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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하지부종 중 하지정맥류는 20% 남짓… 정확한 진단 후 수술선택해야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하지부종’하면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하지정맥류나 정맥순환장애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과도한 수술치료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집중을 초래하므로 유의해야 한다.작년 4월 대한정맥학회에서는 하지부종으로 대학병원 혈관외과 외래를 방문한 초진 환자 112명을 대상으로 한 진단 결과가 소개됐다. 소규모 연구지만 만성 정맥질환의 원인부터 확인해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순천향대 서울병원의 분석 결과 외래 하지부종 환자의 37.5%는 하지정맥류, 임파부종, 하지혈전후증후군 등 만성정맥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우에는 대한정맥학회가 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류의 역행 여부, 혈류 속도를 파악해 하지정맥류 등인지를 확인하고 수술 대상으로 적합한 경우에 한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초음파검사 상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면 정상, 그 이상으로 닫히는 데 오래 걸리면 비정상으로 판정한다. 초음파검사 소리가 개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울음 소리로 길게 들리면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늑대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혈관이 3기 라면발(2~3mm 돌출), 4기 우동발(4~5mm 돌출), 5기 새끼손가락(5mm 이상) 굵기로 확연하게 돌출하지 않았는데도 조기치료가 좋다며 무작정 시술을 권장하기도 해 유의해야 한다. 1기나 2기는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면서 필요하면 정맥순환개선제 등을 보조적으로 복용해 경과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도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 의사의 정확한 판단 아래 수술 받아도 늦지 않다.이 연구에서 환자의 25%는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하지부종이었으며 압박스타킹 착용, 정맥순환개선제 복용 등을 통해 절반 이상이 증상 호전을 보였다. 이런 특발성 하지부종은 정말 원인을 모를 수도 있고, 하지정맥류의 1~2기 단계일 수도 있다고 필자는 추정한다.또 환자의 25%는 척추관협착증, 무릎관절염 등 근골격계질환에 동반된 부종으로 확인됐다. 9%는 심부전, 신부전 등 전신질환과 관련한 부종인 것으로 분석됐다. 3.5%는 임신·비만 등과 동반된 생리적인 부종, 피부염·벌침 등 피부 염증에 의한 부종이었다.결론을 내린다면 하지부종 환자의 3분의 2(62.5%)는 하지정맥류, 임파부종, 하지혈전후증후군, 특발성 하지부종 등 만성정맥질환과 관련된 것이어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이 연구에서 21.4%는 하지정맥류가 있었고, 하지정맥류 수술이 필요한 혈액역류를 동반한 환자는 15.2%였다. 6.3%는 하지혈전증후군에 의한 혈관폐색, 2%는 정맥폐쇄를 동반했다. 하지혈전증후군이나 정맥폐쇄에 의해 만약 혈전이 떨어져 나와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들어가 폐동맥을 막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순환기내과를 찾아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나머지 3분의 1은 정형외과질환, 만성 전신질환, 임신, 비만 등에 의한 것이어서 이들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 또는 병행돼야 한다.하지부종이 있다고 해서 하지정맥류라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2020년 대한정맥학회의 설문조사 결과 하지정맥류 환자의 48%가 하지부종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하지정맥류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필요하다.최근 하지정맥류가 아닌데도 하지정맥류로 오진하거나, 1기 또는 2기에 불과해 경과관찰이 필요한데도 ‘잠복성’이라며 조기 수술을 권하는 곳이 있어 의료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하지부종의 초기 단계 대응에서 정맥순환개선제보다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작용, 최신 전기자극치료(엘큐어리젠요법), 서 있는 시간 줄이기, 휴식과 마사지 등이 더 유효한 수단임을 인식하는 게 좋겠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2-02 14:23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기자

[브릿지 칼럼] 윤석열·이재명 뛰어넘은 한동훈의 ‘5천만 문법’효과

배종찬 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대충돌했다. 그렇지만 직후 바로 봉합되는 결과로 전개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친윤계 인사가 지난 1월 21일 한 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났고 여기서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서 그만 물러나야 할 것 같다’는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의 의중이 전달됐다고 한다. 이 비서실장은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더욱 중용된 인물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반영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위원장은 충돌 다음 날인 22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향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심지어 “총선 이후에도 비대위원장 자리에 있을 것이다”라며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 정치권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이지만 한 비대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이전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나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전당대회에서 주저앉혔던 윤심과 비교해보면 약발이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간단하다.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민심이고 바로 지지율이다. ‘윤한 충돌’이후 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심이 결집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면 한 위원장은 버티기 어렵다. 아니 정치 생명이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여론은 한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윤-한 충돌’ 이후 지난 1월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6.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1%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내려갔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5%포인트 더 올라간 63%로 나왔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를 물어보았더니 ‘소통 미흡’이 11%, ‘김건희 여사 문제’가 9%로 전체 부정 평가 이유의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이유를 합치면 부정 평가 전체의 20%나 된다. 이 조사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 52%로 나타났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로 나왔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제 1야당 대표를 모두 뛰어 넘었다.정치인의 인기도와 영향력은 다양한 이유로 구성된다. 이념철학(Philosophy)적으로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무려 89%, 대통령 긍정 지지층 93%, 보수성향 유권자층 78%가 한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압도적 아닌 절대적으로 이념철학적 공감대가 묻어나고 있다. 두 번째는 정책(Policy)이다. 정책은 당장 나오지 않았으므로 지역 경쟁력을 보자. 대구경북은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응답자의 약 10명 중 7명 정도나 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대폭 줄어든 부산울산경남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60%를 넘었다. 서울과 충청은 긍정이 절반을 넘겼고 국민의힘 취약 지역인 인천경기는 긍정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결과로 나왔다. 세대별로 보면 20대(만 18세 이상)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50%가 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 위원장 사퇴를 둘러싼 ‘윤-한 충돌’이 있었지만 그 직후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남과 용산 대통령실 오찬 등을 통해 황급하게 봉합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민심이다. 한동훈의 ‘5천만 문법’ 효과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2-01 13:44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시대 지성 필요한 때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사람에게서 노동을 빼앗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절대 내 돈 보다 귀한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도 상당수다. 인간의 전유물이 곧 감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나타나고, 본데없는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마음을 가진 서비스 로봇이 탄생하면서 세상을 뒤집고 있다. 우리들이 스스로 만든 상황들이니 달리 탓 할 수도 없다. 무장해제란 말이 이런 때도 쓰이게 되었다. 살다가 이제 이런 세상을 만나고 있다.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40대 남자들이 가장 취업률이 낮다는 소식은, 이런 변화가 이미 우리 삶을 흔들고 있음을 본다. 대학에서 산업사회의 전문가들을 육성하던 사람으로, 코로나로 인해 더욱 빨라진 세상의 격랑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는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정부는 연금제도를 손대기 시작했다. 연금은 이제 덜 타가고, 더 내는 일만 남은 듯하다. 이 제도가 얼마나 더 갈지는 큰 관심사도 아니다.와중에 젊은이들은 도심을 찾는다. 아니, 파고 든다고 봐야 옳다. 직장도 직업도 이제까지의 정형이 흔들리는 세상과 맞닥트려 서로의지가 되고 도모의 빌미를 찾고자 도심으로 스며든다. 마침내 정부도 청년들에게 도심 안에 집을 장만해주고자 바쁘다. 그러니 공부에 좀 소질 있는 학생들은 직업의 테두리가 아직은 살아있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수의사로 집결하는 중이다. 의대 정원 확대 논란은 이런 복잡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베이비 부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도 들린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출생 인구가 한해 100만 명을 오르내리던 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20년을 횡단해 늘어난 인구다. 지금 50대와 60대를 꽉 채운 그 사람들이다. 무려 1500만 명을 헤아리며 전체인구의 30%에 이른다. 거리에서 지나치는 중장년 대부분이 베이비 부머들이다. 그들의 맨 앞단 세대들이 이제 막 70대에 진입중이다. 앞으로 20년간 노인인구 폭증이 예견되는 이유다. 막 나가는 해외언론들은 한국이 이제 늙어간다고 비아냥이다. 오래지 않아 한국은 사라질 것이란 저주를 마구 퍼대는 곳도 본다. 지나치게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이제 노인 국가, 소멸 국가란 지적을 받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가족을 이루며 살던 같은 동네에서 웃어른들이 오래 살아계심을 마을의 축복으로 여기던 우리 사회가, 이런 뒤죽박죽의 세상을 불과 40여 년 만에 만나고 있다.직장의 산업사회인들이 점점 동네 사람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집안에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외톨이나 사회 부적응 청년들이 것도 아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삶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제는 웬만한 부음을 듣고 조문을 가보면 90수를 넘기는 고인들이 빈번하다. 요즘 60대의 취업이 20대보다 많다는 통계도 이런 사회를 반영하는 듯하다.지금 한국 내면의 근심과 외부의 소란은 세대나 계층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알 수 없는 파란과 파상, 심지어 파국의 그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서서히 엄습한다. 그래서 바른 소리, 깨어있는 울림이 간절하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래도 고비 때마다 시대를 이끄는 지성의 자리에 ‘언론’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오늘도 육필의 보도와 논설의 갈피에서 시대의 이정표를 찾아본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1-31 14:04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명의칼럼] 자다가 걷고, 말하고…수면보행증(몽유병)

김보미 원장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 중에는 질환을 사용해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메멘토’라는 영화는 10분만 기억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범인을 쫓는 영화로 단기기억상실이라는 질환을 스릴 있게 사용했다. 또 자는 동안 했던 행동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병’은 추리하면서 반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포영화에 주로 쓰였다. ‘치매’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먹먹한 감동을 주고 한편으로는 울음버튼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질환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녹여내어 사용하면서 질환에 대해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질환자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순기능이 있다.‘자면서 돌아다니는 병’으로 알고 있는 몽유병은 수면보행증이라는 진단명을 갖고 있다. 잠이 든 지 1~3시간 후에 갑자기 일어나서 걷거나 달리거나 물건을 찾기도 하고, 식사를 하거나 말을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그렇지만 느리고 부딪히거나 넘어져도 아파하지 않으며,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지력이 없다. 잠에서 깨면 증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4세~12세 사이에 흔하게 보이며 대부분 사춘기 전에 자연치유되는 편이다.그렇지만 한창 자라야 할 성장기에 수면보행증이 있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성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된다. 또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다가 날카로운 물체에 다칠 수 있고, 성인의 경우 운전을 하려고 할 수도 있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수면보행증은 전적으로 심리적인 면만을 연구했던 예전과는 달리 심리적, 생리적, 약물 등 복합적으로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또 수면부족이나 스트레스, 낯선 환경 등이 수면보행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때문에 규칙적인 수면시간 확보, 어둡고 조용한 수면 환경 조성 등의 수면 위생이 중요하다. 다만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본인이나 가족에게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약물치료와 긴장 이완 훈련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집에서는 낮은 침대를 사용하고 창문은 잠그고 위험한 물건은 치우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수면 중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꿈 속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행동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혼동될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 수면보행증은 서파수면(비렘수면 3,4단계로 깊은 수면단계)단계에서 나타나는데, 서파수면이 길게 나타나는 깊은 밤에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을 꾸는 렘수면단계가 긴 새벽녘에 잘 나타난다. 수면보행증은 잠에서 깬 후 기억을 못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의 내용을 종종 기억한다는 점이 다르다.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수면센터 원장

2024-01-30 11:15 오수정 기자

[명의칼럼] 뇌 위험심호 '어지럼증', 방치땐 뇌졸중 올수도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보니 비교적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지난 2013년 약 70만8000명에서 2022년 약 97만9000명으로 10년 새 38%가량 증가했다.어지럼증은 과로나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수면 부족 등이 누적돼 증상이 발현되기도 하고 인체의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문제로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뇌질환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보통 어지럼증이 생기면 피곤하거나 빈혈이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귀 문제나 뇌 문제 혈압, 심장 질환 등으로 인해 생긴다. 대표적으로 심인성 어지럼증과 평형기관에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 뇌에서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뉜다.심인성 어지럼증은 불안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과적 질환이 원인으로 멍하다거나 붕 떠있는 기분, 머리가 빙글 도는 느낌이 드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회전성 어지럼증으로 몸의 위치를 바꿀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인데 주로 전정기관 문제로 발생하며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 신경염 등이 대표적 원인이다.다행히 심인성 어지럼증과 말초성 어지럼증은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행동요법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일반적인 어지럼증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의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후유 장애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을 합쳐서 뇌졸중이라고 하는데, 뇌졸중 환자 중 약 10%가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전조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뇌졸중은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어 혼자 걷기가 어려워지고 비틀거리고 쓰러질 것 같은 경우가 많다. 특히 신경학적인 증상의 동반이 중요한데 얼굴이나 한쪽 팔, 다리의 감각이 이상해지고 힘이 빠지거나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심한 두통과 함께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증상도 생긴다.어지럼증이 뇌질환 때문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어지럼증의 형태, 지속 시간, 양상 등 자세한 병력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뇌질환이 의심된다면 뇌혈관 CT나 뇌 MRI 등 뇌 영상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파악하고 서둘러 치료를 시작해야 중증 뇌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2024-01-30 07:00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

[브릿지 칼럼] 장애인 소비자 보호 여전히 미흡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고객상담센터에 연락하려고 보니 어떤 카드사는 전화번호가 아예 없고, 다른 카드사는 전화 연결은 되는데 모바일 화면이나 문자 URL을 선택하게 돼 있어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최근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상담센터를 챗봇과 보이는 ARS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시각장애인 등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선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한다.장애의 유형도 우리가 흔히 아는 지체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외에도 15가지로 구분돼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표한 2022년 장애인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등록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1%인 264만명으로, 6가구당 1가구 꼴이다.인간은 누구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기본법에서는 국가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 기준을 마련토록 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어린이·노약자 등과 함께 안전 취약계층으로 규정하여 국가 및 지자체에서 우선적 보호 시책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졸음쉼터의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를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의 설치를 확대하고, 식품 점자 표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들의 자율 개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한 꽃동네 학교 등 장애인 전문 시설과 협업해 장애인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그러나 여전히 소비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거나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개통 사기가 연 100여 건에 이른다.또한 2021년 소비자원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이 모바일 앱을 이용한 거래에서 상품 및 서비스 구매정보 확인과 결제에 불편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92.2%와 88.6%였다. 이는 장애인 소비자 문제를 다룰 때,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소비자원은 작년 12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장애인 소비자피해 예방 및 소비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교육 전용 교재를 개발하고, 전문 강사를 시범적으로 양성했다. 시장거래에서 장애인 소비자의 차별과 불편을 해소하고, 능동적 소비 주체로서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소비자정책 영역에서 장애인 권익증진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관점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식 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과 닮음을 이해하는 올바른 장애 감수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2024-01-29 17:12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브릿지 칼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전세사기를 피하려면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정치인들도 서로서로 화합하여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종식되고, 의학 과학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여 두루두루 건강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응분의 보상을 받고, 남에게 사기를 치고 죄를 짓는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반드시 받았으면 한다.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 건수는 총 1만944건에 이른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지역별로는 인구가 많이 밀집된 수도권에서 피해가 가장 많았는데, 65%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다음으로 부산이 11.7%, 대전이 10.7% 순이다. 주택의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34.7%, 오피스텔 23.6%, 아파트·연립 17.6% 순서이고 피해자의 73%는 20~30대라고 한다. 특히, 30대가 48.2%로 가장 많았고, 20대 24.8%, 40대 15.7% 순이다. 사회 경험이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좀 더 쉽게 사기 피해 대상이 되는 모양새이다. 사기 피해 유행도 매우 다양하다. 소위 무갭투자, 돌려막기, 신탁등기, 깡통전세, 근저당권 설정, 중복계약 등으로 그야말로 사기 유형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동산, 특히 주택자산의 비중은 가장 큰 부분이기에 전세 사기 등으로 손해를 입게 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피해를 당한 연령층이 아직 사회 경험이 충분치 않은 20~30대임을 감안하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사기를 조금이라도 피해가기 위해서, 첫째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뭔가 파격적이거나 좋은 조건이라는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물건이라면 절대로 주변 시세보다 싸거나 파격적인 혜택이 있기 어렵다. 시세보다 싸다는 말을 듣는 순간, 경보음이 머리속에 울려야 한다. 정상적인 물건은 절대로 시세보다 싸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설명이 긴 물건은 피해야 한다. 뭔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나, 이러저러한 사연이 있다는 물건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셋째,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한다. 거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제로 현장에 임장을 나가서 매물 확인도 하고,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무실도 가능한 여러 곳을 방문해봐야 한다. 해당 지역의 매매가, 전세가율도 보고, 실제 매물에 대해 상세히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전세보증보험과 전세권 설정 등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전문가에게 묻고 확인하면 된다. 중개보수비용을 아껴보려고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몇 배로 조심해야 한다. 넷째로 너무 당연하지만 반드시 집주인과 계약을 해야 한다. 다섯째로는 계약서의 특약사항을 잘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등기부등본과 친해져야 한다. 가장 최신으로 발급받는 것이 기본이고, 계약 당일 잔금을 입금하기 직전에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1-28 13:12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브라보 아저씨와 시체관극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요즘 클래식 관객 중 유명인사가 있다. 좋은 의미가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연 직전 롯데콘서트홀이나 예술의 전당 로비 등에서 그 관객을 마주치면 공연을 망칠까 우려된다는 글이 클래식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음악의 여운을 느낄 새도 허락되지 않는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지휘자의 손이 내려오기도 전에 ‘브라보~~’를 외쳐 감동을 깨는 일이 잦다보니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곡의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괜히 마음이 불안해진다는 웃픈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일명 ‘브라보 아저씨’다.‘브라보 아저씨’ 말고 클래식에서 새롭게 등장한 ‘관크’(관객+Critical의 합성어, 매너 없는 행동으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도 있다. 바로 음악 찾기 서비스 음성이다. 주로 앙코르곡 연주 중에 곡 제목을 검색하는데 제대로 찾아지지 않을 때 ‘문의하신 음악을 찾을 수가 없어요’가 조용한 무대와 객석에 울려퍼진다. 공연 중 느끼는 감탄이 한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클래식이 ‘브라보 아저씨’와 음악 찾기 서비스로 인해 ‘관크’를 겪는다면 연극과 뮤지컬은 이 ‘관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시체관극’을 강조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시체관극’이란 미세한 움직임이나 소리도 내지 않고 ‘시체’처럼 고정된 자세로 극을 관람하는 행위를 이른다.‘시체관극’은 주로 300~400석 규모의 중소극장 연극 뮤지컬을 중심으로 생겨난 엄숙한 관극 문화다. 관람환경이 협소하고 열악하다 보니 주변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을 넘어 웃거나 환호도 삼가야 하고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까지 눈치를 받게 된다. 최근 한 매체 기자가 작품 내용을 메모하려다 저지 받아 공연 관람을 포기하면서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란 기사를 작성하며 다시금 ‘시체관극’ 논란이 대두됐다.‘브라보 아저씨’ ‘시체관극’ 등은 결은 다르지만 극단적인 자기 감상 권리를 추구하는 것에서 야기된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내 감정을 표현해 비뚤어진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것, 그리고 내 관람이 조금이라도 방해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그 누구보다 빨리 ‘브라보’를 외치기 위해 연주 막바지부터 준비하느라 혹은 공연 몰입을 이유로 타인의 미세한 움직임과 숨소리마저 예민하게 주시하느라 오히려 더 경직돼 본질인 공연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공연장은 함께 공연을 보고 정서적 유대를 나누는 공간이다. 같은 공간에서 동시대의 예술을 감상하고 공감하며 공연에서 받은 감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 본질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공연장은 좀 더 세심하게 관람 수칙을 제시하고 불법 촬영이나 녹음을 엄격히 제지하며 매뉴얼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관객은 자신의 관람 권리만큼 타인을 존중하면서, 무엇보다 공연의 감동은 스스로 무대에 몰입하는 순간에 가장 극적으로 발현됨을 기억했으면 한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4-01-25 13:37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기자

[브릿지 칼럼] 선택과 집중 통한 성공 방정식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사업 계획이란 무엇이고, 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가? 기업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대가로 매출과 수익을 확보한다. 사업 계획을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거나 사용 가능한 한정적 자원을 선택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생산 판매한다.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모든 기업은 자원이 제한적이고 강점과 약점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자사가 가진 인력과 기술, 제품, 현금 등 자원을 검토하고 경쟁사와 비교해 자사만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 후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 제품 및 사업을 선택해 집중함으로써 사업의 장기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 사업 계획의 목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다.그러려면 우선 시장과 기술, 경쟁 제품을 분석해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주력 제품과 신사업 선정 작업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제일 중요한 과제다. 경영자에게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사명이다. 경영자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 예측을 기반으로 주력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해야 한다. 미래 성공 가능성이 없는 제품이나 사업을 사업 계획의 우선 목표로 선정한다면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해 실행해도 성공을 달성하기 어렵다. 잘못된 사업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한다면 사업 실패에서 끝나지 않고 회사의 생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품과 신사업을 선택했다면 사업성을 평가해야 한다. 제품의 시장 규모와 성장성, 거시환경 및 산업환경을 먼저 분석하고 고객과 자사, 경쟁사 및 제품, 경쟁, 신규 진입장벽, 대체재 및 비교 우위, 생산원가, 보유 자원 등을 분석해야 한다. 경쟁사 대비 회사의 강점과 약점, 기회,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시장 세분화, 타깃, 제품 포지셔닝을 통한 가격 책정 및 장기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야 한다.사업성 평가를 통과했다면 경제성 분석이 다음이다. 투자회수 기간 및 투자수익률을 분석해 회사가 기대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목표 시점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분석을 통과했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계획뿐만 아니라 담당자 선정, 사내 시스템의 구축, 개발 계획, 생산 계획, 판매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주력 제품과 미래 신사업에 대한 선정을 했는가? 신사업에 대한 사업성 평가와 경제성 분석,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했는가? 그렇다면 즉시 도전하라. 목표는 세계 1등이다. 승자독식의 경쟁사회에서는 더 이상 2등 전략, 1등을 카피하는 팔로어(Follower)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1등을 카피해 따라가는 동안, 1등 회사는 더 빨리 차별적 기술을 도입하고 고객의 미 충족 니즈를 충족시키는 차기 제품으로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제고하고 더 앞서 나갈 것이다.세계 1등, 일류가 가능한 제품과 사업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경영자는 도전과 실행을 통해 제품과 사업을 일류화하고 세계 1등을 완성해야만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확보할 수 있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1-24 14:01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명의칼럼] 방사선 치료로 연부조직 굳어지는 ‘방사선섬유화증후군’ 해결법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47세 여성 B씨는 5년 전에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단받아 합성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했다. 그러다 좌측 대퇴후방부 좌골신경주위 연부조직 육종암이 진단돼 2021년 9월에 대퇴근육의 일종인 중간광근과 암 주위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했다.이후 암 전이를 막기 위해 이듬해 3월까지 방사선치료 33회, 화학요법제 항암요법을 6회 받았다. 방사선치료의 영향으로 방사선섬유화증후군(Radiation Fibrosis Syndrome, RFS)이라는 후유증이 생겼다. 좌측 다리가 붓고 발바닥 신경이 무뎌지면서 일상적으로 저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다리 연부조직이 위축 및 경화됐고. 다리에 색소도 침착됐다. 근육이 약화된 탓에 대퇴부 골절이 생겨 2022년 8월에는 이에 대한 고정술도 받아야 했다.RFS는 정상 조직이 방사선에 피폭돼 미성숙하고 무질서한 구성물질(matrix) 및 콜라겐으로 대체됨으로써 전반적인 수축과 기능 저하가 일어나면서 경화되는 질환이다. 연조직, 신경조직이 먼저 손상되고 나중에는 근골격계까지 피해를 입으며 심폐조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방사선요법을 반복적으로 받다 보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더라도 전체 치료 경험자의 5~5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피부로만 국한하면 홍반, 각질탈락(낙설), 색소침착, 열감, 수포, 미란, 통증, 염증과 궤양의 반복, 탈모, 모세혈관의 확장 또는 위축 등이 나타나는 방사선피부염(Radiodermatitis)이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B씨는 RFS를 완화하기 위해 2023년 3월부터 모 대학병원에서 저주파치료를 받았다. 왼쪽다리의 다리부종, 신경마비, 피부섬유화로 인해 장딴지가 당기는 느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저주파 치료는 경피전기신경자극치료(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TENS)로서, 실제는 전기를 매개로 한 치료법이다. 저주파치료는 통증신호가 흐르는 길에 다른 자극을 보내 통증을 줄여주고, 근육의 이완 및 수축을 일정 부분 촉진시킴으로써 근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하지만 B씨는 저주파치료의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난해 6월 말 필자를 찾아왔다. 이후 매주 한 번 필자가 창안한 최신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을 받았다. 두 차례의 치료 후 좌측 햄스트링의 섬유화가 약 20% 개선된 게 초음파로 확인됐다.약 15회의 치료 후 왼쪽다리의 연부조직(근육, 연골, 인대 등)의 경화가 많이 풀려 걷는 게 한결 수월해졌고 다리의 붉은 색깔 침착도 상당히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돌덩이 같은 다리 근육이 유연해진 게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켜줬다.암환자가 늘면서 방사선 단독치료, 또는 수술 전후 방사선치료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방사선치료는 최근 암 부위만을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전신적인 치료라는 한계 상 주변 조직을 피치 못하게 손상시키고 그런 부작용의 하나로 RFS를 초래할 수 있다.RFS의 부작용을 상쇄시키기 위해 갖은 약제들이 동원됐지만 아직 검증이 덜 됐거나 실험적인 시도에 머물고 있다. 재활치료는 근골격계가 굳지 않도록, 근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기존 신체 기능이 유지되도록 도와주지만 여전히 대다수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이에 필자가 물리재활치료 수단으로 추가한 게 엘큐어리젠요법이다. 고전압을 낮은 전류의 세기로 신체에 흘려주면 세포, 조직 단계에서 활성화가 일어난다. RFS의 경우 근육과 신경이 재생되는 효과가 나타나 경직과 통증, 염증, 피부궤양 등을 개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간 시행해도 인체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반면 기존 TENS는 전기자극의 강도나 전달 심도가 낮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RFS는 여러 암종 중에서도 연부조직과 인접하고 방사선 치료 횟수가 많은 갑상선암·설암 같은 두경부암, 연부조직에 직접 생긴 육종 같은 암의 치료 과정에서 더욱 비중 높게 발생한다. 최근 이처럼 상대적으로 발병 비중이 낮은 암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FS는 방사선치료 후 합병증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예방적 치료와 재활치료로 호전시킬 수 있지만 늦게 발견하면 평생 후유증이 남는 심각한 장애로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의 갑작스런 발생에 겁먹지 말고, 용기를 갖고 치료에 임한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1-23 07:34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명의칼럼] 감염병 앓고 떨어진 면역력, 방심 말고 제때 치료·관리를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올해는 면역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강력한 감염병을 앓은 뒤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체력과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많아서다.기저 질환이 없고 면역력이 강하면 감염병을 앓고 난 뒤 빠르게 회복하면서 면역 학습에 의해 면역력이 오히려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평소 기저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다. 감염병 회복기에 자신의 기존 체력과 면역력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거나 강한 병을 치료하느라 투여된 약으로 인해 체력이 더 떨어지는 사례도 빈번하다.따라서 평소 체력과 면역력이 약하다면 지금 당장 크게 아프지 않다고 방심하지 말고 미리 내 몸의 정기, 즉 면역력을 올려두어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대표적인 예는 소아와 고연령층, 평소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다. 감염병을 심하게 앓고 난 후에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기본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는 개인별 맞춤 한약 처방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인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확실하게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맞춤 처방이기 때문이다.맞춤 처방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옥고’와 ‘공진단’을 처방하기도 한다. 공진단은 여러 논문을 통해 효능이 밝혀져 있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로는 뇌 인지 기능의 향상, 항산화, 항노화, 항염증 효과 등이 대표적이다. 공진단은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향은 기를 소통하면서 인체 내의 더운 기운이 화(火)를 아래로 내려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준다는 뜻이다. 녹용은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하고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의 체력을 올려줘 피로를 줄여준다. 경옥고 또한 여러 논문을 통해 폐 조직의 활성산소 감소, 면역력 보호, 항피로, 항노화, 운동기능 개선 효과 등이 알려져 있다. 경옥고는 공진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이 많고 호흡기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 그리고 피부가 건조하고 쉽게 갈증이 나는 사람에게 더욱 추천한다.공진단이나 경옥고는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처방이지만 성분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고 어떤 처방이 더 본인에게 맞는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경옥고는 용량이나 효과 측면에서 한의원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사향이 들어간 정품 공진단은 한의원에서 처방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좋은 명약도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사와 충분한 진료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4-01-23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브릿지 칼럼] 마음의 힘 빼기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열심히 일한 사람은 떠날 자격이 있다. 교인이 십일조 헌금하듯 번 돈의 십프로쯤은 여행에 쓰자는 생각으로 방학만 되면 이곳저곳으로 다니고 있다. 낮선 곳에 가면 언제나 번쩍하고 불 밝히는 순간을 만난다. 2019년의 발리 여행에선 끄득이란 충직한 택시 드라이버를 만나 설득이란 내쪽으로 끌어다니는 심리전이 아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술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온 책이 ‘선의의 시대를 여는 설득의 12법칙’이다. 22년 롯데 자이언츠의 마케팅 자문을 맡아 KTX를 타고 오가며 부산 거리에서 영상을 촬영 할 때 얻은 영감으로 ‘요즘 카피 바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얼마전엔 휴양지로 유명한 태국 끄라비를 다녀왔다. 스노쿨링을 좋아하는 부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고 뒤죽박죽 쌓인 생각들을 정리해서 두세개의 칼럼거리나 얻어오자는 심산이었다.끄라비의 아오낭 해변과 라일레이의 프라낭 해변은 기암절벽으로 둘러쌓이고 모래해변으로 이어져 낙원과도 같은 풍광을 드러냈다. 라일레이에서 솟아오르고 끄라비에서 떨어지는 일출과 일몰의 붉은 태양은 놀랍도록 선연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끄라비 해변은 식당과 가게들로 북적거리고 번쩍였는데 원주민과 관광객들이 적절한 자기 규율아래 자연스럽게 뒤섞여 쓰레기나 고성방가가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7박 8일의 여정은 머리가 지끈대는 돌발 사태의 연속이었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냉방병에 걸려 해변 근처도 못가고 이틀 동안 침대에서 뻗어버리고 말았다. 두번째 사건은 방안에 틀어박혀 몇일간 작업해서 구글 드라이버에 업로드한 자료가 연동되있는 누군가의 실수로 통째로 날아가버린 일이다. 마지막 결정타는 돌아가는 날 갈아 탈 비행기가 결항된데다 이걸 알아보려고 매달린 저가 여행사의 불친절로 비용도 손해보고 기분마저 잡친 일이다.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찬찬히 되짚어보면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먼저 냉방병 문제다. 온라인으로 발권을 받은 안사람의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방콕 스왓나폼 공항에서 터지지 않아 아내와 말싸움끝에 열이 치받아 벌컥대며 마신 맥주가 빌미가 됐다. 얼음넣은 맥주를 두툼한 파커를 입고 땀 흘리며 들이키고 씩씩대다 차가운 기내로 들어가니 병을 자초한 꼴이었다. 문서를 날렸다고 시차가 다른 서울의 동료에게 문자로도 모자라 서너번씩 전화로 따져 물은 것도 사리 분별의 부족이었다. 이전 자료에 기억을 보태 보수공사를 시작하면 되는 일이고 추궁이 아니라 아량을 보였더라면 배려심 많은 상사가 되었을 것이다. 비행기 결항과 무료 환불건으로 여행사 교환원과 통화때도 위압적인 어투로 닥달한 한 점도 못내 후회다.몸도 아프고 자료에 돈까지 손해 본 여행이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 라일레이 리조트에서 수영장 바로 옆방을 배정받아 한밤중까지 수영장에 누워 별빛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억이 그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물에 몸을 터억하고 내맡기면 몸이 떳다. 서울로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항에 따른 환불 요청을 차분하게 설명하니 저쪽에서도 처리 방법을 찾고 있다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어깨 힘을 빼야 물에 몸이 뜨듯 마음의 힘을 빼고 느긋해져야 나이값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1-22 14:17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올바른 투자의 원칙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부도(富道) 1단은 근(勤), 2단은 검(儉), 3단은 축(蓄), 4단은 업(業), 부도 5단은 유(柔), 6단은 인(忍), 부도 7단은 여(與), 8단은 ‘던질 투(投)’다. 투자(投資)다.모은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잘 던지느냐 하는 단계다. 그것은 마치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포수를 향해 야구공을 어떻게 던지느냐 하는 것과 같다. 우선 바람의 속도와 향배를 파악해야 한다.물론 타자의 야구 방망이라는 방해를 뚫어야 한다. 말하자면 투자는 탁월한 4판(四判)이 전제되어야 한다. 천리(天利), 지리(地利), 인리(人利), 시류(時流)를 판단해야 한다.하늘의 이점, 땅의 이점 즉 공간의 이해관계, 사람의 이점과 사람을 위한 이점을 읽어야 한다.시류란 트렌드를 말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충고하는 세계화 트렌드, 민주화 트렌드, 하이테크 트랜드와 같은 메가 트렌드(Mega Trends)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마케터인 마크 펜이 주장하는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s)도 놓쳐서는 불리하다.투자는 소비와 함께 자본주의의 두 가지 꽃이다. 소비는 현재를 위한 것이고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투자는 망(望)이다. 희망, 전망인 동시에 실망, 절망이다.미래는 본질적으로 미지(未知)다. 투자는 미지를 향한 열정이다. 바로 리스크(risk)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와 도박(Gambling)은 한통속이다.수많은 학자들이 그들의 차이점을 밝혀 명쾌한 정의를 내리려 했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게 사실이다. 바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해두는 게 적당하다. 투자는 내 돈과 남의 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처는 크게 네 곳이다. 사람, 현물(現物), 부동산, 유가증권이 그것이다.첫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투자이며 도박이다. 나라를 얻기도 하고 보복을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여불위(呂不韋)는 중국 전국시대 상인출신 정치가다. 그는 왕족인 자초(子楚)를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왔다.자초는 왕이 되었고 여불위 역시 승상에 올랐다. 장양왕이 죽은 뒤 여불위와 장양왕의 첩인 주태후의 아들이 이윽고 왕이 됐다. 바로 진시황이다. 여불위는 재물로 나라를 얻은 셈이다.한국의 경이적인 발전에는 가난에 고통 받으면서도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이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그러나 지금은 과도한 교육열이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을 양산하고 있다. 고시촌에서 빌빌대며 취업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다. 이런 고학력 젊은이들이 대략 140만명에 이른다. 그들 부모들의 골치꺼리다. 이판에 일자리 만들어 준다는 정치가들의 빈말이나 없으면 좋겠다.둘째, 현물로는 석유와 곡물 등 원자재 그리고 금과 미술품등이 있다. 유가의 등락과 곡물 값의 폭등에는 음습한 거대자본들의 투자와 투기가 혼재한다. 셋째, 부동산. 뿌리칠 수없는 투기와 도박의 영원한 숙제꺼리다. 넷째, 유가증권. 주식과 채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선물 등 파생상품에는 현물과 부동산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4-01-21 14:1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요즘스물·없던서른' 세대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시대가 변하면 사람은 바뀐다. 최적화의 결과다. 또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변한다. 적자생존의 취지다. 이런 게 쌓여 사회를 만든다. 사회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다. 퇴화와 진화 속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마치 계주처럼 이어달리는 형태다. 바통연결은 부드러울수록 좋다. 혼자 튀어 본들 이겨도 진다. 제 몫만 챙겨도 결국 뒤진다. 즉 주자간의 상호협의와 이해조정은 필수다. 선배의 뒤를 후배가 따를 때 사회는 유지된다. 2024년 한국사회는 어떤가. 바통이 잘 이어지는지 반성과 대안이 필요하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이 출현했다. 달라진 청춘집단을 뜻한다. 전형·고정적인 연령이미지를 벗어난 후속세대란 점에서 비교하는 ‘요즘’과 구분하는 ‘없던’이 수식어로 붙는다.공통점은 새롭고 달라진 청년인구란 점이다. 기성세대로선 낯설고 불편한 별종인류에 가깝다. 해석도 이해도 안 되는, 불현듯 생겨난 2030세대다. 당장 청년특유의 감각·특징이 적거나 없다. 현재고통과 미래편익의 교환가치가 거부되니 향상심도 헝그리정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참으면 더 얻는 마시멜로 효과의 실종이다.선배세대는 가시방석이다. 바통을 줘도 딴짓하며 서성대니 환장할 노릇이다. 절제는커녕 인내조차 없으니 위험해진 자녀인생은 밤잠을 설치는 골칫거리다. 결혼·출산의 가족분화는 먹혀들지 않는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의 기본값은 ‘나혼자산다’로 정리된다. 고비용·저효율의 가족분화는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절대불가로 평가된다. 결혼해도 출산만큼은 연기·거부된다. 0.7명(2023년 2~3분기)의 초저출산은 그 정황증거다. 해서 어정쩡한 캥거루족이 유력카드로 남는다. 고성장기 표준가족이던 부모·자녀의 4인가족이 나이만 먹으며 고령부모·중년자녀로 늙어가는 식이다.하지만 요즘스물·없던서른의 바통거부를 무조건 폄하·비난해선 곤란하다. 그렇게 만든 환경·구조가 문제다. 2030세대의 자발적인 본능통제는 악화된 시대환경 속에서 스스로 잘 살아내려는 고육지책의 선택결과다. 저성장으로 제 한몸 먹고살기도 힘든데 가족을 꾸리는 것이야말로 오판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똑똑해진 후속청년에게 바통연결형의 전통모델은 원가조차 못 건지는 형편없는 악수에 가깝다. 대학진학률 70~80%대의 ‘요즘스물’은 등 떠밀려 사회에 나간 ‘없던서른’의 고생경로를 보며 학습효과를 축적한다. 예전스물·있던서른의 기본값을 완벽히 바꾼 달라진 신질서를 뜻한다.이대로면 한국사회는 멈춰선다. ‘설마’하나 ‘역시’로 귀결됨직한 격동·급변의 인구변화가 유력한 힌트다. 외신이 전달하는 ‘폭망한 한국사회’를 가십으로 취급하는 무책임과 비정상은 소멸시한만 앞당길 따름이다. 요즘스물·없던서른의 등장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최소한 자녀가 부모를 추격하고 또 역전하는, 너무나 상식적이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바통연결이 절실하다. 청년은 좌절보다 희망이, 현재보다 미래가 어울리는 소중한 사회토대다. 이들이 없으면 사회는 꺾인다. 세대간의 소통·공감수단이 약간 낯선 사투리라면 그나마 시간은 있다. 그 다음은 외국어다. 언어·문법이 다른 외국어로 만나기 전에 눈을 맞추고 귀를 여는 대타협이 요구된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1-18 14:10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과 외설 사이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얼마 전 모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연말에 한 기자가 누드 크로키 수업 현장 탐방 기사를 썼는데 이 기사에 수천개의 악플이 달렸단다. 누드화를 그리는 사람들과 기자에게 관음증, 변태, 포르노, 외설이라는 욕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누드화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벗은 몸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저속하다고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태도가 씁쓸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세계3대 미술품으로 칭송받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비너스상도 누드다. 기원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밀로의 비너스’ 상은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밀로섬에서 발견될 당시의 팔이 없는 그대로 전시돼 전세계인들로 부터 수세기 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 아름다운 비너스상을 누구도 외설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또한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23㎝ 조각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출산과 풍요의 의미를 갖는 명작으로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우리가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근현대 미술품 중에는 인간이나 신 또는 악마를 인간의 나체로 그린 그림이나 조각상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도 여성의 누드가 그려져 있고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크림트, 중국 작가 판위량의 누드화 인기는 이미 세계적이다. 모딜리아니, 마르크 샤갈, 쟈코메티, 후안 미로와 같은 유명 화가들도 프랑스 파리의 유명 누드크로키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에 다니며 누드 크로키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누드는 중세에 종교재판소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그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다. 티치아노, 드가, 르누아르, 마티스, 루벤스, 쿠르베,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도 누드화를 그렸다.영국 테이트뮤지엄에 있는 3톤이 넘는 로댕의 대리석 조각 ‘키스’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도 초기에는 선정적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명작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미대 수업시간 뿐 아니라 갤러리나 일반인 동아리를 통해 누드 크로키반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누드 크로키는 자세와 방향에 따라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그리는 데는 인체만큼 좋은 모델이 없다고 한다.게다가 모델이 2분, 4분, 때론 10분 단위로 자세를 바꾸기 때문에 빠르게 드로잉을 해야 하는데 그 순간 엄청난 몰입감과 집중력,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친다. 또한 크로키 할 때의 몰입은 머릿 속의 잡생각을 비워줘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누드화를 외설과 관음증으로 보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누드는 예술의 한 장르다. 예술과 외설 사이를 오가는 평가를 받아온 누드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이제는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1-17 14:02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명의칼럼] 유난히 시린 손발… 수족냉증? 레이노증후군?

김원종 윌스기념병원(수원) 심·뇌·혈관센터 원장(혈관외과)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이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남들보다 유독 신체 말단 부위인 손발이 과도하게 차갑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겨울이 아니더라도 특정 환경에서 손발이 차갑다고 느끼거나, 잘 때도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로 손발의 시린 증상을 호소한다. 이런 수족냉증과 함께 언급되는 질환이 있는데 바로 레이노증후군이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도 손이나 발이 지나칠 정도로 찬 상태를 말한다. 원인을 찾아보자면 교감신경 반응이 예민해져 혈관이 수축되면서 손과 발 같은 말초 부위에 혈액공급이 줄어들어 과도하게 냉기를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몬의 변화나 정신적인 긴장도 원인이 될 수 있다.레이노증후군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작은동맥(세동맥)들이 추위에 노출된 반응으로 정상보다 더단단히 수축하였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청색증을 보이며 통증, 저림 등이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별한 원인이나 기저질환이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레이노증후군과 전신경화증,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면역질환이나 죽상경화증, 정맥기능부전, 갑상선기능부전 및 약물(베타차단제)등 유발 인자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레이노증후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매년 10만명 이상이 수족냉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질환은 모두 손발이 차고 시리며 겨울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40-60대 연령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더 잘 발생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레이노증후근은 추위에 노출됐을 때 3가지 증상 즉 체온과 2도이상 차이가 나고, 피부색이 하얀색-파란색-붉은색으로 변하면서 가려움, 저림, 아린 통증이 있을 경우 의심해 볼 수 있고, 수족냉증보다 통증이 더 심한 편이다.레이노증후군이 여성에게 더 흔한 이유는 월경, 임신, 출산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 때문이며, 혈관이 남성보다 가늘어 추운환경에서 말초혈관순환이 저하되고, 빨래, 설거지 등 가정일로 차가운 물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 할 수 있다.레이노증후군은 대개 증상과 신체검사 결과에 기초해 의심하게 되며, 유발인자에 의한 이차성 레이노증후군이 의심이 되면 환자가 추위에 노출되기 전과 후에 동맥 도플러 초음파검사(유발검사) 등 혈관기능검사를 시행 할 수 있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교원섬유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앞서 설명한 면역질환이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하여 이에 대한 검사(혈액검사, 핵의학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레이노증후군은 일종의 혈액순환 장애다. 하지만 모두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일반적으로 추위나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 증상이 경미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일차성 레이노증후군의 경우 니페디핀 또는 암로디핀 같은 칼슘통로차단제 등의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거나 예방만으로도 충분하다.그렇지만 이차성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와 교정이 필요하다. 혈관벽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피부색 변화에 그치지 않고, 손끝과 발끝에 상처가 생기고 피부괴사로까지 발전할 수 가 있다. 때문에 당뇨, 말초혈관질환이나 버거씨병, 류마티스관절염등 질환이 원인인 경우 손발에 나타나는 증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정기적으로 혈관 검사를 받아야 한다.평소 체온 관리를 위해 겨울에는 장갑, 양말 등으로 보호해 피부를 차가운 공기나 물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고, 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흡연은 삼가해야 하며, 야외 활동 후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김원종 윌스기념병원(수원) 심·뇌·혈관센터 원장(혈관외과)

2024-01-17 10:47 김원종 윌스기념병원(수원) 심·뇌·혈관센터 원장(혈관외과)

[명의칼럼] 노년엔 다이어트도 건강하게… 체중 감량보다 근육량 키워야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센터장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이에 따라 건강한 노년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 60세 이상 노년층의 비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지난 2018년 약 1만5000명에서 2022년 약 2만7000명으로 5년 새 약 75% 증가했다. 이중 60세 이상 노년층 환자 수는 845명에서 5229명으로 무려 6배 이상 늘었다.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 근육량이 감소하고 체지방량은 늘어나는데, 특히 내장 비만이 많다. 또 기초대사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줄기 때문에 젊었을 때만큼 체중 감량이 쉽지 않다. 이는 노년층의 다이어트가 젊은 세대의 다이어트와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나이가 들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노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 식사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노년층의 비만 관리는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보다 건강한 식단을 통해 시작돼야 한다. 균형 잡힌 영양소로 구성된 양질의 식단으로 골고루 먹으면 좋다. 혹은 한 끼 정도는 칼로리가 낮은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대다수의 노인들이 매 끼니 김치를 먹는데, 의도치 않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할 수 있어 하루에 한 번 먹거나 물김치 등으로 메뉴를 바꾸어 먹는 게 좋다. 또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데,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적절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는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다만 양질의 단백질을 육류로만 섭취하기 힘들다면 콩이나 두부를 같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노년층 다이어트를 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관절과 근육이다. 노년에 관절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이면 관절 통증을 줄여준다. 하지만 아픈 부위와 증상을 잘 살펴서 운동을 해야 한다. 또 단순히 체중 감량만 생각하다가 근육량이 더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이전 보다 음식을 적게 섭취해도 지방으로 축적되거나 다이어트 이후 요요현상이 오기 쉽다. 때문에 근 손실을 막고 줄어든 근육량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는 단백질 등 영양소 섭취와 함께 반드시 근력운동을 병행해 줘야 한다.노년기에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체중 감량은 물론,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고령층은 단일 부위의 근육량을 키우는 운동보다는 몸 전체의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이 좋다.다만 나이가 들수록 너무 빠른 속도로 체중을 줄이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젊은 층처럼 체중을 빠르게 줄이겠다는 생각보다는 몸이 적절하게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센터장

2024-01-16 07:00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센터장

[시장경제칼럼] 자의적 법해석과 대중추수주의가 부른 기업인 사법리스크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의 반등이 확인된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15년 만에 가장 저조했지만, 2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메모리 출하량 증가와 평균 판매단가 상승 등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반도체 부문 적자가 축소된 데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복’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7일, 검찰은 ‘불법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회장에게 5년을 구형했다. 오는 1월 말에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한국은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반(反)기업정서는 기본이고, 거미줄 같은 규제, 노(勞)에 기운 운동장, 다락 같이 높은 법인세가 그것이다. 흔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비견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안정성’, 구체적으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실질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기업인이 법을 위반해 마땅히 처벌을 받았다면 이를 ‘사법 리스크’로 부를 하등의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의적 법 해석과 대중추수주의(大衆追隨主義), 현존하는 권력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면 이는 ‘엄정한 법 집행’일 수 없다. ‘편의적 사법리스크’에 노출된다.기업합병을 불법 경영승계 단초로 몰아간 억지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불법승계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합병은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고 ‘중간 사업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이재용 승계를 논외로 하더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기업합병이었다.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은 이같은 합병을 예측하고 2015년 1월 삼성물산 주식을 770만주를 매입했다.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5월 26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이뤄졌다. 삼성물산에 투자한 투기자본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고 항변한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이다. 시장은 늘 합리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모회사 할인 퍼즐’(parent company puzzle)로 설명된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전자주식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팔 수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저평가된 것이다.2003년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시가총액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소버린자산운용이 이를 알고 SK㈜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 등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넘본 것이다. 소버린 사태도 ‘모회사 퍼즐’의 한 사례이다.상장사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 명기되어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종가평균 △1주일 종가평균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이다.합병비율은 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고, 삼성물산 주식 13%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경영승계는 ‘기업의 사적자치’로 정치적 결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엘리엇은 합병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엘리엇은 합병이 종료된 후 2016년 초 통합삼성물산에 물산주식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정치권의 자충수와 엘리엇의 ‘투자자-국가간 분쟁중개 청구’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통합이 종료된 후 2018년에 투자자로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중재를 청구했다. ‘결정적 빈틈’을 봤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20일 엘리엇 쪽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5359만 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배상총액은 1389억원에 이른다.당시 우리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합병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은 패소할 수 밖에 구조를 스스로 만들었다. 탄핵 정국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본부장을 직권남용으로 구속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경제공동체를 통한 ‘제 3자 뇌물’, ‘묵시적 청탁’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법리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엘리엣에 빼도박도 못하는 빌미를 주었다.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 간에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음으로써 국격이 실추되고 국익도 해쳐진 것이다. 모든 것이 기정사실로 정해진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판단하면, 당시의 선택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전에 정해진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이 과정이고 수단이었다. 철두철미 진영논리가 적용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이제 삼성에 대한 재판은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감상(感傷)을 벗고 법리와 상식 그리고 경제논리에 의거해 합병과 경영승계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 사법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다. 기업인 사법리스크는 불확실성 덩어리로 그 자체가 후전적 정치문화이다.시장경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관료, 사법부, 정치인이 시장경제의 주인일 수 없다. 시장은 실타래처럼 엮인 이해충돌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적같이 풀어준다. 법 해석도 경제논리에 닿아야 하고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 시장은 비인격적이기에 가장 합리적이다.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4-01-15 16:24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브릿지 칼럼] 존중의 부재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최근 배우 이선균이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사건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혐의사실과 상관없는 사적인 녹취록 보도 등으로 지켜져야 할 피의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마약 복용은 중차대한 혐의임에도 많은 대중이 그의 부재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가리고 싶은 자기만의 민낯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온 세상에 까발려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준다. 혐의사실 여부를 떠나 이를 견디다 숨진 사람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미안함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아울러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방향성의 오류, 사람을 대할 때 지켜져야 할 예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존중의 부재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잘못에 대한 질책과 인격적인 모독이나 정죄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에 대한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못이 있거나 그렇다고 추정되는 사람은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막연하고도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잘못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예의를 지켜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때로 이처럼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소중한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심한 갈등으로 상담실을 찾은 어느 엄마와 아들도 그런 경우다. 엄마는 아들에게 그가 먹고 치우지 않은 테이블 위의 음식물들을 정리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해서 혼잣말로 불만을 이어가자 이를 들으며 짜증이 난 아들은 테이블을 치우는 대신 엄마에게 화를 낸다. 음식물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본인 잘못이지만 늘 엄마는 해당사안과 상관없는 말들로 자기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머리끝까지 화나게 해서 치우고 싶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와 크게 다툰 아들은 그런 엄마가 미숙하고 부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여기면서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고 엄마의 사과와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른다.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누구라도 끊임없는 잔소리와 지나친 감정폭발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이를 견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아들이 그런 엄마의 태도를 이유로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또 그들의 인격이나 관계가 무시되거나 폄훼될 수는 없다. 십대의 아들은 이 점을 구분하게 되면서 자신이 해도 되고 하면 안되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엄마 역시 자기 기분대로 욱하며 내지르는 것이 아들을 함부로 여기는 태도임을 자각하고 노력하게 됐다.예의는 단순히 예의범절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고 존중돼야 할 기준이다. 때문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폭력이다. 상대가 받아 마땅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직접 때리는 게 아니라도 심리적 폭행이다. 사랑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고 학대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 댓가를 치르며 반성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학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차리고 성장할 시간도 주어져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내 맘대로 그 시간과 기회를 뺏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내 자리를 지키며 상대를 지켜봐 주는 것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1-15 14:2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2024년도 부동산 시장은 매매시장 하락과 전세시장 상승이라는 큰 흐름 속에 매매시장 경우 서울은 상승, 수도권과 지방은 하락이라는 지역적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올해는 금리인하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오는 2분기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실제로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부동산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신호탄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매매수요와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구매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또한 주택 공급 부족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2만8000가구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8∼2022년 연평균 입주 물량 37만4000가구에 비해 약 5만가구 정도 부족한 물량이다.지역적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5627가구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3만3595가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990년 이후 역대 최소 입주물량이다.문제는 올해 이후도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 2023년 1~10월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184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63.6%나 줄어든 물량이다. 인허가가 줄면 3~5년 이후 입주물량은 그만큼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공급 부족으로 시장이 불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전세시장 불안도 부동산 시장의 큰 뇌관이다. 향후 2~3년간 공급 부족은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리상승으로 매매수요가 감소하면서 내 집 마련 수요보다는 전세로 놀러 앉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시장 불안은 결국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 될 것이다.뿐만 아니라 4월에 치르지는 국회의원 선거도 변수가 될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야 각 당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완화와 지역개발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수도권 GTX노선 연장과 신설, 경부선·경인선·경의선 지하화 등 철도·전철·도로 신설 공약은 반복될 것이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 인접 자치단체의 서울 편입문제를 포함한 메가시티 추진과 더불어 부울경 메가시티, 충청권메가시티 같은 공약도 등장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경기 회복도 큰 관심사다. 부동산 시장은 무엇보다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경기가 살아나면 투자수요가 기지개를 켜면서 부동산 시장도 달아오를 것이다. 경기회복을 다른 어떤 변수보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실수요자들은 상반기까지 시장상황을 관망하면서 금리인하 여부를 지켜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을 것이다. 매매가격이 전 고점보다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이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급매 위주로 접근하거나, 3기 신도시 또는 분양가상한제가 걸려있는 곳을 기다렸다가 사전청약을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1-14 13:3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