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기자

편집부 기자

kimyi@viva100.com

[김영인 칼럼] '애벌레 햄버거'는 무슨 맛?

김영인 논설위원“어미 파리가 딸 파리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미 파리는 딸을 ‘엄청’ 사랑했다. 어느 날 두 딸 가운데 한 딸이 빨간 봉봉 사탕과자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어미 파리는 사랑하는 딸을 데리고 제과점으로 날아갔다. 딸 파리는 과자 위에 앉자마자 날개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곧 죽고 말았다. 과자에 독성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딸 파리가 먹은 봉봉 사탕과자는 미국의 봉봉 트러스트 제품이었다.어미 파리에게는 딸이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어미 파리는 하나 남은 딸을 더욱 ‘엄청’ 사랑했다. 어느 날 그 딸이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어미 파리는 사랑하는 딸을 데리고 식료품가게로 날아갔다.딸 파리는 소시지 위에 앉자마자 다리가 빳빳해졌다. 그러더니 곧 죽고 말았다. 소시지에 독성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딸 파리가 먹은 소시지는 미국의 소시지 트러스트 제품이었다.어미 파리는 ‘엄청’ 슬펐다. 두 딸이 사라진 세상,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어미 파리는 그래서 살충제 공장으로 날아갔다. 파리 잡는 살충제 종이를 마구 핥았다.그렇지만 어미 파리는 죽을 수 없었다. 살충제 종이에는 전혀 독성이 없었던 것이다. 살충제 종이는 미국의 파리잡기 종이 트러스트가 만든 제품이었기 때문이다.”미국의 작가 겸 ‘독설가’인 마크 트웨인(1835∼1910)이 트러스트 업자들을 꼬집은 글이다. 미국 음식을 믿을 수 없다고 혼내는 글이다. 마크 트웨인은 아마도 ‘반(反)기업정서’ 간단치 않은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이 글은 마크 트웨인 당시의 미국에 불량식품이 만연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본지 보도에 따르면, 그 불량식품이 대한민국에도 상륙하고 있는 듯싶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난데없이 ‘애벌레 햄버거’로 둔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벌레 햄버거를 씹은 소비자는 구충제와 진통제를 먹고 나서야 구역질을 멈췄다고 했다. 맥도날드는 양상추도 별도로 씻지 않고 고객에게 팔고 있었다. 맥도날드만 그런 줄 알았더니, 버거킹 햄버거에서는 파리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그렇지 않아도 ‘미래식량’으로 곤충을 먹고살아야 한다는 보도가 잦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감안하면 곤충요리를 식탁에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맥도날드는 그 미래식량 공급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그런데, 애벌레 햄버거는 먹어도 괜찮을 만한 맛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1-06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사람 찌르는 돈

김영인 논설위원‘아편=돈’이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 땅을 강제로 점령한 일본이 관리들의 지방 출장비로 아편을 지급한 것이다. 조선 사람들을 중독자로 만드는 한편 아편의 판매도 늘리려는 얄팍한 꼼수였다. ‘무서운 돈’이었다. ‘살벌한 돈’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사람들이 서부로 몰렸다. ‘골드러시’였다. 금을 빼앗으려는 무법자들이 총을 들고 설쳤다. 금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방어용 총이 필요했다. 너도나도 총을 차고 다니게 되었다.이 무법지대에서는 ‘총알=돈’이었다. 당시에는 50센트 돈이 최저 단위의 화폐였다고 한다. 이 보다 가격이 낮은 상품을 거래할 때는 거스름돈을 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술집이나 상점은 총알을 준비했다가 거스름돈으로 내주었다. 물론 거스름돈으로 받은 총알로 총질도 했을 것이다.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불과 13살 때’ 총을 선물로 받았던 기록도 있다.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미국에서는 걸핏하면 학생들까지 총을 휘두르는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지고 있다.우리도 무기를 돈으로 사용하려 했던 ‘과거사’가 있기는 했다. 조선 세조 임금 때 발행된 ‘팔방통보(八方通寶)’는 화살촉 모양으로 만든 ‘전폐(箭幣)’였다. 유사시에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유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돈(錢)이라는 글자는 창(戈)을 두 자루나 가지고 있다. 전쟁터에도 대충 한 자루만 들고 출전하는 것이 창이다. 돈에는 그런 창이 두 자루나 달려 있다. 사람을 ‘곱빼기’로 찌르는 게 돈이다.이 ‘무서운 돈’이 잊을만하면 사람을 찌르고 있다. 인천에서 일가족 3명이 연탄가스를 마시고 목숨을 끊은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었다.돈은 나이도 따지지 않고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생인 어린 딸은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는 애끓는 유서를 남기고 있었다.늙은이도 창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장안동에서는 60대 ‘독거노인’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고 있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리는 바람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는 보도다.잘못이 있다면 ‘가난’뿐인 사람들이었다. 몇 달 전 세상을 안타깝게 했던 ‘서울 석촌동 모녀’도 가난이 유일한 잘못이었다. ‘무전유죄(無錢有罪)’였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1-04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좋은 꿈, 나쁜 꿈'

김영인 논설위원옛날, 주(周)나라의 어떤 갑부 밑에 늙은 하인이 있었다. 하인은 늙은 나이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에 쫓겼다. 밤이 되면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꿈을 꿨다. 그 꿈이 언제나 똑같았다. 임금이 되는 꿈이었다. 하인은 매일 밤 임금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잔치를 벌였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다. 그 즐거움은 비할 데가 없었다.꿈꾸는 것만큼은 자유였다. 꿈에 대해서는 꾸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고, 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었다. 덕분에 하인은 하루의 절반은 임금, 나머지 절반은 일꾼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꿈이 없었더라면 고달픈 일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인의 상전인 갑부도 세상 일, 집안 일 때문에 피곤해서 밤이 되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매일같이 꿈을 꿨다. 그 꿈이 언제나 똑같았다. 하인이 되는 꿈이었다.갑부는 꿈에 구박받고 매 맞지 않는 때가 없었다. 그 바람에 잠꼬대를 하고 끙끙거리다가 깨곤 했다. 그렇게 잠을 설치다 보니 낮에도 기운이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더 행복했을까. ‘열자’에 나오는 얘기다.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꿈 중에서 ‘용꿈’을 최고로 친다. ‘돼지꿈’이 그 다음이다.용꿈은 출세, 돼지꿈은 재산을 상징한다. 돼지 돈(豚)이 ‘돈(錢)’과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면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달려가서 ‘로또’를 산다.하지만 돼지꿈도 꿈 나름이다. 돼지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좋은 꿈이다. 끌어들이려고 대문 앞에서 돼지와 실랑이를 하다가 꿈을 깨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꾸나마나한 꿈이 된다. 꿈에는 이렇게 좋은 꿈과 나쁜 꿈이 있다.그런데, 꿈에는 조건도 있을 수 있다. 최소한 다리를 뻗고 편하게 누울 자리는 있어야 좋을 꿈도 가능할 수 있다. 이른바 ‘햄버거 난민’이나, 중국의 ‘맨홀족(井底人)’이 좋은 꿈을 꾸기는 아마도 쉽지 않다. 불편하게 쪼그린 채 새우잠을 자면서 꾸는 꿈은 악몽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형편이 좀 나은 ‘전세 난민’도 좋은 꿈을 기대하기는 껄끄럽다. 치솟는 전셋값 부담 때문에 이삿짐 꾸릴 걱정들이다. 잠자리가 편할 재간이 없다. 정부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아도, 입이 튀어나올 뿐이다. 전세살이가 서글픈데 월세를 얻으라는 대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1-02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쥐 재판'

김영인 논설위원늙고 교활한 쥐가 나라의 창고에서 곡식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창고 귀신에게 발각되었다. 재판을 받게 되었다. 쥐는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다른 짐승의 소행이라고 우겼다. 쥐가 죄를 덮어씌운 짐승은 고양이 개 족제비 두더지 여우 코끼리 기린 사자 용 등 80여 마리에 달했다.창고 귀신은 이들을 차례대로 소환, 조사했다. 소환 당한 짐승들은 당연히 억울하다며 죄를 부정했다.80여 마리를 조사했지만 모두 깨끗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고 귀신은 노발대발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도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오리발을 내밀었으니 ‘괘씸죄’까지 추가되었다. 사형선고를 내렸다.다급해진 쥐가 한마디만 하겠다고 요청했다. 이를테면 ‘최후진술’이었다.“세상만물은 모두 천제(天帝)가 만든 것입니다. 창고에 있는 곡식 역시 천제가 만든 것입니다. 나는 천제가 뭇 짐승을 위해 만들어준 곡식을 먹었을 뿐입니다. 아무 죄도 없습니다.”마지막까지 오리발이었던 것이다. 창고 귀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천제가 경황이 없다보니 너처럼 사악한 짐승을 만든 것 같구나. 그 바람에 네가 세상에 폐를 끼치게 되었으니, 천제 또한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쥐는 ‘혹시나’ 했다. 천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으니 요행히 풀려나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창고 귀신의 이어지는 말은 절망적이었다.“그렇다고 천제까지 끌어들여 자기 죄를 벗어나려는 짓은 용서할 수 없다.”조선 때 선비 임제(林悌 ? 1549∼1587)가 쓴 ‘서옥설(鼠獄說)’에 나오는 얘기다. ‘쥐 재판’이라는 뜻이다. 임제는 글을 끝내면서 한탄했다.“이처럼 교활하고 흉악한 성질을 가진 자가 어찌 창고를 좀먹는 쥐뿐일까.”오늘날에는 혼 좀 나야 될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줘서 가장 쥐를 많이 닮은 사람부터 법정에 세우면 어떨까 싶어지는 것이다. 그 순서는 독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따져볼 일이다.‘0순위’를 꼽자면 ‘방산 비리’와 관련된 사람일 것이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시정연설에서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척결해 그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김영인 논설위원kimyi@viva100.com

2014-10-30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군군신신 사사농농’

김영인 논설위원‘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얘기다. 공자말씀이다. 공자가 정치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해준 말이다. 이 말을 순자가 발전시켰다. 순자는 ‘사사농농공공상상(士士農農工工商商)’이라고 했다. ‘선비는 선비다워야 하고, 농민은 농민다워야 하고, 기술자는 기술자다워야 하고, 상인은 상인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해야 모두를 이롭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다.일본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사무라이’는 칼질만 했다. 농사꾼은 농사만 지었다. 기술자는 물건만 만들었다.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사람에게 ‘덴카이치(천하일·天下一)’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이런 체제가 명치유신을 성공시켰고, 그런 결과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그러나 우리는 오로지 ‘군군신신…’이었다. 순자의 ‘사농공상’은 계급으로만 따졌다. 선비만 최고였고, 기술자나 상인은 최하였다.그런데, 오늘날에는 또 다른 ‘군군신신…’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임금 따로(君君), 신하 따로(臣臣), 아버지 따로(父父), 아들 따로(子子)’인 현상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따로’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변질된 ‘군군신신…’이다.우선, 정치판이 그렇다. 정치판은 ‘여여야야(與與野野)’다. ‘여 따로, 야 따로’다.기업은 ‘노노사사(勞勞使使)’다. ‘노 따로, 사 따로’다. 기업이 어려워도 월급은 올라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도 닮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절대로 깎을 수 없는 연금이다.‘진진보보(進進保保)’도 빠지지 않고 있다. ‘진보 따로, 보수 따로’다. 대북 전단을 놓고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론은 ‘콩가루’가 되고, 북쪽은 상황을 즐기고 있다.‘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고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오랫동안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다시 합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갈라지게 된다는 소리다. 역사의 철칙이다.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남의 철칙이다. 그만큼 갈라져 있었으면 어떨까 싶어서라도 합쳐볼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 되레 더 갈라지려 들고 있다. 아예 합쳐본 적도 없으면서 갈라지려고만 하고 있다. 그 바람에 나라꼴은 어수선해지고 있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28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공룡은 알아도, 사람은 모른다?

김영인 논설위원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보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발가락 모양에 따라 초식 공룡인지 육식 공룡인지 알 수 있다. 발자국이 여러 개 발견되었을 경우, 어떤 공룡이 어떤 공룡을 뒤따라갔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새끼 공룡이 어미 공룡을 얼마나 거리를 두고 뒤쫓아 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또 물속에서 헤엄을 쳤는지, 아니면 물속을 걸어 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 두 발로 걸었는지 네 발로 걸었는지도 알 수 있다.땅바닥에 패인 발자국 크기와 깊이로 공룡의 몸무게를 추정할 수도 있다. 그 모양을 보고 걸음걸이가 느렸는지 빨랐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공룡의 종류나 이동 방향을 보고 당시의 자연환경까지 알아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 중에는 새끼 공룡의 것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공룡 유치원’이라고 부를 정도다. 생물이 보인다, 박강훈 등 지음언젠가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아기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 길이 1.27cm에 폭 1.06cm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발자국보다도 약 29%가 작은 발자국이었다. 따라서 키가 10cm를 넘지 않는 새끼 공룡의 발자국으로 추정된다고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공룡의 화석을 가지고 식성(食性)까지 알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이 공룡 화석 ‘데이노케이루스’를 연구, ‘잡식성 타조공룡’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머리에 이빨이 없고 △아래 머리뼈가 더 발달해 튼튼한 혀를 가졌을 것이며 △앞발톱은 수변식물을 긁어모으는 데 사용했을 것이고 △공룡의 위(胃)가 있었을 자리에 위산으로 부식된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 뼈가 있는 점 등으로 추정해냈다는 보도다. 50년 전 이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던 당시에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사나운 육식공룡으로 여겨지고 있었다고 한다.이렇게 대한민국은 까마득한 공룡시대까지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로 코앞인 사람의 발자국이나 ‘뱃속’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인사 때가 되어야 발자국인 ‘이력’을 뒤져서 낙하산 논란, 전관예우 시비를 벌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간 큰’ 사람들이 ‘뱃속’에 온갖 비리를 부지런히 챙겨 넣는 것을 봐도 그렇다. 자칫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을 ‘방산 비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26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귀하신 돈, 모시는 돈

김영인 논설위원한 세기 전, 서양 할머니 이사벨라 비숍은 우리나라를 여행하면서 애를 먹어야 했다. 돈 때문이었다. “한국의 화폐가치는 명목상 달러당 3200푼에 달했다. 동전은 밀짚 끈에 수백 개씩 꿰어져 있는데 그것을 세는 것, 운반하는 것, 값을 지불하는 것이 모두 성가신 일이었다. 일본돈 100엔을 현금으로 운반하는데 사람 6명 또는 조랑말 한 마리가 필요했다.…”당시 100엔은 영국 돈 10파운드였다. 그 별로 많지도 않은 돈을 운반하기 위해 말 한 마리를 구해야 했던 것이다.환전을 하지 않고 외국돈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외국돈은 서울과 ‘조약항’에서만 통용되었다. 은행이나 환전상 따위는 물론 없었다. 무거운 ‘엽전’을 짊어지거나, 아니면 말에 싣고 다니며 써야 했다.비숍 할머니는 말 한 마리에 가득 실은 돈과 함께, 무게 7.3kg이나 되는 카메라를 비롯한 여러 가지 ‘귀중품’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대문도 잠기지 않고, 자물쇠도 없는 방에서 아무런 불안감 없이 네 활개를 뻗고 누워서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도둑도, 강도도 없는 좋은 나라였다.어쨌거나 외국돈은 ‘귀하신 돈’이었다. 사람이 걷는데, 돈은 말을 타고 다닐 정도였다.‘높으신 돈’도 있었다. 일제 때 일본 동전에는 이른바 ‘황실’ 문양인 국화 무늬가 찍혀 있었다고 한다. ‘철없는’ 아이들이 이 돈을 가지고 가끔 ‘동전치기’를 놀았다. 동전을 땅에 늘어놓고 돌을 던져 맞혀서 따먹는 놀이였다.일본 ‘순사’들은 기겁했다. 감히 ‘황실’의 상징이 새겨진 높으신 돈을 향해 돌을 던질 수는 없었다. 자기들의 ‘천황’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순사들은 동전치기를 단속했다. 적발되면 아이들을 혼내고, 부모까지 호출해서 따귀를 때리며 시말서를 쓰도록 했다. 그랬으니 일본 동전은 ‘큰절’이라도 바쳐야 할 만큼 높으신 돈이었다.오늘날에는 ‘모시는 돈’이 생기고 있다. 서울시가 상습 고액체납자를 ‘가택수사’했더니, 5만 원짜리 뭉칫돈이 빳빳하게 발견되고 있다. 5만 원짜리 고액권은 ‘납세의 의무’까지 접으면서 곱게 모셔두는 돈이 되고 있다.돈이 돌지 않으면 더 이상 돈일 수 없다.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돈은 돈이 아니다. 5만 원짜리 돈을 꼭 찍어야 한다고 우기던 사람들은 뭐하고 있나.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23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황당한 로빈슨 크루소

김영인 논설위원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1660~1731)의 작품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얘기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바라보니 아득한 곳에 육지가 있었다. 섬 같기도 하고 대륙 같기도 했다. 거리는 40마일쯤으로 보였다.바다를 건너려면 큰 보트가 필요했다. 로빈슨 크루소는 커다란 삼나무 한 그루를 찾아서 찍어 넘어뜨렸다. 밑동 지름이 ‘5피트 10인치’, 중간 부분의 지름은 ‘4피트 11인치’나 되는 나무였다. 솔로몬 임금이 예루살렘 궁전을 지을 때나 썼음직한 거목이었다.작업도구는 도끼가 고작이었다. 나무를 쓰러뜨리는 데에만 20일, 크고 작은 가지를 쳐내는 데 14일, 나무를 배 밑창처럼 다듬는 데 1개월, 그 나무 안을 파서 보트 모양을 만드는 데 자그마치 3개월이나 걸렸다. 5개월 넘게 소요된 것이다.완성된 보트는 그럴 듯했다. 26명을 태울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러나 문제였다. 보트를 바다까지 옮길 재간이 없었다. 바다까지의 거리는 100야드 남짓했지만, 혼자서 옮기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리 밀고 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땅을 파서 미끄럼 길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지만 헛고생이었다. 운하를 뚫어서 보트까지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궁리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10∼12년이나 걸릴 것 같았다. ‘의욕 과잉’이었다. 황당했다.로빈슨 크루소는 풀이 죽었다. 그래도 무인도를 탈출해야 했다. 이번에는 작은 보트를 만들기로 했다. 힘든 작업을 되풀이한 끝에 어렵게 보트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보트가 너무 작았다. 로빈슨 크루소는 그 작은 보트를 타고 자기가 있는 무인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높은 파도 때문에 섬 반대편에 보트를 버리고 ‘도보’로 돌아와야 했다. 보트는 또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로빈슨 크루소는 ‘달력’도 만들었다. 커다란 기둥을 세워놓고 매일같이 칼로 눈금을 새겨 넣는 달력이었다. 요일을 구별하기 위해 눈금의 길이를 7일마다 두 배로 키웠다. 그리고 매달 1일에는 눈금을 또 두 배로 늘려 달이 바뀌는 것도 표시했다. 그것마저 날짜가 틀리고 있었다.이렇게 열심히 만들고 다듬고 고쳐도 되는 일이 없었다. 마치 어떤 나라의 정책과 닮고 있었다. 안전 대책인지 매뉴얼인지는 넘쳐도 사고가 여전한 것을 보면 그랬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21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전셋값 걱정 없는 어떤 나라

김영인 논설위원어떤 나라가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전셋값’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10년마다 제비뽑기를 해서 자기가 살 집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이 좀 껄끄럽더라도 10년만 기다리면 마음에 드는 곳을 잡을 수 있다. 아주 좋은 나라다. 공무원들이 연금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얼굴을 붉히며 ‘개혁’을 따질 일도 없다. 공무원을 돌아가면서 ‘윤번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는 공무원을 매년 30가구가 모여서 1명씩 선출하고 있다. 그 임기는 1년이다.이 나라 노동자에게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노동자 모두가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 하루에 6시간이다. 점심식사 전에 3시간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2시간을 쉰다. 그리고 오후에 3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 전체가 사실상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는 셈이다.그러면서도 ‘쥐꼬리 봉급’을 걱정하는 노동자 또한 없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자가 넘치도록 생산되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 넘치는 물자를 누구나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시장에 가서 필요한 것을 마음대로 골라 가지면 된다. 돈을 낼 필요는 없다.그렇다고 많이 가지고 가지도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간다. 물자가 항상 남아돌기 때문이다. 부족한 경우는 절대로 없다. 따라서 ‘최저생계비’라는 단어도 있을 수 없다. ‘복지예산’ 따위를 편성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나라다.식사도 ‘외식’으로만 해결한다. 점심이나 저녁때가 되면 식당에 가서 음식을 입맛대로 푸짐하게 먹는다. 어쩌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노인들은 특히 우대받고 있다. 가장 맛좋고 영양가 뛰어난 음식은 노인들 차지다. 나이를 먹으면 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그러니 ‘100세 시대’가 즐겁다. 독서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늘그막에 ‘청년실업’인 아이들 먹여 살리려고 일자리를 기웃거릴 일도 없다.이 나라는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나라다.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다. 이 기막히게 ‘짱’인 나라가 어딜까. 토머스 모어(1477~1535)가 그린 ‘유토피아’다.하지만 유토피아란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상상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19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김정은 지팡이'

김영인 논설위원고려 때 식영암(息影庵)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꼭두새벽에 누군가가 스님을 불쑥 찾아왔다. 눈을 비비며 내다보니 낯선 손님이었다. 손님은 몸이 가늘고 키가 컸다. 피부는 검었다. 머리는 소뿔처럼 뾰족했다. 눈망울이 튀어나와 마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희한한 외모였다.손님이 자신을 소개했다.“내 몸은 위가 가로로 되어 있고, 아래는 세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을 정(丁)이라고 합니다. 나의 직책은 사람을 붙들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무척 고달픈 직책입니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붙들고 모시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습니다.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서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습니다.”스님은 손님의 됨됨이를 뜯어봤다.“그대는 몸에 뿔이 있으니 씩씩함(壯)이다. 눈망울이 튀어나왔으니 용맹함(勇)이다. 피부가 옻칠한 것처럼 검은 것이 마치 진나라의 예양(豫讓) 같으니 믿음(信)과 의리(義)가 있다. 말을 제대로 잘 하니 지혜(智)도 갖추고 있다.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니 어질고(仁) 예의(禮)가 있다. 의지할 곳을 찾으니 바르고(正) 밝기도(明)하다.”스님은 이렇게 평가하면서 손님에게 말했다.“그대는 이처럼 여러 가지를 두루 갖추고 있다. 따라서 나는 그대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다. 다른 스님을 소개해줄 테니 그곳으로 가도록 하라.”식영암 스님은 손님과 만났던 사실을 ‘정시자전(丁侍者傳)’이라는 글로 남겼다. ‘정시자’는 지팡이라는 뜻이다.암자에서 생활하는 스님에게 지팡이는 꼭 필요하다. 어쩌면 필수품이다. 지팡이는 지친 몸을 의지할 수 있다. 길을 갈 때 돌이나 덤불 등 장애물이 나타나면 툭툭 치우면서 다닐 수도 있다. 야간에는 지팡이로 땅바닥을 두드리면서 다니면 산짐승의 습격을 방지할 수 있다. 그 두드리는 소리가 껄끄러워서 사람을 피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지팡이는 또 다른 용도도 있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40일 만에 본 북쪽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것도 ‘문화적인 충격’이라고 했다. 통치자의 지팡이는 충격을 주는 데에도 유용한 듯싶었다. 지팡이의 이런 용도는 어쩌면 ‘예찬론’을 편 식영암 스님도 몰랐을 것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16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인간 짝퉁'

김영인 논설위원세계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몬테카를로’라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그곳에서 ‘채플린 흉내 내기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채플린은 자기 신분을 숨기고 대회에 참가했다. 나비 콧수염과 작은 중절모, 지팡이에, 헐렁한 바지 차림을 하고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마음껏 보여줬다.그러나 채플린은 그 대회에서 간신히 3등을 하는 데 그쳤다. 채플린보다 훨씬 채플린 같은 ‘짝퉁 채플린’이 2명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제품에만 짝퉁이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짝퉁’도 있었다. 그것도 ‘진짜’를 뛰어넘는 ‘짝퉁’이었다.‘재즈의 대명사’라는 루이 암스트롱의 흉내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누군가가 암스트롱에게 남들이 흉내 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암스트롱은 간단하게 대답했다.“관계없다. 수많은 사람이 모나리자를 모방해서 진품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진짜 모나리자를 보려고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인간 짝퉁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열린 칸 영화제에 등장했다는 ‘짝퉁 싸이’가 그랬을 것이었다.이 짝퉁은 선글라스에 올백 머리, 싸이와 비슷한 복장으로 ‘강남스타일’을 열창하고 ‘말춤’을 추고 있었다. 경호원까지 데리고 다니는 바람에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는 보도다. 이 닮은꼴 싸이는 아마도 ‘진짜 국제가수 싸이’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싸이의 인기를 더 높이도록 했을 수도 있었다.그렇지만, 인간 짝퉁 때문에 돈이 깨지고 사회 분위기가 어지러워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짝퉁이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활보하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짝퉁 외국인’이다. 증권시장에서 외국사람 이름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검은머리’다.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국정자료 감사를 분석했더니, 그런 짝퉁 외국인 숫자가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투자자의 20% 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조세회피지역에 법인을 만들어 국내로 자금을 들여오는 투자자가 이렇게 적지 않았다. 이들이 주가를 주무르며 챙기는 시세차익이 연간 1조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한민국 증권시장에서 주식으로 떼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14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칼럼] ‘갓 쓴 원숭이’

김영인 논설위원‘탈무드’는 남자의 일생을 7가지로 비유하고 있다. ① 1살=임금. 사람들이 임금 받들 듯 달래주기도 하고 기분을 맞춰준다.② 2살=돼지. 진흙탕도 아랑곳없이 마구 뒹굴며 논다.③ 10살=새끼 양. 웃고 떠들며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④ 18살=말. 다 컸다며 자기 힘을 자랑하고 싶어진다.⑤ 결혼 후=당나귀.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끌고 간다.⑥ 중년=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구걸한다.⑦ 늘그막=원숭이. 어린아이처럼 행동이 유치해지고, 주위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그런데, 원숭이는 또 있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갓 쓴 원숭이(목후이관·沐?而冠)’다. 간단치 않은 끗발과 권위의식을 과시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다.늘그막이 가까워질수록 말과 처신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곱게 늙는 것이다. 하지만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한 사람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가끔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보도만 대충 훑어봐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시의회의 수석전문위원은 출근하는 자신에게 똑바로 인사하지 않는다며 직원을 꾸짖고 있었다. △ 어떤 광역시의 구의원은 자기보다 나이가 14살이나 많은 간부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있었다. △ 어떤 시의원은 시장을 향해서 날달걀을 날리고 있었다. △ 어떤 시의원은 “이 ××년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라며 대통령을 욕하고 있었다. △ 어떤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국가의 원수’라고 비아냥대고 있었다. △ 전직 국회의장은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하고 있었다. △ 대리 운전기사를 폭행한 국회의원도 있었다.…더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을 어쩌면 ‘우리 속 원숭이’로 만들 참이었다. 국정감사의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하면 온 국민이 재미있게 구경할 것이었다. 그래서 소환하는 문제를 놓고 입씨름이었다.그렇지만, 국민이 도리어 그런 국회를 ‘우리 속 원숭이’ 보듯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깜빡하고 있는 듯싶었다. 국회 스스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비키니 여성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있어서 더욱 그럴 만했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12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칼럼] ‘의’ 발음이 어렵다?

김영인 논설위원우리말 ‘의’를 러시아에서는 ‘bI’라고 쓴다. 러시아 사람도 ‘의’ 발음을 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사람은 이 발음을 어려워한다. 미국 사람이 러시아어를 배울 때 가장 쩔쩔매는 게 이 발음이다. 미국의 러시아어 교본은 이 ‘쉽고도 간단한’ 발음을 무려 1∼2쪽에 걸쳐서 장황하게 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의’ 발음은 중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헤맨다. 중국 사람이 발음할 수 있는 음절은 411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성(四聲)’까지 동원해 숫자를 늘리고 있다. 그래봐야 기껏 1644개로 늘어날 뿐이다. 이 정도를 가지고 5만 개 넘는 한자를 발음하다 보니 겹치는 말이 수십 개, 수백 개다. 일본 사람도 다르지 않다. ‘가짜 글’이고 ‘임시 글’인 ‘가나(假名)’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발음은 제한적이다.우리나라 사람도 일부 지역에서 이 발음을 조금 껄끄러워하는 경우는 있다. 그래도 대체로 무난하게 발음할 수 있다.러시아 사람은 ‘의’ 발음을 하면서도 표현만큼은 알파벳을 빌려다가 ‘bI’라는 글자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글로 ‘의’라고 쓰고 있다. 한글이 알파벳보다 우수하다는 증거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의’ 발음뿐 아니다. 우리 한글은 세계 어떤 나라의 언어도 원음 가깝게 옮겨서 적을 수 있다.그래서인지, 우리는 외국어를 대단히 잘 쓰고 있다. 대통령부터 ‘외국어 연설’을 유창하게 하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류’ 가수는 영어가 섞인 ‘K팝’을 열창하고 있다.정부 정책은 ‘무슨 프로세스, 로드 맵’이다. ‘프로젝트, 태스크포스, 클러스터, 글로벌 스탠더드, 컨센서스’다. “반미면 어떠냐”고 반문했던 과거 정권도 정책에 영어를 섞고 있었다.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닭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치킨’을 냠냠하고 있다. 날개가 아닌 ‘핫윙’을 찾고 있다. 국수를 버리고 ‘파스타’를 즐기고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은 올리브기름도 올리브유도 아닌 ‘올리브 오일’을 강조하고 있다.고속철도라는 말은 쑥 들어가고 ‘KTX’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잇겠다고 하고 있다. 원음을 놓고 나라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오렌지’가 ‘어뤤지’냐, ‘아륀지’냐 하는 논란이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한글날’도 잘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10-07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이순신 ‘지지율≒99.9%'

김영인 논설위원의금부에서 이순신 장군을 체포하러 한산도에 갔을 때, 그는 ‘부재중’이었다. 가덕도 앞바다에서 왜적 무찌를 작전에 몰두하고 있었다. 의금부 관리들이 온 까닭을 안 백성은 통곡하고 있었다. 이순신이 함거에 실려 압송되기 시작하자, 온통 눈물바다였다. 지나는 고을마다 백성이 엎드려서 길을 막으며 몸부림치고 있었다.이순신이 3도 수군통제사로 다시 임명되어 호남 쪽으로 내려갈 때, 백성은 또 엎드려서 길을 막고 있었다. 이제 다시 살게 되었다며 환호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오늘날처럼 여론조사가 있었다면, 이순신은 ‘지지율≒99.9%’였을 게 틀림없었다.고려 때 ‘희한한 데모’가 벌어졌다. 진주 부사 왕해(王諧)가 임기를 마치고 동도 유수로 자리를 옮기려 하자, 백성이 몰려가서 통곡하며 유임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백성은 왕해를 1년만이라도 더 진주에서 일하도록 해달라고 조정에 건의했다. 조정은 그 ‘유임 데모’를 받아들였다. 발령을 취소, 진주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왕해 역시 ‘지지율≒99.9%’였을 것이다.‘엉뚱한 반란’도 있었다. 제주도인 탐라를 다스리던 최척경(崔陟卿)이라는 관리가 교체되어 돌아갔는데, 백성이 이를 반대하며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전라 안찰사가 그 사실을 임금에게 보고했다.임금은 최척경에게 비단을 상으로 내리고 보직을 ‘원위치’시켰다. 반란을 일으켰던 백성은 최척경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 준비해서 영접했다. 들고 있던 창과 칼을 버리고 “우리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최척경도 ‘지지율≒99.9%’였을 만했다.정치를 잘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지도자가 훌륭하면 백성은 이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조선 초 연안 부사 기건(奇虔)은 재임기간 동안 붕어 요리를 절대로 먹지 않았다. 붕어 요리를 좋아했던 전임 부사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나붙었기 때문이다. 기건은 제주 목사로 가서는 복어요리를 입에 대지 않았다. 음식 한 그릇을 멀리한 것은 위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백성을 어려워하고 있었다.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본지 보도다. 그러면 여당이 독주하고, 그 눈에 국민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야당은 아무래도 정치를 잘못하고 있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30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와신상담의 '진짜' 이야기

김영인 논설위원 오나라에 패배한 월나라 임금 구천(勾踐)은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런 끝에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는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구천은 단지 쓸개만 핥고도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었다. 구천은 쓸개만 핥은 게 아니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다.구천은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 왕비에게는 손수 옷감을 짜도록 했다.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비단옷을 두 벌 이상 마련하지 않았다. 임금부터 솔선수범이었다.그러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건강한 남자가 약한 여자를 아내로 맞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다. 16살 된 여자나, 20살 된 남자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 부모를 처벌했다.아들을 낳으면 술 2병과 개 1마리를, 딸을 낳으면 술 2병과 돼지 1마리를 지급하며 격려했다. 자녀를 3명 낳으면 나라에서 유모를 알선해주었다. 2명을 둔 가정에는 먹을 것을 공급해주었다. 구천의 이 같은 ‘인구 늘리기 작전’은 10년이나 계속되었다. ‘인구=국력’이었던 시대였다.그리고 ‘2단계 작전’이 있었다. 구천은 늘어난 인구에게 10년 동안 엄격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 중에서도 유능한 젊은이는 전략가로 양성했다. 관리로도 키웠다. 사람을 키워서 나라를 짊어질 ‘기둥’을 만들었던 것이다.구천 스스로도 인재를 만나면 먼저 무릎을 꿇고 예우했다. 초상이 나면 상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의를 표했다. 백성과 어려움을 함께 했다.이것이 ‘진짜’ 와신상담이었다. ‘10년 생취, 10년 교훈(十年生聚 十年敎訓)’이었다. 10년 동안 인구를 늘리고, 또 10년 동안 교육하고, 단련시켰던 것이다. 쓸개만 씹어대며 복수를 외쳤다면 와신상담 고사도 없었다.지금 출산율 때문에 야단들이다. 이른바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난주 본지 보도도 있었다.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은 ‘별로’다.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아이는 자라서 ‘청년실업’일 수도 있다. 정치판처럼 좌와 우를 따지며 편싸움이나 하려고 들 수도 있다. ‘10년 생취’만 있고, ‘10년 교훈’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가지고는 인구 대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28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정조 임금과 빅토리아 여왕

김영인 논설위원‘정복자’ 나폴레옹은 음식을 먹는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당연히 소화가 잘 안 되었을 것이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망한 원인도 독살이 아니라 소화불량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나폴레옹은 ‘테이블 매너’마저 ‘빵점’이었다. 고기를 먹을 때는 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뜯었다. 뼈는 바닥에 되는 대로 내동댕이쳤다. 빵에는 소스를 듬뿍 발라서 허겁지겁 씹어 삼켰다.나폴레옹은 요리사를 들볶기도 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이 늦으면 욕설부터 퍼부었다. 식탁을 뒤집어엎기도 했다. 그러면 요리사는 주눅이 들어야 했다.나폴레옹은 그렇지만 ‘황제’였다. 요리사를 달래주는 ‘테크닉’이 있었다.“자네는 그래도 내 비위만 맞추면 되지만, 나는 국민 모두의 비위를 맞춰야 하네. 그러니 내가 자네보다 더 힘들지. 자네가 나보다 훨씬 나은 거야.”나폴레옹은 이렇게 국민 무서운 것도 알고 있었다.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64년 동안 ‘장기집권’했다. 그러면서도 독일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바람에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는 여왕이다.어떤 장관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맥주세’를 올리자고 건의했다. 국가의 재정 수입을 늘리자는 건의였기 때문에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그러나 뜻밖이었다. 되레 날벼락이 떨어졌다.“나더러 내 백성의 맥주를 빼앗으라는 말인가!”호되게 당한 장관은 목을 움츠리며 엎드려야 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처럼 백성을 생각했다. 백성을 아낀 여왕은 이른바 ‘빅토리아 시대’를 이룰 수 있었다.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떵떵거렸다.우리에게도 어진 임금 정조가 있었다.정조 임금 때 나라에 큰 흉년이 들었다. 정조는 백성의 고통을 감안, 세금을 낮춰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신하들이 반대했다. 국가 재정이 걱정스럽다는 이유였다.하지만 정조는 단호했다.“나라는 백성에 의지하고(國依於民), 백성은 나라에 의지하는 것이다(民依於國). 그리고, 백성이 있은 뒤에야 나라가 있다(有民然後方有國).”정조는 그러면서 신하들의 반대를 일축했던 것이다. 오늘날은 어떤가.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25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도연명의 다섯 아들

김영인 논설위원‘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은 성격이 간단치 않았다. ‘쌀 다섯 말(五斗米· 오두미)’에 불과한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기 싫다며 직장을 때려치운 것만 봐도 그렇다.도연명은 41살에 ‘귀거래사’를 외치고 낙향했다. 그리고 “이제야 본래의 나로 돌아왔다(復得返自然 ? 부득반자연)”고 선언했다. 이후 22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그런데, 다섯 아들이 좀 문제였다. 아버지를 닮지 않았던지 하나같이 공부를 싫어했다. 실망스러운 자식들이었다. 도연명은 그래서인지 ‘책자(責子)’라는 시를 남기고 있다. ‘아들을 꾸짖는 시’다.맏아들 ‘서’는 벌써 열여섯이지만(阿舒已二八 · 아서이이팔),그 게으름을 견줄 만한 것이 없다(懶惰故無匹 · 나타고무필).열다섯 살인 둘째아들 ‘선’은(阿宣行志學 · 아선행지학),학문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而不愛文術 · 이불애문술).셋째와 넷째인 ‘옹’과 ‘단’은 열세 살이지만(雍端年十三 · 옹단연십삼),셈을 할 때 ‘6’과 ‘7’을 구별하지 못한다(不識六與七 · 불식육여칠).다섯째 ‘통’은 이제 아홉 살이 되는데(通子垂九齡 · 통자수구령),배와 밤을 달라고 졸라대기만 한다(但覓梨與栗 · 단멱이여율).다섯 아들이 죄다 이랬다.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셋째와 넷째는 나이가 같았는데, 쌍둥이였다는 얘기도 있다.도연명은 아쉬움을 술로 풀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쓰고 있었다.천운이 이러하니(天運苟如此 · 천운구여차),술이나 마실 수밖에 없구나(且進杯中物 · 차진배중물).오늘날 적지 않은 대한민국 부모의 심정이 어쩌면 도연명과 ‘닮은꼴’이다. ①도연명처럼 직장을 일찍 잃고 있다. ‘명예퇴직이라는 불명예’를 껄끄러워하고 있다. ②봉급이 쥐꼬리 비슷했으니, 모아둔 돈이 넉넉할 재간도 없다. 노후가 갑갑하다. ③‘기대수명’은 아직도 한참이다. ④아이들은 어리다. 학교 마치고, 결혼시키고 뒤치다꺼리할 일이 아득하다. ⑤그래서 자영업이든, 허드렛일이든,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녹록치 않다.그렇다고 도연명처럼 술타령을 할 수만은 없다. ‘브릿지경제’와 함께 궁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23 16:0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달걀 쌓아올리기

김영인 논설위원‘콜럼버스의 달걀’은 유명하다. 그렇지만 콜럼버스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달걀 이야기가 있다. 콜럼버스는 기껏 달걀을 깨뜨려서 세웠지만, 그 달걀을 세우지 않고 무려 9개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다. 옛날, 진(晉)나라 임금 영공(靈公)이 난데없이 9층짜리 누대(樓臺)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누대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며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9층 건물은 당시로서는 ‘초고층 빌딩’이었다. 막대한 건축비 때문에 반대하는 신하가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충고하는 자는 죽여버리겠다”고 미리 경고까지 해놓았다. 그랬는데도 순식(荀息)이라는 신하가 면담을 신청했다. 영공은 활 잘 쏘는 궁수(弓手)를 대기시켜 놓고 순식을 만났다. 골치 아픈 말을 꺼내면 곧바로 쏘아 죽이라고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순식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면담을 신청한 이유는 간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조그만 재간을 자랑하고 싶어서입니다. 지금부터 바둑알 12개를 쌓고, 그 위에 달걀 9개를 더 쌓아올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겠습니다.” 순식은 조심스럽게 바둑알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달걀을 하나씩 올렸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달걀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영공도 긴장해서 신음이 나왔다. “저런! 위험하다!” 순식이 말했다. “이까짓 달걀 쌓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훨씬 더 위험한 게 있습니다. 임금께서 지금 9층 ‘빌딩’을 지으려는 바람에 나라의 창고가 텅 비었습니다. 백성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들판에서 일해야 할 농부들은 공사에 동원되었습니다. 농사를 망칠 지경입니다. 이럴 때 이웃 나라가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달걀보다도 훨씬 위험하게 될 것입니다.” 영공도 느끼는 바가 생겼다. 공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위여누란(危如累卵)’이다. ‘누란지위(累卵之危)’라고도 한다. 달걀을 쌓아올린 것처럼 위험하다는 소리다. 오늘날에는 의사를 관철시키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달걀을 쌓아올리는 게 아니라 던지고 있다. ‘수입쌀 관세화’에 반대하는 농민단체가 그랬고, 경남 창원의 시의원도 그랬다. 그런데 아쉬웠다. 보도에 따르면 ‘달걀’이 아닌 ‘계란’ 투척이었다. 달걀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점점 ‘사어(死語)’가 되고 있었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21 18:20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김영인 칼럼] 일본 여성이 보는 위안부

김영인 논설위원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태평양의 구아들카낼 섬에 상륙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일본군은 각 부대에 명령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계의 눈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 본령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제국주의 일본은 전쟁을 하면서 ‘세계가 보고 있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패전 후에는 민간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세계의 눈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폭격으로 부서진 수라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일본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인가.”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의 저서 ‘국화와 칼’에 나오는 얘기다. 일본은 이렇게 세계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 ‘세계의 눈’ 때문에 일본은 젊은이는 물론이고 중늙은이까지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었다.그랬던 일본이 이제는 ‘세계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다. 이른바 ‘위안부 망언 시리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증거가 없다, 강제로 끌고 간 것은 아니었다”는 등의 낯 두꺼운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그 ‘시리즈’에 여성까지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끼고 있다는 여성 정치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정조회장은 “위안부 제도는 슬픈 것이지만 전시 중에는 합법이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었다.‘로마인 이야기’를 지은 여성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도 편을 들고 있다. “어떤 사연이 있든지 간에 자기 발로 (위안소로) 갔다는 것”이라며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여자도 위안부로 삼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퍼지면 큰일”이라며 “그전 에 급히 손을 쓸 필요가 있다”고도 하고 있다.자기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만행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감싸려는 듯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왜곡된 역사를 배웠기 때문인지. 자기들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위안부로 동원되었더라면 그런 발언은 아마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지도층 여성까지 도우미 노릇을 한다고 ‘세계의 눈’이 가려질 수는 없다. 되레, ‘남의 나라’ 여성의 인권이 유린된 것이라 ‘자기 나라’ 여성과는 관계없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면 일본 여성 전체를 욕먹도록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일본 여성 전체의 사고방식을 대변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일본에도 여성 인권단체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

2014-09-18 09:16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창간사]'걱정없는 노후' 위한 '매인열지(每人悅之)'의 다리 되어

정나라 때 재상 자산(子産)이 어딘가를 가다가 '관용 수레'를 멈췄습니다. 어떤 사람이 찬물에 발을 담그며 개울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산은 그 사람을 자기 '수레'에 태워서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랬던 자산을 맹자가 꼬집었습니다. 인정은 넘쳤지만 정치는 할 줄 모르는(惠而不知爲政) 재상이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관용 수레'로 개울을 건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태워서 건너게 할 수는 없을 것이었습니다.모든 사람이 개울을 편하게 건너려면 '다리'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백성이 찬물에 빠지지 않고 개울을 건널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매인열지(每人悅之)'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이른바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장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축복입니다. 그렇지만 장수가 축복 아닌 재앙인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먹고살기가 힘든 탓입니다.이렇다 할 노후 준비 없이 100세 시대를 맞는 사람은 늘그막이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그런 노년층을 보는 베이비 붐 세대는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시키고 결혼시키는 데 돈을 털어 넣고, 빚까지 얻다 보면 결국은 대책 없는 노후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층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자리 구하기 바빠서 노후 준비는 '남의 일', 또는 '먼 훗날의 일'이 되고 있는 게 대한민국입니다.그래서인지, '100세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무전장수(無錢長壽), 무업장수(無業長壽), 유병장수(有病長壽), 독거장수(獨居長壽)입니다.정부도 대책을 세우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국민연금에 기초연금으로도 모자라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브릿지경제는 이 어려운 100세 시대에 '매인열지'할 수 있는 '다리'가 되기 위한 신문입니다. 그래서 신문 이름도 '브릿지(bridge)'입니다.늘그막에 닥칠 '신(新) 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은 '평생 현역'이 되는 것입니다. 브릿지경제는 그 다리 역할도 하겠습니다. 정년제 없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틀을 고쳐나가기 위해 매진하고 젊어서부터 100세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하겠습니다. 국민과 정부, 지자체 사이에 '다리'를 놓아, 막막한 '인생 2막'이 '제2의 전성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100세 시대의 동반자'로서, 일자리와 건강, 문화, 여가, 힐링 등을 망라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해서 100세 시대를 축복의 시대로 만드는 사명을 다하겠습니다.그러면 나이를 먹을수록 껄끄러운 일이 많아진다는 '수즉다욕(壽則多辱)'이 복을 누릴 수 있는 '수즉다복(壽則多福)'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브릿지경제

2014-09-14 20:36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