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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선 자본, 후 자산이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고대 로마 사회는 확실한 계급사회였다. 나라를 움직이는 원로원의 지위는 자녀에게 세습되었고, 그 계급을 ‘파트리키(아버지)’라고 불렀다. 당시 중간층인 기사들은 국가를 위해 자비를 들여 전투에 나갔고, 그 대가로 상업이나 금융, 광산 등의 사업권을 얻어 가족의 안위와 부를 보상받았다. 당시 기사 계급을 라틴어로 ‘에쿼테트(equestris)’라고 했는데 오늘의 ‘주식 지분’이란 영어 equity와 상당히 닮았다.이제는 산업혁명이 기정사실화되어 사업가나 모험가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선 등을 동원하며 지구와 인간의 남은 존재력을 거의 다 털어간다. 진심과 창의력, 기억력, 숙련, 열정, 분발, 협동 같은 경제적 인문 자산을 무력화시킨다. 대학 인문학이 당하는 수모를 보라. 요즘 산유국의 희망이 논의되고 있지만,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들은 그리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과학계의 추론도 있다.공산권, 이슬람은 각각의 이유로 그들 땅 인근에서 전쟁을 벌인다. 사회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자연인, 자영업, 관리자 등이 일거에 곧 로마시대 플레브스(평민)처럼 갑자기 추락하는 사회적 상실감을 감지한다. 우리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소득이 바로 아래 4분위 가구의 2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두 계층 사이에 경제사회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3, 2분위는 아예 딴 나라 세상일 수 있다.머지않아 4만 달러의 국민소득이 나의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다가온다. 주가나 아파트 가격도 그런 수준으로 나아갈 터이다. 이런 시대 앞에서 함부로 아파트 가격이 갈수록 인구감소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은 신통한 도움말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일본에 빗대기도 어렵다. 지금은 그런 시절을 잊은 지 오래다. 일본의 수 년째 우상향하는 주가를 보라. 거기도 산업혁명은 살아있는 상수다.1920년대가 불현듯 생각난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왔지만 이전의 10여 년간은 불길처럼 주가와 주택이 올랐다. 자동차, 전기, 석유, 철도,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산업기술 혁신이 발명가와 사업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노동자 시민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농민들의 수확도 트랙터와 기차가 한순간에 휩쓸어갔다. 그때도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졌다. 헐리우드 영화로 간 마차와 마부, 가스등이 그렇다.요즘 젊은 청년들이 너무 쉽게 주식, 주택, 가상자산 등의 투자에 뛰어드는 인상을 받는다. 가격과 수익의 그 내부는 아주 복잡하고 예민하고, 한마디로 너무 어려운데도 말이다. 누구든 생업으로 자본을 일궈야 하고, 자산은 인생 경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청년들이 자산부터 일구어 오래오래 지키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나이가 들어 자산시장을 다루어 보면 안다. ‘선 자본, 후 자산’이다.워렌 버핏이 60세를 넘길 때 투자의 지혜를 묻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시간이 결국은 해결해 준다.” 70에는 이런 말로 주변을 일깨웠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90을 넘긴 2023년 주총에서는 “나보다 현명한 사람이 없으면 돈은 벌린다”고 했다. 현명함이란 명제는 청년 시절에는 좀체 손이 닿지 않는 언덕이다. 청년들이 좀 더 실물에서 경제를 터득하길 권한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6-20 14:10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가격정보의 필요성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지난 5월은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른 가정의 달이었다. 달력에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법정기념일이 빼곡했다. 그러나 지속되는 고물가 탓에 예전처럼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지갑을 열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하여 지난달 2.9%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보였다. 다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인 생활물가 상승률은 3.1%로 여전히 3%대를 기록하고 있다.문제는 올해 들어 두 물가지수 간 격차가 계속 0.4~0.7%포인트(p)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다시 말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가계 소비지출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생활물가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빵, 라면, 과일 등 84개 식품과 그 외 전기요금, 휘발유 등 식품 외 품목 60개를 포함한 총 144개 품목만을 따로 선정해 산출한다. 구매 빈도가 높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하기에 해당 품목들의 가격 변동, 특히 가격의 상승세는 소비자에게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하고자 2009년부터 가격정보 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을 운영하고 있다.이 사이트에서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생활용품, 신선식품 등 생필품 158개 품목, 540개 상품의 판매가격을 격주로 조사하여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판매가격을 지역별, 유통업태별, 판매점 등 여러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고, 비슷한 상품들의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 외에도 오름세, 내림세 등 가격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다소비 7개 품목으로 우유, 라면, 계란, 밀가루, 설탕, 식용유, 화장지를 지정하고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기에 소비자에게는 한층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격 비교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에 ‘한국의 소비자 시장평가 지표’ 조사가 있다. 이 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 기능의 건강한 작동 여부를 진단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소비자시장평가지표를 통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심층적 후속 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짚어낸다.벌써 여섯 번째 차수를 맞고 있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빵, 과일, 결혼 서비스, 동물병원 등 40개 제품 및 서비스 시장에 대해 소비자 2만 명이 평가에 참여할 예정이다.가격과 관련해서는 시장별로 구매 가격이 신뢰할 만 한가, 가격 수준이 적당한가, 지불한 가격이 공정한가 등에 대해 평가하고, 가격 인상의 원인과 해법을 진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왜곡된 시장에 대한 정책 대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지금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물가로 비상이다. 정부가 현재 범부처 민생물가 TF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간 만큼 소비자가 민생물가 안정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 방안들이 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2024-06-19 14:17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브릿지 칼럼] 내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바라지 말라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에티켓북(The Book of Etiquette)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미국인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여사는 매너와 에티켓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준 분이다.미국에서는 에티켓이나 매너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녀의 에티켓북을 참고하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에티켓과 매너 전문가로 불리는 에밀리 여사는 ‘매너란 상대의 감정에 대해 매우 세심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식탁에서 어떤 포크를 언제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는 상대를 얼마나 편안하게 배려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매너라는 것, 에티켓이라는 것은 근본적인 상대에 대한 배려가 그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하겠다. 근본적으로 우리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고, 상대를 미처 배려하지 못하는 데서 종종 발생하게 되곤 하니, 인간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멋진 매너와 에티켓의 시작임을 기억해야겠다.공자의 가르침에도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내용이 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바라거나 시키지 말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원치 않는 일을 상대에게 바라기도 하고, 또 상대가 하지 않았음에 섭섭해하기도 한다.더 나아가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잣대를 들이밀기도 한다. 사자성어처럼 자주 언급되는 내로남불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라든가 예의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기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규범이 다르다. 당연히 각기 다른 자연과 문화 속의 사람들에게는 여러 다양한 인식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내면에 흐르는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내용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세상 내에서는 어찌 보면 매우 비슷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어쩌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내가 가장 쉽게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서로 배려하다 보면, 다툼이나 이견도 줄어들 것이고, 이러한 배려를 기본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롭고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지침으로 에밀리 여사는 에티켓북을 집필하고,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일 거다.물론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면서 살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구하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높은 산의 정상에도 오를 수 있듯이, 배려하는 마음을 늘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말과 생각이 습관이 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아흔의 노인 우공이 산을 옮기는 마음가짐으로, 작지만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에티켓북도, 공자의 가르침도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런 여유롭고 따뜻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6-17 13:42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 전파하는 선한 AI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우리 승환이(가명) 이 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경찰아저씨 모자를 쓰고 파란색 경찰차를 멋지게 운전하고 싶어요.”이같은 승환이의 꿈이 음성인식돼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프롬프트로 입력됐다. 입력된 프롬프트는 승환이가 원하는 꿈, 미래의 모습을 순식간에 그림으로 바꿔 스크린 위로 띄웠다. 그림을 보며 또 다른 바람을 말하면 상상력이 추가돼 그림이 수정된다. 몇번을 거듭해도 어떤 제약이 없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계없이 자신들의 바람을 마음껏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지난 5월 대홍기획이 보바스어린이의원과 함께 개최한 ‘어린이 AI 그림대회’의 풍경이다. ‘나의 꿈, 나의 미래’를 주제로 발달 장애 아동들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베리어 프리 아트(Barrier-free Art) 프로젝트였다.승환이의 그림을 포함해 이날 제작된 15명의 작품이 6월 5일부터 9일까지 롯데뮤지엄 실버팩토리에서 전시됐고 이후 보바스어린이의원 내 전시를 거쳐 꿈의 주인공인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예술은 표현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 이같은 AI의 활용은 예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예술을 통한 치유와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선한 AI로 예술이 우리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사례는 더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시각 장애나 저시력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AI로 약 100만건의 미술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만들어내는 온라인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접근성 및 포용성 관리자(Manager of Accessibility and Inclusion)라는 이름만으로도 생소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직책이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자 카텔레이너 데이너캄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미술관이 문을 닫았을 때 직원들과 작품 해설문을 작성했지만 그 수는 약 300여개였다”며 “AI가 아니었다면 몇년은 걸렸을 일이 훨씬 빠른 속도로 확장돼 100만개가 넘는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도 몇 시간 만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청력 상실과 실명을 유발하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카린 드 브루는 이번 작업에 연구자로 참여하며 “AI가 생성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머릿속으로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시각장애인 앨리스 후스트 역시 “이 프로젝트가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예술과 역사, 문화와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스스로 저시력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 아키텍트 플로리스 호스만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 문화 자체도 강화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선한 AI가 이 중요한 명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돼 예술이 필요한 곳에 더욱 가까이 더 널리 다가가기를 기대한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6-16 14:22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브릿지 칼럼] 위기에 빠진 회사가 해야 할 일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회사가 현재 어려운가? 미래가 불확실한가? 어려운 회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현재 회사의 시스템이 잘못되었거나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전 조직, 전 직원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전 직원에게 회사의 문제점과 위기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직원이 변화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회사의 위기상황에 대해 전 직원이 공감을 한다면 그 다음으로는 첫째,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미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달성하기 어려운 담대한 목표를 설정해서 불굴의 의지로 이를 달성하고 회사를 위기상황에서 구하겠다는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둘째,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회사의 조직 및 시스템을 이에 맞추어 새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때 바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사전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이기는 전쟁을 해야 성공을 보장할 수 있고 전 직원의 동의를 구하고 전 직원이 함께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셋째,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로써 도전과 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또한 전 직원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회사가 반석 위에 세워지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가슴이 뛰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즉, 전 직원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충분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단순히 전년 대비 5%, 10% 매출액의 증대를 목표로 해서는 절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변화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이럴 경우 달성 가능한 실적은 국내 경제성장률 또는 세계 경제성장률 내외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다.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목표를 30%, 50% 증액하라. 신제품 출시를 통해 100%, 500% 매출액 증대 목표를 설정하라.기존에 실행했던 과거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의적인 방식을 개발하는데 몰입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게 하자. 이 때 설정한 담대한 목표가 전 직원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세계시장으로 나아가 경쟁하고 일류기업이 될 수 있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 달성할 경우 회사의 매출과 성장이 보장되는 목표여야 한다.넷째,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것은 전 직원이 동일한 목표를 한마음으로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전 직원이 사장의 마인드를 갖고 변화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조직과 전 직원의 목표를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일치시키고 상호 목표와 실행과정을 공유하고 협조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변화 도전에 성공해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전 직원에게 확실한 동기가 될 수 있는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제시해야 한다. 직원이 사장의 마음가짐을 갖고, 회사의 성공이 직원의 성공과 일치한다는 믿음을 갖고 불굴의 의지로 모두 함께 실행해야만 회사와 직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2024-06-13 14:01 이창수 도전경영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잠재의식의 쓸모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전화신호음이 공연장의 정적을 깨며 울려퍼졌다. 지휘자 정명훈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호음의 멜로디를 따서 피아노를 연주한 뒤 ‘여보세요?’ 라는 조크까지 더했다. 관객들은 긴장을 풀고 박수로 화답했다. 돌발 상황을 여유롭게 대처한 마에스트로의 임기응변은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이 지혜와 연륜으로 승화된 장면이었다. 반대로 경험이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선입견으로 굳어져 고정관념으로 고착될 때다. 눈앞에 펼쳐진 문제를 맥락을 전환시켜 해결하고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시키는 발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사소하고 비중없어 보이는 일상의 순간을 존중해라.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의 정체는 바로 그들이다. 지난 겨울 서귀포 기당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다 난데없이 칠곡 할매들의 시가 떠올랐다. 황금빛 이어도를 꿈꾸던 변시지의 작품 세계가 만고풍상을 겪으며 다다른 할머니들의 맑고 투명한 시상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3월에 막을 내린 구본창의 사진전시에서도 매순간의 관찰력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선정하는 작가의 창작 습관을 발견했다. 말년에 이르러 백자에 관심을 기울였던 구본창은 명암을 입힌 백자를 찍다 초승달에서 상현달로 차오르다 보름달이 되고 다시 하현달과 그믐달로 이지러지는 달의 생사소멸이 떠올랐다. 그의 삶어디쯤에 존재했을 달과 백자가 만난 것이다. 그는 거리에서 아이디어의 원천을 얻는 미행자(美行者)였다. 망연히 이 작품을 감상하던 어느 할머니의 베레모에서 보름달이 겹쳐진 기억은 내 속으로 들어와 무언가의 연결고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속초의 돼지구이식당 ‘달빛돈가’에서 만난 젊은 주인은 고기를 굽고 사람을 쓰는 일터가 인생의 도장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듣자 어릴적 자전거를 배웠을 때가 떠올랐다. 자전거 운전은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힘껏 페달을 밟아 자전거 속도가 무게를 이겨내야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은 학교 운동장에 쓰러지고 무릎이 까지면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했던 것이다. 위나라 요리사 포정(?丁)이 눈을 감고도 소의 뼈와 살을 분리할 수 있었던 것도 9년 동안 몸의 감각으로 익힌 공부 때문이란 고사도 동시에 떠올랐는데 이것도 그 고사를 접했을 때의 기억을 머리속 한켠 어디에 깊게 비축해 둔 때문일 것이다.실개천이 흘러 바다가 된다. 삶의 편린들이 모여 자신이 된다. 본능과 직관도 기억의 부산물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도 어디서 본 장면의 퇴적물이다. 그러니 일상의 무의식을 관리해라.전시회의 벽보나 지하철의 싯구는 시대의 시선이고 발상력의 어장이다. 그것들을 블로그와 유투브에 부지런히 옮겨보라. 내 경우도 그랬다. 그들을 다듬어 칼럼을 내고 책을 역었다. 대학과 기업의 강의록도 그들이다. 가속도의 시대, 마케팅과 대중문화는 일상이 선생이고 거리가 도서관이다. 오늘의 사건이 오늘의 아이디어다. 누군가의 책, 노래, 그림, 영화, 패션,취향을 마주치면 휘발시키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 당신의 일부에 저장해라. 가능하면 품격있는 것들로 채우기 바란다. 그것들이 모여 당신이 될테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듣는 노래 한 곡이, 주말에 보는 영화 한편이 당신의 무의식속으로 들어가서 모년모월모시에 유레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정명훈이 그랬듯이 말이다.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6-12 14:02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양도세 줄이는 상속세 신고법

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살다 보면 “그때 했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 부동산의 상속세 신고 같은 일이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양도하게 되면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상속세 신고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내야 할 양도소득세 금액이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충 넘어갈 수 없다.양도차익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뺀 금액이다. 부동산(단독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토지 등) 상속 시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그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공시가격(기준시가, 개별공시지가, 개별주택가격)이 되고, 공시가격은 시가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양도가액은 양도 당시 시가일 것이다.절세하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양도차익을 줄이는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이 남겨 놓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보통의 경우 상속재산 금액이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10억원, 배우자가 없는 경우 5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일정 금액 이하 부동산의 경우 취득가액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로 현실화시켜 놓으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도 향후 양도차익을 줄일 수 있다. 상속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시가 수준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속 부동산에 대해 시가 감정평가를 받아 관할세무서에 감정평가액으로 신고하면 된다.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주택의 상속개시 당시 공시가격은 7억원이고, 시가(감정평가액)가 10억원일 때, 어머니가 살아계신 윤 절세 씨는 다른 상속재산이 없다면 상속세를 한푼도 안낸다.다른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윤 절세 씨가 2년 이후 상속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가액이 11억원이라면 감정평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한 경우 취득가액은 10억원이 되고, 양도차익은 1억원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956만원[1억원(양도차익)X35%(양도소득세율)-1544만원(누진공제액)=1956만원]이다.하지만 상속 주택에 대해 별도의 감정평가를 받지 않았다면, 양도차익은 양도가액(11억원)과 상속주택의 공시가격(7억원)의 차이인 4억원이다. 양도소득세는 1억3406만원[4억원(양도차익)X40%(양도소득세율)-2594만원(누진공제액)=1억3406만원]이 된다. 상속세 신고를 감정평가액으로 했다면 양도소득세를 무려 1억1450만원이나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상속세 신고는 돌아가신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고, 신고 기한 이내에 작성된 감정평가서가 제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15일에 돌아가셨다면 상속세 신고기한은 2024년 12월 31일이 되어 2025년 1월 1일 이후에는 감정평가 금액으로 바꾸고 싶어도 원칙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간혹 신고 기한이 지나간 후 감정평가 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떠나 버린 기차를 불러 세울 수는 없다. “그때 했었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부분이다.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2024-06-10 08:51 윤기호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브릿지 칼럼] 연극에 닿은 어느 중견기업의 선한 영향력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며칠 전 본 연극 한편의 여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고(故)윤조병 작가의 1980년작 희곡 ‘윷놀이’를 각색한 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다. 윤조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극작가다. 그의 짧은 희곡 원작을 연출가만의 독특한 색깔로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공포물인가 싶을 정도의 단출하고 어두운 무대, 느리고 추레한 몸짓의 주인공들. 하릴없이 한 곳에 모여 동네 일에 참견하는 사람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윷놀이를 시작한다.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답답할 정도로 극의 호흡이 느리다가도 말판 위 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웃다가 울다가 싸우다가를 반복하면서 윷판은 처절하리만큼 긴박해진다. 그깟 윷놀이가 뭐라고 우리네 인생과도 똑 닮은 윷판의 깊은 속내를 알게 되는 마지막에는 가슴이 저릿하다. 이 연극의 연출가는 극단 코너스톤을 이끌고 있는 이철희다. 그는 지난해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과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지난달 열린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에서 연극 ‘맹’으로 ‘젊은 연극상’까지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배우였던 이철희는 캐스팅을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쓰기 시작했고 한 중견기업에서 주최하는 희곡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수상은 그에게 연극을 계속할 동력과 희망을 주었다. 이후 자신의 수상작을 무대에 올리고자 극단까지 만들었고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철희는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도 자신의 연극인생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며 자신의 희곡을 뽑아준 기업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흔치 않게 기업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수상소감이 꽤나 진정성있게 느껴졌다. 이런 흐뭇한 장면을 만들어낸 기업은 바로 벽산엔지니어링이다. 벽산엔지니어링 김희근 회장이 설립한 벽산문화재단은 2011년부터 벽산예술상 희곡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김희근 회장은 “새로운 창작극의 발견을 통해 재능있는 극작가를 양성하고 창작활동과 공연을 지원하여 희곡분야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금뿐 아니라 수상작을 연극으로 제작할 때 보조금도 지원한다. 수상작이 연극무대화 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철희는 2014년 제4회 벽산희곡상에서 ‘조치원 해문이’로 대상을 받았다. 셰익스피어 고전 햄릿의 비극성을 묵직한 코미디로 각색한 작품으로 권력에 대한 탐욕과 비열한 인간성을 들추어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벽산희곡상 수상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겸손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이철희는 희곡작가, 배우, 연출가로서 연극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연극인으로 우뚝 섰다. 한 중견기업의 메세나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더불어 ‘윷놀이’의 원작자 故윤조병 작가의 아들이자 극단 하땅세를 이끄는 연출가 윤시중 또한 벽산문화재단의 또다른 연극상인 윤영선 연극상을 수상한 바 있다.김 회장은 “세대를 아우르는 이 모든 우연이 참으로 재밌고 마치 인생과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연극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미술 등 폭넓게 오랜기간 후원하고 있는 벽산엔지니어링은 초대형 인기 공연 후원과 보여주기식 문화마케팅에 급급한 기업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024-06-09 14:33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

[브릿지 칼럼] 일본추월? 한국역전?

전영수 교수뒤쳐지면 불쾌하나, 뒤따르면 속편하다. 같은 거라도 어떻게 보느냐로 달라지는 법이다. 세상사 많은 게 그렇다. 본질은 하나일지언정 해석은 여럿일 수 있다. 해서 2~3등도 기죽을 일은 없다. 초조한 1등보다 안전한 2~3등도 나쁘잖다. 맨앞에서 없는 길을 만들며 외롭게 걸어가는 1등보다 낫다. 결국 선발자의 고뇌와 후발자의 이득은 겹친다. 추격하며 잘한 건 배우고 못한 건 피하면 뒤따라도 남는 장사다. 경제추격론에서 일컫는 후발자의 이득과 같다. 한국이 일본에게 얻은 시행착오 및 벤치마킹도 그렇다. 일본을 뒤쫓으며 가성비 좋은 성장경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하지만 더는 아니다. 이제 일본에게 배울 선행경험은 별로 없을 듯하다. 시차를 좁히며 급기야 일본을 넘어선 추월지표마저 생겨났다. 일본이 주춤하는 새 발빠르게 추격한 결과다. 대표적인 게 인구변화다. 실제 저출생은 일본을 가뿐히 제쳤다. 2023년 0.72명(잠정)은 일본(1.2명·추정)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졌다. 2001년 추월한 후 계속해 거리를 넓혔다. 남은 건 고령화다. ‘저출생→고령화’로 늙어가는 속도·범위도 일본추월은 따논당상이다. 출생이 급감하면 고령비중은 내버려둬도 급증한다. 일본은 고령화율(65세 인구/총인구) 29%로 아직은(?) 세계 1위나, 한국에 물려줄 건 확정적이다.그간 한국은 추격자의 이득을 쏠쏠히 누렸다. 미리 겪은 선행사례를 보며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효과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졌다. 그대로 갖고와 쓸 수는 없어도 약간의 수고·변형만으로 고가성비의 상황대처가 가능했다. 선발자의 족적이 안겨준 후발자의 수혜였다. 일본분해를 통한 벤치마킹·반면교사로 수용한 인구정책도 그렇다. 먼저 경험한 일본사례에서 상당수를 흡수했다. 심지어 서구사회와 달리 급증한 사회이동이 도농격차와 출산포기를 낳았다는 진단조차 비슷해 일란성 쌍둥이처럼 대응체계도 닮았다. ‘도시→지방’으로의 권한·예산이양을 뜻하는 로컬리즘이 선순위정책으로 채택된 배경이다. 한일 모두 수도권으로의 일극집중 완화를 주요의제로 강조한다.이제 상황은 반전됐다. 최소한 인구구조의 변화양상은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어 더는 추격이득을 누리기 힘들어졌다. 이로써 그간 저출생·고령화의 실상·파장을 맨앞에서 겪으며 문제해결의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선행족적이 사라졌다. 한국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한때 추격했던 선진국이 약속이나 한 듯 신흥선두인 한국을 쳐다보는 모양새다. 물러설 곳이 없을뿐더러 나아갈 곳도 오리무중 신세다. 뛰어온 속도조차 그대로인 판에 아무도 밟은 적이 없는 길앞에 섰다. 선두를 내준 일본은 멀찍이 떨어져 깊은 안도의 한숨 속에 한국의 외로운 선택을 지켜볼 따름이다.남은 건 보기 좋게 극복해내는 반전스토리다. 추월의 마침표는 역전이다. 넘어섰다고 늘 이기지는 않듯 역전을 완성하는 선발자의 발자욱을 남길 때다. 인구변화의 쓰나미를 도약대로 전환하는 승자다운 능력과 면모를 준비할 타이밍이다. 인구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뒤바꾼 ‘퍼스트 펭귄’을 지향하자는 얘기다. 잡아먹힐 위험을 뛰어드는 용기로 전환해 바닷속 생선을 독점하는 전략이 좋다. 머뭇거릴 시간도 없고 되돌아갈 평지도 없기에 페스트 펭귄의 생존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저출생·고령화 대처실험의 성공이 가져다줄 기회선점의 확신과 용기다.일본추월과 한국역전의 유력지점은 초고령화로 정리된다. 2025년 한국의 고령화율 20%는 예고됐다. 늙은 사회로의 변화다. 문제는 속도다. ‘20%→30%’까지 일본은 19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11년(2036년)으로 줄어든다. 얼추 ±10년 후면 초고령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초고령화의 대응체계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아쉽게도 배울 곳은 없다. 강점은 경쟁력으로 약점은 역발상으로 활용해 새로운 생존·성장모델로 구축하고 제안하는 게 바람직하다. 추격자가 된 선진국이 한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이유다. 더 빨리 달려와 제쳐버린 경험과 저력의 재구성이 요구된다.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6-07 04:00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성공의 품위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의 이혼소송이 이슈다. 재산분할금이 역대 최고금액으로 판결나며 다시금 이들 부부의 이혼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공식적인 자리에 동거 여성과 참석하며 아직 이혼소송 중임에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부부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로 인기 정상에 오른 가수 역시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발뺌하더니 검찰소환 전날까지 콘서트 행사를 진행해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이처럼 사회적 성공이라는 정점을 찍은 이들이 내면의 성숙이나 도덕적 품위라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종종 질타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이슈 중심에 선 이들이 요구받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뤄낸 만큼 성숙한 삶의 모습도 보여달라는 암묵적 기대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사회적 도덕적 비난을 받는 현상을 보면서 그들을 향한 비난의 시비를 떠나 저마다가 추구하는 성취와 성숙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이라는 책을 통해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인간은 뛰어난 자질을 소유한 존재지만 동시에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이같은 내적 투쟁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나아가 삶은 향락이 아닌 도덕 드라마이고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스러움을 위해 사는 거라는 그의 얘기처럼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며 결코 절로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내야 할 또 하나의 인생 과제다.누구나 행복해지고 싶고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은 다르다. 자신이 지닌 책임을 저버리고 개인의 행복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우리 본연의 결함을 전혀 극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내는 게으른 태도다. 해리 에머슨 포스딕 목사는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싶고 내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을 외면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약점 말이다.주변을 둘러보자. 연애하다 헤어졌으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져 헤어졌으나 결혼상대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져 이별이 후회되고 다시 만나고 싶단다.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자신의 욕구와 자기 미래만 바라보며 아쉬워할 뿐이라는 것이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자기선택의 책임은 오간 데 없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저 좋은 기회, 괜찮은 사람을 놓친 듯해 아깝다며 현재의 속상한 마음에만 머문다. 이같은 자기성찰과 고민의 부재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고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두 마음이 서로 양립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나아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도 훌륭하지만 좌절을 감내하고 부당한 대우에도 자제력과 위엄을 잃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키워내는 일도 위대하다.진정한 성공은 내면의 성숙을 담보하기에 그만큼 값지고 품위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본성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세상을 정복한 위풍당당함이라도 내적인 겸양과 배움의 자세를 갖추며 조화를 이뤄야 아름답기 때문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6-03 13:5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 고려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지난 2021~2022년에 사이에 고점을 찍은 주택가격은 지역에 따라 적게는 10~20%, 많게는 30~40%까지 하락했다. 주택가격이 더 떨어 질 것이라는 주장과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향후 주택시장은 공급 위축과 전세수요 증가로 시장이 불안해 질 것이라는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로 지난해 3만2759가구보다 27.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국적인 입주물량은 올해 35만3000여가구에서 내년에는 24만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전세가격 상승세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으며,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서민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의 신규공급이 급감하고 있어 아파트 선호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몇 년간 공급 위축으로 매매시장이 조금씩 들썩이고, 전세가격은 상승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 몇 년간 주택시장은 지역에 따라 10~40% 정도의 하락기를 거쳤기 때문에 또 다른 악재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하락에 대한 리스크보다 상승에 대한 기대이익이 더 큰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먼저, 가장 좋은 방법은 청약 통해 공공분양을 받는 방법이다. 공공분양은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입지와 주거환경이 좋은 곳을 고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뉴홈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을 노리는 것이 좋다. 그 중 뉴홈 나눔형은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시세의 70%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저리의 모기지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5년 거주 후 매도할 경우 시세차익이 생기면 수분양자와 공공이 7대 3의 비율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이다. 뉴홈 나눔형은 분양가격이 5억원대로 저렴하고, 대출금리가 1~3%로 낮고, 초기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고,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다음으로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다. 경매물건은 시세의 70% 수준의 감정 가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문제는 입지가 좋고, 시세차익이 많은 경매물건은 경쟁이 치열하여 시중시세보다 더 높게 낙찰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권리분석이 복잡하고, 명도의 어려움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그리고 인근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매입하는 방법이다. 현재 매매시장은 전 고점에 비해 가격이 많이 하락해 있어, 급매물을 잘 골라 내 집 마련을 하면 손해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급매물의 경우 큰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등장해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입지가 좋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법이다. 미분양 아파트들은 잘만 고르면 각종 세금혜택,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입주비용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미분양 아파트들은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실수요자들이 매입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가격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매입 전에 반드시 대출과 자금동원 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하는 것이 좋다.향후 주택시장은 금리변동과 수급상황 및 전세시장 움직임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전문가들을 올 하반기가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전망하고 있어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 2년 동안 큰 폭의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만약 악재로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6-02 13:33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시진핑 '신에너지 경고'의 의미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과잉투자를 경고했다. 경제계 인사들과의 공식회의에서 “새로운 3대 수출품(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태양광)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처해 있는 상황에 부합하는 적절한 대응이라 주목된다.미국과 EU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 압박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무역환경이 악화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단기적 붐은 오히려 중국경제의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방세계의 우려를 피하기 위해 동원된 외교적 멘트에 그칠 수도 있다.중국이 국가주도 방식의 경제체제임을 고려한다면, 시진핑 주석의 지적은 중국 경제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회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국가통제 방식은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방향이 올바를 경우에는 효과적이다. 실제로 신에너지 분야는 사업의 성격상 투자 리스크와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높다.반면 국가주도 방식은 방향이 잘못될 경우에는 큰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다. 지난 10년간 관 주도 사업방식으로의 정책적 회귀가 나타나면서 민간기업이 축소되고 경제구조의 경직성이 높아진 바 있다. 이는 과거의 화려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민간시스템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었다.일반적으로 정부의 통제와 지원 정책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민간경제를 허용하고, 개방정책을 취해 무역을 활성화하였기에 가능했다. 경제를 통제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중국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신에너지는 선진국가들도 빠지는 함정이다. 우리나라도 ‘신에너지’, ‘신재생에너지’라는 환상에 끌려 정부의 각 부처가 예산 낭비를 하고 있고, 전력 산업이 붕괴되어 한국전력은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국가주의와 환경주의는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어도 추진이 가능하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힘을 이용해서 국민에게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국가통제와 지원이 쉽게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보다 활기차게 산업화되었다.미래의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신에너지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정부주도 경제시스템을 고려한다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 성과가 크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에서 민간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어야 장기적으로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만이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시장을 대신해서 사업을 결정하고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단기적 붐을 만들 뿐이다.정부와 정치 리더가 늘 올바른 결정을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의 지시와 통제가 만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신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정책방향이 가능함을 명심해야 한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5-30 14:13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22대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5월 30일부터 제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다. 국회법 제24조에 따라 의원은 임기 초에 국회에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법 제25조에는 의원으로서 품위유지의 의무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를 규정한다. 필자가 헌법과 국회법을 강조한 것은, 국회는 입법 기관이기에 더욱이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국회의원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비통할 일이다. 그렇기에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국회의원 윤리강령’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국회는 1994년에 ‘국회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래로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국회 개혁과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국회의장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 여야가 협치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내걸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애써 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국회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적 노력 부재의 연속이었다.재선의원은 물론 초선의원을 위해 국회의원의 윤리강령을 소개한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나아가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민주정치의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되어있다. 이런 윤리강령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 국회는 반성하고 자숙해야만 할 것이다.정치인으로서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무례하고 저속한 언어, 소셜 미디어에 따른 가짜뉴스, 국회 윤리위원회의 기능 상실, 사법부의 정치화 현상, 나태함과 근무 태만으로 인한 입법 발의 부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탄핵소추 남발, 선거 관리시스템 허술 운영과 부정선거로 인한 국회 불신, 적폐 청산의 내로남불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큰 문제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난국적 상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훨씬 더 근본적인 성격의 대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인 사이버안보 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사회적 지속가능 위기 등이다. 이러한 위기들은 일시적 위기와 달리 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근원적인 위기이다.선제적으로 해결할 난제가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지혜를 모아 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른다. 저항도 만만치 않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기에 개혁이 안 되면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퇴보할 것이다.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국회가 이런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국민의 신뢰도 회복은 물론 국가 발전에 원동력이 될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5-29 14:09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김호중과 포토라인 전쟁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포토라인 전쟁. 세계적인 배우 이선균의 비극 이후 이를 둘러싼 잡음은 가라앉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와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혐의 사건에서도 포토라인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김호중은 “마지막 스위치, 경찰의 먹잇감” 운운하며 서울 강남경찰 조사를 마친 후 포토라인에 서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6시간 이상 귀가를 거부하며 버틴 김호중은 출두 당시 취재진으로 가득찬 경찰서 정문 현관이 아닌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했다. 지하층으로 접근하려는 일부 취재진을 경찰은 제지헸지만 김호중의 귀가 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김호중 측에 비공개 귀가를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호중의 장시간 버티기에도 경찰은 “정문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김호중은 버티기를 포기하고 정문으로 귀가하면서 포토라인에 잠시나마 서서 플래시 세례를 견딜 수밖에 없었다. 큰 틀에서 볼 때 이선균 사건 때와 그다지 달라진 상황은 없었던 셈이다.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으로 김호중의 법률대리인인 조남관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차원에서 비공개 출석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경찰 공보규칙상 비공개 출석·귀가가 규정돼 있는 만큼 결코 특혜가 아닌 피의자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경찰관이 취재진 등에게 피의자의 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경찰 공보규칙 제15조의 내용을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까지 언급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김호중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섰고 심지어 구속영장까지 발부됐기 때문에 더 이상 인권위 제소를 논의할 타이밍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연예인의 형사사건이나 추문이 터져나올 때마다 포토라인 전쟁을 치를 것인가?그 누구도 김호중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은폐를 두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2의 이선균과 같은 비극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유명인 이전에 피의자로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유명인이기에 필요 이상으로 겪어야 하는 인간적 모멸감, 명예 실추를 막아야 한다. 음주운전, 마약 등 사회적으로 위해가 심중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 공권력 발동과는 별개의 문제로 냉정하게 접근해야할 사안이다.결과적으로 경찰은 피의자의 공개 귀가 거부를 방치했고 장시간 기다린 취재진들은 단단히 뿔이 났을 것이다. 김호중 관련 기사가 좋게 나올 리 없었다.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됐다. 이선균 사건 때도 우왕좌왕했지만 포토라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피의자의 인권이나 취재진의 업무상 권한이 깔끔하게 정리됐다면 많은 이해관계인들에게 당황과 혼란을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경찰의 공보준칙이 존재하는 것이며 언론과의 협의를 통한 그에 대한 일관된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이선균 방지법이 먹잇감 찾기에 물두하는 언론과 대중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범죄혐의자는 비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도 대중도 연예인 혐의자를 유명세 이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포토라인은 모든 인권의 스타트라인이 돼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5-27 14:04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K패션 노리는 '상표 도둑'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필자가 일하는 특허사무소는 9년 전 특허청에 의뢰를 받아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대한 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모 중국 브로커가 한국 기업들의 유명 상표들을 수백 건 출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설립한 회사명으로도 수백 건을 출원했고 해당 브로커가 대표로 되어 있는 회사만 5개에 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000여 개가 넘는 한국 기업 상표가 중국인 한 사람에게 도둑 맞은 셈이었다.특허청에서 우리 기업의 상표를 보호할 만한 묘안은 없는지 자문을 구했으나 그 당시 중국 상표법은 해외에서만 유명한 상표를 보호해 주는 제도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당소는 머리를 맞대고 중국 상표법과 판례 연구를 하기 시작해 중국 본토 내에서 자국의 브로커들에 대해 중국 상표법 제44조(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한 상표)를 적용하여 무효화시킨 최고인민법원 판례를 찾은 것이다.이 판례와 함께 자국의 브로커들에 대해 중국 상표법 제44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중국 법학자들의 법률칼럼 등을 모아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대한 대응 솔루션을 만들어 공동소송에 나서, 줄줄이 승소할 수 있었다. 당시 중국 특허브로커에게 무단 선점된 상표들은 대부분 한국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상표들이었다.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상표브로커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계는 한국의 패션 업계이다. 당소는 매년 정기적으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기업들, 특히 패션, 뷰티, 푸드 분야의 상표 무단 선점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중 패션분야의 무단 선점 실태는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이유를 살펴본 즉, 화장품 분야의 경우 중국에서 화장품에 대한 승인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법적인 요건을 꼼꼼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상표권 등록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패션 분야는 알리, 타오바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시장을 통해 어떤 승인 절차도 없이 빠르게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타 분야보다 소홀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패션 분야는 신진 디자이너 등이 홀로 사업을 운영하느라 1인 다역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상표 출원 등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로도 상표 출원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특히 최근에는 무신사 등에 입점된 수백, 수천개에 이르는 K-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상표 브로커에 무단 선점 되어 있는 사실이 발견되어 여러 의류 기업이 해당 중국 상표 브로커에게 공동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중국의 지식재산권 제도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에서의 모조품 유통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중국인들의 지식재산권 의식 제고와 함께 우리 기업의 적기 출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패션 기업들이라면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시장 진출은 상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내 상표 출원과 함께 적어도 중국 상표 출원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자 대응책이다. 무단 선점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에서 거의 모든 소송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아직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은 의식과 태도의 문제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끌어올리지 않는 한, 이 전쟁의 종전은 요원할 것이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4-05-26 14:35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금투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내년 1월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세(금투세)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금투세는 당초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2년간 유예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공약했고,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폐지나 유예는 없다며 대립하고 있다.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실현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국내 상장 주식과 공모 주식형 펀드의 경우 연간 5000만원 이하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되고, 5000만원 초과~3억원까지는 20%, 3억원 초과 시에는 25%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금투세를 반대하는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투자 시장의 위축이다. 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큰 손이 빠져나가면 주식 시장 전체가 위축된다. 결국 과세 대상이 적든 많든 투자자는 부정적 영향을 받고, 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투자 시장 위축에 더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또 하나 있다. 금투세 도입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 나간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20개 국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금투세 중 하나인 주식 양도세율과 집값 간에는 비례 관계가 나타난다. 즉, 주식 양도세율이 인상되면,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주식 양도세율 인상 후 집값이 상승한 네덜란드(2015년), 핀란드(2016년), 오스트리아(2017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주식 양도세율이 인상되면 집값은 어느 정도 상승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집값에 미치는 다른 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한 후 주식 양도세가 집값에 미치는 순효과를 살펴봐야한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 분석을 수행한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율을 20%포인트 부과하면 집값은 73%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이런 결과가 도출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식 시장에서 주식 양도세율을 증가시키면, 투자 매력이 떨어져 주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 감소된 주식 수요는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해 부동산 수요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간 대체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해당 분석에서는 주식 시장만 고려했지만, 금투세는 채권 시장에도 적용된다. 채권 시장과 부동산 시장 간 대체현상도 반영한다면, 금투세가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정책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팔 때 세금을 부과하면 자본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집값 상승까지 부추긴다면, 금투세는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타당하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5-24 06:28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2% 부족한 ‘소외도서 항로’ 지원 정책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도선 운행이 시작된 지 불과 2달여 지나면서 섬살이 각 가정의 살림살이에 윤기가 흐른다. 이제는 자유로운 육지 나들이로 섬 집들이 분칠을 하고 곱게 단장되어간다. 입식 부엌을 만들어 싱크대가 들어오고 에이콘도 들여오고 새 침대도 장만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섬살이 하려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전남 여수시 작은 섬, 추도의 한 주민이 SNS에 올린 글이다. 추도는 여수시에 속해 있으나, 그동안 교통수단이 없던 소외도서였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늦게나마 도선이 운항하게 됐다. 피가 흘러야 몸이 유지되듯이, 해상 교통권은 섬사람들에게 생명선과도 같다.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다랑도(완도), 상구자도·하구자도(진도), 효지도(신안), 횡간도·추포도(제주), 오곡도(통영), 자란도(고성), 추도(여수) 등 10곳을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소외도서 항로에 선정되면 인건비, 유류비, 선박검사·수리비 등 선박 운항에 필요한 운영비용의 50%는 국가가 지원하고, 50%는 지자체가 담당한다.소외항로 도선들은 작년 12월 고성 자란도를 시작으로 많게는 1일 6회, 적어도 주 3회의 운항에 들어갔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해당 섬 주민들과 섬 방문객은 크게 설렜다. 주민들은 생활편의와 섬 관광이 활성화되고, 방문객들은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섬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설렘은 분란의 씨앗으로 변하고 있다. 승선 대상이 주민등록상 섬 주민에 한정돼 있어서다. 심지어 어떤 섬은 친인척의 방문도 제한되고 있다.섬 여행객 A 씨는 최근 정기 여객선이 끊긴 이후 18년 만에 뱃길이 재개된 통영 오곡도에 뱃값을 내고 가려다가 “외부인은 안 된다”는 선장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항의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해수부의 ‘지침’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외부인을 태우다가 적발되면 지원사업이 철회될 수도 있는 데다 관광객이 사고라도 났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해수부는 2027년까지 소외도서 운항 지원항로를 4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10곳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 1월 공모를 진행했으나, 응모가 저조해 전남 완도군 허우도, 신안군 초란도·사치도 등 3개소만 선정했다.해수부의 소외도서 항로 운영 정책의 근거는 ‘섬발전촉진법(제13조의 3)’이다. 이 규정은 일반 여객선이 아닌 행정선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선박안전법’에 의해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는 섬 지역 주민의 교통편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승선 대상을 확대하려면 섬을 관할하는 시장·군수가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해수부는 최근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섬 주민과 탐방객의 불만에 대처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침 개정’이 먼저임을 주장함에 따라, 해수부는 여러 문제점을 검토해 늦어도 6월까지 지침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신안군은 지난 2014년부터 ‘신안군 행정선 운영·관리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앞으로 해수부와 지자체가 이 조례를 참고해 머리를 맞댄다면 소외도서 항로 운영 과정에서의 갈등은 쉽게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 확인 결과, 정부의 소외도서 지원에 포함된 효지도 항로의 경우 섬 주민과 방문객이 모두 원활하게 이용하고 있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5-23 08:01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한국 축구가 발전 못하는 까닭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지난 4월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다. 이번 패배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도 불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3위이고 인도네시아는 134위다. 랭킹은 허수이고 축구는 변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번 패배의 쓰라림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한국 축구는 왜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걸까?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 황인범, 이재성 등 해외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즐비함에도 왜 국제경기에서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널리 알려진 스포츠의 명제가 있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월드컵에서 11골을 넣었고 1990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역시절 특1급 실력으로 유명세을 떨친 위르겐 클린스만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계약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비슷한 사례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차범근이다. 당시 차범근의 인기와 위상은 실로 대단했다. 대한민국은 그를 1998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대 최고의 대표팀 구성과 차범근 감독이라면 월드컵에서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바로 경질됐다.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2패를 하고 바로 경질된 최초의 감독이 되고 말았다.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선수시절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을 위주로 감독을 선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한다. 스테레오타입은 고정관념이자 편견이다. ‘서울대 출신은 일을 잘한다’ ‘노인은 모두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다’ ‘MZ세대는 이기적이다’ 등 특정 집단이나 그룹의 구성원들이 모두 똑같은 성향을 가질 거라고 예단해 버린다.스테레오타입의 오류는 판단하기 쉽기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을 판단할 때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 그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 그 사람이 집단에서 특별하게 달성했던 업적과 특성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버린다. 스테레오타입은 효율적인 인지과정이지만 심하면 위험하다.스포츠에서 그러하듯 조직에서도 핵심인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인재가 모든 면에서 월등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는 다양한 오류나 편견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혁신과 성장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재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인재여야 한다.선수로서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세계 명감독으로 등극한 인물이 히딩크다. PVS 아인트호벤 부임 첫해인 1985~86시즌부터 1988~89시즌까지 팀의 프로리그 4연패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1988년에는 네덜란드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 3개 타이틀을 모조리 석권하며 세계 명감독으로 등극했다. 히딩크는 선수를 선발할 때 과거 명성보다 현재 실력을 기준으로 한다. 최종 선발선수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멤버 사이에 경쟁심과 긴장감을 유발함으로써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렇게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5-20 14:03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일본 라인사태 더 꼬이게 만드는 정치인 독도 방문

배종찬lt;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gt;일본의 라인야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이 영향을 주면서 이제는 한일 감정 싸움으로 아니 감정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 전 조선 통감의 후손이라는 기사를 링크했다. 반일 감정을 유발하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총무상은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로 확인된다고 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독도를 방문했는데 “혹시라도 라인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디지털 갑진국치’로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다.실제로 이번 라인야후 사태가 촉발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 메신저는 카카오톡이다. 일본 국민 1억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는 ‘라인야후’다. 그냥 라인으로도 많이 불리는 이 서비스는 한국의 네이버가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가 창립한 소프트뱅크가 50%의 지분 그리고 네이버의 절반 지분으로 홀딩스가 만들어졌고 그 회사가 운영하는 회사가 이번 사태가 발생한 라인야후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일본 정부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대해 행정 지도(일본의 특수한 행정 시스템, 법률이나 제도에 따른 적용이 아닌 정부의 지침을 통해 관계 내용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는 형식)를 두 차례 하면서 ‘지분 재조정’을 의미한 데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이자 금융과 행정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인프라가 탑재된 라인이 지난해 11월을 비롯해 몇 차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있는 데이터 센터를 통해 이용자 51만 명 정도의 개인 정보가 해킹된 것에 대해 행정 지도를 내리면서 ‘보안 강화’가 아닌 네이버의 ‘지분 재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주목할 점은 사업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해 온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까지 나올 지경이다. 일본의 부당한 행정 지도에 대해 네이버의 대응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지분을 팔면 약 10조원의 여유 자금이 생기는데 이를 기반으로 AI 등 미래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선택이다. 이게 아니라면 일본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해서 갈등을 유발하면 향후 사업 환경에 좋지 못하므로 일부 지분을 처분하고 그냥 2대 주주로 내려앉는 결정이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외국 기업의 정당한 기업 활동에 대한 보장을 촉구하며 지분을 내놓지 않는 방법이다. 일단 네이버는 전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분개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에 라인 야휴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도 매우 단호한 대응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일본 정부를 향해 “네이버 의사에 배치되는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인야후 역시 일본 정부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재조정하든 그렇지 않든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에서 계속 기업 활동을 해야 한다. 조국 대표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우리 땅인 독도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일본이 감히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독도를 방문해서 해결될 일이 전혀 아닌 기업의 경영 문제가 일차적이다.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과 기업을 돕는다고 독도를 방문하지만 정작 라인야후 사태는 이로 인해 더 꼬이고 있다.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5-19 13:24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선진증시 사용 설명서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이제껏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동조하며 주가가 일련의 기세로 오르는 것을 본 일이 거의 없다. 미국과 독일이 일본과 간간이 합을 맞추며 얼마간 오른 일은 더러 있었지만, 프랑스가 가세하고 특히 영국이 분발하며 소위 G-5 국가들이 세계 투자시장을 독주하듯 이끄는 장면은 21세기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었다. 그만큼 유럽 선진국들은 만성화된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속에 산업과 기술, 가계 등에서 부진한 시간이 길었다. 유럽 기준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것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지원과 재정지출 등으로 어려운 가운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동조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래리 핑크, 제이미 다이먼 등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가 폭락을 점친 상황이었다.미국 증시는 2022년 10월에 반등 후 강보합을 유지하다가 2023년 10월을 기점으로 재 상승해 꾸준히 올랐다. 독일 역시 이 때부터 반등했고 프랑스도 유사한 모습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강자의 면모를 보이는 영국이 놀랍다. 영국과 일본은 마치 전쟁을 기다린 나라처럼 우크라이나-러시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강세다. 오랜 내공의 기업들이 두 나라의 강세 주인공들이다.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적인 상황은 좀 다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2022년 8월부터 자이언트 점프로 금리를 올리자 10월부터 동시에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올 들어 조정기에 접어든 상태이고, 시장은 인플레이션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증시들이 강세다. 기술주와 산업주, 금융주, 소재주, 유틸리티주 등이 특히 강하다. 정말 미국, 유럽이 산업혁명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분명 인류의 보편적 성공, 동반성장의 기조와는 결이 다른 기류다. 마냥 이성적으로 반길 순 없지만, 거스르기 어려운 기조가 되리라는 점도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의 증시 호조세는 분명히 산업혁명과 자유시장 진영의 동맹화 기조와 깊은 연관성이 느껴진다. 그만큼 중국, 러시아 등 타 진영의 역할이 줄어들고 서방과 동맹진영의 협업과 결속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강한 증시는 항상 그림자가 있다. 지금 그림자 지역은 어디일까. 후진국들과 비 동맹권역일 것이다. 한국은 어디쯤 일까. 현재의 증시는 미국, 유럽과 동조화하는 기조가 분명하지만 그 내부에는 좀 독특한 두 개의 사정을 담고 있다. 하나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쟁지역의 잠재적인 당사자란 점, 또 하나는 2000년 즈음 이후부터 중국과 교역이 크게 늘어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미국, 유럽의 ‘중국 거리두기’ 기조가 한국과 중국의 교역 전망에 영향을 주리라는 점이 해외투자가들의 한국증시 투자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걸 흡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금리와 물가, 환율, 교역성과 등에서 보면 우리는 선진국의 일원으로 견조한 동조가 예상된다. 다만, 내수 소비와 전쟁 리스크, 인접한 비자유시장 진영과의 경제·안보적 상황이 조금 다르다.단순히 돈으로만 따지기 어려운, 한국의 증시 참여자와 정책 운용자가 가져야 할 지정학적 안목이다. 하지만 대체로 큰 길은 미국과 유럽과 같이 간다고 본다. 매일 챠트나 SNS나 들여다보고 자료를 찾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안목의 학습이 투자의 세계이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5-16 14:03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