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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예측불가 증시, 스스로 판단해야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사회관계망 위에서 난무하는 소식, 안내와 소통과 설명을 빙자한 나쁜 의도의 악한 조작정보들을 주요 국가들이 손을 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날로 격해지는 전쟁과 편 가르기와 대결과 증오의 분위기이고 보니, 이런 소문 조작의 풀무질들은 경우와 때를 가리지 않고 난무할 소지가 아주 크다. 메타버스나 블록체인도 질서유지가 어려운 공간으로 가세했고,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으로도 호도할 수 있는 사회여론의 품질 저하와 윤리적 침탈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특히 어릴 때부터 진위조작이 가능한 정보기술 환경에 익숙해지는 미래세대들은 선악의 가치 구분이나 사실과 가짜 분별 훈련도 없이 그대로 악의의 작위성에 노출될 우려가 비등해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초등교육부터 사전적 정보윤리 교육을 반영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의 국가적 여론통제와 개인 자유의사 방해와 창의적 의사표시 침해 문제 등 부작용도 함께 불거지며 복합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각론이 강하면 총론이 약해지는 법이다. 나무만 보면 숲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잃어버린 30년의 단초였던 1989년 일본 증시 대폭락과 2008년 미국 증시 대폭락이 그러했다. 열띤 시장 참가자가 되면, 국외자에게 보이는 일을 정작 본인은 보지 못한다. 1988년에 한 일본 대형증권사 사장은 “이제 더 이상 PER(주가수익비율)이 필요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 일본 평균 PER이 70배였다. 미국은 15배, 한국은 10배 정도일 때다. 천정부지 엔화가 부른 자본수지 흑자에 취해 망발을 한 것이다.2000년 미국을 덮친 닷컴 버블은 더 심각했다. 실체도 없는 신생 인터넷 회사 주가가 삽시간에 치솟아 실물 상품 가격을 바보로 만들었다. ‘굴뚝주’라는 이름도 그때 생긴 비아냥의 산물이다. 당시에 곤욕을 치른 이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다. 닷컴 주식에 전혀 손대지 않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자산이 크게 줄어 큰 낭패를 보았다. 하지만 2002년쯤에는 그 혼자 웃을 수 있었다. 닷컴 거품이 사라지고 굴뚝이 살아난 것이다. 한국 코스닥도 그때의 상채기가 남아 아직 역사적 고가에 근접도 못한다.혼자 주식을 공부하고 일단의 커뮤니티에서 정보교류를 하다 보면 어딘가 개별종목 투자의 뒤안길로 접어들기 십상이다. 고수익 꿈이 가득해 시장 수익률로는 양이 차지 않아 특별한 종목을 찾아 나서지만, 누구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투자 대가인 존 보글은 “경험이 짧고 규모가 작은 대중들은 인덱스에 투자해, 개인에게 조용히 찾아오는 비체계적 투자위험을 줄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인덱스 투자도 고금리, 인플레, 전쟁, 재해, 불경기 같은 체계적 위험은 또 피하기 어렵다.지금 글로벌 주식시장은 아주 복잡하다. 금리와 물가도 아직 너무 높고, 전쟁과 재해가 또 찾아오고, 경기침체 걱정도 고개를 든다. 그런데 주가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견조하고 담담하다. 균형을 깨는 일이 생길 만한 데 아직은 고요하다. 만일 이런 시장 기류가 후일 미국 주도의 ‘골디락스’로 판명나면 체계적 위험 들을 주식시장이 스스로 삭혀낸 초유의 일이 된다. 지금은 스스로 뉴스와 정보와 자료를 독립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힘이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10-19 14:33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힌트는 '아파트 1층'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상전벽해(桑田碧海)라 했다. 세상은 몰라볼 정도로 급속히 바뀐다. 낯설었던 제품·서비스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목이 된 격상사례도 부지기수다. 작지만 장기간 축적된 변화가 한국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인구위기도 그렇다. 체감·민감도가 낮아 방치·연기한 대응실패가 되돌리기 힘든 충격여파를 낳는다. 변화를 놓치면 곤란한 이유다. 시대는 바뀐다. 속도·범위·파장이 다를뿐 사람·생각·행동도 변해서다. 당연히 전에 없던 문제도 불거진다. 여기에 맞춰 법률·제도·정책 등 준칙질서는 재편된다. 새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달라진 방식채택을 위함이다. 기존체계로 문제해결이 어렵다면 시대변화에 맞는 달라진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인구문제도 비슷하다. 고정관념·기존관성을 벗어난 발상의 대폭전환·혁신접근일 때 어렵던 해결단초는 찾아진다. 정부예산·복지시혜만으로 인구문제는 안 풀린다. 몸에 맞는 옷을 찾듯 변화에 맞춘 경로가 좋다.인구구조는 시대변화의 상징통계다. ‘시대변화↔인구변화’처럼 밀접히 상호영향을 미치며 한국사회의 새판짜기를 요구한다. 두통거리인 저출산·고령화란 시대현상도 인구구조의 비중변화를 추동한 원인이자 결과다. 심각한 건 ‘변화→현상→문제’로의 변질이다. 변화도 기회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위기에 가깝다. 설상가상 ‘급변’인 건 불문가지다. 급격히 변하며 문제를 키워낸다는 뜻이다. 세계꼴찌도 모자라 매년 기록갱신까지 반복하며 빚어낸 0.78명(2022년)의 출산급락도, 거대덩치인 베이비부머(1955~75년생·1700만명)의 고령연령 도달시점(65세)·후속파장도 너무 급하다.문제는 불거진다. 시대가 급변하니 문제도 급변한다. 전무후무한 속도답게 동시다발의 충격으로 요약된다. 기존체계로 대하니 갈등은 쌓이고, 미스매칭이 커지니 수급은 깨진다. 시간이 없다. 놔두면 개인의 불행확대는커녕 사회의 존속위협까지 옮겨붙는다. 관심사는 달라진 해결법의 요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방식과의 결별에서 시작된다. 저출산·고령화 모두 달라진 대응만이 위기완화·상황돌파의 단초가 된다. 그럼 인구불행에 맞설 뉴노멀의 작동체계는 어떻게 찾아질까. 새로운 주체와 달라진 방식의 혁신적 상상력이 대안이다. 기존틀에 포섭되면 풀리지 않는다.어렵고 거창할 이유는 없다. 가령 아파트 1층에도 힌트는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결국 양육·간병이슈다. 돌봄이다. 지금처럼 개인·가족에 독박을 씌우거나 혹은 영세한 저품질과 값비싼 시장화로만 접근하니 불편·불안·불만이 가중된다. 이때 아파트 1층만 잘 재구성해도 숨통은 열린다. 자녀양육·부모간병의 수요·공급을 생활단위인 아파트 1층에서 해결하는 차원이다. 상시이용·비용분담의 편리공급형 플랫폼이면 저비용·고효율의 인구해법이 도출된다. 전통사회 때 마을전체가 양육·간병을 품었듯 시대변화가 양산한 아파트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압축공간으로 쓰이면 정부·기업·주민 등 다중이해의 조정·협력도 가능하다. 자원결합·민관협치의 복지혁신도 기대된다. 아파트 1층처럼 유휴자원은 흘러넘친다. 보물을 혁신으로 꿰는 심미안이 관건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10-18 14:13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명의칼럼] 가을에 심해지는 아토피 피부염, 일상 자극 줄이며 관리해야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9월 14일은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치료·관리의 필요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정된 ‘세계 아토피 피부염의 날’이었다.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은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습진의 범주에 속하며 대개 가려움과 건조증을 동반한다. 한국에서는 건조한 가을 날씨가 시작되면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을은 아토피 환자들의 생활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시기다.가을 환절기의 심한 온도차와 낮은 습도는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급변하는 온도는 피부를 자극하고 건조한 공기는 피부 수분을 더 빨리 마르게 한다.실외도 안전치는 않다. 차가운 공기와 바람의 조합은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는데 일조한다. 두꺼워지는 옷이 한 몫 할 때도 있다. 피부 마찰을 증가시키는 모직 소재 옷을 입거나 보온을 위해 무겁거나 꽉 끼는 옷을 입으면 통기성이 떨어져 오히려 땀이 차면서 습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알레르기 면역 반응이 강하기 때문에 기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명절과 잦은 공휴일로 연휴가 늘어나면서 규칙적인 일상생활에서 벗어나게 되고 잦은 장소의 변화, 기름기가 많거나 밀가루가 포함된 음식, 길거리 음식 등에 노출될 확률도 커진다. 사회적 약속에 의한 스트레스 증가도 종종 재발의 원인이 된다.아토피 피부염은 일상적인 생활관리가 잘 돼야 한다. 거친 비누나 향이 강한 제품과 같은 잠재적인 자극제를 피하고 약산성 물비누를 쓰거나 물로만 씻는 것이 좋다. 저자극성, 무향의 아토피 전용 보습제를 정기적으로 바르고 특히 목욕 후에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한의학에서 아토피 피부염은 실증과 허증으로 나누어서 치료한다. 피부의 양상뿐 아니라 맥까지 자세히 살펴 진물이나 발진, 부종 등의 염증이 심한 실증 타입인지, 체액과 체력 부족하여 피부 표면까지 기혈이 도달하지 못해 건조하고 가려움이 심한 허증 타입인지에 따라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는 달라진다.실증의 대표 처방으로는 백호탕, 황련해독탕, 온청음 같은 급성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처방들이 있고 허증의 대표 처방으로는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 당귀음자 같은 기혈을 보강하는 처방들이 있다. 피부 치료에 쓰이는 한약 처방들은 원방 그대로 쓰는 경우는 드물고 환자의 피부 상태에 따라 다양한 가감을 통해 일 대 일 맞춤 처방으로 쓰게 된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10-17 07:1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시장경제칼럼]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여론조작 방화벽’이 시급하다

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일, 한국과 중국의 8강 축구 대표님 경기를 앞두고 국내 주요 포털 ‘다음’에서 기이한 광경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이 응원하는 팀을 클릭하도록 했는데, 한국 국민의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포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표팀 응원 비율이 91%를 기록한 것이다. 자체 조사 결과 전체 클릭의 약 87%가 해외 IP에서 나왔고, 그중에서도 99.8%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2개의 해외 IP에 의한 클릭으로 밝혀졌다. 더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겠지만, 어쨌든 ‘해외’와 ‘조작’이라는 두 개의 팩트는 확인된 셈이다.지난 8월에는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 측이 친중 성향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가짜계정 7,700여 개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이들 계정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으며,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영향력 자체는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특정 국가가 직접 조직을 운영해가며 온라인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밖에 수많은 SNS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여론’이란 그 활동 주체들의 생태계와 다름없다. 국민은 여론을 고려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고 지도자를 선택한다. 정부나 정당, 기업 역시 여론을 살피며 방향 및 기조를 정하고 정책,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중요 뉴스로 다뤄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1~2%p의 격차에 정국이 요동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이나 권위의 정당성 기반이 바로 여론에 있기 때문이다. 여론전에서 지면, 정치적으로는 패배다.따라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것은 곧 체제의 질서를 혼란과 불신에 밀어 넣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볼 수 있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비틀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국가 공동체를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잘못된 여론 분석으로 오판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국민 간 분열을 조장해 사회 분위기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타국의 여론 조성에 개입하면 사실상 내정간섭이다.문제는, 이처럼 위험한 여론조작이 자유 진영과 반자유 진영 간 이념 대결 구도에서 반자유 진영 국가들의 긴요한 ‘전략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 공격에 늘 노출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횡행했던 각종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북한 당국에 있었음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올해 들어 북한은 ‘대외 인터넷 선전’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해 사이버 공격 역량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재미’ 좀 보겠다는 신호다.과연 북한만 해당되는 문제일까?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박근혜정부 당시 ‘사드 보복’에 나섰던 중국 정부도 한국 사회의 여론을 조작할 유인은 차고 넘친다. 서두에 언급한 ‘클릭 응원전’ 조작에 우리가 화들짝 놀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혹시 중국에서?’라는 아찔함이 밀려왔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공식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과연 한국 사회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길 바랄지 그 답은 명확하다.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인터넷 국적표시법’을 발의했다. 포털 뉴스 댓글 등을 작성한 사용자의 접속 국가를 공개하자는 제안이다. 특정 국가에서 국내 여론에 개입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동원하고, 추천수 등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막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 법안의 실효성과 적법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더 이상 온라인 공간을 광범위한 조작 세력에 무방비로 내줄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에 적잖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온라인 공간 특성상, 외국인 출입국을 관리하듯 모든 해외 접속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소지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일부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여론조작을 단순히 방치, 방관하고 있기에는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 특히, 미·중 갈등의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국익과 가치가 충돌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한국의 경우, 의도적인 개입에 따라 비틀린 여론이 초래할 피해와 부작용은 막대하다.AI 발달에 편승해 가짜뉴스의 양과 질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불과 몇 초 정도 되는 분량의 영상이 순식간에 수만, 수십만을 속이고 순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영토를 지키기 위해 철책선을 두르고 상시 경계 근무를 서듯, 국민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온라인 공간을 조작과 왜곡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화벽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해외발 여론조작을 차단할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역시 중대한 안보 대책이다.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

2023-10-16 18:22 윤주진 퍼블리커스 대표

[브릿지 칼럼] 독서의 기쁨,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미국 레슬리 대학의 로잘리 핀크(Rosalie Fink, Ed.D) 교수는 뉴욕 공립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한 현장의 교육자이자 리터러시 전문가(literacy specialist)이다.핀크 교수는 난독증으로 학창 시절 내내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노벨상 수상자, 성공한 사업가, 의사 등등)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어려운 학문적 난관을 극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했다.학습장애의 일종으로 읽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난독증의 경우에는 학업 성취와 관련하여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로 인식 된다. 대개는 읽기에 어려움이 있으니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읽기에 소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핀크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그 반대로,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방대하고 깊이 있는 독서가 그들이 난독증을 극복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참고로 에디슨, 아인슈타인, 스필버그 등도 난독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가 인생의 성취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있는 대목이다.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돋는다)는 글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쓰신 유명한 글귀이다. ‘형극’은 힘겹고 어려운 상황 등으로 순탄치 않은 고생길이나 역경을 비유하여 많이 쓰이는 말이다. ‘구중생형극’ 이란 입안의 형극, 즉, 가시 돋친 말 내지 남을 비방하는 의도의 나쁜 말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매일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올바르지 않고, 잘 알지 못하면서 가시 돋친 말 내지는 올바르지 않은 말을 한다는 의미이니,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그렇게 되지 않도록 경계하자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우리의 언행을 되돌아보며 반듯이 바로잡자는 의미이니, 이 또한 독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 말이다.책을 읽는 것은 참으로 좋은 습관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신문도 보고 전자책도 보는 등 정보 제공에 대한 모든 것을 해결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기에 소홀해졌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하는 습관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좋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을 터이니,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즐겁게 읽는 것을 매일의 습관으로 삼았으면 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도 좋고, 위인전, 자기개발서, 가벼운 생활 이야기나 아름다운 시도 좋겠다.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도 좋을 것 같다. 불쑥 찾아온 손님 같은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가을을 노래한 곡의 아름다운 가사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런저런 책을 양식 삼아 우리의 마음에 예쁘게 담아 보자.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10-16 15:57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경연이 축제가 되는 순간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콩쿠르(Concours)는 ‘경쟁’ 또는 ‘경연’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어로는 ‘Competition’으로 표기한다. 경연(競演)의 한자 역시 다툴 ‘경’을 써서 보통 음악, 무용 등의 예술 분야에서 각 개인이나 단체의 능력을 경쟁하는 형식으로 선보이는 대회를 일컫는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우리에게도 ‘콩쿠르’란 단어는 매우 익숙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일주일에도 몇번씩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한국 연주자들의 소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예술이라는 장르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물음은 차치하더라도 콩쿠르는 참가자의 음악적 완성도, 심사기준에 부합하는 각종 요소를 근거로 순위가 매겨진다. 상위 단계의 라운드에 오르기 위해 각국에서 모인 젊은 연주자들은 극심한 압박감을 견디며 무대에 오른다. 참가자 모두가 예민함으로 점철돼 긴장감이 감도는 현장이지만 때로는 콩쿠르에서 경쟁을 넘어 동료애가 발휘돼 음악보다 더 큰 감동의 순간이 펼쳐지기도 한다.지난 9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제2회 한국 국제 오르간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도 뜻밖의 모습이 펼쳐졌다. 본선에 오른 10명 중 5명만이 최종 결선에 올라 각자 자신만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연주자 옆에는 악보를 넘겨주거나 스탑(오르간의 음색을 결정하는 장치)을 선택해주는 등의 보조역할을 하는 페이지터너가 필요하다.노선경이 결선 연주를 앞두고 있을 때 결선 진출에는 실패한 미국 참가자 그랜트 스미스가 그녀의 곁에서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에서 수학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진출하지 못한 동료의 결선 무대를 위해 직접 페이지터너를 자처한 것이다. 노선경은 결국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수상자 갈라 콘서트에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갈라 콘서트에서도 그랜트는 다시 한번 노선경의 페이지터너로 함께 무대에 섰고 그녀가 청중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을 때 곁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콩쿠르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서도 종종 이런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과 바르심이 보여준 선의의 경쟁은 뛰어난 기록 이상의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은메달을 딴 우상혁은 아쉬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내 실력이 느는 것 같아서 흥미롭고 이렇게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기며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경기 매너로 주목 받았다. 우상혁과 바르심 선수는 경기 직후 상대가 있어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고 시상식에서도 함께 셀카를 찍거나 각자의 메달을 깨물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자신이 이루지 못한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 선뜻 도움을 주고 나를 넘어선 상대의 결과에 기꺼이 축하를 건넬 수 있는 연주자와 스포츠맨이 있어 우리는 어쩌면 콩쿠르와 스포츠 경기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10-15 15:41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브릿지 칼럼] 가격정책으로 승부하라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가격은 고객이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이자 고객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수준이다. 현재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느낀다면 가격은 오르게 된다. 따라서 고객이 제품에 느끼는 가치를 파악해 가장 높은 적정가격을 책정하고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필자는 체성분 분석기 회사 A사에서 가격정책을 활용해 경쟁사와 맞서 이긴 경험이 있다. 회사는 제품 개발 후 판매처를 한의원, 헬스클럽, 병원으로 확장하면서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시현했지만, 경쟁사 출현으로 매출액과 이익의 증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당시 필자는 매출액 정체 원인을 ‘원가’가 아닌, 경쟁사의 적극적 영업활동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가격정책’의 문제로 진단했다.새로운 가격정책 시행과 그것이 가져온 효과는 매우 컸다. 필자는 우선, 시장을 세분화했다. 대학병원 등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고가 시장, 대형 한의원과 헬스클럽 등의 중가 시장, 일반 헬스클럽이나 소형 병원과 한의원 같은 저가 시장으로 분류했다. 이어 ‘제품믹스 전략’을 채택했다. 제품 역시 고가와 중고가, 중저가, 저가 제품으로 분류해 고객이 가격대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다음으로,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추구했다.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진단기의 생명인 정확성과 높은 재현성, 세계 최초·최고라는 혁신에 근거한 기술마케팅으로 장기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제품 차별화와 포지셔닝 전략도 추가했다. 중가제품은 저가와 고가 제품의 가격 사이에 선택의 폭을 넓혀 중고가와 중저가로 차별화해 포지셔닝 했다. 저가는 품질이 의심스러워 구매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중가 제품을 선택해 품질과 예산 모두 중간 정도의 가치를 선택하는 고객이 많다고 보고, 그 중간 값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이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고객이 느끼는 회사 제품의 제공 가치를 고려해,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얼마인지를 전국 지사장과 현장의 고객에게 물었다. 가격 변동에 따른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변화를 A사와 경쟁사 모두를 반영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당시 A사의 판매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가격 차이를 반으로 줄일 경우 자사는 매출액이 증가하고 이익도 낮은 변동비로 인해 증가하는 반면 경쟁사는 매출액과 이익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저가 제품은 가격탄력성이 고가 제품보다 높고, 고객의 예산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 작은 가격 인하만으로도 큰 매출액 변화가 가능했다.가격정책 변동 후 A사는 매출액과 이익의 증가를 시현했고, 경쟁사는 매출액과 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그 후 경쟁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다른 기업에 매각되었다. 특별한 투자 없이 가격정책의 변화로 승부한 것이, 다른 어떤 전략보다도 즉각적이고 큰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이다.경영자는 회사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줄이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영업 활동으로 매출액을 증대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에 우선해 자사 제품의 가치와 가격에 대해 분석하고 적절한 가격정책을 통해 제품의 가치와 가격을 제고하고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3-10-12 14:07 이창수 기자

[브릿지 칼럼] 나침반도 리더도 미래 향해야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콩 심은데 콩 난다’는 말처럼 뿌린만큼 거두는 게 세상사 순리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유력 정치가가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하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겠지만 감점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지지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치가가 지지자였다면 어떻게 할까? 사정이 달라진다. 그 사람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결론이 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면죄부를 꾸민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며 변명을 앞세우거나 평소 앙심을 품었던 기자 탓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는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 과거의 신념이나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 불합리한 심리다. 사람들이 재미없는 영화나 잘못된 투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편의 못된 손버릇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매맞는 아내에게 위로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고맙다는 말이 아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역정이다. 심지어 아주 자상한 사람인데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며 뒤집어 쓰기도 한다. 휴거가 벌어지면 하늘로 승천해서 구원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았던 신자들이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자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성전으로 다시 달려갔다.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합리화하며 자신을 지켰다.안타깝게도 당신의 손에 24시간 따라붙는 스마트폰도 그런 부작용에 한몫을 하고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당신이 보던 것, 듣던 것, 믿던 것들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모아 미끼로 던져준다. 옭거니 하며 그걸 덥썩 물어버리면 편향성적인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면 미래를 망친다.고(故) 이건희 회장은 늘 긴장과 변화를 주문했다. 더 큰 미래 때문이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다.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해서 수영장이나 학원으로 향했다. 실적이 관심사라면 못 할 일이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인재과 먹거리였다. 한사람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슈퍼급 인재를 모셔오라고 했다. 그들의 뒷다리를 잡지 못하도록 뒤따르는 자들에게도 충분한 월급과 보너스를 주라고 했다. 미래로 가는 길목의 방해꾼을 걱정한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결함이 생겨 불량품이 발견되었을 때 그는 단호했다. 산처럼 쌓아놓고 불태워 버렸다.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위한 경각심으로 삼은 탓이다. 제일기획 재직 당시 직접 겪은 일이다. 모 팀에서 실력만 보겠다는 컨셉트로 상의를 벗은 사원들을 등장시켜 사원모집 신문광고를 만들어 집행했다. 이건희 회장의 눈에 띈 모양이다. 담당 임원들이 호출됐다. 리더다운 품격을 지키라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지시는 달랐다. 광고를 만든 실무자들을 광고 선진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일년후쯤 회사에 복귀했다.정치가든 사업가든 과거의 작은 성공을 흘러간 노래삼아 공식화하며 고집하는 분들에게 전한다. 나침반의 바늘 끝은 언제나 바들바들 떨며 북극점을 지향한다. 리더의 시선도 늘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과거를 무시하거나 건너뛰자는 말이 아니다. 과거는 시사점이고 교훈이다. 동시에 건너야 할 강이고 파괴해야 할 우상이다. 그대로 따르지 말고 새롭게 이끌어라.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2023-10-11 14:11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명의칼럼〕중장년의 무리한 운동이 부르는 ‘족저근막염’ … 마라톤 멀리해야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 족저근막염(질병코드 M72.2)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7만 1850명에 달했다. 2012년의 13만 8583명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성별로는 27만여 명 중 남성이 11만 5000여 명, 여성이 15만 6000여 명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1.36배가량 많았다.족저근막염은 중년이 지날 무렵부터 늘어나 연령대별로는 50~59세에서 환자가 급증한다.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족저근막염 환자는 늘어난다. 계절별로는 2022년의 경우 2월 진료환자 수가 2만6614명이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며 같은 해 8월 4만 3000여 명으로 늘었다.이는 족저근막이 나이를 먹으면서 약화되고, 기온이 상승하고 활동량이 많은 여름에 보다 많은 손상이 발생함을 의미한다.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쪽으로 이어지는 곳에 붙은 두껍고 강한 섬유띠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보행 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족저근막염은 족저근막이 반복적인 손상을 입어 염증, 부기, 통증이 생긴 것으로 발뒤꿈치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 부위에 찌릿한 통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제대로 걷기조차 어렵다.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구부릴 때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대다수 환자들은 가만히 있을 때에는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증이 발생하므로 치료를 미루곤 한다. 그러나 방치하면 그냥 서 있어도 발바닥의 뻣뻣함과 통증이 느껴지고, 밤에도 통증이 지속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족저근막염은 평발(편평족)이나 발바닥 아치가 정상보다 높은 경우에 생길 확률이 높다. 다리 길이의 차이가 심한 경우에도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해부학적 이상보다는 발의 무리한 사용이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곧 시작될 단풍여행 시즌에 족저근막염이 의심된다면 활동량을 줄이고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데 우선 신경 써야 한다. 약물치료는 대증요법에 그치고,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6개월가량 받아야 한다. 전기자극요법이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면 회복 기간을 앞당기거나, 추가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체외충격파는 손상된 족저근막과 주변 조직을 재생한다. 혈관의 재형성을 도와주고 힘줄, 인대, 뼈 등 족저근막 등 주변조직을 자극(조직의 재구성을 유도)해 자연치유력을 활성화하는 기전이다.최신 전기자극치료의 일종인 ‘엘큐어리젠요법’은 1500~3000V의 고전압을 미세한 전류의 세기로, 정전기 방식으로 환부에 흘려보낸다. 족저근막염은 여느 근골격계질환과 마찬가지로 세포막 안쪽의 음전하가 고갈돼 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감소하고 신호전달 체계가 둔감해지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병리를 갖는다.이 때 특수한 전기에너지 전달장치인 엘큐어리젠을 통해 전기자극을 가하면 세포 간 소통을 막는 림프찌꺼기가 용해되고, 신경세포가 자극받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며, 세포재생이 촉진돼 통증이 경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통상 매주 한두 번, 총 8회 정도 치료를 받으면 증상의 개선이 관찰되고 15회 정도 치료하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통증 완화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족저근막염은 예방이 우선이다. 조깅, 농구, 배구, 축구와 같은 운동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을 삼가고 평소 운동하지 않던 급작스럽게 운동량을 늘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하이힐이나 굽낮은 또는 쿠션없는 신발을 신지 않도록 한다. 증세가 오래될수록 보존적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가급적 일찍 진료를 받아 치료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10-10 09:00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시장경제칼럼] 평화의 소멸, 자유경제의 쇠락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중동이 다시 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통치기구이자 테러조직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공격과 더불어 국경을 넘어 민간인들을 여러 명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했고, 곧 본격적 보복 공격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란 혁명군이 하마스의 공격을 돕고 최종 승인했음이 드러나고 있으니 조만간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 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마스와 이란 자신은 물론이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슬람지하드 등 이스라엘은 사방의 적과 전쟁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미국도 직간접적으로 관여될 것이고,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듯하다.전쟁은 여기만이 아니다. 가장 큰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지만 그밖에도 아제르바이잔의 아르메니아 인종 청소, 아프리카에서의 수단 전쟁, 니제르 전쟁 등 최근 들어 곳곳에서 전쟁이 터지고 있다.왜 갑자기 이럴까.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퇴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까지 냉전 기간 동안은 자유세계의 경찰이었다. NATO를 결성해 소련으로부터 서유럽을 지켰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등과 동맹 관례로 그렇게 했다. 외적의 침략뿐 아니라 이 나라들이 사회주의로 기우는 것도 막았다. 중동에서는 사우디,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전쟁을 억제하려 했다.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는 전세계가 미국의 통치 대상이었다. 60년대의 베트남전쟁, 911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의 정당성에 대해서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과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 덕분에 세계의 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제 체제가 그럭저럭 유지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강력한 경제력을 가지게 된 일본과 독일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했기에 가능했던 질서였다.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GDP의 80%에 육박한 중국이 적대 세력으로 변했다. 군사력도 막강해 졌다. 특히 해군함정 숫자로 보면 중국이 더 많다. 미국에는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스스로 개발해 냈다. 반면 미국의 군사력은 쇠락 또는 정체 중이다. 중국의 대만침공,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도 벅차 보인다.그러다 보니 다른 데에 신경 쓸 힘이 현저히 줄었다. 그동안 지구 곳곳에서 미국 눈치를 보느라 억눌려 있던 무장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재해 있던 갈등과 적대적 감정들이 무장공격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평화 시대가 저물고 전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세계 경제의 흐름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어도 지난 70년 동안 글로벌 경제 흐름의 대세는 자유무역의 확대였다. 대공황과 2차대전 때문에 강고해졌던 보호무역 체제는 종전과 더불어 GATT라는 꽤 자유로운 무역체제로 대체되었다. 1995년에는 WTO로 더 확대되었고 2001년에는 중국까지 받아들이면서 자유무역의 절정기를 맞았다.국내적으로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시장의 자유가 확대되어 왔다. 우리가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세계는 인플레 조차 없는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탈냉전 시대에 걸맞게 군사비의 비중이 현격히 줄어드는 대신 복지나 교육 등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었다.지난 수십년 인류 역사의 황금시대에 누렸던 이 모든 것들이 파괴되어 간다. 중국은 가급적 최대한 많은 것들을 자급자족 하려 하고, 수입이 불가피한 것들은 최대한 비축해 놓으려 한다. 전쟁을 위해서다. 미국 역시 중국을 자신과 동맹들의 무역망에서 배제하려 한다.반도체, 2차전지 등 전략적 가치가 큰 상품들은 자국 영토내에서 자급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 지급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답지 않은 행동이지만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그런 정도의 비판 쯤은 개의치 않게 되었다. 그동안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되던 군사비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복지나 교육 등의 예산은 줄어들게 되었다.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모든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과, 장사는 중국과 하는 식의 행보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중국에서 나오거나 또는 China+1 정책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그럴수록 시장은 작아진다. 매출은 줄고 원가는 상승한다. 이윤과 소득은 줄고 가격은 높아진다. 국내적으로도, 1930년대 대공황기에 그랬듯이 너도나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방위비 지출 증가 역시 모든 나라가 감당해야 한다.이러니 저러니 해도 미국이 수퍼 파워일 때가 좋았다. 그 덕분에 70억 인구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다.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자유경제는 희미해지고, 경제적 풍요는 지난날의 이야기가 되어 가는 듯하다.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3-10-10 08:25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명의칼럼] 고관절 질환, 다양한 원인으로 통증 일으켜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병원장최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78번째 생일을 앞두고 고관절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래전부터 앓던 고관절염 때문에 통증을 겪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통증이 더 심해져 일상생활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글로벌 리서치 기업 리넙 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적으로 골관절염을 앓는 환자 수가 5억2800만명이었다고 하는데 룰라 대통령도 그중 한 명이었던 셈이다.우리나라에서도 고관절 질환은 60~70대의 고연령층이 많이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고관절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9만907명 중 60~70대가 4만5671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연령층에서 고관절 질환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뼈가 경미한 외상에도 골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양 다리의 대퇴골, 골반과 이어져 있어 체중을 지탱하고 기본적인 보행과 달리기 운동 기능을 한다. 특히 고관절에는 그 부위를 보호하는 연골이 있는데, 무리한 움직임이나 반복적인 뒤틀린 자세로 손상을 입게 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관절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은 퇴행성 고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 고관절 주위 골절, 선천성 고관절 탈구 등이 있다.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나타나지 않거나 통증이 적어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방치할 시 고관절 손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악화되면 관절이 변형되고 관절연골의 함몰이 발생해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나이가 젊다고 고관절 건강을 자신해서도 안 된다. 고관절은 인체 관절 중 어깨에 이어 두 번째로 운동 범위가 큰 관절로 구부릴 때 120도, 뒤로 펼 때 30도, 외전 50도, 내전 30도 정도다. 운동 범위가 큰 만큼 나쁜 자세나 무리한 동작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고관절에 이유 없는 통증이 생기거나 부상을 입었다면 빨리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한쪽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반대쪽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원인 질환에 따라 우선적으로 보존적 치료인 약물 치료와 물리 치료를 한다. 진행이 많이 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나 골절의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관절 수술에 비해 고관절 수술의 경우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가 더 높다.평소 바닥에 쪼그려 앉거나 양반 자세 등을 오래하게 되면 고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의자에 앉더라도 다리를 꼬고 앉으면 고관절이 과하게 굴곡 돼 연골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병원장

2023-10-10 07:10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병원장

[브릿지 칼럼] WTO판정도 부인하는 미국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경제 질서를 원활히 하기 위한 국제기구다.EU와 튀르키예 간 무역분쟁은 2019년 8월 불거졌다. 튀르키예는 자국에 의약품 제조공장을 짓는 기업에 한해 건강보험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외제약회사가 튀르키예의 건강보험의약품으로 등재되려면 반드시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어야 했다.EU는 이조치가 WTO규범에 반하는 보호무역조치라며 WTO분쟁해결기구에 제소했다. 작년 4월 WTO분쟁패널은 튀르키예의 조치가 건강보험급여지급에 필요한 국내제조요건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EU와 튀르키예는 현재 상소기구가 사실상 중단된 만큼 해결을 위해 중재절차를 따르기로 했다. 튀르키예는 WTO중재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EU산 의약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그러나 WTO가 2018년 미국정부가 부과한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가 규정위반이라는 판정에 미국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가 EU,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생산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물량을 제한한 것은 WTO의 무역규정위반이라고 판정했다. 이에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잘못된 해석과 결정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관세유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미국관세제재로 철강재 383만톤 수출이 200만톤대로 대폭 축소됐다.중국관영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 개최된 WTO정례회의에서 중국대표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국가안보개념을 일반화해 무역을 왜곡하는 차별적인 보조금 조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적이며 패권적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총액이 1100억달러 이상에 이룰수 있다면서 WTO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미·중 갈등 속에서도 테슬라, JP모간, 스타벅스, 애플, 엔비디아 CEO들은 코로나펜데믹으로 막혔던 문이 열리자 중국으로 몰려갔고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중국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중국정부는 최근 애플의 아이폰 등 외국브랜드기기를 중앙정부기관공무원들이 사용치 못하도록 하고, 이 금지령은 국영기업과 다른 정부지원기관으로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소유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5630만명으로, 이들의 임금은 도시평균보다 약 8% 높다. WSJ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애플로서는 매력적인 집단이며 5600만대는 연간 2억3000만대에 달하는 출하량의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은 미국의 제재에도 5G와 같은 속도를 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할수없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의 TSMC창업자인 모리스 창도 “미국에서 동일한 칩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만보다 50%이상 비싸다”고 공언했다. TSMC는 대만에도 중국에도 공장이 있다. 주요 고객인 애플이 사가는 동일한 칩의 가격이 중국산은 50달러라면 대만산은 100달러, 미국산은 150달러인 셈이다.애플이 아무리 미국회사지만 TSMC의 미국산 150달러짜리를 수억개씩 구입하겠는가?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3-10-09 15:22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데이터기반 소비자행정 강화해야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최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의 활용이 늘고 공공부문에도 데이터기반 행정이 강조되면서, 데이터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데이터기반 행정은 다른 말로 증거기반행정(Evidence-Based Administration)으로도 불리는데, 데이터와 같은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하거나 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행정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미국은 1980년대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실패와 문제점을 바탕으로 2016년에 ‘증거기반정책결정위원회’를 의회에 설치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증거법(The Foundations for Evidence Based Policy Making Act of 2018)’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2022년에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인공지능·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정책결정이 채택됐다.소비자정책 분야와 관련해서는 2021년 OECD 국제 소비자 컨퍼런스에서 증거에 기반한 소비자정책 수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그간 각국의 소비자정책 당국은 특정 정책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조사, 소비자불만 데이터, 행동실험 또는 제품 리콜 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소비자만족, 소비자피해, 소비자참여 및 신뢰 등을 측정해 왔다.또한 유럽집행위원회(EC)는 증거기반 소비자정책 수립을 위해 EU 소비자지표(EU Con sumer Scoreboards) 체계 하의 소비자시장평가지표, 소비생활지표 및 심층 시장분석 연구 등 광범위한 측정도구를 사용해 왔다.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소비자업무 추진 과정 또는 그 결과물로 다양한 소비자 공공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간 55만~60만여 건의 소비자불만 데이터와 연간 4만5000여 건의 소비자피해 데이터가 있다.또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의 소비자위해 데이터, 생필품 및 서비스 가격 데이터, 국제거래 관련 소비자상담 데이터, 소비자정책지표 등의 정형 데이터와 연구·조사 보고서 등 다수의 반정형·비정형 데이터가 생산·축적되고 있다.이러한 데이터들 중 일부는 내부 과제발굴이나 업무추진 과정에 활용되고,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민간에 개방되거나 공공기관들에 제공되고 있지만, 정책 활용에까지 연결되는 일은 많지 않다. 이는 공공데이터가 부가가치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 소비자행정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소비자행정은 소비자의 권익, 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소비자정책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수립된다는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소비자행정이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없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의 소비자행정을 위해서는 소비자 공공데이터를 업무추진 및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융합·연계하기 위한 모델 개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관행과 경험, 그리고 직관에 의한 행정이 인정받던 시대는 지났다. 데이터기반 행정을 통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과학적 소비자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2023-10-05 14:28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시대상 표현한 예술작품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올해는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이다. 세계 1위 14억 인구수를 자랑하는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 서방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화로 인한 반사이익, 활발한 소비시장 등으로 인해 지난해 명목 GDP 기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10년 안에 일본,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에 오를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관료들의 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등 경제성장의 걸림돌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급속한 경제성장과 빠른 서구화 속에서 이면에 가려진 인도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현대 미술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인도 작가가 있다.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는 인도 하층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흔한 스테인레스 스틸 냄비, 양동이, 수저, 고물식기, 그리고 힌두교에서 신성시 되는 소의 배설물 등을 소재로 독창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굽타는 회화작품 위주였던 인도 현대미술의 지형을 퍼포먼스, 조각, 설치, 회화, 사진, 공연, 비디오 등으로 확대하여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인도로 향하게 한 장본인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고 말하는 그의 가치관은 배금주의, 물질주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예술은 그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버지가 먹다 남긴 밥을 먹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굽타의 초기 회화 작품들은 봉건적인 힌두문화와 인도 극빈자들의 이면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그는 재래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식기들로 거대 해골 조형물을 탄생시켰다. 이는 삶의 흔적인 그릇들을 통해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을 표현한 것으로 죽음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무언의 메시지이자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카스트제도를 비판한 것이다.굽타의 작품은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MMK 현대미술관,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 핀란드 사라 힐덴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굽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 야외정원에 가면 4000개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용품으로 만든 대형작품 ‘Ray’가 전시돼 있으며 천안종합버스터미널 아라리오 조각공원에도 인도인들이 사용하던 스테인레스 그릇들로 만든, 원자폭탄 버섯구름 모양의 ‘Line of control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의미있는 예술교류 행사도 눈길을 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인도작가 총 17명의 도자 조형, 설치, 영상작품 등 총 32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동시대 인도 도자예술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도와 한국작가들 20명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2023 한국-인도 아티스트 캠프’도 있다. 난생 처음 인도 작가, 한국 작가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들은 “특별한 섬에서 정성이 가득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하며 색다른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춘천 남이섬에 모여 지난 9월 5일부터 열흘 간 함께한 이들의 작품들은 9월 20일부터 11월 17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춘천, 대구 등 한국 주요 도시와 인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된다. 남이섬은 2015년부터 매년 ‘나미나라 인도문화축제’를 주한인도대사관과 개최해 왔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3-10-04 14:16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시장경제칼럼] 정부에 ‘제도적 자제’가 필요하다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취소’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장군 흉상 이전’ 관련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역사 전쟁’ 중이다.‘반일(反日)’인가 또는 ‘반공(反共)’인가 정체성 논란이다, 정체성 논란은 “항일 독립운동이 중요한가 또는 자유 수호 6·25 전쟁이 중요한가”의 인식의 차이에서 생겨났으며, “북한-중국-러시아 등 대륙으로 향해 나가야 하는가 대(對) 미국-일본 등 해양으로 향해 가야 하는가”라는 국가 발전모델 논쟁으로 확장됐다.그리고 정체성과 인식 논쟁이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종교전쟁’과 흡사하다. 그런데 괴이한 것은 ‘역사’ 논쟁에 역사학계가 두드러지게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학계가 ‘빨치산의 정의’ 관련 공동 성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역사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역사학계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추측컨대 사회주의 좌파계열 역사학자들이 과거 좌파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과장 해놓은 ‘좌파 활동 기록’이 그대로 있어 그것이 도리어 부정할 수 없는 역사 기록으로 발목을 잡고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독립운동이 명명백백 자료로 뒷받침이 되면 역사학계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리 없지만 홍범도 장군의 경우 사료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전승 관련 기록이 사료로 확실히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구술(口述)에 의한 것이고, 그 과장된 구술을 자료의 뒷받침 없이 독립투쟁의 성과로 학술 논문에 서술해 놓았던 때문일 수도 있다.본래 ‘국사(國史)’란 일정 정도 자민족 중심으로 과장됨이 있음을 전제로 하지만 우리 국사는 지나쳐 보였다. 학자들이 ‘세계사 속의 한국사’라는 세계사적 시각이 아니라 ‘자민족 국수주의(쇼비니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정치권이 개입된 ‘역사 전쟁’에 역사학계가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해주어야 끝나는데 학계의 ‘비철저성‘과 ‘이념 편향성’ 때문에 논쟁이 종결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하지만 정율성과 홍범도의 항일운동의 성과와 공산주의 활동 관련 어떠한 검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분의 ‘마음의 조국’이 어딘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본인의 조국(祖國)은 소련과 중국에 가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괜스레 ‘항일건국 투사’로 모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소홀히 취급되어 아쉽다.정율성은 19세에 중국으로 건너가 전후(戰後)에는 북한에서 살았고, 1956년 중국에 귀화해 ‘정뤼성’으로 살다 죽은 분이다. 때문에 정율성의 ‘마음의 조국’이 중국이고 중국인으로 대부분을 살았고 또 중국에서 추앙하고 있는 분인데 그분을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역사 공원‘을 만들어 기린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정율성 본인조차도 중국이나 북한이 자신을 기리는 것은 환영하지만 대한민국이 자신을 기리고 기념하는 것은 반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홍범도 장군도 ’마음의 조국‘ 부분에서 명확해 보인다. 홍범도 장군이 “무장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1921년 ’자유시 참변‘ 후 재판위원을 맡아 볼셰비키 편에 섰으며 그 뒤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고, 독립운동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아직 태평양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으로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조국 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무장독립운동 기간보다 볼셰비키와 소련 공산당원으로서의 기간이 매우 길고 소련에서 ’공산당원‘으로 천수를 마쳤기 때문에 홍범도의 ’마음의 조국‘은 아무래도 ’볼셰비키 소련“에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그런 분을 육사생도에게 모범으로 삼게 한 것은 지나치지 않는가 한다. 상식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수년 전 1946년 10월 개교한 북한 ’김일성대학‘ 교수 자리에 지원한 남한 학자들의 교수 임용 지원서류를 일별한 적이 있다. 지금의 교수 임용지원서와는 달리 학문적 업적이나 강의 경력보다 일제 하에서 자신이 얼마나 혁혁한 사회주의 활동을 했는지를 주로 서술했다 . ’김일성 대학‘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 자신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활동을 적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정율성과 홍범도의 공산당 입당 원서가 존재할 것이고 그 원서에 자신이 누구인지 기술한 ’공산당 입당의 변(辨)‘ 문서를 공개하면 이번 정체성 논쟁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정부에서는 김원봉을 독립군 출신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으로 이미지화 하려고 독립유공자로 세우려고 했다 . 하지만 김원봉은 ”독립군이었지만 북한 정권의 개국 공신으로 남한을 공격한 북한 장관을 지냈고 그 공로로 훈장도 받았다“ 점 때문에 여론의 반대로 실패했다. 김원봉 실패에 대안으로 홍범도가 등장했다.이렇게 문 정부는 역사 왜곡이 지나쳐 ’정상적‘인 정책으로 보이지 않음에도 자제하지 않고 권력으로 강행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에 반대하고 육군사관학교 교정의 홍범도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전 정부에서 행해진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해된다. 역사든 정치든 지나침은 반작용을 부르는 법이다.스티븐 래비츠키와 다니엘 지블렛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다”라고 회고하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가드레일로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두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행위이고, ‘제도적 자제’란 대통령 등 권력자가 주어진 권리를 행사할 때 ‘판사를 자기 사람으로만 임명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는’ 등 스스로 자제를 하는 것을 말한다. 관용과 절제가 민주주의가 탈선하지 않게 지키는 ‘가드레일’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문재인 정부 시절 대법원장 임명 등 많은 사법부 인사 임명에서 그리고 소득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등은 ‘자제’ 없이 ‘과도하게’ 정부 권력으로 밀어붙였다. 또 정율성, 김원봉, 홍범도로 이어지는 국가유공자 재선정 시도와 공원 건립은 상식적이지도 또 절제되지도 않은 정부 정책으로 스스로 자제해야 했다 .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윤석열 정부 시기에 되돌리는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나치지 않는 ‘제도적 자제’는 윤석열 정부도 ‘반면 교사’로 배워야 할 미덕(virtue)이다.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2023-09-29 13:27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명의칼럼] 아토피 행진 고리 끊으려면, 장내 미생물 균형 잡아야

노승희 함소아한의원 부천시청점 원장식품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비염. 이 네 질환은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고 이 질환들이 연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마치 행진하듯 발생하는 것을 ‘알레르기 행진’ 또는 ‘아토피 행진’이라고 한다. 이는 한 집안에 속한 질환들이 시기를 달리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아토피가 심했다가 크면서는 비염이 심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염으로 고생하는 와중에 천식이 동반되는 사례도 많다. 서로 다른 질환처럼 보이는데 왜 이런 행진이 나타나는 것일까. 알레르기는 핵심 단어 두 가지 ‘염증’과 ‘과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정 기관에 ‘염증’이 형성되고 이후 발생하는 ‘과반응’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많은 연구에서 영아기에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아동기에 비염과 천식의 발생도가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알레르기 행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여겨지는 것은 ‘음식 알레르기’다. 음식 알레르기는 아토피 행진의 초기 징후로서 피부염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최근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알레르기 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는데,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한 경우 아토피나 음식 알레르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따라서 알레르기 행진의 치료와 관리에서 강조되는 것은 ‘장내 미생물 관리’다. 체내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분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체세포 숫자보다 더 많은 미생물로 인체가 구성되어 있으며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된다. 고지방, 단순당 과잉, 무기질 섬유질이 결핍된 식단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항생제 오남용과 스트레스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알레르기 질환의 한약 치료 시 효과를 나타내는 핵심 기전 중 하나는 바로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이다. 한약의 약리 성분들이 직접적으로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키고 유익균을 증가시킨다. 한약에 포함된 식이섬유, 다당류 또한 장내 미생물 환경 조성에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을 하며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알레르기 행진이 나타나면 증상이 워낙 불편하다보니 즉각적으로 증상을 줄여주는 외부 관리 쪽에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 관리 핵심은 ‘건강한 장’에 있다. 매일 장 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를 건강하고 신선한 자연 식재료로 구성하고 단순당과 지방 위주의 식품을 멀리하며 첨가물과 보존제가 많이 포함된 인스턴트식품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긴 호흡으로 장 건강을 챙기면서 면역계를 정상화하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노승희 함소아한의원 부천시청점 원장

2023-09-26 07:00 노승희 함소아한의원 부천시청점 원장

[명의칼럼] 명절 연휴 응급질환 ‘장염’…대처법 미리 알아두세요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올해 추석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6일이 되었다. 연휴가 길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병원이나 약국이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열려 있으니 연휴기간 동안 어쩔 수 없는 응급상황시 방문을 고려해야 한다. 명절에는 주로 소화기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그 중 응급실을 찾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장염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설 명절 연휴 3일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장염환자는 연평균 발생 건수(834명)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보통 명절 음식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든다. 이후에 데워서 먹거나 보관하는데, 이 과정에서 식중독으로 인한 급성 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9월이지만 늦은 더위와 높은 습도 때문에 음식이 빨리 상할 수 있다. 또한 명절에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고, 또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장염의 가장 주된 원인은 오염된 음식과 물 섭취이다. 오염되지 않기 위해 음식 만들기 전 손 씻기는 필수다. 또한 조리한 음식과 익히지 않은 음식은 같이 보관하지 않고, 재 가열한 음식이나 식탁에 한 번 올렸던 음식은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가 남더라도 버려야 한다.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뒤 3시간~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설사, 오심, 구토, 발열, 식욕감퇴, 복부의 경련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나타나는 구토나 설사는 우리 몸이 인체로 들어온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이기 때문에 임의로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바이러스성 장염의 경우 대개 저절로 회복되지만 회복되는 동안 구토나 설사, 발열이 나타나기 때문에 탈수가 일어난다. 탈수가 심한 경우에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탈수된 장염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섭취이다.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은데 하지만 이온음료는 당분이 많아 당뇨환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당분, 칼로리를 고려했을 때 이온음료와 물을 5:5 또는 6:4의 비율로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제품이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 탄산음료는 물론 위장을 자극할 수 있는 신 음식, 과일, 찬 음식, 술 등은 피해야 한다. 체력이 약한 어린이나 어르신의 경우 탈수 증상 초반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발열이 지속되고 약을 먹어도 호전 안되는 복통, 구역,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은 감염성 대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우 저절로 회복되기 어렵고 입원하여 항생제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장염과 맹장염, 게실염, 담낭염, 감염성 대장염 등의 복부질환은 증상만으로 잘 구분하기 힘들고 응급실에 내원하여 응급의학과 의사 진료 하에 혈액검사, X-ray, CT 등의 영상검사 후 적절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맹장염이나 담낭염, 천공성 게실염은 외과로 입원하여 수술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위염 인줄 알고 오래 약을 먹던 환자가 응급실에 와서 담낭염을 진단받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해당 증상이 있을 시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연휴 동안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상비약을 준비하고, 응급처치법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미리 파악하는데 있어 응급의료정보제공(e-gen)앱을 이용한다면 연휴기간 운영 중인 응급실, 병원, 약국 등을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다.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

2023-09-25 14:56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

[브릿지 칼럼] 추석 명절을 앞둔 남편들에게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간소화된 차례 문화로 노동 부담이 줄었고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등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다양화돼 노동 집약적이라던 명절증후군 얘기는 점점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큰 부부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명절이 다가오면 시댁 방문을 저어하는 아내와 이를 서운해하는 남편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자녀 양육을 도움받아온 남편이 있었다. 그는 아내도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가운 태도와 애정을 보여주기 원했다. 하지만 아내가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불편해하고 거리를 두자 속상한 마음이 되어 화를 내고 집을 나가 버렸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과하며 갈등상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남편이 같은 이유로 다시 화를 내고 집을 나간 뒤 해를 넘기도록 연락조차 없자 이혼을 결심한다.시부모와 며느리 간 갈등에 따른 부부 위기는 대체로 남편이 그들 사이에 놓여있다. 특히 남편이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원조를 받은 경우 혹은 부모의 지원을 계속 원하는 경우에 흔하다. 부모와 자식은 각별한 관계지만 이 또한 인간관계이기에 내어준 것이 있으면 뭔가 받고 싶은 마음이 든다. 최소한 고마운 마음의 표현, 인사라도 듣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다른 말로, 공짜는 없다는 얘기다.그런 보상 욕구가 자기 뜻대로 채워지지 않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정도에서 그치면 괜찮은 경우다. 문제는 성급히 불만을 터뜨리거나 상대에게 감사의 태도를 요구하며 비난할 때 생겨난다. 위 사례의 경우 남편의 연로한 부친은 술을 마실 때마다 아들을 불러 앉히고 자신의 지원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야단을 쳤다. 며느리의 살갑지 않은 태도를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꾸짖은 것이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며느리는 마음이 어땠을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며느리와 시댁 관계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자리잡고 말았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각이다. 남편은 매번 부친을 화나게 하는 아내의 태도가 잘못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여겼다. 아내만 자신의 부모에게 잘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지원은 다 받아놓고 그들의 타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며 아내를 탓하는 마음이 오랜 가출과 관계차단으로 이어졌다. 남편 입장에서 아내가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으니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건 심정적으로 그럴만하다. 그래서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자기 부모에게 배우자가 잘하면 좋지만 잘해야 한다는 전제는 조심스럽다. 관계에서의 역할과 도리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무리 바람직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차라리 할 수 있는 아들이 더 잘 하는 게 좋다. 부모가 서운해하며 역정 내시는 걸 감내하기 어려우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명절의 외연은 점점 세련돼 가고 있으나 명절에 대한 사고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명절 스트레스는 옷만 바꿔입었을 뿐 여전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1년에 다섯 번밖에 안 가는 데…”라며 아내에게 불만을 이어갈 것인가. 싫다는 아내가 이해하기 어려워도 아내를 바꾸려 애쓰며 관계를 깨뜨리는 대신 수용하는 자신의 변화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더 중한가.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3-09-25 14:02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신도시 개발로 주택공급 늘려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지난 2년간 하락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시장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시공과 감리문제 등으로 공공 공급시장이 위축돼 향후 2~3년 후에는 공급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을 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9.9%인 8만8577가구가 감소했다.또한 착공은 5만3968가구로 작년 동기 22만3082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리고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착공실적은 1만3726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68% 줄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올해 목표 7만6000가구 중 상반기 인허가는 5300가구에 불과하다.올해 상반기 인허가 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실적은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이기 때문에 입주가 이뤄지는 2~3년 후에는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급등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윤석열 정부는 5년 동안 270만가구를 인허가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기대에 못 미치고 있어 대량공급을 서둘러야 한다. 대량공급을 하는데 있어 신도시만큼 효과적인 정책은 없다. 과거의 사례를 보건데 1기 신도시 5곳에 30만가구, 2기 신도시 10곳에 60만가구 공급은 주택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2~3년 후 시장불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3기 신도시 조기공급이 필요하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4기 신도시 추가건설을 통해 대량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3기 신도시 공급이 최대한 빨리 진행되면 입주가 시작되는 2025년 전후로 시장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또한 윤석열 정부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시장안정을 위해서 4기 신도시 추가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30만가구 공급이 가능한 10곳 정도의 4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그리고 1기 신도시 재개발과 재건축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1990년대 입주가 시작된 분당, 평촌, 산본, 중동, 일산 등 5개 신도시는 입주 40년이 지나면서 건물과 도시인프라가 낙후되고 재개발과 재건축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대선후보 모두 용적률 500%상향을 포함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시한바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낙후된 1기 신도시의 활력을 모색하고 공급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국회도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서 공급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윤석열 정부가 4기 신도시 건설을 지금부터 추진하게 되면 2028년 전후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차기 정부에서 시장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3기 신도시 건설의 효과는 윤석열 정부에서 나타나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4기 신도시 건설의 효과는 차기 정부에서 나타날 것이다. 3기 신도시 조기공급과 4기 신도시 추가건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대량공급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3-09-24 14:05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공기업 개혁' 새 시대의 과제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공기업은 개혁의 사각지대에 있다. 부정부패로 국민의 세금을 축내기도 하고 정치적 요구의 희생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연이은 실패가 반복되고 있지만, 공기업이라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보니 개혁의 예외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LH는 국민의 주택문제를 해소해주기는커녕 불안과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는 핵심에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은 통계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산업은행은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경영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기업의 성장을 돕고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는 반기업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세금낭비 사례는 끊이질 않는다. 감사원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본연의 역할을 게을리한 탓도 있지만, 공기업 감시를 감사원에만 맡길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공기업은 시장과 소비자의 압박을 받지 않고 공공기관이라는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다.공기업이 소비자와 국민의 눈치를 볼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개혁하여야 한다. 소비자를 위해 경영을 해야 할 사업체가 정치권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경영의 실패를 부르기 때문이다. 공기업 간에도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거대 공기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경쟁력을 통해 대규모 사업체가 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와 법의 보호로 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는 공기업은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중앙정부에 포함되어 있는 사업을 정부 회계와 분리하여 법인화하는 것도 과제이다. 수많은 학교들과 금융사업이 정부 내에 존재한다. 이들이 하나의 독립된 법인으로 스스로를 재점검하고 국민 앞에 그 성과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공공 부문의 회계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 수준이 민간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민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공공 분야가 민간보다 불투명한 것은 잘못이다. 복식회계를 기본으로 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공기업은 경영을 잘못하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경영책임을 피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정부 당국도 무엇이 잘못된 정책이었는지 실패의 이유를 스스로 재점토하여 국민에게 알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지방정부의 단체들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토착 이권세력과 결탁하는 방식도 심각한 부작용을 만든다. 공공의 사업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만 늘릴 뿐이다.공기업도 이제는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 국민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이 경쟁력을 높여 국민 부담도 낮추고 사회적 편익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3-09-21 14:04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