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여가

[비바100] 크리스마스에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한해의 마무리는 베토벤의 ‘합창’

크리스마스 그리고 한해의 막바지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공연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찾게 되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과 한해의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교향곡 제9번 합창’(Symphony No. 9 op. 125 ‘Choral’, 이하 합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발레단체의 ‘호두까기 인형’과 ‘합창’이 무대에 오른다. 매년 티켓판매량을 합산한 랭킹에서 ‘클래식’ 부문 상위권을 장식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E.T.A. Hoffmann)이 1816년 집필한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Der Nussknaker und Mausekonig)을 원작으로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이 원작과 차이콥스키의 15개곡을 바탕으로 한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황실 소속의 마린스키 극장 수석 발레마스터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와 그의 조수 레프 이바노프(Lev Ivanov)가 안무를 꾸려 1892년 초연된 2막짜리 작품이다. 엉성한 구성과 연결성의 부재, 디베르티스망(극의 줄거리, 흐름과는 관계없이 보여주기를 위한 춤들)의 난무 등으로 악평일색이던 초연 후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1934년 마린스키 발레단이 재상연한 바실리 바이노넨(Vasily Vainonen) 버전이다.클라라가 주인공인 이 버전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12월 21~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1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의 유리 그리가로비치(Yury Nikolayevich Grigorovich)가 안무한 마리를 주인공으로 한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사진제공=국립발레단)두 ‘호두까기 인형’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랜드의 표현을 비롯해 호두병정, 할리퀸과 콜롬빈, 악마 등 마법사 드로셀마이어의 마술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구성 및 안무, 크리스마스 랜드로 이끄는 배(국립발레단)와 눈썰매(유니버설 발레단), 나라의 민속춤을 선보이거나(국립발레단) 신비한 과자나라의 초콜릿·커피콩·차·막대사탕 등의 춤으로 표현하는(유니버설발레단) 프랑스·중국·스페인·인도·러시아 인형들 등도 다르다.   마지막 장면까지 다른 두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이라면 아역 무용수들의 활약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1막을 어린 클라라가 이끌며 한국 발레 꿈나무들의 무대를 마련한다면 국립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을 소품이 아닌 어린 무용수가 표현해 시선을 끈다.정명훈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합창’(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한해를 마무리하는 베토벤의 ‘합창’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클래식 신의 연말 레퍼토리다.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성악이 가미된 파격 구성으로 1824년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 극장 초연부터 객석을 들끓게 했던 곡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독창자들과 혼성 합창으로 구성된 4악장은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계몽시 ‘환희의 송가’에서 가져온 것으로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가사를 통해 자유와 화합, 평화, 인본주의 그리고 유토피아를 향한 이상주의 등으로 점철된 베토벤의 염원과 음악세계를 응축했다.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합창’에 대해 “이곡의 메시지는 형제애”라며 “음악을 통해 한 마음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명훈은 원코리아오케스트라,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강요셉, 바리톤 강형규 그리고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과 함께 ‘합창’(Beethoven ‘Choral’ 12월 31일 롯데콘서트홀)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향의 ‘합창’(사진제공=서울시향)매해 ‘합창’으로 그해를 마무리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도 ‘2023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12월 21, 22일 롯데콘서트홀)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을 만난다. 이번 ‘합창’은 2024년 1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 예술감독이 지휘자로 나서고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김우경, 베이스바리톤 박주성과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한다. 이 공연에서는 ‘합창’과 더불어 서울시향이 LA필하모닉(LA Philharmonic), 밤베르크 심포니(Bamberg Symphony)와 공동위촉한 신동훈 작곡가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Upon His Ghostly Solitude)가 아시아 초연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20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영국과 할리우드가 '소비'한 나폴레옹? 스스로 황제가 된 남자!

교과서에서 만난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과 ‘나폴레옹 1세와 조세핀 황후의 대관식’ 그림이 똑같이 재연된 황제 대관식은 역사공부로서도 꽤 훌륭하다. (사진제공=애플TV)“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를 외친 나폴레옹이 주구장창 영어만 한다. 게다가 그의 연대기를 촬영한 감독은 영국 출신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다.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던 나라의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를 내세워 ‘나폴레옹’을 만든다고 했을때 받은 조롱은 수위가 꽤 높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곧 아흔이 되는 이 거장 감독은 “프랑스인들은 자기 자신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고 전해진다.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돼 소니 픽쳐스의 배급망을 타고 지난 6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나폴레옹’의 러닝타임은 무려 158분. 하지만 로맨티스트이자 타고난 전략가, 군인인 나폴레옹의 민낯을 이 작품처럼 대중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코르시카 섬 출신의 키작은 군인이었던 나폴레옹은 뛰어난 머리와 강한 전투력을 발휘해 프랑스의 영웅으로 거듭나며 30대 중반의 나이에 스스로 황제가 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평생 어머니의 사랑과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여인 조제핀을 갈망하며 불행하게 살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영화는 황제가 되기까지 그가 진두지휘한 전설적인 전투를 아우르며 역사적 증명에도 공을 들였다. ‘마션’ ‘에이리언: 커버넌트’ ‘글래디에이터’ 제작진과 다시 한번 협업한 리들리 스콧은 수십만 ㎡에 걸친 촬영지와 360도를 커버하는 세트, 최대 11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진두지휘했다. 눈 덮인 호수에서 대승을 거둔 나폴레옹의 아우스터리츠 전투 장면은 아예 광활한 호수를 직접 만들었다. 특수효과로 꽁꽁 언 얼음 속으로 가라앉는 군인들의 붉은 피는 유독 진하게 스크린을 물들인다.영화 ‘글래디에이터’로 강력한 시너지를 선보인 리들리 스콧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23년 만에 의기투합해 더욱 발전된 호흡을 발산한다. (사진제공=애플TV)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은 ‘실제 나폴레옹과 조제핀이 재림했나’ 싶을 정도로 집중도를 높인다. 프랑스 혁명 당시 배고픔에 절규하는 국민들에게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해 단두대에 목이 잘린 비운의 마리 앙뚜와네트가 타고난 흰 피부와 탐스런(?) 머리칼로 등장하는가 싶더니 두 주연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와 바네사 커비가 역사책에서 본 그림 그대로 등장한다. 두 사람의 결혼은 두 명의 아이를 둔 과부였던 조제핀과 그에게 한눈에 반한 젊은 장교의 결합으로 당시에도 큰 화제였다. 사실 조제핀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프랑스 사교계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외모와 매력으로 수많은 정부를 품안에 들인 마성의 여인이었다. 역사적으로 그와의 결혼을 권한 사람이 조제핀의 과도한 남성편력에 질린 유부남 연인이었단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두 사람은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 러시아 원정, 워털루 전투 같은 굵직한 세계사를 차곡하게(?) 쌓아갈 때도 여전히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다.유럽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나폴레옹의 전략전술을 탁월하게 그려낸 극중 전쟁신. (사진제공=애플TV)전장에서 조제핀에게 열렬한 사랑을 담아 보낸 러브레터는 병상에 누운 사이 하인에 의해 도둑 맞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수천통의 편지를 조제핀에게 보냈지만 정작 답장을 받은 건 손에 꼽을 정도로 나폴레옹에게 조제핀은 원하던 아이도 사랑도 결코 주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베드신은 그런 조제핀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황제의 아내가 되어 보석이 달린 왕관을 씌워주고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나폴레옹과 나누는 사랑은 지루하고 굳은 표현이다. 화면에 고작 2초 정도 잡히는 연인과의 잠자리는 찰나의 스침에도 환희에 가득 차 있다.조제핀은 결국 유럽국가들이 그토록 두려워 한 나폴레옹의 후사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 당한다. 마흔이 넘어서야 적국의 공주와 결혼해 아들을 낳은 나폴레옹은 전처인 조제핀에게 달려와 갓 태어난 아들을 안긴다.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읊조리는 모습에서 조제핀의 진심이 살짝 가늠되는데 사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극장판에서 조제핀의 매력은 많이 삭감된 느낌이다. 안방극장에서 어떤 마력을 표출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사진제공=애플TV)‘나폴레옹’은 영웅담보다는 외로운 사람이자 로맨티스트였던 한 남자의 일대기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야욕은 조국애로 시작했으나 결국 절절한 사랑의 후회로 끝을 맺는다. 애플TV는 이 작품에 대해 “나폴레옹의 기원과 빠르고 냉혹하게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된 이야기를 아내이자 유일한 참사랑이었던 조제핀과 맺었던 중독적이고 불안정한 관계를 통해 가까이서 들여다본다”고 정의하고 있다. 270분짜리 감독 버전을 보기 전에 극장판 158분을 만나보라고 섣불리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으로 다가간 나폴레옹만의 매력을 긴 시간 보노라면 그 정도 시간도 금세 지나가 버린다.프랑스의 군사력이 가장 막강하던 시절의 나폴레옹은 거침없다. 대중들이 선망하는 영웅으로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모습. (사진제공=애플TV)무엇보다 조제핀과 나폴레옹의 사랑과 전쟁이 극장보다 안방에서 훨씬 더 강렬할거란 확신이 솟구친다. 단두대에 잘려나간 수많은 귀족과 전 남편처럼 죽느니 옥중 임신까지 선택했던 이 생명력 강한 여성의 속내를 리들리 스콧 감독은 결코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구찌 가문을 둘러싼 천박한 민낯을 까발린 전작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20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10년을 한결같이 ‘드라큘라’ 김준수 “여전한 깨달음의 순간들, 지금에 충실하며 흘러가는대로!”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너무나 감사하고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2년에 한번 꼴로 무대에 올려진 자체가 관객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게다가 초연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드라큘라’라는 뮤지컬의 순간들을 제가 함께 했다는 게 뿌듯하고 자부심도 있고 감사하기도 해요.”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을 맞은 지금까지 뮤지컬 ‘드라큘라’(2024년 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와 함께 해온 김준수는 그 10주년을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10년을 했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은 것 같아요. 여러 시즌을 했으니 편하지 않냐는 시선도 있지만 사실은 부담감이 더 커요. 초연 때는 좋은 작품이 될까 라는 부담감이 컸지만 기준치도, 비교 대상도 없다 보니 제가 하는 게 기준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여러 시즌을 거쳐 오면서 다져지고 높아진 기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주년 무대에 오르는 심정을 이렇게 전한 김준수는 “10년, 100회를 해도 매순간 ‘나는 왜 이런 것들을 표현해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매일 다르고 의문을 가지게 되고 이해 안되던 것들이 문득 풀려버리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그날의 감정, 컨디션, 배우 등에 따라서 달라져요. ‘드라큘라’ 뿐 아니라 뮤지컬은 다 그런 것 같아요. 2초, 3초…대사와 대사 사이에 얼만큼의 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감정과 뉘앙스를 관객들께 드릴 수 있거든요. 그런 묘미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고 그걸 똑같이 느껴주셨을 때의 쾌감을 떠올리면서 공연에 임하고 있죠.”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년을 한결같이 “여전히 힘들어요”“이제는 배우이자 ‘드라큘라’의 팬으로서 할 때마다 정말 무대를 잘 만들었다는 걸 새삼 느껴요. 거의 첫 시도였을 4중 턴테이블, 하늘에서 내려오는 관 등 10년 전 무대인데도 여전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에 공연되면서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요. 거의 새로운 창작뮤지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400년을 한결같이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이야기다. 김준수가 ‘미국 형’이라고 부르는 ‘지킬앤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넘버를 꾸려 2001년 미국 샌디에고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논레플리카(원작과 똑같지 않은)로 초연됐고 김준수는 그 초연부터 지금까지를 함께 했다. “설명식의 대사로 처리되던, 엘리자베사의 환생체인 미나(정선아·임혜영·아이비)를 400년 동안 사랑한 이야기가 담긴 ‘쉬’(She)라는 넘버도 새로 만들어 넣었어요. 미나를, 관객들을 얼마나 납득시키냐에 따라 극이 끝날 때까지 에너지가 이어지는, 너무나 중요한 신이죠. 이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을 했나 싶을 정도예요.” 이를 비롯해 마지막 넘버인 ‘앳 라스트’(At Last), 반 헬싱(박은석·손준호)과의 ‘잇츠 오버’(It’ Over), 미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 리프라이즈 등 없어서는 안될 넘버와 장면 등이 10년여 동안 변화를 맞았다.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10주년을 맞으면서 여전한 또 하나는 힘들다는 거예요. 이번 시즌은 변화도 크기 않은데 그 어느 공연보다 신경 쓸 게 여전히 많아요. 그냥 인간이 아닌 흡혈귀라는 걸 어느 정도 납득시켜야 하기 때문에 걸음걸이 하나, 손짓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게 되죠.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하고 죽지 않는 400살의 노인부터 젊어지는 순간까지를 표현해야 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난이도 최상의 작품 같아요.”더불어 김준수의 표현처럼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400년을 한결같은 그 사랑을 미나에게,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려다 보니 감정의 기복이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것처럼’ 심한 작품”이기도 하다. ◇빨간 머리 드라큘라 “이렇게 오래할 줄 저도 몰랐죠!”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저도 이렇게 오래 빨간 머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뮤지컬에서 미장센, 보여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큘라 백작이 조나단(진태화·임준혁)의 피를 빠는 ‘프레시 블러드’(Fresh Blood)라는 신이 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피가 전이된 듯 온몸에 돌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죠.”프랭크 와일드혼에 따르면 한국 초연 당시 빨간 머리로 젊은 드라큘라를 표현하고자 했던 김준수의 도전으로 “이전까지는 40대 이상의 배우가 연기하던 전세계 모든 프로덕션이 20대 드라큘라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시작했다.”“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도 많이 했어요. 정말 힘들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은 염색을 해야 하고 좀만 땀이 나도 빨간 물이 흘러요. 이불 등도 벌겋게 물들고 모자를 안쓰고는 돌아다닐 수도 없고 일상생활 자체가 계속 힘들거든요.”이렇게 토로한 김준수는 “사실 이번엔 빨간 머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초연 때는 썩 달가워하지 않던 제작사 측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해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빨간 머리를 하게 됐다”며 “지금이 ‘빨간 머리 드라큘라는 마지막’이라고 공표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1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는 걸음걸이도, 제스처도, 다혈질의 서툰 표현법도 인간이 아닌 캐릭터로 드라큘라를 표현하고 싶어서 집중했다”는 김준수는 “지금은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되기 전 그리고 미나에게 인간으로 다가갈 때 좀 더 다정하고 상냥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으로서 좀 더 나긋나긋해야 윽박지르거나 화를 낼 때의 격차가 커지는 것 같아요.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되기 전 인간이었을 때 얼마나 다정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엔 좀 더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배우로, 가수로, 팜트리아일랜드 대표로서 “흘러가는 대로! 지금에 충실하며!”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프랭크 와일드혼인 뮤지컬 작품의 넘버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캐롤을 써주셨어요. 저희 회사(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뮤지컬 배우들이 부르는데 K팝 작곡가한테 받고 싶지는 않았어요. 봄쯤부터 추진했고 여름쯤에 와일드혼한테 얘기했는데 일 주일만에 곡이 왔어요. 듣자마자 너무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딱 그 정도 밸런스의 곡이었거든요.” 대표인 그를 비롯해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배우들(정선아, 김소현, 손준호, 서경수, 진태화, 양서윤)이 함께 부른 ‘마이 크리스마스 위시’(My Christmas Wish)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너무 어렵거나 발랄하지만은 않은, 뮤지컬 배우들이 화음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의, 그러면서 디즈니스럽기도 한…정말 여러 가지를 얘기했는데 정말 딱 그에 맞는 곡이었어요. 피아노 반주에 자신이 육성으로 녹음해서 보내주셨는데 그냥 너무 좋았죠.”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고 앞으로도 큰 미래를 그리면서 목표를 세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미끄러질 때의 실망감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스타일로 바뀐 것 같기도 해요. 반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다보니 지금 당장에 몰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해요.”이어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지금처럼 하고 싶어요. 배우들과 자체 콘텐츠로 만들고 콘서트 등 하고 싶을 걸 하면서”라고 덧붙였다.“내년엔 다들 출연작들이 많아서 너무 바빠요. 콘서트를 하기는 힘들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냥 흘러가는대로 안주하지 않고 큰 탈 없이 계속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곤 “실제로 드라큘라처럼 어떤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김준수는 “지금은 세계가 통하는 시대, K팝 가수가 글로벌 스타인 시대”라며 동방신기를 언급했다. “동방신기를 지금 이 환경에서 해보고 싶기는 해요. 너무 힘들었지만 다시 가고 싶기도 하고…반반이에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만끽하질 못했거든요. 지금의 이 분위기, 시스템 속에서 그때의 동방신기로 활동하면 어떨까 궁금하긴 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8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누구의 아내, 엄마가 아닌 '오롯이 한채아'로 돋보이는!

지난 2017년 개봉한 ‘비정규직 특수요원’ 이후 6년만의 내놓은 영화 신작인 이 작품은 결혼 후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촬영을 진행한 작품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사진제공= 판씨네마(주))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의 세 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형적인 장녀로 살아가는 혜진, 집안의 자랑으로 서울 방송국에 다니는 둘째 혜영(한선화), 모범생이지만 가족 몰래 춤에 미쳐 있는 막내 혜주(송지현)까지. 아빠의 기일에 모인 딸들은 올해도 5만원만 보내온 작은아버지 험담에 여념이 없다. 제사가 끝날 즈음 술에 잔뜩 취해 오는 그런 시동생에게 엄마 화자(차미경)는 양손 가득 음식을 싸서 보낸다.“일찍 간 우리 형 불쌍해서 어쩌냐”고 우는 작은 아버지의 고정 멘트가 달리 들리게 된 건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고서다. 배를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녔던 아버지는 비록 엄마를 외롭게 했을지언정 딸들에게는 부족함 없는 존재였다. 한채아는 차범근의 막내 아들 차세찌와 지난 2018년 5월 결혼, 이후 첫 딸을 품에 안으며 엄마가 됐다. 남편은 늘 “처음 만났을때보다 지금이 더 예쁘다”며 마음속에 아닌 말은 절대 안하는 T기질의 남자로 위안을 주는 존재라고. (사진제공= 판씨네마(주))맛있는 단팥죽을 잘 만들고 한 동네에서 50년을 살 정도로 한결같은 엄마의 비밀을 먼저 발견한 건 혜영이었다. 오래된 일본어 편지를 발견한 그는 언니 혜진에게 기억에도 없는 외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후 네 모녀는 교토로 향한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한채아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예산이고 분량을 떠나 이야기 자체가 예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상적이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맛, 평범하지만 각자 다른 결이 녹아든 시나리오였다”며 “실제 감독님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 인지 사실적인 감정이 차오르는 촬영 현장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군예능을 통해 강단있는 한채아의 모습을 기억한 ‘한참 어린’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란 그에게 자신의 기억들을 수다로 풀어냈다. “현실적인 언니의 모습이 잘 어울릴것 같다”는 러브콜과 함께 시작된 ‘교토에서 온 편지’는 한채아가 가진 연기적 본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방송에서 소비된 털털한 성격과 매력적인 외모 뒤에 드라마와 다수의 영화에서 발휘됐던 배우로서의 욕심이 스크린에 가득 차 있다. 그가 맡은 혜진은 단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집 근처 매장에서 근무하며 사실상 생계를 책임진다.“잠깐이지만 손님에게 ‘단골이니까 잘해 드릴게’라며 제가 영업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상대 배우분이 실제 감독님의 친언니였어요.(웃음)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가족의 기둥이 어떤 느낌인지 단박에 감이 오더라고요. 저 역시 친오빠가 또래보다 일찍 결혼한 후 계속 일하다가 늦게 시집을 가서인지 그 감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고요. ” 어린시절 생이별한 엄마에 대한 사무침, 그 아픔을 처음으로 알게 된 딸들의 이야기는 ‘이 땅의 모든 엄마와 딸’이란 교집합으로 심금을 울린다. 촬영차 오랜만에 방문한 영도는 한채아에게도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즐거운 순간이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 15기 김민주 감독이 실제 일본인인 외할머니와 어릴 적 생이별한 어머니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교토에서 온 편지’는 부산 영도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판씨네마(주))그는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외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했을 정도라면서 “나 역시 딸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여러모로 공감하며 찍은 소중한 작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혜진은 서울로 발령난 남자친구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동생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외국인 선원이자 매장에 온 손님과 더듬더듬 소통하는 모습이나 각자의 이유로 외면했던 가족사에 정면으로 응시하는 서사는 한국과 일본의 아픈 역사가 관통한다.돈 벌러 일본에 온 한국인이 유독 무시와 차별을 당하던 그 시대 외할머니는 한국 남자를 사랑해 엄마를 낳았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버림받았다. 어린 딸 만큼은 동등하게 키우고 싶어서 부녀가 먼저 밀항선을 타고 귀국한게 화근이었다. 한일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10년만에 도착한 편지의 마지막 발송지는 교토의 한 정신병원이었다.극중 능숙한 사투리로 의외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는 “촬영 장소인 집이 너무 예쁘고 좋더라.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라 그 곳에서 동료 배우들끼리 도시락을 자주 먹었을 정도”라며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사진제공= 판씨네마(주))부산에 와서도 일본 혼혈이었던 어린 엄마는 입을 닫았다. 일본어를 지우며 철저히 한국인으로, 그렇게 50년을 살았다. 그런 엄마가 교토에서 “오까상(おかあさん?어머니)”이라 외치며 흐느끼는 모습은 결국 국적을 떠나 늘 마음이 향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점철된다.“우리 엄마가 늘 경상도 특유의 츤데레 성격이라 서운한 게 많았어요. 그런데 제 딸에게 저 역시 그렇게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후회요? 조금 더 어리고 잘 나갈 때 다양한 활동을 계속 했다면 지금과는 분명 다른 모습일 거예요. 감정적으로 힘들고 정착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제 직업을 잃지 않았고 지금의 저에게 맞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요즘이 정말 좋아요. 이 영화처럼요.” 결혼 후 출산을 겪은 배우들에게 들어오는 고정된 역할, 대세로 떠오른 관찰 예능 섭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더이상 좀 더 예쁘기 위해, 더 잘 나가기 위한 결정보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하며 많은 걸 내려놓게 됐다”고 엷게 미소지었다. “결혼 후 8개월간 시댁에서 살았는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시아버지에게 갔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서운하기 보다는 이게 내 현실이란 걸 직시하게 됐다”는 한채아는 “데뷔 때는 늘 돋보이고 싶었는데 인형처럼 예쁘지 않아도 이게 내 모습인 걸 인정하니 편해졌다. 물론 피부관리와 운동도 하지만 내 나이에 맞는 걸 하지 더 어리거나 예쁘게 보이기위해 무리하지 않는 편”이라고 고백했다.“이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께 되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디렉션을 주십사 부탁드렸어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도 했지만 제가 감을 잃을 수도 있는거니까요. 다행히 그런 면이 잘 맞는 현장이었고 정말 행복한 촬영이었죠. 다시금 이런 기회가 저에게 또 왔으면 합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8 18:0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이토록 평온한, 그래서 지금! 90세 미셸 들라크루아의 ‘파리의 벨 에포크’展

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눈 내리는 파리, 그 거리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과 마차들, 강아지와 즐거운 때를 보내는 아이들, 연기나는 굴뚝, 사랑스러운 연인들, 화려한 물랑루즈,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언덕 몽마르트, 고요한 센 강과 그 주변을 둘러싼 노트르담 성당과 작은 카페, 책방들, 다리와 상점들 그리고 콩코르드 광장과 어디서든 보이는 에펠탑 등.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이며 어쩌면 지금 필요한 꿈같은 시절이다. 테러 위험, 인종차별, 만연한 혐오와 갈라치기, 환경문제, 빈대나 쥐 등 유해생물들의 습격, 페스트·메르스에 이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힘겨운 이들에게 90세의 미셸 들라크루아(Michel Delacroix)가 선사하는 1930년 파리 풍경은 평온하고 따스하며 정겹다. 미셸 들라크루아(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의 한국 최초 대규모 개인전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12월 16~2024년 3월 3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나는 풍경은 잇단 위기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이번 전시에서는 들라크루아가 75세였던 2008년부터 90세가 된 2023년까지 아크릴로 그린 1930년대 파리 풍경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50년 이상 파리 풍경으로 화폭에 담아왔고 현재도 노르망디에 머물고 있는 들라크루아의 전시는 마차를 타고 1930년대 파리로 떠나는 시간여행 콘셉트로 꾸린다. 차곡차곡 축적된 행복한 유년기와 평온했던 파리에 대한 추억 속에서 끄집어낸 200여점의 그림들은 ‘첫 번째 정거장.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두 번째 정거장. 파리지앵의 멋진 운명’(The Fabulous Destiny of Parisian), ‘세 번째 정거장. 파리의 연인들’(Lovers in Paris), ‘네 번째 정거장. 겨울 이야기’(A Tale of Winter), ‘다섯 번째 정거장.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 ‘여섯 번째 정거장. 길 위에서’(On The Road), ‘일곱 번째 정거장. 우리의 사적인 순간들’(Our Personal Moments), ‘에필로그. 그리고 아직도’(And Sill)에 나눠 담긴다.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제목이다. 언뜻 예상 가능한 직관적인 제목이 있는가 하면 비슷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예상치 못한 데 주목한 제목을 단 그림들도 있다. 도시 풍경 혹은 밤의 숲인가 싶은데 흐릿한 ‘달’ 혹은 ‘초승달’이라는 제목을 단 그림이 있는가 하면 눈 내리는 파리 풍경이지만 ‘선량한 의사’에 집중한 그림도 있다. 화가의 스튜디오 풍경 그림의 제목은 ‘하얀 캔버스’다.‘눈속에서 길을 잃은 개들’과 ‘다시 마주친 개들’처럼 시간의 간극을 표현하거나 비슷하게 눈 내리는 숲속을 달리는 마차 풍경이지만 ‘세 동반자’ ‘눈 속의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들도 나란히 걸려 있다.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아 청춘이여’ ‘참 좋은 인생’ ‘부드러운 산들바람’ ‘오 탄넨바움’ ‘당신만의 전나무를 사세요’ ‘나의 아름다운 전나무’ 그리고 ‘파리까지 9km’ ‘파리여, 안녕히’와 마지막 출구의 ‘파리를 기억해’까지 시적인 표현들도 있다.이토록 평온한 그리고 제목처럼 ‘벨 에포크’한 90세 화가의 파리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고 있는 ‘지금’ 그리고 그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미셸 들라크루아 개인전 ‘파리의 벨 에포크’展 마지막을 장식하는 2023년작 ‘파리를 기억해’(사진=허미선 기자)

2023-12-16 14:23 허미선 기자

[비바100] AI가 우울증 진단하고, 식물이 밤길 밝혀준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미래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신문은 매년 세계가 놀랄 만한 100개 기술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 800명에게 따로 설문조사를 해 기대치 순서대로 순위를 정해 공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가장 기대가 되는 기술로 선정된 기술이 ‘완전 자율주행’이다. 2위는 산업 메타버스, 3위는 간호 로봇이다. ‘인간을 돕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100개 기술 가운데 특히 2024년에 주목할 만한 미래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뽑아 소개한다.세계를 바꿀 테크놀로지 2024|닛케이BP|시크릿하우스◇ 인공지능(AI) 활용한 신기술▶이미지 생성 AI = 발주자나 설계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나 문장을 이용해 대화하면 이미지가 자동생성되는 기술이다. 프리젠테이션이나 설계에 드는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 건축 분야 생성형AI 서비스업체 ‘마인(mign)’이 지난 7월에 선보인 ‘아키텍쳐 디자인 봇’은 발주자에게 원하는 주택의 스타일이나 색상, 주변 환경 등을 묻고 그 답에 맞춰 건물 외관과 내관 이미지 4장을 만들어 준다. ‘오바야시구미’도 설계지원 툴 ‘아이콜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주일 정도면 제안서를 뚝딱 만들어 낸다.인공지능을 이용해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사진은 우울증 환자의 뇌 사진▶AI 우울증 진단 시스템 = 뇌의 한 영역과 다른 영역의 기능적 연결과 그 강도를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우울증 진단에 활용하는 신기술이다. 데이터 진단을 지원하는 알고리즘도 프로그램 의료기기로 올해 3월에 승인되었다. 유효성 확인 결과, 민감도와 특이도 및 정확도가 모두 70% 안팎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히로시마대 정신신경과,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 진단치료기기 개발업체 XNef 역시 연초에 높은 진단 보조기능과 범용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AI 생성 콘텐츠 탐지 = AI가 작성한 글이나 이미지를 AI가 탐지한다. 챗GTP 개발사인 오픈AI가 올 1월에 내놓은 ‘AI 분류기’는 1000자, 150~250 단어 문장에 대해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를 판별한다. 아직 정확도는 떨어진다. 올 1월에 설립된 스타트업 ‘GTP제로’는 ‘AI detection’ 툴을 공개한 데 이어 5월에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구글 브라우저와 조합해 사용하면, 검색한 문장이 AI가 생성한 글인지를 자동 판정해 준다. 메릴랜드대학은 AI로 생성한 문서에 워커마크를 남기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딥페이크 찾아내기 =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로 비슷하게 만든 가짜 이미지나 동영상, 음성 등 이른바 ‘딥페이크’를 탐지해 음성 사기 등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음성에서 발현되는 성대 모양을 추측해 가짜 음성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확도 99.9%에 재현율 99.5%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연구진은 역으로 그럴듯한 딥페이크 음성을 만들 수 있는지도 검토했으나, 계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건축·토목 분야 신기술▶ 생물 발광 = 가로수나 관엽식물이 빛을 발산해 밤거리를 밝게 비춰준다. 반딧불이처럼 생물 발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한 기술이다. 프랑스 스타트업 ‘우드라이트’가 생체 발광 유전자를 식물에 도입하는 생체 실험을 2021년에 마치고 2024년 시제품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데다 식물의 광합성 덕분에 도시 공해도 줄일 수 있다. 식물이기 때문에 100% 재활용도 가능하다. 다만, 은은한 빛을 비추는 수준이라, 어둠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라고 한다.솔라로드웨이즈에서 제작한 태양광 도로.(사진제공=솔라로드웨이즈)▶ 태양광 발전 포장 = 태양광 패널을 노면에 접착하거나 포장에 매립하는 기술이다. ‘발전하는 도로’를 지향한다. 도로포장 업체‘도아도로공업’은 결정질 실리콘형 태양전지와 투명한 특수수지로 패널을 만들어 노면 위에 접착제로 붙이는 형태의 두께 6mm 제품을 선보였다. 대형차 주행에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태양광 패널을 구현하기 위해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은 현행 도로법에 태양광 패널을 공공도로 노면에 설치할 수 없는데, 일본에서 도로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전기·에너지 미래기술▶ 차세대 전력반도체 =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자다. 산화갈륨과 다이아몬드, 질화알루미늄 등을 재료로 사용한다. 2030년대에는 실리콘 전력반도체와 함께 이 분야 주역으로 기대된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가 가장 앞서 있다. 플로스피아와 노벨크리스털테크놀로지가 각각 소재 개발에 성공해 고내압 다이오드로 양산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30년 전기자동차의 모터 구동 인버터에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GaN 전력반도체의 시장 규모를 단숨에 추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온 공학 시험 연구로 HTTR. 900도 이상의 고온을 추출할 수 있다.(사진제공=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 고온가스로 = 750~900도 초고온 추출이 가능한 차세대 원자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 않고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제출산업 등 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흑연재를 감속재로, 헬륨 가스를 냉각제로 사용하고 연료로는 우라늄에 세라믹을 입힌 직경 약 1mm 피복관 연료 임자가 사용되어, 사고가 나도 방사성 물질을 가둬줄 수 있다. 다만, 대형화가 어렵고, 고온을 이용해 무탄소 수소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제조하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가 요원하다. 일본 정부는 2035년 국내 1호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 기술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의 에어 택시 eVTOL. (사진제공=조비 에비에이션)▶ 에어택시 = 배터리로 구동되는 eVTOL(전동 수직 이착륙기)을 이용해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상승 하강이 가능하다. 2025년 열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 상용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택시 요금보다 2~3배 비싸지만, 이동시간은 절반으로 줄여준다. 현재 상용 운항이 가능한 4인승 이상 기체 제작업체는 8곳 정도인데, 이미 세계 각국에서 600대 가량의 예약을 받고 있다. 전력 소모가 크고 1회 충전에 100km 정도 이동할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가스 터빈 발전기 활용 등을 통해 400~1000km까지 늘리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 자율항행 잠수함 = 심해를 자율 항행으로 조사할 수 있는 잠수정이다. 3000m급 심해 작업을 위해 해저 지형 관측 등 과학기술 조사나 자원 탐사 등을 담당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이 검사용 로봇 어뢰를 탑재한 ‘스파이스 원’을 영국에 납품해, 북해 유전을 비롯한 전 세계 해저 파이프라인 부설 해역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최대 4노트(시속 약 7.4km)로 목표물에 접근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며, 1회 충전으로 최대 8시간을 항행해 30~40km의 파이프라인을 검사할 수 있다. ◇ 의료·건강/라이프·워크 스타일▶ 비강 투여형 제재 = 코를 통해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는 제재다. 2020년에 출시된 저혈당 응급치료제 ‘바크시미’ 비강분말제가 올해 3월 승인된 데 이어 경구용 독감백신 ‘플루미스트’ 비강 용액도 연내 출시 예정이다. 하마마츠 의과대학과 테이진파마가 공동 개량한 ‘옥시토신’ 비강 스프레이는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 자폐 스펙트럼증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다. 제약 스타트업 아큐리스파마는 간질환첩증 또는 경련발작 환자를 위한 항경련제 ‘디아제팜’ 비강 투여 스프레이 제재의 3상 임상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일본 고베대는 MeDIP 측의 오퍼레이션 유닛을 이용해 수술로봇의 5G 원격조작 실증실험에 성공했다.(사진제공=고베대학)▶ 수술 지원 로봇 원격조작 = 멀리 떨어져 있는 지도의사가 현지 수술 지원로봇을 조작해 현지 수술자와 공동 수술을 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완전 원격수술은 안정성 확보 등의 문제로 허용되진 않지만, 의사의 이동 부담도 줄고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200~300km 거리에서 부분적 원격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통신 지연이나 흔들림 등을 제어하는 게 관건이다. 현지에 숙련된 지도의사가 없을 경우 일반수술로 전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 앱 = 스마트 폰으로 개인의 기분전환을 해 주는 앱이다. ‘미 풀니스’는 이용자의 얼굴 영상 촬영으로 피로도를 판단해 폰 진동과 비주얼, 음악이 세트로 된 최적의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피부 상태 등으로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추정하고, 피부색 변화에서 심박수와 심박 페이스를 읽는다. 체험자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측정해 보니, 비 체험 그룹보다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이미 산후 케어 앱 등에도 채택되고 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16 07:00 조진래 기자

[B그라운드] 전혀 다르지만 닮은 우리 이야기,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당대 유명한 화가들 중 (뮤지컬화할) 인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했던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그 첫 번째는 당시 유행했던 아카데믹한 화풍이나 대중들이 인정하는 화풍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화가였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이 그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스스로의 삶과 비교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요.”정찬수 연출의 설명처럼 뮤지컬화할 화가의 선택 기준은 자신만의 세계관 구축과 더불어 “그림과 그들의 삶이 얼마나 연결돼 있느냐”였다. 그래서 ‘모딜리아니’(Modigliani)와 ‘에곤 쉴레’(Egon Schiele, 2024년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2관)다.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더 픽션’ ‘파가니니’ ‘파리넬리’ ‘살리에리’ ‘어린왕자’ 등의 제작사 HJ컬쳐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화가시리즈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와 에곤 실레(김준영·황민수·양지원·최민우,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삶을 60분짜리 두편으로 엮은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 창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백혜빈 작가, 문동혁 작곡가, 정찬수 연출, 모딜리아니·에곤 실레 역의 양지원·황민수·최민우(사진=허미선 기자)해외진출과 학교 대면 혹은 영상 공급을 위해 ‘괴테의 변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 와일드의 변론-거짓의 쇠락,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으로 구성된 변론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정찬수 연출이 전한 두 가지 기준으로 선정된 두 화가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한 인물들이다. 정 연출은 “같은 시대에 활동했고 짧은 인생을 살았으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려고 했던 사람들”이라며 “모딜리아니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고 에곤 실레는 인정받았음에도 결핍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목소리가 당대에 통용이 됐느냐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덧붙였다.“모딜리아니는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던 화가다 보니 화상이라는 존재가 그림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전파해요. 반면 생전에 영예를 누린 에곤 실레는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고 삶을 구축하죠. 그 죽음도 전혀 다르게 표현됩니다. 모딜리아니는 많이 슬프지만 에곤 실레는 관객분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신나게 마무리됩니다.” 백혜빈 작가는 “두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뮤지컬 제안을 받으면서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비극’이었다”며 “본인들도 자신의 삶을 비극이라고 생각할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고 화가시리즈의 시작점을 밝혔다.화가시리즈 뮤지컬 ‘에곤 쉴레’에서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황민수(사진제공=HJ컬쳐)“그들의 짧은 생을 3분 40초라는 시간과 여름이라는 키워드로 은유적 표현을 썼습니다. 모딜리아니의 ‘3분 40초’는 일반적의 가요의 길이로 삶을 살아가면서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그림 뿐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름은 28세, 청년의 시기에 세상을 떠난 에곤 실레의 삶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죠. 뜨거운 인물이기도 했고 그의 삶이 여름 그 자체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이어 백 작가는 “그림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다 보니 전시회라는 틀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모딜리아니를 마지막 순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이야기로 구성했다면 에곤 실레는 스페인 독감으로 사경을 헤매면서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전시회를 떠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부연했다.“두 화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일반적으로 이해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정서와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뤘죠.”연출적으로는 목소리를 키워드로 마이크로 표현된다. 정찬수 연출은 “모딜리아니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지 않는 세계와의 대립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에곤 실레는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확성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세계들을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마이크의 형태에 따라 자세나 몸 상태, 감정 등이 표현될 수 있게 했다”고 털어놓았다.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에서 모딜리아니를 연기 중인 최민우(사진제공=HJ컬쳐)“모딜리아니는 쓰러져 가는 마이크를 활용합니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향할 수 없는 마이크죠. 에곤 실레는 높낮이, 거리감 등이 다른 마이크를 통해 어디서든 누군가든 그의 말을 들어주고 있어요. 이 말을 들어주는 형태와 하고 싶은 말의 감정, 관계성 등은 에곤 실레가 직접 마이크를 움직이며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 갑니다.”전혀 다른 성향의 두 화가는 마이크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게 정찬수 연출의 전언이다.밴드 제비뽑기의 멤버이자 브로콜리너마저에서도 활동했던 문동혁 작곡가는 “모딜리아니는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서 감정선을 따라 음악이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며 “에곤 실레는 각각의 곡, 특히 오프닝 넘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에곤 실레라는 인물이 굉장히 도드라지는 캐릭터라서 돋보일 수 있게끔, 에너지가 넘치는 곡들로 구성했죠. 데이비드 보위를 많이 상상하면서 썼습니다.”초연에 이어 두 번째 시즌에도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로 돌아온 황민수는 “너무 달라보이지만 안에 가지고 있는 건 사실 같다”며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모딜리아니는 기침 등 신체적인 불편함을 좀 더 드러내면서 망가져가는 몸을 이겨내서라도 꿋꿋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있습니다. 에곤 실레는 결핍이 많았지만 그 결핍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부딪혔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는 무섭고 두렵지만 당당했던 데 포인트를 두고 연기하고 있습니다.”양지원은 “둘은 너무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이면을 찾고자 했다는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인간의 이면에 대해 그리고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화가시리즈 뮤지컬 ‘에곤 쉴레’에서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양지원(사진제공=HJ컬쳐)“연출님께 모딜리아니를 연기할 때는 마이크를 쓰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어요. 사람들이 입, 겉모습만 쳐다볼 뿐 내 진짜 눈동자를 봐주지 않는 데서 느끼는 모딜리아니의 결핍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에곤 실레는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결핍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민우는 “같은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대처하는 두 사람의 행동을 표현하고 있다”며 “모딜리아니는 어떤 상황에 계속 기가 죽고 결핍이 생기는데 에곤 실레는 정말 급진적으로 나아가려는 상반된 모습들이 재밌었다”고 전했다. “모딜리아니는 살아온 생애와 비슷하게 노래와 극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표현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에곤 실레는 개척해나가는 포인트들이 흥미로웠죠.”이어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최민우는 “나의 예술”을 꼽았다. 그는 “저는 모두의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에서는 ‘나의 예술을 위해’이라고 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 목표나 꿈이라는 서브 텍스트를 생각하며 연기 중”이라고 설명했다.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쉴레’에서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를 연기 중인 양지원(왼쪽부터), 최민우, 황민수(사진=허미선 기자)양지원은 “모딜리아니가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답답함을 ‘아’ 한 단어를 음율에 실어 표현하는 신을 가장 좋아한다”고 꼽았다.“저 역시 아주 어릴 때부터 가수를 준비하는 등 예술 계통에서 노력하다가 뮤지컬 배우까지 됐어요. 제가 생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제가 생각하는 예술이 예술이 아닌 것처럼 평가받을 때도 굉장히 많았죠. 그래선지 ‘모딜리아니’를 준비하면서 그 장면이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황민수는 “저 역시 ‘모딜리아니’에서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동의를 표하며 “같은 선상에서 ‘에곤 쉴레’의 ‘여름의 끝’ 마지막 대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을 보탰다.“에곤 실레가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세상에서 나라고 말이 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거야’ 라고 당당하게 되묻는 대사죠.”정찬수 연출은 “두 인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들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우리가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극 중에 ‘정말 어려운 시기’라는 대사가 있어요. 저희 화가시리즈도 사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초연을 했거든요. 그런 시기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예술을 해 나가야 하는지까지 연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관객들도 이 힘들고 갈수록 다양한 위기가 닥쳐오는 시기에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5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닮은 듯 다른 풍경, 공간, 시선, 상상력 그리고 화가로서의 확장! 이광호 ‘Blow-up’

개인전 ‘Blow-up’을 진행 중인 이광호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 작업의 처음 아이디어는 하나의 그림입니다. 65점의 작품이 하나의 사진 이미지로부터 구획된 작품들이죠. 구상회화에서 구획은 화가가 생각하는 풍경의 대상이나 주제, 내용 등을 담게 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 같은 구획의 전형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싶었어요. 하나의 사진 이미지로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죠. 고민 끝에 기계적인 방식으로 60개의 화면으로 구획했습니다.”이광호 작가의 설명처럼 개인전 ‘Blow-up’(2024년 1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1)에 전시된 65점은 각 캔버스의 화법도, 작법도, 구성요소도 그리고 계절감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렇게 저마다 독립된 듯 보이지만 그들은 이광호 작가가 2017년 우연히 발견한 뉴질랜드 등산로 중 하나인 케플러 트랙(Kepler Track) 풍경이다.이광호 작가 개인전 ‘Blow-up’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 벽면에 독립된 프레임으로 저마다 다른 풍경을 담은 59개 캔버스가 배치돼 있고 그 빈 공간의 일부 풍경을 확장한 회회작품이 건너편 벽면에, 또 다른 풍경을 따로 떼 낸 5편의 작품은 또 다른 방에 전시된다. “회화에 있어서 재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캔버스 천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화방에서 만들어진 인스턴트 천도 올의 굵기, 그라운딩 등에 따라 다양한 효과가 나거든요. 이번엔 동대문에서 천을 직접 구입해 사이즈부터 그라운딩까지를 손수 제작해 다양한 바탕면의 캔버스에 작업을 했죠.”개인전 ‘Blow-up’을 진행 중인 이광호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이광호 작가는 “그 바탕면이라는 건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육수와 같은 역할”이라며 “육수가 음식 맛을 좌우하듯 바탕면이 달라짐으로서 붓질, 물감이 흡수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굉장히 낯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좀 확연하게 보이는 등 그림 하나하나가 좀 다른 호흡의 느낌이 납니다. 바탕면과 더불어 화가의 회화적 감성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붓질을 할 때의 윤곽선, 경계의 표현입니다. 전작들인 인터뷰(Inter-View)나 선인장 연작들은 윤곽이 분명한데 비해 나이가 들면서는 그 경계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죠.”이어 그는 “그래서 이번에 새로 엔코스틱(Encaustic)이라는 기법을 시도했다”며 “6번째 캔버스 등 3작품 정도가 엔코스틱 기법으로 표현된 회화”라고 설명했다.“밀랍을 불에 달궈 화면을 포착하는, 로마시대에 시작됐던 전통적인 기법이죠. 이 기법은 물감을 붓으로 화면에 옮기기가 용이치 않아서 토치로 열을 가하면서 화면에 고착시키는 방법을 썼어요. 이 기법의 특징은 화면에 옮겨진 물감이 열에 녹으면서 윤곽이 섞이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그는 “독립된 프레임 이미지를 가지고 회화적으로 완성했지만 결국 하나의 풍경”이라며 “하지만 저의 의도는 60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재료나 기법, 캔버스 등도 캔버스마다 다르지만 그림을 그릴 때도 순서에 따르기보다 무작위로,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작업했어요. 연결된 하나의 이미지는 저 역시 갤러리에서 처음 확인했죠. 중요한 것은 프레임 하나하나가 독립된 그림이라는 겁니다. 각 프레임 내에서 완결성을 가지고 있죠.”더불어 “동시에 하나로 연결된 이미지이기도 한 습지는 수평적 공간”이라며 “올려다보는 게 아니라 내려다 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프레임 밖 풍경을 연상할 가능성을 확장시킨다”고 말을 보탰다.개인전 ‘Blow-up’을 진행 중인 이광호 작가(사진=허미선 기자)“또한 그림 하나를 떼어냄으로서 공간의 확장성이 더 부각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확장되면 갤러리 공간 밖의 세계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의 동명 영화(한국개봉명 욕망)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은 시선의 욕망과 시각적 진실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의 메시지와 더불어 실제로는 작은 웅덩이 수준의 습지를 60여개 캔버스로 구성된 거대한 풍경으로 그 크기를 키우거나 공간, 상상력 등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결국 시각의 문제인 것 같거든요. 그 시선의 욕망이 가진 허망함,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에 대한 질문으로 저는 읽혔습니다. 그렇게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가 제 전시에 연관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전환이랄까요. 그리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에 좀 비판적인 부분이 생긴 것 같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5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일상 그리고 과정에서 만나는 임충섭의 ‘획’(劃) 그리고 나만의 프라이드

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획’(劃)을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사진=허미선 기자)“동양의 문자, 그림 등에 힘을 넣어주는 건 힘 ‘력’(力)자가 든 획(劃)이거든요. 획이 없는 그림이나 서예는 맥이 없어요. 전시 제목도, 제 작품도 그 획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서양화 역시 마찬가지예요. 화면에 힘을 넣어주는 것, 추상적인 힘이 아니라 조형적이고 함축적인 힘을 넣어주는 것이 ‘획’이죠.”임충섭 작가는 2017년 ‘단색적 사고’,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만에 연 개인전 ‘획’(2024년 1월 21일까지 갤러리현대)에 대해 “힘”이라고 표현했다.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임충섭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드로잉, 자유형 캔버스 회화, 오브제, 고부조, 아상블라주, 영상과 결합한 키네틱 설치 등 40여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미니멀하고 함축적인 그의 작품들은 ‘사이’와 ‘잇다’를 결합한 ‘사잇’을 모티프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창작의 원동력이자 모티프로 삼은 결과물들이다.“서양의 현대미술은 전부 불교정신이에요. 불교의 제일 중요한 게 ‘견성’(見性,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로 본래 그대로의 자기 본성을 보는 일)이거든요. 마음을 바라본다는 거예요. 현대미술이 마음을 바라보는 거잖아요. 미술을 한다는 자체가 마치 요가수행을 하는 느낌이에요. 본인의 생각을 움직여서 보여주고 부수는 거거든요.”임충섭 작가는 철근을 구부리고 오무리는 등 몸을 움직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너머의 감성들을 불어넣는 미술작업, 과정 자체를 “정신적인 요가”라고 정의했다.이어 “동양의 에센스는 정신수행”이라며 “그런 정신적인 요가를 열심히 하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부연하기도 했다.“저의 획은 작품들이에요. 저기 있는 모든 작품들이요. 미니멀, 순 우리말로 줄임이죠. 여전히 제 미술은 엉거주춤이에요. 아직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에는 도달하지 못했거든요.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미술은 (제일 좋아하는 세계에 도달한다는 게) 될 수도 없어요. 과학이나 수학처럼 똑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미술은 도달하려는 의지죠.”개인전 ‘획’(劃) 중 ‘길쌈’을 소개 중인 임충섭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임 작가는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은 자기 프라이드로 사는 것 같다”며 “나에 대한 사랑거리로 사는 것이 프라이드”라고 덧붙였다.“나는 우리 부모님을 잘 위해드려, 그게 내 프라이드예요. 나는 나를 사랑해, 그 역시 제 프라이드죠.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제 프라이드예요. 얼마나 좋은 프라이드예요. 나는 법을 잘 지켜, 남 보다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 해먹을 줄 알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해, 거짓말을 하지 않아…이 모든 것이 프라이드예요. 프라이드라는 말도 인생철학의 하나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대단하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그런 프라이드를 갖고 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년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임충섭 작가 개인전 ‘획’(劃)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3-12-15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선택과 집중, 젊은 크리에이터, 지속가능성…15주년 공연예술창작산실은 “현재진행형”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성과를 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창작산실은 지금 끝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입니다.”2008년 ‘창작팩토리’로 시작해 15주년을 맞은 ‘공연예술창작산실’(이하 창작산실)에 대해 주최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2023년 창작산실의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 ‘젊은 크리에이터 지원’ ‘지속가능성’이다.“44개였던 사업을 현장업무 보고,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17개로 구조조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들을 나눠놓다 보니 창작자들이 어느 곳에 지원해야할지 어렵고 사업목표에 맞추다 보니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에 창작자들이 쉽게 응모하고 스스로의 창작활동 영역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공간을 넓혀주자는 취지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을 설정했습니다.”더불어 “젊은 청년 예술인들을 위하는 데 50%, 좀 더 숙련된 예술활동을 위해 30%, 글로벌 경쟁력 구축에 20% 비중을 두는 구조로 접근하고자 한다”며 “일회성이 아닌 다년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홍보대사 차지연(사진=허미선 기자)“현재 전국 17개의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까지 141개의 문화예술재단이 있습니다. 이에 웬만한 것은 지방으로 넘겨야겠다 싶었어요. 직접 지원하는 사례, 예를 들어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일회성 사업들은 지역을 통해 올라오게끔 과정을 정비한 것이 이번 창작산실의 특징이죠.”2023 창작산실에서는 동시대성, 다양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한 1차 서류심사, 2차 PT/인터뷰 심사, 3차 실연 심사를 거쳐 선정된 28개 작품이 공연된다.연극은 ‘언덕의 바리’ ‘아들에게’ ‘이상한 나라의, 사라’ ‘테디 대디 런’(TEDDY DADDY RUN), ‘화전’(火田) 5편. 창작뮤지컬은 ‘내 친구 워렌버핏’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이솝S이야기’ ‘여기, 피화당’ 4편이 선정됐다.무용 부문에서는 ‘애니멀’ ‘Yaras’ ‘a Dark room’ ‘The Line of Obsession’ ‘반가: 만인의 사유지(思惟地)’ ‘Where is the Rabbit?’, 전통예술에서는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 ‘물의 놀이’ ‘남성창극 살로메’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 2’ ‘무한수렴의 멀티버스’(Multiverse of Iinfinite Convergence)가 관객들을 만난다.지난해 신설된 음악 부문에는 ‘민요 첼로’(MINYO CELLO), ‘시선 si, Sonne!’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 ‘UN/Readable Sound’ ‘In Around C’가, 창작오페라 부문에는 ‘3과 2분의 1 A’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상의 날개’가 선정됐다.연극 5편, 창작뮤지컬 4편, 무용 6편, 음악 5편, 창작오페라 3편, 전통예술 5편 등 선정작들은 내년 1월 6일부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국립극장, 충무아트홀, 대전연정시립국악원 등에서 공연된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선정작들에 대한 경향과 작품을 소개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홍승욱 부장(왼족)과 강량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장(사진=허미선 기자)강량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장은 “올해의 특징은 역사 속에 숨겨져 왔던 다양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현대인의 불안과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작품들이 있다. 더불어 경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와 음악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경향을 짚었다.2023 창작산실의 홍보대사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다. 그는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연극 ‘빵야’ 쇼케이스에 참여했는가 하면 창작산실에서 발굴한 ‘레드북’의 2021년 공연에서 안나로 분하기도 했다.“쇼케이스는 정말 떨리더군요. 그런 긴장감을 더 많은 배우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굴된 좋은 작품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과 연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주시면 더 다양한 작품에서 더 다양한 배우들이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며 좋은 작품을 발굴해내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2023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왼족)과 홍보대사 차지연(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차지연은 “그렇게 참여한 작품들이 좋은 성과를 내 박수와 환호를 받았을 때의 성취감은 엄청 값진 것”이라며 “더 많은 배우들이 창작 작업에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어서 더 많은 우리 창작 작품들이 빛을 보고 세계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정병국 위원장은 “창작산실 선정작이 우리나라 창작작품의 대표성을 띤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한 심사과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발굴하겠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 단계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내년 상반기에는 창작산실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예술가와 단체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창작자들이 창작산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더 듣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관객들이 참여하는 캠페인과 그간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축하 영상 캠페인도 함께 준비할 예정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4 18:45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악마도 괴물도 송강처럼!

시즌1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스위트홈’의 시즌2와 시즌3 동시 제작을 발표했다. 시즌3는 괴물화를 끝내고 ‘신인류’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세상에서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기로에 놓인 이들의 사투를 그려낼 예정이다.(사진제공=넷플릭스)요즘 배우 송강에게 ‘대세’라는 표현은 너무도 찰떡이다. 공개하자마자 넷플릭스 상위권에 오른 ‘스위트홈2’과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이 동시에 전세계와 국내의 안방을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특수 감염자로서의 사투를 벌이는 전작은 지난 2020년 공개된 이후 무려 3년 만에 돌아온 시즌 2다. 라이징 스타였던 시간을 굳건히 견딘 그는 곧 맞이할 군백기(군 입대+공백기)에도 시즌 3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다. 시즌1에서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 역을 맡은 그는 욕망 때문에 끔찍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공격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K-크리처’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시즌 2에서 특수감염인의 외로운 삶을 택한 주인공의 선택으로 더욱 거침없이 나아간다. 시즌 1에 캐스팅 된 후 꼼꼼히 적어내려갔던 캐릭터 일지를 다시 꺼낸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평소 몸무게에서 10kg을 증량해 찍은 ‘스위트홈’에서 송강이 보여주는 액션은 유독 세련되고 날렵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당시의 공기나 기억, 몰입했던 순간들이 그걸 다시 읽으며 되살아나더라고요. 큰 도움을 받았죠. 성인이 되기 직전의 모습은 최대한 배제하고 외로운 싸움을 견디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감정을 누르고 담백한 감정연기에 집중했어요.”이번 캐릭터에 대해 송강은 ‘성숙’이란 단어로 시즌2를 정의했다. 그간 드라마 ‘나빌레라’, ‘알고있지만,’,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찍으며 다양한 연기 경험을 한 것도 ‘스위트홈’의 시즌제 촬영에 한 몫했다.“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대상이지만 지난 3년간 여러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더 알게 된게 가장 큰 발전 같아요. 그 전에는 내가 맡은 것만 하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는거죠. 모두가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한 덕분입니다.“연기를 한다는 것. 송강은 “관찰을 잘 해야하는 직업”이라고 단언하면서도 “혼자서는 절대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하는 모습이었다. 시즌1을 찍었을 때는 한 마디로 정의내리지 못했던 현수의 성격을 알게 된 것도 연기하는 재미를 더했다.확장된 세계관을 새롭게 선보이는 시즌 2의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이타적이고 희생정신이 강한 아이죠. 그걸 알고 연기하니 액션이 너무 재미있는거예요.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액션에 도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감독님이 화면을 보고선 ‘괴물보다 더 세보인다’고 할 정도로 공을 들였거든요. 칭찬 덕분인지 요즘은 몸을 불리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실제 송강은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이라 ‘스위트 홈’을 찍으며 현타가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말수도 적고 외로운 캐릭터라 실제로도 일부러 그렇게 일상을 만들며 집중을 유지해야했다. “거의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살았더니 괴롭더라. 현장에서도 사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말을 안해도 통하는 느낌이라 다들 배려해 주더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시즌2의 말미, 백신 연구 실험체가 된 현수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채 괴물과 대면한다. 뒤태가 모두 노출되는 신에 대해서는“스스로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웃으면서 “물론 노출은 민감하지만 합의된 촬영이다. 한번에 오케이를 받았고 많이 당당해졌다. 이걸 찍고 나서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로맨스, 크리처, 휴먼 장르 등 끊임없는 도전들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그는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송강은 몸을 쓰는 연기에 대한 고충도 토로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지만 그런 고민이 연기를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함을 알기에 기꺼이 견딘다고 했다. 지금도 ‘나빌레라’속 발레 안무를 못 외워 망신을 당하는 악몽을 꾸고, 촬영 전날이면 생각이 너무 많아 괴롭다고 했다.“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마음이 편안해요. 나를 갉아먹는게 있다면 그걸 어떻게 극복할까를 고민하는 성격인데 되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더라고요. 군대도 잊혀질꺼란 두려움보다는 얼마나 알찬 시간이 될까, 많은 자아성찰을 할 수 있겠다란 기대감이 큽니다. 다행히 내년에 시즌 3도 공개되니까 걱정은 고이 접어뒀어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4 16:24 이희승 기자

[비바100]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 ‘MBTI vs 사주’

MBTI 전문가 이병훈, 김재형, 최영임, 김명준, 박보민과 사주명리학 전문가 도화도르, 초명, 정동찬, 소림, 현묘 등이 약 6개월에 걸쳐 참가자들의 MBTI와 사주팔자를 분석했다.(사진제공=티빙)한국인의 ‘MBTI’검색률은 세계 1위다. 서울 삼청동에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꼽히는 MBTI별 맥주펍이 생겼을 정도다. 각종 맘카페를 비롯해 SNS에는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테스트가 한창 유행했다. 상대방이 “왜 우울해?”라고 묻는다면 감성적인 F, “그래서 무슨 빵을 샀냐?”라고 한다면 직관적인 T라는 것. 태도 유형,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외향성, 내향성, 감각형, 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으로 구분되는 심리 유형론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방식이다.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개인마다 태도와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4가지 선호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과거 혈액형으로 구분되던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성격 좋다는 일종의 맹신이 AI시대를 거치며 꽤 그럴싸한 하나의 학문으로 재정비된 모양새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드러난 생활 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자신이 직접 꾸민 종이 봉투를 쓴 채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사진제공=티빙)티빙에서 올초 공개된 2부작 웹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는 여기에 천년의 역사를 지닌 명리학까지 더했다.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시간을 간지로 표기한 것으로 동양의 운명학이라 불린다. 천체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의 주기(하루, 한 달, 일 년 등)를 구분했으므로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 사주명리학의 권위자인 김동완 동국대 평생교육원 겸임교수는 “타고난 운명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이 어떻게 변해 갈지 예측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다.이 작품은 ‘나’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도구가 무엇일지 알아보는 관찰 실험을 보여주며 150명의 대규모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춘다.전국에서 몰린 MZ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연애와 돈 그리고 성격과 앞으로의 미래까지 자신의 타고난 운과 MBTI의 상관관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실험에 참가했다. 본격적인 실험인지도 모른 채 시작된 촬영은 제작진이 사운드 테스트를 하겠다며 튼 빠른 음악으로 시작된다. 단순한 마이크 확인인 줄 알고 긴장을 푼 생면부지의 사람들 중에서 갑자기 리듬을 타는 한 여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주와 심리유형에서 가장 먼저 춤을 줄 참자가”라고 점찍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소름을 돋게 한다. 정확한 나이와 직업을 모른채 MBTI와 사주만으로 정의한 이들의 데이터는 참가자들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성격 실험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가장 눈물이 많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과 특유의 승부 근성을 타고난 부류가 정확히 구분된다. 이들은 각자의 종이봉투를 쓰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MBTI 궁합표 대로 소개팅을 하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대 놓고 “지금까지 손절한 사람 모두가 나랑 상극인 MBTI에 속해있더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후 사주궁합으로 최고의 조건과 2차 미팅을 갖는다. 추적조사도 거침없다. 한달 후 연인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커플까지 공개해 자신의 MBTI와 사주에 입각한 천차만별 행동 표출이 재미를 더한다.명리학의 핵심기초중 하나는 ‘우주와 인간은 하나’라는 개념이다.(사진제공=티빙)이들은 모두 “연애가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행복의 조건은 돈”이라고 대놓고 말하는가 하면 몇 몇 사람들은 “그럼에도 성격에 맞는 직업을 갖는 것”“만족하는 삶”이 인생의 목표라고 밝힌다. 반복되는 커플 매칭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은 아쉽지만 2부에서는 이런 단점을 가뿐하게 덮는다. 실험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이 5명 이상, 그 중 인스타그램을 맞팔로워하고 이미 연락처까지 교환한 ‘인싸’가 누구인지, 길거리 붕어빵 할머니의 부탁에 잠시 가게를 맡은 것도 모자라 짧은 시간 서브 메뉴인 어묵까지 끼워 팔며 사주에 있는 재물복을 증명한 참가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한다고?’가 절로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MBTI vs 사주’에 있다.(사진제공=티빙)영혼을 끌어 집을 마련하고 가상화폐가 익숙한 세대들 답게 횡재수가 남다른 참가자들이 복권을 사면 어떻게 될지를 실험에 넣은 출연진들이야 말로 공룡 OTT 넷플릭스가 탐낼만한 인재들이다. 거기에 출연료 한방에 몰아주기를 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그 어떤 반전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사실 MBTI와 사주의 요소에 따라 선택한 결과물이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하진 못할 것이다.‘MBTI vs 사주’는 섣부른 라벨링으로 나다움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고난 시간이 말해주는 천년의 학문 또한 성향에 의해 바뀔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무리되는 엔딩은 유독 코끝이 시큰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3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조선 최초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그의 목소리에 담긴 독립 의지 뮤지컬 ‘일 테노레’

뮤지컬 ‘일 테노레’ 윤이선 역의 서경수(왼쪽부터), 홍광호, 박은태(사진제공=오디컴퍼니)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안정적인 인기 레퍼토리를 주로 무대에 올리던 뮤지컬계에 대형 창작 신작 ‘일 테노레’(Il Tenore, 12월 19~2024년 2월 25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가 개막한다. 한국 창작뮤지컬이라지만 작품성과 인지도가 이미 담보된 문학작품 혹은 영화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해외 유명 인사의 삶을 소재로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투입되는 대부분의 대극장 창작뮤지컬들과는 달리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예술의지로 관통한 이들의 이야기다.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인 베르디의 ‘춘희’(라 트라비이타)를 비롯해 비제의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연출자이자 성악가 이인선에서 영감받아 꾸린 작품이다. 이인선은 일제강점기 시절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 왕립의학원에서 수학한 의사이면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성악가다.  뮤지컬 ‘일 테노레’ 포스터(사진제공=오디컴퍼니)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후 서울부민관, 일본 동경 히비야공회당, 중국 베이징·칭다오 등에서 독창회를 열 정도로 인정받는 동양 제일의 테너였다. 이탈리어로 ‘테너’를 뜻하는 ‘일 테노레’는 이인선을 모티프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인물로 극화한 윤이선과 대학생들의 항일운동모임인 ‘문학회’ 리더이자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 건축학도로 오페라 공연의 무대디자인을 맡은 이수한 등의 꿈과 사랑 그리고 독립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 낭독회를 거쳐 꾸준히 디벨롭해온 ‘일 테노레’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작가이자 작곡가 윌 애런슨(Will Aronson)과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의 콤비작이다.전통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뮤지컬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적인 가사를 붙인 넘버와 음악들이 18인조 대편성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다. 대본을 공동집필하고 넘버를 꾸린 윌 애런슨, 박천휴와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호흡을 맞춘 ‘데스노트’ ‘신과함께-저승편’ ‘미세스다웃파이어’ 등의 김동연 연출, 뮤지컬 ‘비틀쥬스’의 코너 갤러거(Connor Gallagher) 안무감독, ‘웃는 남자’ ‘데스노트’ ‘드라큘라’ ‘순신’ 등의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탠다. 내성적인 모범생으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며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은 ‘데스노트’ ‘물랑루즈’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그레이트 코멧’ 등의 홍광호, ‘벤허’ ‘베토벤’ ‘웃는 남자’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 등의 박은태 그리고 ‘킹키부츠’ ‘레드북’ ‘썸씽로튼’ ‘위키드’ 등의 서경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뮤지컬 ‘일 테노레’ 서진연 역의 김지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연, 홍지희와 이수한 역의 전재홍, 신성민(사진제공=오디컴퍼니)문학을 사랑하는 대학생 모임처럼 보이지만 열혈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는 문학회 리더이자 치밀한 전략가로 애국심과 독립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오페라의 연출을 맡은 서진연은 ‘사랑한다 말해줘’ ‘서른, 아홉’ ‘공작도시’ ‘D.P.’ 시즌2 등 드라마와 ‘그날들’ ‘스위니토드’ ‘렛미플라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등의 김지현,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2시 22분-A Ghost Story’ ‘햄릿’ ‘레베카’ 등의 박지연, ‘식스더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은아씨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의 홍지희가 연기한다. ‘쇼맨’ ‘곤 투모로우’ ‘레드북’ ‘이프덴’ ‘광주’ 등의 신성민과 ‘브로드웨이 42번가’ ‘타이타닉’ 등의 전재홍이 언제든 총을 들 준비가 된 열정적인 독립운동가이자 오페라 무대디자인을 맡은 건축학도 이수한으로 더블캐스팅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3 18:00 허미선 기자

[人더컬처] "행복도 연습해야 한대요!" 배우 이상희의 연기를 보며 느끼는 감동!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고참 간호사인 ‘차지 쌤’ 박수연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사진제공=눈컴퍼니)삭막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넥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연일 화제다. 공개하자마자 1위를 하고, 공개 한달이 넘어서도 길고 진득한 인기를 발휘(?) 중이다. 극중 고참 간호사이자 워킹맘으로 활약한 배우 이상희를 만나러 가는 길. 직접 마주앉은 테이블에는 조금전 손수 깎아 접시에 담았다는 사과 한 접시가 놓여있었다. 2010년 데뷔 이후 스스로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고 소개했던 그에게 “영광이다”고 말하자 “선배님을 직접 뵈면 너무 송구스러울것 같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 않는다. 그만큼 부끄럽지 않게 연기할것”이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작품 속에서 이상희가 보여준 워킹맘의 모습은 유독 사실적이다. 자신보다 먼저 수간호감이라고 불리는 후배에게 치이고,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에게는 늘 죄인이다. 고마운 마음과 별개로 “돈은 내가 주는데 왜 동생네에 가냐? ”앞으로 아예 오지마“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교대로 육아를 하기로 한 남편이 갑자기 출근을 하고, 같은 유치원 엄마에게 아픈 아이를 맡기며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수습은 늘 간호사의 몫인걸 알면서도 내지르는 병아리 의사의 밉상도 꼴보기 싫지만 참아야 한다.간호전공자로서 이상희의 눈은 유독 예리했다. 그는 “박보영씨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일은 서툴지만 마음은 굉장히 예쁜 간호사들이 끝까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어딘가에 있을거란 마음을 갖고 현장에 갔다”며 남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바쁘지만 야무지게,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수연이의 모습을 보며 병실에 입원한 주영(김여진)은 그제서야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한다. “네가 시들어가는 것도 모를거야. 노란불이 깜박여도 아이의 행복이 우선일 꺼야. 그런데 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라는 독백은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 어딘가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을 워킹맘 뿐만이 아니라 성별과 상황, 나이를 떠나 연기를 하는 배우들까지 눈물바다를 이룰 정도로 ‘강력한 한방’을 남겼다.“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따듯하게 다가올 작품일지는 몰랐어요. 대본을 덮고나서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필요하고 꼭 여기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컸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일단 (김)여진 선배가 진심을 다해서 그 인물로 현장에 오셔서 방구석 1열로 그 연기를 보는데 ‘정말 복 받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들끼리 촬영 전에 정신건강학과에 관한 진단명과 기본 의학 상식을 요약한 백과사전 두께의 책을 받았죠. 저는 관련 서적을 따로 사서 읽고 서로 단톡방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이상희는 “ 병은 낫기도 하고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처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작품에 나온 정신질환도 사회가 이 사람들을 안아주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살 수는 있어야하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사진제공=눈컴퍼니)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상희에게 병원을 배경으로 한 연기는 어색할리 없을텐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달랐다. 차트를 정리하고 기본적인 걸음걸이 정도만 비슷하고 용어나 분위기 조차도 생소한 날 것의 분야였던 것. 그는 “화장기 없는 모습에 동그란 안경을 쓴 것만 아이디어를 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분명 멋진일 이지만 나는 못했던 분야다. 패배감이랄까. 일종의 부채감이 있었는데 간호 업무를 자세히 보여주는 작품의 거의 없는데 그 노력을 담은 작품이 처음이라 너무 신나고 좋았다”고 강조했다.“무엇보다 간호사분들께 칭찬을 받는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죠. 뒤늦게 연기를 하기로 마음 먹고는 활동명을 엄마이름으로 한 것도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이 일을 걷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제가 나오는걸 너무 좋아하세요.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긴 작품이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알고보니 ‘정신병동에서 아침이 와요’의 단체티를 맞출 때 각자에게 맞는 진단 코드명을 박아 나눠졌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단다. 감독과 스태프들이 양극성 장애나 조증등 정신질환이 남다른 경계나 주홍글씨가 아님을 기억하고 의기투합했던 것. “배우들에게는 차마 박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다들 이 작품의 의도를 공감했다”고 말했다.이상희는 종교를 떠나 이 작품으로 만난 동료배우들 몇몇과 법륜스님의 정토회 행복학교를 다니고 있다면서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정의했다.(사진제공=눈컴퍼니)이상희 매력은 평범해 보이지만 남다른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영화 ‘국도극장’, ‘정말 먼 곳’, ‘아이들은 즐겁다’와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검사내전‘과 ’지금 우리 학교는‘,’독전2‘등 OTT를 넘어 곧 개봉될 ‘로기완’까지 데뷔 이해 수많은 장르를 필모그라피를 넘나들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의 인기가 “분명 배우로서 기회가 많아지고 인지도도 올라 갈 것”이라면서 “비전공자로서 연극을 안 해본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만나고 나서는 연기를 할 수 있을 때 더 즐거운 마음을 다해 재미를 찾자는 마인드로 바뀌었다”며 자신만의 행복지수를 밝혔다.“이 작품은 저에게 사람을 남겼어요. (이)정은 언니가 늘 인사로 ‘행복하자’는 말을 하는데 그 의미를 몰랐거든요? 알고보니 행복도 연습을 해야 만끽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를 더 사랑하게 만든 드라마로 기억될것 같아요.”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3 16:48 이희승 기자

[비바100]뮤지컬 ‘렌트’ 연출을 꿈꾸는 엔젤 김호영 “오늘도 호이스럽게! No Day But Today!”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인분들이 너무도 감사하게 늘 그래요. ‘너처럼 사는 사람은 없다’고. 데뷔 때부터 제 별명이 ‘호이’예요. 대학생 때 친구가 지어준 별명인데 저를 표현하는 그 말이 브랜드가 돼서 ‘호이스럽다’는 단어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스페인어로 ‘오늘’이라는 단어가 ‘호이’(Hoy)더라고요. 마치 ‘렌트’의 엔젤을 대비라도 한 것 마냥. 가수가 노래 제목 따라 간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제 애칭따라 실제로도 오늘을 되게 충실히 살아가는 것 같아요.”김호영의 설명처럼 그는 뮤지컬 ‘렌트’(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의 주제인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2002년 당시 뮤지컬 ‘렌트’ 엔젤로 데뷔한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첫 상대역이 ‘렌트’ 콜린 역의 성기윤 선배였어요. 그 선배가 말씀해주시기를 저를 만나면서 굉장한 문화충격을 받았고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대요. 좀 닫혀 있었는데 저를 만나면서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라고. 그러면서 ‘너한테는 어떤 사람도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호이마법이 있다’고 하셨죠.”그 ‘호이마법’은 김호영이 표현하는 엔젤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호영은 “사람 마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엔젤”이라며 “(사랑하는) 콜린 뿐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은 로저, 오늘을 굉장히 뜨겁게 살고 살려고 하지만 서툰 미미, 항상 카메라 뒤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마크 등 누구든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는 그런 엔젤”이라고 털어놓았다.“사실 무대 위에서 뿐 아니라 연습실에서도 그래요.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로 분위기를 좀 풀곤 했어요. 연습실부터 저는 엔젤의 치마, 가발 등을 갖춰요. (조)권이 것도 함께 준비하죠. 조금은 편안하고 재밌게 해주려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요.”그렇게 무대에서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엔젤’로서의 애티튜드를 유지하는 김호영은 콜린 역의 윤형렬, 임정모의 오미자 물까지 준비하며 “엔젤과 콜린으로서의 무드를 형성한다.”“엔젤이나 콜린처럼 작품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인물들일수록 연습할 때부터 뭔가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윤형렬 배우는 알고 지낸 지 오래 됐음에도 같이하는 작품은 이번 ‘렌트’가 처음이에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곤 했지만 연습실부터 말을 놓으며 분위기를 풀어갔죠. 단순히 여장을 하고 스킨십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동화였으면 했거든요.”◇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호이스럽게’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오래 전부터 (안톤 체홉의) ‘갈매기’의 ‘꼬스자’(유명배우 이리나의 작가지망생 아들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 뜨레플레프)를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아무도 캐스팅해주지 않으면 제가 제작하면 되죠. 만약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누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홈쇼핑을 열심히 해서 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지 뭐 그렇게 생각해요.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당장 필요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되겠다 싶어요.”남다른 에너지로 ‘끌어 올려’ 등 유행어를 확산시키며 무대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등에서도 남다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그는 “꿈은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지만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방송활동, ‘홈쇼핑 완판’ ‘렌트’ 등 지금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그는 무대에서도 그렇다.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지금 엔젤을 하면서도 어떤 음이나 장면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엄청 혼자 자책을 해요. 뭐가 문제인지 고민도 하고 개선하려고 노력도 하고. 혼자서 끙끙 거리고 있는데 한 배우가 ‘오빠 됐어요. 오빠는 지금이 장르인데 뭐’ 이러면서 지나가는데 너무 용기가 나는 거예요.”  이어 김호영은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까지 해온 걸 기반으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으로 김호영은 그렇게 ‘오늘’을 중시한다. 그런 그의 ‘오늘’ 중 하나인 ‘렌트’는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을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에 빗대 현대화한 작품이다. 작사·작곡가이자 극작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의 자전적 이야기로 로저(장지후·백형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 마크(배두훈·정원영), 미미(김환희·이지연), 엔젤(김호영·조권), 콜린(임정모·윤형렬), 모린(전나영·김수연), 조앤(정다희·배수정), 베니(구준모) 등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을 모티프로 극화한 작품이다.그 시절 일상처럼 존재했지만 그 언급조차 금기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노숙 등의 이야기가 알앤비(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과 어우러지는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마지막 엔젤 “틀에 갇히지 않도록!”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사실 저로서는 2020년 한국 20주년 기념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혼자 생각했어요. 역대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던 홈커밍데이에서 아주 기이한 경험을 했거든요. 배우로서 저만의 역사가 파도처럼 덮쳐 오면서 ‘20주년의 엔젤이 나의 마지막이겠구나’ 했죠.”2002년 ‘렌트’ 엔젤로 데뷔해 21년차가 된 지금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김호영은 2023년의 ‘렌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이번이 엔젤로는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의 표현처럼 “누구랑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2020년 당시 혼자서 마지막 엔젤이라고 되뇐 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도, 나이 등 외양의 문제도 아니었다. 문득 익숙해지고 노련해진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이 잦아져서였다.“예전의 어떤 추억이 자꾸 소환되는 거예요. 어떤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어떤 에너지가 퍼져야 한다는, 저만의 수치가 생겼달까요. 저만의 경험치로 만들어낸 수치니 그게 맞는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죠.”그렇게 “새로운 배우들, 새로운 창작진, 새로운 프로덕션의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야하는데 저 스스로 뿐 아니라 새로 함께 하는 배우들까지 틀에 갇히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지면서 그는 2023년의 ‘렌트’가 엔젤로서는 진짜 마지막임을 공표했다.“나이를 먹다 보니 엔젤이 갖고 있는 상징성, 그 사랑스러움을 너무 연륜과 노련미로만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었죠. 뉴진스 무대에 이효리가 함께 하면 충분히 좋지만 뭔가 다른, 그런 느낌이요.”이어 “이번에 조권 씨랑 더블캐스팅이 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부여잡고 있기 보다는 이런 친구가 더 잘 하게끔 해주는 것도 선배로서의 미덕이 아닐까 싶었다”고 덧붙였다.“2020년 20주년 때 이미 마지막이라고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갑자기 또 하라고 하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이미 여러 번 했으니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렌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뮤지컬 ‘렌트’ 중 엔젤 김호영과 콜린 임정모(사진제공=신시컴퍼니)김호영은 “이 작품은 주요 배우들 뿐 아니라 앙상블들, 그들과의 호흡이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며 “1막에서 앙상블들이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해줘야만 폭발하는 케미스트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제가 ‘렌트’로 데뷔했을 때 선배들과 했던 얘기도, 보고 배운 것도 그거였어요. 워낙 약속도 많고 맞춰야 할 것도 많지만 그것들을 넘어선, 연습과정 내내 함께 하면서 생긴 끈끈함과 눈빛만 봐도 서로를 채워 줄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한 작품이죠.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연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용납이 안될 것 같았어요.”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그의 표현을 빌자면 “다행히도 연습할 시간들이 생겨줘서 다시 할 마음을 먹었다”는 김호영은 자타공인 “연습 출석률이 제일 좋은 출연진”이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회 한회가 진짜 귀하게 느껴져요. ‘렌트’의 메시지처럼 ‘오늘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뮤지컬 배우 김호영 “지금 잘 하는 걸 하며 내실을 다질 때!” “최근 알게 된 분들 중에는 ‘렌트’라는 작품, 뮤지컬이라는 걸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렌트’가 처음 보는 뮤지컬인 분들도 계시죠. 그런 분들께는 제가 사전교육을 시켜요. 넷플릭스에서 유료지만 ‘틱틱붐’을 보라고 하고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송스루’라는 개념도 설명해주고 유튜브의 ‘렌트’ 관련 영상 등도 찾아보게 하고…여러 가지 순환이 되는 것도 같아요.”그는 예능, 홈쇼핑 등 어느 활동영역에서든 스스로를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한다. 그는 “그런 제가 뮤지컬 필드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내년에도 두 작품 출연을 확정지었고 한 작품은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저 역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싶어요. 비중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어도 좋아요. 다만 극 흐름 상 굳이 필요한 인물이 아닌데 이슈성으로 등장하는 그런 출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어 그는 “어디서는 장점이 되는 부분이 또 다른 영역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해 온 것보다 해야 할 영역이이나 역할, 이미지가 더 많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모습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을 쓰면서 내실을 다질 때”라고 부연했다.“제가 가진 에너지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냥 분출만 아는 게 아니라 때에 따라 참고 정제시키고 순화시키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능에서는 본인 뿐 아니라 전국민의 기운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하이텐션 에너지의 소유자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분자분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에너지를 잘 다룰 줄 아는 그런 배우요.”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믿음을 보내는 그의 어머니를 비롯해 그에겐 “엔젤 같은 존재들이 되게 많다.” 김호영(사진제공=신시컴퍼니)“데뷔작인 ‘렌트’를 함께 했던 선배들이 아직까지도 제가 뭘 하든 응원해주세요. ‘렌트’로 함께 데뷔한, 당시 19살이던 정선아 배우도 어느덧 제 위치에서 잘 자리를 잡았어요. 서로가 무엇을 하든 든든한 지원군이죠. (정)선아씨는 좋은 말을 참 많이 해줘요. 그 칭찬이 사람들한테 얼마나 좋은지 선아 동생한테 또 많이 배워요.”◇혼자서 꾸는 꿈 “스태프로 돌아오고 싶은 큰 그림”“이건 (‘렌트’ 제작사) 신시컴퍼니조차 모르는 저의 방대한 꿈인데요. 다음 시즌 ‘렌트’의 연출로 돌아오고 싶어요. 2020년 처음으로 외국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어요. 외국 연출자와 한국 연출자가 어떻게 협력을 하는지를 배우기도 했지만 그 역시 엔젤 출신이거든요.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어가 대단히 잘 통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뭔지를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더불어 “저 자체가 가진 기질 중 하나가 배우, 플레이어로서만 작품에 접근하기 보다는 이 작품 안에서 내가 맡은 바가 무엇인지 살피면서 연출적인 마음으로 전체를 보려고 한다”며 “온전히 엔젤이 아니라 슈퍼바이저처럼 위에서 관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앤디를 보면서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배우들에게 인물, 극 등의 내면, 연기적 표현 등을 잘 얘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아서도, 잘해서도 아니에요. 그냥 아는 거죠. 새로운 창작뮤지컬을 단독으로 연출하라고 하면 자신없어요. 하지만 ‘렌트’에서라면 배우들과 연출, 안무, 음악감독, 제작사 신시컴퍼니 등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꼭 연출이 아니어도 돼요. 드라마트루그(Dramaturg)나 액션 코치 등 스태프로 ‘렌트’에 다시 한번 복귀하면 좋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11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그저, 이렇게. 루시드 폴…"소리 폐기물, 음악으로 업사이클링"

세계 최고 공과대학 중 하나인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화학공학자, 작가이자 제주에서 감귤과 레몬을 재배하는 농부로 유명한 루시드 폴. (사진제공=안테나)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에 다니다가 친구들과 음반을 냈다. 큰 자본이 들어간 굴지의 매니지먼트 산하의 음악이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음악’을 만들어 담은 앨범이었다. 멤버들과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갔다. 가수 루시드 폴이 조윤석으로 불릴 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장학금을 받고 해외 유학생이 된 그는 차분히 연구원으로서 살았다. 이후 미국 유명 제약회사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후회없이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특유의 조용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12일 오후 12시 두 번째 앰비언트(Ambient) 앨범 ‘비잉-위드’(Being-with)를  첫 곡으로 막 들려주고 나서였다.“귤 재배는 그저께 끝냈어요. 작년 수확량의 절반 정도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솔드 아웃되기도 했고 덕분에 홍보 활동에 여유가 생긴거죠. 이번 앨범 역시 미니멀 장르의 하나인 앰비언트인데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무척 어려워요.(웃음) 쉽게 설명하자면 소리를 잘게 자르고 몇 만 단위로 섞어 화음을 입힌 음악?”작년 발표한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음반인 ‘빙 위드’의 표지.(사진제공=안테나)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루시드 폴은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건 오롯이 LP작업”이라면서 “음원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한다. 음악으로 공감을 기억하게 하는 과정을 대중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안테나)자신이 직접 만든 단어이기도 한 ‘마음거울’의 인트로는 차분하다.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은 리듬이 인상적이라고 하자 “공사장 철근을 자르는 거슬리는 소리를 녹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주도는 사시사철이 모두 공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생활 속에 소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해 작업하다가 되려 ‘이걸 음악으로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귀농 후 2018년 농기구에 손가락이 다친 사고가 그를 앰비언트 음악으로 이끈 계기(?)였다. 늘 기타를 치고 연습을 하던 사람이 마우스를 겨우 클릭해서야 작곡이 가능한 상황에 닥치게 된 것. 루시드 폴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멀리하고 사운드 스케이프를 많이 듣게 됐다. 나에게 없었던 음악적 자아가 생긴 순간”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전에는 독하게 소리를 탐구하고 노래하는 두개의 자아만 있었거든요. 이번 앨범 작업은 인간이 내는 폭력적인 소리와 굉음을 음악으로 바꾸면서 나에게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지내는 곳도 그렇게 지어졌을테고 누굴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작업했죠.”음악이 다른 다른 분야의 경험에 대해 “늘 하던 일과 관심 대상이 달라지는 것 뿐”이라고 정의 하는 그는 “뭔가를 만들고 발견하는게 즐겁다”고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사진제공=안테나)루시드 폴은 앨범 발매와 함께 다양한 행보를 이어간다. 오는 16~17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클럽 아크(Club ARC) 위드 안테나’를 열고 ‘루시드폴의 하루’라는 테마 아래 전시와 북토크, 공연, 사인회 등이 계획돼 있다. 남들보다 앞서 ‘프로 N잡러’로 사는 원동력을 묻자 웃으면서 “앞으로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음악을 꼭 해야지’란 생각보다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유학도 집안에 돈이 많아서가 아닌 돈을 받는 곳으로 간 거고. 음악을 전업으로 해보려는 시기에는 예능을 나갔어야 했는데 그걸 못하니까 제주도에 내려갔고 밭농사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요즘엔 땅의 기운을 이길 수가 없다는 걸 절감해요. 그래서 생태계 구축에 내가 개입을 하면 할수록 깨진다는 생각이 커서 고민하고 있습니다.”유기농으로 작물을 기르고 새벽에 일어나 음악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 일상은 여전히 반복 중이지만 루시드 폴은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찾는 사람에게는 LP를 발매해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도 보고 냄새도 만들 수 있는 대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강단있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건 3번 트랙이에요. 미생물과 관련된 녹음을 하는데 그 소리가 참 예쁜 거예요. 어쩌면 보말이 지나가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요.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2023년의 루시드 폴’로 정의되겠지만 부연하자면 옥타브와 옥바트 사이에는 어떤 음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음악이란 점은 확실해요. 솔직히 그 마저도 함부로 정의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상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정체성이 있듯 혹시라도 그 안에서 차별 받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과 연대하겠다는 각오로 만들었습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3-12-11 18:3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전문가의 시대… 팔방미인 천재들이 그립다

문화사학자인 피터 버크가 시대를 앞서 간 서양의 통합형 인재 ‘폴리매스(Polymath)’ 500인의 발자취를 추적한 책이다.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부터 현대의 수전 손택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의 최전선에서 인류 역사를 새로 써 온 융합형 인재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지금처럼 지식 노동이 분업화된 시대에는 제너럴리스트, 즉 만능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열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시대에는 더욱 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폴리매스(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피터 버크|예문아카이브◇ 폴리매스는 누구인가역사상 최고의 폴리매스로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폴리매스란 다양한 분야에 출중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단순히 ‘천재’를 넘어 왕성한 탐구 정신으로 서로 무관할 것만 같은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했던 인재들이다.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해 시대를 변화시킨 융합형 인재들이다. 연결성을 고민 않고 지식만을 축적하는 것이 분리형 폴리매스라면, 통합형 폴리메스는 지식 통합이라는 비전을 품고 서로 다른 지식들을 하나의 커다란 체계로 묶으려 노력하는 이들이다.하지만 역사는 폴리매스들에게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다방면의 괄목할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가지 업적으로만 기억되거나, 피타고라스처럼 ‘협잡꾼’ 또는 ‘지식팔이꾼’으로 비난 받기도 했다. 수학자 파스칼처럼 ‘독학으로 모든 지식을 습득한 외로운 천재들’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저자는 그러나 폴리매스들의 지식과 성실함, 호기심이 합쳐졌을 때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일러 준다.◇ 폴리매스의 특별한 자질수전 손택폴리매스에게는 왕성한 잡식성 호기심과 탁월한 창의력 같은 유전적 기질이 있다. 여기에 양육 환경이나 살아온 이력, 시대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특히 높은 집중력에 감탄한다. 잠바티스타 비코는 시끄러운 아이들 속에서 읽고 쓰는데 익숙했다. 남다른 기억력도 있다. 새뮤얼 존슨은 읽거나 들은 바를 무엇이든 잊지 않았다. 실락원 같은 책을 모두 암기한 매콜리도 있고, 존 폰 노이만은 한번 읽은 책이나 논문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빠른 정보 흡수 능력은 이들만의 확연한 자질이며, 풍부한 상상력은 중요한 정신적 도구다. 이들은 몽상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놓친 ‘연관성’을 알아채는 능력이 탁월했다. 한 학문에서 습득한 지식을 다른 분야 문제 해결에 남달리 활용했다. 아이디어 재사용이라는 특별한 재능도 가졌다. 사무엘 보샤르, 제임스 프레이저가 ‘비교 방법론’을 주도한 사실이 놀랍지 않다. 이들은 또 에너지 넘치는 노력가들이다. 피에르 벨은 ‘피로를 모르는 연구자’였고 뷔퐁은 하루 14시간을 일하는 엄청난 체력의 소유자였다.◇ 폴리매스의 한계존 폰 노이만폴리매스들은 대부분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피에르 다니엘 위에나 존 폰 노이만은 하루 3시간 정도만 잤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가졌던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과로가 일상이던 하버트 스펜서는 신경쇠약으로 고생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망 원인은 과로사였다. 이들은 시간을 함부로 쓰지 못해 대부분 금욕주의자로 남았다. 열정 만큼이나 경쟁심도 남달랐다. 아이작 뉴턴, 카를 만하임은 물론 코스모스를 쓴 훔볼트와 폴라니, 헉슬리 형제들의 경쟁은 눈부신 업적으로 이어졌다.반면에 관심사가 분산되는 바람에 작업이나 연구를 중도에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대표적이었다. 라이프니츠도 중세 독일사를 완성 못했고, 로버트 훅도 그래서 후대의 존경을 덜 받고 있다. 칼 마르크스 역시 너무 다양한 관심사 탓에 죽기 직전에야 자본론을 완성해 엥겔스에게 출간을 맡겼다. 공부에 방해받기 싫었기에 독신 폴리매스도 많다. 찰스 다윈은 결혼의 단점 중 하나로 시간 손실과 저녁 독서의 불가능함을 꼽았을 정도다.◇ 지리적·사회적 환경과 종교의 영향막스 베버저자는 “뛰어난 기억력과 넘치는 에너지는 ‘양육’보다는 ‘본성’에 가깝다”며 출생지의 지리적·사회적 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소개된 500인 중에는 독일인이 84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81명)과 프랑스(76명), 북아메리카(62명), 이탈리아(43명) 순이다. 학교나 대학, 도서관 등을 통한 지식 접근 기회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특히 상업도시였던 함부르크는 1529년에 설립된 ‘요하네움’이라는 학교가 근대 초기에 활약한 6명의 독일 폴리매스에게 맞춤형 환경을 제공했다고 전한다.종교적 지형도 관련이 깊다. 막스 베버가 주장한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루터교와 칼뱅주의, 성공회를 막론하고 프로테스탄트 성직자 출신의 19명의 폴리매스를 낳았다. 유대교도 마르크스를 시작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1818년 이후 태어난 250명의 폴리매스 중 55명이 유대인이다. 저자는 “유대계 폴리매스들은 대개 본인이 망명자이거나 망명자의 자녀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른 문화를 바라볼 수 있었던 덕분에 사고의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폴리매스의 가정 교육크리스티안 하위헌스나 훔볼트 형제, 토머스 영, 존 스튜어트 밀, 버트란트 러셀 등 많은 이들이 유년기에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독학파도 의외로 많다. 앨런 튜링은 교과서보다 자신만의 방법을 선호했고, 데이비드 흄은 “책에서 만날 수 없는 지식은 교수에게도 배울 수 없다”고 했다. 잠바티스타 비코와 새뮤얼 존슨은 서적상의 아들이었기에 마음껏 혼자 책을 볼 수 있었다. 1만여 권 장서를 소장한 교수를 아버지로 둔 오트 노이라트는 자신의 첫 계산이 서재의 책이 몇 권인가 세어 본 것이었다고 전했다.폴리매스 가족도 있다. 빌헬름과 알렉산더 본 훔볼트 형제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학자 집안인 레나크 가족 중 폴리매스는 조제프, 살로몽, 테오도르 3형제의 이름 첫 글자인 J.S.T는 프랑스어로 ‘나는 모든 것을 안다(Je sais tout)’를 의미할 정도다. 여섯 형제가 모두 뛰어났던 프로디 가족도 조르조와 파울로 두 명이 폴리매스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4명도 수학자, 물리학자, 경제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민족학’의 선구자인 아우구스트 폰 슐뢰처처럼 부녀 폴리매스도 나왔다.◇ 단독 연구에서 ‘학제’ 융합 연구로오토 노이라트폴리매스 한 사람이 맡던 연구를 이제는 집단이 수행한다. 18세기부터 ‘학제’라는 용어가 나왔다. 19세기 들어선 제너럴 일렉트릭, 스탠다드 오일 같은 큰 기업들이 후원한 산업연구가 이런 형태로 이뤄졌고 두 차례 세계대전 후에는 각 나라 정부가 자금을 댄 집단 연구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융합연구는 전 세계적인 학문통합 운동 바람 속에 특히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사회과학계에서 융합연구소가 설립되어 활성화 기반이 다져졌고, 잇달아 고등 연구기관들이 생겨났다. 체계적인 학문 통합 운동은 1930년대에 본격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폴리매스 오토 노이라트에서 시작된 ‘빈 학파’는 경제 영역의 토론 때에도 철학의 일반 개념을 반드시 함께 다루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consilienc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그는 “지식 통합 시스템이 미래에 가장 생산적인 연구 주제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역할과 책임알베르트 아인쉬타인.대학들도 경계를 넘는 학문 통합의 길에 함께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192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설립된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다. 이곳은 마르크스 학자들로 구성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요람이었다. 미국에서는 특히 자선 재단과 대학들, 정부까지 가세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모두에서 학제간 융합 연구가 크게 장려되었다. 시카고 대학에서는 로버트 허친스가 불과 30세 나이에 총장에 취임해 사회과학 분야에서 특출난 학재간 융합 연구회를 만들어 이른바 ‘시카고 학파’ 탄생에 기여했다.대학의 고등연구소는 학문간 교류 혹은 협업의 상징이 되었다. 1931년에 세워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는 초창기에 알베르트 아인쉬타인, 존 폰 노이만과 함께 미술사가 에르빈 파노프스키가 있었다. 포드 재단이 후원해 1954년에 캘리포니아 팰토앨토에 세워진 행동과학 고등연구소는 기존 학문 분류 체계를 따르지 않아 주목 받았다. 파리인문학연구소(1962년), 빈 고동연구소(1963년), 베를린지식연구소(1980년), 런던 고등연구대학(1994년),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소(2008년) 등이 줄을 이었다.◇ “지금은 지식 위기의 시대”저자는 “오늘날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폴리매스의 ‘맞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그나마 소수의 박학다식한 학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점을 위안 삼는다”며 작곡가 조지 스타이너,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와 슬라보예 지젝을 ‘현존하는 폴리매스’라고 추켜 세웠다. 독일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론의 여지 없는 ‘우리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공언했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사회생물학’으로 통섭의 경지를 보여 준 미국인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을 높이 평가했다.저자는 폴리매스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1950년대부터 폴리매스의 수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며 안타까워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낙관론자라면 디지털 세대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며 “폴리매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3-12-09 07:00 조진래 기자

[B사이드]‘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미카엘과 미키타의 “비바 코리아!”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영화 ‘기생충’(Parsite)이 너무 좋았어요. 한국 문화의 익살스러움이 좋아요. 제가 알기로 한국은 힘든 역사를 겪었는데도 지금은 굉장히 잘 살고 있고 사람들은 행복함과 즐거움을 느끼죠. 그런 점이 너무 좋아요. 저는 낙천적인 사람인데 한국 사람들도 그런 것 같거든요.”‘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 12월 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후프 다이빙’(Hoop Diving), ‘차이니스 폴’(Chinese Poles) 등을 선보이고 있는 미카엘 브루예르-라베(Michael Bruyere-L‘Abbe, 이하 미카엘)는 한국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예전엔 어디를 가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들려오고 저희도 항상 듣곤 했어요. 박물관도 더 많이 가보고 싶어요. 제 여자 친구도 저처럼 서커스 아티스트인데 저보다 먼저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죠. 임신 중이라 함께 오진 못했지만 그녀가 ‘서울은 꼭 가봐야 하는 도시’라고 얘기해 주곤 했어요. 와보니 역시 이 도시가 너무 좋고 설레요.”미카엘의 말에 ‘스윙 투 스윙’(Swing to Swing) 아티스트 미키타 세두노우(Mikita Sedunou, 이하 미키타) 역시 “서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음식이 맛있다”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직접 저희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셰프가 한국 음식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주고 있어요. 한국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데 굉장히 맛있죠.”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미카엘은 “공연을 할 때마다 보내주시는 모습들이 굉장히 놀랍다”며 “항상 즐겁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털어놓았다.“관객분들이 공연 중에 환호성을 정말 많이 보내주시거든요. 너무 행복하고 더 멋진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그래서 더더욱 감사해요.‘”미카엘의 말에 미키타 역시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관객을 비롯한 사람들이 너무 멋지다”며 “특히 첫 공연 때 꼬마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굉장히 좋아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동의를 표했다.“사실 공연 전에는 연습과 훈련으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야 쉬는 날이면 돌아다니곤 하죠. 언어의 차이로 좀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표지판 등이 너무 잘 돼 있어서 어딘가를 찾아가기가 편하더라고요. 음식이나 문화 역시 잘 즐기고 있죠.”이어 “한국의 겨울이라는 계절도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다” 덧붙인 미카엘은 “아직 노래방을 못 가봐서 꼭 가보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지금까지 먹은 음식들도 너무 좋았어요. 삼겹살이요! 불고기도! 다 좋아요. 여러 동네를 걸어 다니는 것도 항상 즐거워요. 굳이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한국은 굉장히 좋은 곳 같아요.”미카엘의 말에 미키타는 “북한산엘 다녀왔는데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얼마 전에는 DMZ에 다녀왔다.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알아가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털어놓았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왼쪽)와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서울 공연에 이어 2024년에는 부산 투어가 예정된 데 대해 미카엘은 처음 방문하는 도시 부산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태양의 서커스’가 부산에 가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기대 돼요. 빨리 한국의 다른 곳도 보고 싶어요. 저는 뜻밖의 일을 겪는 것도 좋아해서 어떤 곳에 가기 전에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아요. 직접 가서 겪을 모든 것이 너무 기대되거든요. 투어는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에요. 투어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곳에 가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일이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8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미카엘과 미키타 “서커스는 살아 움직이는 꿈이자 마술, 모두를 꿈꾸게 하죠!”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왼쪽)와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저에게 ‘루치아’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주 긍정적인 곳,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죠. 서커스도 그래요. 가족, 지지, 신뢰, 동반자 관계…이런 단어들이 주로 떠올라요. 그런 생각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그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이 ‘루치아’죠. 한계를 넘어서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사람들과 열정을 나누는, 정말 살아 움직이는 꿈이죠. ”미카엘 브루예르-라베(Michael Bruyere-L‘Abbe, 이하 미카엘)는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Cirque du Soleil Luzia 12월 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 그리고 서커스에 대해 “살아 움직이는 꿈”이라고 표현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미카엘은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려한 볼거리로 감탄을 자아내는 ‘루치아’에서 ‘후프 다이빙’(Hoop Diving), ‘차이니스 폴’(Chinese Poles) 등을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다.31살의 그가 나고 자란 몬트리올에서 공연된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서커스에 빠져들어 몬트리올 국립 서커스 학교(ENC)의 대학 프로그램에 입학해 공부하며 서커스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키웠다. 2011년 ENC 졸업 후 서크 엘로이즈의 서코폴리스(Cirque Eloize’s Cirkopolis) 월드투어, 극단 세븐 핑거스(7 Fingers)와의 협력 등 “12년 동안 서커스를 하고 있다.”그렇게 꿈을 이룬 미카엘처럼 ‘루치아’에서 ‘스윙 투 스윙’(Swing to Swing) 무대에 오르고 있는 벨라루스 비텝스크 출신의 미키타 세두노우(Mikita Sedunou, 이하 미키타) 역시 서커스에 대해 “오래 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드림워크(Dream Work)”라고 밝혔다.“네살 때부터 트램펄린을 시작해 전문선수로 활동했어요. 함께 운동을 하던 선수들 중에 서커스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들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죠. 처음 본 ‘태양의 서커스’가 ‘루치아’였고 저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32세가 된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루치아’에 대해 “엄청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덧붙인 미키타는 서커스에 대해서는 “엄청 놀라운 세상”이라고 표현했다.“진짜 마술 같아요. 아티스트들도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더 잘하고 계속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그런 세상이죠. 그래서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마술이죠. 서커스는.(It’s a Magical Place or Everybody)”◇‘루치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 물과 빛‘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이번이 ‘태양의 서커스’ 팀과는 첫 작업인데 굉장히 멋져요. 고난이도의 기술 등도 좋지만 ‘루치아’가 특별한 건 물을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레인 커튼’ 장면처럼요. 무대가 돌아가는 중에 선보이는 ‘스윙 투 스윙’도 굉장히 특별해요. 더불어 쇼에 공통적으로 멕시코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루치아’의 특별함 중 하나죠. 색상 자체가 굉장히 다채롭거든요.”미키타의 말처럼 미카엘과 미키타의 ‘살아 있는 꿈’이자 ‘드림워크’인 ‘루치아’는 198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출범해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 등 다양한 버전의 쇼를 선보여온 ‘태양의 서커스’ 38번째 작품으로 2016년 멕시코 관광공사 의뢰로 만들어져 초연됐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가 함께 하는 스윙 투 스윙(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러닝머신 위 후프 다이빙, 시어힐(Cyr Wheel)과 공중그네, 고대 메소아메리카에서부터 3000년 동안 이어져온 축구댄스 폭타폭(Pok-ta-pok), 에어리얼 스트랩스(Aerial Straps, 공중에서 서로의 손과 발에만 의지해 선보이는 공중곡예), 폴 곡예(Masts and Poles), 물 커튼(Water Curtain), 알레브리헤(Alebrije)…. 낙하산을 타고 불시착한 여행자가 꿈속에서 접하는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사막, 그곳을 날아다니는 허밍버드, 선인장과 꽃, 고대부터 내려져 오는 문화와 신화 속 요소 등이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 음악에 맞춘 고난이도 곡예로 펼쳐진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가 선보이는 후프 다이빙(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더불어 멕시코 전설과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들을 모티프로 한 코스튬, 거대한 실물 크기의 퍼펫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물’을 모티프로 한 빗속 아크로배틱 퍼포먼스 등으로 무장했다. 이를 미카엘은 “지금까지의 ‘태양의 서커스’와는 다른 매력”이라고 짚었다.“예전에 다른 ‘태양의 서커스’와도 함께 한 적이 있지만 ‘루치아’는 유난히 무대 위 작업이 많아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예요. 스토리 라인도 탄탄하고 음악이며 색상이며 각 신들에서 펼쳐지는 고난이도 기술들이 엄청나죠.”◇‘루치아’의 힘, 모두를 꿈꾸게 하는 사람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사진=이철준 기자)“우리 ‘루치아’ 팀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협동하고 저희가 느끼는 그 재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꿈꾸게 하는 게 ‘루치아’의 굉장히 특별한 점이죠.”그렇게 ‘루치아’의 가장 큰 매력을 “공연의 우수함과 무대 위 배우들의 인간적인 면모”로 꼽은 미카엘은 “색감이나 음악 등 ‘루치아’ 세계관 그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고 관객들이 여기에 연결된다”고 전했다.‘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그렇게 ‘루치아’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합작품이에요. 배우들뿐 아니라 무대 뒤편의 스태프들, 기술팀, 예술팀 등 모두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이전의 ‘태양의 서커스’보다도 신체적 기술과 파트너십이 필요한 ‘루치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카엘의 전언처럼 “좋은 팀”이다.“굉장히 신뢰가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묘기를 선보일 때마다 파트너를 믿을 수 있어야 해요. 어떤 배우는 위로 날아가기도 하고 또 누구는 저를 넘어가기도 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죠. 그렇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 자체예요. 작품 시작 전부터 거친 많은 훈련 과정과 더불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저희들의 아크로배틱을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미키타 역시 “퍼포먼스와 안전이 모두 잘 수행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충분한 연습”이라 동의를 표하며 “무대에 올라가지 전에 점프 연습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두려움과 걱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에요. 굉장히 고난이도의 동작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니까요.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죠. 그 공포를 극복하면서도 안전하게 공연을 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팀원들에 대한 신뢰를 더 두텁게 쌓아가고 있습니다.”◇꿈으로 가는 열쇠 “스스로에 대한 믿음”‘태양의 서커스 루치아’의 미카엘 브루예르-라베(왼쪽)와 미키타 세두노우(사진=이철준 기자)“꿈이라면 부상 없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꿈으로 가는 열쇠는 지금 하고 있는 ‘루치아’ 그 자체죠. ‘루치아’가 저를 다양한 방면에서 계속 성장하게 하거든요.”불시착한 여행자가 거대한 열쇠를 돌리면서 꿈의 세계로 빠져드는 ‘루치아’의 시작처럼 “꿈으로 가는 열쇠”에 대한 질문에 미키타는 “‘루치아’ 그 자체”라고 답했다.“그 꿈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요. 차근차근, 차례대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미카엘은 “관객들과 더 많이 만나 감동을 주고 세상의 안 좋은 일들은 잊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는 꿈을 털어놓았다.“라이브로 공연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모두를 즐겁게 하거든요. 그런 제 열정을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런 꿈을 위한 열쇠는 자기 자신을 믿는 거죠. 때론 의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꿈을 포기 하지 않는 것,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희생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계속 행복함을 느끼고 겸손해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3-12-08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영·정조의 탕평! 포용과 상생 그리고 문치

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의 명세라 학예연구사(사진=허미선 기자)“많은 분들이 리더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시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삶의 리더예요.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삶의 자세는 왕이나 정치인들, 기업의 CEO, 신문사의 국장 등 리더 뿐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죠.”내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12월 8~2024년 3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을 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 명세라 학예연구사는 영조부터 정조까지 이어졌던 ‘탕평’(蕩平)에 대해 “리더 뿐 아닌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세”라고 밝혔다.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탕평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저마다 삶의 리더로서 내 삶을 내가 경영하는 가치를 두루두루 살펴야 하죠. 더불어 공정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은 언제든 유효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은 ‘탕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보복이나 폭력 등이 아닌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던 영·정조 두 왕의 모습에 주목한 전시다.두 왕이 직접 쓴 어필(御筆), 그들의 의도를 반영한 궁중 행사도, 자신의지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하들에게 하사했던 시와 초상화, 탕평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편찬한 서책들 등 1건의 국보, 11건의 보물, 5건의 세계기록유산, 1건의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를 포함한 54건 88점의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 88점의 자료들은 ‘탕평의 길로 나아가다’ ‘인재를 고루 등용해 탕평을 이루다’ ‘왕도를 바로 세워 탕평을 이루다’ ‘질서와 화합의 탕평’ 등 4개부에 나뉘어 전시된다.이번 전시에서는 책으로만 소개되다 일반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김두량의 ‘삽살개’, 영조의 탕평책 실천에 애썼던 박문수의 38세와 60세 초상화 ‘박문수 분무공신 전신상’ ‘북문수 분무공신 반신상’, 즉위 뒤에도 ‘경종 독살설’에 시달리며 왕위계승 타탕성을 입증하기 위해 애쓴 영조의 ‘어첩을 봉안하는 행렬’ ‘영수각에서 거행한 영조의 기로소 입사’ 등을 만날 수 있다.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중 ‘삽살개’(사진=허미선 기자)직접적인 질책이나 명령이 아닌 은유적 표현으로 자신의 의지를 설파한 영조의 탕평은 ‘삽살개’에서 엿볼 수 있다. 아끼던 화원 화가 김두량에게 그리게 한 ‘삽살개’는 탕평을 따르지 않는 신하들을 낮에 길가에 돌아다니며 짖어대는 삽살개에 비유해 ‘사립문을 밤에 지키는 것의 너의 일이거늘 어찌하여 길에서 낮에 이같이 짖고 있는 게냐’라고 에둘러 ‘탕평’의 의지를 전한 작품이다. 더불어 왕을 중심으로 탕평을 구현하고자 했던 정조의 의지가 깃든 ‘화성원행도’ 8폭 병풍, 정조가 정민시에게 써준 시 ‘신제학정민시출안호남’, 아버지 사도세자의 덕을 칭송하고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복원하려 애썼던 정조의 마음이 읽히는 장조 추상존호 옥인과 금인, 정조가 정적이었던 노론의 영수 심환지와 주고 받은 서찰들, 김홍도가 정조에게 바친 ‘주부자 시의도’ 6폭 병풍 등도 전시된다.명 학예연구사는 “턍평해야 한다고 말만하거나 머물러 있는 건 의미도, 효과도 없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조와 정조가 글과 그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시기획의도를 전했다.“두 임금은 자신이 원하는 뜻을 전달하는 데 글과 그림을 굉장히 잘 활용했어요. 폭력이나 적대적인 자세로 밀어내거나 쳐내지 않고 어떻게든 끌어안고 포용하면서 가능한 살리는 정치, 상생의 정치, 저마다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문치로 다가간 것이죠. 글과 그림으로 이런 삶을 꿈을 꾸고 있어, 나와 같이 함께 해 라고 소통하고 설득해 가는 ‘탕평’과 ‘문치’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가치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중 박문수의 38세와 60세 초상화(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조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탕탕평평蕩蕩平平-글과 그림의 힘’ 중 사도세자의 ‘추상존호 금인’(사진=허미선 기자)

2023-12-08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