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데이터기반 소비자행정 강화해야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입력일 2023-10-05 14:28 수정일 2023-10-05 14:30 발행일 2023-10-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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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최근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의 활용이 늘고 공공부문에도 데이터기반 행정이 강조되면서, 데이터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데이터기반 행정은 다른 말로 증거기반행정(Evidence-Based Administration)으로도 불리는데, 데이터와 같은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하거나 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행정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1980년대 정책 집행과정에서의 실패와 문제점을 바탕으로 2016년에 ‘증거기반정책결정위원회’를 의회에 설치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증거법(The Foundations for Evidence Based Policy Making Act of 2018)’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2022년에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인공지능·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정책결정이 채택됐다.

소비자정책 분야와 관련해서는 2021년 OECD 국제 소비자 컨퍼런스에서 증거에 기반한 소비자정책 수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그간 각국의 소비자정책 당국은 특정 정책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조사, 소비자불만 데이터, 행동실험 또는 제품 리콜 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소비자만족, 소비자피해, 소비자참여 및 신뢰 등을 측정해 왔다.

또한 유럽집행위원회(EC)는 증거기반 소비자정책 수립을 위해 EU 소비자지표(EU Con sumer Scoreboards) 체계 하의 소비자시장평가지표, 소비생활지표 및 심층 시장분석 연구 등 광범위한 측정도구를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소비자업무 추진 과정 또는 그 결과물로 다양한 소비자 공공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간 55만~60만여 건의 소비자불만 데이터와 연간 4만5000여 건의 소비자피해 데이터가 있다.

또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의 소비자위해 데이터, 생필품 및 서비스 가격 데이터, 국제거래 관련 소비자상담 데이터, 소비자정책지표 등의 정형 데이터와 연구·조사 보고서 등 다수의 반정형·비정형 데이터가 생산·축적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 중 일부는 내부 과제발굴이나 업무추진 과정에 활용되고,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민간에 개방되거나 공공기관들에 제공되고 있지만, 정책 활용에까지 연결되는 일은 많지 않다. 이는 공공데이터가 부가가치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 소비자행정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소비자행정은 소비자의 권익, 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소비자정책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수립된다는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소비자행정이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없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의 소비자행정을 위해서는 소비자 공공데이터를 업무추진 및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융합·연계하기 위한 모델 개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관행과 경험, 그리고 직관에 의한 행정이 인정받던 시대는 지났다. 데이터기반 행정을 통해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과학적 소비자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