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정보-행동 역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기업경영에서 불확실성은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요인 중 하나다. 20세기 유명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 정의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인간과 기업은 안정적인 환경을 갈구한다.불확실성이 클 때 전략적 방향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기기의 실시간 추적으로 인해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단기 행동을 훨씬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현재를 최적화하며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빅데이터가 미래지향적 사고, 상상력, 전략적 사고를 방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보-행동 역설’(information-action Paradox)이라고 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집중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플랫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객 통찰력, 재무 분석, 운영 성과 등의 데이터는 대체로 과거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과거의 광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을 찾고 예측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이에 여전히 비전과 상상력을 갖춘 리더십을 발휘할 인간이 필요하다. 미국 투자 회사 인사이트의 대표인 스콧 D. 앤서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리더는 의도적으로 방황하면서 불확실성 극복과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스콧은 변화의 조기경고 신호를 찾기 위해 고객만족도, 영업이익, 매출액과 같은 후행지표에서 순추천고객지수(eNPS)와 같은 선행지표에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행지표는 과거의 고객 행동이 기반인 반면 선행지표는 미래의 문제나 기회를 가리킨다.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판매량을 담보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의 예측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도 한다. 시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널리 제공될수록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기회와 위협을 보고 이에 대응한다. 때문에 경영진은 과거 데이터에 얽매이기 보다는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비정형화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사업을 시작할 때는 경쟁자 분석, 과거의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이런 출발은 매력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데이터에서 그런 내용이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경쟁자도 본다는 것이다.이때 필요한 것이 연상적 사고다. 메릴린치의 창업자 찰스 메릴는 연상적 사고를 발휘해 은행과 슈퍼마켓을 연결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과거 소수 부유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였던 은행을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과 연결해 데이터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쟁자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냈다. 그 출발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약한 분야를 찾아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9-01 13:1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이재명 위협하는 건 삼김(三金)이 아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치적 위협이 있을까. 현시점에서 이 대표는 무소불위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역대 민주당 계열 당 대표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른바 초일극체제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법적으로 복권돼 언제라도 선거 출마가 가능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일찌감치 이 대표와 다른 방향을 보였던 김동연 경기지사 모두 성씨가 ‘김(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삼김(新三金)시대’로 불린다.이전의 삼김과 비교되면서 김 전 총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리고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와 연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몰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신삼김의 파괴력은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월 19~2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1.7%는 김 전 지사를 꼽았다. 김 지사는 20%를 기록했다. 이어 이탄희 전 의원 7.7%, 김 전 총리 7.2%,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4.4%, 이광재 전 의원 2.2% 등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전 지사 19.8%, 김 지사 19.7%, 이탄희 전 의원 9.4%, 임 전 실장 5.1%, 김 전 총리 4.3%, 이광재 전 의원 1.4% 순으로 나타났다.김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대비되는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도우미’를 자처했던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오히려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초일극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각종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며 “탄핵이라는 것은 국민의 강한 매인데, 일상적으로 치면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고 저격했던 김두관 전 의원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지사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는데 “김 전 지사 자체가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였다”며 “경남지사 때 보여준 도정 운영 등을 보면 충분히 민주당의 큰 동량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대표는 견제하면서 같은 ‘신삼김’에 포함된 김 전 지사는 좋은 인물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이재명 초일극체제’에 강력한 대항마가 될지도 모를 ‘신삼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구성도 이 대표의 입김이 전당대회에서 강하게 작동했을 정도로 대동단결된 조직이다. 그런데도 김 전 총리, 김 전 지사, 김 지사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까닭은 바로 ‘외연 확장성’이다. 아무리 정당과 당원을 강력한 영향력으로 묶어 놓더라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 결정적 위협이 될 존재는 그래서 ‘삼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바로 ‘민생’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8-29 14:05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경영자 됨됨이를 보고 투자하라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지금 곤욕을 치르는 상장기업들이 더러 있다. 오너 경영자 구속이 잦은 일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다 보면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다. 대개는 본업으로 하는 일이 잘 된다고 해,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사례에서 많이 나온다.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카카오그룹의 성장기를 보면서 그런 우려를 먼저 받았었다. 마치 만물상회 같은 인상을 주었다. 지금도 계열사가 엄청나다.기업의 잘잘못은 법이 가리겠지만, 투자전문가로서는 해당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국면에서 종종 나오는 오너 경영자들의 거친 숨결과 가쁜 호흡에서 후일의 과오 우려를 보기도 한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가 성장기에 그러했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도 한동안 그런 기류가 있었다. 결국 현대는 구조조정을 겪었고 대우는 사라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자초하는 분란이 하나 둘이 아니다.대체로 잘 되는 사업의 상당 부분은 ‘운’이다. 사업 운이 찾아온 시기에 자칫 오너 경영자의 과도한 오판이 차고 넘치면 미래는 곤란해진다. 젊은 기업가 중에 연타석 창업 대박으로 터트린 이도 있다. 최근 어느 지급결제 시스템 회사에서 비롯되어 국민적 피해로 사회문제가 된 모 기업의 지급불능 사건도 그런 사례다. 앞선 회사에서 대박을 내고 또 급히 만든 새 회사에서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요즘 대박 창업가 중에는 해외 공부와 해외기업 근무 경력자가 꽤 많다. 그런 기업을 들여다보면 회사 내용 외에 해외에서 주로 일하다 온 오너 경영자의 면면이나 인간적인 성장사와 인품은 잘 알 수가 없다. 가상화폐 사건으로 본국 소환을 앞둔 모 기업의 대표도 그렇다.상품을 직접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해당 기업의 투자가치 생성을 좌우하는 본질요소이다. 인공지능도, 메타버스도, 비트코인도 사람들이 만들고 사용하는 전략적 지식자산이다. 기업가치에서 사람이 항상 중요한 이유다. 특히 경영자는 예리한 지성과 현명한 판단, 탁월한 재무역량 등을 잘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자질이다.돈을 추구하는 자세에서 간혹 과도한 탐욕을 가진 경영자들의 일탈적 실수를 자주 본다. 우리는 재정 추구에서 탐욕의 정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서구식 재무관을 배운 사람 중에 재무실적 일변도와 수익 극대화 경향이 도드라지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해외 투자사이트의 대화방을 보면 수익 추구 일변도의 기조가 강하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은 직설적인 해외 토론방의 참여에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인신공격이 난무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정권을 탈취하는 선거 내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등락폭을 보면 전투적 경향이 강하다. 지금 세계는 돈이든 권력이든 갈수록 탈취와 점령의 의도가 선명하다. 자기 의도나 욕심을 나타냄에 있어 주의나 주저함이 갈수록 없어진다.한 사람의 중요한 경영자는 그의 행동과 선택으로 인해 전체 투자자의 이익을 뒤흔든다. 중요한 자리의 임원이나 경영자 행동이 투자성과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갈수록 선명해진다. 4분기로 접어들면 임원들이나 경영자들이 자리를 옮긴다. 관심을 둔 기업이 있다면 그런 소식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투자의 명인 찰스 다우는 생전에 신문의 인물란 동정을 보고 투자 팁을 얻었다고 회고했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8-28 14:03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건강한 디지털 시장 환경 만들자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인 티몬과 위메프의 입점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9시 기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큐텐 그룹 관련 상담 건수가 1만1615건에 이르고, 여행·숙박·항공권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9000여 건을 훌쩍 넘겼다.지금껏 온라인플랫폼 거래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가 소비자와 판매자 또는 소비자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두 계약 당사자인 판매자와 온라인플랫폼 간 정산 문제가 고스란히 대규모 소비자피해로 전가된 초유의 상황으로 관련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228조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국민 10명 중 7명이 디지털 기반의 소비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소비자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주요 자료는 여전히 한국소비자원의 전자상거래 관련 피해구제 접수현황 정도뿐이다. 다시 말해 그간 전자상거래 분야의 피해 경험률, 금전적 피해 규모 등을 추계한 데이터가 거의 없었다.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상반기 최신 OECD 자료를 토대로 국내 소비자 3000명이 체감한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 수준과 금전적 피해 규모를 최초로 측정·발표했다. 특히 OECD 조사항목 외에 한국형 거래 유형별 피해 경험률과 소비자교육 참여 효과 등도 추가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내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 경험률은 40%로 OECD 13개국 평균 50%보다 10%포인트(p) 낮게 나타났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과 기업의 자율규제 노력이 시장에서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금전적 피해 규모 측면에서 분석했을 때 1인당 피해 금액 자체는 10만1134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지만, 환불이나 교환 등 보상 이후 소비자가 느끼는 잔존피해 금액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제는 단순 보상의 개념에서 벗어나 국내 소비자의 체감 만족도 제고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거래 유형별로는 소비자 4명 중 3명인 75.8%가 쿠팡, 11번가 등 종합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구매 활동을 하는 가운데, 피해 경험률 또한 종합 온라인쇼핑 플랫폼(64.1%)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해외직구 플랫폼(48.9%) 등의 순이었다. 피해 경험률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교육 참여 경험이 있는 경우 전자상거래 이용 시 가격·배송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 보상 청구 등의 소비자행동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소비 취약 계층을 위한 역량 강화 정책의 필요성도 매우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오늘날 우리의 디지털 시장 환경은 상당 기간의 성장통 시기를 거쳐 왔으나 아직은 혁신적인 선순환 구조로 거듭나고 있다고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이번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플랫폼의 기본 원칙인 상생과 혁신, 그리고 공정 경쟁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동시에 소비자 역량 강화와 소비자정책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감으로써 건강한 디지털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가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2024-08-26 14:09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미 비포 유(Me before you)를 통해 본 삶과 죽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미 비포 유(Me before You)라는 영화를 얼마 전 다시 보게 됐다. 책을 먼저 읽었는데, 영화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미래가 창창하던 부잣집 청년 윌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어, 순수한 시골 아가씨 루이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스위스로 가서 존엄사를 선택하면서 세상과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한다는 내용이다.제목인 미 비포 유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까? 사랑하는 당신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뜻일 수도 있고,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고, 그저 당신 앞의 나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영어로 ‘죽다’라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죽다(die)라는 단어가 있다. 좀 더 예의를 차려서, 돌아가다(pass away) 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양동이를 걷어찬다(kick the bucket)라는 표현도 있는데, 양동이를 밟고 올라가서 목을 매달고는 그 양동이를 걷어찬 이후, 죽음을 맞았기에 나온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데이지 꽃을 밀어서 나오게 하다(push up daisies)라는 표현도 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데이지꽃이 유난히 무덤가에서 잘 자라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뒷면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겠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기에, 바쁜 삶 속에서도 가끔씩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영화, 미 비포 유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청년 윌은 존엄사를 선택한다. 존엄사, 또는 안락사를 논하려면 ‘죽음의 의사’로 불렸던 미국의 의사, 케보키언이 떠오른다. 케보키언은 1980년대부터 말기 환자들의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90년대에 많은 환자들의 조력자살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루게릭병을 앓던 50대 환자의 안락사를 도우면서, 비디오 촬영을 해, 그 과정을 TV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덕분에 살인죄로 긴 기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가석방됐고,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미국은 1994년 오레건주에서 존엄사법을 통과시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했고, 이후 10여 개 주가 존엄사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나라는 현재 스위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존엄사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이기에 섣불리 입에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환자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삶의 마감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점은 어디인지,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품위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들이 이들에게 배려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점은 어디인지, 모두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삶의 시작이 선택이 아니듯이,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8-25 13:41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디즈니 테마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그레고리 스미스는 청소년 음악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의 대표적인 곡이 바로 ‘오케스트라 게임’이다.‘오케스트라 게임’은 ‘가장 큰 소리 내기’ ‘가장 낮은 소리 내기’ 등의 종목을 통해 각 악기의 특성과 음색의 특징을 스포츠 경기처럼 소개한다. 해설자 역시 중계방식으로 곡을 소개하면서 관객들이 박수치며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곡에 등장하는 여러 종목 가운데 하이라이트 경기는 마라톤이다. 바이올린, 트럼본, 클라리넷이 경주하는 가운데 바이올린과 트럼본이 넘어진다. 그대로 경기가 진행되면 클라리넷이 승자가 되는 상황에서 클라리넷은 넘어진 두 악기를 일으켜 함께 결승선에 들어오며 곡은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개막식부터 다양한 화제를 모았던 파리 올림픽이 얼마전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케스트라 게임’에 나온 것 같은 미담이 가득했던 점이다. 올림픽마다 화제가 되는 순간들이 연출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만큼 배려의 미덕이 유난히 돋보인 대회가 있었을까 싶다. 스포츠 명장면 사이사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펜싱의 오상욱 선수는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전 중 우승을 결정짓기 바로 전 상대선수가 뒷걸음질하다 넘어지자 칼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매너에 관중과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환호했고 그의 ‘금빛 매너’는 금메달보다도 더 빛났다.‘삐약이’ 신유빈 선수는 탁구 여자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역전패했다. 그러나 신유빈은 하야타 선수에게 다가가 미소로 포옹하며 축하했고, 일본 감독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일본 감독은 신유빈의 인사에 허리까지 숙여 정중히 답례했다.태권도의 박태준은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승리의 세리머니 대신 쓰러진 마고도예프 선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시상식에 입장할때 마고도예프는 박태준 선수에게 기대고 박태준은 그를 부축하면서 다시금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체조의 전설 바일스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3, 은 1개를 땄다. 마루 종목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바일스는 아쉬움 대신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 레베카를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져 은메달을 딴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는 시상식 당시 준결승에서 기권한 스페인 선수를 위해 스페인 국기 배지를 들고 올라와 뭉클함을 자아냈다.사람들이 공연장과 경기장을 찾는 것은 결점 없는 완벽한 연주, 세계 신기록 경신의 순간만을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와 선수들이 흘려온 지난 시간의 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숭고한 인간미를 보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다.완벽한 기술보다는 그들이 보여주는 노력의 진정성,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하모니와 팀워크, 나아가 경쟁자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을 통해 인간다움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예술과 스포츠에 열광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8-22 14:14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8만호 대책'에 떠오르는 토지보상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지난 8월 8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재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기로 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고사 상태에 빠져 있는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서울의 신축빌라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다.무엇보다도 12년 만에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8만가구 규모의 주택용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개인의 사유토지 등을 수용하게 되는데, 이때 손실보상의 문제가 제기된다.손실보상의 대원칙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다.일반적으로 토지보상법이라고 불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보상대상과 보상절차, 보상기준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토지, 건축물 등 물건(건축물·입목·공작물 등), 잔여 건축물에 대한 손실, 광업권·어업권 등 권리, 영업(농업·축산)손실, 휴직·실직 근로자 임금손실 등도 보상 대상이며,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게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도 지급된다.토지 등에 대한 보상금을 결정하기 위해 협의 절차를 거친 후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재결 절차(수용재결, 이의재결)를 거치게 되고, 재결에 대하여도 만족하지 못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즉, 최대 네 번의 감정평가를 거쳐 손실보상금이 결정된다. 협의 절차를 진행할 때, 사업시행자, 시·도지사, 토지소유자가 각각 추천한 3곳의 감정평가법인등(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사무소)에서 보상금을 산정한 후 산술평균치로 보상금을 결정한다.사업시행자는 토지소유자와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고, 관할 시·도 토지수용위원회는 2곳의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여 감정평가를 진행한 후 보상금을 결정하는 재결을 실시하게 된다.수용재결에 불복하는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을 신청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도 역시 2곳의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여 감정평가액을 산정한 후 보상금을 재결한다. 재결 절차(수용재결, 이의재결)에 불만이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다시 한번 감정평가를 진행하여 보상금액을 확정 짓게 된다. 일부에서는 보상금을 결정할 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토지를 저가에 수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법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배제하되, 시세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대개의 경우 자신의 토지 등이 공익사업에 편입될 때 그 절차와 권리구제방법 등에 대해 생소할 것이나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가 토지·물건 조사단계부터 협의·재결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토지소유자 등에게 연락하여 협조를 구하고 상황을 설명해준다. 다만, 토지소유자 등도 토지보상 절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는 성의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2024-08-21 14:12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브릿지 칼럼] 발상력의 5단계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카톡에 제자의 안부 문자가 떴다. 올 초 끄라비 여행 때 찍은 사진에 동남아 여행이 필요없을 것 같다고 몇 줄 적어 보냈다. 순간 변덕스런 날씨가 떠올랐던 것이다.끝도없이 물고뜯는 정쟁과 올림픽의 선전과 환호는 2024년의 공통된 여름이다.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십인십색이다. 자신만의 상황이나 입장 때문이다.누구나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안경이 있다. 피타고라스에게 물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수학자답게 ‘직각처럼 반듯합니다’라고 했을거란다.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데카르트는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갈릴레이는 ‘잘 돌아갑니다’, 다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맞춰보세요’, 깐트는 ‘비판적인 질문이군요’라고 했을거란다. 발상력은 자신의 안경을 갈고 닦아서 빛을 내는 자신만의 시선이다. 이런 특별한 시선은 어떤 단계를 거치며 얻게 되는걸까?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뉴욕에 갔을 때다. 일행과 함께 ‘블루노트(Blue note)’라는 재즈 클럽에 들렀다. 무대위에선 백인 제자의 트럼펫과 흑인 스승의 피아노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의 피날레 공연으로 제자가 구경 온 스승의 팔을 이끌어 즉흥 협연(Jam)을 벌인 것이다. 당연히 악보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쌓은 기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눈빛의 교감을 더해 연주를 이어나갔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연주는 무정형의 춤사위처럼 무대와 관객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연주가 끝났을 때 땀방울로 얼룩진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교차했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합의되지 않은 이런 연주 방식이 놀라운 완성도의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은 단계적이면서 동시에 연속적이다.연주내내 두 사람은 뜨거운 땀방울과 격정적 몸짓으로 근사한 공연을 선사하겠다는 무언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연주를 주고 받다 다시 합치며 온 몸의 감각으로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조율했고 상대를 배려했다. 멜로디와 박자의 고저장단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주제가 드러났고 말미에 이르며 드라마같은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완성됐다. 스승과 제자는 마지막까지 겸손하고 세련된 매너로 관객의 열띤 호응을 유도했다.공연에서 보여준 그들의 유연한 발상과 태도는 숙달된 운전자의 자동차 드라이빙 같았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연료와 엔진(열정), 시야를 확보해줄 유리창와 와이퍼(관찰), 방향타인 핸들과 헤드라이트(발상), 운전의 편의장치(구성), 동승자를 태울 문과 좌석(참여)이 그것이다. 퍼포먼스의 승부처는 관찰과 연상의 단계다. 대상을 과학자의 렌즈로 분석하고 예술가의 영감으로 해석하는 단계로 자기만의 안경을 작동시키는 순간이다.다시 돌아가보자. 여름이라고 했었던가? 개그맨 박명수의 여름은 ‘끝말잇기’다. 알다시피 그는 이행시 대가다. 끝말잇기에서 ‘여름’은 승부의 결정구다. 물론 ‘늠늠하다’는 변죽으로 웃음을 끌어올수도 있다겠지만. 가수 싸이의 여름은 ‘인생의 대박’이다. 그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즐기는 야외 공연을 떠올렸다. ‘흠뻑쇼’는 이제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제 눈의 안경을 존중해라.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8-19 14:45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공급확대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혼부부들에게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고 한다.“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나?”, “멀쩡한 그린벨트만 해제하고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될 것” 등 우려가 쏟아진다.때마다 터져 나오는 그린벨트 논쟁, 무엇이 정론인가 ? 그린벨트를 처음 도입하던 53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그린벨트는 1971년 도시화율 50%, 서울시 인구 500만, 경기도 인구 500만인 시절에 대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지정됐다. 지금은 도시화율 92%, 서울 인구 940만, 경기도 인구 1450만, 동탄에서 수서까지 20분에 통근하는 시대다.대도시의 팽창억제라는 도입목적은 여전히 유효한가 ? 이대로 유지하는게 능사일까 ?그린벨트를 흔히 영국의 그린벨트 정책과 비교하는데, 영국은 토지의 이용결정 권한이 국가에 있고, 우리는 토지주의 권리행사 목소리가 드세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난개발 제한과 환경보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린벨트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부터 매수청구제도가 도입되었다.수도권은 전 세계에서 최장의 통근시간, 통근거리를 가진 도시로 유명하다. 통근거리와 시간을 줄이고 대중교통 중심의 대도시권관리를 해가는 것이 탄소중립도시의 방향이다. 흔히 그린벨트를 도시의 허파라 부르는데, 훼손된 평지를 개발하는 일은 이와 무관하다. 서울 외곽, 경부축을 따라서 판교, 광교, 동탄 같은 신도시가 이어지고, 이들로부터 방대한 통근 교통이 강남으로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그린벨트와 같은 빈 땅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해제할 수 있는가?원래의 도입 취지 달성이 어렵고, 토지소유자의 민원이 드세다고 이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일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개발압력이 높은 대도시권에 이와 같은 자연환경을 오롯이 보전해 온 그간의 노력을 헛되이 되돌리지 말아야 한다.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공적인 용도’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단계적인 관리원칙’을 수립하여 해제, 이용, 관리해야 한다.수도권 그린벨트와 기반시설여건, 일자리의 분포, 미래의 공간구조변화를 통합적으로 계획,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자리와 주거를 통합, 분산시키는 다핵분산형 메가시티의 큰 그림 아래에서 그린벨트를 풀고, 부족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주택시장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전국적 주택의 총수요, 총량 공급물량은 큰 의미가 없고, 수요가 강하고 고용과 소득이 집중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필요를 충족시키고 무엇보다도 통근거리를 줄일 수 있다.행정구역 중심의 균형발전지향형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산업, 성장산업, 혁신기업이 모이고,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직주근접, 대중교통 중심의 탄소중립도시, 국가경쟁력 향상이 이루어진다.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심화에 대한 우려가 되풀이된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왜곡된 쏠림을 가져오는 거품제도를 걷어내는 계기로 삼자.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2024-08-18 13:31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잃어버린 거위의 꿈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거위가 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한국에선 없을 듯하다. 오죽하면 날지 못하는 걸 전제한 ‘거위의 꿈’이란 노래까지 히트쳤을까. 그런데 실은 좀 다르다. 날아다니는 거위를 본 목격담이 많다. 찾아보니 결론도 비행가능이다. 먼 곳까지, 높은 곳까지 제한도 없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답은 ‘환경’에 있다. 가축화되면 날지 못해서다. 실제 캐나다 등의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야생거위는 확실히 새처럼 난단다. 새의 비행을 의심해 미안하나, 닭처럼 퇴화된 환경에선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 안 날고, 못 나는 게 최적이니 비행포기는 퇴보보다 진화에 가깝다. 원래 새는 당연히 난다. 해서 ‘거위의 꿈’은 오해이자 착각이다. 거위를 청년으로, 환경을 한국으로 바꿔보자. 구구절절 설명은 불필요하다. 2024년 꿈조차 사치인 한국청년의 퇴화현실과 일치한다. 0.72명(2023년 잠정치 출산율)이 증거다. 꿈꾸지 않아도 날아야 거위이듯, 큰 노력 없이도 당연한 인생경로를 연기·포기한 결과다. 꿈은 미래·희망이다. 청년에겐 당연한 본능욕구다. 몸과 말 모두 앞날을 향할 때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한국은 아닌듯하다. 비행을 망각한 거위처럼 미래를 상실한 청년이 흘러넘친다. ‘미래편익=현재고통’을 교환한 본능사수의 청년은 드물다. 그래서 연애·결혼·출산의 당연한(?) 길을 의심하고 회피한다.이로써 한국청년의 기본값(Default)은 수정된다. 상식파괴를 흡수한 새로운 행동기준이 광범위하게 채택된다. 사라진 ‘거위의 꿈’처럼 달라진 ‘청년의 길’이 신질서로 완성된다. 미래를 배려하지 않는 현실중시가 MZ세대의 피봇전략이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대변화에 올라탄 최적화된 생존기술과 같다. 0.72명이 아쉬운 건 기성세대다. 떠받들고 봉양해줄 뒷배상실을 뜻해서다. 사라진 꿈은 분명한 끝으로 되돌아온다. 청년의 미래실종은 사회의 절멸경고를 뜻한다. 미래를 잃으면 현재도 덧없다.청년에 집중할 때다. 정확히는 청년의 공간과 시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먼저다. 염세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청년에 주목할 때 기필코 그들이 심화시킬 소멸미래의 방어묘책도 찾아낼 수 있다. 거위가 나는 게 꿈일 수는 없다. 당연함을 되찾는 정상회귀다. 청년의 본능·욕망이 감춰지고 사라지는 것도 정상·표준일 수 없다. 잃었던 미래를 되찾아줄 어른이 절실하다. 청년절망이 잘못됐음을 탓하고 구해줄 선생(先生)이 요구된다. 너무나 자연스런 미래편익과 현재고통의 교환가치가 공유되고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다. 비정상·불균형의 미래포기·희망상실은 청년본능과 맞지 않다. 자연과학이 검증한 거위의 날갯짓과 사회과학이 완성한 청년의 꿈꾸기는 타협불가의 절대가치다.꿈의 실종은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다. 예외가 정상을 꿰차며 주인노릇을 하도록 방치해선 곤란하다. 0.72명의 비명소리에 주목할 때다. 놓치면 꿈을 잃은 청년의 자포자기는 날선 칼날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년=미래’다. 깨지면 모두가 아프다. 거위는 원래 날았다. 왜 날지 않는지 반추해볼 때다.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2024-08-15 13:38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파리 올림픽 빛낸 스포츠 마케팅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2024 파리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144명의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잇따른 메달 소식은 밤낮없는 지독한 찜통더위로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206개국 1만여명의 선수가 참가한 파리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야외 센강에서 개막식을 가졌으며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앵발리드, 에펠탑, 베르사이유 궁전 등 아름다운 파리 명소 곳곳에서 행사와 경기가 치러져 눈도 즐거웠다. 또한 사상 처음 남녀 선수 출전 비율 50%, 128년 올림픽 역사상 첫번째 탄소중립(탄소배출량0) 대회 등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경기 소식과 함께 전해지는 도시의 풍광은 파리의 낭만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 노력만큼이나 뒤에서 펼쳐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후원사 15개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삼성은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약 1만7000대의 올림픽 에디션 휴대폰을 지급, 시상대 셀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과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다정히 셀피를 찍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셀피 문화를 즐기는 MZ세대 선수들에게 적중한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사례다.프랑스 기업 최대 후원사로 참여한 루이 비통·모엣 헤네시(LVMH)도 이번 올림픽에 수천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지방시, 티파니 등 무려 75개의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각 브랜드들이 올림픽 기간 내내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남성패션 브랜드 벨루티는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을 디자인했으며 주류 브랜드인 모엣헤네시는 수많은 환대행사에 주류를 제공했다. 주얼리 브랜드 쇼메는 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했다.이 명품 기업은 예술사랑으로도 유명하다. 루이비통은 제프 쿤스, 다카시 무라카미, 쿠사마 야요이 등 미술가들과 협업하며 제품과 이벤트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2014년에는 파리 블론느 지역에 루이비통 미술관을 개관했는데 13년간 1300억원을 들이며 공을 들였다.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작품으로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유리 돛단배를 연상시키는데 연중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밖에 샴페인 브랜드 돔 페리뇽과 와인 브랜드들은 라벨에 미술작가의 에디션을 추가하는 등 예술가와 협업해오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와 예술은 아름다움과 가치라는 부분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기업들이 올림픽 등의 글로벌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후원금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후원이 고객과 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냐 사회 공동체를 위한 후원이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치 않다. 올림픽이 순수 스포츠정신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축제가 더 풍성해지고 화려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멋진 모습 보여준 우리 선수단과 함께 규모는 다르지만 스포츠 정신과 예술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후원 기업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8-12 14:04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불안해서 죽어라 내빼는 사람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철인 3종 경기를 치르듯 살아온 여자가 10년 만에 초주검이 되어 나타났다. 이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팍팍한 사회현실을 잘 견뎌내며 자신의 커리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자다가 ‘꼴까닥’하면 딱 좋겠단다. 결혼해서 애 키우기도, 나이 드신 부모 부양도, 직장 승진시험 준비도 다 ‘잘 할 수는 있지만’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지고 사는 일 자체가 그만두고 싶을 만큼 너무 버겁단다. 단정하고 예의 바른 태도와 배려심 있고 성실한 모습은 예전 그대로인데 정작 마음이 다 무너져내린 것이다. 부모의 노후 책임도 그를 두렵게 만드는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아직 건강한 편이며 거주할 집과 연금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딸은 들여다보지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이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해 혼자 막중한 책임감에 끙끙 앓고 있었다.그는 늘 세상이 자신에게 완벽하고도 무한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인지했고 그 끝없는 요구들로 힘겨워했다. 주어진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를 이뤘지만 정작 자신은 쉬지 못했다. 쉬게 되면 곧바로 불안해졌고 우울감을 느꼈다.이런 불편감을 감당하려 스스로를 가만 두질 않았다.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으려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수행속도를 높였고 달성해야 할 과업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갔다. 그렇게 불안할 틈을 갖지 않으려 했지만 정해놓은 목표를 이루고 좀 쉴 틈이 생기면 다시금 더 심한 불안이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는 계속 소진돼갔다. 사회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이나 대상을 인식하면서 두려움을 피해 달아나는 내면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처럼 성공적인 회피를 위해 자신을 혹사하며 사는 것이다. 자신의 불안과 걱정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막연한지 알지 못한 채 세상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여긴다. 그 역시 구체적인 상황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자신의 불안이 근거 없이 과도했음을 알아차리며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지고 안심이 됐다.불안하기 싫어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괜찮다. 안전한 세팅을 구축하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이다. 불안은 내 맘대로 어찌하기에는 꽤 끈질긴 감정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지니고 있으니 이를 잘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다만 이런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길 기대하며 달아나는 것은 역효과가 크다. 그러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만 키울 뿐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불안을 적당히 수용하며 압도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낫다. 불안을 견딜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며 극복해내는 것이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불안은 우리가 속기 쉬운, 실체가 없는 감정이다. 꼼짝없이 당하지 않으려면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무서워도 똑바로 힘주고 서서 두려움의 실체가 뭔지 들여다봐야 한다. 내 안의 두려움을 확인하지 않은 채 불안해서 끊임없이 내뺀다면 두려움은 계속 커질 뿐이다. 정말 불안해할 만한 일인지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다루고 대처할 것인지를 탐색하는 것은 어렵긴 해도 스스로의 선택이 가능하다. 반대로 불안에만 빠져 있다면 그 역시 무의식적이어도 자신의 선택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8-11 14:07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부동산정책, 투기억제로 전환돼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하락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시적 반등이라는 주장과 추세적 상승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그동안 시장침체로 주택공급이 많이 위축됐다는 점과 고금리 영향으로 매매보다는 전세로 눌러 앉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불안요인이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 집권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이 너무 조급하게 추진된 것도 투기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먼저, 윤석열 정부는 규제지역을 너무 조급하게 일시적으로 풀었다. 지난 2023년 1·3 대책에서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했다.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문재인 정부 5년간 투기를 잡기위해 지정해 놓은 규제지역을 단기간에 해제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했다. 규제지역 해제는 시장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풀어도 되는데 너무 조급하게 일시적으로 해제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다음으로 전매제한 기간완화와 실거주 의무 같은 청약규제도 풀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청약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은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였다.이에 따라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됐다. 또한 수도권 재건축의 경우 전매제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고, 2년 실거주 의무도 사라지게 됐다. 이처럼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에 대한 규제완화는 정부 스스로가 정책의 신뢰성을 무너트리고,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그리고 금융관련 규제도 완화하면서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완화해 주택담보비율 3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신규로 도입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이 없고, 4%대의 고정금리로 상환기간을 10~50년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지원대상이며, 일시적 2주택자는 2년 이내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30%까지 허용한 것이나, 특례보금자리론 제도를 신설해 소득제한을 없애고, 일시적 2주택자는 2년 이내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투기를 조장하는 행위이다.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는 무주택자 중심의 실수요자들을 위해 규제를 풀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너무 단기간에 조급하게 획일적으로 규제를 풀면서 다주택자들이 투기를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과거를 뒤돌아 보건데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 뒤에는 반드시 투기가 만연해 전세시장이 불안해 지고,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의 빈틈을 노리고 있는 투기꾼들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8-08 14:02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전기차 충전시설 강제하지 말아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전기차의 위험성은 크다. 최근 청라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재민을 위한 임시대피소까지 마련되었다. 재산상의 피해도 엄청나지만 주민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운다.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의 결함이나 손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전기차 사고의 대부분이 배터리로 인한 것임을 고려할 때 전기차의 한계가 또 다시 드러난 셈이다.전기차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주차를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생산 및 판매를 허용한 이상 주차를 막을 수 없다. 다만 전기차를 위한 주차 공간을 설정하려고 할 때는 지하가 아닌 개방된 공간, 사람의 이동이 적은 공간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하 주차장은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주거공간에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충전 과정에서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는 것은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의 주거공간이 위험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고가 자칫 인명피해로 연결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정부는 내년부터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특히 아파트처럼 공동주택의 경우에 충전 시설은 주민의 주거 공간 밖에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유소가 주거 공간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면 개인 주택의 경우에는 자신의 안전을 고려하여 주차 및 충전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지하공간에 전기차를 주차하는 것의 위험성이 드러난 상황에서 충전시설 지하 설치 강제는 그 위험성을 높인다. 더구나 출입문 근처에 충전시설과 주차공간이 배치될 경우 인명피해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아파트에 충전시설 설치를 강제하면 주민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한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충전시설로 인해 그만큼 주차공간이 줄어든다. 주거공간에 주유시설을 강제하지 않는 것처럼 충전시설을 강제할 이유가 없다.더구나 충전시설 설치비용을 정부가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부담을 늘린다.주유소 설치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처럼 충전시설 설치비를 정부가 지원할 이유가 없다.안전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전기차의 위험도가 낮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현재 전기차에 대한 안전 규제가 허술한 것은 분명하지만,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는다. 혁신이 필요한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의무화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이와 함께 정부는 안전성과 효율성 모두 떨어지는 전기차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들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구입과 보유 그리고 충전시설과 충전비용 까지 정부가 보조금과 규제를 통해 지원하는 정책들을 모두 재고하기 바란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8-07 13:53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저성장시대, 각자도생 할 때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역대 최대치인 100만 명에 육박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 6487명이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의 부진은 물론 중장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은 가속화될 것이다.이런 가운데 배달플랫폼까지 수수료를 올려 최근 자영업자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펜데믹 사태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하던 폐업자가 100만 명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그동안 빚으로 연명해오던 자영업자들이 내수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단행한 결과다.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 속에 지난해 ‘경영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가 절반에 육박했다.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소매·서비스업 등에 폐업자가 무려 70%를 차지했다. 자영업 불황은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내수 부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영업 비중이 유난히 높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최근 자영업자 수가 감소했지만 57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001년 28%에서 2023년 20%까지 하락했지만, 2022년 기준 미국은 6%, 일본 9%, 캐나다 7%, 독일 8% 등에 비하면 훨씬 높다. 심각한 공급과잉이 발생하다 보니 창업 5년 후 생존율이 23%에 차지할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부터 퇴직한 베이비 붐 세대까지 가리지 않고 치킨집, 맥줏집, 분식집과 같은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요즘 자영업자는 5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증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 저가품 위주의 출혈경쟁으로 출구 없는 터널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가장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이자 비용 부담이다.주로 개인사업자인 까닭에 사업자 대출은 물론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다 보니 고금리 충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자영자의 타격은 심화 될 것이다.많은 이들이 더 일하기를 원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생계형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잠재적 자영업자’들이다.자영업 악순환을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40~50대가 조기에 직장을 떠난 뒤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과당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수익률이 떨어지니 급기야 빚으로 지탱하다 결국 폐업으로 내몰리는 행태이다.과도한 자영업 비중을 줄이고 다른 일자리로의 전직을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저성장시대에는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각자도생으로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8-05 14:33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OTT 자체등급분류에 대한 자체비판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창작과 소통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는 ‘규제’ 보다 ‘자율’이 주인공이 된다. 독재권력이 서슬 퍼렇던 시절의 영화 등에 대한 사전검열은 ‘등급판정’ 시스템으로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2% 자율의 향기가 부족했다. 당국의 규제를 벗어난 자율등급분류를 갖춘 게임산업에 이어 온라인영상물에서도 2023년부터 자율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됐지만 이 역시 2% 부족하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영화협회, 영화윤리관리위 등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등급분류를 하고 있다. 우리도 넷플릭스, 티빙 등 OTT를 통한 영상물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고있는 상황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상 심사 지연을 막고 자율성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됐다. 2023년 3월 영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된 자는 영등위 판정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온라인비디오물 등급을 분류해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2023년 6월 문체부, 영등위가 OTT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7개 업체를 1차 지정한 이래 지정사업자는 제한관람가 등급을 제외하고 온라인비디오물의 등급을 자체 분류해 유통할 수 있다. 영등위는 영상미디어 전문모니터 1명과 일반모니터 2명으로 꾸린 15개조로 ‘자체등급분류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면서 자체등급분류 콘텐츠 등급 적절성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이 점검을 통해 청소년과 이용자 보호에 어긋하는 경우 등급 조정을 요구하거나 직권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영등위는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등급분류 기준, 등급분류 책임자 지정, 청소년-이용자 보호 수단 제공 등 의무사항 이행 여부 등의 평가를 실시했고 미흡한 부분의 개선을 권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체 비판, 자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자체등급분류제에 대한 자체 비판은 등급분류가 공정하고 객관적인가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OTT끼리 극심한 경쟁으로 수위 높은 콘텐츠들을 청소년 관람 가능한 등급으로 판정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5년이라는 사업자 지정 기간이 자칫 장기간 불법 방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높다. 사업자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정기간을 달리할 필요도 있다.자율을 부여한 만큼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교육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장편 또는 시리즈 콘텐츠 일부에서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 하나의 영상물로 취급하는지, 일부 또는 각 에피소드 별 영상물로 취급해야 하는지 여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울러 영등위의 등급조정요구 또는 직권 재분류 결정에 앞서 사업자가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등급을 자진 수정하는 경우는 사실상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므로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모니터링 비용을 사업자가 아닌 국가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점도 지상파 방송의 시청자위원회 등 자체 부담 사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문체부 장관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영등위의 등급조정 요구, 직권 등급분류 결정 또는 등급분류 결정 취소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규제 권한이 남용돼서도 곤란하지만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불법유통물이 판치거나 부적절한 등급분류로 청소년 및 이용자에게 폐해가 돌아간다면 제도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자율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아무리 아름다운 제도라도 추악한 민낯을 화려한 화장으로 영원히 숨길 수 없다. 사업자의 단기간 이익보다 산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우선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hurlkie@viva100.com

2024-08-04 14:01 이재경 변호사/건대 교수

[브릿지 칼럼] 상표권만 따면 끝이라고요?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상표법 역시도 마찬가지다. 상표법은 상표권 위에 잠자는 상표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보다는 출원을 먼저 한 사람이 상표권을 차지한다. 이러한 선출원주의를 악용하여 진정한 사용자가 아닌 브로커가 판을 치기도 하고, 진정한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상표의 사용이나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상표권자로 보호를 받기도 한다.미국의 경우 사용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등록 이후라고 하더라도 상표권은 소멸될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출원주의를 택한 나라들도 출원주의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한 사용주의적 요소들을 제도화하거나 심사 과정에서 많이 반영하는 추세이다.따라서 상표권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상표권을 잘 관리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상표권은 어느 새 유명무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에서 자주 다룬 보통명칭화된 상표들도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불닭, 초코파이, 드라이아이스, 앱스토어, 요요, 매직블럭 등 이들 상표는 본래는 특정인의 상표로 독점 가능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상표가 되었다. 최근 상표권 분쟁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는 그립톡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표권자가 된 이후라도 자신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쓰는 자들에게 열심히 경고장도 보내고, 이 상표가 상표권을 확보한 상표임을 열심히 알려야 한다.‘불닭’ 상표는 2000년에 이미 상표 등록된 브랜드였지만, 정작 2004년 매운 닭요리가 붐을 이루게 되었을 때 이를 ‘불닭’이라는 메뉴명으로 판매하고 있는 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상표권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상표권자가 분쟁을 제기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상표권 분쟁에서 법원은 이미 불닭이라는 명칭이 요리 이름으로 관용표장화됐다고 판단하여 다른 업체가 ‘불닭’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특허청은 관용표장화를 막으려면 상표권자가 브랜드와 상품명이 명확히 구별되게 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타인이 무단으로 내 브랜드를 상품명처럼 사용하면 신속히 상표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거나 필요할 경우 침해에 의한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증명으로 경고장을 발송하여 상대방에게 침해 사실을 인지했음을 분명히 알리고 향후 분쟁의 중요한 포석을 마련해야 한다.최근 필자 사무소의 고객사들도 이런 경우를 종종 겪고 있다. 한 고객사는 미쉐린 음식점으로 매년 선정될 뿐만 아니라, SNS에서 핫플로 소문난 곳이지만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버젓이 유사한 상표가 공존 등록이 되어 있거나 사용하고 있어도 법적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필자가 이런 사례들을 들어 고객사를 설득하여 현재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마음이 바뀌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어졌을 때 상표권이 무력화 되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니 다시 기억해야 한다. 상표법은 상표권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4-08-01 14:04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집값과 결혼, 저출생 간의 관계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한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낳지 않는 나라다.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전 세계국가들 중 꼴찌다. 추세적으로 살펴봐도 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016년 이후 합계출생률은 단 한해도 증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처럼 저출생 현상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가운데 지난 6월에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응책이 눈에 띤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기존의 저출생 관련 정책은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출생수당 지급, 육아 휴직 지원과 같이 기혼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런 방안들은 그 동안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좀처럼 반등시키지 못했다.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제는 결혼 단계에서부터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혼인건수와 출생아수가 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로부터 획득한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혼인건수와 출생아수를 활용해 두 지표의 추세 유사성을 나타내는 상관관계 값을 계산하면, 100점 만점 중 99점이다. 예를 들면, 혼인건수가 2012년 32만7000건에서 2021년 19만3000건으로 41% 감소할 때 출생아수도 48만5000명에서 26만1000명으로 46% 줄었다. 이는 저조한 출산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낮은 결혼율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그렇다면, 결혼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에 대해 20·30대 응답자의 33.7%가 주거마련 등의 경제적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주택가격과 혼인건수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데이터허브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매매중위가격과 혼인건수의 상관관계 값은 -100점 만점 중 -94점이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매매중위가격과 혼인건수의 상관관계 값도 각각 -93점, -89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는 주택가격이 상승할수록 혼인건수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결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수행한 정책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책주택 공급 증가를 통해 주택가격을 37% 하락시켜 2010년 수준(2억원대)으로 되돌리면, 혼인건수가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금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는 우선 공기업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가격을 인상시키는 각종 규제 신설을 자제해야 한다. 주택가격을 인하시키겠다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신설한 2020년과 2021년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또한, 미혼자가 주택을 용이하게 구입해 결혼을 주저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예를 들면, 미혼자를 위한 ‘결혼준비계좌’ 같은 지원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결혼준비계좌는 미혼자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해주면서 이 계좌로 모은 자금을 활용해 결혼을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정부기여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해주는 제도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7-31 14:15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표류하는 섬 정책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섬은 우리 국민이 실질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생활근거지이자 국가의 영토와 영해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국토의 울타리인 섬들로 인해 우리나라 영해는 육지의 3배 이상 크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섬은 문화와 관광, 무한한 생태자원을 가진 섬은 국가 미래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다.이러한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식 고취를 위해 2018년 3월 ‘섬의 날’이 법적으로 신설됐다. 그 후 정부는 매년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 2019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숫자 ‘8’은 무한(∞)한 섬의 잠재력과 가치를 상징한다. 또한 2021년 6월부터는 그동안 사용되던 도서(島嶼) 대신, ‘섬’이라는 순수 우리말 사용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동시에 1980년대부터 섬 주민 소득증대와 복지를 위한 섬 개발의 근간이 됐던 ‘도서개발촉진법’이 ‘섬발전촉진법’으로 개칭됐다.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아직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섬의 날’ 행사에서는 섬의 주인공인 섬 주민들을 만나 보기 어렵다. 섬 주민의 참여가 어려운 것은 해상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이 시기가 피서철과 겹치기 때문이다. 제3회 ‘섬의 날’에 군산의 어청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금이 한창 섬의 성수기인데 어디를 나가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애초 섬의 날을 지정할 때 섬사람들의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또한 도서 대신 쓰기로 한 ‘섬’이란 단어 사용도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관 섬발전촉진법에서만 도서에서 섬으로 바뀌었을 뿐, 섬 정책을 실제 구현하는 일선 지자체의 조직도나 조례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많은 곳에서 도서라는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해양수산부 소관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환경부 소관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 교육부 ‘도서벽지교육진흥법’ 등은 법명에서 여전히 섬 대신 도서가 사용 중이다.그 뿐만 아니라 섬을 연구하는 학회에서도 여전히 ‘도서’가 들어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도서, 특정도서, 무인 도서 등이 혼용되면서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행안부와 해수부는 공동으로 해양 영토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의 가치를 홍보하고 있다. 연초에 ‘올해의 섬‘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 가거도를, 2024년에는 부안 상왕등도를 선정했다. 또한 행안부는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계절별로 국민이 여행하기 좋은 섬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는 88개의 ‘찾아가고 싶은 섬’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정작 섬 주민들에게는 시큰둥하게 다가온다. 선포한 섬의 교통과 의료, 교육 등 정주 생활 여건과 사후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책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거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부가 마음대로 홍보만 할 뿐 해준 게 없고 생색내기에만 바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이제부터라도 도서 대신 섬이 제자리를 잡도록 범정부적 차원에서 법체계부터 다잡고, 내실 있는 섬 정책이 실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부의 섬 정책이 섬 주민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섬을 찾는 국민들에게도 신뢰와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7-29 14:25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근무시간 늘리는 한국기업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지난 6월 사업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다소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주4일제’와 ‘유연근무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한 SK텔레콤 임원들은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Happy Friday)에도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식으로 위기경영 태세를 강화했고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도입한 ‘격주 놀금제’를 반년 만에 폐지했다. 2019년 전면 주 4일제를 도입했던 교육 전문기업 에듀윌은 올해 비상 경영에 돌입하며 일부 부서를 주 5일제로 되돌렸다.국내기업이 근무시간과 근무일수를 점차 늘이는 반면 유럽과 미국, 일본은 주 3일제를 운영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무려 50개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실증 실험이 시작됐으며 독일 철도는 2029년까지 단계적인 주 3일제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철도 공사의 한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에게 일률적인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일본 항공사인 ANA(전일본공수)은 2023년 모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주 2일만 근무해도 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주2일 근무 신청은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돌보는 경우는 물론 지방에 이주해 거주한다거나 부업을 하려는 목적도 모두 허용된다.근무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생산성이 올라갈까? 지난 2020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 임금근로자 38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주당 근무시간이 증가할수록 노동생산성 손실이 점차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그렇다면 왜 국내기업은 근무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걸까? 윌리엄스, 레이드 등의 미국학자들은 “사실상 근무시간의 연장은 일종의 ‘퍼포먼스’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즉 조직 내 근무태도나 기강을 바로잡고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보이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도 주요 원인이다. 통제감의 환상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거나 통제의 권한이 없는 무엇인가에 대해 통제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예컨대 내가 응원하는 팀이 꼭 이기는 것처럼 내가 나서면 경영 위기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말한다. 이런 환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행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성과와 시간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 4일 근무를 실험해 봤더니 직원 1인당 생산성이 40% 향상되고 직원 만족도는 94%를 기록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양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효과적인 협업을 이끄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7-28 14:33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