상식 후 30년간 자신의 의상을 준비했던 모든 스태프들에게 일일히 감사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해 마지막 드레스 피팅 과정을 올린 김혜수.(사진=본인 SNS)그동안 배우로서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으며 최다 여우주연상 수상 등 여러 기록을 남긴 김혜수는 매해 파격적인 드레스와 패션으로 늘 화제 중심에 섰다. 이제는 세계의 중심에 선 한국영화와 ‘K콘텐츠의 힘’으로 불리는 남다른 저력이 있기까지 그가 한 영화제를 통해 보인 희생과 프로다운 모습은 영원히 기억속에 박제될 터. 지금 소개하는 4편의 작품들은 그의 다양한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빛나는 명작들이다.영화 ‘굿바이싱글’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웨이브, 왓챠, 티빙 등 국내 OTT에서 볼 수 있는 ‘굿바이 싱글’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직업인 ‘배우’를 맡아 열연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당시 시사회 직후 “데뷔 이후 이렇게 망가지긴 처음”이라고 했던 말처럼 극 중 톱스타 주연은 점차 내려가는 인기와 연하 남친의 바람에 충격을 받고 영원한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한다. 독거스타의 임신 발표에 연예계는 술렁이지만 대중들은 소탈한 모습에 환호한다. 하지만 임신인 줄 알았던 생리의 끊김이 조기폐경인 걸 알게 된 주연은 소꿉친구이자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인 평구(마동석)과 뒷수습에 동분서주하게 된다.시상식 사회자로 맹활약한 현실과 달리,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시상식을 보며 아이스크림을 던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진제공=쇼박스)“화려한 김혜수는 배우란 직업 속에서만 존재하지 실제 김혜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연인이다. 그런 모습이 가장 잘 담긴 작품”이라는 김혜수의 말처럼 “가장 못하는 코미디를 왜 한다고 했을까 싶어 크랭크인 3주 전까지 죽고 싶었다”는 푸념이 가득하지만 당시 인터뷰를 보면 유사가족과 미혼모, 독거사 문제 등 여러 사회문제들이 가득 담겨 있는 작품에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깊다.개띠 동갑배우인 류승룡, 황정민과 의기투합해 화제가 된 ‘열한번째 엄마’ 속 김혜수는 유난히 초췌한 모습으로 어두운 사회의 민낯을 전달한다.(사진제공=쇼박스)그런 의미에서 영화 ‘열한 번째 엄마’ 속 모습은 유독 피폐하다. 소외되고 폭력으로 얼룩진 삶을 살지만 과하기 보다는 그저 한번의 눈맞춤에 힘을 얻게 되는 그런 위로가 스크린에 가득하다. 4살 생모의 죽음 이후 늘 엄마가 바뀌는 재수(김영찬)는 포주인 아빠(류승룡)의 “집에는 무조건 여자가 있어야 해”란 말에  또다시 새로운 엄마를 만나게 된다. 일찍 철이 든 자신의 일상을 모른채 무작정 엄마를 들이는 아빠도 원망스럽지만 이번 엄마는 역대급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 그동안 정이 들만 하면 사라졌던 존재들이지만 가장 예쁘고 동시에 가장 많이 자면서 또 그만큼 먹는다.이 작품의 포스터가 큰 울림을 주는건 비루한 현실에서도 웃음을 짓는 현실이 어떤 의미인지 영화를 본 관객은 알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쇼박스)어렵사리 얻어 온 식권을 훔쳐 김밥으로 바꿔 먹고 자신보다 철이 덜 든 모습으로 어린 재수의 곁에 그저 존재할 뿐이다. 영화 속 이름도 그저 ‘여자’다.  여자는 이미 열명의 엄마가 거쳐간 소년을 만나면서 아무한테도 정주기 싫고 세상만사에 귀찮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빨리 ‘어른아이’가 되버린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개봉 당시 350만명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조선 최초의 야구단을 스크린에 옮긴 ‘YMCA 야구단’의 공식 포스터. 유일한 홍일점으로 극을 이끄는 강단을 보여준다. (사진제공=명필름)명필름 영화 ‘YMCA야구단’의 당찬 신여성 정림은 자세한 전사는 드러나지 않지만 독립유공자 민영환의 딸로 묘사된다. 김지우 감독의 ‘모던보이’와 더불어 김혜수가 보여준 남다른 항일 캐릭터중 가장 발랄하고 또 진취적인 캐릭터다. 개화기 시대에 선교사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신여성인 그에게 반한 호창(송강호)는 양반의 기세를 강조하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합지졸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 신여성 패션을 김혜수만큼 맛깔나게 소화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사진제공=명필름)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온 야구라는 신문물에 매료된 인물은 친일파의 아들 광태(황정민), 일본 유학생 출신의 강속구 투수 대현(김주혁), 쌍둥이 형제 재복과 만복(량현량하), 전직 왕실 무사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상놈의 공은 받지 않는다”는 양반이나 아웃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운동장을 벗어나는 주자 등 초창기 야구 풍경이 재치있게 묘사되며 ‘조선 최초의 야구단’을 강조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선동렬 선수가 직접 자세 교정과 기술 훈련을 펼쳐 사실감을 더했고 김혜수가 당시의 고증을 살린 복식을 고스란히 재현해 시선을 모았다.알아주는 양반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지방의 고루한 집안에 사실상 팔려 시집가는 순녀의 운명을 품은 김혜수의 연기가 일품인 SBS드라마 ‘곰탕’의 한장면. (사진제공=SBS)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김혜수의 남다른 작품 선별력은 SBS드라마 ‘곰탕’을 통해 증명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티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던 행동이 뽀얀 국물로 우려져 안방극장을 적셨다. 설특집 2부작으로 방영 직후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1997년 휴스턴 국제영화제 TV드라마부문 연출가상 및 뉴욕 페스티벌 드라마부문 특별상 수상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곰탕을 끓여댔던 집안에 13살에 시집 온 순녀는 대를 잇는 게 유일한 목표로 치부되는 시댁에서 늘 허드렛일을 한다. 본처인 자신과 달리 한낱 불장난으로 버려진 첩과 한 지붕 아래서 서로 연대하는 당시의 여성상을 보여준 김혜수. (사진제공=SBS)드라마는 지금은 성공한 식당 사업가로 여든이 넘은 순녀의 삶을 반추하며 3.1운동과 일본의 악행, 가부장제도의 폐해와 5.18 민주화 운동을 관통한다. 그런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김혜수는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늘 밖으로 나도는 남편(류시원)의 친구이자 아무도 모르게 마음을 기댔던 그(한재석)에게 전쟁으로 인해 구할 수 없었던 소뼈 대신 다른 고기로 국물을 내 대접하는 순녀는 지금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기울어져 가는 집안의 사실상 유일한 가장으로 억척스럽지만 기품있게 이끌어가는 그 모습은 쪽진 외모에도 굴욕없이 당당한 김혜수의 외모만큼이나 한국여성의 강인한 아우라를 각인시켰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9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한결같은 사랑 속 찬란했던 10년…"다시 막 오릅니다" 뮤지컬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더데빌’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드라큘라' '더데빌: 파우스트'(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 오디컴퍼니, 페이지원, 알앤디웍스)10만원 내외의, 최근엔 20만원에까지 육박하고 있는 뮤지컬 한 작품이 1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작품에는 기념비적인 사건이고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자축해 마땅하다. 10년을 꾸준히 사랑받는 건 주연배우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초연부터 주연배우들을 비롯한 앙상블, 연주자들, 창작진들, 뒤에서 애쓰는 컴퍼니들까지 제자리에서 저마다의 일을 온전히 해냈을 때에도 드물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에 쉽지 않은 뮤지컬 10주년은 누구 한 사람이 독식할 수 있는 영광이 아니다. 지난해 대학로 인기뮤지컬 ‘사의찬미’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들은 물론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캐스팅으로 무장하고 장기공연으로 10주년을 축하했다. 그 10주년 공연은 장기화됐던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서 맞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초연부터 10년 동안 댄버스 부인으로 분하고 있는 신영숙. 사진은 뮤지컬 ‘레베카’ 2017년 시즌 공연사진(사진제공=EMK뮤지컬)그들의 10주년 잔치는 올해까지도 이어져 최근 ‘사의찬미’ 콘서트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반면 지난해 이처럼 특별하고도 뜻깊은 10주년을 한 배우를 중심으로 한 캐스팅 논란으로 얼룩지게 한 대극장 인기 뮤지컬은 그래서 안타깝다. 올해도 10주년을 맞은 뮤지컬들이 있다. 이들은 그 특별한 10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저마다의 전략으로 무장하고 공연 중이거나 무대를 올릴 준비에 한창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초연의 류정한, 김보경, 신영숙, 옥주현을 비롯해 다양한 시즌을 함께 했던 막심, 나, 댄버스 부인 등과 각 시즌 별 출연진, 뉴캐스트 테이 등까지를 아우르며 10주년을  축하한 데 이어 초·재연의 막심 오만석, 2021년 6번째 시즌의 잭 파벨 이창용을 기용해 앙코르(12월 14~2024년 2월 24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그 귀환만으로도 ‘축하’ 받아 마땅한 ‘레미제라블’(11월 30~2024년 3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은 8년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레미제라블’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후 딘뉴 주교의 포용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발장(민우혁·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신분을 숨긴 장발장을 집요하게 쫓으며 ‘정의구현’을 외치는 경찰관 자베르(김우형·카이), 끝없는 시련의 굴레 속에서도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틴(조정은·린아), 그의 딸이자 장발장의 수양딸 코제트(류인아·이상아), 하층민을 등쳐먹고 사는 떼나르디에 부부(임기홍·박준면, 육현욱·김영주), 혁명을 이끄는 청년 앙졸라(김성식·김진욱)와 마리우스(김영록·윤은오), 마리우스를 향한 혼자만의 감정을 키우는 에포닌(김수하·루미나) 등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가 의기투합한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표현하는) 뮤지컬로 198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198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37년간 22개 언어로 꾸준히 공연되며 1억 3000여명의 관객들을 만난 히트작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사진제공=레미제라블코리아)‘레미제라블’의 한국공연은 2013년,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는다. 8년만의 귀환,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레미제라블’은 초연부터 함께 한 김우형, 조정은, 박준면, 재연의 민우혁, 임기홍 등과 더불어 새로운 캐스트들로 무장했다.재연의 앙졸라였던 민우혁과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킹키부츠’ ‘마틸다’ ‘아이다’ 등 뿐 아니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빌런 김윤범으로 주목받은 최재림이 장발장으로 분한다. 초연의 앙졸라였고 재연에서 자베르로 분했던 김우형이 다시 돌아오며 ‘지킬앤하이드’ ‘벤허’ ‘베토벤’ 등의 카이가 자베르로 더블캐스팅됐다. 초연부터 함께 한 조정은과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벤허’ ‘시라노’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린아가 판틴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장발장 역의 민우혁은 “판틴이 겪고 있는 모든 과정들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아팠다”며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건넨 참회록의 ‘너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으면 스스로를 굉장히 탓하게 돼요. 부정적인 생각들로 꽉 차 있는 모두에게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그들을 생각하고 잘 버틴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극이죠.”뮤지컬 ‘드라큘라’(사진제공=오디컴퍼니)2024년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드라큘라’(12월 6~2024년 3월 3일 샤롯데씨어터)는 4시즌에 걸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동원된다. 2014년 초연부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한 김준수를 비롯해 초연의 미나였던 정선아가 10년만에 다시 돌아와 반가움을 더한다. 재연의 드라큘라 박은석이 그를 쫓는 반헬싱으로 역할을 바꿔 돌아오는가 하면 재연부터 미나, 루시로 꾸준히 함께 하고 있는 임혜영, 이예은과 미나의 약혼자 조나단 역의 진태화, 반헬싱 손준호가 다시 한번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2020년 세 번째 시즌에 새로 합류한 전동석, 2021년부터 함께 하고 있는 신성록이 드라큘라로 다시 돌아오며 아이비가 미나로 새로 합류했다.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드라큘라’의 전동석(왼쪽)과 신성록(사진제공=오디컴퍼니)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로 2001년 미국에서 초연된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흥행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14년 논레플리카(원작과 똑같지 않은) 라이선스로 초연됐다. 당시만 해도 40대 이상의 중년 남자배우가 소화했던 드라큘라는 빨간 머리로 염색한 김준수로 인해 일대 파란을 맞았다. 2019년 뮤지컬 ‘엑스칼리버’ 초연 당시 만난 프랭크 와일드혼은 “뮤지컬 ‘드라큘라’ 한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김)준수가 저에게 한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캐릭터를 좀 다르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며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스무살 초반에 뱀파이어가 된, 기존의 드라큘라보다 훨씬 어린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렇게 모든 상황과 스토리가 바뀌었고 지금은 세계 모든 ‘드라큘라’ 프로덕션이 20대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뮤지컬 ‘더데빌: 에덴’(사진제공=페이지원, 알앤디웍스)뮤지컬 ‘더데빌’(12월 5~2024년 3월 3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은 세계관을 확장하며 10주년을 자축했다. 2014년 초연된 ‘더데빌’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20세기 뉴욕 블랙먼데이 시절의 증권가로 배경을 옮겨온 작품이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와 그가 지키려는 아내 그레첸으로 상징되는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을 X 화이트와 X 블랙으로 캐릭터화한 작품으로 X자 형태의 무대, 100여대의 무빙라이트가 동원돼 그 자체로 서사가 되는 조명 등이 돋보인다. 2022년 ‘더데빌: 파우스트’ 공연장면(사진제공=페이지원, 알앤디웍스)10주년을 맞아 ‘더데빌’은 ‘파우스트’라는 부제를 달고 프리퀄 ‘더데빌: 에덴’을 먼저 선보이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결, 그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선택을 ‘더데빌: 파우스트’와 공유하는 ‘더데빌: 에덴’은 결국 욕망을 떨치지 못하는 에덴과 레브의 이야기다. ‘더데빌: 에덴’에서 X화이트로 분한 정동화와 백인태, X블랙 역의 김찬호, 김준영이 같은 역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X블랙이었던 조형균과 X화이트 박규원이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 더불어 2018년 X화이트와 X블랙을 모두 연기했던 임병근이 X블랙으로 다시 돌아오며 배해선이 같은 역으로 새로 합류했다. ‘더데빌: 에덴’에서 레브로 분한 이기현, 반정모, 김우성이 존파우스트로, 에덴 역의 여은, 이재림, 세르판 이효정이 그레첸으로 무대에 오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9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홍콩댁' 김정은, 시청자들 제대로 홀릭… "힘과 재력 제대로 플렉스"

‘대대힘힘’ 괴력을 가지고 사회악에 맞서 약자를 돕는 캐릭터로 제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정은. (사진제공=매니지먼트 레드우즈)기대하지 않고 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이 지난 26일 뜨거운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화제작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한 달 더 나아간 이 작품은 모계유전으로 내려오는 힘을 좋은 일에만 써야 한다는 세계관을 안방 극장에 유쾌하게 전달하며 시청률에서도 끝까지 웃었다.극중 모계유전되는 괴력의 유전자는 22살이 되면 최고치에 오른다. 축산업으로 떼 돈을 번 엄마의 근성을 이어 받아 남다른 사업기질을 발휘하던 황금주(김정은)는 자신의 집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던 은행원 강봉고(이승준)와 사랑에 빠진다.기세 등등한 집안 여자들과는 달리 늘 병약하고 골골대는 남자들의 영향이어서일까. 사위로 들어온 존재들도 기죽고 사고만 치는 부류들이다. “돈은 자신이 벌테니 취미생활이나 하라”고 보낸 몽골에서 봉고는 금지옥엽 딸을 잃어버리고 ‘힘쎈여자 강남순’은 오랜시간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한 추리물로 서막을 연다.다행히 몽골에서 만난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강남순(이유미)을 극적으로 상봉, 중후반 부터는 현대사회의 진상들과 마약 범죄를 파고들며 통쾌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보이며 전국 시청률 10.4%로 막을 내렸다.‘힘쎈’ 세계관에 김정은과 함께한 이유미, 김해숙, 옹성우, 변우석을 비롯해 이승준, 한상조, 김기두, 정보석, 임하룡, 박영탁, 송진우, 유하성 등 배우들의 열연에도 마지막까지 호평이 쏟아졌다.(사진제공=JTBC)“돈과 괴력을 모두 갖추고 ‘플렉스’하는 인물이라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 과거 여성은 약자로 표현되는 부분이 있었고, 저 역시 카리스마는 저와 거리가 있는 이미지 였는데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오롯이 황금주가 될 수 있었습니다.”‘강남순’의 재미는 자칫 과해보이는 괴력속에 뼈있는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다. 불법주차로 인해 불편을 겪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이 “집에서 손주들이나 보지 왜 기어나오냐. 차는 알아서 해라”는 말에 말그대로 차를 뒤집어 버리거나, 여성 라이더는 사실을 알고 추파를 던지는 남성에게 헬멧을 손으로 찢으며 일갈하는 장면이 그것이다.“자칫 허공에 붕 뜬 것처럼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땅에 안착시킬 수 있는 접착체 역할은 아마도 딸을 잃어버린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가 아닐까요? 십 년 넘게 아이를 잃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모성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거죠. 제가 할일은 이 역할을 위해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는 거였고요.”그는 “연기를 위해서 뭔가 배우는 건 일종의 몸부림”이라며 “아무것도 배울 게 없으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운 성격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시동도 걸 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직접 모는 장면은 대역 배우들의 몫이었다며 손사레를 치던 김정은은 “타고 내리는 장면 만큼은 최대한 멋지고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미소지었다.무엇보다 3대 여성 히어로가 악당들을 ‘혼쭐’내는 모습은 안방 극장을 카타르시스로 가득 채웠다. 사랑스러운 순수 괴력 소녀 강남순과 재력과 힘을 이용해 모두에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황금주와 진격의 할머니 길중간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120% 충족 시켰던것.인터뷰 말미 김정은은 “ 내가 연기한 황금주의 대인배적인 면모를 잊지 않고, 현장에서 좋은 화합을 해가면서 다음 스텝을 밟고 싶다. 할리우드의 부름에도 달려갈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레드우즈)“다시금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너무 바쁘던 시절도 있는데 결혼하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점차 (연기에서) 멀어졌습니다.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피가 끓는 느낌이 들곤 했죠. 마지막 이라 싶을 정도로 모든 다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덤볐습니다.”‘강남순’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선보여졌고,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과거 SBS ‘파리의 연인’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퀸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정은은 “여성 캐릭터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선택되는 것을 보며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밖에 못 쓰이나’ 는 갈증이 있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면서 “ 20대엔 주변에서 ‘코미디가 네 전공이야’란 말이 칭찬인 줄도 모르고 ‘다른 것도 잘 하는데요’라며 발끈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만의 코미디의 소중함을 만끽했다”고 강조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9 15:31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이야기하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왼쪽부터),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국립극장이 남산 이전 후 창작 예술의 거점으로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간 쌓아온 우리 창작 역량을 모두 보여드릴 만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지난 3월 취임한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12월 29~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사진제공=국립극장)1973년 남산 이주 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서 세존은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 김준수, 세종은 김수인, 소헌왕후는 이소연 등이 연기하며 국립극장 산하의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관현악단을 비롯한 객원 출연진, 랑코르 캄머 필하모닉, 메트·불음꽃·슈리말라·상월청년 합창단까지 313명이 무대에 오른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은 576년 전 세종대왕이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가 2년여에 걸쳐 작곡한 미발표곡이다.석가모니의 생애를 담은 원작에 녹아든 군주로서의 외로움, 아내에 대한 순정, 애민정신 등에 주목한 작품으로 박 극장장의 설명처럼 “국립극장과 모태부터 지금까지 함께 성장한” 박범훈 작곡가·지휘가,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가가 의기투합했다.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사진제공=국립극장)박범훈 작곡가는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함께 연주한다”며 “독창곡, 중창곡들은 국립창극단원들이 담당하고 합창은 성악 전공한 분들이 벨칸토 창법으로 부르며 4성부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박범훈 작곡가·지휘가에 따르면 “벨칸토 창법과 판소리가 어우러지는 시도를 했고 국립무용단의 참여로 볼거리가 있는 칸타타”로 서곡으로 시작해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 ‘마야부인의 죽음’ ‘세존의 고뇌’ ‘고행의 길로 들다’ ‘세존으로 가는 길’ ‘고뇌의 마지막이 되리라’ ‘세존이 되다’ ‘법의 수레바퀴 굴리다’ ‘세존, 열반에 들다’로 구성된다.1973년 3월 1일 남산으로 이주한 국립극장 개관 당시 국립무용단의 남자무용수 1호였던 국수호는 안무가로 50주년 기념작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 힘을 보탠다. 그는 “굉장히 뜻 깊다”며 “그 바쁜 세종대왕이 어떻게 작품을 남겼을까 관심을 두고 보다 보니 결국 사랑이었다”고 털어놓았다.“소헌왕후에게 보내는 사랑이기도 하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인내천의 정신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세종대왕의 백성사랑이 이 시를 짓게 했고 ‘월인천강지곡’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이에 제 움직임도 사랑, 부딪힘 그리고 내유와 외유를 통한 화합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감기로 불참한 손진책 연출 역시 전언을 통해 “사랑에 초점을 두고 연출했다. 조선 최고의 커플인 세종과 소헌왕후, 훈민정음을 퍼뜨리려고 했던 애민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리와 음악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인건 극장장(왼쪽부터), 박범훈 작곡가 겸 지휘자,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박범훈 작곡가는 “소헌왕후를 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월인천강지곡’에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며 “냉정하신 분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에 이번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이 노래를 세종대왕이 직접 무대에서 씁니다. 세종과 소헌왕후가 안내를 하는 것처럼 나와 노래를 하면서 다음 노래를 할 사람을 불러내요. 손진책 연출의 아이디어로 다음 스토리를 노래하는 사람한테 넘겨주는 식으로 풀어냈죠.”‘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국수호 안무가(사진제공=국립극장)국수호 안무가는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며 “총결산의 의미도 있고 저희를 키워준 고향에 보답하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사실 3회 공연, 3번의 리허설, 3개월 간 각 파트별 연습 등을 한다면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산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고향 같아서, 50주년에 뜻깊게 각인시키자는 결의를 가지고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8 20:12 허미선 기자

[비바100] "내 사위는 유해진 미니미여도 안돼"… '딸바보' 차승원의 연기인생

허세충만한 빌런에서 출발한 1편과 달리 날카롭게 진화한 ‘진짜 빌런’ 느낌을 화면 가득 살린 차승원. (사진제공=넷플릭스)이해영 감독이 만든 영화 ‘독전’의 속편이자 한국 최초의 ‘미드퀄’(전편의 중간 이야기를 다루는) 표방하는 넷플릭스‘독전2’가 화제다. 국내 공개 후 그 평가가 호불호로 극명하게 갈리는 중에도 해외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극 중 재벌 태생으로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고 종교적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는 브라이언은 누가 봐도 반듯한 사람이다.타고난 근육질 몸매에 살짝 걸친듯한 하얀 수트를 입고 남자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칼단발도 소화했던 차승원은 자신을 마약계의 거장 ‘이선생’으로 우기다(?) 용산역에서 반시체인 상채로  발견된다. 온 몸이 불로 져진 채 발견된 브라리언의 생사는 ‘독전’이 개봉된 2018년부터 520만명 관객들이 궁금해 하던 사안이다.차승원이 ‘독전2’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1편에 비해 다각적이다. 아시아 마약 비즈니스를 접수하려는 브라이언 역을 맡아 중국 마약계의 거물 큰칼과 협상을 시도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솔직히 2편은 브라이언이 마무리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이선생을 연기하는 배우를 공개된 작품으로 처음 봤을 정도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요. 국내 관객들의 반응? (조)진웅이가 말했듯이 ‘이미 나한테서 떠난거고 다시 찍을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순도 99.9%의 마약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독전2‘는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에서 출발한 영화다. 전작인 ’독전‘은 국내에서 520만명이 극장을 찾았고 마지막 총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감독판까지 개봉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차승원이 말하는 브라이언은 ’죽음까지 간 사람‘이다. 그는 “사람이 뭔가 큰 일을 겪게 되면 변화가 있듯 뭔가 득도한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독전2‘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헐벗고 구부정하다. 살의 1/3이 락(오승훈)에 의해 타들어간 탓에 목소리는 갈라지고 늘 메말라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와 재력, 약의 재료까지 갈아넣어 복수의 칼날을 간다. 차성원은 “아마도 브라이언은 결국 마약계에서 1인자로 군림했을 것”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사실 나름의 멋을 조금 더 갈아 넣어 연기했죠. 미드퀄이라는 게 처음 접해보기도 했지만 이런 방식이 변수도 많고 힘든 거라 배우로서 도전적인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건 모두 다 해본 작품이라 후회는 없어요.”독전2 (사진제공=넷플릭스)그는 전작 ’낙원의 밤‘에서 악랄하고 잔인했던 마이사 역할을 예로 들며 “그 캐릭터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면 이 작품은 누가 봐도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무모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건 원호도 마찬가지라 브라이언도 그 연장선이라고 봤어요. 20대부터 봐 왔던 백종열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워낙 스피디하고 심플한 걸 아니까 그다지 버겁지 않았던 현장이 저에겐 행운이었고요. 다만 극장에서 1편을 본 관객들이 넷플릭스라는 OTT로 2편을 보는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긴 합니다.”거의 대부분 휠체어에 앉아서 펼치는 ‘독전2’에서의 그의 연기는 사실 지독히 꼼꼼하게 동선을 따지고 배에 쥐가 날 정도로 계산된 결과물이다. 육체는 무너졌지만 욕망은 더욱 차오른 눈빛이야말로 차승원이 2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최근 병문안을 갔더니 환자들 특유의 아파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을 참고했다”며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데뷔 이후 최저 몸무게인 73kg를 유지 중이라는 그는 “체중에는 정체기가 분명 있다.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며 빠른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 일갈하는 모습이었다.(사진제공=넷플릭스)고인이 된 김주혁의 배다른 동생으로 등장해 영화를 씹어먹는 큰칼 역할의 한효주에 대해서도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잘 알고 해내는 배우다. 유독 이 작품에서는 모두가 힘들었을텐데 티내지 않으면서 작품을 위해 서로의 모든 걸 갈아 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차승원은 딸의 소원으로 집안에 들이게 된 반려견 두 마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던하게 바뀐 자신의 일상을 들려줬다. 늘 깔끔하고 정리 위주의 삶을 사는 탓에 ’동물은 모두 집 밖에서 키운다‘는 반평생 고집을 버리게 된 변화에는 스스로 놀라는 중이다. “예전엔 시기 질투도 많고 모든 댓글과 반응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요즘엔 하루 이틀 정도 ’나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없나?‘를 찾아보는 걸로 끝내요.(웃음) 물론 뾰족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뾰족한 마음도 쓸만할 때 써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죠. 직업은 직업대로 바쁘지만 개들 유치원 데려다주고 집안 정리에 살림에 정신없다니까요. 구태여 에너지를 엉뚱한 데 쓰지 않기로 한거죠.”차승원은 올해 ’나불나불‘ ’핑계고‘와 tvN ’형따라 마야로‘에 출연하며 예능으로 특화된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터. 그는 “내년쯤 ’삼시세끼‘를 다시 할 것 같다. 10년차인데 이쯤 되면 할 때도 됐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힐링을 하는 순간은 아니에요. 작품을 할 때처럼 치열하거든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연구합니다. 저와 유해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는 못하는 성격이라서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7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나는 지구인이다’ 김창완 “일상의 항상성, 막강한 희망이자 미래!”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젊음이나 늙음이나 다 한 몸에 있습니다.” 가히 일상 철학자다운 명언이다. ‘문’(門) 이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이 브릿지경제에 건넨 말은 그다웠다. ‘푸르른 이 청춘’은 구슬프고 허전한데 나이 듦에는 “아무 것도 나는 필요없어요”라며 “세월이나 좀 잡아 봐요” “얼굴이나 좀 보여 줘요” “활짝 웃는 꽃이나 좀 사다 줘요”라고 경쾌하고 가볍다. 두곡 모두 절규에 가깝지만 그 표현법은 정반대임에도 관조적인 태도가 닮았다.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1981년 발표한 ‘청춘’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라는 가사는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애상‘이라는 이유로 개작 명령을 받았던 가사입니다. 개작 전에는 ‘갈테면 가라지 푸르른 이 청춘’이었어요. 27살의 만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을 패기라 한다면 ‘이쁜 게 좋아요. 꽃이나 사다줘요’라고 하는 절규는 아직 덜 나이든 어른의 엄살입니다. 패기와 엄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달랑 6줄의 가사에 담은 젊음에 대한 영가 ‘청춘’(Youth)과 KBS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그가 연기한 장호가 교장으로 재직했던 ‘올드 스쿨’ 할머니들의 합창곡으로 만들었던 유쾌한 절규 ‘이쁜 게 좋아요’(Love the Beautiful)의 상반된 듯 역설적이지만 더불어 관조적인 감성에 대한 김창완의 대답은 이랬다. 1983년 10월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인 ‘나는 지구인이다’에는 ‘청춘’ ‘이쁜 게 좋아요’를 비롯해 “지구인으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그냥 일상이 돼 버린 기적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쁜지를 담은 ‘나는 지구인이다’ 그리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Piano Sonata No.14 ‘Moonlight’)을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둘이서’ ‘시간’ ‘찻잔’ ‘무감각’ ‘노인의 벤치’ ‘누나야’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엄마, 사랑해요’ 등 13곡이 담겼다. 1977년 동생 김창훈·김창익과 형제그룹 산울림을 결성해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쟁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어머니와 고등어’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등을 히트시키며 지금까지 가수로, 연기자로 그리고 2000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로 활동 중이다.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사람들, 불빛들, 별들을 바라보는가 하면 문득 고등어를 구워주려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깨닫고 읊는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 버릴 태엽이지 언젠간’이라고 되뇌는가 하면 가고 없는 날들과 사람들에게 뒤늦게야 전하는 말들을 조근조근 풀어낸다.그의 곡은 늘 그렇게 소소한 누군가의 일상을 닮았다. 단순한 듯 지극히 철학적이고 삶 속에 켜켜이 쌓이고 깊숙하게 스민 연륜이 묻어나는가 하면 경쾌함과 절규, 찬란함과 구슬픔 등 상반된 것들의 조우가 자연스럽다. 김창완(사진제공=뮤직버스)고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시절까지 틈만 나면 무대로 불려 올라가 최신유행곡들을 부른 후 고집했던 앵콜곡은 언제나 그의 ‘청춘’이었다.“어린 게 뭘 안다고 그리 서글프냐”며 끌끌 혀를 차는 교사들의 퉁바리에도 그의 노래는 그 시절의 일상과도 같았다. 이제는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할만큼 자란 하나뿐인 조카의 유아기는 망가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겨대며 소리치듯 불렀던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에 까르륵 넘어가던 웃음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듯 소소한 누군가의 일상 가운데서 불리고 추억으로 스미는 그의 노래들은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 “그 일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냐고 반문하는 듯하다.“오늘은 해가 하나지만 내일은 해가 둘이고 모레는 해가 없다가 그 다음날은 해가 넷인 날들이 이어진다면 아무도 일상을 모를 거예요. 우리의 항상성은 일상으로부터 오는 축복입니다. 저는 캔버스에 젯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로 캔버스의 애벌 처리를 위해 테레빈유로 바르는 흰 물감) 칠을 할 때가 그림을 그릴 때만큼이나 행복합니다. 건축을 하는 어떤 이는 완공식 날보다 건물을 지으려고 제로 그라운드를 만들었을 때 더 설렌다고 했습니다. 일상은 빈 캔버스입니다. 그만큼 막강한 희망이며 미래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7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지구를 어슬렁거리는, 그래서 행복한 김창완 ‘나는 지구인이다’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어슬렁거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또 거기를 걷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이걸 전하고 싶었어요.”‘문’(門) 이후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가수 김창완은 23일 서울 마포구 소재의 공연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그는 1977년 동생 김창훈·김창익과 그룹 산울림을 결성해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쟁이’ ‘찻잔’ ‘가지마오’ ‘청춘’ ‘회상’ ‘너의 의미’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 등을 히트시키며 지금까지 가수로, 연기자로, DJ로 활동 중이다. 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지구인이다’를 불렀어요. 슬퍼서라기보다는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벅차기도 했어요. 너무나 그냥 일상이 돼 버린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뒤집어 보면 진짜 기적 같은 나날들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에 화들짝 깨어났다고 할까요. 이제는 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절로 먹먹해져요. 그것이 상당히 기쁜, 벅찬 그런 감정 아닌가 생각합니다.”이 자리에서 앨범 수록곡인 ‘식어버린 차’ ‘시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Piano Sonata No.14 ‘Moonlight’)을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 쓰려고 만들어둔 ‘이쁜 게 좋아요’ 등을 선보인 그는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하면서 너무 동어 반복하는 거 아닌가, 또 세상 내가 만든 말을 내가 같이 사는 거 아닌가 이런 반성을 했다”고 털어놓았다.“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생각했는데 방법이 뭐 있나요. K팝 열풍이다 해도 세상은 험하잖아요. 환경 문제, 전쟁 등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식이 참 잔인하더라고요. 그런 환경에 무력감을 느끼고 죄책감도 들고 형편없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새벽 문득 ‘나는 지구인이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자라났다’ ‘여기서 어슬렁댄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네 마디를 되뇌다 만들어진 곡이 ‘나는 지구인이다’죠.”‘하나 뿐인 지구에서 단 한번뿐인 삶에 대한 찬가’라고 표현한 ‘나는 지구인이다’를 비롯한 수록곡들은 1983년 10월 발표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으로 40여년 간 그의 ‘일상’ 속에 켜켜이 쌓이고 깊숙이 스민 삶의 철학이 담겼다.“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아요. 고등어를 가사에 넣고 클래식의 ‘클’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연주해본다든지…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만큼 용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월광 소나타’를 알고 여러 가지로 익었음에도 늘 초조해요. 제일 마음에 드는 노래가 ‘이쁜 게 좋아요’ 정도죠.”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하나는 짧은 녹음시간이다. 시간이 곧 비용이었던 40년 전 “7시간만에 마스터를 끝낸 것처럼 이번 앨범 역시 5시간 만에 작업을 마무리 했다.” 오래도록 끊임없이 노래하고 연기를 하고 SBS 파워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DJ로 매일 아침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 “그 일상을 지키는 것”이다.김창완의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커버(사진제공=뮤직버스)“하는 일들이 거의 하루하루가 똑같아요. 사실 저도 매일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라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했어요. 뭘 더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제가 가진 것을 지키는 거더라고요. 그렇게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이 저에게는 진짜 큰 기둥이에요. 그래서 아마 저의 일상을 지켜주는 그것이 저의 힘인 것 같아요.”‘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커버 역시 ‘지속적인 그리움’이라는 그의 작품으로 관조적이면서도 세심하고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그리움을 표정으로 나타내기보다는 그리움의 그 긴 시간을 얼굴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웬만해서는 안 틀려야지,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요. 이제는 안그래로 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음악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음악이 사라져서 너무 좋아요. 오늘 부른 노래도 다 없어졌잖아요. 이것처럼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아요.”그렇게 명징한 아름다움을 담은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은 CD는 물론 LP 그리고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을 탑재한 카드로 발매돼 신구 세대를 아우른다. 그는 “왜 그렇게 젊은이들이 좋은지 모르겠다”며 웃었다.3년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한 김창완(사진=허미선 기자)“저만 해도 어릴 때부터 자유를 외치면서 커왔음에도 얼마나 갇혀 있는 사람인가를 제 스스로 너무 잘 알아요. 얼마나 고집스럽고 폐쇄적인지를 누구보다 제가 잘 아는데 그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굉장히 양심적이고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시야도 넓고 컴퓨터도 잘 만지고…그 젊은 세대가 정말 고마워요.”이어 “당신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앞으로 미래가 열려 있다고, 앞선 세대의 얄팍한 경험에 비춰 감히 조언하려 들지 않겠다고, 헷갈리게 하는 나를 너희가 용서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더불어 선대들이 쌓아온 게 너무 많아요. 진짜 위대한 사람들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위대함을 다 묻어도 돼요.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면, 또 앞으로 올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버려도 되는 게 너무 많죠. 소통은 잘 안되고 서로를 잘 모르지만 어른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젊은이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5 11: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행복, 함께 만들어요

(사진출처=게티이미지)1938년부터 현재까지 85년 동안 진행 중인 하버드대학의 세계 최장수 행복 종단 연구의 중간 보고서다. 저자는 그러나 ‘행복’보다 ‘굿 라이프’에 방점을 둔다. ‘무엇이 행복하게 하는가’ 보다 ‘무엇이 좋은 삶으로 만드는가’를 말한다. 결론은 ‘좋은 관계’다. 이것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기초 교육과목 ‘3R’(읽기 Reading, 쓰기 Writing, 산수 Arithmetic)에 ‘관계(relationship)’를 추가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좋은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로버트 월딩거·마크 슐츠|비즈니스북스◇ ‘좋은 인생’의 기본은 ‘좋은 관계’저자는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해 주는 것은 직업적 성취나 운동, 건강한 식단이 아니라 ‘좋은 관계’라고 말한다. “외로운 사람은 수명이 짧다”고 단언한다. 관계도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적으로 많고 적음보다 ‘따뜻한 관계’가 우선이라며 “50세 때 자신의 관계에 가장 만족한 사람이 80세에 정신적·육체적으로 가장 건강했다”고 전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 삶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느끼는 깊은 행복의 상태를 ‘에우다이모니아(eudaumonia)’라고 했다. 그 반대는 덧없는 쾌락적 행복을 뜻하는 ‘해도니아(hedonia)’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헤도닉 행복’이라면, ‘에우다이모닉 행복’은 인생이 멋지다고 느낄 때의 행복이자 모든 우여곡절을 견뎌낼 수 있는 행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한 것은 ‘사회적 존재’였기 때문”이라며 ‘긍정적 관계’가 행복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계의 ‘혼란’만 과대평가하고 ‘이점’은 과소평가한다고 지적한다. “관계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돈은 행복에 별 영향을 못 미치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할수록 불행은 더 커진다고 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소중함인생 경로가 불확실한 청년기에 지나치게 목표 달성에만 몰두하다 보면, 인생에 활력을 주는 ‘개인적인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급자족에 대한 욕구가 자칫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까운 친구, 부모와 형제, 연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중년기 때는 안정감은 높아지지만 책임감과 걱정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다. ‘결국 이게 전부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중년기는 보다 관대하고 외향적인 삶의 방식으로 바뀌는 변곡점”이라고 다독인다. 이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나’ 자신보다 ‘나 이외의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생각을 바꾼 이들이라고 조언한다.저자는 감정적으로 현명해지는 노년기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단언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관계가 더 소중해지고 그 반대라면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때로는 뒤로 물러서 더 넓은 시야로 자신과 아끼는 사람들을 비춰보는 것이 관계에 공감과 이해를 불어넣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적합성’, 좋은 관계 유지하기노년 고독은 비만보다 건강에 두 배나 해롭고, 만성 고독은 사망 확률을 26%나 높인다고 한다. 영국은 고독 때문에 드는 비용이 연간 25억 파운드(34억 달러) 이상이라며 ‘고독부’까지 설립했다. 저자는 “고립감을 느낄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사랑과 연결, 소속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저자는 현재 자신이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누구와 가까운지, 그 관계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라고 말한다. ‘기운을 북돋는 관계’는 연결감과 소속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해 주지만 ‘소모적인 관계’는 긴장과 좌절감, 불안을 유발하고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조언한다.인간관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광범위한 원칙으로 ‘관대함’을 강조한다. 다른 이를 도우면 돕는 사람에게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마지막은, 근본적인 호기심이다. 상호 배려의 선례를 만들고 연약한 유대감의 강도를 높여주어 이런 연결을 통해 삶에도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현재에 집중하며 주위에 관심을저자는 ‘시간’과 ‘관심’이 행복의 필수 재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간이 있어도 정작 중요한 일에는 쓰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의 흐름이 어디로 흐르는 지 살펴보라고 권한다. 우리 자신과 사랑 하는 이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도 자문하고 그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여기서 ‘마음 챙김’ 기반의 스트레스 감소 요법을 소개한다. 꼭 명상이 아니라도, 그냥 멈춘 뒤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관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공감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관계 개선에 도움 되는 ‘W.I.S.E.R 모델’도 제시한다. 호기심 있게 지켜 보고(Watch), 멋대로 오해 않도록 잘 해석하고(Interpret), 뭘 해야 할 지 스스로 물어봐 신중하고 의도된 대응 방식으로 선택(Select)한 후에, 주의를 기울여 개입(Engage)해 실행에 옮기고, 반성(Reflect)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어쩌면 우리 삶 그 자체인 ‘가족’저자는 하버드 연구에 참여한 모든 가족의 한 가지 공통점이 ‘꾸준히 이어진 변화’라고 말한다. 새로운 자리와 역할이 주어질 때 정서적으로 잘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따뜻한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릴 때 가족들과 친밀하고 따뜻한 경험을 한 사람은 60여 년 뒤에도 파트너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의지하며 도울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전한다.저자는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강력 추천한다. 규칙적인 저녁 식사가 아이들의 평균 성적과 자존감을 높이고 약물 중독이나 우울증 위험도를 낮추며,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항상 좋은 대화를 나눌 순 없겠지만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며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눈 것 만큼 좋은 관계 증진 방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가장 친밀한 커플과의 관계친밀한 커플 관계임에도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 대부분은 ‘작은 차이’를 실제 보다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라고 말한다. 서로의 진짜 감정을 알아내 관계를 더욱 활성화시킬 기회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신뢰할 만한 친밀한 파트너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이런 관계는 노년기에 특히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의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취약성을 공유할 사람이 곁에 있는 지 여부는 절망과 행복을 가르는 핵심적 차이가 된다. 자기희생이 따를지라도 이 역시 만족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파트너와 인생 길을 잘 걸어갈 방법도 소개한다. 먼저, 파트너의 작지만 기분 좋은 행동을 그냥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다음은 오랜 루틴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새로운 행동이나 활동으로 의외의 즐거움을 주라는 얘기다. W.I.S.E.R 모델을 사용해 볼 것도 권한다. 논평하지 않고 듣기, 상대 감정이나 행동 이해하기, 적당한 거리두기 등도 조언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인생의 거친 파도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우정’저자는 “우정은 무의식적인 습관에 가깝다”고 말한다. 역경을 견디게 돕고 스트레스를 줄여주거나 빨리 털어내게 해 준다. 호주에서의 종단연구에서는 70세 이상 참가자 중 가장 강한 친구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가장 약한 사람보다 10년 내 사망할 확률이 22% 낮았다. 스웨덴에서는 사회적 연결이 강할수록 어떤 사망 위험이든 6년 동안 거의 4분의 1로 줄었다.저자는 “좋은 친구는 전쟁터의 갑옷과 같다”고 표현했다. 가벼운 우정이라도 유지하려면 친구의 말을 먼저 경청하고, 자신의 사회적 루틴을 생각해 보고, 서로에게 바라는 바를 잘 살피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친구를 사귀기에 늦은 때란 없다”고 힘 주어 말한다.◇ 직장에서 좋은 관계가 삶의 질을 높인다우리는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지만, 일이 우리를 가족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양 쪽이 불균형하다면 문제가 생긴다. 직장 내 외로움은 건강에 좋지 않다. 실제로 외로움은 흡연이나 비만만큼 사망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과 공감하는 동료, 멘토와 멘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멘토링 관계는 둘 모두를 성장시키고 더 보람된 직장 생활을 만든다고 말한다.‘이상적인 은퇴’에 관해서도 조언한다. 은퇴 후 최고의 성과를 거둔 이들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그들을 지탱해준 사회적 관계를 새로운 ‘동료’로 대체할 방법을 찾아낸다고 강조한다. “결국 일도 우리 인생”이라며 인간관계를 통해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1-25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가장 중요한 주제 다양성 “결국 사랑”, 뮤지컬 ‘시스터 액트’

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오늘날의 세상을 보면 다양성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시스터 액트’가 공연됐던 18년 동안 이렇게 다양한 캐스트들로 작품을 꾸린 건 처음이에요. 아시아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백인 등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그림을 전 세계에 선보이게 돼 굉장히 신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을 나누는 것이니까요.”부산 투어를 마치고 서울에 무대를 올린 뮤지컬 ‘시스터 액트’(2024년 2월 11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의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연출은 “다양성”과 “사랑”을 강조했다.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 역시 “저희는 다양한 나라에서 왔다. 나라 뿐 아니라 문화, 음식 등 서로 많은 게 달랐다”며 “이렇게 다양한 환경 안에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렇게 여러 나라의 배우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저희가 서로 그렇게 다르지 않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다르지만 이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서는 결국 같다는 걸 느끼죠. 그리고 원장수녀님이 말씀하시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도 “저는 예전에 미국 ‘시스터 액트’ 프로덕션에 출연한 적이 있다”며 “그간 공연된 ‘시스터 액트’ 중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함께 한 적은 처음이다. 그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을 보탰다.“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 친해지고 교감을 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개,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만나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음식을 먹지만 서로 비슷한 점도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그리곤 “초반에는 한국인들을 대할 때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되는지 어떤 경계선들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화적인 그런 차이점들이 있는지를 조심하곤 했다”며 “하지만 벽을 허물고 그리고 서로에게 연약한 모습을 오픈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일을 하지 않을 때도 동료로서, 친구로서 굉장히 친하게 지내요. 농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고 자매의 정을 나누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됐습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1992년 개봉했던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6년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제작에 나섰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앨런 멘컨(Alan Menken)과 작사가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넘버를 꾸리고 부부 작가 셰리·빌 스타인컬너(Cheri·Bill Steinkeller)가 대본을 집필해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초연됐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클럽 헤븐의 가수 들로리스가 살인사건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06년 초연 후 2009년 웨스트엔드, 201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오스트리아,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 공연됐다.커티스의 추격을 피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해 수녀원에 숨어든 들로리스가 수녀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희망과 감동을 전하는 이번 ‘시스터 액트’는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아시아·중동지역 영어 공연권을 확보해 제작한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다.이 프로덕션은 그간 EMK와 ‘웃는 남자’ ‘팬텀’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을 함께 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과 제이미 맥다니엘(Jayme Mcdaniel) 안무가 그리고 ‘시스터액트’ 오리지널의 음악감독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알라딘’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킹’ ‘노틀담의 곱추’ ‘그리스’ 등의 비에이 허프만(BA Huffman)이 의기투합했다.미국에서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들로리스 역의 니콜 바네사 올티즈(Nicole Vanessa Ortiz), 원장수녀 역의 메리 구찌(Mary Gutzi) 그리고 2017년 한국 공연에서 동양인 최초로 메리 로버트 견습수녀로 무대에 올랐던 ‘프리다’ ‘마리 퀴리’ ‘모차르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등의 김소향을 비롯한 7명의 한국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수녀님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엽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하는 신체적인 것들, 물리적인 것들을 보시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갱스터들도 굉장히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로 만들었어요. 섹시한 라틴계 갱스터가 한명 있고 마이클 잭슨이 되고 싶어 하는 갱스터도 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사실은 정말 부드러운 갱스터도 있죠.”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은 “영화가 80년대에 만들어지다 보니 모타운 음악이 사용됐다. 반면 뮤지컬은 알란 맥켄 작곡가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70년대로 배경을 바꾸면서 더 춤 출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에서는 수녀님들뿐 아니라 갱스터들도 춤을 춥니다. 그래서 수녀님들의 신체적 표현에 대해 고민했는데요. 특히 들로리스는 수녀님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됐죠. 잭슨 파이브의 ‘템프테이션’, 티나 터너 등 들로리스가 따라할 만한 유명 가수들을 찾아보며 안무했습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가 아닌 우리 배우들에게 맞추는 등 유기적인 안무를 만들어서 좋았어요. 굉장히 금욕적인 수녀님들이 엉덩이를 빵실빵실 흔드는 모습을 많이 보러 와주세요.”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번 ‘시스터 액트’가 한국에서의 첫 작업인 비에이 음악감독은 “서로 일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며 “무대 감독님, 뮤지션 혹은 배우들 모두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느꼈다”고 밝혔다.“제 목표 중 하나는 원작 음악의 중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겁니다. 더불어 안무, 연출, 세트 등이 완전 새롭게 만들어지는 데 따른 음악적 변화가 있었고 배우들 맞춤형으로 키를 조정하고 파트 조율도 조금씩 하면서 새로운 버전을 만들었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엘런 멘켄의 원작 음악은 그대로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들로리스가 수녀원의 수녀님들에게 사랑을 전했듯 우리 작품을 통해 한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관객분들께 기쁨과 사랑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시스터 액트’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전한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자매 공동체인 수녀님들 간 관계의 보편성”이라고 짚었다.뮤지컬 ‘시스터 액트’ 공연장면(사진제공=EMK뮤지컬)“이 공동체의 메시지를 오늘날 전 세계에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돕고 예의 있게 대하고 또 서로를 생각해 주고 깊은 사랑으로 대하는, 그런 면들이 오늘날 우리가 많이 놓치고 있는 것들 같거든요. 그렇게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이어 “코미디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가 한국에서 한 작품들은 비극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품들은 비극이어서 우는 경우가 많았다면 ‘시스터 액트’는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져 눈물을 흘린다”고 덧붙였다.“커튼콜이 지난 후의 어떤 순간이 있는데 그때 모든 한국 관객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어떤 장면이고 순간인지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거든요. 이후 다른 나라에 투어를 가게 된다면 그 나라의 관객들에 맞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4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네 바우덕이의 조우,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암덕: 류(流)의 기원’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보다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본질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둔 현대화였습니다. 남사당 놀이라는 예술의 속성 중에서 이 프로덕션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해석했는가를 현대화로 정의했죠.”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11월 26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이하 암덕)이 추구하는 현대화에 대해 민새롬 연출은 ‘본질’과 ‘해석’을 강조했다.‘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암덕’은 여성 최초 남사당패 꼭두쇠(우두머리) 바우덕이(본명 김암덕)의 삶과 예술혼을 모티프로 남사당놀이 주요 6종목(풍물, 버나, 살판, 어름, 줄타기, 덧보기, 덜미)을 현대적으로 무대화한 작품으로 어린 암덕(이유주), 줄타는 암덕(박지나), 춤추는 암덕(조하늘), 노래하는 암덕(서진실)이 ‘바위에서 피어난 꽃’ ‘대지의 춤’ ‘허공에 피는 꽃’ ‘먼 길’ ‘문명이 피는 꽃’ 5장에 걸쳐 등장한다.‘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나무 위의 군대’ ‘온 더 비트’ ‘아몬드’ 등의 민새롬을 연출을 비롯해 전라북도립국악원 이용탁 관현악단장, 서정순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이현 안무가 등이 의기투합했다.“현대화의 첫 번째는 서사구조입니다. 한 인물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연령대별로 자아를 나눠 각 암덕이 저마다 살아온 자기 자신을 조우한다는 서사구조가 현대적 접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 왔던 인생의 순간순간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무대 위에 모인다면 어떤 풍경이 될까를 고민했죠. 남사당 놀이 중 어디를 보여주고 생략할 것인가를 안무가, 의상 디자이너(여백선옥), 비주얼 디렉터·무대미술(김종석) 등과 얘기하면서 삶의 단편적인 초상들을 이미지로 도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민 연출은 “부모와의 이별, 독립 등 개인적인 삶과 예술가로서 연마하고 절정에 이른 예술가로서의 행보, 마지막에는 또 다시 그 다음 단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비언어적인 요소들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부연했다.“개별 단계의 서사성이라기 보다 연속적인 흐름을 한번에 보여줬을 때 관객들이 ‘암덕: 류의 기원’이 특수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감각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서사성 보다는 어떠한 순간들의 감각을 건드리면서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정동극장)이현 안무가는 “남사당 놀이의 땅재주는 아주 근본적인 요소”라며 “그 땅재주를 춤으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장(문명에 피는 꽃) 땅을 밟고 튀어 오르는 장면은 땅재주를 모티프로 한다. 이 춤이 발전하고 변화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꿈을 갖고 있다”며 해외 진출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 다듬어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습니다. 시각적인 작품이고 다양한 전통 요소를 녹여냈기 때문에 누구나 봐도 좋을, 세계진출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지역에서 공연해 전국민이 ‘암덕’에 합류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2025년은 국립정동극장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잘 발전시켜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4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