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장애인 소비자 보호 여전히 미흡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입력일 2024-01-29 17:12 수정일 2024-01-29 17:14 발행일 2024-01-30 19면
인쇄아이콘
지광석 국장 프로필사진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고객상담센터에 연락하려고 보니 어떤 카드사는 전화번호가 아예 없고, 다른 카드사는 전화 연결은 되는데 모바일 화면이나 문자 URL을 선택하게 돼 있어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상담센터를 챗봇과 보이는 ARS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시각장애인 등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선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한다.

장애의 유형도 우리가 흔히 아는 지체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외에도 15가지로 구분돼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표한 2022년 장애인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등록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1%인 264만명으로, 6가구당 1가구 꼴이다.

인간은 누구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장애를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기본법에서는 국가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표시 기준을 마련토록 하고 있으며, 장애인을 어린이·노약자 등과 함께 안전 취약계층으로 규정하여 국가 및 지자체에서 우선적 보호 시책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졸음쉼터의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를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의 설치를 확대하고, 식품 점자 표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들의 자율 개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한 꽃동네 학교 등 장애인 전문 시설과 협업해 장애인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거나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개통 사기가 연 100여 건에 이른다.

또한 2021년 소비자원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이 모바일 앱을 이용한 거래에서 상품 및 서비스 구매정보 확인과 결제에 불편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92.2%와 88.6%였다. 이는 장애인 소비자 문제를 다룰 때,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소비자원은 작년 12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장애인 소비자피해 예방 및 소비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교육 전용 교재를 개발하고, 전문 강사를 시범적으로 양성했다. 시장거래에서 장애인 소비자의 차별과 불편을 해소하고, 능동적 소비 주체로서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정책 영역에서 장애인 권익증진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관점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식 아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과 닮음을 이해하는 올바른 장애 감수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