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칼럼] 와신상담의 '진짜' 이야기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입력일 2014-09-28 16:00 수정일 2014-09-28 16:00 발행일 2014-09-26 99면
인쇄아이콘
20140918010002325_1
김영인 논설위원

 오나라에 패배한 월나라 임금 구천(勾踐)은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런 끝에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는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구천은 단지 쓸개만 핥고도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었다. 구천은 쓸개만 핥은 게 아니었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다.

구천은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 왕비에게는 손수 옷감을 짜도록 했다.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비단옷을 두 벌 이상 마련하지 않았다. 임금부터 솔선수범이었다.

그러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건강한 남자가 약한 여자를 아내로 맞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다. 16살 된 여자나, 20살 된 남자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 부모를 처벌했다.

아들을 낳으면 술 2병과 개 1마리를, 딸을 낳으면 술 2병과 돼지 1마리를 지급하며 격려했다. 자녀를 3명 낳으면 나라에서 유모를 알선해주었다. 2명을 둔 가정에는 먹을 것을 공급해주었다. 구천의 이 같은 ‘인구 늘리기 작전’은 10년이나 계속되었다. ‘인구=국력’이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2단계 작전’이 있었다. 구천은 늘어난 인구에게 10년 동안 엄격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 중에서도 유능한 젊은이는 전략가로 양성했다. 관리로도 키웠다. 사람을 키워서 나라를 짊어질 ‘기둥’을 만들었던 것이다.

구천 스스로도 인재를 만나면 먼저 무릎을 꿇고 예우했다. 초상이 나면 상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의를 표했다. 백성과 어려움을 함께 했다.

이것이 ‘진짜’ 와신상담이었다. ‘10년 생취, 10년 교훈(十年生聚 十年敎訓)’이었다. 10년 동안 인구를 늘리고, 또 10년 동안 교육하고, 단련시켰던 것이다. 쓸개만 씹어대며 복수를 외쳤다면 와신상담 고사도 없었다.

지금 출산율 때문에 야단들이다. 이른바 ‘인구절벽’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난주 본지 보도도 있었다. 아기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은 ‘별로’다.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아이는 자라서 ‘청년실업’일 수도 있다. 정치판처럼 좌와 우를 따지며 편싸움이나 하려고 들 수도 있다. ‘10년 생취’만 있고, ‘10년 교훈’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가지고는 인구 대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