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인간의 품격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영국의 유명 영화배우 콜린 퍼스는 중년이 더 멋진 배우이다. 배우로서 오래도록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그의 최고의 매력이 표현된 작품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킹스맨’이 아닐까 생각한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킹스맨에서 비밀요원 해리의 역할을 맡아서 훌륭한 명연기를 보여 주었다. 품위 있는 신사인 해리 요원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악당들을 응징하기 전 남긴 명대사가 있다.“Manners maketh man.” 우리말로 번역해 보자면 “예의범절이 사람을 만든다” 즉 그가 하는 매너 있는 행동으로 그 사람의 인품이 완성된다는 의미다.우리 말에 ‘싸가지가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타인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점잖은 표현은 아니지만 심심찮게 일상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싸가지’는 사전에 의하면 ‘싹수’의 방언(강원, 전남)이라고 한다. ‘싹수’는 원래 씨앗의 눈을 표현하는 말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이 ‘눈’에 축적한다. 그리고 햇빛, 물, 토양 등의 환경적 요인들이 적당할 때, 싹을 틔우고, 싹이 잘 자라게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그런데 ‘싹수, 싸가지가 없다’라니, 주변의 환경이 아무리 훌륭하게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그 씨앗이 결코 장차 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본이 안 되어 있어서 싹도 못 틔우고 그야말로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뜻이다.그렇다면 사람의 기본은 무엇일까,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인간 본성의 네 가지 덕목이라고 했다. 사람이 날 때부터 마음에 지닌, 가엾게 여길 줄 아는 마음(仁)인 측은지심(惻隱之心),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할 줄 아는 마음(義)인 수오지심(羞惡之心),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禮)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마음(智)인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불인지심(不忍之心),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차마 참지 못하는 마음이 있으니, 다시 말해서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불행을 보고 참지 못하는 마음을 말한다.그러고 보니 서양에서 말하는 ‘Manners maketh man’이란 표현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인간이 갖출 덕목을 이렇게 비슷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 주변 환경이 다르고 피부색, 외모가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내적 이해는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든다.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불인지심(不忍之心)이라는 기본을 갖추고 훌륭한 매너를 지키는 후보가 있는지 잘 찾아 보자. 분노는 남에게도 큰 상처를 주는 감정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가장 큰 독이 되는 감정이다. 분노로 독을 품은 말을 내뱉고 자신에게까지 상처를 입히는 분위기를 경계하자. 상대의 단점을 들추고 공격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보자. 인의예지를 갖추고 불인지심을 실천하는 훌륭한 후보를 선택하여 우리 정치가 지금의 모습보다 한걸음 발전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4-08 23:13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용기와 인내로 더욱 빛나는 무대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2024년 프로야구 개막 후 한화 이글스의 초반 기세가 뜨겁다. 류현진이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옥에 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확실한 에이스로서 팀 분위기를 바꾸며 개막 후 7연승이라는 질주를 이끌었다. 그의 힘찬 피칭을 볼 때마다 그동안 그가 겪었던 어깨와 팔꿈치 부상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때마다 꾸준한 재활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비상하며 팬들에게 다시금 안도와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부상의 위험이 따르는 건 스포츠만이 아니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 역시 부상과 뜻밖의 병마를 마주한 후 인내의 시간을 거쳐 무대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는 2005년 공연 리허설 도중 손가락을 다쳐 5년이나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정경화에게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전곡 녹음’이라는 숙원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그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불투명했다. 그러나 부상 중에도 악보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정경화는 2010년, 부상을 이겨내고 기적적으로 무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2016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 전곡 앨범을 발매했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투지로 응축된 이 앨범은 발매 후 약 1년 반 만에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한국 클래식 음반사에는 새로운 역사로, 팬들에게는 감동의 보고(寶庫)로 남게 됐다.갓 스물이던 1980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로 최고상 수상, 1988년 카네기홀 선정 ‘올해의 세계 3대 피아니스트’ 등으로 세계 클래식계에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그녀는 2008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협연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엔 데뷔 50주년을 맞으며 위로를 전하는 앨범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My favorite Works)을 발매하기도 했다. 더불어 그녀는 2008년 뉴욕에 ‘서혜경재단’을 설립해 유방암 환자와 형편이 어려운 피아니스트를 돕는 뜻깊은 행보로 음악을 넘어선 또 다른 삶의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2007년 뜻하지 않은 어깨부상으로 한동안 악기를 들 수조차 없었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는 바이올린 대신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그는 연주 외에 지휘라는 새로운 길을 찾으면서 음악적 외연을 넓힘과 동시에 예술적 깊이를 더한 연주자다. “음악과 예술은 우리에게 삶의 길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을 반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말한 벤게로프는 삶과 음악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거쳐 더욱 위대한 음악가로 거듭났다.음악을 향한 치열한 열정으로 그는 2007년 지휘자로서 카네기홀 데뷔를 마쳤으며 2010년에는 그슈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최초의 상임지휘자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당당히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재기에 성공했다. 재기 후 벤게로프는 전성기였던 20대 시절 보다 절제된 표현력과 세련된 음색으로 각광받고 있다. 삶의 한계를 치열하게 극복해낸 예술가들의 의지와 생명력은 이 시대를 힘겹게 관통하고 있을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가치다. 그들에게 경외의 박수를 보낸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4-07 13:33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성과급 제도의 필요성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경영자는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키워 미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때 실제 사업을 실행하는 것은 직원들이다. 결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성취 욕구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성과보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성과 보상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성과보상 제도는 개인과 조직에 강력한 동인을 부여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성과보상 제도를 도입해 강력한 성취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필자 또한 어려운 회사에서 최고의 성과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개인과 조직에 강력한 성취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커다란 성과를 창출한 경험이 있다.최고의 성과 보상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성과에 대한 보상에는 승진과 같은 인사상의 보상과 연봉과 장기 주식 옵션 제공을 포함한 금전적 보상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보상보다도 금전적 보상제도가 제일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필자 또한 기업 경영 때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을 중심으로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었다.필자는 성과보상 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원칙을 분명히 했다. 첫 번째로, 회사의 성과는 직원의 성과와 일치하고 회사의 성과를 직원과 같이 나눈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전 직원을 지급 대상으로 하되, 평가를 통해 부서별 또는 개인별로 차등 지급한다는 원칙을 시행했다. 즉, 성과가 있는 곳에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전 직원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두 번째, 성과보상제도를 수립하고 이를 전 직원에게 널리 알려서 성취 동기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회사의 성과를 직원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직원은 회사의 귀중한 동반자이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이 직원의 성장 및 발전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회사와 직원은 한 몸이며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을 이끌고, 회사가 발전해야 개인에게 금전적 보상과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야 한다.세 번째, 반드시 초과 당기순이익을 발생시키고, 직원이 놀란 만한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원칙이었다. 한 번 인센티브를 받은 직원은 성취 욕구가 더 고취될 것이고, 차기년도에는 더 좋은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면 회사는 이에 비례해 성장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성과에 보상하고 동시에 직원의 마음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직원을 동반자, 파트너로 인정하고 회사의 성공과 직원 개인의 성공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게 해야 한다. 한 번 최고의 인센티브를 받은 직원은 그 다음 해에도 더 큰 성과를 성취할 것이고, 이러한 성취와 보상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것이다.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금전적인 보상 이전에 사장은 진정으로 직원들을 인정하고, 직원들의 성공과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믿음과 도전하는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직원이 인격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회사와 경영자에 감동했을 때, 직원은 탁월한 성과로 회사와 경영자에게 보답할 것이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4-04 14:03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타협점의 실마리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갑자기 대기업 임원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또다른 일을 찾기보다 소비를 줄여 거기에 맞춰 살겠다며 두문불출했다. 재능이 아까운 친구였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말고 돈벌이에 나서라고 충언을 건넸다. 술기운까지 빌린 진심이었지만 후배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거친 어조에 언성까지 높아진 걸보니 마음까지 다친듯 했다.올해 환갑이 되었지만 강의든 뭐든 정강이가 꺽일 때까지 일할 것이라는 내 말에 그는 그것은 결국 남의 일을 빼앗는 결과가 된다고 맞받았다.이쯤되면 내 입장을 솔직히 밝히고 재빨리 벗어나야 소모전을 막을 수 있다. 더 늙은 때도 대비해야 하고 막내 딸 학비도 남았기 때문이지만 사실 일이 재미있어 일을 쫒는다고 이유를 보탰다. 돈 때문이 아니니 나이가 더 들면 직업지도사 공부를 더해 후진들의 진로를 돕거나 침대에 누운 환자들의 이동을 돕는 병원조무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와 나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의 소강 상태 후 그는 다른 선후배들도 비슷한 질문과 조언을 반복한다며 똑같은 대답에 지쳐간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질문이 거듭된다면 최소한 자신의 생각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서 벗어난 점만은 인정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외딴 섬에 유배된 것같은 고립감마저 행복하다며 물러설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와 헤어지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그가 선택한 삶의 태도를 평범한 이들의 생각쪽에 선 내가 그에게 충고할 자격이 있는걸까?모든 것은 경계와 모순 속에 존재한다. 그러니 서로간의 이견은 오류가 아니라 오차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절대적 확신을 갖기보다 타협을 통해 간극을 좁히려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을 외면하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단언과 강변을 일삼는 분들이 있다.객관적 검증과 다수의 공감을 통해 절충점을 찾기 보다 자신의 독단을 보호하려는 방어막이거나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위태로운 차별화로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꺽지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확증 편향이나 인지 부조화, 혹은 손실 회피 이론 등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설명이 아니라 개선책일 것이다. 후배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릴 설득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뱁스 효과’라는 것이 있다. 더 옳은 의견이라며 설득하면 역효과가 나니 열린 질문을 통해 가능한 대안들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라는 것이다. 질문의 방법은 다양하다. 공감형은 ‘알겠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어찌될지 판단해 볼수 있도록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수 있을까?’ 라고 묻는 방식이다.선택형은 ‘나라면 이런 길을 택하겠어. 어떤 선택이 나은지 비교해보세’라고 말하는 방법이다. 주변인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상대의 방어벽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그러고보니 그의 생각을 오류로 단정하고 수정을 바랐던 내 방식부터 문제였다. 반박이나 비판은 결렬과 불화의 씨앗이다. 삶의 방정식에 정답은 없다. 가깝게 좁혀가며 풀어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딘가에 존재할 타협점을 찾겠다는 의지일 것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4-03 13:47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세계 시장 장악한 ‘중국전기차시대’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명실공히 이제 세계 전기차 1위 기업 비야디(BYD)가 미국의 테슬라를 누르고 시장 장악력을 확장하고 있다. BYD는 배터리부터 온갖 차량생산, 판매까지 시장이 요구하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이유와 비결은 뭘까?여태까지 미국 테슬라가 비싼 전기차로 설친 것은 초기 수용층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덕분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에버릿 로저스(Everett Rogers)가 1962년에 출간한 저서 ‘혁신의 확산’에서 밝혔듯이 신제품이 나오면 비싸도 빨리 구매해서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군을 일컫는다. 거기에 얹혀 누렸던 테슬라 주가는 거대하게 날아갔다. 미국의 거대주식기업 ‘M7(Magnificent 7)’에서 빼라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다. 에버릿 로저스의 저서는 1995년 쯤 혁신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제 시장에서는 ‘혁신자’와 초기 수용층 16%가 지나가면서 ‘초기 다수수용층’ 34%가 다가왔으므로 가성비를 갖춘 중국 전기차시대가 왔다는 뜻이다.이런 가운데 중국 전기차 시대는 누가 만들었나? 여기에 한 인물이 등장한다. 문화대혁명을 거쳐 독일에서 자동차공학박사를 받고 아우디에서 핵심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완강(萬鋼, Wan Gang)이다. 그는 중국을 향해 내연자동차로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고 친환경시대가 도래할 것을 확신하고 전기차 집중 육성에 나서도록 중국 정부를 열성껏 설득했다. 독일에서 보장된 삶을 버리고 2000년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퉁지대총장을 거쳐 2007년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에 임명됐다. 중국 역사상 35년만에 비(非)공산당원 장관이었다. 11년간 과기부를 이끌면서 중국국가역량을 총동원해서 전기차 육성에 ‘올인’했다.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전기차의 진정한 선지자는 미국 테슬라CEO인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 완강이다!”라고 평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등 서방은 중국 전기차에 공포심을 갖고 있다. 유로 NCAP 즉 유럽의 자동차안전평가 프로그램은 2024년 올해 초 각국의 17대 테스트 전기차 차량 중에서 BYD의 돌핀(Dolphin)이 5위, 씰(Seal)이 8위를 차지했으며 톱10 중에 7대가 중국 차량이었다고 발표됐다. K전기차는 한 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15년 전에 이미 BYD는 세계적인 투자 귀재인 워렌 버핏이 2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구입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작년 9월21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2년까지 테슬라 출원 특허수는 836건이다. 반면 BYD는 테슬라보다 16배 많은 1만30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전 세계 특허출원건수에서 2023년까지 7년 연속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일본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 CATL은 2023년 특허출원 순위 8위로 발표됐다. 이만큼 중국은 혁신산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주목해야할 최근 사태가 언론에서 떠들썩하다. 지난달 28일,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Speed Ultra7)이 출시 27분만에 5만대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표준모델 가격은 21만5900위안(약4012만원)이다. 놀랍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4-04-01 14:1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앱 상표권의 함정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려는 회사들은 어떤 상품분류에 상표출원을 해야 할까?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상품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애플리케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주어진 영역에서 어떤 업무나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요소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특정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제공하기 위해 구현된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나 상품 자체의 의미보다는 특정 서비스의 제공 ‘수단’으로 보는 것이 그 본질적 의미에 더 가깝다.이렇게 서두부터 애플리케이션의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상품분류 제9류에 속하지만, 애플리케이션에서 구현되는 서비스는 다양한 서비스업 분류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의류 판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경우,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제9류에 속하지만, 의류 판매업(도매업, 소매업 포함)은 제35류에 속한다. 애플리케이션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어떻게든 초기 비용을 아끼고 싶은 기업으로서는, 제9류와 제35류를 다 출원해야 할지, 한 개 분류만 선택해서 출원해도 될지 고민이 된다.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회사에게 일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판례가 나왔다.핵토파이낸셜은 현재 ‘010PAY’라는 이름으로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핵토파이낸셜은 전자금융서비스업이 속하는 제36류에만 상표권을 확보했지만 제9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출원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회사가 제9류 애플리케이션 제품에 ‘010PAY’ 상표권을 확보하는 바람에 상표권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특허법원이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특허법원은 핵토파이낸셜의 ‘010PAY’앱과 ‘010PAY’ 전자금융서비스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품으로 간주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핵토파이낸셜으로서는 제36류 전자금융서비스업에 대한 상표권만으로 ‘010PAY’ 애플리케이션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게 되었다. 이 판례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라도 애플리케이션에 제공되는 서비스업에 대한 상표권만 확보해도 상표권 침해리스트를 벗어날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진다.따라서 상기 판례가 시사하는 바와 비용적인 한계와 효율을 고려하여 1개 분류에만 출원을 해야 한다면, 제9류 애플리케이션을 출원할 때 서비스업의 용도를 한정하여 출원하거나 해당 서비스업에 대한 분류를 출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전자의 경우 2022년 정도부터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같은 포괄적 명칭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서비스업 제공용 애플리케이션’, ‘의류 판매용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형태로 출원을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전자금융서비스업’ 과 같이 서비스업 자체를 출원하면 된다.그러나 기업으로서는 제9류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업에 대한 상표 출원을 병행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상기 판례는 대법원 판례가 아닌 특허법원의 판례이기 때문에 판례의 구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2개 분류에 모두 출원했을 때에는 핵토파이낸셜 사안처럼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사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그물망은 촘촘할수록 안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4-03-31 14:25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꿈 이뤄준 키다리 아저씨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피아니스트 이혁은 2022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이후 21년만에 한국인 우승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한 기업인이 있었다. 두산연강재단 박용현 이사장. 그는 이혁을 오랜 기간 후원한 키다리 아저씨다. 3세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시작한 음악신동 이혁은 12살에 모스크바 국제청소년 쇼팽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했다. 베스트 협연상까지 수상하며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14년 13살의 나이로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콘서바토리에서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하게 된다. 이때 박용현 회장은 대학 졸업까지의 장학금과 콩쿠르 출전비, 생활비 등 유학비 전액을 후원하기로 한다. 후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혁은 열심히 공부했고 마치 날개를 단 듯 활약하기 시작했다.이혁은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 참가해 또다시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다. 제8회 모스크바 베토벤 페스티벌 실내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21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해 3차에 걸친 경연 끝에 결선에 진출한 12명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연주자로 자리 잡았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한 세계3대 음악 콩쿠르다.이혁의 날개짓은 계속되었다. 이후 2021년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결승 진출했고, 2021년 프랑스 파리 아니마토 콩쿠르 쇼팽 에디션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이어가던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간 공부해온 모스크바를 떠나 2022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게 된다. 그는 지금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면서 뛰어난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다.모든 교육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음악교육은 경제적인 여건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뛰어난 재능을 꽃 피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처음 이혁의 장학금 지원을 약속할 당시 박용현 회장은 “이혁 군이 나중에 얼마나 훌륭한 음악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나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이혁 군의 꿈을 최대한 펼쳐보는 것”이라며 “그 꿈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도 이혁의 내한공연이 있을 때마다 가장 큰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 조건 없는 예술후원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사례다.사족 하나. 가끔 예술인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양보할 수 없는 예술성에 대한 확신과 견고함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최근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혁에게 공연 관련해 이메일로 소통한 적이 있다. 외국에서 10대를 보낸 청년이 이토록 어른스럽고 정중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겸손하고 분명한 의사표현에도 교육을 잘받은 티가 났다. 이 공손하고 똑똑한 청년 피아니스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박용현 회장이 왜 이 예의바른 젊은 피아니스트를 오랫동안 후원해왔는지 그 이유를 더욱 알 것만 같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3-28 14:18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친권·양육권 없어도 부모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이혼을 결심한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육아를 담당하던 아내는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 채 남편으로부터 아이를 다시 데려오려고 시도한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가 아이를 사이에 두고 뺏고 빼앗기는 전쟁의 서막이었다. 각자 아이가 너무나 소중해서다. 하지만 이때 아이는 정말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일까. 이혼 소송과 함께 친권·양육권 분쟁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가 이혼하며 다루게 되는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친권·양육권 문제다. 때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앞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선택과 함께 치열한 대립 구도를 보이기도 하고 드물지만 아이를 상대에게 떠맡기고 부모로서의 모든 책임에서 물러나려는 경우도 있다. 보통 친권과 양육권 다툼을 벌이는 부모는 자신의 돌봄 조건이 상대방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는 누가 더 좋은 양육자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아이는 엄마, 아빠 둘 다 보기를 원한다. 그저 엄마, 아빠만 있으면 된다.자녀와의 물리적인 거리와 삶의 형태, 그에 따른 심리적·정서적 만족감 등을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양육권 결정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분쟁이 과열되는 데는 사람들이 친권과 양육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친권 양육권을 가져야 아이를 직접 키우며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권·양육권을 상대가 갖게 되는 경우 아이를 보지 못하고 심지어 친부모 자격이 상실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친권·양육권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친권은 미성년 자녀의 법적인 권리를 대신 행사해 주는 것으로 성인이 되면 없어진다. 실제로 외국에 나가거나 수술동의서 사인 등의 보호자 역할이 대부분이다. 양육권은 누가 자녀를 키울지의 문제다. 친권이 없다고 엄마, 아빠가 아닌 것은 아니며 자녀와의 법적인 관계가 변동되지도 않는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친권 양육권을 통해 아이에 대한 돌봄과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외양을 갖춰주고 있다. 하지만 권리와 함께 책임도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마치 친권·양육권을 갖는 쪽이 진짜 부모처럼 여겨지고 다른 쪽은 아이의 유치원 픽업이나 학교방문조차 용이하지 않은 처지로 내몰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그런 부모의 대립이 아이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선진국은 부부가 이혼해도 아이만큼은 같이 키운다는 공동양육 개념이 자리잡혀 있다. 상대가 미워도 아이 앞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며 조심하곤 한다. 어쩌면 그들에겐 이런 개념이 자연스럽게 체화돼 있기 때문이다. 같이 키운다는 양육의 책임을 부부가 공유하고 있으면 아이를 뺏어오거나 반대로 떠넘길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진 것처럼친권·양육권에 집착하며 정작 아이를 더 슬프게 만드는 일도 적어질 것이다.부모가 아이를 쟁취하려 싸우는 과정. 자녀에게 이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한다. 이혼하다 보면 아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서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부모는 그냥 이미 부모다. 친권과 양육권이 있든 없든 부모 역할과 자격은 부모라는 존재 자체로 유지돼야 한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3-27 14:16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재개발·재건축 발목잡는 공사비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윤석열 정부는 부족한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다. 2024년 1·10 부동산 대책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먼저,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곧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노후도 요건도 60%로 내렸으며, 촉진지구지정이 되었다면 50%까지 낮아졌다.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기 전에도 조합설립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으며, 통합 재건축을 하게 될 때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도록 했다.또한 기존에는 정비사업 진척이 어려웠던 소규모 지역들도 주변 지역과 통합해서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 외에도 미니 뉴타운에 대한 지원확대, 자력 개발이 어려운 곳에 대해서는 LH의 참여를 통해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서 추진하고 있는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은 2024년 하반기 중 선도 지구를 지정한다. 그 후 2025년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 1기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단지 2개 이상이 참여하는 통합 재건축이 추진되며, 1기 신도시 주거지역의 평균 용적률은 100% 내외로 상향한다.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다양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따라 주지 않으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현재와 같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는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있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재건축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3년 사이에 43%나 올랐으며, 서울은 이미 800만~900만원에 달하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철근이 56.6%, 시멘트는 46.8%나 급등했다. 이처럼 건설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업추진이 쉽지 않다.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크게 뛰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 127개 전체 직종의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1년 전보다 6.01%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99% 인상됐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승 압력도 거세다. HUG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747만원으로 1년 전 대비 10.95% 치솟았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준 3707만원으로 1년 전 대비 21.03% 높아졌다.그리고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이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2489가구로 한 달 전 대비 4564가구 늘었다.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던 미분양 물량이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이처럼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면 수요가 많은 도심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몇 년 후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3-25 14:03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국회 위상 높이려면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국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상당히 낮다. ‘막말’이나 ‘비리’, ‘폭행’ 등 좋지 않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인식만 나쁜 것이 아니라 실적도 초라하다. 실제로 잘못된 입법 활동으로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있어 우려되는 수준이다.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를 하도록 하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21대 국회는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방식을 만들어 정치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위성정당이 만들어졌다. 보기에 민망한 정치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의원들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는 놀랍기만 했다. 국회의원이 상임위 도중 가상화폐를 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국회는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입법을 남발하며 우리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야기했다. 대표적인 악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었다. 기업인의 발목을 잡아 경영 현장이 무력화되었고,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중대재해를 줄이기보다는 기업인을 처벌하는 것을 중심으로 법이 만들어진 결과이다. 회사 내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기업 경영현장이 마비된 것이다.‘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법임에도 국회가 밀어붙인 경우이다. 쟁의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한하는 입법이라서, 노조의 무한 투쟁이 발생해도 책임을 지울 수 없게 하는 폐해가 발생하는 악법이었다. 다행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가 노동계의 잘못된 요구를 받아들인 잘못된 사례였다. 기업의 재산피해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다.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고 풍요를 누리고 있다. 사회주의 정책이 제도에 포함되는 입법이 늘어날수록 사회의 역동성은 떨어지고 경제적 풍요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국민은 경제적 자유를 잃게 된다.22대 국회는 올바른 입법을 통해 국민의 삶이 개선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파를 위해 일하거나, 노조를 위해 일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노조가 선진국과 달리 정치투쟁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노조에게 특권을 제공할수록 노동자들의 삶은 곤궁해지고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기 때문이다.21대 국회에서 노조의 특권을 늘리는 입법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가 노조를 위한 나라로 전락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우리나라가 사람들이 일하기 좋은 사회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이제 국회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증진시키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 집단의 특권을 해소하여 사회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루고 국민이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선진화된 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정치인들이 올바른 이념을 갖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3-24 14:07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의과대학 교수들의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개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오는 25일 이후부터 자율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와 입원 병상 가동률이 30∼50%씩 줄었고, 암 환자 수술 등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에 동조하면 외래 진료까지 차질을 빚게 될 공산이 크다. 의대 교수들은 중증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게 되는 의사라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중증 암 환자들은 매일 피가 마르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교수들은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거나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처벌이 진행되면 ‘제자들 보호를 위해’ 의료현장을 떠나겠다고 한다. 결코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교수들의 제자 사랑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제자 위한다고 국민 생명을 멸시하는 태도는 분노를 느끼게 한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환자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제자를 지키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이 중대한 일이자 의사들의 기본 책무다.의대 교수들이 실제로 환자 곁을 떠나면 의사와 스승으로서 책무를 둘 다 저버리는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의료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와 의대 교수들 간에 강대 강 대치가 지속되면, 교수 자신의 황폐함은 물론 의대생 유급,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대형병원 줄 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대한민국 의료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국가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환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의과대 교수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전공의들이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한 뒤 정부와 협의해 실효성 있는 필수의료 정책을 수립하도록 설득하는 것이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에도 정부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사직서 제출은 아마도 정부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해달라는 요청으로 이해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의료계가 건강한 토론을 통해 집단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길 밖에 없다. 단, 의료증원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만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전공의 처우 개선이나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같은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게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하고, 정부와 의료계의 중재를 맡아주길 바란다.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 수준은 지금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속히 전공의들의 복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도록 의료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훌륭한 의사들이 많이 배출되어 존경받고, 국민들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해 본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3-21 14:19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환승연애'가 뭐길래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이번 역은 X역입니다. O호선으로 환승하실 분은 이번 역에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환승역에 대한 안내는 지하철이나 KTX에서나 들을 줄 알았다. ‘환승연애’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젊은 층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은 유명인의 환승연애에 대한 자세한 안내방송까지 요목조목 들어야 하는 시대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한소희와 ‘응답하라 1988’ 류준열의 열애가 공식화됐다. 이들의 로맨스는 환승 공식에 따라 흐르고 있다. 남녀 사이는 원래 오묘하다. 환승이든 일방통행이든 쌍방통행이든 얼마든지 갈아탈 자유가 있다.그러나 지하철에서의 환승과 현실 연예 세계에서의 환승은 다르다. 일반인의 환승연애도 버거운데 셀럽의 환승연애는 더더욱 쉽지 않을 수밖에. 당연하게도 오랜 연인이었던 배우 류준열과 혜리 그리고 새로운 연인 한소희를 두고 무척 시끄러운 현상이 펼쳐진다.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무시무시한 ‘식칼 사진’까지 등장했다. 혜리가 한소희의 연예계 7년 선배라는 사실이 또 다른 루머와 잡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항상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한소희와 류준열의 열애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3월 15일경 하와이에서 두 사람의 몰래 데이트에 대한 이런 저런 목격담이 일파만파 퍼지더니 디스패치를 포함한 사생활 살인면허를 취득한 매체들의 확인사살이 잇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열애는 공식화되는 분위기였다. 여기까지는 그저 썸남썸녀의 아름다운 알콩달콩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류준열이 전 연인 혜리와의 이별을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여자와의 스캔들이 터지자 연예 미디어를 포함한 호사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실력파 가수 하림의 노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에는 세상만사 연애흑역사를 총망라하는 자연스러운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환승연애’의 밑바닥에는 직전 애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전에 무책임하게 새로운 연인 관계를 개시한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좀 과장하자면 ‘환승연애’는 법이나 윤리, 관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뿐 마치 불륜이나 패륜을 암시하는 용어다. 이에 한소희, 류준열, 혜리는 일제히 환승연애의 환각, 환멸에 빠졌다.혜리가 그저 바라만 보지 않으면서 일은 더 커졌다. 그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재밌네”라는 코멘트를 남기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부당한 상황은 절대 넘어갈 수 없는 MZ세대답게 한소희 역시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녀는 혜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응수하며 “환승연애 프로그램은 좋아하지만 제 인생에는 없다. 저도 재미있네요”라며 식칼을 든 개 사진을 게재했다. 귀여운 개 사진에 어울리지 않은 섬뜩한 멘트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봐”라는 말풍선이 붙었다. 환승이 무슨 위법, 부당한 행동인가.결국 한소희, 혜리 모두 자신의 과민반응에 사과 아닌 사과를 던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 하다. 하지만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소속사들은 무분별한 추측성 게시글에 강경대응한다고 경고했다. 누가 시작한 파장이고 분쟁인데 누구한테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건지. 이번 환승연애 스캔들은 연예뉴스 환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에 모두 지쳤다. 연예인의 환승연애 뉴스까지 환영해야한다면 환장할 노릇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3-20 14:1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아파트의 재구성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아파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 단어다. 50~60년 전 수입된 낯선 영어인데, 지금은 필수불가결한 보통명사가 됐다. 하루에도 수십번 입에 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귀가공간(집)과 차익욕망(돈)이 뒤섞인 단어다. 집을 말하면 돈부터 떠올리는 한국형 흥망성쇠가 녹아든 답답하고 어지러운 시대화두가 됐다.한국은 웬만하면 아파트로 다 통한다. 입지·평형·메이커·소유권만 알려줘도 좋든싫든 금전기준의 줄세우기는 끝난다. 사건사고를 포함한 새로운 시대현상도 아파트만 넣으면 얼추 정리된다. 절대다수가 아파트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서다. 아파트에 살건 안살건 아파트는 현실과 지향을 잇는 욕망실현의 사다리로 인식된다. 최소한 경제적 계층이동의 낯익고 강력한 점프수단을 꼽으면 아파트만한 설명변수도 없다. 특히 상대적 취약계층인 청년에게 아파트는 십중팔구 갈등씨앗이다. 부모찬스 없는 눈앞의 아파트란 결혼·출산의 가족분화라는 본능 실현을 가로막는 최대 허들인 까닭이다.실제 아파트만큼 한국인의 복잡한 심정이 오버랩된 대상도 없다. 좋든 싫든 한국사회의 흥망성쇠부터 개별인구의 생사고락이 한껏 묻어난 현상발현의 원류지점이다. 다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앞으로도 아파트란 애증공간의 무게감과 영향권이 계속될까의 물음이다. 원래 아파트는 인구이슈와 직결된다. 부머집단이 불지핀 자연 증가의 거대인구를 수용할 효율·경제적인 주거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산어촌의 로컬인구가 도시·현대·공업화로 서울·수도권에 몰려드는 사회이동까지 가속화되며 한정 공간의 압축·고밀주거의 결과가 아파트다.뒤집으면 고작해야 1970년대부터 아파트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지금은 ‘집=아파트’의 등식일 정도로 일반화된 상식수준이나, 그 역사는 짧다. 아파트 전성시대를 열어준 건 1989년 분당, 일산 등 제1기 신도시로 이해된다. 그만큼 서울공간에의 수용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인구공급이 반복됐다. 평형구성도 이른바 표준가족(부모+자녀 2인)에 최적화된 설계가 선호됐다. 본격화된 핵가족의 욕구·취향을 품어내는 구조진화도 가시화됐다. 이후 아파트 일변도의 집합주택은 한국의 주거스타일을 상징하는 대푯값이 됐다.문제는 앞으로다. 대전제인 인구공급이 멈춰섰다. 더 정확히는 줄어들기 시작한지 벌써 4년차다. 인구감소 속 핵개인의 1인화도 신트렌드로 안착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파트의 결정·파급력은 계속될까. 아파트 패러다임의 변화를 조심스게 떠올리는 이유다. 최소한 지금의 아파트와 같은 표준·획일성은 수정 대상이다. 사람만큼 다양한 색깔을 반영하는 게 좋다. 궁극적으로는 비중감소다. 고성장기의 주거준칙이던 고밀·압축형 아파트는 줄어들 확률이 높다.부수단·거래대상으로서 아파트의 존재가치는 저하·상실될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가 강력한 신호다. 가족변용조차 본격적이라 주거공간의 재편흐름은 회피하기 어렵다. 결국 ‘아파트=인구+가족’. 인구·가족의 드라마틱한 변화야말로 아파트의 고정관념이 통하지 않음을 설파한다. 청년이 엄마아빠가 될 기약이 없는데 아파트를 살 이유는 없다. 연 100만명이 사라지는 시대가 시작된다. 반면 아파트는 여전히 권력·질서로 추앙되며 시대변화에 맞선다. 강조컨대 그럼에도 불구, 아파트의 재구성에서 비켜설 묘책은 없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3-18 14:03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실업급여 인상, 되돌아온 건 일자리 감소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적자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10조원 넘게 쌓여 있던 고용보험기금은 2022년 말 기준 약 4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여기에 당장의 재정 파탄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 약 10조원을 더하면 6조원 흑자 상태가 된다. 여기서 핵심은 이제 다른 기금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으면 실업급여제도의 자립적 운영이 불가해졌다는 점이다.사태가 여기까지 이른데에는 무리한 실업급여 확대정책을 추진한 문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19년 10월 문 정부는 실업급여제도를 개편해 실업급여를 대폭 인상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했고, 지급기간도 90일~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했다. 이로 인해 실업자의 절대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실업급여 총지급액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는 2018년 107만 3000명에서 2020년 110만8000명으로 3.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업급여 총지급액은 6조7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82% 급증했다. 실업급여 재정 위기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다.곳간이 비기 시작하자 문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했다. 기존 1.3%였던 고용보험료율을 2019년 10월에 1.6%로 올렸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2022년 7월에 1.8%로 한 차례 더 인상했다. 증가율로 환산하면, 무려 38%에 달한다. 덧붙여 임기 중 고용보험료율을 두 번 올린 최초의 정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문제는 단순히 고용보험료율이 크게 올랐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기업이 절반씩 나눠 부담한다. 이에 따라 인상된 보험료가 근로자와 기업에 전가되면,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0월 개정된 실업급여제도로 인해 2년간 일자리가 약 11만개 감소하고 기업수는 5.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실질국내총생산(실질GDP), 총실질소비, 실질설비투자가 2년간 각각 1조8000억원(0.1%), 1조2000억원, 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성원 전체의 편익을 나타내는 사회후생도 2년간 0.01%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이런 파급효과가 도출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늘린 확대정책으로 실업급여가 인상되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고용보험료율이 오른다. 증가된 고용보험료율 부담은 근로자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전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 부담할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해 이윤이 감소하고 기업 수가 줄어든다. 이는 일자리와 실질GDP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 전체 구성원의 편익을 나타내는 사회후생도 줄게 된다.실업급여를 인상하면 겉으로는 근로자의 복지가 향상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그 여파가 결국 일자리와 실질GDP 감소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 부담이 더 늘기 전에 실업급여제도를 2019년 10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3-17 14:02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섬별 아카이브 구축 급하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노인 한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라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섬은 선사시대부터, 어떤 섬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사람이 살아왔다. 지금은 대부분의 섬이 전성기의 ‘십분의 일’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섬들은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유지해 오고 있는 작은 나라임이 틀림없다.고령화로 섬들이 소멸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살아계신 분들이 돌아가신다면 섬 문화도 통째로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늦기 전에 각 섬별 역사를 정리해야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낙월도(落月島)’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전남 영광군 칠산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낙월도는 달이 지는 쪽에 있다고 해서 ‘진달이섬’으로도 불린다. 한때는 전장포와 더불어 국내 새우젓 생산량의 60%를 담당했던 이 섬은 전성기 에 인구가 1000여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170여 명으로 줄었다. 이 책은 수필집이라고 하지만 ‘섬 역사서’에 가깝다. 낙월도에 대한 통시적이고 다각적인 기록물을 남김으로써 사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256쪽 분량으로 섬의 역사와 문화, 지리, 종교, 교육, 교통 등을 망라해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낙월도 새우잡이 어선 ‘중선’과 전해오는 상엿소리, 뱃노래 가락 등도 채보해 기록했다.‘여서도지(麗瑞島誌)’라는 책도 눈여겨 볼만하다. 여서도지는 완도의 남쪽 끝에 있는 오지 섬 여서도의 지리와 인문환경 등을 담아 완도문화원이 발행한 책으로, 역사학을 전공한 유영인 씨가 썼다. 이 책은 발행 목적에서 “지금 살고 계신 노인들이 떠나면 섬의 문화와 언어, 민속이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아 미리 대비해 재조명하려 한다”고 밝혔다.이 책은 마을에서 내려오는 언어로 지명 하나하나를 매우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설명하고 있으며, 패총의 역사는 물론 마을에서 신성하게 여긴 바위와 주민 생활상까지 폭넓게 다룬다.특히 고향을 떠난 향우들의 동정도 다루고 있는데, 섬 주민들의 주요 출향지인 군산과 부산까지 찾아가 향우들을 인터뷰하고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수집해 게재하고 있어 흥미롭다.지자체 중에서는 2026 여수 세계섬박람회를 준비 중인 전남 여수시의 섬 문화 아카이브 구축 노력이 돋보인다. 여수시의 경우 관할 행정동의 지리, 역사, 문화유산, 성씨·인물 등과 함께 거문도, 금오도, 연도 등 소속 유·무인도에 대한 콘텐츠를 ‘디지털 여수문화대전’으로 구축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별 섬에 대한 자료 측면에서 볼 때 ‘낙월도’와 ‘여서도지’처럼 단행본으로 낼만큼 상세하지 않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각 섬의 전통문화는 앞으로 케이컬쳐(K-Culture)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오래된 미래의 원형이다. 이 원형이 사라지기 전에 정부 주도의 지자체 공모사업 형식으로, 전국 450여 개의 유인도에 대한 섬별 아카이브 구축에 나서야 한다. 거문도뱃노래, 위도띠뱃놀이 등 이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세상에 많이 알려진 것도 있지만 섬에는 아직 채집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노동요와 설화, 민속놀이, 그리고 섬 음식 레시피가 수두룩하다. 잊혀 가는 섬 향토사를 재조명하고 기록할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3-14 14:03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배부른 소크라테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현대 자본주의는 자유에 경제적 수식어를 붙인다. 왜 그럴까? 돈이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사람을 고용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기업가에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시간과 돈을 맞바꾼다. 경제적 자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경제적 자유의 본질은 바로 ‘시간의 자주권’이다. 속담에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인간적 도리도 최소한의 경제적 바탕이 있어야 가능하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돈이 없으면 위대한 생각이 있더라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다.“나는 젊은 시절에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아일랜드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오늘날 돈은 힘이요 권력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도 동일하게 강조한다. 돈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사업의 추진동력으로 작용한다.돈은 인격적 자유이기도 하다. 돈은 힘들고 더러운 일,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기계적이며 재미없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 하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등 온갖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준다.아무리 존경스럽고 고결해도 돈이 없으면 비천한 하류 취급을 받는다. 의(義)를 중시하는 선비일지라도 먹고 살기 빠듯하면 올곧은 자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나폴레옹의 어머니인 마리 레테치아 보나파르트는 35세에 미망인에 되어 “내가 두려운 것은 가난으로 인해 당하게 될 모욕”이라고 했다.“그래서 사람들은 지혜와 덕이 아니라 부를 얻으려 노력한다.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돼야 한다.”평생을 독신으로 검소하게 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가히 파괴적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불행의 고통을 덜어준다. 돈은 인간사회의 공통분모이자 삶의 목적이 돼버렸다.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는 “돈이 없어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정신적 허영”이라고 지적한다.‘포보스’의 창립자인 버티 포브스는 그의 아들 맬컴에게 “100가지 문제 중 99가지 문제의 해답은 돈”이라고 강조했다.오늘날 MZ세대들이 중시하는 공정성 이슈도 결국은 돈으로 귀결된다. 돈은 문제해결의 중심에 있으며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2022년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이 평균 72.3세로 초고령 사회인 일본보다 높고 OECD 국가 중 1위라고 보도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부자 되기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모조리 읽어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사람들은 관 뚜껑을 덮을 때가 돼야 돈의 무익함을 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3-13 16:46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조국의 여전한 숙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4월 10일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조국 전 장관이다. 조국 전 장관은 이미 알려진 대로 자녀 입시 의혹과 청와대 민정수석 근무시절 업무 관련 의혹으로 기소됐고 재판에서 2심까지 법정 실형을 선고받으며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조국혁신당은 지난 3일 조 전 법무부 장관을 초대 당 대표로 선출했다. 조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 속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검찰 독재의 강이고 윤석열의 강”이라며 “오물로 뒤덮인 윤석열의 강을 건너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너야 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임을 분명히 했다. 조국 대표는 정치 출사표에서 ‘자신은 억울하고 타도 대상은 윤석열 정부’라고 강조했는데 과연 여론도 조국의 조국혁신당에 대해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까.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로 나왔다. 두 정당이 모두 직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조국신당은 6%로 제 3지대 정당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점은 지역별로 볼 때 호남에서 11%의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으며 민주당 다음으로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으로 우뚝 올라섰다. 조국혁신당이 매우 약진한 결과로 나오지만 연령별로 볼 때 반응은 사뭇 다르다. 20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지 않았고 30대에서는 1%를 기록했다. 자녀 입학 문제로 얼룩졌던 조국 대표의 이미지 탓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2030 MZ세대 그리고 학생층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조 대표가 정치권에 뛰어들고 말지는 본인의 자유의사 결정이지만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기 이전에 조 대표의 혐의는 엄중했고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대표는 지난 2월 8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심 법원은 조 대표가 딸과 아들의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십 확인서와 체험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국내 대학의 입학 업무를 방해한 혐의, 아들의 온라인 시험을 도와줘 미국 조지워싱턴대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조국 사태는 교육·입시와 관련한 공정성·정직성의 문제를 뜨거운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20대(만18세 이상)과 30대 그리고 학생층은 조국 대표가 견인하는 조국혁신당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조 대표는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은 게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혐의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역시 공직자 도덕성과 권한 남용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법적 평가다. 조 대표는 여러 차례 사과를 표명했지만 ‘정의’을 남보다 앞서서 외쳤던 조국 대표의 옛날 행적을 기억하는 유권자라면 어리둥절할 뿐이다. 대실망하고 급분노했던 민심에 대해 결자해지가 우선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3-11 13:5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100세 가정 투자학 개론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점점 100세 시대를 기정사실화 하는 사회분위기다. 작금의 의대 증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불어닥칠 불원 간의 100세 시대 예감이 장기 배경으로 스친다.미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큰 자산운용사는 ‘블랙록’이다. 운용자산 규모가 무려 1경 원을 넘본다. 우리 전체 국부 추산액의 3분의 2에 버금가는 자산규모다. 주식만 해도 2023년 12월 말에 5223조 원이었다. 우리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을 다 더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곧 중국 전체 시가총액을 추월할 이 회사를 래리 핑크라는, 조금 거친 언사의 70대 창업주주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그는 2020년 말에 불쑥 미국이 2023년에 심각한 경제침체에 빠지고, 증시는 대폭락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곧 70대를 앞둔 제이피 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도 같은 시기에 그의 주장에 동조해, 유펜 와튼 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 같은 장기 긍정론자들에게 좀 생경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그 해 호황이었고 2024년까지 사상최고의 신고가를 연출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가 크게 틀렸다.그런 그가 최근에 “100세 시대를 대비해 누구나 주식,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장기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실물자산은 장기투자 하되, 보유하는 동안 위험을 잘 견디라는 단서를 달았다. 중단기로 시장이 오르내리더라도 목표 시간까지는 꾸준히 보유하라는 소리다. 한 시대의 투자 거장이 미국 주가 사상최고가 부근에서 던진 말로는 너무 놀랍다. 앞으로 아주 긴 시간 동안 실물자산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 본 것이다. 앞서 2023년 7월에는 “이제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도 가치가 있다”는 소신까지 남긴 그가 이번에는 실물자산 보유중심의 100세 시대 장기투자론을 던진 것이다.마침 역대급 투자 대가인 95세의 워런 버핏이 전 자산의 40%를 현금으로 쥐고 있는 시기에 던져진 실물자산 장기투자론이다. 얼마 전 평생의 투자동료 찰리 멍거를 잃은 버핏은 “지금 마땅히 투자할 자산이 크게 더 안 보인다”고 했다. 실은 래리 핑크도, 제이미 다이먼도 버핏처럼 많은 현금과 채권을 갖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래리 핑크가 이제 실물자산 인플레이션을 장기적으로 내다 보고 있는 것이다.지금 미국은 거대한 정부투자가 경제운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돈들이 매개가 되어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노 랜딩’ 경제를 이끌며 ‘매그니피션트7’ 같은 빅테크 기업과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촉매가 되고 있다. 게다가 엔비디아의 창업자는 5년 내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의 등장을 예견했다. 거대한 투자가 장기간 AI분야로 집중되리라 보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찾아오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미국인 가정의 돈은 실물자산에 80% 정도 장기투자하고 오래 기다리고 견디자는 말을 래리 핑크가 던진 것이다.100세 미래가 잰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과 가정 간 직접적인 소득연결이 엷어지고, 기업 소득은 국가를 거쳐 행정적으로 이전해 국민에게 정치적으로 공유화하는 ‘공중소득의 길’로 들어선다. 마치 틈새시장 찾기 같은 정당의 생계형 선거전략들이 이를 반영한다. 차제에 100세 장수시대에 대비해 개인들이 기업과 도시의 소득에 공정하게 접근하게 하는 증권투자시장, 부동산투자시장을 미리 정비하고 진작하는 정책노력이 시급하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3-10 13:59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디지털 세상, 서러운 노인

이진숙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경제학 박사‘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버스에서 울려 퍼지는 휴대폰 벨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한 어르신이 가방 속을 다급하게 휘젓고 있다. 벨소리가 한참을 울리고 나서야 이 상황이 진정됐다. 어르신은 아직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지 몇 번을 터치한 후에야 벨소리를 멈출 수 있었다.그제서야 몇 년 전 엄마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다가 싸웠던 기억이 났다. 여전히 엄마는 스마트폰을 불편해한다. 전화를 걸고 받는 일 외에는 쓰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TV 방송이 안 나오자 인터넷 통신회사에 전화를 한 모양이다. 상담원 설명이 너무 어렵길래 결국은 A/S를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오래된 TV 탓이려니 하고 TV를 장만했으나 기능이 왜 이리도 복잡한지 스마트폰 못지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혼자 사는 80대 초반의 고령자다.나이가 들면 불편한 것이 많아진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하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해졌다.우리 사회는 곧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소비환경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인구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의 2023년 소비생활지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나 있다.디지털 대전환 이후 종합소비생활만족도가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지만, 유일하게 60대 이상에서만 하락한 것이다. 인터넷쇼핑, 모바일쇼핑, 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소비생활도 마찬가지였다. 60대 이상에서만 디지털 활용 비율이 2021년에 비해 33.6%p나 하락했다. 디지털 소비생활이 불편하다는 고령자들의 속내이기도 하다.고령자 소비자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분석한 소비자상담 트렌드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의 소비자상담이 2020년 12.74%에서 2021년 13.63%, 2022년 14.3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정책의 일환으로 고령자 눈높이에 맞춰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내용에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과정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정부와 많은 유관 기관에서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자가 모바일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인터넷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덕분에 일부 고령자들은 모바일로 예매를 시도하거나 식당에서 무인주문기를 이용하여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고령자들이 디지털 환경을 불편해한다.물론 고령자의 경제적 경험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디지털 역량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 두뇌 기능이 저하되고 학습 능력, 기억력, 자극에 대한 반응력이 모두 감소한다는 것이다. 교육 당시에는 모두 이해하는 듯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곧 잊어버린다. 그래서 고령자에 대한 소비자교육은 인내심을 갖고 더 많이 반복해야 한다.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노력이 과연 고령자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인지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령자의 배우려는 열정도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에 계속 적응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가까운 미래에 불편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이진숙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경제학 박사

2024-03-07 14:10 이진숙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경제학 박사

[브릿지 칼럼] 마이 웨이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명곡 중에 마이 웨이(My way)라는 곡이 있다. 예전에 팝송 좀 들어 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익숙한 곡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중 하나이다.마이 웨이는 원래 프랑스 샹송 가수인 끌로드 프랑소와(Claude Francois)의 언제나처럼(Comme d’habitude)이라는 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실제 원곡 샹송에서는 마이 웨이와는 달리 연인의 권태로운 일상에 대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이소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배우, 브루스 리(Bruce Lee)도 이 곡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장례식에서 이 곡을 들려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고, 실제 그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했다고 알려져 있다.또한,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 축구 감독 거스 히딩크의 애창곡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되돌아 보며 스스로의 삶에 대한 회한과 위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사가 마치 우리들의 인생에서의 희노애락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인지 전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Sophie Fatu라는 5살의 소녀가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열창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가사 중에 보면, “이제 종착지가 가까워지고, 내 인생의 마지막을 마주하고 있네. 후회되는 것도 좀 있고 감당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지만 내 방식대로 당당히 잘 맞서며 살아왔다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리고 이 노래에 나오는 가사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은 이 대목이다. Yes, there were times Im sure you knew,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I ate it up and spit it out,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버거운 일들을 감당해야 될 때도 있었고, 자신 없을 때도 있었지만, 어려움들에 당당히 맞서서 받아들이고 견뎌냈다오, 내 방식대로…)‘마이 웨이’는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라는 뜻이다. 그래서 의미가 이중적으로 해석되곤 한다. 나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비굴하지 않게 당당하게 살았다는 의미도 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한다는 뜻도 될 수 있다. 물론 노래에서는 전자의 의미로 해석이 된다.이런 이중적 의미 때문에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사람에게 ‘마이 웨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귀를 좀 열고 다른 이들이 나와는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의 의견을 잘 참고한다면 더 나은 아워 웨이(Our Better Way)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람처럼 빠른 세월이 우리 곁을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좋은 의견들이 모여 더욱 더 발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3-06 14:2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