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아빠인 나, '무빙'속 이재만 처럼 애정 표현 못해" "인정할건 인정할 줄 아는게 좋은 어른이라 생각"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액션을 ‘더’찍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올해 김성균은 유난히 바쁘다. 글로벌 팬덤을 증명한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 전에 넷플릭스의 ‘D.P’시즌 2가 있었고 그 사이 영화 ‘타겟’이 개봉했다. 국내에 생소한 마야 문명으로 떠난 예능 ‘형따라 마야로’가 매 주마다 안방을 찾았고, 오는 11월 영화 ‘서울의 밤’까지 개봉하면 무려 다섯 작품이나 선을 보이는 셈이다.
“무엇보다 ‘무빙’의 인기는 제 아이들이 더 먼저 알아보더라고요. 부모 동반하에 볼 수 있으니 아직 보지 못했는데 친구들이 ‘너네 아빠 나온다’고 많이 이야기 했나보더라고요. 제 분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건 14부 부터인데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전까지 찍은 완성본을 보니 정말 어깨가 으쓱합니다.”
7부까지 주로 보여진 후배 배우들의 연기와 인터뷰를 기사로 접할 때 늘 마음 한 곁이 뿌듯했다. 원작팬들의 건강한 비평도 좋았고, 화제가 될 때도 신났지만 보는 내내 ‘이게 이렇게 완성됐다고?’라며 감탄과 뿌듯함이 가슴에 차올랐다. 그는 “사실 배우들끼리는 좀 민망하게 찍었다”면서 “와이어에 올라가서 다리를 몇 번 움직이고, 점프를 하며 하늘을 나는 시늉을 끊어서 찍어야했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이 작품을 하며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워낙 방대한 내용이고 한 신당 텀이 길어서 잊혀질만 하면 다시 제 분량이 돌아오는 식이라 장시간 몸을 만들어놔야 했거든요. ‘무빙’을 하며 당시 군복무 중이라 몰랐던 청계천 철거문제를 좀더 디테일하게 알게 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극중 괴력을 지닌 김성균은 남들보다 못한 지능으로 사람들의 멸시를 받지만 가족 만큼은 철저히 챙기는 아들바보로 나온다. 평소에도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히이로물을 동경했다는 그는 “몸은 어른이어도 늘 마음에는 피터팬이 있지 않느냐”며 눙치는 모습이었다.
영화 후반 아이들을 구하러 학교로 뛰어간 부모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대치하는 장면은 ‘무빙’의 하이라이트. “솔직히 ‘무빙’출연 전부터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였다. 영어자막없이 아들들에게 작품을 보여줬던 OTT채널”이라면서 “내가 맡은 재만은 결핍과 죄책감이 있는 부성을 가졌다면 난 현실 아빠다”라며 무척 부끄러워했다.
“제가 자랄때는 ‘어리니까 말 들어’라는 식의 어른이 당연했잖아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과 몇 번이나 싸우고 화해하는지 몰라요. 재만이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죠. 좋은 어른의 조건은 인정할건 인정하는게 아닐까요?”
아들로 나온 김도훈은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 어떤 촬영을 했는지 꼼꼼히 피드백해주는 살가운 후배였다. “오늘 엄마(박보경)랑 이런 촬영했다면서 긴 카톡을 보내주더라. 다른 현장에서도 가족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묻는다면 아마 ‘응답하라’시리즈일거예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무빙’은 도전적이어서 자랑스러운 작품입니다. 힘을 발휘할 때마다 가족과 헤어지는걸 아는 남자인데 결국엔 모든걸 걸고 제대로 된 초능력을 발휘하니까요.”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지구의 종말이나 히어로의 내적 고뇌에 집중했다면 ‘무빙’은 생존을 위해 가족과 자신을 지키는 이야기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차승원과 실제 형제 케미스트리를 뽐낸 예능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실 비행기 이착륙 공포심이 커서 고민이 많았다. 다소 강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평소 어리버리한 본 모습이 잘 담겨있어서 시즌제로 간다면 쭉 출연할 생각”이라고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2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 하정우의 오른팔 역할로 대중의 눈에 들어온 김성균. 이후 ‘이웃사람’에서 싸이코패스이자 귀신을 보는 범인 역할부터 ‘채비’에서는 일곱살 같은 서른살의 연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남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개인적으로 재생능력이 저에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고통을 다 느끼고 재생되는거 말고! 다치거나 아파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초능력만큼은 내내 탐나던데요.(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