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칼럼] ‘군군신신 사사농농’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입력일 2014-10-28 16:00 수정일 2014-10-28 16:00 발행일 2014-10-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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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논설위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얘기다. 공자말씀이다. 공자가 정치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해준 말이다.

이 말을 순자가 발전시켰다. 순자는 ‘사사농농공공상상(士士農農工工商商)’이라고 했다. ‘선비는 선비다워야 하고, 농민은 농민다워야 하고, 기술자는 기술자다워야 하고, 상인은 상인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해야 모두를 이롭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일본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사무라이’는 칼질만 했다. 농사꾼은 농사만 지었다. 기술자는 물건만 만들었다.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 사람에게 ‘덴카이치(천하일·天下一)’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이런 체제가 명치유신을 성공시켰고, 그런 결과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로지 ‘군군신신…’이었다. 순자의 ‘사농공상’은 계급으로만 따졌다. 선비만 최고였고, 기술자나 상인은 최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또 다른 ‘군군신신…’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임금 따로(君君), 신하 따로(臣臣), 아버지 따로(父父), 아들 따로(子子)’인 현상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따로’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변질된 ‘군군신신…’이다.

우선, 정치판이 그렇다. 정치판은 ‘여여야야(與與野野)’다. ‘여 따로, 야 따로’다.

기업은 ‘노노사사(勞勞使使)’다. ‘노 따로, 사 따로’다. 기업이 어려워도 월급은 올라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도 닮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절대로 깎을 수 없는 연금이다.

‘진진보보(進進保保)’도 빠지지 않고 있다. ‘진보 따로, 보수 따로’다. 대북 전단을 놓고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론은 ‘콩가루’가 되고, 북쪽은 상황을 즐기고 있다.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고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오랫동안 나뉘어 있으면 반드시 다시 합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갈라지게 된다는 소리다. 역사의 철칙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남의 철칙이다. 그만큼 갈라져 있었으면 어떨까 싶어서라도 합쳐볼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 되레 더 갈라지려 들고 있다. 아예 합쳐본 적도 없으면서 갈라지려고만 하고 있다. 그 바람에 나라꼴은 어수선해지고 있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