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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취미로 농사 짓는다? 이 예능을 보면 생각 달라질걸?

출연진 4명과 PD와 작가를 포함해 단 8명 만이 촬영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오는 13일 오후 8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tvN)이제 전국민이 텃밭 농사의 진실에 한 발 다가갈 예정이다. 11일 오후 tvN 신규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 콩콩팥팥)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나영석 PD, 하무성 PD,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 김기방이 참석했다.‘콩콩팥팥’은 친한 친구들끼리 작은 밭을 일구게 됐을 때 벌어지는 재미난 일들을 유쾌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으로 최근 ‘뿅뿅 지구오락실’을 비롯해 그간 ‘삼시세끼’ ‘윤식당’ 등을 통해 국민 PD로 자리잡은 나영석의 신작이다.연예계의 소문난 절친인 이광수와 김우빈, 도경수, 김기방이 500평짜리 빈 밭을 일구며 마을에서 지내는 일상을 가감없이 담는다. 나영석PD는 이날 “여름방학 동안 시골에 가서 농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찍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면서 “밥 친구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예능”이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혔다.이에 김기방은 “우리 사이에는 직책도 없고 모두 초보인 상황이었다. 당연히 스케줄에 뭐가 없는 멤버가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첫 고정 예능에 나선 김우빈은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우리 시즌2는 하지 마시죠”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날 그는 “‘시즌2까지만 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나’는 마음에서 말씀드렸다”며 “‘시즌7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콩콩팥팥’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1 16:40 이희승 기자

[人더컬처] 정소민이 배우가 아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영화 '30일'

대본을 보자마자 “빨려들어갔다”는 말로 영화의 매력을 강조한 정소민. (사진제공=마인드마크)배우 정소민은 묘한 매력을 가졌다. 술을 즐기지 않지만 술자리에는 끝까지 남아있고 공주같은 외모에도 의외로 털털하다. 수다스러움은 카메라 앞에서 뿐이지만 그마저도 배우라는 본분에 충실한 거니 뭐라 따질 수도 없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으며 ‘흥행 복병’으로 불렸던 영화 ‘30일’이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한글날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으며 7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이 작품은 이번 주 1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에 성큼 다가간 것.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30일’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마인드마크)영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다소 거리가 있다. 오해와 고난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이미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퍼붓는 저주에서 시작된다. 이후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끼를 견디다 못해 이혼숙려기간 30일에 돌입한 두 남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동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리며 2막을 연다.서로의 다름에 끌려 모두의 반대를 딛고 결혼했지만 그 감정이 현실이 되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따로 없다. 법원이 제시한 30일만 지나면 그렇게 원하던 남남이 되는데 두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고 잊고 있던 설렘을 마주하게 된다.강하늘이 소심한 대학생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된 정열 역할을, 정소민이 장군의 딸로 아무도 못 말리는 망아지였지만 매사 똑 부러지는 영화PD 나라 역할을 맡아 실제 부부 케미를 뽐낸다. 두 사람은 이미 영화 ‘스물’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정소민은 강하늘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친하니까 연기하기 민망했다”면서 “술 먹고 들이대는 연기에서 특히 NG가 많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솔직히 100%맞는 사람은 상상 속에만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할 상대라면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은 기본이고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소통을 할 줄 아는 남자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나라가 느끼는 정열이의 귀여움이 살짝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필터링이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나라의 옷을 입은 정소민의 모습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오랜 연인이었던 정열과 잠시 헤어지고 홧김에 완벽한 조건의 남자를 만난다. 일사천리로 결혼식장까지 잡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을 잡지 못하는 정열에게 결국 돌아간다.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어온 나라의 순애보도 잠시 둘은 눈만 마주치면 살 떨리게 싸우는 현실 부부의 삶을 산다.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해피 엔딩이란 생각으로 역할에 접근했다”면서 “사랑을 느끼는 순간에 이별을 예상하는 여자는 없지 않나”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제가 MBTI를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름 생각을 해봤는데 정열이는 깔끔하고 뭐든 정리하는 ISFJ 라면 나라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ESTP가 아닐까 싶어요. 전 신중하고 고집이 센 INFJ입니다.하하”유독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들이 많은 것도 전소민의 필모그라피의 특징이다. 준호와 ‘스물’ ‘기방도령’을 함께 했고, 서인국(‘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늑대사냥’), 김지석(‘월간집’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다’), 하석진(‘스탠바이’ ‘디데이’) 등과도 두번씩 만났다. (사진제공=마인드마크)정소민은 이번 영화에서 망가짐도 불사하지 않는다. 입에 밥을 가득 물고 튀겨가며 말하는 더티함과 의사 남친이 바람나자 야구장에서 전광판에 나올 정도로 막춤을 추는 똘끼 사이를 탁월하게 오간다. 이에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확신보다 더 잘 해주더라. 망가지는 연기를 우려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거야 말로 나의 우려였다”는 말로 정소민의 연기를 극찬했다.지난해 드라마 ‘환혼’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정소민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무대로 향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경험한 그는 “당시 ‘30일’ 촬영과 공연 연습이 겹쳐 쉴 새가 없었다. 제게 두 작품은 쌍둥이”라면서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향해 한 마음으로 가는 기쁨을 만끽했다. 기회가 되면 또 연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금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부부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결혼에 대한 환상? 떨어져서 보면 ‘나는 이럴 거야’ 하지만 막상 내가 닥치면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후회 없이 하려는 부분은 나라와 같으니까 좋은 인연, 기다려 봐야죠.”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11 16:09 이희승 기자

[비바100] 김남길의 첫 OTT 도전작이라면 시즌2, 당연한거 아님?

김남길이 맡은 이윤은 도적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다. 일본군 출신으로 동포였던 조선인 학살 사건에 죄책감을 느끼고 간도에 죽으러 가지만 결국 영웅이 되어 사람들을 지킨다. (사진제공=넷플릭스)‘잔망스럽다’는 표현이 김남길 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얄밉도록 연기를 잘 하고 맹랑한 기세로 모든 작품에 임한다. 넷플릭스가 추석 시즌을 겨냥해 공개한 ‘도적: 칼의 소리’는 격동의 시대, 거친 황야의 땅 간도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물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된 이들이 칼 도(刀)와 소리 적(?)을 통해 ‘칼의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제작 단계부터 김남길의 첫 OTT도전작이란 기대감과 그의 K웨스턴 액션 연기에 시선이 모아진 바. 모래 폭풍이 휘도는 땅 간도에서 말을 탄 채 적들과 싸우는 모습은 그가 실제 워너비로 꼽는 정우성의 대표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상케한다. 그는 “(정우성)형은 세번 정도 돌리면서 쏘지만 전 딱 한번 회전시키는 게 차이”라면서 서부영화의 공식을 따르려 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도적: 칼의 소리’는 9월 4째주(25일~10월 1일)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넷플릭스에선 1위였다. (사진제공=넷플릭스)“촬영 전 두세 달 전부터 화장실에 갈 때도 항상 총 돌리는 연습을 했어요. 외국배우들에게 ‘우리도 너네들 이상으로 폼나게 돌릴 수 있거든?’을 보여주고 싶었달까요.(웃음) 제주도에서 드라마 ‘아일랜드’ 촬영 중에도 쉬는 시간만 되면 총을 돌릴 정도로 공들였어요. 장총을 돌리는 건 특히 어렵기도 하고 무거워서 근육에 무리가 오긴 했습니다만.”그가 맡은 이윤은 양반의 몸종이었으나 일제시대를 겪으며 신분해방을 통해 면천된 캐릭터다. 자신을 그저 노비가 아닌 친구로 대해준 광일(이현욱)이 조선인 출신으로는 최연소 일본군 소좌가 됐기 때문이다.대대손손 강한 자 옆에 기생하며 나라를 배신했던 집안의 아들이었던 광일은 이윤과 함께 독립군 토벌에 나서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우정에 금이 간다. 광일에게 늘 감사함과 충성심을 가졌던 이윤이었지만 아무 죄 없는 일반인들까지 무자비하게 살육하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늘 일제시대를 이야기할 때는 일본과 조선, 둘로 나누고 대립하잖아요.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교과서에도 없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을 다룬다는 것에 흥미가 가더라고요. 내 소중한 것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애초 20부작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을 확정하면서 최종 9부작으로 완성됐다. 기존 시나리오에는 각 캐릭터의 서사와 도적단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건이 좀더 친절하게 설명된다. 서로 같은 상대를 보고 있는 윤과 광일, 대단한 집안의 영애지만 남돌래 독립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희신(서현)의 삼각 러브스토리가 섞이면서 시즌2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도적: 칼의 소리’ 중 김남길(사진제공=넷플릭스)이에 김남길은 자신이 쏜 총에 손가락을 잃고 흑화한 광일과 그의 곁에서 조선 독립을 위한 기밀을 빼내기 위해 결혼을 감행한 희신 보다도 악역 관련 힌트를 남기는 말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시즌2에는 일본에서 전쟁 영웅이라고 칭송 받는 메인 빌런이 나온다. 한 마디로 악의 끝”이라면서 자신의 첫 OTT 도전작이 시즌제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그는 항일 메시지가 담긴 이번 작품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글로벌 인기에 누가 될 거란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돌도 아니지만 제 팬들은 정치권 이슈와 별개로 문화는 문화로 보는 편”이라면서 “없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가지고 연기하는데 구더기 겁나서 장 못 담그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싸우더라도 문화는 화해의 도구가 돼야 한다고 보는 편”이라고 강조했다.시즌 2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걸 주연으로서 의식한듯 “넷플릭스가 압박감을 느낄 수 있게 잘 써달라”고 눙치는 김남길. (사진제공=넷플릭스)무엇보다 김남길은 “살기 위한 액션이라는 부분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쏠 때도 방어적인 느낌이 강해지더라. 그래서 연기를 할 때에는 처절함을 넣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지언정 동작을 크게 해서 그 감정을 살리고자 했다”며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도적: 칼의 소리’는 데뷔 초 낙마사고를 겪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대역 없이 롱 테이크 액션신을 소화했지만 말에 타는 것 만큼은 무서웠다는 김남길. 공개 직후 해외에서 ‘K액션의 정점을 찍었다’는 반응은 그가 촬영 전 긴 시간 말과 대화하며 공포심을 없애고 교감에 나선 결과물이다.모형임에도 실제 무게가 15kg이 넘었던 맨체스터 총을 자신의 몸과 일체화 시키기 위해 손바닥이 찢어지는 고통까지 참으며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최근 다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조금 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 멜로, 로맨틱코미디 등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요즘은 제작도 많이 안 되고 있어서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개인적으로도 선별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며 자신의 현재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최근 MBC 로드 다큐멘터리 ‘뭐라도 남기리’를 통해 힐링과 위로를 얻는다는 그는 “ 영화 ‘무뢰한’ 때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된 이후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늘고 경험이 많을 수록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더욱 열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9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그래도 살기를, 그래도 푸르르기를 바라며 “살람!” 박노해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박노해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사진제공=느린걸음)“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래도 푸르러야 한다” 1980년대를 뜨겁게 살던 얼굴 없는 시인이자 노동운동가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낡은 필름 카메라를 동반자 삼아 지도에 없는 길로 떠돌았다. 척박하고 가난하며 분쟁으로 신음하는 땅을 떠돌며 유랑자로 살기를 20여년, 그 세월 동안 생채기가 난 몸과 마음, 지친 걸음으로 찾아도 늘 푸르고 강인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지친 그의 기댈 곳이 돼 주었고 다시 일어서 걸을 힘을 주곤 했다.   올리브나무 아래|박노해 글·사진(사진제공=느린걸음)박노해 시인이자 사진작가의 여섯 번째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는 제라시, 알 자지라,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등을 떠돌며 만났던 올리브나무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이스라엘의 폭탄 투하로 그을리고 불타버린 몸통에서 새잎을 틔우고 그 아래 천국으로 간 이들을 품은 나무가 있고 아픈 엄마 대신 흙마당을 쓸고 닦는 소녀가 주는 물로 자라나는 나무도 있다.낙오된 어린 양을 찾아 안고 오는 소년이 잠시 숨고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열두살 소년 마흐무드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함께 하면서 성장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오랜 전쟁으로 파괴된 땅에서도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십자가가 녹슬어 부러져도 그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폭격 속에서도 살아남아 죽은 이들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명복을 빌기도 한다.붉은 석양이 질 때면 한그루 한그루를 순례하며 하루의 생을 정리하는 노인에게도, 올리브나무와 대화하며 ‘살아내는’ 어머니에게도, 양떼를 몰다 광야를 뛰노는 아이들에게도, 분쟁의 폭음이 난무하고 대대로 일궈온 밭에도 허가증을 받아야만 갈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도 담소를 나누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농부들에게도, 이 시대 최악의 건축물인 이스라엘 분리장벽에 저항과 해방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에게도 올리브나무는 ‘희망’이다. 언제 전쟁이 시작될지 모를 분쟁지역에서 만난 올리브나무, 그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은 박노해 작가의 표현처럼 “난폭한 권력과 안주한 세력”으로 매일이 불안해도 지금을 살아내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박노해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사진제공=느린걸음)전쟁과도 같은 삶 가운데서 매일을 살아내는 어른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던져진 아이들, 그렇게 소원해지기만 하는 사람들, 갈라치기와 혐오 등으로 누군가를 겨누는 칼끝과 독설…. 이들이 난무하는 시대는 “사는 게 다 그렇지” “세상이 다 이렇고 인간은 이런 것”이라는 자포자기, 불안감, 상실감, 고독, 무력감, 우울감 등을 더 두텁게, 더 짙게, 더 모질게 적층시켜 간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사진제공=느린걸음)그럼에도 전쟁으로 파괴된 척박한 땅에 뿌리 내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으며 1000년 동안 제 자리를 지켜온 올리브나무처럼 이 사회에는 오롯이 자신으로 서기 위해 제 길을 걷은 이들이 있다.  그 묵묵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나라를, 세계를 지키며 “온몸으로 자신의 시대를 살아내듯”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실수이자 오래 살아남은 올리브나무는 우리를 닮았다.“나 여기 서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요” “성실하고 부드럽고 끈질긴 걸음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네 뒤에는 우리가 있어”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강인하고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올리브나무처럼” “삶은 그래도 살람(Salam), 평화이다” “이것도 희망이라고…. 그래, 이것이 희망이라고” 등 각 에세이에는 저마다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슴에 새겨질 문장들로 빼곡하다.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진에세이 속, 박노해 작가가 직접 찍고 인화한 작품들은 서촌에 자리잡은 라 카페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동명 전시 ‘올리브나무 아래’(2024년 8월 25일까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해 38만명이 다녀간 라 카페 갤러리의 22번째 전시로 37점의 사진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무는 나무를 부른다. 숲은 숲을 부른다. 오랜 기억과 투혼을 이어받은 후대가 힘차게 자라나는 땅에서, 희망은 불멸”이라고 위안을 전한다. 매 시즌 직접 농가에서 공수한 제철 과일로 만든 ‘계절담은차’는 덤이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사진제공=느린걸음)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9 18:00 허미선 기자

[BIFF2023] '무빙' 류승룡, 작품속에서 '쓸모'있게 산다는 것!

류승룡, 튼튼한 하트.(연합)배우 류승룡이 또다시 감동 수상 소감을 남겼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배우 김강우와 모모랜드 낸시의 사회로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 글로벌OTT어워즈(ACA)가 진행됐다. 주연 배우상 남자 부문 후보에는 ‘간니발’의 야기라 유야, ‘딜리트’의 낫 킷차릿, ‘만장적계절’의 판 웨이, ‘무빙’의 류승룡, ‘카틀레아 살인자’의 아르조 아타이데,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의 사토 타케루가 선정됐다.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 글로벌OTT어워즈는 전 세계의 우수한 TV·OTT·온라인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다. 올해는 콘텐츠 후보 대상 지역을 아시아에서 글로벌로 확대,‘무빙’은 베스트크리에이티브상, 작가상, 남자 주연 배우상, 남자 신인상, 여자 신인상, 베스트디지털 VFX 작품상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증명했다.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를 감추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무빙’은 공개 후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주연상을 거머쥔 류승룡은 수상소감을 위해 무대에 올라 “‘무빙’에서 가장 힘들었던 촬영을 부산에서 했었다. 그 때 피 범벅 분장을 하고 촬영을 했었는데 이 자리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줄은 몰랐다”라면서 “웹툰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게 만든 강풀 작가님과 감독님들 그리고 ‘무빙’ 모든 스태프들이 저희에게 진정한 초능력자”라고 벅찬 감동을 추스렸다.이어 “거창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고 쓸모를 인정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무빙’의 진정한 초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 섬세하게 반응해주신 전 세계자 시청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배우 류승룡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 amp; 글로벌OTT어워즈’ 포토월에서 들어서고 있다. (연합)류승룡의 수상 어록은 늘 회자되어 왔다. 영화계에서 알아주는 다독가로 불리는 그는 술과 담배를 끊고 안방 화제작은 물론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챙겨볼 정도로 자신의 시간을 ‘쓸모’있게 쓰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 노력은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시상식에서 소감으로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것. 과거 영화 ‘최종병기, 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할 당시 “영화에서 만주어로 연기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청룡영화제의 공정성에 찬사를 보낸다”고 재치 있게 말하면서 “이 공정성 있는 심사를 내년에 미국에서 따라하진 않겠죠?”라며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FTA를 에둘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황정민 밥상 소감’ 이전에도 류승룡은 한 시상식 장에서 “현장에 잘 차려진 정성어린 밥상에 자리가 상석이든 말석이든 반찬 투정 안하고 소화 잘 시키고 설거지까지 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 하겠다”는 말로 배우로서의 쓸모에 집중해왔다. 한편, 류승룡은 부산 일정을 마무리한 뒤 ‘아마존 활명수’의 해외 로케이션을 위해 브라질로 떠난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9 13:10 이희승 기자

[BIFF2023] 유태오의 멜로 '패스트 라이브즈', 내년 오스카行 유력?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GV현장 모습.(사진제공=CJ ENM)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 2의 ‘미나리’를 꿈꾸고 있다. 내년 오스카 레이스를 위한 CJ ENM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두 남녀의 운명적인 이틀을 그렸다.제39회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직후 외신 매체 및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 속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최초 공개되는 자리인 만큼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뿐 아니라 5일과 6일, 두번의 GV 행사에 참석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 찾은 유태오.(연합)유태오는 공식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처음 영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패스트 라이브즈’와 강렬한 첫 만남을 회상했다.연출을 맡은 셀린 송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이 작품이 첫 장편 데뷔작이다. CJ ENM이 미국 영화사 A24와 협업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극 중 어린 시절 헤어진 단짝 나영을 그리워하다 운명적인 재회를 갖는 해성 역을 맡은 유태오는 “캐릭터의 주파수를 섬세하게 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부분은 셀린 송 감독님의 디렉션을 최대한 따르려고 했다”고 밝혔다.이어 “인연이란 게 우리 실생활에서는 가볍게 자주 쓰이는 용어지만 깊게 들어가면 끝도 없는, 일종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 뿐 아니라 맡은 캐릭터 역시 인연으로 생각하게 됐고 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준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유태오는 마리끌레르와 부국제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샤넬이 후원하는 행사이자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서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2023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에서 올해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인 아시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했다.윤여정, 스티븐 연에 이어 A24의 선택을 받은 유태오의 진지한 멜로 연기가 돋보이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8 18:18 이희승 기자

[BIFF2023] '키리에의 노래'들고 온 이와이 슌지 감독, "韓관객들 오겡끼데스까?"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와이 슌지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저에게 ‘오겡끼데스까’(お元氣ですか·잘 지내나요?)라고 인사하는 한국관객들, 이제는 친척같습니다.”한국에서 일본 영화 신드롬을 연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신작과 함께 방한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키리에의 노래’의 인터뷰에 나선 그는 동지진이 자신에게 남긴 것과 음악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던 전작들 사이 간극을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설명했다.이와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내 커리어와 함께 발전한 형제 같은 영화제”라며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지진이라는 것을 테마로 표현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지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고 털어놓았다.‘키리에의 노래’로 부산 찾은 이와이 슌지 감독.(연합)그의 고향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당시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심지. 이후 잔잔하고 앳된 감성을 주로 작품에 녹였던 그의 작품세계는 변화했다.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와 생존자의 슬픔이 기저에 깔린 결과물들이 탄생했기 때문. 예매 시작 3분여 만에 전석 매진된 이번 영화 역시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녀 루카(아이나 디 엔드)가 가족을 떠나온 또 다른 소녀 이코(히로세 스즈)의 도움을 받아 가수 ‘키리에’로 성장하는 이야기다.그는 “루카는 유일한 소통 수단이 노래다. 어딘가에 구속된 삶이 아니라 ‘하늘 아래는 모두 나의 집’이라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소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남겨진 이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연대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BiSH’의 보컬 출신인 아이나 디 엔드가 주연을 맡아 자신이 부를 노래를 직접 작곡했다. 감독 활동과 함께 뮤직 비디오 작업과 음반 발표를 병행해 온 이와이 슌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혼자가 좋아’라는 노래의 작사를 맡아 눈길을 끈다. “한국관객들이 처음엔 영화로, 두 번째는 콘서트를 보러 간다는 느낌으로 여러번 즐겨 주셨으면해요. 최대한 버스킹 현장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서 건물에 소리가 반사되는 시간까지 계산해가며 공을 들였거든요. ‘러브레터’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입니다.”한편 ‘키리에의 노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디렉터스 컷 버전과는 다른 2시간 분량의 상영본으로 국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8 15:24 이희승 기자

[BIFF2023] '지각한 거장' 뤽 베송 "프랑스 영화가 했던 업적, 한국이 하고 있어"

여러 번 부산을 방문한 적이 있는 뤽 베송 감독.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영화 ‘도그맨’ 기자간담회에 약 15분 가량 지각했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착석해 비매너 논란의 중심에 섰다.(연합)영화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로 유명한 거장 뤽 베송 감독이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아시아 프리미어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베송 감독의 주특기인 액션과 휴머니즘을 결합한 작품이다.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투견과 함께 개장에 갇혀 살았던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주인공. 2021년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학대당한 남자의 피폐한 삶을 연기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프랑스 작가 라마르틴의 말로 시작하는 만큼 개들과의 교감이 영화를 관통한다.115마리의 개들은 더글라스와 완벽한 팀을 이루며 서로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준다. 인간에게서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남자지만 개들로부터는 무한한 사랑을 받고 결국 선한 길을 택한다.실제 4살 때부터 개를 키워왔다는 뤽 베송 감독은 “어떨 땐 개가 인간보다 나을 때가 많지 않나”라 눙치며 말문을 열었다.뤽 베송 감독은 “아들을 철장에 4년간 가뒀던 실제 이야기를 기사에서 보게 됐다. 이후 그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관심이 생겼다. 고통스러운 유년기 이후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마더 테레사처럼 같은 좋은 길을 갈 수 있지 않나. 그런 상상력에서 이 영화를 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선한 길을 선택한다. 영화가 끝나고 20분 후 1000여 명이 넘는 한국 관객들이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며 감동받은 순간을 밝혔다.점차 확장되고 있는 한국영화의 힘에 대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사례다. 과거 프랑스 영화계가 이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한국 영화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한편 ‘도그맨’이 상영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다양한 행사들과 영화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7:27 이희승 기자

[BIFF2023] 윤여정의 소신발언 "태극기부대 엄마? 같은 의견 가진 친구 만나러가는 특별활동이라 생각해라"

부국제 액터스하우스 ‘윤여정’(연합)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팬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그는 KNN 시어터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 그간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와 예능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 등에 출연했지만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물론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와병설’이 돌기도 했다. 청바지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한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특유의 일갈과 더불어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 윤여정’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내가 잠깐 빛난 거는 아카데미상이라는 것 때문인데 그것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겁니다. 상금을 받은 것도 없고 일상이 달라진 건 없어요. 나 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배우라고 꼭 드레스 입고 허리에 손을 얹은 포즈를 취해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방년 77세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죽을 겁니다.”그는 한 관객에게 자식이 없는 싱글이었더라도 열심히 연기를 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더러운 꼴을 보면서 배우를 했는데 자식이 없었으면 아마도 목숨 걸고 안 했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배우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홀로 양육한 두 아들의 존재를 알렸다.태극기부대에 나가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특별활동’을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면서 “전쟁을 겪은 공포 때문에 그러는 것이고 같은 의견을 가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다. 이걸로 옳다, 그르다 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의 생각을 밝혀 많은 박수를 받았다.‘대표작’을 꼽아달라는 김도훈 모더레이터의 말에 “내가 내 대표작을 이야기하는 게 어디있나”며 호통치기도 한 그는“작품을 생각하면 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며 친근한 사이에서 나올법한 대답을 내놨다.“작품에 확신을 갖고 들어갔는데 ‘아차!’ 싶은 경우도 많았어요. 뭐 어때요.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해야죠. 다만 저는 제 처지를 알아서 불평하거나 불만을 말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의 쓴물, 단물 다 맛본 사람인데 모두 한순간이거든요.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6:50 이희승 기자

[BIFF2023] "볼 하트 왜하냐?"던 송중기, 영화 '화란' 오픈토크에서 역대급 팬서비스!

영화 ‘화란’ 감독과 배우들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 관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훈 감독, 홍사빈, 김형서, 송중기. (연합)배우 송중기가 역대급 팬서비스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후끈 달구고 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 초청작인 영화 ‘화란’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다.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1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화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송중기는 “칸영화제에 갔을 때 보다 더 떨린다”며 “항상 국내 관객 분들께 인사 드릴 때가 제일 살 떨리고 긴장된다. 요새 한국 영화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어선지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배우들의 하입보이.(연합)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배우들이 즉석에서 선보인 뉴진스의 댄스배틀이었다. 극 중 암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 홍사빈은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문득 문득 ‘나 송중기 배우랑 연기하고 있는 거야?’라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번 오픈토크에서 김형서 배우와 뉴진스 춤을 보여주자는 의견도 나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이를 듣고 있던 송중기는 관객들에게 뉴진스 춤을 보여주자고 제안해 홍사빈, 비비와 함께 ‘하입보이’를 즉석에서 선보여 해운대를 뜨거운 함성으로 채웠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5:56 이희승 기자

[BIFF2023] 연쇄살인마, 택시기사, 아들을 잃은 엄마가 만나면?

영화 ‘인질’로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 필감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운수 오진날’의 주역들. 왼쪽부터 유연석, 이정은, 이성민. (사진제공=티빙)배우 유연석이 특유의 멍뭉미를 벗고 연쇄살인마 역할로 파격 변신한다. 6일 부산 해운대 우동 CGV 해운대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티빙 새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의 특별GV가 진행됐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에서 출발한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올해는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 총 6편 중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가 3편을 차지해 대세임을 증명했고 모두 5분만에 전석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운수 오진 날’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는 유연석. (사진제공=티빙)이에 유연석은 ‘마음에 흡족하고 알차다’는 뜻의 제목을 인용해 “스크린으로 만나는 드라마를 보려는 관객들이 많은 걸 보니 어제가 ‘운수 오진 날’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보여준 엄친아와 로맨틱 가이의 모습을 의식한 듯 “젠틀하고 선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다 보니 다른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획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이건 누구한테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며 강렬한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이정은은 극 중 아들을 죽인 범인을 쫓는 순규 역을 맡아 불굴의 모성애를 표출한다. 그는 “원작에 없는 역할”이라며 “엄마 세대에서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접근했다. 반전 없고 기름기를 쫙 뺀 연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순박한 가장으로 겁이 많은 택시기사 오택 역할을 맡은 이성민은 “원래 성격에 가깝긴 한데 가능할까 하는 고민이 드는 작품”이라면서 “사건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다 보니 평범함을 계산해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이에 필감성 감독은 “중간중간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과 ‘형사록’의 모습이 나오셔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긴 했다”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살인마를 태운 채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운수 오진 날’은 오는 11월 공개된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7 15:55 이희승 기자

[비바100] 일론 머스크, 광적인 'X'사랑… 괴짜인가, 천재인가

“혹시 저 때문에 감정 상한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 했고 사람들을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 해요.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서문에 적힌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드는 ‘시대의 혁신가’인 그를 지탱한 것은 ‘강박 장애’와 ‘하드코어(hardcore) 마인드’였다. 이 책은 머스크의 ‘준(準) 자서전’이다. 전기 작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머스크를 2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고 한다.일론 머스크|월터 아이작슨|21세기북스◇ 학대 받던 어릴 시절의 트라우마머스크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는 ‘카리스마 넘치는 몽상가 혹은 불한당’이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 매우 엄격했다”고 하지만 머스크는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어야 했다. 그는 자신을 키운 것이 ‘역경’ 이었으며 덕분에 리스크를 두려워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어린 시절 그의 유일한 심리적 안식처는 ‘독서’였다. 달에 범죄자들을 보내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소설들도 그의 상상력을 키웠다.◇ 인터넷 물결 위에 올라타다인터넷 광풍에 매료된 머스크가 동생 킴벌과 일군 첫 사업체가 ‘집투(ZIP2)’였다. 사업체 전화번호로 길을 알려주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곧 좌절을 맛본다. 투자한 벤처캐피탈이 그를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빼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것이다. 사업은 인기를 끌었으나 의욕을 잃었다. 결국 27세에 2200만 달러를 받고 발을 빼게 된다.1999년에 그는 ‘엑스닷컴’을 창업한다. 뱅킹과 디지털 구매, 신용카드, 투자와 대출 등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온라인 은행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꿈 꾸었다. 이 때부터 ‘x.com’은 그의 시그니처가 된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공동창업자마저 그에게 용퇴를 요구했다. 그 때 경쟁자 피터 틸을 만나 ‘페이팔’로 합병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욕심을 낼수록 내부 반발은 격화되었다. 2002년에 이베이에 매각되었고 그는 2억 5000만 달러의 투자수익을 챙긴다.◇ ‘로켓 맨’의 화성 탐사계획2002년 5월에 스페이스X를 설립한 머스크는 이듬해 9월 첫 로켓 발사와 2010년 화성 무인 탐사선 발사라는 당찬 목표를 제시한다. 우주항공업계 부품이 자동차보다 10배나 높다는 사실에 경악하곤 비용통제에 전념한다. 결국 스페이스X 로켓 구성품의 70%가 자체제작된다. 이를 계기로 엔지니어들에게도 ‘광적인 긴장감’을 강요하게 된다.2004년에 NASA와 2억 2700만 달러 계약을 따냄으로써 그의 우주 사업은 도약의 계기를 맞는다. 그러나 로켓 발사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2006년 3월에 첫 발사된 ‘펠컨 1호’는 연료 누출 사고로 공중 폭발했고, 2008년 세 번째 발사까지 계속 실패하자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럼에도 그는 “6주 후에 네 번째 발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런데 이런 황당함이 오히려 조직에 낙관적인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순식간에 절망과 패배의 분위기가 결의로 가득차게 된다.마침 ‘페이팔 마피아’ 피터 틸이 2000만 달러를 투자한 덕에 네 번째 발사 자금을 조달한다. 마침내 2008년 9월 28일, 최초의 민간 제작 로켓이 새 역사를 썼다. 곧 이어 우주정거장을 12회 왕복하는 16억 달러 계약을 NASA와 체결하면서 파산을 면한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 로그인 패스워드를 ‘ilovenasa’로 변경했다. 이후 무인궤도 진입 후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어떤 민간기업도 성공하지 못했던 미션을 2010년 6월에 성공한다.◇ 혁신적인 전기차 ‘테슬라’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는 누구도 생각 못한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초기 버전의 제작비가 대당 7만 달러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용화 모델 ‘로드스터’의 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초기 자금 조달을 조건으로 ‘테슬라’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그는 ‘대량생산’ 밖에 길이 없다며 밀어 부치면서 모든 공정에 간섭했고, 2006년에 드디어 시제품을 내놓는다.하지만 자금사정은 빠르게 악화되었다. 공급 체계가 문제였다. 일본에서 배터리 셀을 만들어 태국에서 팩으로 조립하고 영국에서 새시에 조립하는 방식이 물류는 물론 현금흐름 문제를 불렀다. 초기 로드스터 제작에 최소 14만 달러가 들었다. 10만 달러에 팔아야 적자만 쌓일 뿐이었다. 때 마침 다임러가 5000만 달러의 지분을 인수해 주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붕괴될 운명이었다.머스크는 곧바로 6만 달러 짜리 4도어 세단의 대량생산을 추진한다. ‘모델 S’였다. 차체를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배터리 팩을 차량 바닥에 배치하는 등 모델 S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 자동차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지속적인 업 그레이드를 통해, 오래 굴릴수록 성능이 더 좋아지는 전기차가 창조된 것이다.◇ 머스크 만의 생산 알고리즘머스크가 자신만의 생산 알고리즘 완성을 위해 강조하는 다섯 가지 계명이 있다. 첫째,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라. 특히 법무당국이나 안전당국의 요구사항은 절대 거부한다. 둘째,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최대한 제거하라. 셋째,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넷째,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마지막은 ‘자동화’다.때로는 몇 가지 부수사항을 수반한다. 모든 기술 관리자는 실무경험을 갖춰야 한다. 일을 방해하는 ‘동지애’는 경계 대상이다. 틀려도 괜찮지만 잘못된 것을 우겨선 안된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팀원에게 부탁하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경영진보다는 실무 선임자를 만나고, 특히 ‘광적인 긴장감’을 늘 유지해야 한다.사진 왼쪽부터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필생의 라이벌’ 이마존의 제프 베조스두 사람은 닮았다. 열정과 혁신, 의지력으로 세상을 흔들었다.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다만, 베조스가 체계적이라면 머스크는 본능적이다. 리스크를 무시하고 몰아붙인다. 베조스도 아이작 아시모프와 로버트 하인리히를 탐독하며 자랐다. 고교 졸업식 때 “태양계 행성들을 식민지로 만들어 지구를 구하자”고 연설했다. 2000년에는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창업했다.둘이 우주사업을 놓고 다투기 시작한 것은 머스크가 2013년에 케이프커내버럴의 유서 깊은 39번 발사대를 임대하자 베조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터였다. 머스크는 “이쑤시개 하나도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블루 오리진이?”라며 조롱했다. 베조스가 2015년 11월에 우주공간의 시작이라는 62마일 상공까지 로켓을 올렸을 때도 그는 “우주 관광객에게나 재미있는 일”이라며 폄하했다.2021년 4월 스페이스X가 블루 오리진을 제치고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계약을 NASA에서 따내자 경쟁은 다시 불 붙었다. 위성통신 회사를 둘러싸고도 맞붙었다. 2021년 여름까지 스페이스X는 2000개에 달하는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에 배치했다. 베조스도 2019년 프로젝트 ‘카이퍼’를 발표했지만 2021년 말까지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빌 게이츠와 자선활동머스크는 2022년 초에 자선기금을 설립하고 57억 달러를 기부했다. ‘기부왕’ 빌 게이츠가 그를 찾았으나 둘은 당장 부딪쳤다. 게이츠는 “배터리로는 결코 대형 트럭의 동력을 공급할 수 없으며, 태양 에너지는 기후 문제의 주요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머스크가 화성에 과도하게 열중하고 있다면서 “지구 내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몰아 세웠다.머스크는 “(게이츠의) 대부분 자선활동은 허튼 수작”이라고 쏘아 부쳤다. 그는 자선활동 보다 에너지의 지속가능성과 우주 탐사, 안전한 인공지능을 추구하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험한 인공지능머스크는 “우리가 미리 안전장치를 해 놓지 않으면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면서 뜻을 같이 하는 샘 울트먼과 비영리 인공지능연구소 오픈AI를 공동 설립한다. 2018년에 그와 결별하고 ‘엑스닷에이아이’라는 자신의 새로운 챗봇 회사를 설립한다.그는 “챗봇과 AI 시스템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넘어가면 정치적으로 세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오픈 소스형 비영리회사로 세워진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가 통제하는 폐쇄 소스형의 최대 영리회사가 되었다며 비판했다.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도구인 AI가 무자비한 기업 독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논란을 빚은 트위터 인수그에게 트위터는 ‘놀이터’였다. 트위터 이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자 이사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내 기본 철학 부문부터 견해가 다름을 알게 된다. 그는 트위터가 사용자들의 발언을 제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과하게 많다고 비판했다. “테슬라에는 200명인 엔지니어가 여기엔 왜 2500명이나 있느냐”고 따졌다.혁신적 금융 소셜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트위터에서 발견한 그는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다. 거센 반발이 일었으나 주당 54.2달러에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광고 의존도를 90%에서 45%로 줄여도 2028년까지 매출을 5배나 늘릴 수 있다고 호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총 440억 달러에 트워터 인수에 성공한다.이곳에서도 그는 직접 회사를 운영하길 원했다. 가장 먼저 2000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의 ‘살생부’를 만들었다. 90% 이상을 해고한다는 목표가 정해졌고 세 차례에 걸친 대학살이 펼쳐진다. 결과적으로 약 75%가 감원되었다. 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0-07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웃음’이라는 감각 너머 ‘인간’…연극 ‘굿닥터’

연극 ‘굿닥터’의 김승철 연출(왼쪽부터)과 이승우, 김귀선, 김수현, 정원조(사진=허미선 기자)“그냥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가볍게, 그냥 감각적으로 넘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냐 휴머니티냐 했을 때 저는 휴머니티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라고 이해했어요. 현 시대의 사회상이나 부조리를 풍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더 집중했죠.”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굿닥터’(10월 6~11월 12일) 프레스콜에서 김승철 연출은 “웃음 보다는 인간”이라며 “체홉 원작에 담긴 아주 짙은 인간의 무언가가 깊게 밴, 여운이 긴 작품”이라고 밝혔다.‘굿닥터’는 러시아 문학거장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동명 단편소설을 ‘기이한 부부’ ‘공원에서 맨발로’ ‘스위트 채리티’ ‘선샤인 보이’ ‘나팔을 불어라’ 등으로 토니상, 골든글로브 각본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이 각색해 엮은 옴니버스극이다.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네 번째 레퍼토리로 “전통연극, 고전의 원형을 지금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기조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연극 ‘굿닥터’ 중 ‘재치기’(사진=허미선 기자)소심한 하급 공무원과 최고 상관인 장관의 이야기를 담은 ‘재채기’를 시작으로 ‘가정교사’ ‘치과의사’ ‘늦은 행복’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오디션’ 등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8편 중 닐 사이먼의 오리지널 창작 에피소드인 ‘늦은 행복’과 ‘오디션’을 제외한 6편이 체호프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김승철 연출은 “8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한테 관객분들이 애정을 느끼고 누구는 도닥여주고 싶고 누군가는 끌어안아주고 싶고 또 어느 인물하고는 같이 술 한잔을 하고 싶고 어느 인물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다”고 밝혔다.“닐 사이먼이 작가(김수현)를 체호프로 상정하고 썼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극이죠. 무대 역시 글을 쓰다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 ‘언젠가는 글 쓰는 일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달리는 작가의 머릿속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 머릿속의 말풍선이 마치 극장의 프레임 안의 구조처럼 무대로 구성했습니다.”연극 ‘굿닥터’ 중 ‘가정교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이어 “무대가 작가 머릿속의 이야기 주머니”라 전한 김승철 연출은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더 세밀하게, 돋보기처럼 확대해 장면을 포착해 무대 위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작가 역의 김수현은 “교묘하게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려웠다”며 “오래된 고전이고 대본상에 엄격하게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작가를 체호프로 추정하다 보니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날 때 괴리감 같은 게 있다”고 전했다.김승철 연출은 “아주 마음 여리고 유약한 인물이 어떤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채기’ 속 이반은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달리 보면 순수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며 “‘가정교사’의 줄리아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천성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 곳곳에 드물게라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윤활유 역할을 해 각박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연극 ‘굿닥터’ 중 ‘치과의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더불어 ‘치과의사’는 내가 아닌 남의 고통이 얼마나 웃기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인간의 본질을 좀 비틀어서 보여주는 걸 수도 있어요. 그렇게 모든 에피소드들은 인간에 포커스를 맞춰 본질, 본성 등을 이야기하죠. 그래서 마냥 깔깔 거리면서 웃기 보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 사랑, 격려 등의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정원조는 “관객들한테 여러 가지를 줄 수 있지만 제 생각에는 재미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굿닥터’를 통해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정말로 지루하지 않게 즐기고 가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김수현은 “원작 그대로의 고전 즐기기가 되면 좋겠다”고, 이승우는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시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더불어 아무리 힘든 상황도 한발짝만 멀어지면 웃어 넘길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6 19:01 허미선 기자

[비바100] 연륜에 빠지거나 패기에 반하거나! 가을, 치열한 클래식대전

그야말로 대전(大戰)이다. 그리고 클래식 공연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듯 “별들의 전쟁”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2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11월 전후로 세계적인 클래식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 악단들은 저마다의 음색과 레퍼토리들 그리고 스타 지휘자·연주자와의 협연으로 무장하고 ‘스타워즈’를 예고하기도 한다.베를린 필, 안드리스 넬슨스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제공=빈체로)키릴 페트렌코(Kirill Petrenko)가 이끄는 베를린 필,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은 임윤찬·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한다.  투간 소키예프(Tugan Taymourazovitch Sokhiev)가 지휘하는 빈필과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최근 급부상한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ekele)가 지휘하는 오슬로와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Janine Jansen), 파비오 루이지(Fabio Luisi)의 로열 콘세트르헤바우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 파보 예르비(Paavo Jarvi)가 이끄는 취리히 톤할레와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에드워드 가드너(Edward Gardner)의 런던 필하모니와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 등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에드워드 가드너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니(사진제공=빈체로)4년만에 내한하는 런던 필하모닉(10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에드워드 가드너의 지휘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브람스 ‘교향곡 제1번’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한다.그래미·그라모폰·디아파종 등의 상을 휩쓴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10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브람스 ‘교향곡 제1번’ 그리고 김봄소리와 함께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오슬로 오케스트를 이끄는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27년만에 내한하는 오슬로 필하모닉(10월 30일 롯데콘서트홀)은 떠오르는 27세의 신성 클라우스 메켈레가 처음 지휘봉을 잡는 한국 무대다. 이들은 올 시벨리우스 프로그램으로 ‘투오넬라의 백조’ ‘교향곡 제5번’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 공연에 대해 “지난해 파리 오케스트라와의 첫 내한 무대가 취소된 데 클래식 팬들의 아쉬움이 컸던 클라우스 메켈레의 첫 내한 공연”이라며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명실상부 ‘포디움의 황태자’로 등극한 그의 지휘를 직관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공연”이라고 의미를 짚었다.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필하모니(사진제공=빈체로)2019/20 시즌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키릴 페트렌코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과 6년 만에 내한하는 베를린 필(11월 11~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11월 11, 12일 양일간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색다른 무대를 선사한다. 11일에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29번’,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개의 작품’,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을 통해 오롯이 베를린 필 사운드를 선사한다. 12일에는 조성진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더불어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연주한다.한 공연 관계자는 베를린 필의 ‘영웅의 생애’를 가장 기대되는 연주로 꼽았다. 그는 “최소 100명이 무대에 오르는 베를린 필의 ‘영웅의 생애’가 가장 기대된다”며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가 내한해 ‘영웅의 생애’ 같은 엄청난 대편성의 작품을 연주하는 일이 정말 드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그래미상 최우수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부분 수상자인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11월 15~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역시 11월 15, 16일 두 공연의 프로그램이 상이하다. 15일에는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멜루지네 서곡’, 조성진과 협연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제54번’,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스코틀랜드’를, 16일에는 협연자 없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그리고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9번’을 연주한다.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투간 소키예프가 지휘하는 빈필은 (11월 7~8일 예술의전당)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제5번’(7일),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상 8일) 그리고 랑랑과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7일)을 선보인다.네덜란드의 국보급 악단으로 베를린·필, 빈 필과 더불어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는 6년만에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한국무대에 오른다.RCO만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즐기는 베버의 ‘에베론’ 서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그리고 예핌 브로프만과 협연하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들을 수 있다.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악단, 지휘자, 협연자 모두를 최고 수준의 연주자로 구성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런 기준에서 RCO 공연은 악단의 명성과 더불어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모두 월드 클래스라는 타이를에 걸맞은 아티스트로 구성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명불허전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26·30일 예술의전당, 28일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 29일 세종문화회관, 12월 1일 롯데콘서트홀)는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을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 세 군데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아트홀 무대에도 오른다.뮌헨 필하모닉을 이끌 정명훈(사진제공=빈체로)11월 26일, 12월 1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임윤찬과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11월 28일과 30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 클라라 주미 강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글로벌 명문 오케스트라 러시에 한 클래식 공연 관계자는 “파보 예르비, 정명훈, 재닌 얀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등 최고참 음악가 vs 클라우스 메켈레, 김봄소리, 임윤찬, 조성진, 이고르 레비트(Igor Levit), 베조드 압두라이모프(Behzod Abduraimov) 등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2-30대 연주자들의 연주를 모두 들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어 “관객들은 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연륜의 음악을 선호하는지, 패기의 젊은 음악을 좋아하시는지 스스로의 음악 취향을 가늠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정명훈이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사진제공=빈체로)글로벌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러시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콘셉트, 프로그래밍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분투하는 클래식 행사들도 있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의 피아노 리사이틀(11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추천 공연으로 꼽았다.그는 “내한해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었는데 파워풀하고 낭만적인 음악에 정말 강점을 보이는 피아니스트”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이번 리사이틀에서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프랑크의 ‘프렐류드, 푸가와 변주곡’, 사이다미노바의 ‘고대 부하라의 성벽’,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Op. 32, No. 5 Op. 23, No5’, 피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10개의 모음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베조드 압두라이모프(사진제공=빈체로)한국 클래식 앙상블의 원조 격인 세종솔로이스츠의 ‘제6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11월 9~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JCC아트홀, 거암아트홀, 코스모스아트홀, 언커먼 갤러리 외, 이하 힉엣눙크!)은 세계적인 테너이자 인문학자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를 전면에 내세운 ‘렉처’ 콘셉트를 핵심으로 승부수를 띄운다.힉엔눙크! 관계자는 “힉엣눙크!는 트렌드를 점검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축제 답게 매년 별도의 축제 타이틀이나 포맷을 지정하지 않는다. 마치 잘 차려진 셰프 특선 요리처럼 세종솔로이스츠가 다각도로 엄선한 공연들이 펼쳐진다”며 “올해 축제는 고전 음악의 근본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인문학에 대한 탐구를 담은 렉처, 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콘서트가 새롭게 기획됐습니다. 더불어 스타 음악가와 세종솔로이스츠의 음악적 협업, 라이징 스타를 발굴하는 노력,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만나는 접점에 대한 기획은 전년에 이어 계속 됩니다.”힉엣눙크! 뮤직베스티벌에 참여하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힉엣눙크!가 이례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이안 보스트리지는 ‘해리 포터’ ‘노래하는 인문학자’ ‘최고의 에반젤리스트’ 등으로 불리는 성악가로 29세에 음악을 시작한 늦깎이 테너다.옥스퍼드·캠브리지 대학에서 철학·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문학자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교수이기도 했다.유창한 독일어와 불어, 타고난 미성과 섬세한 곡 해석, 분명한 대사 전달 등으로 ‘최고의 에반젤리스트’로 불리는 이안 보스트리지는 제6회 힉엣눙크!에서 렉처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 그리고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하는 ‘일뤼미나시옹’을 진행한다.힉엣눙크! 뮤직베스티벌에서 다채로운 색소폰의 매력을 선사할 스티븐 뱅크스(사진제공=세종솔로이스츠)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음악가가 인문학 렉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옥스퍼드 인문학 박사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의 인문학 탐구가 볼 거리”라며 “주목할 만한 공연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Steven Banks)”라고 귀띔했다.이어 “지난해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Avery Fisher Career Grant, 주목할 만한 신인 연주자를 선발해 후원하는 상) 수상자”라며 “그 간은 좀체 접할 수 없었던 색소폰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렇게 2023년 가을은 글로벌 명문 악단들의 내한 러시, 그 포화 속에서도 착실하게 독자적인 콘셉트와 프로그래밍으로 분투하는 공연들 등으로 다채로운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클래식 업계에서는 “이 좁은 시장에서 이러다가는 다 죽어”라고 우스갯소리 겸 서글픈 하소연을 하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꽤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쓸쓸할 틈도 없을 가을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6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경계없는 질문’을 던질 제23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5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시어터카페에서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문영호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고주영 프로듀서,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 최석규 예술감독, ‘지상의 여자들’ 전인철 연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제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스파프)가 한국에서 어떻게 비춰지는지까지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스파프가 표준이 되는 예술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많은 해외 파트너들과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이 스파스가 미래에 대한 좋은 비전들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기회들이 새롭게 창조되고 있다는 사실이죠.”5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시어터카페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 6~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정동극장_세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여행자극장 등지, SPAF 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스파프) 기자간담회에서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Corp Extremes)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Rachid Ouramdane)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은 이렇게 밝혔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개막작 ‘익스트림 바디’의 안무가 라시드 우람단 프랑스 사요 국립무용극장 예술감독(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그가 선보일 ‘익스트림 바디’는 서커스, 클라이밍 등 스포츠적인 요소들을 활용한 작품이다. 라시드 우람단 안무가에 따르면 ‘익스트림 바디’는 무용극이지만 “무용수는 한명도 없다.”“모두 곡예사, 운동선수들로 이뤄져 있죠. 그들은 매우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들입니다. 무대에서 몸의 대화를 하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자연적인 요소, 바람이나 공기 등이 되기도 하고 그런 것들과 소통하면서 작품을 꾸리죠. 그들은 저에게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수학, 문학 등을 배우지만 사회가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물 등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알려줬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좀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거라고요.”라시드 우람단 안무가는 “제가 살고 있는 파리와 알프스 산맥 중간지점에서는 스카이 점프, 공중 줄타기, 암벽등반 등 위험천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컴퍼니XY의 곡예사, 안무가분들과의 만남도 이어왔다”며 “그들은 삶에 대한 엄청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자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할 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허약함과 나약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적절히 통제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그런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시드 우람단이 이끄는 사요 국립무용극장의 ‘익스트림 바디’를 시작으로 스파프는 ‘경계없는 질문들’을 주제로 19개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스파프는 공연 예술의 지형과 어떤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축제가 되고자 하고 노력하고 있다” 전한 최석규 예술감독은 “늘 커다란 발견과 새로운 변화는 예술가들의 질문과 사유, 탐구에서 시작된다. 이에 이번 스파프는 ‘경계없는 질문’이라는 주제로 크게 세개의 분류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연극연습 프로젝트 중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전인철 연출이 이끄는 극단 돌파구의 ‘지상의 여자들’. 구자하의 ‘하마티아 3부작: 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말레시아 파이브 아트센터의 ‘노셔널 히스토리’, 안은미 컴퍼니의 ‘웰컴투유어코리아’(Welcome to Your Korea) 등은 동시대의 사회, 정치, 역사, 다양성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문영호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왼쪽)와 최석규 예술감독(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프랑크 비그루의 ‘플레시’, 데드센터 ‘베케트의 방’, 거인아트랩‘인.투’(In.To), 김지연과 전윤환 연출의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 등이 성별, 국가, 장르, 디지털과 아날로그, 과거와 현재 등 경계를 넘나들며 질문을 던진다.스파프를 주최하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문영호 대표는 “적극적인 마니아 관객 발굴 그리고 15일 개관하는 아트코리아랩을 통한 아트와 테크 융합 지원”을 강조했다. 이어 “적극적인 마니아 관객 발굴을 위해홍보 마케팅 인력 전담배치, 뉴스레터, 관객대상 설문조사 등 데이터마케팅을 진행하고 외국인과 장애인 관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 2년여의 걸친 준비 끝에 개관한 아트코리아랩과 스파프를 연계해 공연, 작품, 심포지엄,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별도로 5억원의 예산이 추가되기도 합니다.”이 아트랩과 스파프의 연계에 대해 최석규 감독은 “3개 트랙으로 연계를 준비 중”이라며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공연 개발·창작, 사운드에 대한 포커스 및 창작 프로토타입 개발 지원, 플랫폼 구축이다. 특히 사운드 관련해서는 대만, 독일, 홍콩, 호주 등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사운드를 개발하고 아시아 네트워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지상의 여자들’ 전인철 연출(왼쪽)과 ‘연극연습3. 극작 연습-물고기로 죽기’ 고주영 프로듀서(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더불어 협력예술가 제도를 도입한다. 제1기 협력예술가로 선정된 구자하·권병준 작가, 김풍년·이진엽·전인철 연출, 허성임 안무가 등 6명과 협력하며 새로운 작품 발표, 아시아·유럽 극장과의 축제네트워크를 통한 기획제작 및 유통을 지원한다. 최석규 감독은 “협력 아티스트 제도로 스파프의 큐레이털 방향을 조망하고 아시아·유럽 예술축제 네트워크협회를 통해 해외와 연계할 수 있는 중장기 플랜들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예술가의 작품만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질문들이 꾸준히 소개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표는 “예술가가 소모되지 않는 과정을 고민했고 예술가의 작품과 그의 작품세계, 그의 생각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기를 기대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 고민과 질문 등이 관객들과 좀더 밀도 있게 많이 만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여러 가지 채널과 협력 시스템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연계되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희 스파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5 18:30 허미선 기자

[BIFF2023] '영원한 따거' 주윤발의 행복론

주윤발, 개구진 포즈.(연합)“지난 50년은 영화인으로 살았으니, 앞으로 60년은 마라토너로 살 것”‘영원한 따거’ 주윤발의 인생 2막이 체육인이 될 전망이다. 특유의 선문답은 여전했지만 위트와 기품이 담긴 말로 언어가 다른 취재진들을 웃고 울렸다.작품의 출연기준과 8000억원이 넘는 기부액에 대해서도 “나의 매니저인 아내는 나의 출연으로 얼마가 남는지를 정확히 계산한 뒤 결정하고 난 그걸 그대로 따르는 편” 이라 눙치면서 “정확히 얼마나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고생은 내가 했지만 기부 역시 아내가 한다”고 사랑꾼 면모를 과시했다. 주윤발은 5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지난 50년이 있었기에 이렇게 큰 상을 받는 것 같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 나의 모든 것”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포토월에서 주윤발과 부인 재스민 탄이 레드카펫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연합)TV방송국에서 1년짜리 연기수업을 받은 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그는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등 홍콩을 넘어 세계로 날아올랐다. 오는 11월에는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원 모어 찬스’(2023)로 또 한번 연기 변신에 나선다. ‘원 모어 찬스’는 빚에 허덕이며 매일 카지노에 출근 도장을 찍는 헤어디자이너가 자폐아인 아들을 키우면서 맞이하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 주윤발은 “이 장르의 연기를 안 한 지 꽤 오래돼 기대된다. 무엇보다 한국 팬 여러분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몇달 전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가짜뉴스에 시달린 그는 “와병 수준도 아닌 어느새 죽은 인물이 됐더라. 오늘도 해운대에서 마라톤 훈련을 했을 만큼 건강하다”면서 “내 나이가 되면 제일 중요한 게 취미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거다. 지금은 영화인이 아닌 마라토너다. 그런 거짓에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홍콩 배우 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이어 “대회에서 죽는다면 뉴스에 나올 거다. 태어나고 죽는 건 자연의 섭리 아닌가. 시간의 흐름, 주름의 생성에 대해 어떤 거부감도 없다. 늙어가는 것도 무섭지 않다”며 타고난 배포를 자랑했다. 이날 주윤발은 취재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뒤 “에어드롭으로 여러분께 지금 사진을 보내드리겠다”며 예순 일곱의 나이에도 아이폰 헤비유저로서의 면모를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원 모어 찬스’를 포함한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 3편의 영화를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5 16:07 이희승 기자

[BIFF2023] 친구를 납치해 100억을 번다면? 배우들이 정의한 '우정' 살펴보니…

납치, 인질, 돈 등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갖고 있지만 유승호는 “전역 이후 이렇게 짧은 머리가 처음이다.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대한 욕심으로 덤빈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wavve)처음엔 친구였다가 오늘의 적 그리고 동지로 변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거래’를 통해 공개된다.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인 이 작품은 ’친구를 거래한다‘는 기발한 설정과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스케일을 담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에 초청됐다. 지난해 같은 부문에 초청된 ‘약한영웅 class 1‘이 웨이브의 효자노릇을 한 만큼 ’거래‘ 역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승호는 5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진행된 ‘거래’ 제작발표회에서 “주제 자체가 신선했다. 친구가 친구를 납치한다는 것에서 흥미가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전작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변신을 담은 ‘거래’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wavve)이어 “힘든 일이 많더라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든 끌고 가며 서로 응원하는 관계가 우정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며 남다른 브로맨스의 서막을 알렸다.  현장의 막내 김동휘는 의대생 송재효를 연기한다. 창창한 앞길이 막히게 되며 납치범이 되는 역할로 극 중 유수민을 한 순간에 부잣집 외아들에서 희생양 박민우로 만들어 버린다. ‘브로커’로 세계적인 존재감을 알린 이주영은 납치극을 쫓는 경찰 준비생 차수안 역을 맡았다.이들의 ‘우정’에 관해 이주영은 “어제 개막식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서로 교류가 없을 수 있어도 기분 좋음이 남아있는 우정의 마음이 아닐까”라고 정의했다. 유수빈은 “이 정도로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는 현장은 없었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고, 김동휘는 “조금 더 진한 우정이라면 모두가 검색으로 버튼을 누를 때 휴대전화 번호를 외워 누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의 집 비밀번호도 아는 사이라면 좋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놔 웃음을 안겼다.  배우 김동휘(왼쪽부터)와 유승호, 이정곤 감독, 이주영, 유수빈이 5일 오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그랜드조선 부산에서 열린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wavve)이정곤 감독은 “세 사람의 우정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가 관람포인트”라면서 “이 작품을 통해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는 기대와 확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낫 아웃’을 통해 안정된 연출력을 증명한 이정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거래‘는 6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다. 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5 14:49 이희승 기자

[BIFF2023] 올해 레드카펫 베스트 드레서는? 누가뭐래도 홍석천

독특한 패션 뽐내는 홍석천.(연합)영화의 도시 부산이 별들의 화려한 패션 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 BIFF) 개막식이 진행됐다. 호스트 송강호를 비롯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 주윤발, ‘거미집’ 오정세, 임수정 ‘독전2’ 한효주, 차승원, 조진웅을 비롯해 넷플릭스 ‘발레리나’의 전종서 등 대한민국의 수많은 스타들이 참석했다.파격적인 드레스의 주인공은 중국배우 판빙빙이었다. 깊게 파인 레드 컬러의 시스루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모았다. 레드카펫을 한복의 우아함으로 채운 건 중견 배우인 김영옥, 나문희의 몫이었다.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리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포토월에서 배우 판빙빙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올해 베스트 드레서는 방송인 홍석천이 가장 유력하다. 대부분 레드 카펫에서 세련됨과 돋보이는 컬러로 블랙을 택하지만 그는 공작새를 연상시키는 주름 치마를 턱시도 뒷단에 연결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수트 깃에는 보라색과 하늘색의 비단을 매치시켜 시크함을 뽐낸 것. 그는 지난해 자신의 SNS에 “그저 연기를 사랑하는 무명으로 부산에 와서 값싼 모텔에서 자며 영화제 곳곳을 경험해가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면서 “ 내년엔 배우로 아니면 드라마 기획자로 꼭 초대받기를. 감독님들 저 잊지 말아 주세요. 연기 잘 합니다“는 글을 올린 전력(?)이 있어서인지 유독 큰 환호가 쏟아졌다.주윤발 ‘영원한 따거’(연합)첫 순서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故윤정희에 대한 추모였다. 스크린을 통해 고인의 생전 작품들이 선보였고 객석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바이올린 연주가 로 알려진 백진희의 연주가 흘러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도 이어졌다. 유덕화, 이안 감독과 박찬욱 감독 등의 축하영상에는 주윤발의 촉촉한 눈가가 큰 스크린에 잡히기도. 수상소감을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관객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촬영하며 자신이 한국CF에 출연 했을 당시의 유행어인 “사랑해요”를 외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부산=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4 23:43 이희승 기자

[비바100] 28회 BIFF, '올해도' 영화의 바다에 빠져볼까?

부산 영화의전당 전경.(사진제공=BIFF)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지난해 대면 행사로 성공의 축포를 쏜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금 절치부심에 나선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우뚝 섰지만 ‘다이빙벨‘을 상영한 2014년 이후 예산 삭감과 정치적 압박, 집행위원장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더니 올해는 아예 수장도 없이 프로듀서 대행 체제로 포문을 열기 때문이다.올초 내부 인사 잡음을 시작으로 성추행 논란과 사의 표명이 이어지며 내홍을 겪었지만 구원투수로 배우 송강호를 등판시키고 수많은 화제작과 스타들을 집결시키는 모양새다. 오는 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고 아시아 최고 영화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뭐니뭐니해도 별★ 보는 맛!영화 ‘거미집’의 송강호는 작품 홍보와 더불어 호스트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칸의 남자’로 불리는 송강호는 영화제 기간 중 최근 개봉한 ‘거미집’의 홍보와 더불어 영화제의 얼굴로 활약한다. 그는 최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 중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비정상적인 운행체제로 가는 상황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민망하지만 해외 게스트들 중 아는 사람도 있고 친분이 쌓인 분들이 와서 반갑게 인사하는 마음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단독 사회는 영화제 최초의 일로 박은빈이 그 포문을 열 계획이다. (사진제공=BIFF)배우들의 건강악재가 개막전 연이어 터진 와중에 송강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상황.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의 주연 고아성은 천추골(엉치뼈) 골절 부상으로 12주 진단을 받았고 개막식 사회자로 선정됐던 이제훈은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으면서 박은빈이 최초로 단독 진행을 맡게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총 269편을 상영한다. 공식 초청작은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이 60편으로 지난해(71개국 354편) 보다 축소됐다. 하지만 세계 영화제를 매료시킨 수작들이 대거 초청되며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올해엔 판빙빙, 이와이 슌지 감독, 주윤발이 직접 해운대에 등장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해운대가 들썩이고 있다.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장강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사진제공=BIFF)신작 ‘원 모어 찬스’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원한 따거’ 주윤발의 ‘영웅본색’의 모습.(사진제공=BIFF)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와 감독상 ‘프렌치 수프’가 빠르게 매진됐으며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나선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해 ‘영웅본색’ ‘와호장룡’ 등 3편의 영화를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한다. 또한 ‘레옹’ ‘제5원소’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이 신작 ‘도그맨’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영화제 아니면 못 볼, 친절한 프로그래머들의 추천작은?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담긴 ‘괴물’의 한 장면. (사진제공=BIFF)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의 추천작으로 일본영화 라인업을 꼽았다. 그는 “가장 주목할 2편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괴물’은 어른들이 알 수 없는 소년들의 다치기 쉬운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로 오는 10월 7일 야외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뉴욕영화제, 런던영화제 등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영화 ‘탄생/재탄생’은 영화인들이 먼저 열광하는 선댄스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일찌감치 시네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진제공=BIFF)“역대 미드나잇 패션 중에서 올해가 아마도 내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표현한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올해 심야 상영에 선보일 작품들은 모두 상업영화들이 갖추지 못한 독립영화만의 ‘신선함’을 주무기로 하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그 중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소개돼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던 ‘탄생/재탄생’은 죽은 아이를 되살리려는 모성애와 스릴감이 잘 조합된 작품이다. 또 다른 미국 작품 ‘데드랜드‘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근무하는 국경수비대에게 벌어진 미스터리 한 사건을 다룬 끝을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했다.최근 인기리에 시즌2로 공개된 ‘신병’으로 눈도장을 찍은 장성범의 열연이 돋보이는 ‘해야 할 일’.(사진제공=BIFF)정한석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 ‘해야 할 일’을 주저 없이 추천작으로 꼽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자신이 가져야 할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사람의 고민이 스크린을 넘어 바로 우리의 고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 힘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이라고 밝혔다. 신예 박홍준 감독이 실제로 인사팀에서 근무하며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명필름문화재단에서 신진 영화인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명필름랩의 결과물이다. 오는 8일부터 감독과 출연배우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 김영웅, 장리우, 이노아, 강주상, 김남희 배우가 GV에 나선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0-04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투우사의 춤부터 결혼식 그랑 파드되까지! 스페인 정취 물씬 풍기는 러시아 정통발레 ‘돈키호테’

2021 ‘돈키호테’ 중 1막 2장 ‘세기디야’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화려하고 신명나는 스페인의 다양한 민속춤과 정교하고 극적인 마린스키 정통 발레가 만난 ‘돈키호테’(Don Quixote, 10월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무대에 오른다.1605년 발표된 미겔 드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Ludwig Minkus)가 음악을,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가 안무를 담당한 작품으로 1869년 볼쇼이발레단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번에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선보이는 ‘돈키호테’는 1960년대 프리파의 원작 안무를 바탕으로 한 알렉산드르 고르스키(Alexander Gorsky) 개정판으로 마린스키 발레 정통을 고스란히 구현한 3막짜리 작품이다.2021 ‘돈키호테’ 2막 2장위 둘시네아 홍향기(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기사도에 심취해 망상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기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라고 생각하는 귀족 알론소 키하노와 애마 로시난테, 순진한 시종 산초판자의 모험담을 담은 원작소설과는 달리 발레 ‘돈키호테’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딸 키트리의 사랑과 모험을 중심으로 한다. 부자 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로렌조의 눈을 피해 사랑의 도피행을 감행하는 키트리와 바질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결말까지 유쾌한 모험담과 화려한 스페인 민속춤들의 향연이 펼쳐진다.2021 ‘돈키호테’ 중 1막2장 ‘토레아도르’(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여자들은 부채를, 남자들은 탬버린을 들고 빠른 템포로 리듬을 타는 스페인 서민들의 춤 ‘세기디야’, 붉은 망토를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휘날리는 ‘토레아도르의 춤’(투우사의 춤), 자유롭고 현란한 팔동작들과 힘이 넘치는 점프로 격정적인 ‘집시들의 춤’, 결혼을 축하하는 쾌활한 ‘판당고’ 등 격정적이고 속도감 넘피는 스페인 민속춤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더불어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돈키호테의 꿈속에서 펼쳐지는 ‘숲의 여왕’ 및 ‘둘시네아’ ‘큐피트’ 솔로, 파스텔톤 튀튀를 입은 숲속 요정들의 섬세하고도 정교한 군무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혼식 그랑파드되(Grand Pas de Deux)까지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2009년 ‘돈키호테’중 3막 2장 ‘결혼식’ 그랑파드되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 클래식 발레의 진수는 뛰어난 기술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유니버설발레단 대표 무용수들이 책임진다. 지난 6월 ‘발레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Female Dancer)로 선정된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그의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10월 6·8일, 이하 공연일 순), 손유희·이현준(7일),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7일), 홍향기·강민우(8일)가 키트리와 바질로 분한다.2021‘돈키호테’ 3막 2장 중 ‘판당고’(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스스로를 기사라고 믿으며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구하러 떠나는,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해 유쾌한 해프닝을 벌이는 돈키호테는 전 유니버설발레단원인 곽태경 객원무용수, 키트리의 아빠 로렌조는 등장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관록의 김현우 발레리노가 맛깔나게 선보인다. 키트리와 바질의 로맨스가 중심축인 연극적인 서사, 엉뚱한 돈키호테와 시종 산초판자, 사랑의 방해꾼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로렌조와 가마슈 등 다양한 캐릭터들, 활기 넘치는 스페인 민속춤과 정통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돈키호테’에 대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발레 입문작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0-04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