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칼럼] 공룡은 알아도, 사람은 모른다?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입력일 2014-10-26 16:00 수정일 2014-10-26 16:00 발행일 2014-10-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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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논설위원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보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발가락 모양에 따라 초식 공룡인지 육식 공룡인지 알 수 있다. 발자국이 여러 개 발견되었을 경우, 어떤 공룡이 어떤 공룡을 뒤따라갔는지도 추측할 수 있다. 새끼 공룡이 어미 공룡을 얼마나 거리를 두고 뒤쫓아 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

또 물속에서 헤엄을 쳤는지, 아니면 물속을 걸어 다녔는지도 알 수 있다. 두 발로 걸었는지 네 발로 걸었는지도 알 수 있다.

땅바닥에 패인 발자국 크기와 깊이로 공룡의 몸무게를 추정할 수도 있다. 그 모양을 보고 걸음걸이가 느렸는지 빨랐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공룡의 종류나 이동 방향을 보고 당시의 자연환경까지 알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 중에는 새끼 공룡의 것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공룡 유치원’이라고 부를 정도다. <생물이 보인다, 박강훈 등 지음>

언젠가는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아기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 길이 1.27cm에 폭 1.06cm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발자국보다도 약 29%가 작은 발자국이었다. 따라서 키가 10cm를 넘지 않는 새끼 공룡의 발자국으로 추정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공룡의 화석을 가지고 식성(食性)까지 알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이 공룡 화석 ‘데이노케이루스’를 연구, ‘잡식성 타조공룡’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머리에 이빨이 없고 △아래 머리뼈가 더 발달해 튼튼한 혀를 가졌을 것이며 △앞발톱은 수변식물을 긁어모으는 데 사용했을 것이고 △공룡의 위(胃)가 있었을 자리에 위산으로 부식된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 뼈가 있는 점 등으로 추정해냈다는 보도다. 50년 전 이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던 당시에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사나운 육식공룡으로 여겨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까마득한 공룡시대까지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로 코앞인 사람의 발자국이나 ‘뱃속’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

인사 때가 되어야 발자국인 ‘이력’을 뒤져서 낙하산 논란, 전관예우 시비를 벌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간 큰’ 사람들이 ‘뱃속’에 온갖 비리를 부지런히 챙겨 넣는 것을 봐도 그렇다. 자칫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을 ‘방산 비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