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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멈춰졌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괴물'로 돌아왔다!

찬란하고 애틋한 두 소년의 감정은 영원히 푸릇푸릇하게 박제되어 영화 속에서 숨쉴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진제공=NEW)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을 과연 우리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명은 유지되더라도 돼지처럼 행동할거란 가정도, 생각도 어쩌면 편협한 고정관념일지 모른다. 과학적으로도 돼지의 지능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영화 ‘괴물’은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영혼은 잠식된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 일본의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놓고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늘 가족을 화두로 내세웠던 그의 시선은 이번에도 혈연이란 테두리 안에서 가해지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아우른다. 여기에 교권추락과 아동학대, 사회적 약자를 보는 편협한 눈까지 더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보는 내내 어지럽힌다.영화 초반, 불안하게 집으로 향하는 한 소년의 불안한 발걸음이 화면 가득 잡힌다. 그 시각 싱글맘인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불타는 건물을 바라본다. 그곳 유흥업소에 초보 선생님이자 담임인 호리(에이타)가 출몰했다는 소문을 엄마들에게 통해 들었기에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생작으로 평가될 영화 ‘괴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NEW)일찍 아버지를 잃었지만 누구보다 반듯했던 미나토가 변한것도 이 즈음이다. 심약한 아들이 고백한 바로는 호리 선생의 거친 언행이 있었고 이 사실을 증언해준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사실은 미나토에게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임을 알게된다.카메라는 엄마의 시선에서 뭔가 불안하고 숨기기 급급한 학교의 안일함을 대비시킨다. 그 사이 미나토는 달리는 차안에서 뛰어내리고, 늘 산 밑 어딘가를 배회하며 불안한 모습을 연일 이어간다. 중반부터는 호리 선생의 입장이 전개된다. 자신 역시 싱글맘 밑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 평등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지만 수줍고 비밀이 많은 미나토와 유독 부딪힌다.영화에서 그는 책과 잡지에서 발견된 오타를 출판사로 보내는게 취미인 자로 잰듯 반듯한 인간이다. 또래보다 작고 마른 요리가 반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걸 알면서도 직업적으로 그가 해줄 수 있는거라곤 방관 뿐이다. 수십년간 학교에 근무한 동료 선생님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학생들은 날이 갈수록 지능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그 뒤에는 유독 예민하거나 아예 방관하는 부모들이 바로 ‘괴물’들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사건을 인정하고 수습하기 보다 최대한 두리뭉실한 상황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하는 것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일본의 연기파 배우 다나카 유코가 보여주는 무기력한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와닿는다. 시대와 나라를 넘어 조직이 개인에게 강요해왔던 희생의 정도와 잔인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진제공=NEW)하나의 사건에 각자의 시각이 시간차로 전개되는 영화 속에서 백미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다. 얼마전 사고로 손녀를 잃은 아픔을 겪은 그는 미나토에게 “몇 몇 만 아는 기쁨을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부르는 단어”라는 말로 두 소년의 감춰진 비밀을 영원히 묻어둘 것을 당부한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미나토와 요리의 ‘우정과 사랑사이’는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찬란하다. 떠난 아내를 원망하며 아들을 학대했던 요리 아버지, 자신이 알던 아들은 아니었지만 뒤늦게 그 상처를 발견하고 절규하는 미나토의 엄마, 두 소년의 진심을 알고 기꺼이 사과하러 달려가는 호리 선생님등 ‘괴물’속 어른들은 결코 보호자가 아니다. 무능하고 심지어 가해자로 군림한다.22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누구도 가해하려 하지 않지만 해를 받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당연한 듯 하기 때문에 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의 양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故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유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유려하다.불편한 감정이 켜켜하게 쌓이다가도 엔딩에 흐르는 멜로디와 두 소년의 질주를 통해 모든게 완성된다. 일본 영화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대감독을 기꺼이 추앙해야 한다.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3 17:15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흥행타율' 최고인 이 감독의 아픈 손가락? 영화 '외계+인' 2부의 절치부심!

2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2’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들. 진선규(왼쪽부터), 김의성, 조우진, 염정아, 김우빈, 김태리, 류준열.(연합)영화 ’외계+인’이 ‘쌍천만 감독’ 최동훈의 아픈 손가락이 될 것인가. 1·2부를 동시 촬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외계+인’이 전편의 뼈아픈 실패를 딛고 22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그간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 ‘전우치’의 흥행을 거쳐 ‘도둑들’과 ‘암살’을 통해 흥행불패 감독으로 우뚝 선 그는 지난해 여름 ’외계+인’ 1부를 개봉했으나 150만 관객을 모으며 사실상 첫 실패를 경험했다. 총 제작비 700억원을 들인 기대작인만큼 아쉬운 성적에 ‘외계+인’ 2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이번 영화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부활시켰다.최동훈 감독이 2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점에서 열린 영화 ‘외계+인2’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최동훈 감독은 “지난 1년 6개월 간 편집실에서 살았다. 오래한 이유는 여러 가지 실험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영화의 경우 2부가 있어야 좋은 짝이 된다. 가끔은 1부가 너무 외로웠지 않았나 싶어 2부를 150번 정도 본 것 같다.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새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태리는 “1부에서 어린 ‘이안’이 고려로 갔다면 2부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현재로 돌아간다”는 말로 현재와 과거, 인간과 외계인의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도사였던 '무륵’(류준열)은 완성형 캐릭터로 거듭나며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류준열은 “1부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면 2부에선 다 정리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영화를 보고 싶다”며 감독에 대한 변치않는 믿음을 과시했다.진선규는 이번 2부에 새로 합류한 캐릭터로 맹인 검객을 연기한다. 이날 1부에 잠깐 등장했다고 밝힌 그는 “1부를 다시 보면서 제가 어디 나왔는지 찾아봐 달라”고 해 웃음을 더했다. 선신 콤비 염정아와 조우진은 더욱 강렬해질 코미디 요소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특히 한국적인 SF를 녹여낸 시나리오에서 특수효과까지 더한 ‘외계+인’은 관객들의 극명한 호불호로 약 1년 반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하는 결과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두 작품의 연결성과 독립성을 모두 고려했다면서 “아직 후반작업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계+인’ 2부는 2024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3 15:02 이희승 기자

[비바100] 英가이 리치 감독에게 경배를… '알라딘'으로 잃었던 초심을 찾은 이 영화!

믿고 보는 팝콘 무비라고 부담없이 봤는데 의외로 ‘꿀잼’이라면? 가이 리치 감독과 제이슨 스타뎀의 무려 5번째 협업 영화 ‘스파이 코드명 포춘’이 그렇다. 뻔한 첩보물의 외형을 하고 특유의 말맛과 망가짐을 불사한 꽃미남 배우의 연기변신까지 볼 수 있다. 전세계를 위협하는 무기 거래상 그렉 역에는 ‘노팅 힐’의 휴 그랜트가, 처제와 사랑에 빠진 약점(?)으로 작전에 투입된 할리우드 스타 대니는 조쉬 하트넷이 맡는다. 감독과 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리볼버’‘캐시트럭’을 함께 한 제이슨 스타뎀은 업계 최고의 스파이 포춘으로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실력은 최고지만 그와 함께 취향도 고급인지라 세계에서 몇 병 밖에 남지 않은 와인을 물처럼 마시고 휴가도 호화 리조트에만 머문다. 그를 찾으려면 항상 돈이 든다는 이야기다. 국가정보국은 그렉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액션 만렙인 포춘을 부르고 최고의 요원들을 붙인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주연급 배우들이 선보이는 B급 코믹 액션이 관람 포인트다. 이들은 각 잡힌 뻔한 액션보다 2% 부족한 할리우드식 액션으로 웃음을 더한다. 멋은 있는데 뭔가 고군분투하는 맛이랄까.한때 로맨틱함의 아이콘이었으나 속물 빌런으로 인생 후반부를 화려하게 달리고 있는 휴 그랜트의 도전은 계속 된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포춘과 그의 요원들은 그렉이 할리우드 스타 중 대니의 광팬임을 파악해 작전사상 최초로 할리우드 에이전시에 접근한다. 남다른 정보력은 남들의 치부를 발견할 때도 쓰이는 법. 허세작렬인 대니 역시 여자문제로 협박 받은 매니저에 의해 불려나와 자신이 세계 평화를 위한 미끼가 돼야 함을 알게 된다. “아내도 사랑하지만 처제는 내 운명의 여자”라고 읍소해봐도 소용없다. 팀 포춘은 그의 여자친구와 매니저가 돼 영화광인 그렉이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연 요트파티에 참석한다.알고 보니 그렉의 변태 취미는 유명인의 여자친구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는 거였고 테크 요원인 사라(오브리 플라자)는 그의 추파를 역으로 이용해 주말 별장에도 초대받는다.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무기 거래상인 그렉을 통해 영화에 대한 로망과 할리우드에 대한 은근한 조롱 그리고 부자들이 갖는 허세까지, 단순히 액션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잔재미가 가득하다. 뒤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이지만 앞으로는 전쟁 고아들을 후원하고 성공한 사업가로 살면서 대니를 찬양하는 장면이 그렇다.자신을 그저 연기하라는 주문에 탁월하게 제 몫을 해내는 조쉬 하트넷의 신들린 연기가 영화의 볼거리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극 중 ‘성공한 덕후’인 그는 대니가 데뷔 초 탔던 희귀한 슈퍼카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 차는 후에 요원들이 도망치는 도구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그저 소품이었던 차가 자신의 몫을 다하는 지점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IT재벌들이 사라질 숫자를 대신해 금을 매입하고 인기에 취해 초심을 잃었던 대니가 “억만장자 역할이 들어와 당신을 관찰하려고 한다”며 그렉에게 접근하면서 ‘진짜와 가짜’가 가진 경계를 되묻는다.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 소개는 의미가 없다. 이들은 세계 평화를 지켜낼 게 확실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펼쳐지는지가 관건이다. 시종일관 “나는 배우지 스파이가 아니지 않느냐” 징징거리던 대니가 타고난 순발력을 발휘하는 지점도 가이 리치 감독이 노린 웃음 코드가 아닌가 싶다. 다수의 관객이 예상한 제이슨 스타뎀의 타고난 액션을 압축해 보여주는 점도 집중도를 더한다.영화 ‘스파이 코드명 포춘’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싸울 때는 화끈하게 맞붙고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 대륙을 넘나드는 로케이션이 배경으로 깔리며 지루함을 던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시작된 다국적 배경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영화가 가진 배경은 뭔가 고풍스럽다. 이들이 지켜낼 세계 평화가 충분히 예상되기에 B급 웃음을 살릴 여러 상황들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무엇보다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한때 마돈나의 남자이자 영국 감독 특유의 독특함을 지녔던 가이 리치가 ‘알라딘’의 성공으로 잊혀졌던 재기발랄함을 작정하고 푼 듯한 느낌이 강하다. 출연 배우들이 보여주는 능글맞은 연기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인공지능이 가진 편리함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재앙이 될까. 극중 인간의 목숨은 한낱 파리에 불과하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말 수 적은 아저씨 스파이인 포춘이 시니컬하게 뱉어내는 대사나 억만장자 악당 그렉, 엄살쟁이 할리우드 배우 대니, 음담패설에 능하고 남다른 사격 실력을 갖춘 사라의 조합은 각자가 개성 넘치고 융합되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영화의 엔딩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윤곽이 밝혀지면서 ‘스파이 코드명 포춘’의 폭소는 극에 달한다.무엇보다 2021년 크랭크업 했으니 당시 코로나19 직전까지 해외 촬영이 자유로웠던 분위기가 영화 곳곳에 담겨 있다. 참여한 극 중 악역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설정이 하필 러시아 침공과 맞물려 개봉 시기를 놓치기도 했고 중간에 배급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아 국내 개봉은 지난 8월에야 이뤄졌고 현재는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2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그 먼 ‘바위섬’에서 위안을!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기장 비벌리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차지연(왼족)과 신영숙(사진제공=쇼노트)총 인구수가 채 1만명도 안되는, 주민 1000명당 시장이 존재하는 북미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Newfoundland)의 갠더(Gander)에 38대의 비행기가 몰려든다. 보통 날은 대여섯 편의 항공기가 도착하는, 폐쇄를 논할 정도의 공항은 갑자기 날아든 비행기들이 ‘정어리처럼’ 늘어서는 통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마을 뿐 아니라 비행기 내부의 승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저마다의 출발지를 떠나 각양각색의 이유로 목적지로 가던 비행기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 ‘바위섬’(The Rock) 갠더에 불시착했다. 그 이유를 말해주는 이는 없고 길게는 28시간을 폐쇄된 비행기 속에 고립됐던 7000여명의 사람들이 갠더의 주민들을 만나 함께 보낸 5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11월 28~2024년 2월 18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한국 초연된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로맨스 그레이를 담당할 닉 역의 남경주와 이정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앤 최정원과 최현주(사진제공=쇼노트)‘컴 프롬 어웨이’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 갠더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뮤지컬이다. 2011년 9.11 10주년을 맞아 아이린 산코프(Irene Sankoff)와 데이비드 헤인(David Hein)이 갠더 현지인과 그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쓰고 작사·작곡해 넘버를 꾸렸다. 2012년 워크숍을 거쳐 2015년 초연된 후 시애틀, 워싱턴 DC, 토론토 등에서 공연되다 2017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북미 동북쪽 끝의 섬에는 순식간의 세상 모든 문화, 종교, 언어, 사연 등이 모여들어 북적거린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엄마이자 편견 속에서도 미국 최초의 여성 기장이 된 비벌리 베스(신영숙·차지연, 이하 가다나 순), 테러 이후 실종된 소방관 아들의 소식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한나(김아영·이현진), 출장이 너무 많아 결혼도 할 수 없었던 워커홀릭 닉(남경주·이정열)과 테러 당시 비행기를 타고 있던 아들 걱정에 애 태우는 다이앤(최정원·최현주), LA에서 이름이 같은 동성연인과 휴가를 가던 중이던 두 케빈(주민진·지현준과 김찬종·현석준), 모든 것을 경계하며 긴장하며 살았던 밥(김승용·신창주), 중동 출신의 최고급 호텔 셰프 알리(김찬종·현석준) 등.영문도 모른 채 갠더에 떨어진 이들은 그곳의 시장 클로드(고창석·서현철),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으로 이방인들을 돕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뷸라(장예원·정영주), 갠더 학교의 교사 아네트(신영숙·차지연), 마침 시위 중이던 버스 운전자 노조위원장 가르스(주민진·지현준), 비행기 수하물 칸의 동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갠더 동물학대방지협회장 보니(김지혜·정영아), 그의 남편이자 항공관제사 더그(남경주·이정열), 갠더 경찰서의 경찰 오즈(심재현·이정수) 그리고 지역방송국의 신입 리포터 재니스(나하나·홍서영) 등을 만난다. 순식간에 전세계의 모든 언어, 문화, 사연, 종교 등이 모여들어 누구든 출입가능한 하키장 냉장고가 생긴 갠더에서는 삶 중 가장 끔찍했던 순간들을 희망과 연대의 시간으로 바꾼 이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평생을 함께 할 노년의 사랑이 싹 트는가 하면 5년을 함께 했지만 결국 이별을 택하는 연인도 있다. 아들이 소방관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안정시키며 연대하는 두 엄마가 있고 그 난리통 속에서 잊혀질 뻔한 동물들을 돌보는 여자와 그를 돕는 남편이 있다.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한 갠더의 시장 클로드 역의 고창석(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서현철, 실종된 소방관 아들을 걱정하는 한나 김아영과 이현진, 재향 군인회 갠더 지부장 뷸라 역의 정영주와 장예원(사진제공=쇼노트)경계와 두려움으로 시작해 갠더 특유의 환영인사인 럼주 스크리치(Screech) 원샷, 대구와의 뽀뽀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유쾌하고 따스하게 펼쳐진다. 한때 대륙들이 충동했던 갠더에서 서로 부딪히고 이해하고 보듬는 이들의 연대기에는 편견의 시선을 견뎌야한다는 두려움을 지녔던 여성 기장, 게이 커플, 테러 후 경계대상이 돼 모든 승객들 앞에서 알몸 수색을 당해야 했던 이슬람 사람 등도 있다. 남경주, 이정열,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차지연, 신영숙, 주민진, 지현준, 나하나, 홍서영, 김찬종, 현석준 등 1세대 베테랑 배우부터 최근 급부상 중인 신진 배우들까지 한국 뮤지컬 역사를 한데 모아둔 듯한 출연진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양한 캐릭터들 쉴 새 없이 오간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의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각 배우가 가진 특색이 이번 캐릭터에도 잘 묻어난다”며 “같은 역을 맡은 신영숙·차지연 배우의 경우 비행기 기장 비벌리 뿐 아니라 그와는 상반되는 갠더의 선생님 아네트 등을 겸하고 있어 그간의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에서 같은 이름의 동성연인과 휴가를 떠나온 케빈T 역의 지현준(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케빈J 현석준, 갠더 지역방송국의 신임리포터 나하나와 홍서영, 케빈J 역의 김찬종과 케빈T 주민진(사진제공=쇼노트)다양한 사람들, 문화, 종교 등을 존중하며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아름다운 켈틱 음악,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 사라진 것과 얻은 것들에 대한 숙고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갠더를, 9.11의 참극을 기억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힘을 전한다. ‘쇼맨’ ‘레드북’ ‘하데스타운’ 등의 박소영 연출, ‘이프덴’ ‘베르테르’ ‘명동로망스’ 등의 구소영 음악감독이 함께 하는 한국 프로덕션은 논레플리카로 원작과는 달리 1, 2막으로 나뉘는가 하면 무대 위 턴테이블, 의자 몇개를 활용하던 오리지널과는 “무대부터 다르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켈틱 음악으로 유명한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곡으로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케이트 윈슬렛(Kate Elizabeth Winslet)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Titanic) OST ‘마이 허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의 아주 짧지만 유쾌한 두번의 등장은 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7년만에 무대로! 이루마 “봄을 닮은 겨울처럼 자신만의 계절을 만나시기를!”

내년 1월 7년만에 서울에서 콘서트 ‘봄을 닮을 겨울’을 여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사진=허미선 기자)“누구나 그렇지 않으신가요. 가을이 오고 바람이 불거나 겨울이 되면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저에게 계절은 기억이고 추억입니다. 그렇게 공연은 저에게 ‘기억 여행’이죠. 제 음악 자체는 미완성이에요. 제 음악이 듣는 분들의 이야기를 만났을 때야 완성되거든요. 관객분들의 기억들을 제 음악에 한번 담아보시기를,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봄을 닮은 겨울’같은 자신만의 계절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는 2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유진온뮤직 이온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만의 콘서트 ‘봄을 닮은 겨울’(2024년 1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대해 “나만의 계절”을 강조했다.서울 콘서트와 더불어 호주 브리즈번(11월 26일)·멜버른(12월 1일)·시드니(12월 3일), 뉴질랜드 오클랜드(12월 5일),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2024년 1월 20일), 홍콩(1월 25일), 대만 타이페이(1월 28일), 일본 도쿄(4월 23일),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독일 쾰른(10월 예정) 등으로 월드투어에 나선다. 내년 1월 7년만에 서울에서 콘서트 ‘봄을 닮을 겨울’을 여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사진=허미선 기자)“지금도 도시가 계속 추가 되고 있다”는 그는 오래만에 무대에 서는 데 대해 “부담도 되고 설렌다”고 털어놓았다.“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해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받아야 그 어느 곳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쓰고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랜만에 하는 공연인 만큼 되게 부담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그렇습니다.”기자간담회에서 5월 발표한 새 앨범 ‘논 엘라 피네’(Non e la Fine, 끝이 아닌 끝) 수록곡 중 하나인 ‘하얀 봄’(La Bianca Primavera)을 연주하기도 한 그는 “우리만의 봄날을 뜻하기도 하고 겨울 눈발이 날리는 모습이 벚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그 느낌을 상상하면서 만든 곡”이라고 설명했다.이번 공연에서는 ‘하얀 봄’과 새 앨범 동명 수록곡 ‘논 엘라 피네’ 등을 첼로와의 협주로, 히트곡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 ‘리버 플로스 인 유’(River Flows in You) 등을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로 선보인다.“저는 단 한번도 제가 연주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제가 쓴 곡을 표현을 하기 위한 수단이 피아노였어요. 그렇게 쓴 곡을 누군가한테 부탁하기 보다는 제가 썼으니 제가 더 잘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죠. 그냥 작곡가로서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뿐입니다.”그렇게 이루마는 작곡과 연주 활동을 비롯해 조수미와의 ‘쿠오레 인디고’(Cuore Indigo)를 비롯해 백지영의 ‘싫다’, 샤이니의 ‘너와 나의 거리’, 에일리 ‘하이어’(Higher), 슈퍼주니어 규현의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김호중 ‘약속’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의 배경음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드라마 뒤에서 희생되는 게 아니라 내 삶의 배경이 될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되고 싶다는 의미예요. 어디서든 제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든 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삶의 배경이 되는, 저마다의 기억과 순간들을 간직하는 그런 음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내년 1월 7년만에 서울에서 콘서트 ‘봄을 닮을 겨울’을 여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는 “제 음악은 틀리고 맞고가 없다. 그냥 멜로디만 아시고 연주하셔도 굉장히 좋은 연주가 될 수 있다”며 “본인을 위해서 연주하셔도 좋고 누군가를 위해서 연주하셔도 좋다. 특정하게 잘 치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냥 편안하게 즐기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레코드숍에 제 앨범들이 쫙 진열된 모습을 혼자서 상상하면서 곡을 썼어요. 클래식한 요소를 넣든 대중적으로 쓰든 늘 고민하는 건 제 딸입니다. 제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제 딸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그런 음악을 쓰고 싶어요. 저는 사실 목표를 세우는 편이 아니에요. ‘리버 플로스 인 유’라는 제목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지금도 많이 들어주시고 좋아해주시지만 그저 저는 모르더라도 제 음악은 아는,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되는 되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1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처럼, 음악 사파리로 모험 떠나는 얍 판 츠베덴과 서울시향, 보다 대중적이고 다채롭게!

서울시립교향악단의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의 동행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에요. 마치 사랑을 시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음악적 사파리로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2024년 1월 1일부터 5년 임기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함께 할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은 20일 한국 입국과 동시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저는 그 동안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신 뮤지션들과 오래 작업을 해왔는데요. 이렇게 한국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과 함깨 작업을 하게 돼 기쁘고 앞으로 5년 간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황제’를 협연할 피이나스트 임윤찬ⓒLisa-Marie Mazzucco(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파란을 일으킨 임윤찬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 말러 ‘교향곡 5번-거인’, 바그너의 ‘발퀴레’ 1막,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레닌그라드’, 손열음과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4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영웅’….마에스트로 얍 판 츠베덴을 음악감독으로 맞는 서울시향의 행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작정한 듯한 프로그래밍”이라는 한 클래식 관계자의 평처럼 지극히 대중적이며 다채롭다.서울시향의 손은경 대표이사는 “2024년이 츠베덴 음악감독님의 취임 첫해이니 클래식 주요 레퍼토리들을 한번 경험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메인 교향곡과 협주곡들로 구성했다”며 “저희 출연진들이 잘 알려진 분들이신데 내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다채롭게 꾸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손 대표의 설명처럼 임윤찬,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 등 한국의 스타 연주자들 뿐 아니라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Vasily Petrenko),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Jukka Pekka Saraste),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부터 동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 필하모닉를 지휘할 김은선 등이 서울시향과 함께 한다. 더불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레이 첸(Ray Chen, 陳銳),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Stephen Hough) 등도 새로운 여정의 동반자들이다.츠베덴 감독은 “임윤찬은 이미 대스타로 현재보다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스타를 우리가 당연히 인정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취임 연주회에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취임연주회에서 연주할 말러의 ‘교향곡 1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이라며 “뉴욕 필하모닉 등과의 첫 무대를 함께 했던 곡”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손은경 대표이사(왼쪽)와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이 교향곡이 저와 함께 성장했고 저 역시 이 교향곡으로 성장했죠. ‘교향곡 1번’은 말러의 수많은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에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역사, 감정 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발표한 모든 교향곡들의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죠. 말러가 어떤 사람인지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교향곡이기도 해요.”이를 시작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레코딩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는 서울시향의 이후 행보에 대해 츠베덴 감독은 “이후 연주할 것이 바그너의 ‘발퀴레’ 1막이다. 이 곡을 전혀 다른 작품인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과 함께 연주한다”고 덧붙였다.“아주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카멜레온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그너를 연주했다가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하다가 말러나 현대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고 마음껏 핸들링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4년 시즌 프로그램들은 그런 목표를 담고 있죠.”서울시립교향악단의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 음악감독이자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etherlands Radio Philharmonic) 명예수석 지휘자, 네덜란드 라디오 챔버 필하모닉(Netherlands Radio Chamber Philharmonic) 명예 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향후 서울시향과의 5년 계획을 ‘콜라보레이션’ ‘해외진출’ ‘신진 음악가 발굴’ ‘레코딩’ 네 가지로 요약했다.“서울은 단순한 음악 도시일 뿐 아니라 예술의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오페라단, 젊은 지휘자, 다양한 음악학교, 재능있는 음악가들 등 서울에 있는 모든 예술단체 및 예술가들과 작업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여러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더욱 강화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츠베덴 감독의 전언처럼 “국제적인 사운드와 명성을 가진 악단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순회 연주를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향은 내년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은 유럽 투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것의 저희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음악가들 뿐 아니라 신진 지휘자들 양성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신진 지휘자들에게 더욱 훌륭한 음악 DNA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재능있는 한국 지휘자들과 서울시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제 몫이자 의무라고 생각합니다.”이에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은 “한국의 여러 음악원, 음악가학교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동시에 오디션을 진행한다.” 츠베덴 감독은 “오디션으로 선발된 지휘자들은 저와 서울시향의 리허설에 참여하고 직접 지휘할 기회도 주는 방식을 생각 중”이라며 “2024년은 제 첫 임기이고 이미 함께 할 다양한 지휘자들, 솔로이스트들이 정해져 있어서 당장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2025년부터는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리곤 “네 번째 목표는 레코딩”이라며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 녹음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매 시즌 다양한 오페라 하우스와 협업해 오페라 연주를 하고 싶다. 오케스트라에게 오페라 연주는 보다 많은 유연성을 가져다 줄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한국 작곡가들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신진 작곡가들을 위촉할 계획”을 귀띔하기도 했다.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손은경 대표이사(왼쪽)와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 작곡가를 만나 작곡을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도, 전문 작곡가도 아니라며 조금 주저하셨지만 긍정적인 의견을 주셨습니다. 지난해 저는 뉴욕 필에서 19건의 세계 초연 연주를 했습니다. 이처럼 보다 많은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2025년부터는 좀더 본격적으로 위촉한 곡들을 관객들께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gebouw Orchestra), 베를린 필하모니(Berliner Philharmoniker), 빈 필하모니(Wiener Philharmoniker) 등 최근 한국에 전세계의 훌륭한 오케스트라들이 방문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훌륭하고 많은 영감을 주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서울시향 역시 전세계의 그 어떤 오케스트라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함께 작업하면서 서울시향이 충분히 입증해줬고 이제는 세계시장에 그 퀄리티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를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그 퀄리티는 아주 가끔이 아니라 모든 연주에서 최상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우리가 함께 걸어야할 여정이고 우리가 원하는 훌륭한 퀄리티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훈련 함께 즐겁게 음악할 마음가짐이 필요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1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서른 셋 '인간 박보영'을 키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극 중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다은이 성장하는 모습은 환자들을 치유하는 모습과 호응을 이루며 이야기에 더욱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병원에서 유일하게 커튼이 없어 가장 먼저 해가 드는 곳. 바로 정신병동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동명 웹툰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3년차 간호사인 다은(박보영)은 남다른 공감능력으로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차출(?)된다. 환자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그만큼 업무가 밀리면서 동료 간호사들의 미움을 받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 뾰족한 필기구도, 목에 거는 줄로 된 명찰도 금지인 이 곳에 온 첫날 그는 금수저 태생의 발레리나 리나(정운선)의 오줌을 뒤집어 쓰고 뺨까지 맞는다. 누가 봐도 멀쩡한 외모와 판단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조울증이 있는 리나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출증이 도진다.동명 웹툰이 원작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으로 섬세한 연출을 보여준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을 통해 폭넓은 공감대를 쌓아온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게임에 빠진 공시생 서완(노재완)은 자신을 마법사로 믿는 환자다. 다은이가 피해망상으로 입원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도둑으로 몰리자 “사냥으로 또 모으면 된다. 악한 마법사의 속박에서 어서 벗어나시라”며 3000만 골드를 도서관카드에 매직으로 써서 건낸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사회구성원으로 살아왔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에서 박보영의 신들린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입원한 사람을 돌보는 입장에서 뒤바뀐 처지를 겪으며 시청자들에게 “괜찮아. 누구나 아플 수 있어”라는 위로를 전하는 것.“시리즈가 공개되고 나서 엄청 많이 울었어요. 사실 시작할 때는 큰 사랑은 받지 못해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작품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되려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5화에 나온 워킹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요. 가장 공감이 안 되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모두에게 해 주는 따듯한 말 같아서….”단짝 친구이자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치킨 배달을 하는 송유찬(장동윤)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같은 병원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은 수시로 손가락 관절을 꺾어 소리를 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정신과의 도움을 받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상사의 극단적인 가스라이팅에 입원하게 된 김성식(조달환)의 이야기에서는 회사가기 싫은 현대인들의 일상을 건드리고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심신이 욱죄는 고통을 겪는 공황장애는 다은의 평범한 지인들을 통해 흔한 병이자 치료될 수 있는 대상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렇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주변인들에게 치질과 더불어 대놓고 드러낼 수 없었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부순다.정식적인 실습은 아니지만 서울 성모병원에서 참관한 것도 박보영에게 연기적 영감을 순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 나는 대로 가서 낮 근무와 밤 근무시 간호사들의 평소 모습과 입퇴원 수속도 지켜봤다.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생생함이 담겨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그는 “일반병동과는 많이 다르다. 담당 환자도 많거니와 정말 세세한 것까지 모두 기록하고 공유하더라”면서 입원 환자들 간의 친밀도와 목욕 시간까지 체크하는 간호사들의 노고에 혀를 내둘렀다. 실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절친의 응원도 박보영을 춤추게 했다. “친구가 ‘우리 병원에서도 네가 되게 간호사처럼 보인다고 칭찬하고 있다’고 보내줬다. 내심 되게 뿌듯했다”며 응원과 공감의 반응이 유독 많았던 작품임을 강조했다. 12개의 에피소드에는 단지 환자들의 사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기싸움와 연대, 그 곳에서 꽃피는 사랑과 보호자들의 다양한 모습 등이 녹아있다. 극 중 정신과의 지주이자 수 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은 극 초반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다. 분명한 건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다는 것.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나? 곧 아침도 온다”는 말로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7개월간 간호사 다은으로 살았던 데 대해 박보영은 “서른 세살의 나를 잘 키울 수 있었다. 따뜻한 친구로 살아서 ‘인간 박보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극 중 칭찬일기를 쓰는 상황을 직접 해봤는데 자존감이 올라가는 걸 느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박보영과 병원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데뷔 초반 배고프고 서러운 시절이었다. 적은 돈으로 기부를 하다 봉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고  초보가 잘 배치되지 않는 소아중환자 병동으로 보내졌다. 그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되려 그때 ‘돈 많이 벌어야겠다. 기부하려면’이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내가 연예인인 줄도 모르시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필요한 위로를 따뜻하게 전달한다.(사진제공=넷플릭스)올 여름 텐트폴 영화로 개봉한 ‘콘트리트 유토피아’에서도 주체적인 간호사 역할을 통해 재난을 극복하는 강인함을 선보였던 박보영은 “그렇게 착하지 않은 성격이다. 천사 아니라고 꼭 써달라” 웃으면서 “긍정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로 인한 편견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대중의 기대에 맞추려니 몸도 마음도 아팠다. 타인보다 본인을 먼저 생각하며 마음의 병을 극복해가는 다은이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선배들이 ‘작품을 내놓으면 그 작품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부딪히고 깨져봐야 제가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수 있는데 올해는 그런 도전을 해본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20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중첩 그러나 한없이 투명한! 남여주 작가 “뭔가 그리운 그리고 나를 투영한!”

남여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여태껏 그 정도로 못해왔으니 두배로 할게요. 아흔이 훌쩍 넘으신 황용엽 선생님께서 ‘하루에 8시간은 꼭 직장인처럼 그림을 그려라’고 하셔서 그렇게 말씀드렸어요.”실제로 아침 일찍 작업실로 향해 매일을 트레이닝복, 슬리퍼, 물감이 덕지덕지한 앞치마 차림에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그림을 그리는 데 10시간 이상을 집중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외풍이 유독 심한 작업실 덕에 털양말 두겹에 장화를 신고 지내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아까워 그 차림 그대로 온 동네를 누빈다. 남여주 작가 초대전 ‘투영’ 포스터(사진제공=구구갤러리)곧 열릴 초대전 ‘투영’(投影, 11월 25~12월 6일 구구갤러리)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남여주 작가는 “다들 노숙자인 줄 안다”며 명랑하게도 웃는다. “한번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던 편의점 사장님이 제 개인전엘 오신 거예요. 저를 보고는 너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이 작업실에서만 20년이 넘었어요. 10분 거리에 있는 시장, 편의점, 빵집, 관공서 등 어디든 이러고 다니니 동네사람들이 노숙자인 줄 아셨더라고요.”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투영하고 반사하는가 하면 포용하고 묵상하게 하는 물을 소재로 하는 작가다. 물과 달항아리, 꽃과 자연 등을 주요 소재로 한 그의 최근작인 ‘Reflective’ 연작은 다양한 ‘중첩’으로 묵직하지만 한없는 ‘투명함’을 표현한다. “물은 이질적이고 안맞는 것들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걸 (캔버스 위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풀어내고 해체시켜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어보자 싶었죠.”특히 어둠 속에서 전혀 다른 빛을 내고 모양새를 띠는 그의 작품 속 달 항아리를 비롯한 그릇은 모두가 그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 마땅한 다양성의 투영과도 같다. “저를 투영하는 느낌의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릇이 큰 것도, 넓은 것도 있지만 사실은 작은 종지도 제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일이나 물, 자연에 동화돼 내가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아보자 해서 다양한 그릇을 그려 넣기 시작했죠. 늘 스스로 반성하면서 살고 있는 저의 투영이랄까요.”남여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릇을 따로 그리고 물의 느낌을 살리면서 정물처럼 그리다가 최근 2년여는 그릇 안에 담은 이미지를 많이 그렸다”며 “올해부터는 그릇의 선명도를 줄이고 안개 낀 새벽 느낌의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에어스프레이로 이미지를 흐리게, 보일 듯 말 듯 아련한 느낌을 살려 작업하고 있어요. 한 가지를 꾸준히 파는 것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또 한동안 흐르다가 변화하고…어떤 틀이 없는 것 같아요. 저에겐. 그 변화 중에서도 변함없는 ‘물선’이에요. 저만의 드로잉 선을 넣는 게 너무 재밌어요. 전반적으로 들어가는 자유로운 그 선들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있죠.” 남여주 작가의 ‘Reflective’ 연작(사진=본인 제공)아크릴물감, 에어스프레이, 레진(Resin), 비즈(Beads) 등을 활용한 그만의 작법은 유연하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며 만물을 포용하는 물을 닮았다.그 물은 고요하지만 열정을 내포한, 곧 뿜어낼 에너지를 품은 듯 빛나는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연상시키며 그 자신의 투영이기도 하다. “제 고향이 마산이에요. 저희 집은 바닷가도 아니었고 자라면서 어시장을 가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도 바람이 불면 바다내음이 났어요. 자연스레 고향의 바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고…그래선지 물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립고 가고픈 바다를 떠올리는 것 같아요.”마산 문신미술관 아래, 딸만 다섯인 약국집 맏이로 태어난 그는 부모에게는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모범생 딸이었다. 동생들에겐 서울에서의 대학입시 내내 도시락을 챙겨주고 뒷바라지해준 든든하고도 고마운 존재였다.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순종적이던 맏딸은 당연히 약대에 입학해 약국을 이어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였다. 거리의 부랑자들에 눈물 흘리기 일쑤에 누군가 아프면 약국의 약을 몰래 가져다 먹이는, 스스로의 표현을 빌자면 “뭐든 과하게 공감하는” 그는 어린시절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왔다. 초등학교 때는 종이인형과 인형 옷을 그려달라는 친구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미술교사의 권유로 미술관, 신문사 등에서 주최하는 그림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곤 했다. “다행히 수학과 과학을 완전 좋아해서 약대 아니면 수학과를 갈 생각”이었던 그가 부모를 거스른 건 딱 한번, 미대 진학이었다.남여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당연히 약대에 가야한다고 저도, 부모님도 믿었죠. 하지만 미술이 너무 좋았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한테 말했어요. 1년만 미술 학원에 보내달라고. 그렇게 아버지 몰래 학원엘 갔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실 입시 미술이라는 게 비례거든요. 7, 8년 공부한 애들도 너무 힘들어 하는데 수학, 과학 등을 좋아했고 이과 입시를 준비했던 저로서는 분할과 비례가 너무 쉬웠어요.”당시만 해도 우열반으로 나뉘던 학교에서 당연하게도 ‘우’반에 속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그는 반 친구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미대에 입학했다. ‘중첩’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수학과 과학 원리를 활용한 그만의 재료 배합으로 가능해진, 어쩌면 그 스스로가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남여주 작가의 ‘Reflective’ 연작(사진=본인 제공)“제 경쟁력은 성실함이에요. 맏딸로서의 책임감, 가정을 지키려는 안간힘, 건강 등 개인적인 문제로 절망하는 순간들이 한꺼번에 몰아치기도 하고 잊을만 하면 닥치기도 하곤 했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위험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죠. 그렇게 한없이 가라앉다 엄지발가락이 물 바닥에 닿는 순간 올라갈 힘이 생기더라고요.”그럴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갈 힘이 돼준 것이 그림이었다. “그림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게 제일 잘한 선택”이라는 그는 “늘 ‘그림이 아니면 못산다’는 생각으로 정말 더 많은 시간을 절실하게 작업하는 데 매달리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남여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11월 구구갤러리 초대전을 비롯해 내년 3월 연남동 제이십사 갤러리 전시 그리고 내년 두바이 엑스포 참가 등을 제안 받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미술계에서는 흔치 않게 액자까지 직접 칠하는 작가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그는 그림 외에는 실수투성이의, 자타공인 ‘허당’이다. 작업실 역시 멋들어진 전시공간, 세련된 인테리어 등 보다는 우직하고 성실하게 걸어온 그의 행보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린 작품들과 자료들이 투박하게 꽉 들어차 있다.    “전 다른 건 몰라요. 그저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아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작업할 뿐이죠. 그렇게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적지 않은 분들이, 해외에서도 찾아주시니 더는 바랄 게 없어요.”이어 “그릴 수만 있다면 캔버스랑 물감만 있어도 즐거울 것 같다”며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고 소장하고 계신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책임감 또한 커진다”고 말을 보탰다.  “그분들을 위해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릴 거예요. 나중에 제 작품이 종잇조각으로 전락하지 않게끔. 남편과 딸,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했어요. 여태까지 20여년을 최선을 다해 가정에 보탬이 되고 결혼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살았으니 앞으로 20년은 나를 위해 살 거라고. 매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림을 생각하면서, 하루 서너 시간 자고 10시간 넘게씩 작업하면서. 그렇게 살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20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바람’의 ‘잔혹한 힘’으로 뛰고 즐기고 춤추고!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의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 멜리나 소아네(사진=허미선 기자)“한국 관객들은 허물없이 다가와주고 기쁨을 많이 표현해줘요. 무대 앞까지 오셔서 같이 춤추고 같이 기쁘게 활기찬 에너지를 표출해주시죠.”10년 전부터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2023 Fuerza Bruta Wayra in Seoul, 2024년 2월 15일까지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을 함께 해온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Bruno Lopez Aragon)과 멜리나 소아네(Melina Seoane)는 17일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한목소리로 한국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제공=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 ‘웨이라’는 중남미 원주민의 말로 ‘신의 바람’을 의미한다.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이 나간다, 바람이 노래를 부른다” 외치며 시작하는 ‘푸에르자 부르타’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부지에 FB씨어터를 꾸리고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푸에르자 부르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개·폐막식, ‘델라구아다’(Del La Guarda) 등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디키 제임스(Diqui James)와 작곡가·음악감독 게비 커펠(Gaby Kerpel)이 의기투합해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선을 보인 광란의 퍼포먼스다. 초연 후 36개국, 63개 도시에서 6300여회 공연되며 650만 관객을 만난 쇼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시달리고 있을 스트레스를 모티프로 관객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제공=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지난해 첫 선을 보인 크레인 신 ‘라 그루아’(La Grua)를 비롯해 관객들과 함께 춤추는 무르가(Murga), 러닝머신을 내달리며 장애물을 넘는 ‘꼬레도르’(Corredor), 넘실거리는 은빛 벽을 나를 듯 뛰어다니는 ‘꼬레도라스’(Corredoras) 등 10개 장면에 일상 속 희로애락, 절망 끝에서 만나는 환희의 순간 등을 표현하는 ‘아트 퍼포먼스’다.어셔는 2012년 앨범 ‘루킹 포 마이셀프’(Looking 4 Myself) 발매와 더불어 ‘푸에르자 부르타’ 무대에 직접 올라 ‘스크림’(Scream) 뮤직비디오에 활용했고 배우 애쉬튼 커처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미쳤다”(It’s Bananas)고 외칠 정도로 열광한 바 있다.어셔와 애쉬튼 커처를 비롯해 비욘세, 카니에 웨스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돈나, 주드 로, 저스틴 비버, 제이지, 제시카 알바, H.O.T. 출신의 장우혁, 최여진, 슈퍼주니어 은혁, 발레리나 윤혜진 등 전세계 스타들이 열광하는가 하면 직접 참여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의 세바스찬 구티에즈 무대감독(왼쪽부터), 브루노 로페즈 아라곤, 멜리나 소아네(사진=허미선 기자)올해 ‘2023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에는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셔누·민혁·기현·형원·주현·아이엠)의 셔누와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시즌 2 우승팀 베베(BEBE, 바다·러셔·태터·키마·민아·채채·소원)의 리더 바다(본명 이바다)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쇼 관람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세바스찬 구티에즈(Sebastian Gutierrez) 무대감독은 “준비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준비는 필요 없어요. 본인이 원하는대로,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게 그냥 공연을 보러 오시면 됩니다. 공연을 진행하면서 분명히 다 같이 함께 즐기게 될 거거든요. 더불어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죠. 그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저희 공연을 보러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9 12:23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벤허’ 메셀라 박민성 “엉덩이에 쥐 난 초연의 첫공처럼, 매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지금까지의 공연들이 다 그랬지만 한회 한회 좀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에요. 지금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고 초연부터 해오다 보니 애착도 남다른 작품이죠. 아픈 손가락이랄까요. 그래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임해왔던 것 같아요.”2017년 초연부터 세 시즌 동안 빠짐없이 뮤지컬 ‘벤허’(Ben-Hur,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의 메셀라(박민성·서경수·이지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무대에 올랐던 박민성은 이렇게 밝혔다.“초연 때 (초연부터 벤허를 연기한 박)은태 형이랑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엄청 힘들었어요. 검술신을 좀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연습 시간 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준비하곤 했죠. 세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대사들이 좀 수정되고 속도감을 높이면서 나름 힘들게 준비했어요.”◇인정욕구에 사로잡힌 메셀라, 친구 벤허와의 엇갈림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인간이라면 누구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굳이 최고 권력자가 아니어도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고…이번 메셀라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뮤지컬 ‘벤허’는 루이스 월리스(Lewis Wallace)가 1880년에 발표한 소설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Ben-Hur: A Tale of the Christ)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명문가 자제이자 대부호 유다 벤허(박은태·규현·신성록)의 삶을 다룬 대서시다. 메셀라는 그런 벤허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로마인 친구이자 고난과 역경의 원인제공자로 벤허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다. “거둬준 가문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로마 장교로서 인정받고 성공한 삶을 친구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어쨌든 로마는 지배민족이잖아요. 그런데도 가정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대인 집안의 도움을 받았죠. 로마인으로서는 자존심이 엄청 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어 박민성은 “가사에는 빵 반쪽 얘기가 나오지만 똑같은 걸 해줘도 서운함 등이 계속 쌓이지 않았나 싶다”며 “거둬준 데 대한 감사함도 있지만 ‘우리 민족이 더 우월한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어야 되지’라는, 그 내면의 억울함이 컸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그래서 자라는 내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일부러 벤허에게 누명을 씌우고 집안을 몰락시키려고 했다기 보다는 벤허의 여동생이 옥상에 올라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죠. 원래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 제가 수행해야하는 직속 상관이 머리를 다쳤으니 어쩌겠어요.”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더불어 “어디에서도 표현되지 않고 접점도 없지만 어려서부터 메셀라가 에스더(윤공주·이지혜·최지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에스더가 벤허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서운함, 억울함 등과 함께 쌓이고 쌓여 ‘배신’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을 보탰다.“나는 죄가 없다,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생각해요. 벤허의 엄마와 여동생도 그 자리에서 죽인 게 아니라 감옥에 가뒀지만 살려주죠. 그들이 한센병이 걸렸을 때도 사실은 죽여야 하지만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려주잖아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죽는다는 마음으로 부르는 ‘나 메셀라’“은태 형과는 초연부터 함께 하다보니 검술 신도 그렇고 호흡이 최적화돼 있는 것 같아요. 규현이는 동생이다 보니 저도 톤이 좀 바뀌는 것 같고 (신)성록이랑은 실제로도 동갑이어서 진짜 친구같아요.”수정 과정에서 벤허를 위기에 빠뜨리고 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메셀라의 서사와 감정 등이 축약되면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수없이 고민했다는 박민성은 “벤허와의 관계성이 덜 보이다 보니 에너지를 좀 더 극대화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그러다 보니 메셀라 넘버인 ‘나 메셀라’의 마지막을 사점(死點)을 넘겨서까지 한 호흡으로 길게 부르게 되더라고요. ‘나 메셀라’에 사점이 두 번 정도 있어요. 재연 때까지도 (왕용범) 연출님께서 음이탈을 걱정하시면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셔서 커튼콜에서만 했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이거 실패 하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본극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있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도전을 했던 것 같아요.”이어 박민성은 “저는 (벤허와 전차 경주 후 자살 직전 부르는) ‘나 메셀라’ 리프라이즈가 그렇게 슬프다”며 “진짜 화려하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망토를 찾는다”고 덧붙였다.“그 망토는 저(메셀라)에게 상징 같은 거예요. 집정관으로서 임명돼 그 망토가 어깨에 얹혀졌을 때는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진정한 로마의 영웅으로서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라졌으니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극단적 선택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 거죠. 지금을 살다 보니 굳이 자살까지 해야 했나, 뭘 그렇게 아등바등 이기려고 하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어요. 메셀라에게는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 말고는 지킬 게 없으니까요.”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EMK뮤지컬)그리곤 “메셀라가 빌라도(김대종)가 아니라 퀸터스(이정열·홍경수) 장군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며 “그랬다면 지금의 ‘벤허’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렸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연출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뮤지컬 ‘메셀라’를 한번 해볼까 봐. 주인공이 굳이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정성 있게 보였고 멋있는 악역을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최고의 찬사죠. 사실.”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의 박민성(사진제공=마틴엔터테인먼트)◇무대를 나의 삶처럼 ‘나 박민성’“제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도전을 할지, 지금까지의 행보를 이어갈지를 고민해야하는 때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의 활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싶고…전체적으로 갈 길에 대한 방향을 고민 중이죠.”차기작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12월 5~2024년 2월 25일 대학로 TOM 1관)로 메셀라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일 준비에 한창인 박민성은 “도전과 안전한 길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사실 제가 다시 메셀라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재연 때까지만 해도 메셀라가 내 거라는 생각을 별로 안했어요. 연출님이 하시는 작품이니 하겠지 했다가 삼연에서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 끝에 하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요.”박민성은 “다음 시즌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매회 ‘나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해냈다”며 “그냥 공연하고 무대를 내려온다가 아니라 메셀라의 삶을 살다가 죽어서 내려온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털어놓았다.“초연 첫 공연에서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오른쪽 엉덩이에 쥐가 났어요. 이번 3연의 첫 공연에서도 그랬죠. 어떻게든 메셀라의 심정을 전하고 싶어서 에너지를 너무 끌어올렸나봐요. ‘벤허’ 뿐 아니라 어떤 공연이든 제가 생각하는대로 잘 나오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제 스스로에게 많이 박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고 ‘더 해야지!’라고 다그치는 편인데 이번 ‘벤허’는 정말 거의 없는, ‘너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순간들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8 13:18 허미선 기자

[비바100]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권력자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권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다는 ‘권력의 수평적 본질’을 탐색한 책이다. 스탠퍼드대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우리 모두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진심으로 보살피는 방법으로도 지위를 높일 수 있다”며 “권력을 잘 사용하는 것이란 그런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권력을 연기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됨을 믿는다”고 말한다. 권력이 주는 힘과 달콤함의 유혹을 이겨내고, 권력을 두고 우리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수평적 권력|데버라 그룬펠드|센시오◇ “우리는 모두 권력을 갖고 있다”우리는 권력이 클수록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누릴 수 있고, 죽은 후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고 여긴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을 추구한다. 하지만 막상 권력을 갖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모르기에, 권력만 잡으면 모두가 악당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저자는 “권력은 지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위가 없어도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권한이 없어도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은 영향력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영향력은 권력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로 권력은 사회통제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권력을 잘 쓰려면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권력은 개인의 특성이나 소유물이 아니며,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와 명성, 카리스마, 자신감 등 권력과 동일시되는 개인의 특성들은 사실은 권력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권력은 영원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특정 상황에 누가 더 큰 가치를 더하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유일무이한 지식이나 기술에 더 큰 권력이 따라온다고 강조한다.저자는 권력이 사회계약의 일부이며 ‘감정’이 아니라고 힘 주어 말했다. 권력을 차지한다고 저절로 존경이 따라오거나 사회적 지배력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권력을 과시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그 권력은 보잘 것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그는 특히 권력은 ‘지배’가 아니라 ‘관계’라고 역설한다. 권력은 협조와 연결, 신뢰가 바탕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권력은 ‘자기 목적을 위해 타인을 통제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능력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그는 “우리 모두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급자라도 자신의 가치만큼 권력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권력은 그것을 휘두르고 과시하고 누가 우월한지 사람들에게 일깨워줄 수 있는 반면에 권력을 억누르고 숨기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일깨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권력을 잘 쓰려면 이런 ‘권력의 두 얼굴’을 편하게 다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패한 권력자의 세 가지 유형저자는 집단의 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권력을 부여받은 사람이 이기적인 목적, 특히 집단 구성원들을 희생하면서 개인의 목적을 이루려 권력을 쓰는 것은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다른 사람들의 문제 해결에 진심으로 헌신하지 않은 채 휘두르는 권력은 온갖 남용과 부패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권력이 부패할 때 생기는 몇 가지 현상도 지적한다. 첫째, 억제에 대한 거부다.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둘째, 타인에 대한 대상화다. 타인을 개인 목표 달성의 도구로 취급하고 착취하는 경향이 높다. 셋째, ‘나에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다. 자신의 요구가 도를 지나쳤음을 인정할 자제력이나 창피함, 미안함이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부패한 권력자를 악당과 과대망상증, 돈 후안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악당은 타인에게 책임을 지우려 권력으로 겁을 주어 지배력을 유지한다. 불필요하게 비판적이거나 가혹하거나 모욕적이며, 인격까지 흠을 잡는다. 과대망상증 유형은 자신이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도움 되지 않는 관계는 쓸모가 없다고 여기고 패배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돈 후안 유형은 권력을 사용하는 이유가 성적인 지배력관 인정을 추구한다. 권력이 성 비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습된 무력감’에서 먼저 벗어나라부패한 권력은 우리를 ‘무력한 피해자’로 느끼게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환심을 되찾는 것뿐이라고 믿게 만든다. 저자는 “악당과 싸우려면 이런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력자의 ‘악한 매력’에서 도망치라고 말한다. 권력 남용자에게서 빠져나와 스스로의 그림을 그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악당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들의 아홉 가지 대처 법도 일러 준다. 먼저, 위험신호를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거절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둘째, 미끼를 물지 말라고 한다. 악당과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자책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책은 곧 상대의 전략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말한다.넷째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명백한 경계와 우선 순위와 결단력을 갖추거나, 적어도 갖춘 듯이 행동하라고 말한다. 다섯째는 공적인 공간에서 멀리 떨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사적인 맥락이나 역할이 불분명한 맥락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여섯째는 경계를 지키라는 주문이다.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일곱 째는 ‘저지하라’이다. 감정에 치우쳐 목소리를 높이거나 야단을 피우기 보다 “방금 한 말이 진심인가요?” 하는 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여덟째로, 이를 악물고 환하게 웃어라. 분위기를 주도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필요하며, 가끔은 허세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공감 드러내기다.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존중’을 보이라는 것이다.◇ 부패한 권력의 방관자가 뒤지 않으려면저자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나서는 자’가 되라고 독려한다. 세를 규합해 ‘공동의 항의’가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집단 행동의 문제를 누구나 남의 책임인 듯 취급하면 문제는 더 악화되고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된다”면서 공동행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단언한다. 다만,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의 협력을 유도하는 신뢰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저자는 또 ‘인식하고, 지적하고, 조용히 저항하라’고 제언한다.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는 사소한 위반 역시 훨씬 나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지적하고, 조용히 저항하라고 말한다. 사정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사소한 불의에도 행동하지 않고 합리화한다면, 학대를 그냥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저자는 ‘나서는 자’가 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무리에 합류하라. 과거 ‘미투’ 운동에서 보았듯이, 권력남용에 대처할 때는 의사소통과 협력이 공동행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유머 구사하기다. 가해자를 농담의 소재로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다. 권력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영향력이 별로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는 뜻을 슬쩍 비추는 것이다.세 번째는 벌칙 구역 만들기다. 문제가 되는 사람을 일시적으로 쫓아내 소외시키는 것이다. 부정적 결과를 경험케 해 반성의 여지를 줌으로써 무라 내 권력 오남용을 단속할 수 있다. 마지막은, 관심 있는 듯 행동하기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을 관객보다 배우로, 구경꾼보다 출연자로 여길 때 권력 남용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가진 권력,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저자는 “한 인간을 판단하는 척도는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지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권력자는 스스로 롤 모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행동에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리 범위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정적 영향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리더십 잠재력을 확인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첫째는 ‘성취지향성’이다. 권력을 의무로 여기는 리더는 지위나 인정, 평판에 대한 자기욕구보다는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달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말한다. 두번째는 ‘헌신 지향성’이다. 카리스마나 호감도 보다는 ‘따뜻한 권력자’가 되어 따뜻함과 유능함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은 ‘집단에 대한 헌신’이다. 개인의 이익이나 기회를 희생하는 습관, 적어도 그런 마음가짐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권력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지닌 리더라는 것이다.저자는 “이런 기준을 고루 갖춘 ‘선한 권력’이 결국 승리한다”면서 “권력을 잘 쓰려면 우리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약점과 강점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두려움에 이끌려 행동할 때 두려워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희망을 품고 행동할 때 우리는 권력을 너그럽게 사용하고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신뢰의 기반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권력의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3-11-18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배트맨, 슈퍼맨, 해리포터, 루니툰, 프렌즈 그리고 신작 ‘웡카’까지!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배트맨과 슈퍼맨, 조커 등 DC코믹스의 히어로들과 그들만큼 사랑받는 빌런들, 전세계를 마법의 세계로 이끌었던 해리포터, 판타지 대서사시 반지의 제왕과 스핀오프, 전세계를 열광시킨 TV시리즈 ‘프렌즈’, 톰과 제리, 루니툰, 바니 등 수많은 이들의 어린시절을 책임졌던 애니메이션과 내넌 1월 개봉 예정인 신작 ‘웡카’(Wonka)까지. 1923년 해리·앨버트·샘·잭 워너 형제가 공동창립한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thers)가 100주년을 맞는다. 그 한 세기 간의 여정을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Celebrating Every Story, 11월 18~2024년 3월 3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 전시 1관)으로 자축한다.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100주년을 기념해 오래도록 사랑 받은 루니툰과 DC코믹스의 대표 히어로들을 매시업한 캐릭터가 지키고 있는 전시장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이어 100년의 역사를 총망라한 ‘시네마존’과 ‘연대기’, 워너스튜디오의 상징인 ‘워터타워’를 지나면 작가의 방 등 영화 제작과정의 주요 축인 각본, 의상, 소품, 특수효과 등과 벅스 바니(Bugs Bunny)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로 섹션이 구성된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조커 등 DC 히어로들과 빌런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반지의 제왕’ 시리즈들과 호빗 등 스핀오프, 오래도록 사랑 받아온 톰과 제리, 루니툰, 바니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티븐 킹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그것’(It)의 데리(Derry) 존(Zone), TV시리즈 ‘프렌즈’ 소파 등 워너 브러더스 콘텐츠들로 즐비하다.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워너브러더스와 동대문디자인플리자(DDP), GNC미디어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이 전시에는 워너브러더스 대표작의 세계관을 구현한 영상, 미디어 아트, 포토존 등과 100주년 기념 스페셜 프리미엄 굿즈로 구성된 ‘럭키드로우’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된다.이 중 눈에 띄는 것은 2024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웡카’ 존이다. ‘웡카’는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동화를 팀 버튼(Tim Burton) 감독, 조니 뎁(Johnny Depp)이 영화화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의 프리퀄이다. 가정 문제로 조니 뎁에서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로 교체한 ‘윙카’의 미디어 아트가 최초 공개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세기의 여정을 축하하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셀러브레이션: Celebrating Every Story’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3-11-17 19:09 허미선 기자

[B코멘트]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디스토피아를 믿지 않아요!”

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저는 디스토피아를 믿지 않아요. 너무 단기적인(Short-term) 시각에 집중된 얘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Long-term)인 두 관점으로 봐야하는데요. 지금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아주 끔찍한 일이죠. 하지만 오래전 프랑스와 영국이 끊임없이 110년을 넘게 싸울 때를 생각해 봅시다. 당시 사람들은 ‘두 나라가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지금 잘 지내고 있잖아요.”200년간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디스토피아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전하며 “긍정적인 미래”를 강조했다.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전쟁은 20세기에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처럼 세계로 퍼지지는 않아요. 사실 러시아는 한국과 꽤 가까운 나라지만 지금 서울은 평화롭잖아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해 시각화한 작품들로 꾸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11월 17~2024년 3월 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디자인랩 잔디사랑방)를 위해 내한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단기적으로 데이터를 보면 좀 불안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름답고 긍정적”이라고 밝혔다.오스트리아 출신의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그래픽 다자이너다.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음반 패키지상 2회 수상자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제이 지(Jay-Z), 에어로스미스(Aerosmith), 팻 메시니(Pat Metheny) 등의 앨범커버로도 유명하다.2012년 ‘행복’(Happy Show). 2018년 ‘아름다움’(Beauty Show)으로 CA 필라델피아, LA 현대미술관 등 유수 미술관과 디자인 센터,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도시의 미술관을 순회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장기적으로 인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꿔도 180도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그의 설명처럼 전쟁, 에너지, 금융, 면적, 기대수명, 죽음, 빈곤, 범죄율, 온실가스 배출 등의 데이터 비교를 통해 인류 발전의 양상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무엇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 데이터를 시각화한 DDP에디션 ‘삶은 그 어떤 경우에도 죽음보다 아름답다’(We’d Rather be Alive Than Dead , DDP 잔디광장), 급증한 K팝 관련 트윗의 2013년(4200만회)과 2021년(70억 5000회) 데이터를 활용한 시각 작품을 비롯해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2020년 한국의 품목별 식량 자급률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한국 에디션도 전시된다.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예술가들, 법률가들 그리고 의사들’ ‘나의 집’ ‘냄새나는 부자 2’ ‘부자와 가난한 사람’ ‘밝은 조명들’ ‘내가 숨 쉬는 공기’ ‘파이의 조각들’ ‘또 하나의 전쟁’ 등 신작들도 만날 수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입고 있던 칼 패턴의 ‘머더러스 코트’(Murderous Coat) 역시 올해 작품으로 등 안쪽에는 중세 이후 살인사건의 꾸준한 감소세를 담은 시각자료가 담겼다. 매니원(Manyone)과 콜라보레이션한 ‘페인팅 타임’(Painting Time)은 1720년부터 2023년까지 초상화에 사용된 색상의 흐름을 디지털 캔버스에 인터랙티브할 수 있게 시각화한 최신 작업이다.단지 단기적·장기적 관점의 변화 뿐 아니다. 세계 미술시장은 연간 501억 달러 규모로 거대해 보이지만 전세계 연간 기저귀 판매량(503억 달러)보다 적다는 걸 보여준 ‘투 마켓’(Two Markets), 10만 달러로 두바이(13.2㎡)와 맨하튼(6.0㎡)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의 면적을 비교한 ‘김미 스페이스’(Gimme Space) 등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수치들이 흥미롭다.  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다만 과거의 사람들이 ‘나아진 먼 미래’인 ‘지금’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처럼 지금 사람들은 ‘더 나아질 게 분명한 먼 미래’를 대부분 보지 못한다. 더불어 사회의 발전으로 문화, 정치 등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비롯해 만족도의 기준치, 행복의 기준 또한 수직상승했다. 보이는 데이터와 그에 담아내기에 쉽지 않은 보이지 않는 의식의 급진전, 그 격차에 대한 고민과 숙고는 결국 보는 이들의 몫이다. 그의 작품은 고조할아버지가 컬렉션한 그림들, 경매를 통해 구매한 1700년대경 회화 등의 위에 각종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직관적인 제목을 붙인 것들이다. 이에 그 작품의 바탕이 되는 원화들의 경제적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오히러 판매가가 너무나 올랐다. 저의 페인팅으로 그 가치 역시 크게 올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그의 작품들은 “그간 너무 단기적인 관점만을 접해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많은 발전을 이뤘으니 더욱 더 나아가자”며 “지금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에 “미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니 그는 “그렇다”고 단언했다.“데이터를 보면 지속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저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나아질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 물론 61세인 저는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래 살아서 80년 후의 새로운 발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DDP에서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를 진행 중인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개인전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3-11-17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영화 '독친'의 장서희에게 이제 '악역'말고 호러 장르를!

영화 ‘독친’으로 약 6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장서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잘 자란 아역’에 모범답안이 있다면 그 시초는 분명 배우 장서희가 아닐까. 열 살 무렵, 신문에 난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광고를 보고 부모님을 졸라 대회에 나간 이유는 딱 하나다. 진선미 안에만 들면 공주 왕관과 망토를 준다는 거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셋째딸이 조르자 아빠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아무다 참가하는것도 아닌, 참가비가 있는 정식 대회였던 것.“그때 협찬사가 오뚜기 였는데 마요네즈 광고를 찍을 아역 배우를 찾고 있었다고해요. 운 좋게 진으로 뽑혀 CF를 촬영하고 다음해 신성일, 김자옥 선배님의 딸 역할로 캐스팅돼 영화를 찍었죠. 평탄하게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이름을 알리기 까지는 20년이 걸렸네요.(웃음)”당시 ‘국민 유치원 선생님’으로 불린 뽀미언니도 맡고,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었지만 2002년 드라마 ‘인어아가씨’를 맡기 전까지 장서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MBC 공채탤런트 출신으로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던 그의 성실함을 알아 본 임성한 작가는 당시 방송국 윗선들이 모두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맡긴걸로 알려진다. 이후 ‘아내의 유혹’으로 또다시 메가히트를 기록한 장서희는 대세의 기운을 이끌고 중국으로 건너가 한류를 이끈 선구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장서희는 딸에게 지극정성을 보이는 혜영 역을 맡아 어긋난 사랑을 쏟는 엄마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어릴 때는 엄마가 곧 매니저였죠. 아빠는 연예인 하는거 정말 싫어하셨고요. 사실 20대 초반까지는 ‘차라리 결혼해’라며 반대가 심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활동하는걸 특히 더 심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바로 촬영장에 갈 수 없었어요. 극성? 제가 알람시계 맞춰놓고 일어나서 신나게 현장에 가고 그랬으니까 저희 부모님과는 거리가 먼 단어입니다.”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독친’으로 마주한 장서희는 손사레를 치며 웃었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강해 되려 독이 되는 부모를 뜻하는 제목에 대해 “저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굳어져 있더라”며 말문을 열었다.“열성학부모에 대한 논란이 크더라고요. 저 역시 ‘독친’에 대한 생소함이 커서 되려 작품을 찍으며 많이 배우고 알게 된 부분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은 경험도 없고 가정을 이루지 않았으니까 출연을 결정하고 ‘엄마도 이렇게 자식의 공부가 중요했어?’라고 전화를 걸어 물어봤죠.”극중 그가 연기한 혜영은 반장만 도맡아하는 모범생 딸이 있다. 아침을 거를때면 우유를 사서 안기고, 알러지가 있는걸 알면서도 DHA가 풍부한 생선을 먹일정도로 극성이다. 직장에서는 잘 나가는 커플매니저로 인정받고 있지만 누구보다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인물이다.재주가 많아야 된다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온갖 예체능을 섭렵했던 어린시절에 대해 “물론 공부도 잘하길 바라셨을 것”이라고 활짝 웃어보였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인간적으로 불쌍하게 다가왔어요. 이런 친구가 제 주변에 있다면 끊임없이 다독여 주고 사랑할 것 같아요. 한마디로 자식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캐릭터입니다. 그 집착이 이해가지 않는건 아니지만 집요함이 무서웠달까요.”워킹맘인 혜영에게는 여느때와 똑같이 출근과 등교를 동시에 하는 바쁜 아침이었지만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로 모든게 뒤바뀐다. 조금 전 모의고사를 잘 치뤘다고 통화까지 했는데 서울 근교 강가에서 자살팸의 일원으로 딸의 시체가 발견된 것. ‘독친’은 그렇게 모두가 다 알았지만 그냥 치나쳤고, 가장 가까워야 했을 엄마를 저주하며 삶을 마감한 딸의 기묘한 일상을 거슬러 올라간다.“제가 대중들에게 복수의 아이콘으로 기억되어 있지만 안 해본 역할이 없거든요. 굳이 꼽자면 공포물의 살인마 정도일거예요. 무엇보다 전 가족의 지지와 위로를 많이 받으며 살아왔기에 이렇게 영화로 뭐든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정말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독친’은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그렇게 울면서 보더라고요.”결혼에 대해서는 “독신주의는 아니다”며 “때가 있는 것 같다. 내 짝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꼭 결혼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운명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긴 무명생활을 겪었기에 항상 감사함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여전히 기회가 주어지는 현실에 대해 행복함을 느낀다는 장서희는 되도록 많이 영화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속내를 고백했다.“동아시아의 정서상 교육에 대한 과잉이 공감되는 지점이 관객들에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관점으로 ‘독친’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외모로 보여지는 직업이니 늘 관리하고, 몸에 나쁜 것 절대 안하며 언제든 좋은 작품에 뛰어들 준비를 해 놓는게 제 일상이라서요. 드라마의 집중도도 좋지만 영화 현장의 분위기는 늘 절 설레게 합니다. 더 많이 찍고 싶어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17 15:31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3년간의 인터미션 끝 ‘엔젤’ 세대교체까지! 9번째 ‘렌트’ “1년 52만 5600분 중 오직 오늘 뿐!:”

뮤지컬 ‘렌트’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지난 시즌을 코로나 때문에 확실히 마무리 못했는데 그래서 더 ‘렌트’다웠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3년 만에 다시 찾아오니 마치 긴 인터미션을 지난 것 같습니다. 극장도, 배우들도 달라졌지만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온 것처럼,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기쁩니다.”지난 시즌에도 마크로 출연했던 정원영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에서 열린 뮤지컬 ‘렌트’(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 프레스콜에서 다시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9번째 시즌 ‘렌트’로 엔젤의 마지막을 알린 김호영(연합)뮤지컬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빗대 현대화한 작품이다. 정확히 서술하자면 작사·작곡가이자 극작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자전적 이야기를 ‘라 보엠’을 빌어 구현한 뮤지컬이다. 로저(장지후·백형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마크(배두훈·정원영), 미미(김환희·이지연), 엔젤(김호영·조권), 콜린(임정모·윤형렬), 모린(전나영·김수연), 조앤(정다희·배수정), 베니(구준모) 등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을 모티프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다.그 시절 일상처럼 존재했지만 터부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홈리스 부랑자들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록, 알앤비(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렌트’는 정원영의 표현처럼 “긴 인터미션을 지나” 9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더불어 이번 시즌이 특별한 건 2002년 ‘렌트’ 엔젤 역으로 데뷔한 김호영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김호영은 “저희끼리 농담처럼 세계 최장수, 최고령 엔젤 같다고 얘기하면서 프라이드를 가져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그래선지 이번 시즌은 데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엔젤로서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더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조권씨처럼 엔젤 역에 찰떡인 후배들이 나오기도 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선배의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즐기면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작품의 테마가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잖아요. 마지막 엔젤인 만큼 모든 순간을 ‘오직 오늘 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98%만 줄 겁니다. 나머지 2%는 직접 찾으세요!”김호영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다는 엔젤 역의 조권(연합)김호영을 “대비마마”라 칭한 조권은 “최장수 엔젤이신 김호영 선배님께 배우는 하루하루가 영광스러운 시간들이고 굉장히 의미가 깊다”며 “호영이 형의 보살핌 아래 엔젤의 노하우들을 잘 전수받아서 그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부담 보다는 굉장히 흥분되고 기대가 됐던 작품이었어요. 평소에 저의 페르소나는 하이힐이라고 말씀드리는데요. 하이힐을 신으면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다면 엔젤의 페르소나는 무얼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온전한 사랑인 것 같아요. 과연 조건없이 사랑을 다 퍼줄 수 있을까 싶은데 무대에서 엔젤로 살 때는 그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요.”이어 조권은 “얼마 전 반신욕을 하다가 호영이 형이 SNS에 올린 ‘나는 최종 리허설을 하는 권이의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생각했다. 참으로 특별한 아이라고’라는 글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뮤지컬 ‘렌트’ 중 ‘Seasons of Love’(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호영은 ‘렌트’가 2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작품의 소재와 배경이 우리와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대표곡인 (2막 오프닝 넘버로 1년 52만 5600분의 순간 속에서 사랑을 기억하라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등을 부를 때 관객들은 각자 추억을 소환해 울고 웃을 겁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6 17: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It’s Banana!”를 외치게 할 마지막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이번엔 MZ들의 핫플레이스 성수동이다. 2013년에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8년, 2019년, 2022년까지 잠실종합운동장에 판을 벌였던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Fuerza Bruta Wayra in Seoul, 11월 17~2024년 2월 15일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성수동에 전용 극장을 차렸다.기존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용극장을 새로 꾸려야하는 공연이다 보니 우여곡절도 적지 않다. 지난해는 고속터미널에 FB씨어터를 지으려 했지만 지역자치단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개막을 늦추고 다시 잠실종합운동장에 터를 잡아야 했다.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2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 엔터테인먼트 제공)올해 역시 애초 10월 2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전용극장 문제로 3주 남짓 늦춰 관객들을 만난다.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라는 뜻을 지닌 ‘푸에르자 부르타’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모티프로 관객과 호흡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다. 러닝머신을 내달리며 장애물을 넘는 ‘꼬레도르’(Corredor)와 넘실거리는 은빛 벽을 나를 듯 뛰어다니는 ‘꼬레도라스’(Corredoras), 등을 통해 일상 속 희로애락, 절망 끝에서 만나는 환희의 순간 등을 표현하며 현대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아트 퍼포먼스다.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올림픽 개·폐막식, ‘델라구아다’(Del La Guarda) 등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 디키 제임스(Diqui James)와 작곡가·음악감독 게비 커펠(Gaby Kerpel)이 의기투합해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선을 보인 그야말로 ‘광란의 퍼포먼스’다.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초연 된 후 36개국, 63개 도시 관객들을 만난 작품으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1950년대의 실험적인 연극을 지향하는 소극장운동이자 뉴욕 브로드웨이를 벗어난 지역 소재의 소극장)에서는 9년 동안 오픈런(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으로 공연되며 100만명 이상을 열광시켰다. 아프리카 토속 음악에 테크노, 덥스텝(Dubstep) 등 EDM의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 음악, 경계를 허문 무대와 객석, 벽, 천장 등 공간의 360도를 활용하며 깜짝 등장하는 배우들, 하늘에서 쏟아질 듯 일렁이는 수조, 관객들을 가로지르는 러닝머신, 허공을 울리는 총성 등.'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감탄을 자아내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비욘세, 카니에 웨스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돈나, 주드 로, 어셔, 저스틴 비버, 애쉬튼 커처, 제이지, 제시카 알바, H.O.T. 출신의 장우혁, 최여진, 슈퍼주니어 은혁, 발레리나 윤혜진 등 전세계 스타들이 열광하는가 하면 직접 참여하기도 해 눈길을 끄는 쇼다. 어셔는 2012년 앨범 ‘루킹 포 마이셀프’(Looking 4 Myself) 발매와 더불어 ‘푸에르자 부르타’ 무대에 직접 올랐고 배우 애쉬튼 커처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미쳤다”(It’s Bananas)고 외칠 정도로 열광한 바 있다.고되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의식 중에 혹은 무의식 속에서 누구에게나, 언제나 조우했을 쾌감의 순간을 구현하는 ‘푸에르자 부르타’는 관계자의 표현처럼 “핵심은 아드레날린과 센세이션”이다.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2022년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 DB, 쇼비얀 엔터테인먼트 제공)장우혁, 최여진, 은혁, 윤혜진을 이어 1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의 ‘마지막’을 알린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에 참여할 스페셜 게스트는 몬스타엑스의 셔누와 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시즌 2(이하 스우파 2) 우승팀 베베(BEBE)의 리더 바다(본명 이바다)다. 바다는 에스파의 ‘ㄷ(디귿)’을 비롯한 엑소 카이, BTS 뷔, NCT, 화사 등 유명 아이돌의 트렌디한 안무가로 ‘스우파 2’ 우승 전부터 ‘푸에르자 브루타 웨이라 인 서울’ 출연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다는 계급미션에서 선보인 ‘스모크’(Smoke) 안무가 BTS 뷔와 정국, NCT 태용, 세븐틴 호시와 도겸, 더보이즈 큐, 아이키, 아이브 안유진, 우주소녀 여름 등이 동참한 댄스 챌린지로 확산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5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추모의 방식은 모두 다르다… '진심'만 있다면!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밥 짓는 레시피를 따로 공개줬으면 할 정도로 맛있게 밥을 먹는 영화 속 한 장면. 국내에서는 ‘데스노트’의 명탐정 L로 유명하다.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영화의 시작은 제목에 나오는 ‘무코리타’를 설명하는 자막이다. 불교의 시간은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찰나가 있는데 산스트리트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이 단어는 다르다. 약 48분.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는 노을빛으로 하늘이 물들어 가는 시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소소한 일상과 스며드는 연출이 취향이라면 이 작품은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국내 팬들에게 ‘안경’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니 일단 믿고 봐도 좋다.누가 봐도 의욕이라곤 1도 없어보이는 야마다(마츠야마 켄이치)의 첫 신은 그래서 더 비밀스럽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지방 소도시의 젓갈공장에 취직한 그는 사장이 소개해준 허름한 멘션에 도착한다. 강가에 위치한 이 연립주택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산다. 하지만 누구도 사연을 떠벌리거나 성급하게 캐묻지 않는다. 퉁명스러운 듯 보이는 집주인 미나미 (미츠시마 히카리)는 “그래도 이 방에서 죽어나간 사람은 없다”며 작은 방 한칸을 내준다.국내 ‘황제성 닮은 꼴’로 유명한 무로 츠요시. 유기농으로 기른 농산물을 물물교환식으로 사는 캐릭터다.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하루종일 오징어의 내장을 빼고 생선의 아가미를 분리해서 첫 월급을 탄 날 그는 겨우 쌀 한 포대를 산다. 반찬이라곤 회사에서 준 젓갈 한 가지 뿐이지만 그에겐 평범한 전기밥솥이라도 최상의 맛을 이끌어 내는 재주가 있다. 국내에서는 ‘데스노트’의 명탐정 엘(L)로도 잘 알려진 마츠야마 켄이치가 연기하는 식사 장면은 밥 짓는 레시피를 따로 공개줬으면 할 정도로 맛깔스럽다. 그 밥 냄새에 이끌려 자신을 시마다 (무로 츠요시)는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대신 내며 숟가락만 들고 오는 염치없는 이웃이다. 물을 데우는 가스비가 아까워  남이 목욕한 물에 몸을 담글 정도로 짠돌이다. 알고 보니 그의 삶은 자급자족 시스템. 추운 겨울을 버틸 난방비를 모을 때까지 모든 의식주를 이웃에게 기댄 채 해결한다. 다행히 그가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채소는 맛이 뛰어나 인기가 많다.일본의 평범한 중산층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는 국내에서 지난 8월 개봉했다.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그렇게 기계적인 하루가 반복될 무렵 옆집 할머니가 꽃밭에 물을 주며 “곧 활짝 필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앞집 부자는 상복을 입은 채 방문 판매로 묘석을 팔러 다니는데 가끔 월세도 밀리는 것 같다. 풍족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강변의 무코리타’는 그나마 집에서 먹고 자는 그들이 행복한 삶이란 걸 슬쩍 흘린다. 연립주택으로 가는 길에는 텐트에서 사는 노숙자들이 있다. 장마가 심해져 강물이 넘치면 간혹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는 곳이다. 자신이 이런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게 견딜 수 없을 즈음 야마다는 아버지의 부고를 접한다. 고독사에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후 발견돼 이미 화장을 했기에 시청에서 유골을 찾아가라고 연락한 것. 자신에게 물려준 것이라곤 목욕 직후 시원한 우유를 마시는 취향 뿐인, 사실상 관계가 끊어진 사이였다. ‘강변의 무코리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모두 ‘죽음’과 연관돼 있다. 미나미는 남편을 잃었고 시마다는 어린 아들의 죽음을 안고 산다. 알고 보니 옆집 할머니는 2년 전 죽은 영혼이었다. 평생을 그곳에 산 탓인지 이웃들의 눈에 귀신으로 가끔 보이지만 다들 개의치 않는다. 묘석을 팔러 다니는 부자도 자세히 드러나진 않지만 아내와 엄마의 존재가 없다. 아름다운 집주인 미나미에 대한 세입자들의 로맨스가 조금이라도 섞였다면 이 작품의 매력은 분명 덜 했을 것이다. 보스기질 다분한 캐릭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그들에게 아버지의 묘석이라도 사 볼까 하는 마음에 가격을 물었지만 가장 싼 것도 몇 달치 월급이란 점에 현타가 오는 야마다. 사실 그는 사람들을 현혹해 돈을 갈취한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자신이 살았던 수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지금이지만  영화는 결코 가족이라고 묶일 수 없는 존재들도 그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혈연사이에도 원망과 미움, 다툼이 충만한 시대에 이들은 적당한 선을 결코 넘지 않는다. 서로 연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세련되지도 않다. 그저 자신이 겪은 상실을 굳이 다른 걸로 채우려 하지 말라고 슬쩍 손내밀 뿐이다.방문 판매로 가장 비싼 묘석을 판 이들은 몰래 고기를 구워 먹지만 벽이 얇은 이웃들에게 들킨다. 툴툴대면서도 한데 둘러 앉아 고기를 먹는 이들의 모습이 훈훈함을 더한다.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이후 깊은 고민 끝에 아버지의 유골함을 찾으러 간 야마다는 시청 한켠을 가득채운 무연고 유골함을 발견한다. 적당한 시기가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폐기되는 인간의 뼈가 주는 서글픔은 ‘강변의 무코리타’이 지닌 화두기도 하다. 속세는 떠났지만 남아있는 자들에게 외면당한 수많은 유골함이 시사하는 바는 영화의 엔딩에서 눈물로 응축돼 흐른다.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식에 참석하는데 여태껏 본 어느 장례식보다 심금을 울린다. 경건함을 기본으로 누군가 흐느끼는 울음을 상상한다면 이 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 역대급으로 글로벌하고 애틋하며 그리고 더없이 아름답다. 롱테이크 촬영법으로 해가 지는 강변에서 약 10분간 영화의 OST까지 흐르는 마지막신이야 말로 ‘진정한 애도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찬란하다. 방문판매로 가장 비싼 묘석을 판 부자가 몰래 고기를 구워먹다 냄새를 맡고 모여든 이웃들과 한데 둘러 앉아 툭탁더리는 모습이 훈훈함 그 자체인 ‘걍변의 무코리타’는 티빙과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15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역사가 스포지만 '이 영화'는 볼.수.밖.에!

김한민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웅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3부작을 완성시켰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성웅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의 흥행불패가 대미를 거둘것인가. 믿고보는 배우로 꼽히는 ‘최민식-박해일-김윤석’으로 이어지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15일 오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3부작 프로젝트의 마지막이다.김한민 감독은 “약 10년간의 여정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라 감격스럽다. 멋진 아우라를 지닌 배우들과 패기 있는 젊은 배우들과 같이 여러 사회적 분위기를 견디고 개봉하게 감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전투다. 이 전투에서 가장 많은 전사들이 죽어나갔다. 세계사적으로도 동아시아 최대 규모에 달하는 해전이었을 것”이라고 노량해전이 가진 역사적 치열함을 강조했다.“그래서 부제를 ‘죽음의 바다’로 붙일 수밖에 없었다. ‘명량’에선 불, ‘한산’에선 물과 같은 기운이라면 종결작인 ‘노량’에선 그 두 가지가 복합된 그 속에서의 시너지가 나와야 했다. 그런 배우가 누군지 생각해보면 김윤석”이라고 추켜세웠다.영화의 주역들. 왼쪽부터 정재영,김윤석,백윤식,허준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이에 김윤석은 “‘명량’이 2014년에 개봉해 10년이 됐다. 이 프로젝트를 꿈꾸고 가시화하는 시간까지 20년 된다고 본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제목은 ‘임진왜란’이다. 전체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 부담스러웠지만 백윤식 선배와 정재영, 허준호 등 말할 것 없는 배우들을 믿고 의지했다”고 말했다. 과거 ‘타짜’에서 대립을 이뤘던 김윤석과 백윤식이 ‘노량’을 통해 적군으로 또다시 조우,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것. 30kg의 갑옷을 입고 촬영을 한 것에 대해 백윤식은 “노련한 전략가로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이순신 장군과 맞선다. 냉혈한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명연합함대를 함께 이끄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엔 정재영,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은 허준호가 맡았다.조선과 일본 그리고 명나라까지 합류해 총 약 1000여 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을 바탕으로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 중 유일한 야간전으로 알려진다. 해전신만 1시간 40분으로 완성돼 기대감을 더한다. 감독과 배우들은 현장의 치열함과 전술을 스크린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 전작에 이어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까지 가세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12월 20일 개봉 예정이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15 14:39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1편의 아쉬운 퍼즐조각 맞춘듯 후련해", 넷플릭스 '독전2'에 쏠린 눈!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오승훈, 한효주, 차승원, 조진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1편의 배우들 조차 후속작이 정말 나올지 몰랐다고 이구동성이었다.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독전2’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지난 2018년 개봉했던 ‘독전’의 속편 ‘독전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다. 이날 한효주는 “‘뷰티 인사이드’를 함께한 백감독님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심했다”며 “지금까지 전혀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도전하는 마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중 진서연이 보여준 빌런의 바통을 이어 받은 그는 이선생의 최측근이자 조직의 뒤처리를 맡는 중국 마약계 거물 큰칼로 분해 설정 만으로도 강렬한 모습을 선보인다.영화 ‘독전’2“오전, 오후에는 운동을 하고 밤에는 한강을 걸으면서 중국어를 중얼중얼거려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을거예요. 제가 맡은 역할은 처절하게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몸에 상처가 많거든요. 독하게 몸을 만들었는데 러닝머신을 뛰는데 눈물이 흐르기도 했습니다.”(한효주)전편에 이어 원호 역으로 다시 한 번 작품을 이끈 조진웅은 “진짜 (2편을) 한다고 연락이 오면서 네가 안 하면 의미가 있냐‘고 하더라. 여러 감정을 진득하게 못 풀어낸 아쉬움을 이번에 풀었다”고 말했다.브라이언으로 다시 등장하는 차승원 역시 “저에게 ‘2편을 만든다‘고 하길래 ’써 봐라‘라고 했는데 진짜 써왔더라. 전편에서 무참하게 데미지를 입은 것에 대한 복수를 조금 이뤄낼 수 있겠다 싶어 출연했다. 1편의 남은 퍼즐 한 조각을 끼운 것 같아 시원한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편이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과 달리, 속편은 백감독이 새롭게 투입 돼 넷플릭스와 손 잡고 오리지널 영화로 완성됐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돼 영화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기도 했던 ‘독전2’는 오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1-14 14:53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꿈의 배역으로 보내는 꿈같은 날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쉬지 않고 일한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밀어붙이는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있었어요. 당시 각기 다른 극의 지방공연과 서울공연이 계속 겹쳤고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도 촬영하고 있었어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도전해볼까 했죠. 그렇게 했는데 되길래 하나씩 계속 추가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뮤지컬 ‘시카고’ ‘킹키부츠’ ‘아이다’ ‘하데스타운’ ‘마틸다’의 서울 및 지방 공연이 진행 중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까지 촬영했다. ‘하데스타운’이 끝나는 시점에는 뮤지컬 ‘썸씽노튼’ 무대에 바로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뮤지컬 배우이자 최근 ENA 드라마 ‘마당있는 집’의 빌런 김윤범을 연기한 최재림은 그렇게 벌써 4년째 ‘열일’ 중이다. 중간 중간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제17회 딤프(DIMF), 공연예술창작산실 등 공연계 굵직한 이벤트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미궁’ 유령 최재림과 크리스틴 송은혜(사진제공=에스앤코)지금 역시 다르지 않다. 그 대단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 서울(The Phantom of The Opera, 11월 19일까지 샤롯데씨어터)과 오랜만에 돌아오는 ‘레미제라블’ 부산(11월 1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번갈아 오르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중이다. 이 후로는 ‘레미제라블’ 서울(11월 30일~2024년 3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과 ‘오페라의 유령’ 대구(12월 22일~2024년 2월 4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계명아트센터)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가혹한 운명 ‘오페라의 유령’, 그 아픔의 씨앗을 찾아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유령은 태어날 때부터 참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어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마음껏 펼쳐보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비뚤어져 버리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소외되고 단절된 삶을 살아온 그는 성숙한 사고나 어려운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전 사랑, 관심, 분노를 굉장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로 접근하고 있죠.”최재림은 그런 유령의 표현을 위해 “그 인물 행동의 근원이 되는 아픔이 뭔지 그 씨앗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아픔의 근원, 행동의 근원이 되는 씨앗을 통해 공연 마지막에 나약하게 무너진 유령을 보고 연민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길 바랐다”고 부연했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으로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궁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오페라의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오페레타 형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해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대단한 창작자들이 꾸려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로 공연됐고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유명한 넘버들과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 샹들리에 그리고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로 무장한 작품이다.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1막에서는 극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공포, 두려움, 기피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등장만으로도 카리스마와 위엄, 비틀림이 느껴져 위험하지만 알고 싶은 존재로서의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요.”이어 “일부러 부드럽게 연기한다든지 그 공포의 레벨을 낮춰 평이한 인물로 연기할 생각은 없다”며 “1막과 후반의 차이를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과하거나 꾸미지 않기 위한 표현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발걸음 하나, 어깨 올리는 행동 하나, 손 뻗는 행위 하나까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내 의도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찾아서!“바리톤으로 시작해 테너로 전향했는데 배우생활을 하면서 다시 바리톤으로 갔어요. ‘오페라의 유령’에서야 처음으로 제 원래 배우 발성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그간은 (양준모 연출, 전미도 드라마터그의) 오페라 ‘리타’를 제외하고는 제 성악발성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거든요. 바리톤들이 뮤지컬을 많이들 한다고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A 정도까지는 소화해야 해서 제가 원하는 대로 힘을 좀 쓰고 소리도 뽑을 수 있는 음역대인데다 클래시컬한 발성을 사용하다보니 상당히 음악을 하는 게 즐거워요. 제가 가진 걸 다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 자구 욕심을 내게 돼요.”이에 최재림은 “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좀더 풍성하게, 힘을 좀 많이 주고 빼면서 하고 있다”며 “좀더 정확한 다이내믹 표현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털어놓았다.“(그 디이내믹을)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로 예를 들자면 노래 자체만 떼놓고 보면 굉장히 길어요. 5분 3, 40초 정도 되는 곡인데 배우에 따라서 6분이 넘어가기도 한다. 노래구조도 ‘ABABABAB’로 같은 게 네번 반복되기 때문에 노래만 들으면 사실 되게 지루해질 수도 있죠.”이어 “하지만 이같은 단조로움에도 그토록 사랑받고 유명한 이유는 크리스틴과 유령의 관계성, 서로의 목적성을 드라마 안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라며 “그걸 잘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되게 섬세한 곡”이라고 부연했다.“유령이 크리스틴을 지배했다가 그의 반응에 물러서기도 하고…강약조절과 줄다리기가 되게 섬세하게 표현되면서 드라마가 쌓여가는 곡이에요. 이를 다이내믹으로 잘 표현해야 하죠. 피아니시모도 있고 보이스를 가성부터 완전 풀보이스까지 세기 차이를 줘야 하고 박자를 밀었다가 원래로 당기는 등의 흐름을 반복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죠. 그런 다이내믹을 정확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강약과 속도, 손동작, 걸어가는 템포까지요.”◇피겨스케이팅 같은 ‘뮤직 오브 더 나이트’, 화산지역을 뛰는 듯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The Music of The Night’를 연기 중인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그 프레이징(Phrasing)들이 되게 현대적인 멜로디인데 굉장히 클래시컬해요. 성악전공자로서는 프레이징 처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어와요. 전공에서 배운 음악 흐름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진짜 잘 쓴 아리아들이죠.”최재림은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아리아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리곤 그 아리아들 중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The Point of No Return)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짚었다.“이 곡도 ‘뮤직 오브 더 나이트’처럼 반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정서의 흔들림이 굉장히 강렬해요. ‘뮤직 오브 더 나이트’와는 또 다른 성격의 곡이죠. ‘뮤직 오브 더 나이트’가 빙판에서 춤추는 피겨스케이팅 같다면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산 지역을 한발 한발 뛰어다니는 느낌이에요.”갈라 콘서트나 페스티벌에서 자주 부르던 넘버이기도 한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에 대해 최재림은 “노래 자체로 접근하던 콘서트 무대와 본극에서는 부르는 건 굉장히 다르다”며 “몸과 마음 씀씀이가 더 필요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꿈같은 나날 “꿈에서 깨기 전 최선을 다해 마음껏 즐기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그냥 ‘꿈의 배역’이라는 표현 그대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깨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이 꿈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아이다’의 라다메스로 두번이나 무대에 올랐고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까지 꿈의 배역을 맡으며 차근차근 성장한 그는 지금의 상태를 “꿈같다”고 전했다.“뮤지컬 배우로서 ‘오페라의 유령’은 삼성 취직 같아요. 꿈의 직장인데다 혜택이 큰 만큼 그 안에서 해내야 하는 것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거든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제대로 해내야하는 부담감과 책임이 따라오거든요. ‘아이다’의 라다메스도 그런 꿈의 역할이지만 전혀 다른 대기업에 취직한 느낌이랄까요.”그리곤 “‘아이다’가 굉장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고 멋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팝 뮤지컬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세미 클래식 안에 상징적인 인물이 있는 오페레타”라며 “무대 황금기에 세미 클래식 정통 뮤지컬과 세련된 현대극으로서 뮤지컬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작품들”이라고 말을 보탰다.“그 긴 시간을 기다려서 내가 이 자리에 섰구나, 정말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는데 보상을 받고 있구나 싶어서 감개무량해요. 이 기분 좋음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무대를 달리 하며 또 다시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으로 동시에 분할 최재림은 “신인시절의 기점은 ‘넥스트 투 노멀’이었다. 그 후 ‘에어포트 베이비’를 하면서는 창작을 하는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리고 2023년은 뮤지컬 주역으로 우뚝 선 느낌이 드는 해”라고 표현했다.“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아이다’의 라다메스…이런 시점들을 앞으로 계속 더 만들어가고 싶어요. 더 좋은, 막 설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창작공연도 많이 쏟아져서 제가 막 달려들고 싶은 작품들이, 그런 역할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1-13 19: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